“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다”
다산북스는 2023년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해 왔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불황에 잘 대응하는 비결을 묻을 때마다 짧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다”라는 일본의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명언입니다. 불황이나 호황은 근본적으로 변화의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변화를 잘 다루는 조직이나 사람은 그에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변화 속에서 기회가 새어 나옵니다. 변화가 없다면 새로운 기회는 창출되지 않으며 고정된 세계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세계와 우주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변화를 멈출 때 그것을 소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라는 세계도 끊임없이 운동(팽창)하고 있으며, 운동(팽창)을 멈출 때 소멸하게 될 것입니다.
왜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다”라고 했을까요? 호황이면 호황의 등에 올라 누구나 함께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황일 때 소비자는 수입이 줄면서 구매도 줄어들기에, 눈높이를 높여 더 깐깐하게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황일 때는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회사만 선택받게 되고 그 회사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개인이나 조직의 진짜 역량이 불황 속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 유연함을 길러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출판사를 창업하고 수많은 불황과 호황의 주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대응해 왔습니다. 변화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변화가 모든 에너지를 가진 물질(인간)의 기본 속성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변화는 모든 실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죠. 존재에서 생존으로, 그리고 번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태도를 경직이라 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를 유연함이라고 합니다.
유연함이란 중요한 것을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변화고 세상 속 우리의 위치가 바뀔 때 그에 맞춰 적응해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원칙에 충실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뜻합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조직이나 개인은 정체되고, 기존의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더 깊은 늪에 빠지게 됩니다. 기존의 관점을 고수하면서 강도를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관점을 바꾸고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변화의 실체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 학습입니다. 다산북스는 창업 이후 오랫동안 학습에 주력해 왔습니다. 특히 2022년 한 해 동안 다가올 2023~2025년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체계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에 불필요한 사업이나 관행을 폐기했습니다. 조직의 유연성을 길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였죠. 2023년부터는 신입직원 교육 프로그램, 본부별 교육 프로그램, 팀장 리더십 교육, 신입팀장 멘토링과 코칭, R&D경영(매주 금요일을 R&D날로 정하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본부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독서경영 활성화를 통해 교육을 내실화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 중 가장 중요한 건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학습으로써 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변화를 거부하거나 회피하게 됩니다. 다산북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학습해 왔고 이제는 본부장은 물론 팀장도 스스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계속 발전시켜 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탐구하고 있습니다”
과학에서는 죽음을 ‘인간이 획득한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죽음이야말로 다세포 생물인 인간이 진화하면서 획득한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안에 함께 살고 있는 단세포 생물인 바이러스에는 죽음이 없습니다. 죽음이 없다면 진화도 없습니다. 저는 138억 년 동안 이어져 온 진화의 흐름 속에 호모사피엔스(인간)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특이한 우연이며, 그런 존재로 살다가 이 우주로 사라지는 것(귀환)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138억 년 지구 역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 우연이고, 찰나이며, 빛(기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겸손한 자세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정말로 어려운 단 한 가지 일은 자신이 믿는 바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탐구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저는 매우 사랑합니다. 탐구하는 조직만이 탁월함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탐구하는 조직이 되려면 그 전에 변화를 수용하고 다루는 법을 학습해야 합니다. 변화를 수용하고 다루게 되면 ‘몰입’의 순간이 찾아오고, 몰입이란 완전한 자기 선택과 기술을 갖추었을 때 가능합니다. 먼저, 기술이 없는 경우도 연습과 반복을 통해 기술을 갖추게 되면 ‘몰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탐구’는 자신이 믿는 바를 누구나 알 수 있게 증명하는 일로 ‘몰입’보다 한 단계 높은 일입니다.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니체의 말에 비유하자면 몰입은 ‘표면’이고 탐구는 ‘무서운 깊이’입니다.
“살아가는 삶으로써 증명되는 것입니다”
평생을 자기 철학을 위해 안경 렌즈를 깎으며 살았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의 대표 저작 『에티카』의 마지막 구절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모든 고귀한 것들은 드물고 힘들다.” 우리가 변화를 수용하고, 능숙하게 다루고, 몰입과 탐구를 통해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은 고귀하고 드물고 힘든 일임이 분명합니다. 드물고 힘든 일의 본질이 자기 절제입니다. 절제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으로써 증명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나아지게 하는 것 또한 절제입니다. 자기 절제 없이 진정한 위대함을 이룬 사람은 없습니다. 참다운 몰락이 무절제의 결과가 아닌 경우가 있다면 한 번 꼽아보시기 바랍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도 기질이며, 절제력입니다.
어떤 미덕이든 책장 위에만 존재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실행에 옮길 용기가 없다면, 혼자 마음에만 품고 있다면, 반대 방향으로 살아가면서 얻은 수많은 보상을 누리는 채로 말로만 미덕을 주장한다면 그런 미덕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진리를 탐구하고 그런 다음에는 그 진리를 기반으로 행동해야만 합니다. 자기 절제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갈고 닦는 것입니다. 절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롭게 됩니다. 절제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으며 드물고 힘든 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절제수업』 중에서 (라이언 홀리데이, 다산초당)
_ 다산북스 대표이사 김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