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대학 시절 저는 삶이 힘들 때마다 다산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다산의 삶과 정신에 깊이 매혹되었고 나중에 제가 창업을 하면 다산 정신을 계승하는 출판사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35세의 나이로 다산북스 출판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다산북스를 세운 이유는 다산 정약용의 애민 정신과 실사구시 정신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창업 당시부터 다산의 애민 정신과 실사구시 정신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까를 수차례 고민한 끝에 ‘스토리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을 애민 정신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을 실사구시 정신으로 삼고자 했고, 이런 배경 아래 ‘THE JOY OF STORY – 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눕니다’라는 미션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미션인 ‘스토리의 즐거움’을 CI로는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마티스의 <춤> 작품에 착안해 세 사람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다산북스 CI에는 ‘누구나 함께 어울려 춤출 수 있는 창조적 세상을 꿈꾼다’라는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창조적 세상’이란 다산 정약용이 꿈꿨던 ‘대동세상’과 일맥상통합니다.
콘셉트에 강한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가 출판을 시작하기 전부터 출판은 지식과 교양의 즐거움을 지식인들이 이끌며 대중과 나누는 속성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출판의 속성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힘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입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끼친 영향은 거대하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중심의 해체’,‘ 다양성의 추구’, ‘새로운 형식의 생성’입니다.
지금 우리는 지식인을 넘어 대중이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다산북스는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에 탄생했습니다. 그런 주체들이 콘텐츠를 어떻게 담아내고 공감시킬까를 깊게 고민하면서 ‘THE JOY OF STORY―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눕니다’라는 미션이 창조되었고, 다산북스는 스토리의 즐거움을 대중과 함께 창조하고 대중에게 그 즐거움을 돌려주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토리의 즐거움을 만들 수 있을까? 저는 스토리의 즐거움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콘셉트가 강한 회사’, ‘콘셉트가 강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창업 때부터 시작해서 전 구성원들에게 ‘콘셉트’의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금까지도 매주 ‘콘셉트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도 19년 동안 거의 빠짐없이 참여해 왔습니다. 이런 ‘콘셉트 학습과 훈련’과 ‘콘셉트의 도약’을 통해 다산북스는 출판계 신생 후발주자로 시작해 출판 업계를 선도하는 출판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스토리의 힘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
콘셉트(Concept)는 스토리의 힘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도구입니다. 콘셉트는 아이디어(Idea)*베니핏(Benefit) 제곱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C=I*B2). 처음에 저는 콘셉트를 C=I+B로, 다음에는 C=I*B로, 그다음에는 C=I*B2으로 개념을 잡게 되었는데 여기까지 도약하는 데 2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콘셉트를 잘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만들기보다 변화 속에서 발견하고 찾아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세계의 변화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몰입하여 발견하는 것인데 이는 곧 기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의 종류는 크게 ‘니즈(Needs)’와 ‘시즈(Seeds)’로 분류합니다. ‘니즈’는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 욕망하는 것에서 시작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니즈’보다 더 근원적인 욕망이나 결핍을 원츠(Wants)라고 부릅니다. ‘시즈’는 이렇게 발견한 아이디어를 자사가 가진 개발능력을 통해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who? 시리즈, 홍 대리 시리즈, 다독다독 시리즈와 어린이 팀의 다양한 동화나 학습만화 시리즈 등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책을 비롯한 모든 문화 상품은 ‘콘셉트’에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콘셉트는 ‘사고 싶게 만드는 힘’입니다. 독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콘셉트를 체험합니다. 책을 사기 전에 제목과 목차(저자 포함), 카피와 디자인으로 먼저 체험하고 책을 사서 읽으면서 두 번째 체험을 합니다. ‘사고 싶게 만드는 힘’은 첫 번째에 해당합니다. 읽고 감동한 경우(두 번째 체험)에는 다른 사람에게 입소문을 내게 되며 스테디셀러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기회를 읽고(Insight) 아이디어를 붙잡아 책을 기획하는 것을 콘셉트 개발(Concept Development)이라고 하고 편집과 디자인 과정을 통해 내용과 디자인에 콘셉트를 실현하는 것을 콘셉트 퍼포먼스(Concept Performance)라고 합니다. 콘셉트 퍼포먼스(CP)의 가장 높은 경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 즉 독자가 책에 빠져 책을 못 떠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디자인만으로도 그 책을 사고 싶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만드는 사람부터 감동을 느끼고 사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일어나야 합니다. 첫째, 만드는 사람이 이 책을 통해 나와 우리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해야 합니다. 둘째, 독자들이 콘셉트를 느껴야 합니다. 독자들이 콘셉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계기)를 연결하는 것이 콘셉트 커뮤니케이션(Concept Communication)입니다. 핵심 타깃 독자에 맞는 유통 채널과 홍보와 광고 채널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콘셉트는 다른 제품들과 우위성과 차별성을 가질 때 힘을 발휘합니다. 우위성은 감동의 깊이를 말하고 차별성은 새로움을 말합니다. 뛰어난 제품은 기회의 발견(Insight)부터 콘셉트 개발(CD), 콘셉트 퍼포먼스(CP), 콘셉트 커뮤니케이션(CC)까지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콘셉트의 일관성이 강력함을 만드는 뿌리입니다.
스토리를 창조하려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저는 오랜전부터 신임 팀장을 멘토링 할 때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말로는 다 전수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엔 제가 먼저 성과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과를 내는 방법과 원리를 함께 학습합니다. 그리고 학습한 팀장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성과를 창조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팀원들에게 전수하게 합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는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게 터득하게 해야 합니다. 터득의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과를 내는 것을 스스로 창조하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성과를 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팀장은 성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팀장과 팀원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팀장은 성과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사람이며 성과를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팀원에게 전수하여 팀원이 성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팀장이 성과의 중심에 있어야 원팀이 되고 리더십이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팀장이 성과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팀원은 진심으로 따르지 않습니다. 팀의 성과가 부진하다면 기존 방식을 중단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팀에 자신감에 불어넣고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요?
저는 출판은 수익성과 의미성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좀 더 고민해야 합니다. 수익성은 트렌드 힘이 강할 때 생깁니다. 수익성을 기반으로 의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의미성도 낮고 수익성도 낮은 것은 절대 기획하면 안 됩니다. 의미성과 수익성이 낮으면 콘셉트를 재창조해서 전환하는 방식을 찾고 콘셉트의 완결성을 높여야 합니다. 콘셉트의 완결성을 높일 수 없다면 포기하거나 폐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산북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독자들과 연결할 것인가? 이 질문으로 이 글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산북스는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즐거움을 창조하고 나누는 사람들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대표 이미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깊이에 이르도록 계속 도약해 나가야 합니다. 그 도약을 스스로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며, 성과를 통해 성취감을 느껴야 합니다. 이런 성취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과 실천을 듬성듬성하게 해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매우 디테일하고 민첩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책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스토리의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이런 인식의 전환 속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우리 독자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습니다.우리의 관점과 실행이 이미 피어난 꽃송이보다 그 꽃송이를 피워 올린 뿌리를 먼저 생각하고, 그 뿌리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깊이에 도달하도록 계속해서 함께 분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