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을 근본적으로 통찰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1분기를 돌아보며 우리 회사의 핵심역량이 얼마나 허약한지 근본적으로 통찰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우리 회사의 비전은 “스스로 성과를 책임지는 자율성 조직을 튼튼하게 뿌리내리자!”입니다. 그러나 2024년 1분기 우리 회사의 성과와 실행 능력을 볼 때 자율성 조직으로 전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더 이상의 발전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직은 불황에 대응하는 능력에서도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본부 차원의 전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불황도 변화의 한 종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에 하던 방식으로 똑같이 일하면서 ‘왜 안 되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책 한 권을 기획, 편집, 마케팅, 홍보할 때 실전이 아닌 연습처럼 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거 하다 안 되면 말고, 저거 하다 안 되면 포기하는 식의 태도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런 태도 탓에 1~2월 나온 책들이 론칭에 거의 다 실패했습니다. 실패가 계속되면 지금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알지 못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성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자율성보다 누군가가 해결해 주거나 시간이 가면 해결되겠지 하는 의타심이 커져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1~3월에 출간된 책 중에도 좋은 책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팔리지 않았을까요? 그 이면에는 기존의 방식대로 책을 만들고 마케팅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와 생각이 무참히 깨진 현실이 바로 1분기였습니다. 1분기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1분기를 정확히 평가하고 2분기 대응 전략을 깊게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세 권 살 책을 두 권밖에 사지 않습니다
불황에는 독자들이 세 권 살 책을 두 권밖에 사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출이 20~30% 하락합니다. 소비자가 깐깐해지고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 구매를 줄이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듭니다. 소비자가 불황이나 호황에 상관없이 ‘꼭 사고 싶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콘셉트의 힘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불황일수록 콘셉트가 명확한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독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습니다. 불황일 때는 콘셉트부터 강화해야 하며 그것이 불황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입니다.
저는 2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없이 많은 호황과 불황을 겪었습니다. 호황일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콘셉트에 공을 들여 책을 만들었지만 불황일 때는 어김없이 시장에서 참패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가 변화된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고 호황일 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위기의식을 간절하게 느끼고, 콘셉트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하니 3개월 안에 불황을 극복할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셉트의 깊이를 새롭게 창조하고, 다시 시장을 리드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우리 조직만의 핵심역량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 때부터 우리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콘셉트가 가장 강한 조직입니다. 그 핵심역량으로 시장을 리드해 왔으며, 지속 성장을 견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콘셉트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콘셉트를 깊이 이해하는 핵심역량이 부재하고, 개발자 자신부터 납득하지 못하는 콘셉트로 책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책을 완성했다는 자기만족은 얻을지언정 시장 참패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자기 합리화도 한두 번이지 계속하다 보면 양화보다 악화가 구축되는 형국에 이릅니다. 즉 불황에도 사고 싶은 책을 만드는 콘셉트를 창조하는 태도와 의지(양화)는 사라지고, 불황이라는 악화를 모든 것의 원인으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게 됩니다. 우리 조직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자율성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다시 튼튼히 세워야 합니다.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는 조직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스토리의 힘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
콘셉트(Concept)는 스토리의 힘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도구입니다. 콘셉트(Concept)는 ‘아이디어(Idea)*베니핏(Benefit) 제곱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C=I*B²). 처음에 저는 콘셉트를 C=I+B로, 다음에는 C=I*B로, 그다음에는 C=I*B²으로 개념을 잡아갔는데 여기까지 도약하는 데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콘셉트(Concept)를 잘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만들기보다 변화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세계의 변화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몰입하여 발견하는 것이기에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는 크게 니즈(Needs)와 시즈(Seeds)로 분류합니다. 니즈는 대중이 필요로 하거나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니즈보다 더 근원적인 욕망이나 결핍을 원츠(Wants)라고 부릅니다. 시즈는 회사가 가진 개발 능력으로부터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who 시리즈, 홍 대리 시리즈, 다독다독 시리즈, 박경리 시리즈, 줄리언 반스 시리즈, 프레드릭 배크만 시리즈, 팀 보울러 시리즈, 그리고 어린이팀의 다양한 동화와 학습만화 시리즈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책을 비롯한 모든 문화(콘텐츠) 상품은 ‘콘셉트’에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콘셉트는 ‘사고 싶게 만드는 힘’입니다. 독자들은 콘셉트를 두 번 체험합니다. 먼저 책을 사기 전에 제목과 부제, 디자인과 카피, 저자와 목차 및 추천사로 체험합니다. ‘사고 싶게 만드는 힘’, 즉 콘셉트가 마음에 들면 독자는 책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두 번째 체험을 합니다. 책을 읽고 감동한 경우 독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며, 그 입소문이 스테디셀러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이 먼저 감동을 느끼고, 독자에게 사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만드는 사람(개발자)이 책을 통해 나와 우리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지 설계해야 하며 그 설계도를 확신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독자들이 콘셉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독자들이 콘셉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계기)를 연결하는 것이 콘셉트 커뮤니케이션(Concept Communication)의 핵심입니다. 핵심 타깃 독자에게 맞는 유통 채널과 홍보 및 광고 채널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콘셉트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 우위성과 차별성을 가질 때 힘을 발휘합니다. 우위성은 감동의 깊이를 말하고 차별성은 새로움을 말합니다. 뛰어난 제품은 기회의 발견(Insight)부터 콘셉트 개발(CD), 콘셉트 퍼포먼스(CP), 콘셉트 커뮤니케이션(CC)까지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합니다. 콘셉트의 일관성과 베니핏의 강력함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콘셉트의 일관성과 베니핏의 강력함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을 하이콘셉트 크리에이터(하이콘셉트 창조자)라고 합니다. 하이콘셉트 창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이콘셉트 창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회사는 하이콘셉트 창조자가 될 수 있는 모든 단계를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콘셉트 창조자가 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만약 여러분이 스토리의 힘을 창조하는 깊이의 단계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그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깊이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야 합니다. 하이콘셉트의 창조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아래 4단계를 열심히 터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에너지를 불안과 걱정에 쓰고 있다면, 그 길은 아주 멀리 있습니다. 관심과 이해 단계에서는 남의 것을 따라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합니다. 걱정과 불안, 그리고 관심과 이해의 단계를 지나 몰입과 탐구의 단계에 진입해야만 누구나 하이콘셉트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인사이트(Insight)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소멸하고 또다시 생성합니다. 소멸은 죽음이고 생성은 탄생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학도, 예술도, 상품도 변화 속에서 태어납니다. 외부적인 상황의 변화가 내 몸에 들어와 부딪혀서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는 것을 인사이트(Insight)라고 합니다. 인사이트가 모든 것의 뿌리이며 키(Key)입니다. 스스로 새로 발견한 기회가 인사이트입니다. 인사이트는 몰입과 탐구의 경지에 도달할 때 생깁니다. 나에게 울림을 주는 것을 딱 잡아내는 사람에게 통찰력이 있다고 합니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소비자의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면서 그 기회를 포착하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 2단계 콘셉트 개발(Concept Development)―기획
출판사에서 일하는 여러분은 모두 개발자입니다. 편집자와 마케터는 물론 경영관리본부 구성원도 다 같은 개발자입니다. 콘셉트를 제대로 잡으려면 가장 먼저 본인부터 그 콘셉트를 납득해야 합니다. 자신이 납득한 콘셉트는 구성원(개발자)을 납득시키고, 마지막으로 독자를 납득시킵니다. 그러나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콘셉트이거나, 본인이 납득하더라도 구성원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콘셉트는 실패한 책을 만듭니다. 그래서 모든 책의 콘셉트를 제대로 잡아야 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콘셉트라면 책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좋은 콘셉트를 벼리면 본인도, 구성원도, 독자도 납득합니다. 그래서 콘셉트시트를 작성할 때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야 합니다. 대충 작성한다면 대충 만든 책이 되어 시장에서 금세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콘셉트 개발은 독자가 책을 살 이유, 즉 ‘가치’를 창조하고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발자는 이 단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 3단계 콘셉트 퍼포먼스(Concept Performance)―편집
물성화 작업 단계입니다. 내용(콘텐츠) 편집, 표지 디자인 등이 이 단계에서 이뤄집니다. 콘셉트 퍼포먼스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소비자가 만족할 때 스터디셀러는 물론 베스트셀러가 탄생합니다. 독자는 제목과 부제, 카피, 디자인, 저자, 목차 등을 보고 책을 구매합니다.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론칭’에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독자는 중복되거나 새롭지 않은 것은 절대 구매하지 않습니다. 콘셉트 퍼포먼스 단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은 중복되거나 새롭지 않는 부분을 철저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콘셉트 퍼포먼스가 훌륭하면 소비자 만족을 가져오고 자연히 입소문을 타게 됩니다.
| 4단계 콘셉트 커뮤니케이션(Concept Communication)―마케팅
같은 책을 작게는 3~5배, 크게는 10~20배 팔 수 있는 능력이 이 단계에서 나옵니다. 피터 드러커는 조직에서 가치를 만드는 것은 혁신과 마케팅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비용입니다. 혁신은 가치를 창조하고 마케팅은 수익을 창조합니다. 그래서 자율성이 있는 조직은 혁신과 마케팅에 모두 협력해야 합니다. 혁신과 마케팅을 외면하는 조직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콘셉트 커뮤니케이션(마케팅)은 성과를 수확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위에서 말하는 네 단계를 모두 섭렵하면 누구에게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평이 열리고, 스스로 시대를 이끌어갈 큰 강물, 즉 대하(大河)가 될 수 있습니다.
1분기 내내 우왕좌왕했습니다
우리는 현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본부장은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하며 팀장을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해야 합니다. 자기 본부 관할에 있는 사업들 중 방치하거나 수수방관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옛날에 안됐다고 버린 것들을 다시 복원하고, 어떤 게 진짜 가치 있는 것인지 점검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찾아야 합니다.
올해를 분기점으로 우리 조직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판가름이 날 것입니다. 9개 본부의 각 본부장이 전략을 세울 수 있는지,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지, 성과를 책임질 수 있는지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이미 시스템은 다 갖춰져 있습니다. 이제 구성원들이 자신의 성과목표를 진짜로 원하고 있는지, 성장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은 1분기 내내 우왕좌왕했습니다. 2분기에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도록 본부장과 팀장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대표가 나서서 전략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자율성 조직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세상을 뒤엎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불황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제품 개발과 함께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3만 부 판매를 달성하겠다”라는 태도와 각오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걱정만 하고, 기존의 프로세스를 따라 문제없이 책을 출간하는 데에 만족하는 것은 책임 회피입니다.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태도와 각오가 있으면 그 속에서 도출되는 게 전략과 실행입니다.
책임 회피는 도전자 정신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앞서가는 브랜드를 잡으려면 도전자는 상대를 압도할 태도와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선도자들은 물론 이 세상까지 뒤엎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좋은 책을, 베스트셀러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좋은 책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세상을 주목하게 만들고, 둘째, 스스로 모멘텀을 만듭니다. 셋째, 대중문화 지형의 일부를 바꿉니다. 넷째, 독자들과 깊게 공명합니다. 다섯째, 다른 브랜드에 영향을 줍니다. 도전자 정신을 상실하면 콘셉트가 약해지고 마케팅 전략을 잃게 됩니다. 그때 원점으로 돌아가 도전자 정신을 회복하면 콘셉트 도약의 길이 보이고, 독자를 설득할 마케팅 전략과 플랜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불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솟아오르게 됩니다. 그때야말로 우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말한 “호황도 좋지만 불황이 더 좋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