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년 한 해 동안 ‘자율성과 자발성’의 근원에 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을 ‘자율성’이라 합니다. ‘자발성’은 책임의 세계인 자율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삶을 실천하는 세계를 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책임지는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2023년 여러 어려움에도 조직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율성이라는 개념이 우리 안에 조금씩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의 과제는 자발성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자발성은 진심과 성의, 이타와 협력의 세계, 창업자의 세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실로 원해야 하며 올바르게 실천해야 자발성의 세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자발성의 토대가 되는 자율성을 조직에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율성은 관심과 몰입에서 시작됩니다. 관심과 몰입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유연성’과 ‘절제력’을 길러야 합니다. 유연성과 절제력이 무너지면 자율성도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유연성과 절제력을 갖출 때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진심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가 다 함께 유연성과 절제력을 기른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성과를 달성하는 문화를 창조할 것인가?
우리 회사는 외부에서 보면 성과만 중시하는 회사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일면 그런 부분도 있지만 본질은 전혀 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순히 목표 달성이 아니라 자율성을 갖기 위해 성과를 올리는 습관을 터득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성과란 ‘원하는 결과물(책임)을 달성한 상태’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즈니스의 본질이며 핵심인 ‘성과’를 이루는 과정을 3단계로 분류했습니다. 1단계는 기본적인 산출(매출)이고, 2단계는 가치 창출과 창출된 가치의 재반복(시스템 창조)이며, 3단계는 인재 육성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팀장들은 이 개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과를 달성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 성과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류랑도 저자의 책과 강의를 통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1. 성과에 대한 자발적 합의
2. 성과를 달성하는 인과적 실행 관리
3. 진짜 일하는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우리 조직에 맞게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조직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원하는 조직이기에 일반 기업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분명 한계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류랑도 저자의 세 가지 요소는 우리 회사가 공유하는 성과의 3단계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자발적 합의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우리는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자발적 합의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산북스의 성장 속도에 발맞춰 각 본부와 팀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목표 설정 원칙을 정했습니다. 우리 조직은 팀을 기본 단위로 해서 목표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해 기준 목표를 달성할 경우, 그해 달성한 매출 목표가 아니라 기준 목표의 10%를 더한 목표를 그다음 해 목표로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의 올해 기준 목표가 20억 원인데 목표를 초과해서 30억 원을 달성했으면 그다음 해의 목표는 33억 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22억 원(기준 목표에서 10% 증감)이 되는 것입니다. 대체로 이 기준에는 대표와 본부장, 팀장이 동의하여 자발적 합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부장, 팀장과 각 팀원의 성과 목표에 대한 자발적 합의는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 부분을 올해부터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우리 조직은 전체적으로 큰 성과 목표에 대한 자발적 합의를 이루고 있지만 이런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행 전략 과제는 제시하거나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2024년 조직 비전(성과 목표)을 달성하기 위해 네 가지 측면, 즉 재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측면에서 선행 전략 과제의 도출과 합의가 미미한 상태입니다. 또한 본부의 정량적 성과 목표가 없는 스태프 조직인 미디어홍보본부, 경영관리본부의 성과 목표 제시와 그 목표에 대한 자발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성과를 달성하는 인과적 실행 관리는 무엇인가?
인과적 실행 관리를 ‘캐스케이딩(Cascading)’이라고 부릅니다. ‘cascade’는 폭포처럼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뜻하며 각 구성원의 크고 작은 목표들이 일맥상통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성과 목표를 연도별, 반기별, 분기별, 월별, 주별, 일별로 펼쳐놓고 그 흐름이 인과적으로 성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다산북스는 캐스케이딩을 잘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나 인과적 실행 관리 측면에서 보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 조직을 이해하기 쉽게 야구 구단에 비유하자면 대표는 구단주, 본부장은 감독, 팀장은 선수 겸 코치입니다. 결국 뛰는 선수는 팀원들입니다(우리 회사는 팀이 작아 팀장도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과적 실행 관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선수, 팀원이지요.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대표, 본부장, 팀장까지는 캐스케이딩을 잘 실행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선수인 팀원의 캐스케이딩 능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각 팀원의 연도별, 반기별, 분기별, 월별, 주별, 일별 성과 목표가 뚜렷이 제시되지 못하며 그 흐름을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이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캐스케이딩의 개념과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팀원의 리더십과 업무 스킬의 향상을 통해 성과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 팀원의 일에 간섭하거나 목표 달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일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위임할 것인가?
우리 회사에서 진짜 일하는 사람은 팀장과 팀원입니다. 대표, 부사장, 본부장 9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70여 명의 팀장과 팀원이 진짜 일하는 주역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올해부터는 성과의 본질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성과를 달성하는 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일하는 사람인 팀장과 팀원에게 많은 책임과 권리가 위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성과 관리에 매우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리더 그룹이 성과 목표 달성의 노하우를 팀장과 팀원에게 꾸준히 전수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해야 합니다.
본부장은 사업을 완결성 있게 책임지는 직책입니다. 본부장은 팀장을 코칭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은 독서경영과 R&D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세세한 코칭과 멘토링을 통해 팀장과 팀원이 자기 역할을 알고 책임짐으로써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작은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먼저 우리 회사의 가장 기초 단위이며 주역인 팀원들에게까지 ‘자율성’을 뿌리내리기 위해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언어부터 바꾸어보겠습니다. ‘업무일지’를 ‘성과일지’로, ‘월간회의’를 ‘월간 성과 회의’로 고침으로써 차근차근 개념의 변화를 실천하겠습니다. 우리 회사 소통의 기본 양식인 ‘성과일지’를 캐스케이딩이 가능한 형태로 도입하고자 합니다. 우리 회사 단행본 본부의 핵심 의사결정 회의 중 하나인 콘셉트회의의 50% 이상은 본부별, 팀별로 진행해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50%는 대표가 참석해서 함께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언어의 변화, 성과일지의 도입, 콘셉트회의 변경 등 작은 실천과 변화를 통해 진짜 일하는 주체들에게 책임과 권리가 위임될 때 스스로 일을 즐기고 책임질 수 있는 더 높은 단계의 자율성을 우리 조직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