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저희 회사의 목표는 “브랜드 철학을 정립하고 실천하는 회사가 되자!”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팀이 가진 기초 자산 도서 목록을 만들어 정리하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고 실천했습니다. 이 기초 자산 도서 목록을 통해 팀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히스토리를 분석하여, 지금 어떤 영역에 있고,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디로 나아갈지 방향 설정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이것은 사업 이전에 팀의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한 전제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면하는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들은 우리의 브랜드 철학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민첩하게 해결하는 능력
작년과 비교해 올해를 시작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자사 데이터는 세 가지입니다. 팀별 기초 자산 도서 목록, 팀별 업무 매뉴얼 및 로드맵, 팀별 사업계획서입니다. 매년 팀별 사업계획서를 세워왔고, 팀별 기초 자산 도서 목록과 팀별 업무 매뉴얼 및 로드맵은 올해 들어 좀 더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이 세 가지 자료는 본부와 팀을 이끄는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이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제공되는 자료는 도서별 손익 보고서, 경영 실적 보고서, KPI 평가서, 회계 결산 보고서입니다. 이 네 가지 자료는 회사 차원에서 빅데이터와 그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회사의 경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니 여러분도 관심을 가지고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회사에서 대표와 경영진은 항상 데이터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전략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저희 회사가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취한 전략적인 조치를 살펴보면 다산 북살롱, 1인 브랜드, 큰소리 영어 학원 사업, 전집 추가 개발, 에픽 문예지(10호까지 시즌 종료)를 정리하거나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들이 있습니다. 최소 2년 이상 오랫동안 투자한 사업들이지만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적자를 양산하고 있어 전략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큰글자 도서와 오디오 사업은 전략적인 조치와 실행을 통해 수익모델을 개선한 좋은 사례입니다. 큰글자 도서 사업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재고 부담이 없는 신간 발행부수와 도서 회전율’입니다. 도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도서관 영업을 해왔지만 과도한 재고 부담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초판 50부를 찍고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나서부터 큰글자 사업이 수익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오디오 사업은 선점 전략으로 시장에 필요한 질 높은 오디오 콘텐츠를 발행함으로써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전집 사업과 에픽 문예지 사업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둘 다 초기 개발비 부담이 큰데 수익은 너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거기에 드는 개발비용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어 전략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개발비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해법입니다. 전집 개발을 중지하고 제품을 아웃소싱하여 유통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단행본 소전집을 개발하여 유아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대신 WHO 시리즈는 전집 시장 유통 독점 계약을 정리하고 서점과 공구를 통해 판매해 수익을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문예지 에픽의 경우, 한 권당 발행 시 손해비용이 5천만 원이 넘습니다. 10호까지 발행한다면 5억 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는 좋았으나 판매가 매우 부진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도전과 노력도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가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좀 더 냉철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강구해야 합니다. 에픽은 올해 연말까지 10호를 발행하고,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진심으로 바라보면 전환할 수 있는 방향이 보이고 가슴 아프지만 무엇을 선택하고 결단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연장하거나 방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책임 방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각 사업본부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후 저희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어린이사업본부는 사업 확대를 진행하여 조직 체계를 정비했으며, 어린이 단행본 시장에서 주요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는 웹툰 분야를 강화해 글로벌 사업 역량을 키울 계획이며, 보유하고 있는 아이피를 활용해 메타버스, NFT 영역에 진입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사업본부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영역에서 올해 100억 매출을 목표로 콘텐츠 개발과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내부 임프린트(4개)는 계속 실험 중입니다. 아직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어 올해부터 더 적극적으로 모회사가 가진 시스템의 장점을 수용하고 혁신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업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현재 저희 회사에서 단행본과 어린이책이 차지하고 있는 매출 비중은 75% 정도입니다. 나머지 영역이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3년 안에 종이책 매출 비중을 50% 수준으로 낮추어가야 합니다. 종이책 사업 영역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새로운 감각과 마인드를 가진 출판사들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물류비 · 제작비 · 인건비의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 있는 책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마케팅 비용은 그 효과에 비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신간으로 수익 내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덩치가 아니라 민첩성입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신간을 의무적으로 내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신중히 그리고 정확하게 기획해서 출판하려는 스스로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입니다. 올해 브랜드 철학 정립의 핵심은 콘텐츠개발팀의 팀별 목표 달성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브랜드 색깔을 갖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벌이고 있는 사업의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말씀드렸지만 데이터를 보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민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여러 자료가 있겠지만 여러분이 진행하는 사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사업계획서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활용하면 적응력과 실행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수용하면 사업계획서의 라인업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빠른 실행력을 발휘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그것이 민첩성과 적응력입니다. 지금 자기 팀이 의도한 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라인업을 더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라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들이 이야기하는 문제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여 해결 방향을 찾으려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
앞서 언급한 기초 자산 도서 목록, 사업계획서, 업무 매뉴얼 및 로드맵에는 팀의 고민과 문제가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상황과 고민을 솔직하게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팀의 철학입니다.
다산북스 블로그는 이런 당면한 고민을 가장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고민하며 일하는지, 그리고 책을 만들고 마케팅하며 뭘 느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진실하게 털어놓을 때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다른 출판사 저자, 독자, 편집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입니다. 이것이 당장의 홍보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서평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방식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해당 분야의 책을 제대로 읽고 진심으로 서평을 쓴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 소수에게 보내드리고 그분들에게 책의 요약이 아닌, 진실한 서평을 요청해야 합니다. 단순한 책의 요약보다는 진심 어린 비판이 저희에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독자들도 저희가 먼저 진심을 보일 때 서로 소통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콘텐츠개발본부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제가 18년 동안 이어온 컨셉회의에 당분간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표가 빠진 자리에서 더 치열하게 생각들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컨셉회의는 다산북스의 핵심 중에 핵심 업무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인 만큼 여러분에게 주어진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해서 컨셉회의가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치열하게 나눌 수 있는 현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콘텐츠개발본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각 팀장과 팀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각 팀마다 돌아가며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그 이후에 지금 만들고 있는 책에 대해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고민과 방향을 들을 예정입니다.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책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심화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이 지점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일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민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이끄는 현장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모두 함께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자기 독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눈썰미와 수용 능력
사업의 성공에 가장 필요한 건 유능한 인재입니다. 유능한 인재를 찾으려면 나부터 유능해져야 합니다. 모든 건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몇 년 동안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온통 정신이 집중되어 있어 건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계속 늘어났고 그때마다 사무실을 옮기는 것에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직원들의 불만에 관심을 갖고 해소하기 위해 사옥을 마련하기로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20~30억 원이 필요했고, 돈을 마련하려면 100만 부 베스트셀러를 출판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다가온 아이템이 《덕혜옹주》입니다. 결국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지만 100만 부를 달성했습니다. 이때 합정 사옥을 마련했고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만약 직원들의 불만을 잘 듣지 않았다면 사옥 마련보다는 더 많은 책을 내는 데 속도를 내려고 저 자신을 다그쳤을 것입니다. 《덕혜옹주》도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 수용 능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유능한 인재란 기회를 준비하고 그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관심과 눈썰미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 기회는 관심(민감성)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끈질기게 시장을 파악하고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기회의 카이로스가 옵니다. ‘저 편집자는, 저 출판사는 어떻게 일하고 있지’ 하며 계속 관심을 두고 배우고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설정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합니다. 그게 실패의 원인입니다. 민첩하고 유연하게, 동료들 그리고 출판사들의 행보를 눈썰미 있게 관찰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수용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스토리를 창조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능력
다산북스의 비전과 철학은 지금껏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The Joy of Story―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눈다.”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다산북스는 뭐 하는 회사예요?”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사명감이겠죠. 최근 한 달 동안 “The Joy of Story―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눈다.”라는 슬로건을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한마디로 정리하는 데 궁리했습니다. “다산북스는 스토리의 즐거움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콘텐츠를 출판하여 저자, 독자, 직원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라고 정리하니 좀 더 명확해져서 좋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 “다산북스는 뭐 하는 회사예요?”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하시기 바랍니다.
다산북스는 스토리의 즐거움으로 우리 시대 최고 베스트셀러 콘텐츠를 출판하여
저자, 독자, 직원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스토리를 창조하고 직원의 자아실현을 돕기 위해선 팀이 협력하여 책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팀은 책을 협력하여 만드는데 대부분의 팀은 각자 자기 수준으로 책을 만들고 협력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며,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전략도서라는 건 처음 원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협력을 통해 발전되고, 그 결과 팀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고 원고가 나왔을 때 탄생합니다. 이 과정이 생략된 팀에는 전략도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이것이 전략도서임을 모두가 인지하면 팀은 그 방향에 따라 움직입니다. 하나의 원고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 근육으로 느낄 때, 그 스토리의 창조 과정을 통해 팀원 전체가 자신감을 얻을 때 팀도 개인도 성장합니다.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봄의 기운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3월은 1분기를 마무리할 시기입니다. 모두들 너무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도 젊은 시절, 마음이 너무 조급해질 때에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를 했습니다. 꾸준히 3년 이상 한 것 같습니다.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이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지혜를 찾겠다는 것은 수용하겠다는 의지이고, 수용하겠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체의식과 도전의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없으면 프로세스만 존재하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문제와 하나하나 마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용하려는 의지를 갖고 문제와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서 매일 조금씩 해결해간다면 누구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어려움에 봉착했다면, 동료들과 솔직하게 소통해서 해결점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안 되면 저를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막걸리라도 한잔하면서 활짝 피어오르는 봄의 기운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