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이’는 어떻게 스토리의 힘을 창조하는가?
우리의 ‘안목’과 ‘감각’이 깊어지지 않는 한 스토리의 힘을 창조할 수 없습니다. 깊어진다는 것은 먼저 자기 세계와 자신의 업(출판)을 정말 사랑하는 일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고 향유하는 능력이 깊어져야 합니다. 스토리를 창조하는 사람으로서 먼저 즐거움을 느끼고 그 감동을 솔직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책의 경우 3000권 이상을 읽고 실천하면 안목과 감각이 생깁니다. 저는 ‘깊이’는 탁월한 ‘안목’과 ‘감각’이라고 정의합니다. 어떻게 하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탁월한 ‘안목’과 ‘감각’을 갖출 수 있을까요?
우리 회사에서는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청소경영’, ‘독서경영’, ‘R&D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공간을 사랑하지 않고 주체로 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 청소 아주머니가 깨끗이 청소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전체 직원이 매일 아침 9시에 자신의 공간을 10분간 청소합니다. ‘하루 10분 청소경영’은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회사만의 루틴이고 스트레칭이며 서로에 대한 친절한 인사입니다.
다산북스는 10년 이상 진행해 온 ‘독서경영’을 통해 직원들 중에 ‘스토리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창조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산북스는 스토리의 창조 방식을 ‘어려운 것은 보다 쉽게’, ‘쉬운 것은 보다 깊게’, ‘깊은 것은 보다 재미있게’로 정의하며 이 방식으로 ‘스토리의 즐거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을 지향합니다. 여기까지 다산북스 직원들은 공통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통의 생각을 공유하는 단계까지 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창조’의 주체가 되어 실행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창조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솔직한 대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토리를 창조하는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스토리의 힘을 창조하는 깊이의 단계들
[걱정과 불안]→[관심과 이해]→[몰입]→[탐구]→[깨달음]
걱정과 불안
저는 위에서 제시한 ‘걱정과 불안’에서 ‘깨달음’까지를 ‘깊이에 이르는 5단계’로 부릅니다. 지금도 저는 신임 팀장과 함께 1년 동안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임 팀장이 되면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집니다. 걱정이 많아지면 뇌의 에너지가 대부분 걱정에 소비되기 때문에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원인이 됩니다. 1단계 목표는 이런 팀장들의 불안과 걱정을 진정시키는 것입니다. 불안과 걱정이 있으면 그 불안과 걱정을 솔직히 꺼내놓고(수용) 이야기를 나누거나(대화) 해결책을 모색하면 됩니다. 그러나 신임 팀장들에게는 아직 그럴 만한 용기와 신뢰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먼저 스스로를 신뢰하며 용기를 갖도록 유도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팀장들과 매달 식사도 하고 종종 회식도 함께하면서 ‘망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불안해하고 걱정할 시간에 그 불안과 걱정의 실체를 내놓고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6개월 정도 지나면 불안과 걱정은 점차 줄어듭니다. 팀장들이 자신의 목표에 조금씩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걱정과 불안 단계는 생산성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계입니다.
관심과 이해
이 단계는 팀장이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일하기보다는 성실히 일하는 단계입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성과를 낼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기도 하고 유심히 관찰합니다. 관찰은 흥미를 유발합니다. 성과를 내는 팀장의 지위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큰 성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관찰하고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이지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열심히(성실) 일하는데 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질문하고 있다면 ‘관심과 이해’ 단계에 자신이나 팀이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관심과 이해’ 단계는 자신이 생각을 20% 정도 실천하는 단계입니다.

몰입
몰입은 최초로 주체의식이 생기는 단계입니다. 주체의식이란 내가 최초로 그 문제와 하나가 되는 경험입니다. 책과 하나가 되는 것, 마케팅과 하나가 되는 것, 실행과 하나가 되는 것. 여기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몰입의 상태에 들어서면 그 일과 내가 하나가 되기 때문에 그 일에 관여도가 높아집니다. 관여도가 높아져 그것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것(Flow)을 몰입이라고 합니다. 몰입하게 되면 지금 하는 일의 주체가 되고 그 사람의 에너지가 거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과 원리를 스스로 찾게 됩니다. 이렇게 생겨난 암묵지의 지식을 노하우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에서는 3번 정도 관점을 도약시키면 매우 완성도 있는 콘셉트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는 전체적으로 관심과 이해의 단계에서 몰입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50% 정도 실천하는 단계입니다.
탐구
탐구는 새로운 원리를 찾기 위해 전략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들은 탐구의 결과물입니다. 몰입 단계에서는 노하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 노하우가 보다 체계화되면서 근원적인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 탐구 단계이며, 저마다 분야가 다르기는 하나 탐구 단계가 되면 업계의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탐구는 몰입을 넘어 자기희생을 담보로 합니다. 자기희생 없이 위대한 탐구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넘어 인류를 위해 진실로 찾고자 하는 새로운 방법이나 원리,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해체되어 창조하고자 하는 원리와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몰입에서 탐구의 단계로 나아가면 탁월한 ‘안목’과 ‘감각’을 갖춘 콘셉트가 높은 수준으로 완성된 책(콘텐츠)이 나오고 이런 책(콘텐츠)이 시대를 이끌고 갑니다. 이 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80% 정도 실천하는 단계입니다.
깨달음
탁월한 ‘안목’과 ‘감각’을 완전히 깨달아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최적화해서 전수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 책을 만든다는 것은 매번 새롭고 독창적인 창조를 하는 단계이며 거기서 얻은 원리나 경험을 아무 조건 없이 세상과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행위입니다. 가장 높은 신앙의 단계이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100% 실천할 수 있습니다.

R&D의 날을 활용해서 ‘깊이’를 터득하자
우리 회사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를 R&D의 날로 지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R&D의 날을 만든 이유는 일만 할 것이 아니라 연구 역량(탐구)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R&D의 날을 잘 활용하는 본부나 팀은 새로운 성과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탄탄히 다질 수 있습니다.
우선 한 달간 운영하는 4주 R&D의 날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1주에는 본부장이 1년 10주(8월, 12월 제외)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본부 전체를 심층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2주에는 자신의 카테고리에 새로 진입한 베스트셀러를 함께 읽고 성공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서 책을 만드는 데 적용해야 합니다.
3주에는 현장학습을 실시합니다. 이때 현장학습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현장학습은 시장을 깊게 이해하고 조사하기 위해서 가는 것입니다. 현장학습이 의미를 가지려면 매달, 같은 시간, 같은 서점(매대가 많은 큰 서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서점 매대에 놓여 있는 책을 눈(안목)과 몸(느낌)으로 느끼며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우선 베스트셀러 매대, 신간 매대, 스테디셀러 매대를 순례하면서 어떤 신간이 베스트셀러 매대나 스테디셀러 매대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매대와 스테디셀러 매대, 신간 매대를 돌며 그 책들의 제목, 디자인, 카피, 가격, 저자, 목차를 눈으로 모두 익혀야 합니다. 자신의 카테고리 1개 매대에 책들이 100권 정도 있다면, 10개 매대라면 1000권이 존재합니다. 그 1000권을 눈으로 읽히고 손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50% 정도는 내용을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실천하면 자신의 카테고리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감각을 갖추게 됩니다. 저는 현장학습을 ‘서점순례’라고 이야기합니다. 온라인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출간된 책을 직접 서점에 찾아가 놓여 있는 책을 만지고 느껴야 합니다.
4주에는 본부나 팀에서 콘셉트회의 시간에 해결되지 않는 주요 전략 도서와 중요 도서에 대한 ‘심층회의’를 통해 깊게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때 원고를 반드시 ‘같이’ 읽고 ‘같이’ 논의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몰입’에서 ‘탐구’의 단계로 나아가야 길이 보입니다
저는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스토리를 창조하는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몰입’에서 ‘탐구’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회사는 평균적으로 ‘관심과 이해’에서 ‘몰입’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몇몇 팀들이 ‘몰입’에서 ‘탐구’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몰입’에서 ‘탐구’로 나아가고 있는 팀들의 공통점은 기본이 튼튼하다는 것입니다. 즉 ‘청소경영’, ‘독서경영’, ‘R&D경영’을 내실 있게 실천합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청소경영’, ‘독서경영’, ‘R&D경영’을 보다 체계화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한다면 우리 회사 구성원들과 모든 팀들이 ‘몰입’에서 ‘탐구’의 단계로, ‘탐구’에서 ‘깨달음’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스스로 스토리를 창조하는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