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다산북스 콘텐츠개발 1팀장입니다. 2년 전 '신사팀장'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콘텐츠개발 1팀이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는 다산북스 15년의 역사와 대표님의 출판 노하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다산북스가 그려나갈 출판의 미래와 출판 시장을 이끌어나갈 다산북스 인재들이 유념해야 하는 점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다산북스 식구들은 물론 출판업 종사자, 그 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과 다산북스 도서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의미 있는 내용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Q. 이제 마지막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궁금한 점 하나씩 질문드리고 이번 출판대담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팀장으로서 늘 이 질문을 떠올리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이상적인 팀장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된다고 보시나요?
우리 다산북스는 팀장에게 먼저 3년의 기회를 줍니다. 3년 해보면 어느 정도 자질에 대한 판단이 서거든요. 개인적으로는 4~5년 정도 됐을 때 꽃을 피운다고 봅니다. 5년 정도가 팀장하기에 적당한 기간인 것 같아요. 그 정도 해서 성과를 지속적으로 냈다면, 이 사람은 자기 업계에서 본질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객관적 의견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10년, 20년 편집자 생활을 해도 성과 만드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지식으로만 알기 때문이지요. 지식으로만 알면 나이들수록 비평만 하게 됩니다. 그냥 지식으로 아는 걸 진짜 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어야만 진짜 내 것이 됩니다. 편한 길로만 가서는 진짜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없어요.

진짜 내 것을 가진 사람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갖춘 사람입니다. 지혜란 지식을 각기 다른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다만 자기 생각만 주장하는 사람은 지혜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자기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수용하고 잘 조합해 문제를 푸는 게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늘 팀장들에게 말하지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으라고요. 그런데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컨트롤하기에 편한 사람만 뽑습니다. 그래선 서로가 성장할 수 없어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수많은 경우의 수를 통해서 내공을 쌓아야 대처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팀이 흔들리지 않아요.
Q. 저는 올해 8월이 되면 일을 시작한 지 딱 3년이 됩니다. 아직은 많이 미숙한데요. 저처럼 이제 막 초보에서 벗어나 기본 단계로 올라가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으실까요?
어떤 사람의 그릇의 크기는 ‘꿈의 크기’가 결정합니다. 원대한 꿈을 갖고 있어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저는 마케터로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케팅 최고의 대가가 필립 코틀러였는데요. 필립 코틀러의 『미래형 마케팅』이라는 책 맨 앞에 ‘세계 최고의 마케터를 꿈꾼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제가 그 책을 열 번도 더 읽고 직원들에게도 꼭 읽으라고 이야기했어요. 하도 많이 읽으니까 그 책 뒤에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말하고 다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늘 우리 직원들에게 말하는 게 있지요. “우리는 단행본 업계 최고 브랜드가 될 것이다”라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 또 시스템을 만들면서 계속 현실화하고 있으니까요. ‘Who?’ 시리즈를 만든 것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우리 콘텐츠를 세계화할 것이라는 꿈을 안고 ‘Who?’ 시리즈를 만들었어요.『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국내 사상 최고의 선인세를 받고 일본에 수출을 했지요. 이런 일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단행본 업계 최고 브랜드가가 되지 못하라는 법이 있나요? 계속 생각하고 지향하고 준비하는데, 왜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원대한 꿈을 준비할 때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시행착오를 빠르게 겪겠다는 굳은 자세 말입니다. 빠르게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남들보다 빠르게 시행착오를 겪으세요.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곳이 내 학습의 현장임을 빨리 깨우치세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공부할 대상입니다. 우리는 모든 데이터를 다 공개하는데 왜 공부하지 못하나요?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요. 내가 나중에 이 업계를 이끌어가겠다는 꿈이 있으면, 내가 서 있는 현장에 대해 빠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늘 의문(질문)을 갖습니다. ‘저 사람은 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제가 계속 가졌던 의문도 이것입니다. ‘다른 출판사는 다 하는데 왜 안 될까?’ 의문은 구체적인 세계에서만 나옵니다. 무언가를 풀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할 때 의문이 생깁니다. 의문이 없다는 건 구체적이지 않고 형식적으로 일을 한다는 반증입니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할 뿐인 거예요. 물론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생존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왜 존재하는지, 그 가치를 찾는 것입니다. 세계와 한번 맞부딪쳐보세요. 내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어보세요. ‘나는 왜 태어났을까?’, ‘왜 죽어야 할까?’ 하는 인생의 큰 질문부터, 작게는 출판에서의 질문들, 이를테면 ‘어떻게 컨셉을 잡아야 독자와 소통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누구와 연결시켜야 할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보세요. 내 문제는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고, 그것을 해결할 때 노하우가 쌓입니다. 자기가 경험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나요? 질문의 깊이가 그 사람을 결정합니다. 팀 안에서, 또 스스로 계속 질문해보며 자신의 질문의 깊이를 더 깊게 만들어보세요.

Q. 저는 사실 질투와 열등의식이 좀 많은 편인데요. 좋게 말하면 그런 거들을 긍정적인 자기 개발의 원료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업무일지를 통해 서로의 성과나 일에 대해 다 공유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감정이 발생할 접점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대표님께서는 편집자가 갖는 질투나 열등의식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살아 있음을 경험하고 느끼면 자연히 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 책은 메인에 가지 못할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 거예요. 내가 진짜 세계에 발을 들이겠다고 마음먹지 않은 사람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콤플렉스는 일종의 에너지라고 봅니다. 다만 이 에너지를 잘 뒤집어 사용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내 안의 감정들이 맞부딪치면서 지혜가 생기고 길이 열리는 거예요.

콤플렉스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왜 우리 책은 메인에 가지 못할까?’라는 생각 속에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이것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면 투덜거림이나 열등감이 됩니다. ‘왜 내 책만 제대로 안 해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자기 문제를 객관화해야 합니다.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른의 세계에는 객관성이 있어야 하지요. 콤플렉스를 놓지 못하는 건 욕심 때문입니다. 욕심은 꿈과는 다르지요. 욕심은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마음이고, 꿈은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것이니까요. 욕심을 내려놓을 때 자유로워집니다. 그래야만 조급함을 버릴 수 있어요. 조급하면 상황에 이끌려 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또 남 탓, 조건 탓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 콤플렉스가 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콤플렉스라는 에너지로 문제의 본질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남과 비교해선 안 됩니다. 비교는 곧 자기 책망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릇이 커져야 합니다. 좌충우돌을 하든 시행착오를 겪든 자기가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문제를 풀 때 진정으로 자신이 문제의 주인이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문제를 풀어서 해결한 다음, 그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때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존경심이 생겨나는 거니까요. 물론 콤플렉스를 좋은 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어렵고, 남에게 공을 돌리는 일도 무척 어렵습니다. 두 가지 모두 자기수양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저는 여러분 모두 자기 수양과 시행착오를 통해 차차 출판계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선식 대표의 출판의 미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