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지난 8월부터 다산북스를 이끌어갈 팀장들과 함께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대담에서 팀장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두 번째 대담에서는 팀장에게 어떤 절실함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세 번째 대담에서는 기업과 조직은 어떤 경로를 통해 발전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대담에서는 어떻게 자신의 무대를 창조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창업자의 발심에서 시작됩니다
팀장이라면 이미 자기의 무대가 주어졌다고 생각해야 되는데 ‘나는 월급 받고 일하는 존재야’라고 한정지으면 더 넓은 세계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 속에 갇히기 때문에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팀장들은 리더로서 발심이 필요합니다. 발심(發心), 마음을 내는 것. 마음을 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마음을 내지 않으면 세상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 발심이 진실한 마음이면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은 여러분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스타트 업(start up)의 이야기입니다. 스타트 업은 창업자의 발심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팀장들도 자기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고 어떤 태도로 발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현실 인식은 필수입니다. 현실을 자기 맘대로 보면 안 됩니다. 제가 “자네 팀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고 절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큰 성과를 냈습니다. 근데 물어봐도 로드맵이 없거나 절실하지도 않다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기업 성장의 세 번째 단계는 스코프 업(scope-up)입니다. 다각화 하는 능력입니다.
다각화는 기존에 있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또 기존에 있는 팀의 협력을 받아서 일하는 것이죠. 스코프 업을 할 때는 핵심 역량 강화를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차세대 리더를 선발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가 스케일 업의 단계에 도달했을 때는 팀장이 차세대 리더 인가를 보려면 새로운 사업을 맡겨 보면 됩니다. 새로운 사업을 해내는가를 보는 거예요. 못하면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결국 우물 안에서 큰 거죠. 기존의 사업 테두리 안에서 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차세대 리더를 선발할 때 기업에서 망해가는 사업을 맡겨보기도 합니다. 그걸 살려내면 차세대 리더입니다. 스코프 업(scope up) 단계에 다다르면 다각화하는 것까지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다산북스는 아직 스코프 업까지는 못 가고 있고 스케일 업(scale up) 하고 있죠. 우리 단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처한 조건과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기업성장 마지막 단계는 스테이터스 업(status-up)입니다. 확고한 지위를 갖는다는 뜻인데 ‘업의 창조. 세상을 바꿀 기술, 유니크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최초로 창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스마트폰 앱스토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테슬라 전기차, 구글의 안드로이드 같은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이게 부족합니다. 우리나라는 스코프 업, 즉 키우고 다각화하는 데 대가죠. 우리나라도 K-한류열풍이나 여러 가지 영역에서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현재 스타트 업을 지나 스케일 업에서 스코프 업으로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스코프 업을 지나 스테이터스 업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도전적인 목표와 창조적인 정신이 요구됩니다.

이번 대담에서는 주로 팀장들이 현재 처해 있는 스타트 업과 스케일 업에 대해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스코프 업과 스테이터스 업에 단계에 이르는 경험을 축척한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때도 곧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1단계 스타트 업을 시작한 팀장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질문을 통해 나누었으면 합니다.
Q : “성과가 나지 않을 때는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해보는 일도 필요한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괴로움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부족한 걸 인정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대표님 : 제가 처음 일한 출판사는 선배가 창업한 회사였습니다. 세 명이 함께 일했습니다. 사무실과 창고를 함께 쓰고 있었고, 선배가 출판사 대표, 마케팅 초짜 팀장이었던 저, 그리고 편집 초짜였던 직원이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내면서 저는 서점들과 거래를 뚫으러 다녔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도 받고, 제가 직접 부딪치기도 하면서 서점 70개~80개들과 거래를 만들었습니다. 새 책이 나오면 또 서점과의 거래를 뚫으러 다녔습니다. 당시의 저는 뭘 잘 몰랐으니까 서점 하나 뚫는 것도 정말 어렵게 느껴졌어요. 저더러 다음에 오라고 하면 정말 또 찾아가면서, 구두 밑창이 다 닳을 정도로 서점엘 다녔습니다. 거절당할 때마다 길거리에서 속상함과 서글픔으로 눈물 흘린 적도 많았습니다. 매일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서점을 돌아다녔는데 첫 책, 두 번째, 세 번째 책의 판매가 좋지 않았습니다. 책이 너무 안 나가니까 서점에서 제 돈으로 산 것도 많았고요. 가족들한테 사라고 한 것도 많고요. 그런데도 다시 서점에 가보면 책이 매대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출판사 사장님도 매출이 나오지 않으니 여유 자금이 다 떨어져 영업비도 안 주고, 저는 제 돈을 들여가면서 영업을 다녔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나중에 지나고 보니 그 고통의 시간들이 ‘왜 책이 안 나갈까’를 근본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우리 책이 나가지 않을까. 왜 우리 책은 실패할까. 우리 책이 매대에 놓였을 때 왜 부끄럽게 보일까. 저는 책이 완성되었을 때 당당하게 보여야 하고 가치 있게 보여야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배웠습니다.

그때 고통을 많이 느껴 제가 출판계를 잠시 떠났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는 잠시 PC 조립과 진단하는 일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출판사가 워낙 어려워지니까요. 그런데 한 6개월 정도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아는 친구가 책을 하나 대필을 해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다른 작가들에게 맡겼는데 작가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저에게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때 경제적으로 어려웠기에 일단 하기로 했죠.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면서 열심히 일했고 그 책이 출간된 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쯤, 처음 함께 일했던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새 책이 나왔는데 영업할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저한테 한번 사무실에 들르라기에 가봤더니 안 팔린 책들이 사무실에 가득 쌓여 있고 사장님은 난로 옆에 불쌍하게 혼자 앉아 있더라고요. 그날 점심을 함께했는데 사장님이 저한테 다시 회사에 출근해서 영업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사장님은 절실하니까 그날 이후 매일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도와달라고요. 일주일을 고민하다가 제가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 한 회사를 살려보자. 내가 처음에는 경험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다시 그 출판사에 들어가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 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문턱을 넘었죠. 수익모델이 창조되었으니까요.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회사는 거름이라는 작은 사회과학 출판사였는데 거기서 제가 3년 6개월 동안 일했어요. 사장님은 신뢰를 지킬 줄 알고 또 우리가 왜 같이 일하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생 운동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좋은 생산 수단을 가지고 함께 먹고 살아야 될 문제도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자고 했지요. 그런 과정 속에서 출판사도 크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속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해지요. 그 시간 속에서 출판계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출판계의 한계나 모순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 모순과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제가 서른다섯에 꼭 창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아 이렇게 가면 출판계 후배들한테는 비전이 없을 거야! 내 스스로 비전을 만들어야 된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김소월의 시 <초혼>처럼 내 혼을 깨우기 위해 어떤 고통과 두려움이 다가오더라도 서른다섯 살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것을 마음을 다지고 속으로 수 천만 번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35살에 창업을 해서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겁니다.
그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기에 내가 겪은 모든 어려움이 자업자득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그 어려움을 풀 수 있는 지혜도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잘 알죠. 혼자 맨 땅에 헤딩하고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거기서 다시 일어나고 이 과정을 수천 번 반복해왔기 때문에 지혜를 얻게 되었죠. 실패할 때마다 성찰하다 보니, 절실하게 그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지혜가 생긴 것입니다. 아 꼭 이렇게 하는 방법 말고도 저렇게 하는 방법도 있을 수가 있고, 또 다음 세대들에게 더 맞을 수 있는 방법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 하게 됩니다. 절실하면 내려놓게 됩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지혜가 찾아옵니다. 지혜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절실하게 현실과 더 부딪치며 자기 자신을 더 깨트려야 합니다. 그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됩니다.
Q :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과녁을 제대로 보려면 마음을 먹어야 되잖아요. 마음을 먹어야 될 때 아집과 의지의 차이에 대해서 궁급합니다.”
대표님 : 저도 예전에는 목표나 좋은 컨셉을 잡고 싶은데 그런 게 눈에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만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직접 체득한 것이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현실에서 목표나 컨셉을 잡을 때 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실천했습니다. 하나는 진실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과 감정을 줘서 책이나 저자를 진실로 사랑하고, 그 마음으로 기회를 읽고 끝(마지막)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 책의 결과까지 보이기 시작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생각이 나요. 이 방법은 제가 진실로 마음을 내서 그 대상으로부터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경험도 있어야 됩니다. 그 대상은 책일 수도 있고 책의 주인공일 수도 있습니다. 책과 제가 물아일체가 되는 경지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제가 기획한 것들을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 집착하게 됐을 때 제 자신이 무척 괴로워집니다. 저는 괴로워지면 직원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원고를 다시 읽고 원점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누지만 해결점이 나오지 않으면 마음은 더 집착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시간이 계속되면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르거든요. 이때 그 집착을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음을 탁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저는 2박 3일 동안 술을 먹어요. 아침부터 쓰러지고 다시 먹고 쓰러집니다. 그러면 다음 날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아파요. 살기 싫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그럴 때 생각이 놓아져요. 아집이 놓아지는 거예요. 그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렇게 붙잡고 있었지? 하는 깨달음과 그걸 놓아진 상태에서 좋은 생각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방법을 잘 권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권하진 않지만 저는 이 방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아까 제가 발심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지금도 옛날에도 그랬어요. 컨셉을 찾을 때는 원력, 원하는 마음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집중합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전히 마음이 모여졌을 때, 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진실로 바라는 그것이 하나가 될 때 이루어집니다. 좋은 제목, 좋은 컨셉, 좋은 마케팅도 다 같은 이치로 찾아집니다. 발심을 한다는 것은 어떤 에너지를 모으는 거죠. 그 순수한 마음의 힘, 에너지의 힘이 어떤 것에서도 침범 받을 수 없다는 그런 마음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좋은 컨셉을 잡으면, 세상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어떤 회사하고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제가 『덕혜옹주』도 이걸 어떻게 성공시킬지를 마지막까지 수없이 그려보고 될 수 있다는 확신에 도달했죠. 당시 다른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직원들에게 선언을 했죠. 30일 안에 우리가 저 베스트셀러 1위를 잡을 것이라고. 근데 정말 잡았어요. 정확하게. 항상 다 완벽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본말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자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자명해지면 굉장히 의지가 충만해집니다. 세상에 무서울 게 없죠. 그래서 의지가 있다는 것은 마음이 밝아진다는 것이고 당당해진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스스로 밝아지지 않으면 아집입니다. 마음이 스스로 밝아지면 의지입니다. 발심입니다.

Q : “저는 편집자로서의 목표라든가 정체성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팀장으로서 어떤 팀장이 되는 게 좋을지, 팀장으로서의 정체성 혹은 목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도 그것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보고 발심을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도움이 되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대표님 : 목표 설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목표는 내가 그걸 이루고 싶다면 언제나 관심이 거기에 가 있어야 합니다. 무의식중에도요. 방법은 스스로 찾게 됩니다. 두려움도 자기가 만든 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가 그걸 두렵다고 생각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렵지 않은, 재밌는 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나는 ‘내가 모르니까 배운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고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이걸 어떻게 재미있게 할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선 팀장이 팀의 목표, 공동의 목표를 어떻게 팀원과 공유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리더는 신뢰를 먹고 삽니다. 신뢰의 핵심은 공동의 목표를 이끌어 가기 위해 팀원과 팀장이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먼저 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발심이에요. 먼저 주지 않으면 신뢰는 만들어지지 않아요. 리더는 항상 이 질문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신뢰받고 있는가, 나는 신뢰를 주고 있는가.
사람들이 어떤 때 팀장한테 신뢰를 줄까요? 양심에 어긋난 행위를 하지 않으면 신뢰를 줍니다. 사사로운 것에 너무 집착하면 신뢰를 안 줘요. 팀원들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팀장들이 어떤 일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에 자기의 생각 보다는 자기의 양심이 밝아지는 쪽으로 기준을 삼아야 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 양심이 밝아집니다.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면 마음이 찜찜해집니다. 마음이 밝아지면 어떤 반대 의견이 있어도 당당히 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양심에 따라 완벽하게 행동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거기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을 했을 때 당연히 신뢰는 따라오게 됩니다.
이상 네 번의 대담을 마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