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과학 책을 읽고 있다
최근 외부나 여러 출판사 분들에게서 불황이지만 다산북스는 잘되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다들 나에게 그 비결을 묻곤 하는데 종종 솔직하게 생각을 밝혀왔다. 현재 정체되고 있는 회사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매우 전형적인 회사 운영 방식이다.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에서 나아가 창업 이후부터 지금까지 19년 동안 교육에 주력해 왔다. 올 하반기부터는 각 본부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맞춤 교육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탐구해야 조직은 발전할 수 있다. 탐구하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인데, 구성원들이 학습으로써 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변화에 능동적으로, 그리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를 거부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우리 조직은 지난 19년 동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학습해 왔다. 본부장들은 물론 팀장들은 교육을 진행하면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이루어갈 것이다.
나는 요즘 여러 과학책을 읽고 있다. 과학에서는 죽음을 ‘인간이 획득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죽음이야말로 다세포 생물인 인간이 진화하면서 획득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우리 안에 함께 살고 있는 단세포 생물인 바이러스에는 죽음이 없다. 죽음이 없다면 진화도 없다. 이처럼 나는 과학책을 읽으면서 138억 년 동안 이어져 온 진화의 흐름 속에 호모사피엔스(인간)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특이한 우연이며, 그런 존재로 살다가 이 우주로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배우게 되었다. 더 큰 기쁨은 138억 년 지구 역사를 공부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 우연이고, 찰나이며, 빛(기쁨)이라는 사실을 겸손한 자세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 공부를 오래전부터 했더라면 내 사고가 더 유연했을 것이고 삶도 더 풍족했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늦게라도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제 나는 과학 공부를 통해 우주의 유연함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탐구하고 있다
“정말로 어려운 단 한 가지 일은 자신이 믿는 바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탐구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나는 사랑한다. 오늘 한 이야기의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탐구하는 조직만이 탁월함에 이를 수 있게 된다. ‘몰입’은 완전한 자기 선택과 기술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먼저, 기술이 없는 경우 연습과 반복을 통해 기술을 갖추게 되면 ‘몰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탐구’는 자신의 믿는 바를 누구나 알 수 있게 증명하게 하는 일로 ‘몰입’보다 한 단계 높은 일이다.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니체 말에 비유하자면 몰입은 ‘표면’이고 탐구는 ‘무서운 깊이’다.
우리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은 3분기를 마감하고 이제 4분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한다는 것은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야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도를 찾는 일에 몰입하게 되고 탐구하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만을 좇게 된다면 일이 꼬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선후차가 뒤엉켜 혼란만이 가중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매년 10월에 진행되는 전사 워크숍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하는 자리다. 각 본부의 본부장들은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본부를 이끌어갈 큰 구상을 구성원들과 나누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조직에는 공통된 개념(미션)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을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모두가 한 방향으로 힘을 합쳐 나아갈 수 있다. 이는 곧 모든 구성원이 그 조직이 지향하는 철학과 세계관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공통된 개념을 이해하면 집단지향성이 생기는데,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스스로에게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위대한 축구팀은 각각의 스타플레이어가 있어도 결국 원 팀으로 움직인다. 각 본부장들은 내년도 본부 운영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방향성을 명확히 정의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계획 내에서 각자가 자유롭게 창조적 실행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바란다. 지금보다 더 역동적인 집단지향성을 지닌 조직을 설계하려면 무엇보다도 인력 계획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출판사는 결국 사람으로, 아이디어(기획)로 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인력을 강화하고 확보해야 우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짤 수 있게 된다. 워크숍은 바로 이런 계획을 잘 수립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협업이 필수다
다산북스는 ‘집단지향성’을 굳건히 하고자 블로그 글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분기별로 대표를 비롯해 각 본부장과 팀장들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성장한 점과 한계에 부딪힌 점은 무엇이었는지,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자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다산북스가 가진 철학과 세계관에 기초하여 솔직하게 표현하고 소통하게 된다.
‘The Joy of Story’는 다산북스의 슬로건이다. ‘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눈다’로 표현한다.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우리는 스토리의 즐거움을 통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창조하고 독자·저자·직원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것이 다산북스의 중심 철학이며 세계관이다. 철학과 세계관은 관점을 만들고 관점은 방향성을 부여해 준다. 다산북스 철학과 세계관의 중심에는 ‘Joy’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Joy’라는 개념을 구현하는 방법은 “어려움을 더욱 쉽게, 쉬운 것을 더욱 깊게, 깊은 것을 더욱 재미있게”라는 방식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이다. 즉 이 ‘Joy’라는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탁월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뛰어난 리더는 자기 자신을 최고 상기자(Chief Reminding Officer)로 여긴다”라는 문장처럼 나는 다산북스가 가진 중심 철학과 세계관을 19년 동안 반복하며 상기해 왔다. 상기하지 않으면 잊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탁월한 창의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깊은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높은 수준의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 그런 탁월한 안목을 배우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다른 조직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왜 우리는 협업을 지속적으로 창조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협업을 진행하여 단편적인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립 코틀러 마케팅의 미래』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협업은 기초 커뮤니케이션(1단계), 제한된 조정의 단계(2단계), 포괄적 연계(3단계), 마지막으로 완전한 통합(4단계) 단계로 이루어진다. 협업을 통해 탁월함을 배우려면 우선 관점과 마인드셋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협업을 하려면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 6개월~1년 전에 협업을 준비해야 한다. 책이 출간된 후 진행하는 일은 협업이 아니라 광고이며 퍼포먼스다. 퍼포먼스에서 협업으로, 단기에서 장기로. 이벤트는 포괄적인 연계 및 구조화를 통해 파트너사와 함께 협업의 안정화 단계를 창조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네트워크가 가능한 세계다. 그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을 실행하면 효과적인 마케팅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어플은 우리의 고객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디지털 사업에 가장 필요한 도구다. 마케터들은 자사에 맞는 어플을 어떻게 구축하고 구현할 것인지 적극 고민한 뒤 실행해야 한다. 우리에게 내년은 콘텐츠 공급사에서 콘텐츠 그룹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 독자성을 갖게 되는, 중요한 전환의 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콘텐츠의 독자성을 키울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독자들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지가 화두다.
현재 출판계에는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의지를 가진 곳이 많지 않다. 자체 어플을 개발하고 우리만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디지털 세계는 빅데이터로 연결된 세계다. 우리는 그것을 해석하고 연결을 재구축하여 기존의 데이터 종속관계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조직은 3~5년간 지속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디지털 유연성을 기르며 디지털 세계와 도구들을 더욱더 열심히 학습해야 하는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