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다산북스 콘텐츠개발 1팀장입니다. 2년 전 '신사팀장'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콘텐츠개발 1팀이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는 다산북스 15년의 역사와 대표님의 출판 노하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다산북스가 그려나갈 출판의 미래와 출판 시장을 이끌어나갈 다산북스 인재들이 유념해야 하는 점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다산북스 식구들은 물론 출판업 종사자, 그 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과 다산북스 도서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의미 있는 내용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Q. 2020년 다산북스는 ‘두려움 없는 조직’이 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아 그러한 조직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무엇인지, 또 우리 조직에 존재하는 두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게 무엇일까요. 두려움 없는 조직을 쉽게 말하면 자기가 다니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곳일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함께 꿈꾸고 싶은 조직을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려움 없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사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과거 우리 회사는 꽤 많은 전사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전 직원을 간부로 만들겠다는 대표의 포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직원들 모두를 출판계의 인재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했던 것이지요. 어떤 직원을 만나도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하고 또 콘셉트가 나오지 않으면 수없이 질문을 하며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떨어져나가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창업 초창기에 함께했던 직원 중에 저와 새벽까지 술을 먹지 않은 직원이 없을 것입니다. 밤늦게 술을 마시며 콘셉트를 발전시키고 그다음 날 아침에 나와 또 이야기하는 혹독한 과정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서툰 경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 스스로 두려움과 조급함을 느꼈기에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우리 초창기 직원들을 보면 출판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경험이 너무 많은 사람을 뽑지 않았지요. 어떻게 보면 여러 면에서 부족한 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성과는 좋았습니다. 경험이 부족했지만 여럿이 똘똘 뭉치니까 오히려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5년 만에 100억 원을 달성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렵게 가르치고 나면 나가버리고, 열 번을 이야기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저 스스로는 한편으로 절망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때 느꼈지요. ‘아, 내가 혼자서 계속 떠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체계적인 교육이다.’ 제가 다산북스를 경영하면서 5~6년 정도 몸이 많이 아프기도 했는데, 그때 비로소 나를 괴롭히던 어떤 극도의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극도의 몰입이 필요합니다.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기 위해 극도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죠. 이 책의 타깃 독자는 누구인가, 그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이 생각을 하루에 수십 번씩 하고, 타깃 독자의 마음에 수천 번씩 들어가서 생각해보는 거예요. 독자와 내가 완벽하게 하나가 될 때까지.
그게 안 되었을 때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결국 몸이 아프고 나서야 이성적으로 많은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어려움을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이 출판업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이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길은 ‘교육’과 ‘학습’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다산북스가 교육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우리 회사가 교육하는 첫 번째는 ‘성과의 1단계’입니다. 성과의 1단계란 무엇일까요? ‘매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팔리지 않는다, 혹은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산북스에도 기본적인 매출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도 이런 말을 했지요. “제품이란 날카로운 면도칼과 같아야 한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매출을 해내지 못하면, 이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요.
두 번째는 무엇일까요? 비용에 대한 관점을 확실히 정립해야 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JAL 항공사 사장을 맡자마자 구성원 모두에게 자신이 버는 것보다 얼마나 많이 비용을 쓰는가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구성원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작업을 통해 망해가던 JAL 항공사를 3년 만에 흑자로 돌렸습니다.
사실 다산북스는 첫 번째 단계, 즉 기본적인 매출 창출을 강하게 가르칩니다. 그게 ‘출판의 기초실력’이기 때문입니다. 출판도 비즈니스입니다. 기본적으로 매출을 만들 수 있어야 망하지 않습니다. 저는 출판사를 창업하기 전에 영업을 했는데요. 아무리 열심히 영업을 해도 우리 회사 책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기본적인 매출 창출과 수익 경영에 대해 뼈저리게 학습했습니다. 이런 나의 경험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시스템과 체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지요.

Q. 실제로 다산북스는 마케터뿐만 아니라 편집가까지도 기본 매출에 대한 인식과 감각이 상당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셨을 텐데요.
어떻게 그들을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교육의 일환으로 구체적으로는 ‘경영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내 불안의 정체가 무엇일까를 한참 고민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록’이라는 작업을 시스템으로 정립했습니다. 저는 책을 만들고 판매하면서, 또 기획 작업을 하면서 그 결과와 과정을 수없이 기록하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니까요. 우리 조직은 이런 것들을 기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미팅을 하러 갔다 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구성원들이 모르고, 파일을 찾아야 하는데 그 파일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빈번했는데요. 이건 효과적인 조직이라고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말 그대로 ‘우왕좌왕’ 그 자체였지요. 그래서 저는 정보를 가시화, 즉 공유하고 확산시키기로 했습니다. 정보를 기록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능력까지 있으면 그 조직은 정말로 뛰어난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문화가 저절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성과를 가시화’했습니다. 초창기에는 다산북스의 콘텐츠개발 팀장들조차 성과의 1단계, 즉 기본적인 매출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성장을 하려면 일단 기본부터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 계속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지요. 그래서 성과에 대한 평가를 좀 과감하게 했습니다. 개별 편집가들의 매달 성과를 그룹웨어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기 성과에 대해 확실하게 관념을 가지길 원한 조치였습니다. 자기 책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마치 PD와 같은 편집가가 자기 책의 성과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이 방법은 현재 중단한 상태입니다. 성과를 노출하다 보니 그걸 부끄러워하고 이탈하는 직원이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Q. 가시화라는 게 일종의 다산북스만의 문화였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특히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어리더라도 다산북스만의 문화를 잘 체득한 사람들은 성과를 노출하고 책임감을 배양하는 데 크게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팀장을 시켜도 2~3년이면 충분히 진급을 했지요. 자기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거나, 편집자는 매출이나 성과에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낡은 관점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이 과정들을 거치면서 지금 팀장 라인을 완성했습니다. 우리 회사 문화를 젊은 시절부터 착실히 배우고, 또 기존 선배들에게 충분히 학습한 사람들로 팀장을 꾸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우리 조직의 미래가 매우 밝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금 팀장들은 경험은 좀 부족해도 의지가 강합니다. 우리 조직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돌이 적습니다. 이제 저는 팀장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마케팅에 대한 책임’을 전부 위임했습니다. 즉, 예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이템에 대한 책임’을 위임했습니다. 회의에서 통과가 되면 어떤 아이템이든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지요. 세 번째로는 ‘인사권에 대한 책임’을 위임했습니다. 이제는 팀장 스스로가 팀원을 면접하고 팀을 구성하도록 시스템이 정립되었습니다.
자율성이라는 게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뒷받침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한데요. 자신이 이 조직에 있으면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자율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