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김선식 대표의 출판 잘하는 법] 9~10번째 인터뷰에서는 출판 경영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꼭 출판이 아니더라도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팀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하나 절실히 깨달은 건 결국 사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경영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 많은 경영자들이 인문학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지 그 이유를 좀 알 수 있었습니다.
창업할 때부터 인재 양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셨던 건가요?
제가 출판사를 창업하고 경영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출판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출판사를 만들면서 꿈꿨던 조직이 바로 (1)개인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이 일치할 수 있는 조직, (2)끊임없이 학습하여 출판 비즈니스를 이끌어 나가는 인재를 배출하는 조직, (3)수익이 있으면 적절한 보상을 통해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 조직입니다.

왜 이런 목표를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 목표를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모두 출판 비즈니스를 이끌던 전 세대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새로운 기업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결국 앞 세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니까요. 단지 밥벌이를 하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우리 출판 산업의 가치를 스스로 성장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가지 목표 중에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출판 전 과정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분절시켜 어느 특정 업무 하나에만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크게 성장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세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좋은 출판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힘들다는 출판계 인식이 있지만, 그만큼 제대로 훈련하고 좋은 인재로 성장하는 데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봐주면 좋겠습니다. 실제 창업을 하는 경우건 다른 출판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건, 편집자건 마케터건 다산북스 출신들이 출판계 곳곳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인재 양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길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분배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건데, 저는 궁극적으로 다산북스 직원으로 시작해서 파트너 단계로 성장하는 인재들이 나오는 걸 꿈꿉니다.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는 시스템 같은 걸 다산북스 내부에 구축하고 싶은 거죠. 그러면 단순히 월급이나 성과급을 받는 게 아니라, 수익 자체를 쉐어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가 더 깊어지면 지분 공유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거죠. 인재 양성을 통해 파트너 관계를 맺고 지분과 수익을 공유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진정한 분배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인재 영입, 인재 양성, 파트너 관계 구축, 지분과 수익 공유 등이 이뤄지는 플랫폼으로서의 출판사가 되는 것이죠. 빠른 시간 내에 첫 성공사례가 나오고, 또 많은 성공사례가 나와야 사람들이 실제로 이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차세대 출판계 리더가 될 인재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는 기초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저는 출판계에서도 새로운 세대들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제가 그랬듯 미래 세대 역시 저를 포함한 앞 선 세대가 지니는 모순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제가 할 일은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꿈을 꿀 수 있고 차세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겠죠.
그런 차세대 리더들을 위해 다산북스는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요?
아직 다산북스 역시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더 체계화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고민하고 있고 지향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만약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낼 수 있고, 성과를 낸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창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창업은 또 다른 에너지 소비고 낭비일 수 있거든요. 창업을 하기 위해선 단순히 좋은 아이템을 가진 걸 넘어 좋은 경영 시스템과 마케팅 자원까지 가져야 하는 건데 이를 위해선 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그러니 내부 플랫폼이 창업을 고민하는 인재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창출하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제가 해야 하는 일인 거죠.

리더의 의지대로 구성원을 끌고 가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악역을 맡아야 할 때도 많을 것 같습니다.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구성원의 초점을 한 데 모으는 것입니다.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뜻을 모아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목표 지향적이지 않으며, 개인적인 관심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다양한 관심사가 창의성 발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유로운 조직 분위기를 가질 필요는 있지만, 그럼에도 초점은 맞춰져 있어야 합니다. 리더라면 그걸 거부하는 구성원에겐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개인의 취향에 끌려 다니는 것은 선한 리더의 오류입니다. 그건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경영을 하게 되면 매출 관점을 수익 관점으로 바꿀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편집자 출신이 처음 경영을 하게 되면 이런 걸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내실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매출 관점을 수익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매출지상주의에 빠지는 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손익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순이익 관점이 아니라 팀의 중장기적 발전 계획, 브랜드의 영향력이나 가치 확대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큰 그림 속에서 개별 손익 관점을 가지는 것이지, 당장 돈이 얼마 남느냐에 사로잡혀 있어선 안 됩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지나치게 손익 관점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경영적 측면에서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야나 사업 확장을 할 때 견지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우선 매출 100억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라면 한두 개 분야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 건 어렵습니다. 네다섯 개의 분야는 다뤄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덩치를 키우고 싶은 조직이라면 분야 확장에 욕심을 내야 합니다. 문제는 모든 회사가 잘 될 때 무리하게 확장하고, 그러다 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겠죠. 인간은 하나가 잘 되면 다른 것도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욕심에도 끝이 없지요. 하지만 확장은 자신의 핵심 능력과 역량의 연장선상에서 해야 성공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큰 타격이 없습니다. 또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때를 기다리면서 작게 시작해 전 과정을 경험해보면서 트렌드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습니다.

경영의 관점에서 위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위기가 온다는 건 지금의 시스템이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주는 겁니다. 위기를 그런 시그널로 읽을 수만 있다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탐욕에 빠질 수도 있고 자기 안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자기 확신과 오만에 빠지면 위기가 와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우선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운전을 할 때도 한눈을 팔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교통법규를 어길 때 사고가 납니다. 정도를 따르는 게 기본인 것이죠. 그리고 중요한 건 두려워하고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변화의 실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느 순간 그 변화마저 일상 속 패턴으로 인식이 됩니다. 회피하고 나중의 기회를 노리는 태도를 가지면, 순식간에 도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찾고자 한다면 변화 속에 들어가 혼돈의 과정,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출판 경영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출판 경영은 소규모의 단위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구조적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작은 기업도 큰 기업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비즈니스는 흔치 않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출판 경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출판계의 구성원들을 역량이 뛰어난 인재로 육성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경영은 곧 성과라고 했는데, 출판 경영도 마찬가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 팀에서 좋은 성과가 나왔을 때, 그 노하우를 공유하는 과정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지 아이템이나 저자가 뛰어나 성공한 거라고 파악해버리면, 단지 그 때의 경험으로 그치고 맙니다. 경영의 성패는 그 성공 경험을 얼마나 잘 시스템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직 출판을 로또나 도박처럼 접근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어쨌건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고, 한번 터지면 벌어들이는 것도 상당하니까요.
출판 경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입니다. 팀이든 회사든 경영적인 관점이 부족하면 매출이 널뛰기를 하고, 아이템에 전적으로 좌우됩니다. 팀장과 경영자는 이 부분을 확실히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그것을 어떻게 시스템화하고 좋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에 고민해야 합니다.
경영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경영을 할 때 가장 반가운 건 진심으로 일하고 실천하는 직원들을 볼 때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출판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지요. 그런 인재들은 자신이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자신이 어떻게 이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팀장들에게 출판 경영을 가르치고 비전을 세우라고 독려하는 까닭도 이들이 최소한 자신의 업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다산북스가 그런 인재들과 함께 한국 출판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