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김선식 대표의 출판 잘하는 법] 6~8번째 인터뷰에서는 마케팅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다른 인터뷰처럼 1회로 구성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길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무려 3회차 분량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마케팅은 출판 전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거겠죠. 그럼 마케팅 잘하는 걸로 소문난 다산북스의 마케팅 노하우를 김선식 대표님께 직접 한번 들어볼까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언제나 비용 문제가 따르니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케팅은 새가슴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타깃 없이 무작정 돈을 써서 난사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마케팅의 후발 주자는 “도전자는 진정한 도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태도와 각오(Attitude and Preparation), 마케팅 전략(Marketing Strategy), 마케팅 행동(Marketing Behavior) 이 세 가지는 도전자가 갖추어야 할 마케팅의 3요소입니다. 시장에서 도전자의 입장에 서 있는 조직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브랜드를 압도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도전자는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됩니다. 진정한 도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마케팅은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전자들이 마케팅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케팅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는 불완전함입니다. 혁신적 사고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좋은 답은 “그것을 원해야 합니다”입니다. 불완전함은 대체로 정신적 각오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실패한 사람들은 충분히 원하지 않는다’라는 지적처럼 도전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진실로 원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진실로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실로 원하는 목표가 없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진실로 원하는 목표가 없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입니다. 마케팅에 임하는 태도와 각오가 되어 있지 않는 경우이거나 너무 소극적이거나 패배적으로 마케팅을 바라봄으로써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당신은 어디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도전자들이 마케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합니까?
마케팅에 임하는 태도와 각오는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이며 첫 단추입니다. 마케팅 행동은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 중간에는 마케팅 행동을 이끌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케팅에 임하는 태도와 각오가 되어 있을 때 도전자는 진정한 도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절반의 도전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절반만 임신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혼란만을 야기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마오쩌둥이 “모든 반동은 종이호랑이다”라는 글을 썼을 때, 그 말은 ‘겉으로는 강력한 도전자가 되려고 하지만 (근육이 아니라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한 진정한 실체가 결여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조직에 이런 종이호랑이가 많을 경우에는 외부와 내부 고객에게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며 지속적인 모멘텀을 창출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도전자의 야망은 어떠해야 할까요?
“나는 온 세상을 뒤엎을 작정이다”라고 말한 무하마드 알리와 같은 도전정신이 있어야겠지만 도전자가 되는 것은 반드시 1등이 되겠다고 열망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목표들도 그만큼 중요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전자 브랜드는 이 5가지 지표를 고려하고 그 지표들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입니다.
‘주목성(salience), 모멘텀의 느낌(파장), 문화 지형의 일부 되기(대중문화의 일부), 공명(vibrancy), 다른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5가지 지표입니다.
도전자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5가지 지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는 소비자와 시장을 주목하게 만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파장의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거나 그 지형을 변화시키고, 소비자와 제품이 서로 공명(함께 운다)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브랜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됩니다. 언제나 도전자 브랜드는 이 5가지 지표를 스스로 창출해야 하고 자신이 만드는 브랜드의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진정한 도전자가 되는 길은 도전자 마케팅의 3요소와 5가지의 지표를 실천하는 경우입니다. 도전자가 대충 만든 제품은 대충 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도전자가 만든 제품은 기존의 브랜드를 뒤흔들며 그 브랜드를 밀어내고 새로이 영향력 있는 위치를 점유합니다.

나오는 책이 워낙 많다 보니 마케팅을 노출과 동일어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단 노출이 되어야 사람들이 책이 나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노출에 목을 매는 것 같아요.
정확히 조준이 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노출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많이 보인다고 많이 팔리는 건 아니거든요. 중요한 건 고객과의 접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층을 확장해 나가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그게 우선이자 기본이지, 노출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본질적인 걸 놓치고 노출에만 목숨을 걸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도서에 맞는 타깃 광고 플랫폼을 찾아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한 번 던져보고, 그 메시지가 통한다고 확인이 되면 그때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면 됩니다. 통하지 않았다면 메시지를 섬세하게 가다듬으며 적중률이 높은 메시지를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먼저 메시지를 찾고 노출을 확장해야 합니다.

역시 마케팅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마케팅은 어렵지 않습니다. 굉장히 심플한 거예요. 고객의 목마름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 영혼의 목마름이 결국 책을 사게 하거든요.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말하는 건 의례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실제로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정신이 강해지고, 삶에 자신감이 생기며, 새로운 관점이 트이고,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지금의 나를 깨고 달라진 나로 거듭나게 됩니다. 독자의 목마름을 이해하면 뭘 해야 할지 어떤 매체를 선정하고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지 저절로 답이 보입니다. 먼저 독자의 목마름이 나의 목마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우리 삶과 일상에서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럼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뭘까요?
무사안일주의(無事安逸主義)입니다. 모든 게 패턴화되어 그냥 하던 대로 일이 흘러가게 두는 행위죠. 그런 소극적인 태도가 크리에이티브의 가장 큰 적입니다. 마케팅을 그냥 일로 받아들이면 경력이 아무리 쌓여도 성장하지 못합니다. 항상 깨지면서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마케팅 성공률을 높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내려면 이 무사안일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마케팅을 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완전히 내 것으로 체화해야 성장할 수 있겠군요.
본질적으로 사람의 인생은 일과 떨어질 수 없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일을 위해 쓰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일의 본질과 마주하고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자기 의지와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시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식의 전통적 노동관으로는 갈수록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그 본질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계속 시간이 모자라고 허둥대기만 하겠지요. 먼저 마케팅의 3요소(태도, 전략, 행동)와 5가지 지표(주목성, 모멘텀, 문화지형, 공명, 브랜드)를 내 것으로 체화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