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김선식 대표의 출판 잘하는 법] 6~8번째 인터뷰에서는 마케팅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다른 인터뷰처럼 1회로 구성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길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무려 3회차 분량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마케팅은 출판 전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거겠죠. 그럼 마케팅 잘하는 걸로 소문난 다산북스의 마케팅 노하우를 김선식 대표님께 직접 한번 들어볼까요?
다산북스는 ‘마케팅이 강한 회사’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는지, 왜 이런 평가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그런 평가를 다산북스가 시대의 변화를 잘 읽고 시대와 함께 호흡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고객의 가치를 중시하고, 고객이 진실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며,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는 얘기지요. 이렇게 되면 변화하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출판사가 될 수 있고 ‘마케팅이 강한 회사’라는 인식을 주게 됩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단지 판매량만 늘릴 뿐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면 이런 인식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마케팅도 그렇고 모든 건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 학습되는 겁니다. 실제로 고객과 책의 가치를 연결시키려면 실패를 통해 계속 메시지를 디테일하게 가다듬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과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모든 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신뢰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고, 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때 충성 고객이 생기는 겁니다. 그제야 비로소 브랜드의 힘이 확보되는 거죠.
왜 브랜드의 힘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사람들은 브랜드 그 자체가 아닌 브랜드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나 이미지를 소비합니다. 고객의 신뢰를 얻은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고, 브랜드의 가치를 쌓아가며 역사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됩니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이런 강한 브랜드를 갖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편집자와 콘텐츠개발팀장들은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브랜드 가치를 창조하는 데 온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마케팅은 마케터의 일이 아니라 전 직원의 일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에 대해 짚어주세요.
피터 드러커의 말인데,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부서나 특정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피터 드러커가 내린 마케팅의 정의가 ‘세일즈를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더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삶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다양한 노력을 모두가 해야 되고 거기에서부터 마케팅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죠.
그럼 새로운 기회와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 아이디어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거나 찾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이 세계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사람들에게 어떤 미해결된 문제가 있는지, 어떤 삶의 변화를 원하는지 등을 꾸준히 살펴야 하는데 저는 여전히 그런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가장 좋은 매체가 종이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기자들이 새로운 기회나 아이디어는 물론 저자들까지 발굴해서 매일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자에게는 누구와 작업을 할지 고민하는 것부터 마케팅이 시작되는 것이겠네요?
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편집자 면접을 볼 때 ‘누구(어떤 작가)와 작업을 하고 싶은가’를 꼭 물어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이 없다면 그냥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브랜드를 창조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만의 카테고리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이끄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려는 인식과 철학을 갖고 있는 저자라면 그런 편집자와의 만남을 반가워하지 않을 리 없겠죠. 이런 만남이 일상이 되어야 그 팀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관심과 호기심, 의지를 말씀하셨는데, 또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게 뭐가 있을까요?
마케팅은 의지에서 시작되고 실행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자기 머릿속에만 있는 정보나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야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실행하면서 현실과의 갭을 줄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실패는 피할 수 없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실행하지 않는다면 현실의 갭을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새로운 사고는 자신의 실패를 찬찬히 성찰하고, 때로는 극단적으로 파고들어서, 새로운 답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나옵니다. 지속적인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산북스는 실행하고 실패하고 다시 피드백하면서 배우는 시스템 속에서 변화하려는 의지를 키우는 방향으로 계속 성장해왔습니다.
기회를 찾는 것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회를 찾는 것은 한마디로 현재 소통되고 있는 것들 중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를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이것을 인사이트, 즉 통찰력이라고 합니다. 통찰력을 간단하게 말하면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출판은 시대정신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죠. 모두가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세상을 이끄는 시대정신은 모두가 함께 읽어내야 합니다.

기회를 찾기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있으면, 기회가 있어도 발견하지 못하니까요.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의지와 철학, 가치를 가지고 끊임없이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관찰) 그 기회들이 우리 가슴에 다가옵니다. 이런 과정의 느낌과 감각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에요.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는(관찰) 사람은 세상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 가고, 어느 공간에 서 있더라도 수주작처(隨主作處, 어느 곳에서든 주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의 자세로 임합니다. 곧 이르는 곳마다 주인으로 서 있기 때문에 어떤 변화든 관심과 호기심으로 대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마케팅은 언제나 수주작처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출판의 경우 보통 서점 내 마케팅과 서점 밖 마케팅으로 구분을 많이 하는데, 각각의 역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은 결국 서점이라는 채널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서점 영업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마케팅을 전쟁에 비유한다면 서점이 독자들과 만나는 그 최전선이겠죠. 한마디로 서점 영업은 보병끼리 맞붙은 백병전입니다. 결국 승부는 여기에서 결정이 나는 거죠. 서점 밖 마케팅은 공중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서점 내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문이나 포털, SNS에 도서를 노출하고 광고하는 것이죠.

흥미로운 비유입니다. 그럼 백병전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뭘까요?
핵심은 경쟁 도서, 경쟁 출판사와의 점유율 싸움입니다. 온라인 서점 웰컴 노출부터 오프라인 서점 매대 확보까지, 결국 독자들에게 얼마나 자주 발견되느냐가 백병전의 성적표를 결정합니다. 물론 이건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시대정신을 읽고 기회를 포착하여 좋은 콘셉트의 책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서점 MD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출판사나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요.
지난 번 인터뷰 주제였던 광고가 공중전의 백미인 것 같은데요, 공중전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뭘까요?
출판사 창업 초기에는 서점과의 관계도 형성되어 있지 않고 신뢰도 별로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백병전보다는 공중전에 더 무게를 둬야 했습니다. 실제 다산북스도 과거에는 공중전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저자를 TV나 라디오에 내보내고, 신문에 책 광고를 하는 일이 모두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죠.

사실 이 공중전이 훨씬 위험 요소가 많고 실패할 확률도 높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와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백병전의 비중을 키우게 되죠. 다산북스도 과거에는 공중전에 능했는데 현재는 채널 중심으로 마케팅을 이동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매출은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나오게 되었지만 대형 셀러가 잘 안 나온다는 아쉬움이 항상 따릅니다.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