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다산북스 콘텐츠개발 1팀장입니다. 2년 전 '신사팀장'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콘텐츠개발 1팀이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는 다산북스 15년의 역사와 대표님의 출판 노하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다산북스가 그려나갈 출판의 미래와 출판 시장을 이끌어나갈 다산북스 인재들이 유념해야 하는 점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다산북스 식구들은 물론 출판업 종사자, 그 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과 다산북스 도서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의미 있는 내용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Q. ‘책 팔기 어려운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대표님께서 보시기에도 책 팔기 어려운 시대인가요?
출판은 항상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거시적으로도 민감해야겠지만 미시적으로도 지금 현재 자신의 브랜드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브랜드를 뛰어넘어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출판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그것들이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어와 우리의 노하우가 되게 해야 합니다. 책을 만들 때에도 하나의 컨셉을 명확하게 지향하고 만들려 노력해야 합니다. 기획과 제작 단계를 넘어 마케팅을 할 때도 깊게 사고하고 완결성을 갖추려 끊임없이 분투해야 합니다. 그럴 때 어려운 시대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 ‘책 팔기 어려운 시대인가?’인데, 저는 오히려 요즘이 더 책 팔기 쉬운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더 어렵게 느낀다’는 게 문제이겠지요. 굉장히 상대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사실 지금 우리는 단군 이래 최고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그 세대가 직면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수 있겠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책의 변화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출판 대중화의 중심에는 ‘성경’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대중적인 출판이 시작되었지요. 그 이후로 출판의 역사는 약 20년 전까지 출판은 큰 변화를 맞이하지 않은 채 비슷한 형태로 흘러왔습니다. 즉, 대략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출판이 겪어온 모든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집약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로서 해오던 전통적인 노동의 형태가 변화하고, 또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책의 형태가 다변화되면서 그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두 번째는 출간 종수의 증가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1년에 대략 8만 권의 책이 출간됩니다. 웹소설 쪽으로 가면 작가도 많고 콘텐츠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인 문피아에만 3만 명의 작가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니까요. 꼭 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만 봐도 볼거리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납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의 다양성도 커지고 경쟁해야 하는 콘텐츠도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어떤 타깃에 딱 맞는 책을 내고 그들이 즐기는 채널에 책을 홍보하면 어느 정도 그 책을 알아보고 판매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광고를 할 때도 적중률이 높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에 있어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책 팔기 쉽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Q. 연장선상에 있는 세부적인 질문인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신문이나 오프라인이 홍보 채널로 효과가 좋았다면 갈수록 온라인이 강해지면서 유튜브가 새로운 홍보 채널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디어 변화에 출판사들이 썩 그렇게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 다산북스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요즘에는 미디어에 압도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개발팀은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국 출판의 역사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한국 출판 역사상 르네상스는 80년대였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제가 공부한 경영학과에서도 20명 넘게 시집이나 소설을 끼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잘 상상이 안 가는 장면입니다. 그때가 문학의 시대이기도 했고, 또 정치적으로도 그러한 니즈가 있었던 시대입니다. 당시에 언론과 미디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독재 정권하에서 거짓 정보를 전달하기 일쑤였는데, 그때 출판이 대중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습니다. 삶의 문제나 사회적인 진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 즉 지식과 자양분을 출판이 대중에게 널리 알린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출판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시 출판 종사자들은 시대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깊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감옥에 갔다 오기도 했고요.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출판이 기존보다 더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과학서와 문학 중심에서 지금의 형태를 서서히 갖추게 된 것입니다. 80~90년대만 해도 경제경영서라는 게 한국 출판 시장에 없었습니다. 경제경영서는 사회과학서로 분류된 번역서 정도였고, 기업에서 프린트해 보는 교재 정도의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IMF가 터지고 나서 경제경영서가 처음 출판 시장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그때 정말 센세이셔널했던 책이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였습니다. 그 이후 저는 2004년에 창업을 하고 다산북스를 만들어 경제경영서를 대중에게 소개했습니다.

창업 초창기에는 저 역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가 창업을 하고 1~2년 후에 ‘온라인 서점’이라는 게 최초로 생겼는데요. 전통적인 대형 출판사에서는 온라인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낯설기도 하고 책을 쉽게 판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작은 출판사에서 일했고 또 창업도 막 한 출판사 대표였던지라, 온라인 서점이 새로운 판로로 보였습니다. 적극적으로 MD들을 찾아가서 책도 소개하고 영업도 했지요. 그때 온라인 서점 MD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다소 서론이 길었는데요. 지난 대담 때 신문광고라는 채널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효과를 본 회사가 ‘다산북스’, ‘위즈덤하우스’, ‘쌤앤파커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세 군데 회사들이 그 당시 왜 신문광고에 사활을 걸었을까요? 그 동기를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출판업에는 뿌리 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지식인들이 전통적인 출판사들과 다 묶여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목소리를 찾으려는 시도도, 새로운 출판사의 활약도 기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연대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민주화가 되면서 독자들의 요구가 무척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해와 욕구를 빠르게 포착하고 채워주는 출판사들이 등장했는데, 그게 앞서 말한 세 회사입니다. 전통적인 저자 기반 없이 만들어진 회사들이지요. 이 세 회사가 처음에는 유명 저자와 함께 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자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에 집중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장의 기회를 포착할까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입니다. 그때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없던 시절이어서 버스 광고도 열심히 하고 서점 광고도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주 매체는 신문이었지요. ‘무가지’라고 다들 아시지요? 그런 신문에도 책을 많이 광고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그때와는 또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는 ‘신문 다음의 채널’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페이스북→포털사이트→인스타그램→유튜브’로 채널이 진화했습니다. 이제는 유튜브와 다른 채널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요지는 이렇습니다. 과거 ‘다산북스’, ‘위즈덤하우스’, ‘쌤앤파커스’가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신문’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응해 그 나름대로 유효성을 입증하고 성공을 거두었다면, 지금 세대는 또 다른 ‘새로운 매체’에 대응해 자기 나름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 회사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마지막 열차를 올라탔지만 그 속에서도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지금 실무자들은 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가 독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지, 그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변화한 환경의 언어와 소통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유튜브가 떠오르기 전 우리 자체적으로도 카드뉴스를 굉장히 많이 만들었습니다. 네이버에 많이 노출시켜서 효과를 봤지요. 저는 이 카드뉴스가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신문 광고의 진화 형태인데요. 신문에 쓰던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그 안에 임팩트 있는 이미지도 넣고, 긴 글을 짧게 축약해 가독성을 높인 것이 카드뉴스입니다. 그리고 이 카드뉴스를 영상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더 극대화해 만든 것이 바로 유튜브입니다. 카드뉴스,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정말 많은 매체를 경험했고, 우리의 예상보다 그 주기는 더욱 빨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변화에 잘 대응하는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시도도 가능하고 실패도 가능합니다. 제가 신문광고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패하면서 배웠습니다. 실패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거나 원리를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자기식대로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무식한 용기가 첫 출발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무식한 용기가 실패를 통해서 다듬어지면 지혜가 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지혜로 운영이 되는 것이잖아요.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실패해보면서 적응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매체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 ‘극단적 확산성’, 그러니까 어떤 게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었다가 다시 또 빠르게 죽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의욕도 빠르게 상승하다가 한순간에 꺾이게 됩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려면 매일 실험해보고 어떤 게 효과적인지를 측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집중력이 필요하지요.

개발 1팀에서 나온 『해빗』만 해도 집중력을 가지고 마케팅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플루언서를 리스트업하고 계속 문을 두드려봐야지요. 물론 앞서 말한 극단적 확산성 때문에 잘 되면 터지고 안 되면 죽어버리는 일도 있겠지만요. 마케팅이든 기획이든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빠르게 실패를 경험해봐야 합니다. 플랫폼은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 수많은 인플루언서 중 우리는 누구와 이 책을 연결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Q. 스스로 고민해보고 시도해봐야 배울 수 있는 것들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그 속에 발을 담가봐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못 본 척하는 사람이 많지요. 방관자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세대는 당연히 저보다 유튜브나 SNS 매체에 더 강할 것입니다. 저희 세대가 그러했듯 지금 세대가 미디어를 깊게 연구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담당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을 써봐라”라고요. 돈을 잃어봐야 배울 수 있습니다. 1억 원을 날렸으면 1억 원의 수업료를 지불한 거예요. 다른 출판사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희 다산북스는 그런 일에 열려 있습니다. 1억원의 수업료를 내고 명문 MBA 간다고 이걸 배울 수 있을까요? 그냥 이론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실제로, 체험으로 배우는 것과 이론으로 배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본인의 각오만 필요하지요. 저는 늘 궁금합니다. 얼마든지 회사는 수업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데 왜 담당자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가에 대해서요. 가치를 꿰뚫어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깊게 연구하면 매체를 연결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효과를 확장시키는 방법도 터득하는데 단편적으로만 사고하니 한 번의 마케팅으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이 맘카페의 입소문을 타고 예스24 종합 3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면 마케터는 전국의 맘 카페를 모두 뒤져서 어떻게 이 책을 확장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다산북스는 새로운 미디어의 도래에 뒤처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고 또 어느 정도의 성과도 거두고 있으며 구성원들에게 변화에 적응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은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가 변화에 대응하면서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많이 실패하고 깨지세요. 그러면 터득할 수 있습니다.
Q. 새로운 매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그 매체에서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언어를 탑재해야 하는군요.
플랫폼에 대응하는 데 있어 편집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편집자 스스로가 그 변화를 이해하고 책과 독자를 어떻게 소통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창 다산북스를 키울 때는 신문광고 카피가 소통의 창구였습니다. 대략 저는 20년 가까이 카피를 썼고 제가 쓴 카피를 모으면 산을 쌓을 수 있을 정도일 겁니다. 수없이 밤을 새우고 괴로워했습니다. 카피 쓰는 일이 결코 편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저희가 새로운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소행성책방’도 만들고 ‘북경식’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지요. 이러한 시도도 불편합니다. 그런데 저는 불편해야만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하지 않으면 단순 노동에 불과합니다. 그냥 일일 뿐이지요. 자기가 하는 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는 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우리 출판사에서 한 팀에서 24권 정도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지금도 물량주의로 승부하는 회사가 많지요. 그런데 지금은 40~50% 가까이 종수를 줄였습니다. 직원은 늘어났는데 말이지요. 왜 그랬을까요? 한 권의 책을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주인이 되어 만들고 경험해보자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일로 접근해 시도하기보다는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시도하고 배울 때 진정으로 내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시도하면서 다양한 매체에 도전해보기를 기대했습니다. 모든 것의 출발은 보도자료입니다. 그 다음에 그것을 기반으로 신문광고를 만듭니다. 신문광고 핵심을 요약해서 이미지를 붙이면 카드뉴스입니다. 카드뉴스에 일러스트를 넣어 재구성하면 소행성책방 광고, 거기에 나래이션을 넣으면 유튜브 영상, 즉 ‘북경식’이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 타겟에게 어떤 메시지로 어떤 채널을 통해 전달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이 채널에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는 무엇이 결정할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 저희 출판사 스스로 채널을 만들고 구성원들에게 시도하고 실험하라고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그 과정에서 완벽한 답은 아니어도 비슷한 답(대안)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지혜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찾은 것은 허상입니다. 무수한 대안들 중에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하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추적해야 합니다. 저는 실무를 할 때 모든 출판사의 광고를 다 모았습니다. 그땐 신문을 모았는데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보았지요. 광고를 보고 그다음 날 모든 인터넷 서점 판매지수를 보았습니다. 그때는 SCM도 없었으니 추측해가면서 연구했지요. 판매가 오르면 ‘왜 그 카피가 먹혔을까?’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소행성책방’과 ‘북경식’을 보고, 그 속에서 성공하는 콘텐츠와 타이틀을 구성원들이 잘 분석하면 좋겠습니다. 채널과 데이터는 얼마든지 마련되어 있으니까요. 성공하는 것들을 보고 그 원리를 파악하고 자기 책에 적용해보세요. 그 방법론을 잘 정리해두었다가 책을 출간할 때를 적용하고 실행하다보면 누구나 능숙해집니다.
Q. 그럼 이번에는 저자와 채널의 관계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예전에는 무명의 저자와 계약하고 함께 브랜딩하는 재미가 컸는데, 요즘은 애초부터 저자가 채널을 갖고 있지 않으면 마케팅하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자가 보유한 채널의 힘이 중요해지면서 그런 측면이 생겼지요. 물론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하지만 무명 저자를 키우고 브랜딩 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실제로 다산북스에서 무명 저자를 많이 성공시켰습니다. 모든 무명 저자라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요. 성공할 만한 사람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집니다. 일단 절실함의 깊이가 달라요. 내가 출판 기획자로서 보기에 ‘저 사람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를 시대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가, 그 사람에게 그럴 만한 원기가 있는가?’ 그렇다면 저는 합니다. 사재기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해서 당신을 어떻게든 성공시킬 수 있다는 책임감이 있고, 그걸 저자가 함께 원한다면 무조건 합니다.
저는 무명이라는 것을 ‘아직 발견도지 않은 새로운 시대성’이라고 해석합니다. 그 새로움을 가지고 트렌드의 힘을 빌려 세상의 힘을 업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늦게 발견하면 반복이 됩니다. 빨리 발견하면 새로운 힘이 됩니다. 출판 기획자라면 그걸 보는 눈을 장착해야 합니다. 사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지만 출판 역시 ‘틈새’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틈새가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지요.
새로운 시대정신이 깃든 틈새를 발견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다산북스의 ‘The Joy of Story’의 ‘Joy’가 바로 “새로운 카타르시스”라는 의미입니다. 그걸 발견하고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지요. 저는 그것을 ‘공명’이라고 말합니다. 함께 시대의 아픔과 기쁨, 감동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단순히 잘 팔겠다는 아이디어로 기획을 하는 게 아니라 ‘세상과 공명할 수 있는 메시지’인가, 그것을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