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다산북스 콘텐츠개발 1팀장입니다. 2년 전 '신사팀장'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콘텐츠개발 1팀이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는 다산북스 15년의 역사와 대표님의 출판 노하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다산북스가 그려나갈 출판의 미래와 출판 시장을 이끌어나갈 다산북스 인재들이 유념해야 하는 점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다산북스 식구들은 물론 출판업 종사자, 그 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과 다산북스 도서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의미 있는 내용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Q. 지난 시간에는 ‘두려움 없는 조직’이 되기 위한 다산북스의 구체적인 플랜에 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번 주에는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관해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어쩌면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의 조직 관리를 배워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 팀을 예로 들어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사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팀이 조금 굴러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모든 팀원이 두 배 이상의 노력과 스피드로 페달을 밟아온 결과라 생각합니다. 성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리더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옆에 있는 다른 팀 사람들도 아마 느낄 겁니다. 현재 1팀 구성원들이 어떠한 지향점에 ‘몰입’되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몰입이 되어 있을 때는 정신은 기쁜 반면 몸이 좀 힘듭니다. 몸은 정신에 비해 변화가 늦으니까요. 틈틈이 운동하고 휴식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금씩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 함께 시너지를 내다보면 그런 감각들이 세포에 새겨집니다. 그것을 ‘노하우’라고 하지요. 세포에 새겨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텨내면 근육이 늘어납니다. 자기 역량이 늘어나는 만큼 당분간은 몸이 피곤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 과정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속되면 지금 고생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이 됩니다. 노하우라는 근육 덕분에 성과를 내는 게 이전만큼 어렵고 고단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종종 그게 잘 안 되는 팀이 보입니다. 그런 팀들은 일단 서로 간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신뢰부터 쌓아야 합니다. 각자의 지위와 역할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때 팀원은 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건 곧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의미이지요. 팀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팀장도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조직을 책임질 수 있는가’,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계속해야 합니다.

Q.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가 되는 게 팀워크의 필수 조건이자 리더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팀원은 어떨까요? 팀 안에서 본인이 가져야 할 태도나 자세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팔로워의 정의는 ‘예비 리더’, ‘잠재적 리더’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팔로워는 두 가지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첫 번째는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입니다. 리더에게 잘 모르는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르쳐달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팔로워는 기본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팀장을 보고 배웁니다. 물론 앞 세대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도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해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질문이 생겨납니다. 부족함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경험이 부족할지라도 그 세대만이 가진 장점과 강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팔로워가 질문할 때 리더도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자세는 제가 신입사원 교육 때 강조한 내용입니다. 좋은 팀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팀원은 늘 ‘이 말’을 입에 달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리더를 향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리더는 언제나 변덕스럽기 마련입니다.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결정을 해놓고 더 좋은 대안이 떠오르면 리더로서는 바꿔야 하는 게 맞습니다. 사실 리더는 팀원이나 실무자보다는 현장에서 좀 더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리더보다 오히려 팔로워의 시각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이때 팔로워는 리더를 향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리더보다 더 오랜 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3가지를 생각하는 동안 팀원은 10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팀장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부터 ‘이렇게 하면 더 좋은 결론을 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나의 입장을 넘어 조직의 입장에서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사고하다 보면 어느 순간 팀원과 팀장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 즉 이심전심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경지에 오르면 리더는 깨닫지요. ‘이제 하산해도 되겠다.’ 그럴 때 리더의 도움이 별로 필요 없는, 완전한 위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겁니다.

Q. 그런데 또 팔로워의 입장에서는 ‘책임지겠다’는 말이 다소 주제 넘는 발언일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에서도 잘되는 팀과 어려움을 겪는 팀이 좀 다릅니다. 리더와 팔로워 사이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지요. 팔로워가 리더에게 “저를 믿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때 자기 안의 도덕성의 기준이나 어떤 원칙에 의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럴 때 팀에 필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서로 간에 신뢰가 있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잘되는 팀에는 이 신뢰감이 있기 때문에 리더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팔로워는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하며,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견 충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이지요.
Q. 제가 팀원이었을 때는 대표님께 “네가 팀원으로서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은 너의 팀장을 승진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팀원이 팀장을 승진시킬 때 비로소 그 팀원이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영을 할 때 단순한 물량주의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늘 꿈꿉니다. 자연이 순환하듯 세대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우리 조직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주기가 30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여러분이 현재 30대 초반의 나이인데, 40~50대가 되면 이 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심인물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인간에게 생로병사가 있듯 세대교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신이 중심인물로서 활약할 때를 대비해 빠르게 자기 리더를 승진시켜 자신도 리더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Q. 이번에는 팀장의 관점에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팀장으로서 팀원을 빠르게 승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요?
첫 번째는 ‘책임의 원리’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리더가 엄격하게 팀원을 가르쳐야 합니다. 문제는 ‘책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직원이 많다는 건데요. 우리 회사의 팀장들도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책을 한 권 만들 때 투입된 비용이 얼마인지, 그 책을 통해 우리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겨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인지시켜야 합니다. 지난 시간에 말한 피터 드러커의 ‘성과의 1단계’와 같지요. 생존이 기반되어야 조직도 존재하니까요. 이처럼 비용과 이익을 잘 조절하는 것은 ‘효율성’의 문제입니다. 그다음 단계는 ‘효과성’입니다. 시스템을 만들어서 인재를 양성하는 단계이지요.
두 번째는 ‘지속의 원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너무 과욕을 부리면 지치게 되고, 그러면 조직이 지속적으로 앞을 향해 갈 수 없습니다. 리더는 각자의 단계에 맞게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Q. 이 두 가지를 가르치는 팀장이 좋은 팀장이군요.
그렇습니다. 물론 그전에 인간으로서의 ‘품성’을 기본적으로 갖춰야겠지요. 끊임없이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세, 누군가를 기꺼이 도와주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사실 저는 기존에 사람을 뽑을 때 인성이 좀 부족해도 재능이 있다면 개의치 않고 채용했습니다. 조직이 다양해야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경영이사님이 채용을 담당하면서 그런 기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인성을 중요시하게 되었지요.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조직이 많이 안정되어졌다고 느낍니다.

Q. 리더가 팔로워를 뽑고 팀을 구성할 때에도 유념할 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팀 구성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팔로워를 뽑고 팀을 구성하기에 앞서 리더는 ‘팔로워를 믿어주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기꺼이 내가 발판이 되어주겠다’, ‘나를 딛고 성장하라’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도와주려는 마음이 중요한 거예요. 다른 말로 하면 ‘팔로워를 고생 없이 성장시키려고 하는 리더’는 좋지 않은 리더입니다. 문제에 정면 대응하면서 팔로워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해야지, 그걸 리더가 생략해버리면 팔로워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제가 리더에게 강조하는 팀 빌딩의 기본은 “리더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라”입니다. 자기를 뛰어넘어 더 크게 성장할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리더가 참 많습니다. 그저 자기가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만 뽑는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할 수 없습니다. 자기보다 나은 직원을 뽑아야 리더에게도 ‘저 사람을 믿어준다’는 마음이 생기겠지요. 그런 사람을 뽑으면 오히려 리더가 편해집니다. 하나를 가르칠 때 열을 깨우치려 노력하니까요. 리더가 오히려 감탄하지요. 리더가 팔로워를 믿어주면 팔로워 역시 리더를 신뢰해주어야 합니다. 리더의 지시를 일면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리더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다는 뜻입니다. ‘아, 우리 팀장이 이것을 가지고 엄청 고민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