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중간고사를 앞둔 중2 막내딸의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아졌다. 코로나 기간 동안 실컷 놀았던 데다(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해서 전혀 보내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험 걱정을 하지 않다가 막상 시험을 본다니 고민이 많아진 탓이다. 자신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처음으로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일단 수학학원을 등록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왜 영어학원에는 보내주지 않느냐며 조바심쳤다. 나는 당장은 수학학원만 다니기도 벅찰 테니 나중에 천천히 보내주겠다며 딸아이를 달랬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막내딸은 자기 나름대로 시험을 준비하겠다며 가장 힘들어하던 과목인 역사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공부를 해도 도통 쉽게 풀리지 않는지 중3 언니를 붙잡고 이내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 난 빡대가리가 분명해
– 아니라능
– 난 역사를 20점도 맞지 못할 거야
– 맞을 수 있다능
– 맞지 못한다면 어떡하디
중2와 중3 딸들이 카톡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엿보다가 은근슬쩍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때마침 읽고 있던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이원흥 지음, 유영, 2022)라는 책에 막내딸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적절한 에피소드가 있어 그것을 들려주기로 했다.

이 세상에 존재했던 운동 천재 중에 가장 뛰어난 천재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야.
그중 골프 천재인 타이거 우즈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말이 있어.
“다른 선수들이 하나둘 나를 앞설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나의 노력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좋아했던 또 다른 말도 있지.
“당신은 더 좋아질 수 있다. 그것이 가장 익사이팅하다.”
– 타이거 우즈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노력의 천재였지. 노력의 천재는 좌절할 때 자기 자신이 더 좋아질 것을 믿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야. 목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말이야. 공부든, 일이든, 사업이든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일이 기본 중에 기본이야. 기본을 배우고 익히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기본을 잘 익히고 배우면 스스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알게 돼. 그러니 그때까지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자신을 믿어봐. 길이 보이기 시작할 거야. 우리 딸들 힘내길 바란다! ^^
이렇게 딸들에게 말하고 나니 문득 10년 전 12살이던 초등학생 아들에게 내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
“아들, 공부하지 말고 맘껏 놀아. 지금 다니는 피아노 학원과 영어학원도 둘 중 하나는 줄였으면 좋겠어. 대신 다른 한 가지만 해. 매일 책 한 권을 읽는 거야.”

친구들의 부모는 학원을 서너 개씩 보내고 매일 공부하라고 난리인데… 아들은 의아하다는 듯 아빠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리 아빠는 나를 바보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 분명해.’라며 나를 의심하는 듯했다. 곧바로 내가 바보가 되지 않고 현명하게 살 수 있는 인생의 비밀을 들려주겠다고 이야기하자 아들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공부를 못해도 이 세 가지를 잘하면 네 인생이 정말 행복해져.”
-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 인사 잘하기
- 질문 잘하기
“아들, 너도 죽어라 노력했는데 안 되는 경우가 많지? 그럴 때 너는 어떻게 하니?”
“그냥 정말 포기하고 싶어.”
“아빠가 그런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줄까?”
“응, 당장 알려주세요.”
“그냥 알려줄 수는 없어. 너무 중요한 비밀이거든.”
“그게 그렇게 중요해?”
“그럼 이건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지.”
“정말?”
“아들아, 만약 네가 죽도록 노력해도 안 되거든, 형이나 누나에게, 아니면 매일 시험만 보면 100점을 맞는 친구에게 이렇게 질문해 봐.
“내가 죽어라 공부도 하고 노력을 해도, 머리가 나빠서인지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네가 그 방법을 나에게 좀 가르쳐 줄 수 없겠니?”
아들아, 너를 조금 더 낮추고 진심으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친구들 대부분은 매우 기쁜 마음으로 해답을 알려주거나 해답에 가닿는 지혜를 빌려준단다.”

그날, 아들은 무척 감동을 받은 듯했다. 어쩌면 아들은 이처럼 단순한 몇 가지 진리를 가지고 조금 정직하고 용기 있게만 행동하면 인생에서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인생이란 더 많은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던져야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출판사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19년 동안 매일 나 자신에게 던진 20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매일 스스로에게 던진 20가지 질문들 1. 왜 출판사를 시작하고 다산북스를 창업했는가? 2. 다산북스의 비전은 무엇이고 그것을 잘 계승하고 있는가? 3. 다산북스는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4. 다산북스 본부와 팀들의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가? 5.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은 무엇인가? 6. 우리 회사에 맞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7. 우리 회사 직원들은 다산의 핵심가치를 실천하고 있는가? 8. 조직과 구성원의 강점을 키우기 위한 학습하고 탐구하는가? 9. 우리 조직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는가? 10. 우리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는가? 11. 우리는 실행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기록하고 고유하는가? 12. 대표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13. 각 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14. 직원이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15. 대표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16.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주는 보상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는가? 17. 다산북스 직원들의 일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18. 직원들과 자주 식사하고 대화하는가? 19. 우리는 일과 삶, 휴식의 균형을 추구하는가? 20. 나는 매일 솔선수범하고 있는가? |
이 질문들도 결국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20가지로 만들었지만 간단하게 줄이면 핵심은 단 하나다.
“왜 나는 다산북스를 창업했고 어떻게 성장시키려고 하는가?”
나는 일이 잘되지 않거나 인생에 좌절이 찾아올 때마다 조급해지고 포기하고 싶어 하는 스스로에게 지난 19년간 한결같이 이 질문을 던져왔다. 창업을 한 뒤 가장 힘들었던 초기부터 동이 질문의 힘이 나를 여기까지 밀어 올린 것 같기도 하다.
여러분도 인생에서 꼭 물어야 할 자기만의 질문을 만들고 매일 물어보길 바란다. 질문을 잃어버린 인생은 항상 길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만 갖추면 된다.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지혜가 좌절로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이고 봄의 새싹들처럼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