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신임 4팀장입니다. 줄여서 '신사팀장'이라고 할게요. 팀장으로서 경험도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아 대표님께 당당히 배움을 청했습니다. 대표님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터득한 출판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아니 그 일부나마 제 것으로 만들어야 저희 팀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겠다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대표님과 식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이 귀한 지식을 저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웠기에, 다산북스 식구들은 물론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독자들과 만나는지 궁금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그 다섯 번째 테마는 바로 "출판 광고란 무엇인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1~4회차 인터뷰에서 저희가 책의 상품력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광고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선 대표님께서 정의하시는 광고력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 번째가 상품력인데, 쉽게 말해 좋은 컨셉과 알찬 내용을 뜻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판매력이죠. 소비자가 언제나 편하게 살 수 있는 유통의 힘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오늘 얘기 나눌 광고력입니다. 홍보와 광고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이런 좋은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행위죠. 어떤 상품이든 이 세 가지 힘이 모두 잘 발휘될 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사실 어느 조직이든 개발과 영업을 필수역량으로 삼지 홍보와 광고는 그 다음으로 중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상품력을 갖는 게 기본 요소라면 광고력을 갖는 건 최대화 요소니까요. 가만히 두면 3만 부 팔리는 책을 30만 부 파는 게 광고력의 역할입니다. 베스트셀러 출간을 목표로 하는 상업출판사라면 이 최대화 요소의 중요성을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출판인으로서 광고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요?
광고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결핍을 찾아 숨은 욕망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희로애락애욕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특히 24절기마다 달라지는 니즈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24절기라고 표현했지만 이 안에는 단지 계절에 따른 니즈 변화뿐만 아니라 어버이날, 명절, 연말연시 등 시기별 특수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런 시점에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광고를 해 소통이 원활이 이루어지면 크게 성공하는 것이죠.

역시 공급자 입장에서 상품의 장점만을 나열하는 건 하수의 전략인 거죠?
그렇습니다. 타깃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건 광고가 아니라 자기 자랑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독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 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줄 카피의 힘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어떤 카피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카피인가요?
우선 책이라는 상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미지 광고가 아닌 콘텐츠 광고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신문 기사형 광고, 카드뉴스 광고, 북트레일러 등 광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한 줄 카피는 이 광고 콘텐츠 전체를 읽거나 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산북스에서 나온 책들 중 광고의 힘이 가장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던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조선 왕 독살 사건>의 한 줄 카피는 “조선 왕 4명 중 1명이 독살당했다”였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죠. 기존의 남성 역사 독자층뿐만 아니라 새로운 독자까지 발굴한 힘 있는 카피였습니다. 하루에 몇 천 권씩 팔릴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요. <리버보이>의 한 줄 카피는 “<해리포터>를 누른 최고의 성장소설”이었습니다. 실제 <리버보이>가 <해리포터>를 누르고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거든요. 그러니까 팩트를 말하면서도 우리의 경쟁 상대는 해리포터임을 선언한 것이죠. 이때 청소년소설 시장이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덕혜옹주>의 한 줄 카피는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이 여자를 기억하라”였습니다. 어린 소녀의 사진 한 장과 함께 등장한 이 카피는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예를 들으니 좀 알 것 같아요. 멋을 부린 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였던 거네요?
네, 그리고 무엇보다 광고의 기본은 진실성이란 걸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어야 상품 구매로 이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신문광고에서도 이미지 광고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기사형 광고로 거의 다 대체되었는데 시대적인 변화와도 상관이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신문 서평기사의 힘이 약해진 데 따른 결과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이미지 광고가 힘이 있었던 이유는 신문 서평기사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입니다. 좋은 서평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그 내용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이미지 광고가 위력이 있었거든요. 또 매체 영향력이 컸던 만큼 광고를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기대하기가 힘들지요.

그런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대응한 출판사가 바로 다산북스이지요?
다산북스, 위즈덤하우스, 쌤앤파커스가 콘텐츠 광고로 시장 확보에 성공한 대표적인 출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00년대 초중반 창립한 수많은 출판사 중 이 세 회사만이 현재 메인 출판사가 되었습니다. 다산북스의 경우 10년 넘는 기간 동안 신문광고에만 200억 넘게 투자를 했습니다.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며 값비싼 훈련을 받은 것입니다. 좋은 광고를 쓰기 위한 노력은 결국 독자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져 도서 기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신문 매체의 영향력이 많이 줄었고, 앞으로도 더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많은데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두 가지 방향으로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먼저 새로운 영향력을 가진 매체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매체가 바뀌고 형식은 바뀌더라도 콘텐츠 광고의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매체와 광고 플랫폼에 적응하는 걸 귀찮아하는 순간 금방 도태되겠지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신문을 읽는 독차층이 분명히 있으니 그들을 위한 책을 전략적으로 개발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써먹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독자층에 따라 주요 광고 매체를 선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카드뉴스라는 새로운 광고 형식이 이렇게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그만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모바일 기반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카드뉴스라는 형식 안에서도 유행이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음을 알아채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엔 사진 이미지가 대세였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식상해진 느낌이 생겼지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러스트 이미지가 새로운 대세가 되었습니다. 특히 손으로 그린 따뜻한 그림에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겼지요. 또 20~30대가 반응할 수 있는 남녀 문제의 이야기, 관계에 얽힌 이야기 등이 공감 있게 표현된 콘텐츠가 특히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매체나 광고 형식이 뜨면 특정 독자들의 유형에 대해 깊이 이해할 기회가 생깁니다.

따뜻한 일러스트, 관계에 기반한 스토리 전개… 소행성책방이 대표적인 예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독자들이 결핍되어 있던 부분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제작했기에 성장 속도가 이렇게 빠를 수 있었습니다. 보다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다루면서도 패턴화되는 것까지 극복하면 앞으로도 몇 배나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매체로서 유튜브의 성장세도 놀랍습니다. 유명 유튜버가 책을 소개한 것만으로 베스트 순위에 진입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를 겪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변화에 극심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는데, 그건 내가 그 변화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변화의 한가운데에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게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제 유튜브 콘텐츠를 준비하는 하나의 팀을 생성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명 유튜버들을 통한 책 홍보 및 광고는 물론이고 자체 채널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유튜버처럼 새로운 영향력을 지닌 인플루언서들은 저자로서도 적극 섭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채널을 발굴하려는 도전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그 테스트 정신입니다. 이익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그런 도전과 실패를 용납할 수 없게 되고, 그럼 새로운 채널 발굴도 어려워집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성공한 책의 히스토리를 조사하는 겁니다. 어떤 책이 어떤 매체를 통해 독자를 확보했는지, 그 매체에서 어떤 접근으로 독자들을 설득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만 어느 정도 되어 있으면 자신의 책을 어떤 매체를 통해 어떻게 알릴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 정도의 책임감과 주도성이 출판인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광고라는 게 결국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용 통제의 원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것보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가장 훌륭한 비용 통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에 몰입하여 전념하고,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 바로 이 기본에 집중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한편으로는 크리에이티브라는 게 원래 온갖 제약과 낮은 비용에서 탄생하는 만큼 언제나 경쟁자보다 적은 비용을 쓰도록 통제하는 것도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광고가 먹혔을 때는 절대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폭격하듯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저 사람 미쳤나’ 하는 소리가 나와야 대박이 터집니다. 인간 욕구와 결핍에 대한 이해와 도전에 대한 절실함만이 이런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