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다산북스 콘텐츠개발 1팀장입니다. 2년 전 '신사팀장'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콘텐츠개발 1팀이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는 다산북스 15년의 역사와 대표님의 출판 노하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다산북스가 그려나갈 출판의 미래와 출판 시장을 이끌어나갈 다산북스 인재들이 유념해야 하는 점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다산북스 식구들은 물론 출판업 종사자, 그 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과 다산북스 도서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의미 있는 내용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Q. 이제 ‘공감이 이끄는 조직’에 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공감 능력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 리더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출판 리더, 출판 인재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타깃 독자를 언제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는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리더는 일단 상대의 입장에 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소통을 하고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세를 낮추고 구성원과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왜 구성원이 화가 났는지, 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려 하는지, 왜 요즘 표정이 좋지 않은지 그런 것들을 구성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공감이란 말 속에는 ‘친밀’이란 표현도 들어 있습니다. 그냥 머리로만 공감하는 게 아니라 친밀하게 소통할 때 비로소 공감도 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간혹 그러지 못하는 팀장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역시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도 소중한 만큼 팀원도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인내, 사랑, 연민, 자비… 다 공감과 같은 말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지금 함께하는 이 자리도 소통의 과정이지요. 리더 스스로가 시간과 정성을 쓰지 않는 한 공감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구성원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 사람이 리더를 따를 리가 있나요. 인간을 도구로 바라보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막 내보내는 그런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리더의 아집입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자질을 알아보고 그 사람이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고민하는 구성원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앞으로의 길을 터주는 사람입니다.

제가 최근에 어떤 팀장에게 ‘당신의 불안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리더는 어려울 때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내가 책임질 테니 나를 따르라’고 이끌어야 하지요. 자기 수련이 덜 된 리더는 자신의 부담을 아랫사람에게 전가시킵니다. 마음이 점점 삐틀어지면서, 결국에는 말까지도 삐틀어지고 맙니다. 구성원의 기운을 살리고 격려를 해줘도 모자를 판에 빈정이 상하는 말을 던지게 되지요. 리더는 말을 가려서 해야 합니다. 물론 리더도 인간인지라 쉽지 않겠지요. 화가 나는 상황도 많을 테니까요. 그럴 때 필요한 게 소통입니다. 화를 계속 참고 있으면 폭발합니다. 그때그때 소통으로 해결해야 하지요. “나는 이러이러한데 ○○ 씨가 이런 부분을 개선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리더가 입을 꾹 다문 채 참고만 있으면 결국 팀이 폭발합니다. 소통도 계속하다 보면 공감도 늘어나고 신뢰도 두터워집니다.
Q. 솔직한 리더가 ‘공감이 이끄는 조직’도 만들 수 있군요.
솔직함은 소통의 기본입니다. 이 솔직함은 용기에서 나오는데, 용기의 베이스는 ‘신뢰’인 것이지요. ‘내가 당신을 믿는다’는 마음이 있어야만 솔직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 우리 직원들을 보면 개개인의 자질이 굉장히 좋습니다.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산북스에 들어온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간혹 팀장과 팀원의 문제가 발생하는 걸 봅니다. 저는 100퍼센트 팀장 리더십의 문제라고 봅니다. 팀원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팀장의 문제이지요. 소통의 문제로 인해 그만두는 직원들을 불러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보면 그 중간에는 반드시 팀장이 있습니다. 조직은 괜찮은데, 여기 있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 마음속에 깊게 들어가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리더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도 리더의 능력이거든요. 팀장과 팀원이 싸우든 팀원과 팀원이 싸우든, 팀장은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권한이 있습니다. 방치해선 안 됩니다. 솔직한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Q. 그렇다면 팀원은 ‘공감이 이끄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팀원이 자기 역량을 꽃피워내려면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팀원과 격의 없이 협력할 줄 알아야 합니다. 팀장의 시선으로 봤을 때 어떤 팀원이 다른 팀원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 ‘아, 저 친구가 다음 팀장감이다’ 하는 게 보입니다. 거기에서 리더십이 나오는 거니까요. ‘나는 내 일만 하면 된다’ 이런 마음으로는 공감이 이끄는 조직을 만들 수 없습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고, 거기에 더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전해주고 또 솔직한 소통으로 다양한 조언을 건네다 보면 자연히 리더십이 길러집니다. 그게 바로 팀원, 즉 ‘예비 팀장’으로서의 역할이고요. 팀장하고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장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게 공감이지요. 이런 팀원이 차기 팀장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다산북스에는 많은 팀장님이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다산북스의 ‘공감지수’는 높은 편인가요?
최근 직원들의 얼굴 표정을 볼 때 다산북스는 공감지수가 높다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직원들을 대할 때 공감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다른 말로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지만 이 친구들이 나중에 다 우리 출판계를 이끌어나갈 주요한 인재들인데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조직을 이끌 수 있겠습니까. 아직은 젊기 때문에 배우는 과정이고, 이를 우리 조직이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들에게도 늘 이 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아마 팀을 운영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나 생각합니다. 팀원에게 함부로 하지 말고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처리하라고 하니 어렵지요. 쉽지 않습니다.

저는 다산북스의 공감지수가 높기 때문에 ‘위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믿기 때문에 위임을 하는 것입니다. 위임의 근거는 ‘업무일지’입니다. 자신이 한 일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또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다산북스 문화 덕분에 구성원 간의 벽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출판사가 신뢰와 위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도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거예요.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공감의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그를 통해 서로가 신뢰하고 공감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Q. 『공감이 이끄는 조직』의 원제는 사실 『Lead Like a Woman(여자처럼 이끌어라)』입니다. 출판계에는 특히 여성 인재의 비율이 높은데요. 그에 비해 여성 임원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출판업이란 굉장히 고급스러운 직업입니다. 정신문화와 지식을 다루는 업계이니까요. 출판계에 굉장히 많은 여성 인재가 있지요. 그러기에 남녀차별이 적습니다. 그래서 좋은 여성 인재들이 출판계로 오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 출판은 크리에이티브와 감수성을 요구합니다. 저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여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출판계에는 여성 사장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임원 비율도 높은 편이고요. 출판업이 쉽게 독립할 수 있는 구조이고,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 출판계가 더 근본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성장에 대해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경력단절의 문제가 있습니다. 육아의 과정이 있잖아요. 출판업에서 성공한 여성분들을 보면 결혼을 안 하신 분들이 꽤 많습니다. 최고의 단계에 이른다는 건 자신을 끊임없이 연마한다는 것인데, 이 분들은 일에 자신을 연마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의 저자 켈리 최 회장님과 이야기를 하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여자들은 –100에서 시작한다’고요. 0에서 시작하는 남자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 여자들이 남자들과 경쟁하려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여성들의 핸디캡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우리 회사는 내년부터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본부 체계로 변화를 시작합니다. 현재 콘텐츠개발팀의 팀장들은 여성이 많지요. 3~5년 정도 지나면 많은 여성 본부장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성팀장들이 성장해서 새로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여성들의 핸디캡 문제를 조금씩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희 회사가 공식적으로 야근을 없앤 지 3년 정도 지났습니다. 야근을 하는 경우 야근 사유서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도 완전히 야근을 근절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야근을 없애려면 혼자 하려고 끙끙대지 말고 협력해서 지혜를 모으고 모르는 건 질문해가며 빠르게 일을 끝내야 합니다. 이게 굉장히 질 높은 조직의 모습입니다. 또 금요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합니다. 금요일을 ‘회사 학습의 날’로 만들어서, 오전에는 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자발적으로 퇴근을 하게 바꿀 순 없을까. 우리가 그 정도를 책임질 능력이 있는 조직인가, 그렇게 했을 때 생산성이 떨어지진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합니다. 직원들의 휴식도 고민의 대상입니다. 맨날 일만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휴식으로 충전한 건강이 있어야만 구성원이 더 좋은 생각,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산북스는 다양한 시도들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조직입니다. 국내 최초 저자 인세 공유프로그램도 그런 차원이고요. 우리가 모범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힘듭니다. 늦을 수밖에 없어요. 방향이 정해졌다면 빠르게 추진해 우리 스스로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Q. 회사의 변화 의지에 맞게 구성원 스스로도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춰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겠군요.
출판업은 사회적 영향력이 굉장히 큰 업종입니다. 그러니 우리부터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출판업에 오는 사람들은 ‘자율성’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출판이 다른 업종에 비해 요구되는 책임도 높은 만큼 만족도도 크잖아요. 자기주도적인 직업입니다. 회사가 그에 맞게 대우를 해줘야지요. 그러면 자연히 좋은 인재들이 출판업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제 자리에서 이런 고민들을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런 고민을 했는데, 어느 정도 정리를 좀 했습니다. “출판을 통해 우리 문화의 꽃을 피우고, 인류에 이바지 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다양한 고민을 해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