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즈음 제일 고민하는 키워드는 언러닝(Unlearning)과 생산성(Productivity)입니다. 언러닝은 지금까지 우리를 성공에 이르게 한 것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때 그것을 비워내고(폐기) 재학습을 통해 시스템을 전환(생산성을 혁신)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항상 열정적으로 일한다고 믿고 각자가 맡은 업무를 주체적으로 처리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직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비용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언러닝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 회사에 언러닝의 모범 사례가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6월 초에 『토지(전 20권)』를 재출간하기로 결정했을 때 제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디자인입니다. 『토지』의 운명은 내용이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디자인과 마케팅에서 승부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역량 있는 외부 디자이너의 힘을 빌리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회사에 새롭게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정명희 디자이너, 그리고 6팀 팀장, 팀원들이 보여준 열의 덕분에 내외부 역량을 가리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정명희 디자이너의 시안이 『토지』의 최종 디자인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후 정명희 디자이너와 6팀은 본문의 입력과 확인, 조판과 표지 디자인(패키지 디자인 포함)까지 엄청난 열정과 몰입으로 『토지』를 완벽하게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생산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효율이 아니라 효과의 세계로 나아가는 일을 의미합니다. 효율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가진 근육의 힘으로 일한다면 효과의 세계에서는 창조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창조적으로 일하면 생산성은 자연히 올라가게 됩니다. 효과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효율에 갇혀 있으면 몸과 마음만 바빠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짜증이 올라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프로젝트나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원래 비즈니스 세계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좋고 나쁨도 없습니다. 효과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만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효과적으로 일하지 못하면 여러분의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일하게 됩니다. 물론 생산성도 갈수록 떨어지게 됩니다. 생산성을 역전시키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자신만의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첫째, ‘현재 이 일에 전념하고 있는가?’, 둘째,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고 있는가?’ 셋째, ‘비용을 경쟁자보다 낮게 통제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효과적으로 일하는 전략이 세워진 것이고 실행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저는 정명희 디자이너와 6팀이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었기에 『토지』를 효과적으로 출간했고 현재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하나씩 차례로 살펴보면 첫 번째로 ‘현재 이 일에 전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명희 디자이너와 6팀은 전념의 정도가 최고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진행하는 동안 6팀의 업무일지를 꾸준히 읽을 때마다 그 전념의 깊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고 있는가?’입니다. 책을 만들 때 이 질문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강력한 콘셉트를 창조해야 합니다. 기존의 『토지』는 물론 전통적인 문학 독자들의 기대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에 대한 상(像)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래는 정명희 디자이너가 스스로 밝힌 디자인 콘셉트입니다.
“한국 근대사의 비극과 가족 서사를 이어지고 끊어지는 역사의 줄기, 즉 핏줄 형상으로 상징화해 표지에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또한 자연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강줄기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장장 5부, 20권으로 나뉜 책의 구성을 각 부의 바탕 컬러로 구분하였는데요. 1부의 청색은 하늘, 2부의 녹색은 나무, 3부의 황색은 땅, 4부의 적색은 인간, 5부의 갈색은 토지의 생명력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만듦새에서 주력한 것은 세트로 책장에 꽂혔을 때 보이는 책등의 이미지였습니다. 토지의 핵심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리산의 능선(소백산맥)을 길게 이어지는 20권의 책등에 새겨 시대의 흐름과 장엄함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태어난 디자인과 구성이 『토지(전 20권)』의 서사에 퐁당 빠져드는 데 보다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_ 정명희(디자이너)”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콘셉트와 그것을 구현할 상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비용을 경쟁자보다 낮게 통제하고 있는가?’입니다. 디자인과 제작 공정 전 과정에서 비용을 낮게 통제하려고 무척 애썼습니다. ‘비용을 경쟁자보다 낮게 통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본질은 제작 비용을 낮추는 것은 물론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통해 독자들에게 『토지』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판매로 연결시키느냐에 있습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다산북스가 『토지』를 메인 콘셉트로 잡은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결정입니다. 결국 효과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토지』를 우리 시대 최고 스테디셀러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업이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길도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그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래서 용기 있고 대담하게 첫발을 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명희 디자이너와 6팀이 보여준 헌신과 용기는 우리 전 구성원들에게 『토지(전 20권)』 대장정의 첫발을 떼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명희 디자이너와 6팀이 보여준 헌신과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