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이원흥
1993년 1월 3일,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첫 출근을 했다. 한컴과 TBWA 등에서 제작 임원을 거쳐 현재 농심기획에서 제작 총괄로 일하고 있는 30년 차 카피라이터이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시대. 우리는 ‘밸런스’를 말하면서도 내심 ‘워크’보다는 ‘라이프’에 무게를 싣고 있는지 모른다. 라이프보다 워크를 우선시하는 건, 지나간 시대의 삶의 방식처럼 느껴지니까. 그런 우리에게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는 묻는다.
“어차피 깨어 있는 시간의 반이 일하는 시간인데,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그 반은 버려지는 셈 아닐까? 반을 포기하고도 과연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까?”
반박하기 어렵다. 일하는 동안에도, 일하며 맺는 관계 안에서도, 나의 시간은 흘러간다. 일 속에도 삶이 있다. 그러므로 일을 잘하는 것과 삶을 잘 사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이원흥 저자는 말한다.
“나는 3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해오며 생각했다. 일을 잘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모든 것은,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모든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신의 일을 끌어안고 있는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처음 회사원이 되었을 때, 이제 막 팀장의 자리에 앉았을 때, 퇴사를 고민할 때, 회의 시간이 힘들 때… 일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맞닥뜨리는 순간들과 그때의 고민들에 답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충고도 조언도 평가도 판단도 아닌, 단지 후배가 행복하길 바라는 선배의 당부”를 전한다.
이원흥 저자는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한컴과 TBWA 등의 제작 임원을 지낸 30년차 카피라이터다. 인터파크의 ‘싸니까! 믿으니까! 인터파크니까!’ 풀무원의 ‘다르게 생각해서 바르게 만듭니다’ 신라면의 ‘누구에게나 4분 30초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등 수많은 카피를 썼다. 현재 농심기획에서 제작 총괄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가 있다.

주체적인 오독
이번 책에는 <월간 채널예스>에 1년 동안 연재하셨던 칼럼(이원흥의 카피라이터와 문장)을 비롯해서, 같은 결의 글들이 실렸습니다. 처음 칼럼의 연재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가 나오고 나서 엄지혜 편집장님께서 칼럼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는데요. 그 책에도 일에 대한 태도, 일과 삶의 연결에 대한 의식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님도 그 책을 보셨던 것 같고, 일에 대한 생각들과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쓰면 어떻겠냐고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바로 동의가 돼서 해보자고 했어요.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챌린지였죠.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작품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각 글의 시작을 여셨습니다. 찰떡같이 어울리는 문장을 찾아서 글과 잇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요.
사실 되게 힘듭니다.(웃음) 저는 주체적인 독서가 얼마나 일과 삶에 적용 가능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무슨 책을 읽든 주체적인 오독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글에서 『남방우편기』를 인용하고 있지만, 일과 『남방우편기』가 무슨 관련이 있겠어요. 아무 관련이 없지요. 하지만 일에 대해서 『남방우편기』도 연결될 수 있고, 니체도 폴 서루도 빅터 프랭클도 연결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글이 내가 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에 대해 쓰는 일’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서 인용한 문장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내 책을 던져버려라. 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너 자신의 자세를 찾아라.” 그렇게 말하고 있죠. 감히 지드를 인용하자면, 이 책에 쓴 저의 생각은 일과 삶에 대해 가지는 수많은 태도 중에 하나일 뿐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필요도 없고, 아마 그럴 수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쩌면 저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자님과 같은 문제의식이요? 그건 어떤 건가요?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힘든 것도 사실이고, 제가 (사회생활) 시작하던 젊은 시절보다 가혹한 시대인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한 번 사는 거잖아요. 그리고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죠. 저는 막연한 우쭈쭈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구체적인 진술, 구체적인 칭찬, 구체적인 격려, 구체적인 위로, 이런 것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에서도 “내가 일을 시작하던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라고 하셨죠. 그 사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글을 쓰시면서 표현이나 방향에 대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제가 일을 시작하던 때와 지금은 아주 다른 세상이죠. 저같이 이전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젊은 분들은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지금보다 수백만 배 더 급변해도, 우리는 다 한 번 살아요. 인간이 한 번 사는 데에는 변치 않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든, 일을 하든, 일을 때려치우든,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변화, 트렌드, 유행, 이런 것들에만 방점을 두다 보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고유함에 어떤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는지를 간과할 수도 있다는 노파심이 있어요. 그게 정말 노파심으로 그치면 좋겠고요. 그런 것들을 균형감 있게 봐주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신입사원이 된 딸에게」라는 글은 연재 당시부터 굉장히 반응이 뜨거웠어요.
아이러니한 게, (그 글이) 가장 걱정했던 주제였거든요. 아무리 딸에게 해주는 이야기라는 외양을 가졌지만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가장 노골적인 게 아닐까 걱정했어요. 물론, 의도는 딸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요. 그렇더라도 젊은 세대가 이런 충고, 조언을 달가워할까 걱정이 많았는데요. 가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공감하고 감동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통하는 면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분들에게도 ‘막연한 우쭈쭈가 진정한 위로일까’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충고나 조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태도에서 출발한 충고와 조언이냐 그 내용이 설득력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에 따라서 어떤 충고는 경청할 만한 의미가 있고 어떤 조언은 그렇지 않은 게 아닐까, 거기에 희망을 갖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썼어요. 제가 가진 문제의식과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어주신 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의 태도가 곧 삶의 태도
「신입사원이 될 딸에게」를 통해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자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방우편기』를 인용했던 거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간 고위 관리의 이야기를 한 거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광고라는 일도 수만 가지로 정의될 수 있어요. 조금만 문제의식을 갖고 생각해 보면요. 얼마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바버숍의 젊은 사장이 자기 일상에 대해 쓴 칼럼이었어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마무리가 자기의 일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바버숍이든 광고 카피라이터든, 자기 일을 숙제 하듯이 하지 않고, 스스로가 ‘내 일은 이런 것 같아, 이런 가치·의미가 있는 것 같아’라고 알고 진짜 그렇게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치롭게 느끼니까 잘하고 싶어지고, 그런 동력과 에너지가 대단히 중요한 거죠.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따님과 아드님이 신입사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 대한 두 분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입사원이 될 딸에게」의 딸은 이제 2년차 사원이 됐고, 아들은 지금 1년차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아무래도 제가 젊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들과 저의 딸과 아들이 가장 최초의 독자였어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까요. 그들을 통과하지 않으면 책으로 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매번 검증했어요. 매번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받았고, 그게 아주 큰 힘이 됐죠. 지금도 이 책을 너무 좋아하고 자기 친구들에게, 또 선후배 동료들에게 추천해요. 주변 반응도 전해주고, 저도 들으면서 흐뭇하고 그렇습니다.
‘일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면 잘해야 돼요. 잘해야 불안하지 않아요. 잘해야 일 자체가 재밌어져요. 저는 어떤 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처음에는 서투르고 잘 못하죠. 그때는 일이 재미없어요. 그런데 ‘아, 이거 이렇게 하는 거구나’ 알게 되고, 해보니까 조금 잘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재밌어지는 거죠. 그러려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고, 잘하려면 뭘 해야 되는지 찾게 되는 거고요. 그것의 가장 중요한 시작이 주체적인 자각이라고 생각해요. 주체적인 태도 설정이 없이 숙제 하듯 일하면 다 허사예요. 그러면 결국 큰 불안과 맞닥뜨리게 돼요. 스스로가 ‘나는 잘하고 싶어, 어떤 게 필요하지?’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책이 제일 빠르더라고요. 가장 싸고, 가장 빠르고, 가장 함축적인 것 같아요.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도 각자 다를 것 같습니다. 성과가 좋으면 일을 잘하는 걸까요?
일의 분야마다 또는 역할과 직급에 따라서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다르겠죠. 일반적인 의미로 말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자기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살아있으니까 문제가 계속 생기죠. 산다는 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일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삶에서 보여주는 태도가 그렇게 다른 것 같지 않아요. 예를 들면, 저한테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성실한 공부’, ‘씩씩한 도전’, ‘흔쾌한 존중’ 이 세 가지로 말하겠어요. 일을 잘하려면, 또 좋은 삶을 살려면,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에 게으른 사람이 일을 잘하거나 좋은 삶을 살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원도 안 갔는데, 그런 공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아실 거예요.
씩씩하게 도전하는 태도는 어떤 건가요?
매 순간 씩씩하게 도전해야 돼요. 일에 있어서 ‘굳이 나한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설 필요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살면서 (다른 일에) 나서나요? 안 나서요. 반대로 ‘저 사람이 고생하고 있는데 좀 도와줄까? 내가 잘하지는 못하지만, 같이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안쓰러운데?’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 외에도) 살면서도 그래요.
「물어도 대답 없는 너에게」에서 ‘진정한 존중’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윗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건 존중이 아니라고 하셨죠. ‘너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선명하게 부딪치거나 격렬히 반대하거나 뜨겁게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중이라고요.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건 높은 사람들의 책임이에요. 그 회의실의 좌장이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죠. 사장이 권위적이거나, 회의의 좌장인 임원이나 팀장한테 말해봐야 자기 이야기만 할 것 같으니까, 입을 닫는 거죠. 그 책임은 윗사람들한테 있는 게 맞아요. 그렇지만 모든 문제는 ‘시스템’과 ‘개인’의 차원이 있는 것 같아요. 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높은 사람들에게 있지만, 한 개인으로서 ‘나’를 거기에 종속 변수로만 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동료와 후배들한테 “주어가 ‘나’인 문장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장은 말이야’, ‘우리 회사는 말이야’, ‘원래 우리 분야가 말이야’라는 말보다 ‘그런데 나는~’, ‘그런데 내가~’, ‘그래서 제가 팀장님한테 말씀드리기를~’ 이렇게 주어가 ‘나’인 문장을 자꾸 만드는 거예요. 저는 존중이라는 건,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상대에게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상대를 진짜 존중하는 거죠.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
책에 쓰시길, 광고도 회사도 사랑하지만 “어차피 광고도 농심기획도 영원히 사는 데는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런 태도가 굳세고 당당하게 매 순간 씩씩하게 일하는 데 바탕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또 그렇게 씩씩하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있는 곳과 하는 일에 대한 최선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저는 광고 일을 30년 했지만, 광고를 아주 좋아하고 이 일을 사랑해요. 그런데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일이 모든 일 중에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사회의 다른 일들보다 탁월하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가 있는 회사와 저라는 사람이 현재 최고의 광고회사이고 최고의 카피라이터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 같지 않아요. ‘내가 지금 가진 싸움에서 나를 얼마나 완전연소 하는가’ 그게 저의 삶에서 중요한 것 같아요. 일에, 그리고 일을 잘하려는 노력에, 정말 내 에너지를 다 쏟은 것 같은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는 알잖아요. 저는 그게 마땅한 자기 일의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견해가 다른 분들이 있겠지만, 그건 존중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 같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를 다 던지는 것. 그랬을 때 오는 황홀한 만족감과 그 에너지가 다시 삶에 전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어른의 일」이라는 글은 정말 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었습니다.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한번 여쭤보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일을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일하는 게 좋은 것인지 배운 적이 있나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요. 어떻게 하는 게 일을 잘하는 건지 모르니까 윗사람들을 보게 돼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어른답게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의 반대를 이야기해볼까요?
예를 들면 어떤 경우가 있나요?
같이 일하는 조직의 리더가 스스로를 비평하는 위치에 놓고 ‘너는 이걸 잘못했어, 이 정도밖에 못했어’ 하면서 심사와 비평만 해요. 그리고 스스로를 분리하죠.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화만 내요. 그건 매우 유아적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책임져야죠. 자기가 만 원이라도 월급 더 받는 사람이고 리더인데. 자기한테 아무 보고도 없이 단독으로 일한 거 아니잖아요. 다 승인 하에 리뷰 하에 컴펌 하에 이루어진 것들이잖아요. 공이 있다면 돌려줘야 되고, 과가 있다면 ‘괜찮아 너희들은 잘했어, 책임이 있다면 내가 질게’라고 하는 게 어른 아닌가요? 우리가 보고 싶은 건 그런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그렇게 돼야죠.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건 ‘나’가 주어가 아니잖아요. 나와 우리 중에 어른답게 일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분명하게 갖고, 동료와 후배들을 존중하면서 리드하고, 그래서 더 좋은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와 스포트라이트를 돌려주고 “정말 훌륭하다, 너희 덕에 나는 그냥 얹혀가는구나”라고 말하고, 만일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스스로 나서서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야죠. 그렇게 일하는 게 어른인 것 같아요.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돼야죠. 그래서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죠. 어른답게, 라는 게 뭔지. 당당하고 씩씩하게 그렇게 일하는 게 뭔지. 이건 추상적인 게 아니고 저는 매우 구체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내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결정을 내린다고 하셨죠. ‘내 뒤에서 나를 보는 사람, 나의 후배들에게 지금 내 판단은 설득력이 있는가? 그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게 결과적으로 나는 좋았다’고 쓰셨습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망설여질 때가 많아요. 일을 한다는 건, 그리고 책임이 높아진다는 건, 판단에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광고주를 유치하기 위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클라이언트 컴펌을 받아야 해요. 그래야 광고가 태어납니다. 클라이언트가 마음에 안 들어 해서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건지, 대답은 내가 해야 돼요. “죄송합니다, 다시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할 것인지 “저희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할 것인지. 그럴 때 저는 제 뒤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요. 제 뒤에서 서른 살의 이원흥이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절과 단호한 포기만 멋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타협을 하고 설득을 해야 돼요. 그런데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알아요. 제가 어떤 의도로 하는 말인지. 그걸 의식하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그런 데 대한 당당함이 제 뒤에 있는 후배의 눈으로 봤을 때 좋을 것 같고요.
‘권위가 아닌 품위의 인간’이 되고 싶다고 하신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일하는 자의 품위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요. 언제나 자기 설득력을 검증하고, 그것이 잘 되건 잘못되건 씩씩하고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 존중에서 시작하는 자세를 잃지 말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자발적이고 진지한 호기심을 놓지 말고 늘 궁금해 하는 것. 저는 그게 일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품위 같아요. 그렇게 노력하고 분투하면서 살아가면, 어쩌면 저 같은 후배는 ‘일하는 사람의 품위는 저런 것 같다’고 봐주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 그것에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그렇지만 누구든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잘 되고자 매우 분투하는 것이 자기 일에 대한 마땅한 태도 같아요. 잘 안 될 것 같은 모든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전망과 예측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긍정하고 집요하게 노력해서 증명해야 되는 거죠. 자기 자신이 잘 안 될 때도 얼마나 자기를 긍정할 수 있을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긍정하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의지만으로는 잘 안 돼요. 결심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힘이 되어 주는 건, 저에게는 독서였어요. 젊은 분들이, 이미 그러고 계시겠으나, 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빠른 자양분이 되어주는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요즘은 영상 시대고 스낵 컬처의 시대이지만, 당연히 그것이 가지는 장점과 새로움 미덕이 있지만, 긴 호흡의 또는 조용한 독서의 몰입이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흘려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과시적이거나 구경하는 독서가 아니라 언제나 주체적인 독서를 하시면 좋겠고요.
‘이게 지금 나의 일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 어떤 시사점이 있나’ 항상 의식하시면, 모든 책에 반드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회사도 완벽한 책도 없겠죠. 거기에서 내가 무엇을 취하고 배웠고 보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나’가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중요하죠. 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내 주변을, 지금 나의 인생을, 나의 일을. 그런 걸 자각할 때만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일에 즐겁고 적극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일이 진짜 자기 마음 안에서 재밌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야 좋잖아요. 안 그러면 눈치 보죠. 눈치 보면 시간 안 가고, 재미없고, 괴롭고, 그렇잖아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2299)
들어가기 전에
*추정경
울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벙커』, 『언더, 스탠드』,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이 있다.

『내 이름은 망고』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청소년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해 온 추정경 작가가 재기발랄한 소설로 돌아왔다.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갑작스럽게 동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여곡절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곰이 된 태웅을 비롯해 기린, 비둘기, 하이에나 등 제각기 다른 동물로 변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표현한 이번 작품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십 대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그간 『벙커』,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 개인의 내면을 살피거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셨는데요.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같아요. 전과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올해 뜻하지 않게 두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힘들게 썼던 작품 하나를 탈고하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고, 그 후련함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썼는데 그게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경쾌함이 되었군요. 예전에 왕가위 감독이 영화 <동사서독>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너무 힘들게 촬영해서, 그 중간에 쉬어가는 마음으로 <동성서취>라는 가벼운 영화를 마음 편하게 찍은 기분과 비슷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십 대 아이들이 동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해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제 일상다반사에 반인반수와 같은 아이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갓 십 대가 되었는데, 어둠이 몰려오기 전 까치놀이 보이듯 사춘기의 전조가 보이네요. 자신도 생각이 있고, 본능이 있고, 감정이란 게 있다고 항변하는 낯선 아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보니 제 친구들 대부분이 속이 문드러지는 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노라면 때론 광야의 질주 같고, 때론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폭주 기관차 같기도 하더군요. 본인들이야 괴로움 속을 지나고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와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따듯한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은 태웅이지만 여러 인물의 사연이 고루 담겨 있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옴니버스로 구성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의 가치 있는 인생에 대해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비교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동물에게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 어떤 아이가 절대 선이 되지도 절대악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은 유연하고 인생은 유한해서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테니까요.
십 대 시절의 작가님께서는 어떤 동물에 가까웠나요? 만약 동물화된다면 어떤 종이 될 거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애석하게도 저 자신을 동물화로 상상해 보지 못했어요. 예전에 만약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 질문을 어린 아들에게 받았는데, “난 돌멩이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상처를 준 뒤로 쉽사리 대답하지 못해요. 아무래도 이번 생은 사람으로 잘 살다가는 걸로 끝내야겠어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작품 구상 간에 빠진 인물이나 동물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어떤 캐릭터든 생각이 오래 머물면 그 생각이 책임과 애정으로 되는 듯합니다. 곰 태웅, 기린 서우, 들개 국영, 비둘기 세희와 지훈, 이 모든 캐릭터의 방점인 라텔 영웅은 물론이고, 이름 없는 들개까지, 모두 제가 이 세상에 데리고 온 존재들이니까요. 작품 중에 돌고래로 변한 남쪽 먼바다 아이를 설정했는데 생각보다 외연이 넓어져서 나중에 다른 이야기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서랍 속에 묵혀두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번 작품을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유독 생각이 오래 머문 곳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영웅이 형 태웅을 한눈에 알아보며 스스로 형의 흔적을 살피는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키 작은 기린 서우가 스스로 모든 기린이 동등하다는 걸 깨닫는 장면입니다.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수면 위로 올리는 데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어요. 외부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커가는 장면 중 하나에 독자들의 시선이 머물길 바랐습니다.
작품 속에서 동물화를 겪는 아이들처럼 사춘기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십 대 친구들에게 애정 어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춘기를 안으로만 삭이고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지라 티가 나지 않게 지나온 듯합니다. 잘 컸다고 생각했던 어른의 어느 날, 한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가사 중 한 문장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나는 배운 대로 살았어요. 나이 드느라 바빴어요.”
이상하게도 그 문장 하나에 제 온 마음이 사로잡혀 꼭 숨겨두었던 눈물 봉지가 바늘 하나에 찔린 기분이었죠.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어린 저 자신을 알아주는 듯한 그 문장이 참 오랫동안 위로가 되더군요. 저는 제 글에서 누군가가 그 한 문장을 찾길 바랍니다. 사실, 사람은 동물보다 강물에 가까운 존재니까요. 우리는 시작되는 곳도 모르고 흘러가지만 결국 그 여정으로 만들어지고, 그래서 인생도 목적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선물이니까요.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2529)
들어가기 전에
*김혜정
십 대 시절부터 공모전에 도전해 100여 번 떨어진 후 작가가 된 자칭 성공한 이야기 덕후다. 지금도 1년에 책 150권, 영화 100편, 드라마 30개를 보며 이야기에 빠져 산다.

아이들의 마음속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깨비 오지랑과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세아의 이야기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 이 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함을 깨닫게 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속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 김혜정입니다. 만화책, 영화, 동화, 드라마, 소설 등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결국 작가가 된 성공한 이야기 덕후랍니다. 지금도 이야기를 보고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해요. 이제까지 청소년 소설 『하이킹 걸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닌자 걸스』, 『판타스틱 걸』(드라마 <안녕,나야>원작), 『다이어트 학교』, 『텐텐 영화단』, 『오늘의 민수』, 『오백 년째 열다섯』, 동화 『헌터걸』, 『맞아 언니 상담소』, 『우리들의 에그타르트』, 십대를 위한 에세이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 『다행히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썼어요. 말랑하고 잘 변하는 십대 인물을 좋아해 십대가 주인공인 작품을 주로 썼습니다.
말씀하신 『헌터걸』, 『오백 년째 열다섯』, 『하이킹 걸즈』 등 작가님께서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도서를 많이 집필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쓰신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은 초등 저학년들이 읽기 좋은 도서입니다. 청소년 도서를 주로 쓰시다가, 저학년 도서를 쓰시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청소년 소설을 쓰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동화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초등 고학년도 사춘기를 겪는 인물들이니까요. 제가 25살에 작가가 되었는데, 사춘기를 뒤늦게까지 겪어 제 이야기를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저학년 동화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시절 마음이 잘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어린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어린이의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아이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저학년 주인공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오지랑은 아이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저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해요. 아이에게 오지랑 이야기를 해줬어요. 오지랑이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서 잔소리하는 엄마도 혼내주기도 한다니 제가 화내면 “엄마도 오지랑한테 혼나야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의 주인공, 오지랑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누구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내켜서 아이들을 도와주는 건 아닌 캐릭터. 본의 아니게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런 캐릭터의 성격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되었을까요? 작가님도 오지랑과 닮은 점이 있으신가요?
어린이와 많이 닮고, 어린이가 좋아할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착하기만 한 캐릭터보다 할 말 다하고, 짓궂기도 하지만 결국 어린이의 편이 되어주는 주인공을요. 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그랬거든요. 오지랑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반갑고 즐거움을 주는 친구가 되길 바라요. 제가 오지랑이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소소하게 어려움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변 사람과 일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하니까, 엄마가 “혜정아. 우선 네 일이나 신경 써라”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건강한 오지랖을 부리기 위해 노력 중이랍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잇템도 많이 등장합니다.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를 더 잘 살려주는 이런 책 속 요소들을 구성하실 때에도 많은 고민을 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구성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어린이들은 정말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작은 것에도 잘 신나하고 웃거든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저는 미처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데, 아이는 “엄마, 이것 봐. 웃기다”하면서 그림이나 대사에서 재밌는 걸 꼭 찾아내더라고요. 어린이들이 쓴 글이나 그림을 보면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 어린이들은 상상력 천재들이예요. 그런 어린이 독자들이 봤을 때 “오, 재밌네”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에서는 누구나 학교에서 한번쯤 겪을만한 미묘한 친구 고민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도 실제 “내가 또는 우리 아이가 겪는 고민이 이 책을 통해 해결되었다”라는 평을 해주시기도 하셨어요.(사전평가단 평가 내용) 첫 번째 권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학창 시절을 통틀어 제가 가장 고민했던 첫 번째가 친구 문제였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도 그랬는데, 요즘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도 정말 똑같아요. 학교 강연을 가서 어린이, 청소년들이 익명으로 고민 상담을 할 때가 있는데, 친구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 심지어 어른들도 회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인간관계라고 하잖아요. 친구와 재밌게 잘 지낼 때도 있지만, 갈등이 생겨 멀어지는 일이 꼭 생겨요. 친구끼리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데, 어른들은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만 잘 지내지 못하면 ‘내가 문제가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모든 관계가 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잖아요. 누구나 겪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첫 번째 오지랑 이야기로 친구를 주제로 다뤘어요.
시리즈로 쭉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도깨비들이 새로 등장하나요?
오지랑의 편이 되어주는 다다, 차차만 있지 않아요. 2권에는 오지랑을 골탕 먹이는 ‘고고’가나올 거예요. 고약하고 또 고약해서 이름이 고고라는 소문이 있죠. 어린이들의 웃음을 빼앗아 가는 ‘크크’ 도깨비도 등장을 할 거예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의 장점은 매 권마다 새로운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거예요. 같은 형식으로 주인공과 사건만 바뀌는 게 아니라, 오지랑이 새로운 어려움에 처하면서 다른 위치에서 오지랖을 부리게 돼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지랑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마음’이었어요. 어른들은 착각을 해요. 어리니까 잘 모른다고, 어리니까 속상해 봐야 얼마나 속상하겠나 생각해요. 어른의 시각과 입장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대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대하고, 잘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2090)
들어가기 전에
*구하비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번째 생일이 조금 지나고, 외고를 자퇴했다. 평일 낮 빈 도서관에 앉아 문예지를 교과서 삼아 읽고, 예술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것들을 시도해보며 시간을 보냈다. 새를 이해하려면 날개를 알아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다시 목적의식을 찾고 학교로 돌아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UC버클리대에서 인지과학과 사회학 학사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하버드대에서 발달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언어가 공간인지능력에 끼치는 상대적 효과를 연구한 논문으로 'Robert J. Glushko 최우수 인지 과학 논문상'을 받았다.

하버드 출신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 『하버드 22학번』이 그리는 입시는 대한민국 독자라면 대부분 경험해본 적 있을 법한 특정한 감각이다. 『하버드 22학번』은 자퇴생 ‘하비’를 통해 합격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단단한 결의를 품은 사람의 내면은 자기 확신으로 눈부시게 빛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저자는 소설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당당하게 말한다.
“저는 반드시 합격할 겁니다. 하버드.”

『하버드 22학번』이 첫 책인 만큼 작가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짤막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필로 필연을 옮겨 적는, 신인 소설가 ‘구하비’라고 합니다. ‘하버드’나 ‘대학 입시’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 많지만, 제 첫 번째 소설 『하버드 22학번』은 ‘성공-실패’, ‘공정-불공정’이라는 이분(dichotomy) 사이의 모순, 몰이해, 그리고 부조화를 집중적으로 그려낸 책입니다. 누구보다 높고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은 새, ‘하-버드(bird)’가 되고 싶은 야망에 스스로를 역설적으로 새장에 가두는 학생들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이름부터 행보까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지만, 소설은 결국 허구의 장르라는 전제 하에 독자님들께서 현실과 허구에 각각 한 발씩을 딛고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까지 외국에서 생활하셨다고요. 국내에서 소설책을 내겠다고 결심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학사, 석사를 모두 마치느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제 문학적, 사상적 토대가 형성된 시기는 자퇴생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평일 낮 교실에서 수능 국어 지문을 읽을 때, 저는 도서관에서 SAT 공부를 위해 스타인벡, 카프카,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에 대한 반작용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국 문학을 읽을 때 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최인훈, 김수영,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가장 좋아했고, 작가 소개에서 밝혔듯 문예지를 마치 교과서 삼아 계속해서 읽다 보니, 언젠가는 한국어로 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말은 서양적이기도 하고, 자기 계발서 혹은 실용서에서 주로 사용되는 키워드이지만, 저는 백낙청 선생님처럼 한국 문학에 대해 더 알고, 더 쓰고 싶었습니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문화와 문명의 무게를 받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제 언어로 소설책을 내고 싶다는 건 흔들림 없는 결심이었던 것 같아요.
자전적인 요소가 담겼다는 점이 『하버드 22학번』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셨다고요. 자퇴를 결심하셨을 때 작가님의 심정과,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때가 2012년이었으니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그 당시에는 많이 황폐했어요.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그럴수록 저는 야망으로 도피했던 것 같아요. 현실이 막막할수록, 오히려 비현실적인 야망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탈출구를 찾는 심정이었달까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입시라는 방법을 통해 저를 증명해 낼 자신과 각오는 언제나 확고했습니다. 그래서 하버드라는 이상향을 계속해서 정조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퇴하기 전날 밤, 9시쯤 야식 먹는 시간이 끝나고 친구들과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며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선언했던 기억이 납니다. “난 가장 위대한 입시 스토리를 써내겠다”고. 물론, 그걸 진지하게 믿었던 사람은 그 당시엔 저까지 포함해 아무도 없었던 것 같지만요. 이 대사를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사용했는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다만, ‘민로사’ 등 주요 인물들은 소설 내용과는 다르게 자퇴 이후에 만난 인연들이라, 지금 돌아보면 자퇴하던 그 순간에는 황폐했지만 결국 필연으로 마무리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를 새장에, 학생을 새에 빗댄 묘사가 인상 깊었어요. 주인공 하비를 비롯한 네 명의 친구들이 결성하는 스터디 그룹의 이름이 ‘HARBIRD’인 것도요. 하버드의 ‘버드’를 새라고 연결 짓는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일차적으로는, ‘새’라는 문학적 메타포를 항상 좋아해왔습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인가 봐요. 특히, 자퇴생 시절에는 소설 속 선진두 선생이 한 말처럼 “광활한 하늘의 자유를 견뎌내지 못하는 새의 날개는 부러질 것”이라고 많이 느꼈고, 자유로울수록 고독이 수반된다는 걸 표현하기에 ‘새’가 딱 맞아떨어지니 언젠가 책의 제목을 짓는다면 꼭 ‘새’ 혹은 ‘버드’를 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어렴풋한 생각만 품은 채로, 학부를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졸업 논문과 대학원 지원을 바쁘게 마무리하고 나니(지원서를 낸 곳 중에 하버드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졸업식 연설에 들어갈 대표로 문장을 하나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가 소개에도 있는, ‘새를 이해하려면 날개를 알아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를 보냈거든요. 그리고 ‘버드’를 발음하면서 연설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하-버드’라는 키워드가 딱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하버드 대학원 합격 편지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이제 하-버드(HARBIRD)를 제목에 온전하게 넣을 수 있겠다’였습니다.

책에서 가장 아끼는 한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이상향이자 이상형인 로사와 함께하는 장면들, 그중에서도 하버드에서 열리는 GSC가 끝나고 앤더슨 메모리얼 브릿지 끝에 앉아 찰스강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하비와 로사는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마치 클린턴 부부처럼 야망을 가득 품은 파워 커플입니다. 그러나 하버드에는 한 명밖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22년도에 하버드생이 되어 다시 이곳에 오자고 약속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처한 비현실적이고 역설적인 ‘캐치-22’ 상황을 응축시키고자 했어요. 추후 작품에서 이어질 최종 엔딩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가장 의미 깊은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소설적으로도, 실제로도요.
스스로를 새장에 가두듯, 자발적으로 고통스러운 일과에 뛰어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그 안에 단순히 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망과 욕심, 꿈에 대한 갈망도 존재하기에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완성된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을 통과하고 있을 10대들에게 이 책이 어떤 의미가 되어주면 좋을까요?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원고 마감을 하면서 이제 새장에 갇혀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 ‘고시 시절’의 절박한 담론이 한국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절박함이 사라진 공백에 무력감이 자리 잡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세운 확고한 목표를 끝까지 이뤄낸다는 것은 굉장히 숭고한 체험입니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고등학생 여러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재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 속 입시는 미국 대학 입시이지만, 한국 입시의 DNA를 한껏 이식한 이야기이기에 입시 전쟁을 이겨내는 한국 고등학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대학을 가던 시절에는 입시 만능론이 성행했는데, 지금은 입시 무용론이 성행하는 시대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런 거대 담론들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결국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이 써서 남길 수 있는 것 역시 어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야기뿐이기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도 결국은 개인의 이야기예요. 그러니 꼭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내시길 바랍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22’라는 숫자가 제게 의미가 큰 만큼, 남은 올해를 숨 가쁘게 달리고 싶습니다. 『하버드 22학번』의 세계관도 더욱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자퇴 이후 하버드 합격을 다루는 2부와, 하버드에서의 생활을 다룬 3부 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전에 이번 책에 등장하는 ‘문도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입시가 아닌 실리콘 밸리, 암호 화폐를 소재로 삼아 비슷한 성격의 야망과 욕망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필연적인 이야기들을 소설로 쓰고자 합니다.
다만, 이런 숨 가쁜 계획들을 세우다가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느끼는 서늘한 가을 바람에 환절기 감기도 앓고, 정처 없이 산책도 하다 보니 소설 속 인물들을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스스로를 잘 구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1863)
들어가기 전에
*김주혜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서사를 다룬 데뷔 소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해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온라인 잡지 <피스풀 덤플링>의 설립자이자 편집자다.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주해 성장한 김주혜 작가는 그러나 자신의 한국인 정체성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들려준 독립운동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내내 간직하고 있었다. 심한 인종 차별을 경험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 고독하게 소설을 쓰던 시절, 여러 편의 단편을 에이전트에게 보냈지만 원하는 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에이전트로부터 “장편을 써보라”는 말에 낙심한 김주혜 작가는 마음을 가다듬으려 함박눈이 내리는 공원에 갔고, 그곳에서 호랑이와 마주친 사냥꾼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수십 년의 세월과 여러 등장인물이 마음속에서 별자리처럼 그려지는 듯했다.”
600쪽 분량의 장편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수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10여 곳이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2022년 9월에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에서 영어로 쓴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의식한 독자는 한국의 독자였다는 김주혜 작가. 그는 소설의 의미를 정확히 읽어주는 한국 독자들에게서 커다란 위로와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저는 배고픔을 너무 많이 겪은 사람입니다. 소설 속에 정호가 너무 배가 고파서 등에 식은 땀이 쫙 내려간다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제가 다 경험했던 거예요. 상처가 많이 있는 사람인데요. 한국 독자 분들이 보여주신 엄청난 사랑 덕분에 제가 많이 치유가 됐습니다. 받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랑을 한국 독자 분들이 채워주셨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요. 감사합니다.”

흥분과 두려움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책이 한국에 출간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땠나요?
일단, 그런 기대 같은 건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각박한 환경에서 책을 썼습니다. 너무나도 고독하게, 저 혼자서 에이전트 한 사람만 만족시키기 위해 읽고 쓰고 또 쓰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러다 미국 출판사에 이 소설을 팔았을 때만 해도 판권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 팔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또 판권이 팔리기 시작했을 때도, 물론 간절히 한국에 팔리기를 원하지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바람만, 소망만 있었죠.
놀랍게도 한국에도 판권이 금방 팔렸는데요. 그런 다음에는 우려가 됐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분들이 재미 교포 분들, 그리고 한국의 독자 분들이었거든요. 그분들의 시각을 굉장히 의식하고 썼습니다. 미국 시장의 구미에 맞게 단순화하고, 소설화한 게 있지만요. 제가 정말로 인정받고 싶었던 분들은 한국의 독자 분들입니다. 다행히 걱정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어요. 덕분에 정말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의 인터뷰를 읽거나 행사에 오신 한국 독자 분들께 하고 또 하는 말인데요. 정말로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를 드립니다.
작가님의 깊은 진심이 느껴져요.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얘기는 무엇이었나요?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데요. 특히, 기억나는 것 하나는 “이 책은 정말로 한국 사람이 쓴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의 정체성과 진심을 알아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또 하나는 “이 책의 작가는 정말 애국자다, 애국심이 나타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건 정말로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말에 정말 감사했어요. 너무 흥분되었고요. 사실은 엄청난 무서움입니다. 앞으로도 더 잘해야 하니까요. 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계속 해야겠죠.
이 이야기를 시작하실 때 600쪽에 달하는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처음에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셨는지 궁금해요.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장편 소설을 집필할 때 저는 시작점이 다른 예술 작품이에요. 음악이나 발레처럼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에 감동을 받고, 저런 감동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거든요. 그럼 제가 이걸 하는 거예요. 소설의 배경에는 저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도 있었고, 한국인이라는 저의 뿌리도 있었지만요. 이 이야기로 이러한 감정을 안겨야겠다, 생각하게 된 것은 안톤 브루크너의 제8교향곡입니다. 이 곡을 만 14살 때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처음 연주했었는데요. 20년이 넘은 지금도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예술적 경험 중 하나입니다. 그때 이 곡이 온몸을 관통한 거죠.
이 곡은 부르크너가 인생의 거의 마지막에 쓴 교향곡이에요. 부르크너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는데요. 그러니까 이 사람의 삶의 깊이와 깊은 신앙, 그에 따르는 인간으로서의 절망 등이 다 녹아 있는 곡이고요. 이 곡의 결말 부분에서는 모든 시련과 고통, 좌절을 겪은 후 결국 신에게로 향하는 그런 감동을 줍니다. 이 세계와 우주, 신, 신앙이 모두 하나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감동을 책으로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렇죠. 조금 더 설명하자면 대성당에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그 곡의 4악장이 마치 대성당의 벽처럼 느껴져요. 대성당을 지을 때 한쪽 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쌓은 다음 다른 쪽 벽을 쌓는 게 아닙니다. 기초, 둘레를 점점 쌓아 올리는 거죠. 그러면서 벽이 어디에서 멈춰 천장과 만나느냐를 다 생각하고 있어야 해요. 하나씩 쌓아가면서 그곳에 도달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세월은 시작부터 알고 한 겁니다. 정확하게 어디에 창문이 들어가고, 스테인드글라스에 어떤 색이 들어갈 거라는 걸 다 자세하게 알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건 하면서 알아내고요.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에 도달하느냐, 그리고 그 도달점의 감동이 어떤 것이냐는 첫날부터 알고 시작했습니다.

이게 문화적 시각이구나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이 정말 좋거든요. 제목도 처음부터 생각하신 건가요?
제목은 저의 에이전트 ‘조디 칸’ 씨가 지은 것입니다. 저는 원래 ‘사랑과 시간’이라는 제목을 생각했어요. 사실 이 책의 주제가 시간과 사랑입니다. 시간이 변질하는 것, 그리고 시간도 변질 못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에이전트께서 그 제목은 안 된다고 했어요.(웃음)
지금의 제목은 소설 속에서 일본인 ‘이토’가 한 말에서 따왔어요. “어떻게 이 작은 땅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용맹한 맹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나 서양 독자들은 ‘야수들’을 어려운 시절에 처해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작고 척박한 땅에서도 너무나 기개있고, 용맹하게 꿋꿋이 살아오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야수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 독자 분들은 다 저와 같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선조들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라는 댓글을 보면서 이게 바로 문화적 시각이구나, 참 놀랍다, 생각했어요.
한국의 문화 안에 깃든 호랑이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호랑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맞다, 그런 게 있었지, 떠올릴 수 있었거든요.
번역가 님도 번역을 하는 내내 호랑이 사진을 곁에 두셨다고 해요. 제가 작품에서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호랑이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호랑이 이야기가 정말로 한국의 정서, 우리 선조들의 정서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야만적인 존재가 아니잖아요. 한국에서 호랑이는 용맹하고, 은혜를 갚고, 필요하면 싸우기도 해요. 우리도 투쟁하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호랑이 이야기를 무척 많이 읽고 자랐습니다. 서점에 가면 세상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책을 읽었는데요. 호랑이 나오는 전래 동화가 정말 많았어요. 그 덕분에 제가 자연을 사랑하고, 작가가 된 겁니다. 그 이야기들에 푹 빠졌으니까요. 사실, 한국 역사에서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는 맹수였습니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수는 없죠. 비좁은 땅에서 거대한 포유류와 인간이 공존하는데 마찰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호랑이 소탕을 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에 전해 내려오는 호랑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존재입니다. 익살스럽고, 어느 면에서는 귀엽기도 하고요. 따뜻하고 인정이 있으면서 절대로 비겁하지 않습니다. 한국적인 정서가 넘치는 영물이 호랑이입니다.
번역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데요. 문장만 보아도 엄청나게 정성을 들여 번역하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책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은실’, ‘월향’, ‘옥희’ 등 등장인물의 한국 이름도 번역가 님이 만드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감탄했어요.
그냥 직역으로, 무미건조하게 외교나 경제적인 내용을 번역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번역가 님과의 합작입니다. 박소현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훌륭히 이 작업을 해주셨어요. 박소현 번역가 님은 예술가이십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영어로는, 예를 들어 ‘옥희’는 ‘Jade(제이드)’, ‘월향’은 ‘Luna(루나)’, ‘돌쇠’는 ‘Stony(스토니)’로 썼어요. 순우리말 이름을 상상하면서 지은 것이죠.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을 보면 등장인물 중 하나가 ‘보름이’입니다. 저는 사실 루나를 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번역가 선생님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제이드를 ‘옥이’로 번역하기보다 ‘옥희’로 해보자고요. ‘월향’ 역시 저는 보름이라는 이름을 생각했지만 평양 기생의 첫째 딸인,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딸이었다면 이 정도 화려한 이름은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동의했습니다.
작가님 역시 한국어를 잘하시잖아요. 번역된 한국어판을 읽으면서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영어 문장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재미가 있어야 쓸 기운이 나고요. 그런데요. 한국어판에서는 좋아하는 문장이 다릅니다. 어감이 다르고, 강조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한국어판에서 제가 사랑스럽게 여기는 문장들이 바뀌었어요. 그 맛을 음미할 수 있어서 저로서는 너무나도 기뻤죠.
특별히 떠오르는 문장이 있으세요?
21쪽의 문장인데요. ‘그 작고 얌전한 불빛은 마치 두꺼운 겨울 솜이불같이 그들 모두를 뒤덮어 보호해 주고 있는 이 깜깜한 어둠에 맞설 뜻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문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기다려봐요, 문장의 핵심이 나올 테니까, 하고요. 또 ‘작고 얌전한 불빛’이라는 말, 얼마나 귀엽습니까. 이렇게 의인화가 가능한 게 한국어입니다. 우리나라 사상이 그렇습니다. 한국 정서가 불빛도 얌전할 수 있고, 호랑이도 인간화 되고 그렇잖아요. 사물이나 자연도 더불어 사는 겁니다. 그걸 존중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거죠. ‘두꺼운 겨울 솜이불 같이’도 그래요. 제가 영어로는 ‘퀼트’라고 했는데요. 그것을 두꺼운 솜이불이라고 번역하니까 더 잘 알 것 같아요. 영어보다 더 감칠맛이 나고요. 그래서 이런 하나 하나를 너무나도 좋아하면서 읽었습니다.

역사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님께서 모든 인물에게 깊이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인물도 그냥 도구가 되게 하거나 소홀하게 대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심지어 ‘정호’의 아버지가 아내 ‘순영’을 생각할 때마저도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죠.
모든 등장인물, 악당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제 영혼의 한 부분을 찢어서 주지 않은 인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인물이 안 나오니까요. 어떻게 입체적인 인물이 나오겠어요. ‘성수’나 ‘이토’까지도 전부 김주혜 영혼의 한 조각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어떤 인물도 미워하지 못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등장인물 중에 저와 가장 비슷한 인물은 ‘명보’입니다. 명보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제가 이상주의자예요.(웃음) 약간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요. 순진하게 타인을 도와야 한다고 믿고요. 어린 시절에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다니고, 뭐 하나라도 있으면 주변에 나눠주고 그랬어요. 그런 면에서는 명보가 저랑 가장 닮은 인물입니다.
작품에는 실제 존재했던 역사 속 인물로 연상되는 사람들이 곳곳에 등장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왜 실명으로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어요. 이유가 있었겠죠?
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역사가 아니라 스토리니까요. 실제 존재하는 역사적 인물들을 등장시키면 제 의도대로 인물들을 움직일 수 없었겠죠. 그 사람들이 실제 갖고 있던 특징들을 그대로 갖고 와야 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나혜석, 이 사람은 안중근, 이렇게 하지 않았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여러 인물들을 복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명보 같은 경우도 사실 여러 인물을 합친 사람이거든요. 그렇게나 헌신적으로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에 기여하던 사람이 한 명만 있었던 것이 아니잖아요. 진정한 사대부 의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 당시에 굉장히 많았어요. 따라서 이 사람은 이런 역사적 요소를 따오고,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을 따오고, 생김새는 내가 상상하기도 하면서 썼던 거예요.
그런 역사의 인물들이 여러 곳에 다양하게 섞여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작가님의 취재와 조사가 방대하고 깊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역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도 역사책을 즐겨 읽었죠.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게 ‘역사는 흐른다’로 계속되는 동요가 있는데요. 그걸 계속 부르면서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한국의 역사는 아주 흥미진진한 전개의 연속이었습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말이에요. 그만큼 역사 속 인물들, 사건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쓰면서 그런 것들을 즐겁게 담을 수 있었어요.
한 가지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 것은, 한국어로 직접 연구를 했다는 부분이에요. 번역된 자료나 미국 사람이 한국에 대해 쓴 자료 등도 참조를 했지만 제가 가장 많이 본 것은 한국 사람이 그 당시 직접 쓴 것 자료였어요. 그것이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종말이 눈앞에 닥쳐온 듯한 지금 같은 시대'(185쪽)라는 문장이 나오죠. 묘하게도 그 문장에서 지금을 생각하게 돼요. 물질적인 풍요나 자유에 대한 감각 등 이전 시대보다 진보했다고 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요.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기후위기 등으로 자연과 많은 동물들이 고통받고 있잖아요. 결국, 지금 같은 시대에 약 100년 전 시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새로운 의미를 가져온 것 같아요.
제가 의도한 바를 너무나도 그대로 느끼셨습니다. 저는 그저 한반도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 게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소재로 써먹은 게 아니고요. 한국 역사를 알리는 동시에 세계적인 이야기를 써서 지금의 물적, 영적 환멸의 세상을 맞이한 세계인들에게 제발 꿋꿋이, 양심 있게 살아달라고 간청한 겁니다. 명보가 그러는 것처럼 말이죠.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듯이 이러한 멸망의 세계, 종말을 앞둔 시기에도 우리는 신의를 버리지 않아야 해요. 사랑과 우정, 충심, 용기를 잃으면 안 됩니다. 한국이 나라를 되찾은 건 그걸 믿고 행동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죠. 나라를 되찾아야 하는 상황은 더 이상 아니지만 지구인으로서 행동해야 해요. 우리가 잘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과 사랑
이 작품을 하나로 보듬어주는 문장이라고 느낀 문장이 있어요.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429쪽)라는 문장이었는데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 작품 속 인물들의 편을 들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맞습니다. 그 시대에는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게 세상 이치 같아요. 한편으로 그 시대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요. 연구를 하는 동안 가장 저의 심금을 울린 것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녀노소, 이데올로기, 정파, 계층 등에 상관없이 모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라를 찾은 겁니다. 그것을 우리가 기려야 합니다. 또한 그 정신을 지금 현실에서 다시 되새겨야 해요.
소설 전반에서 3인칭으로 서술하다가 딱 두 챕터에서 ‘나’로 화자가 설정이 되어 있어요. 한 명은 ‘정호’ 한 명은 ‘옥희’였는데요. 두 챕터만 화자를 다르게 두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이 이야기가 두 세대, 반세기를 거쳐 많은 등장인물이 수를 놓잖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두 주인공이 정호와 옥희라는 의미입니다. 소설의 중간에서 정호가 떡 하니 ‘나’로 나타났을 때 왜 정호 혼자만 그렇게 등장할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가장 마지막에 옥희도 ‘나’가 됩니다. 결국 정호에게 화답하는 게 옥희였다는 뜻입니다.
각 인물들에게 어떤 결말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지는 않으셨어요? 나쁜 사람이 항상 처벌받는 것도 아니고 선한 사람이 항상 좋은 결말을 맞지도 않거든요. 그게 삶이기도, 삶의 이해할 수 없는 면이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각 인물의 결말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조금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고 있었거든요. 중간 부분에서는 바뀌기도 했지만 결말들은 거의 바뀌지 않고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썼어요. 예를 들어 약 20쪽 분량의 ‘프롤로그’를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첫날 단숨에 썼어요. 근데 보시면요. ‘그건 야마다 소위의 삶이 끝나기 직전 그의 눈앞을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잊지 못할 형상들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32쪽)라는 문장이 있죠. 저는 야마다가 어떻게 죽을지 알고서 그 첫날에 이 문장을 쓴 겁니다. 나중에 집어넣은 게 아니고요.
말씀처럼 현실은 우리가 바라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때문에 결말이 좋든 나쁘든 그것을 다 수용하는 것 같습니다. 또, 저는 인생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그 부분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바라는 인생과 현실로 이루어지는 인생 사이에는 격차가 심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과 사랑이 그 사이에 있습니다. 그 안에서 고통과 함께 사랑과 아름다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1962)
들어가기 전에
*김봉중
전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턴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톨레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샌디에이고시립대학 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다.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에 등장하는 30개 도시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던 미국사의 큰 흐름과 섬세한 결이 보인다.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는 어떤 도시들이 주 무대가 되고 큰 활약을 했는지, 남북 전쟁은 왜 발생했고 그 전후에는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서부 팽창은 어떤 모험과 비극들로 미국사를 장식했는지 역사적 흐름을 이해함과 동시에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서 풍부한 지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색다른 미국 이야기가 생생히 펼쳐진다.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신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도시로 읽는 미국사로서 30개 도시를 선별해서 각각의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책입니다. 30개 도시를 통해서 미국 역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 다양함을 관통하는 어떤 미국적 가치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죠.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해주신 미국사 강연이 인상깊었는데요. 특별히 ‘미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미국은 현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보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이란 거울이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죠. 하지만 미국의 거울에 우리를 비춰보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갈수록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솟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국사 전문가로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벌거벗은 세계사’ 강연과 이번 책과 같은 저술 활동의 배경이지요.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는 여행과 역사가 접목된 콘셉트로 구성이 되었는데요. 책의 콘셉트를 소개해주신다면요? 도서 속 30개 도시의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미국은 13개 식민지가 연합해서 시작해서 지금의 50개 주와 워싱턴 D.C.라는 독립 행정 구역을 포함한 거대한 국가로 확대되었습니다. 미국 성조기의 네모 박스 안에 있는 별들이 처음 13개에서 지금의 50개로 늘어난 것처럼 미국은 시작부터 완성된 나라가 아니라 확장되고 움직이는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미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방법으로 30개 도시를 선별해서 소개하는 작업을 택한 것이죠. 30개 도시의 선택 기준은 쉽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과 그 다양함을 관통하는 어떤 미국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도시를 선택했습니다. 도시의 규모와 지역적 균형 등도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런 역사성이죠.
도서에는 KFC가 노예 제도와 연관이 있다거나, 라스베가스가 괴짜 억만장자 때문에 도박과 쇼의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는데요. 교수님이 독자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챕터가 있다면요?
어떤 특정한 도시를 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소개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제가 도시들을 선정해서 집필하는 과정에서 너무 애정이 컸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군요. 여러 자식들 중에 가장 선호하는 애가 누구냐, 이에 대한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과 같은 맥락이겠죠. 이에 대한 답을 이렇게 돌려서 대답하겠습니다. 독자들이 어떻게 책을 읽을 지에 대한 제언입니다. 먼저 잘 아는 도시, 익숙한 도시를 읽고 서서히 주변 도시들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한 나라 중 교수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미국의 도시는 어디이며, 왜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살았던 도시와 지역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여행 중에서 만난 매력적인 도시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미국 역사에서 그 중요성을 놓칠 수 없는 도시들도 있죠. 혹시 나중에 독자들과의 사적인 만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 말해보도록 할게요.
사실 요즘 한국사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많은데, 우리가 지금 왜 미국사를 알아야 하는지 그 쓸모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왜 미국사를 알아야 할까요?
인터뷰 처음에 얘기했지만, 미국은 갈수록 우리를 보는 중요한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 좋든 싫든 미국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거울입니다. 제가 30여 년 전에 마주했던 미국 대학생들보다 지금 우리 학생들이 훨씬 더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여기서 미국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학생들의 생활방식, 사고방식, 가치관 등에서 오래전 미국 학생들을 보면서 놀랐던 것보다 더 놀라곤 합니다. 미국을 보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사를 보아야 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미국사의 거울 속에 우리를 비춰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강점을 배워야 하고, 미국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혜안을 얻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글로벌 강국으로 기지개를 펴기 위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습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크고 다양하며 수시로 변하는 나라이기에 ‘미국은 이런 나라’라고 쉽게 재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이 미국사의 섬세한 결과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https://ch.yes24.com/Article/View/51956)
8년 전 이주해 워싱턴주 정착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 삶 추구

“니어링 부부의 책 ‘조화로운 삶’은 정말 딱 떨어져요.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던 거죠. 근데 현실이 그게 아닌 걸 깨달았어요.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내가 변하지 않더라고요.”
새 책 ‘도시인의 월든’(다산북스) 출간과 함께 한국을 찾은 저자 박혜윤(47)씨의 말이다. 그는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워싱턴주 시골에서 8년째 살고 있다. 부부 모두 정규직이라고 할만한 직업 없이,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여백을 누리며 살아가는 생활은 지난해 나온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통해 화제가 됐다.
서울에서 속칭 명문대를 나와 기자생활을 했던 그가 시골행을 결심한 건, 뒤늦게 미국에 유학해 교육심리학 박사까지 받은 뒤였다. 기러기 생활을 하던 남편도 직장생활에 지쳐 퇴직하면서 네 식구의 미국 시골살이가 시작됐다. 사실 ‘조화로운 삶’에 일찌감치 매료된 박씨는 결혼 초에도 남편에게 시골 가서 살자고 한 적이 있단다. “저보다 더 도시적인 사람이라 단칼에 거절하더라고요. 내심 안심이 됐죠.”
반면 ‘월든’은 그가 대학 시절 처음 읽었을 때는 “누가 봐도 참 이상한 책”이라 여긴 고전이다. 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예상과는 다른 시골 생활을 경험하면서다. 일례로, 농장을 침범해 농작물을 망치는 사슴을 두고 난생처음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그는 ‘월든’의 저자 소로에 대해 “요즘 같으면 악플에 시달릴만한 일을 많이 했다”며 책에 이렇게 썼다. “완전한 자급자족과 자연 속 고독을 그토록 예찬하면서 실제로는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빨래는 어머니에게 맡겼다.
인생의 정답처럼 찬양했던 호숫가 오두막의 삶도 불과 2년 만에 접었다.” 박씨는 소로가 “인생의 정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모순이 가득한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었던 것”이라고 적었다.
그의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이와 통한다. 그는 무소유를 예찬하거나 무욕을 지향하지 않는다. “저는 욕망을 억제하는 거는 믿지 않거든요. 욕망을 어떻게든지 누르면 옆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그 욕망을 생생한 그대로 빨리 충족시키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책에는 그가 욕망을 충족하는 나름의 방식과 구체적 생활의 면면이 흥미롭게 드러난다. 그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절대화하는 대신 “내 삶의 유일한 저자”는 “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비틀어 “반사적으로 노를 마구 젓고 싶어지지만 실은 물이 들어올 때야말로 정신 차리고 재빨리 도망을 가야 한다”고 책에 썼다.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무리를 하기 쉽다”는 맥락에서다.
스스로에 대해 그는 “포기를 많이, 굉장히 잘해왔다”고 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등 구직에 나서지 않은 것을 포함해 그만의 경험과 이유도 책에 담담히 적었다. “100등에서 90등, 70등까지 가는 것과 달리 3등이었을 때 2등, 1등으로 올라서는 건 어렵잖아요. 그 마지막 경쟁을 싫어해서 회피하는 걸까 라는 의문도 들어요.”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들 그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글이 공감을 얻는 데 놀란 눈치다.
인터뷰 출처 – 미주중앙일보(https://news.koreadaily.com/2022/10/18/society/generalsociety/20221018210854622.html)
콩쥐가 팥쥐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호랑이를 피해 도망가는 순간, 놀부가 심술 궂게 제비 다리를 분지르는 모습!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긴박함을 느꼈던 경험 있으시죠? ‘바닷속에는 정말 소금 맷돌이 있어서 짠 걸까?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먹고 나로 변신하니까 조심해야겠다’와 같이 알게 모르게 상식과 매너를 배워가기도 하고요. 사이 좋은 의형제의 이야기나 효녀 심청이를 보면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도 몽글몽글 샘솟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을 채워주는 많은 이야기는 마치 가랑비와도 같습니다. 요점 정리된 것을 외우는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천천히 우리 일생 그리고 추억에 스미는 것을 보면 말이죠. 재미있게 읽었을 뿐인데 돌아보면 인성과 상식 그리고 따뜻한 사랑까지 배우게 해주는 것은 동화책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이 시대 어린이들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적셔주는 동화 작가 박현숙 작가님이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에 목이 마른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박현숙 작가님의 단비 같은 새로운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본인 소개 그리고 이번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는 박현숙이라고 합니다. 작가 된 지 17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170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소설을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용 중의 용이 되고 싶어 하는 천년 묵은 구렁이 구드래곤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구드래곤은 길고 긴 수행을 거쳐 승천하는 도중에 잘난 척 한번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승천에 실패하게 됩니다. 다시 승천하기 위해서는 이름 세 개가 필요한데, 이름을 얻기 위해 뭐든 다 파는 마트 사장이 됩니다.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셋이 구드래곤을 찾아오고, 구드래곤은 자신이 연구 개발한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금세 다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구드래곤의 계획은 자꾸만 엉키고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구드래곤과 세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천 년 묵은 구렁이가 마트 사장이라니,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떠올리시는 건가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수집 방법 혹은 글쓰기 방법, 소재 선정 방법이 매우 궁금합니다.
신기한 것이, 글을 쓰면 쓸수록 이야깃거리는 더 많아집니다. 흔히 소재가 고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주로 생활동화를 많이 썼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 전에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었고 그 영향 때문에 생활동화를 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저를 다작하는 작가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아마도 작품을 적게 썼다면 아직 저는 생활동화에만 머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쓰다 보니 다양한 소재를 찾게 되고 다양한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구미호라는 소재로 글을 쓸 때 슬며시 함께 찾아온 소재입니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디선가 “다 너 때문이야”라는 어느 아이의 한마디를 듣게 되었고, 그때 『마트 사장 구드래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 한 줄, 스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님은 『수상한~』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유독 아이들이 열광하는 소위 말하는 ‘교실에서 입소문 난’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어린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린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입니다.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을 때 어린이들은 신나고 재미있어하지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재미에 있어서는 그 어느 책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구드래곤이라는 캐릭터에 우리 아이들이 열광할 거라는,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 구드래곤이 인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살짝 해봅니다. 아이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자신보다 뭐든 잘하는 캐릭터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요. 똑똑한 듯한데 어딘가 좀 모자라고 모자란 듯하면서도 시원할 정도로 당당하고, 당당하면서도 어느 날은 또 그런 거 같지 않은 아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그 책 한 권을 읽으며 아이들은 그 속의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게 되는 거지요. 구드래곤은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책 읽기를 싫어한다, 어린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서는 책의 재미 외에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책이 일단 재미가 있다면, 그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책과 친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어른들의 몫입니다. 어른들이 애쓰지 않아도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에겐 처음 책을 접할 때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요. 저는 책이 아이들에게 놀이와도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똑똑해지기 위해서, 남들도 읽으니까,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니까, 이런 식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힘들게 뭔가(공부, 숙제 등)를 하고 났을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놀이와도 같은 책 읽기!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동화를 쓰는 사람이나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어떤 부분에서 더 특별히 공을 들이셨을까요? 이미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잡으신 박현숙 작가님께 이번 신간은 어떤 도전을 주는 작품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나오는 동화책을 보면 다양하고 특별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나 전설 속의 동물들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구드래곤에게 어떤 매력을 입힐까에 집중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구렁이에서 느껴지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패션에도 감각이 뛰어나고 춤도 잘 추는(자신은 아이돌 춤을 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보면 유행 지난 춤), 그리고 자신이 꽤 잘나고 냉철한 줄 착각하지만 마음 약하고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천년을 묵고 용을 꿈꾸는 구렁이지만 독자인 아이들이 봤을 때 어쩐지 한번 안아 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구드래곤 캐릭터는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구드래곤이 주인공이지만 사실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쓴 다른 동화와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구드래곤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여름, 어린이들이 작가님의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고 책이 더욱 좋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으로 아이들이 책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게 될 아이들이, 여름에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이 운영하는 마트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에만 문을 여니까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는 여름에 자주 내리지요. 평소에는 뭐든 다 있는 구드래곤 마트 안을 구경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 마트에 가면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곳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절대 구경도 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물건들이지요. 그리고 구드래곤의 신명 나는 춤도 구경할 수 있고요. 물건을 구경하고 있을 때 구드래곤이 넌지시 와서 말을 건넬지도 몰라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다 들어줄게! 이러고요.
아! 꼭 이번 여름에 『마트사장 구드래곤』을 꼭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 구드래곤이 마트를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요. 뭐든 잘하는 게 많은 구드래곤이거든요. 마트 구경은 꼭 이번 여름에!
마지막으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구드래곤이 천년을 수행하고도 승천하지 못하며 갖은 고초를 겪는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구드래곤이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훌륭한 책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입니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으면 열 명 모두의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구드래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크게 느끼는 것은 같겠지만 개인의 사정이나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른 생각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훌륭한 책으로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5736&expr_sttg_dy=20220830150000)
들어가기 전에
*박현숙
아이들과 수다 떨기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어른입니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으며,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 박현숙 저자 인터뷰

콩쥐가 팥쥐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호랑이를 피해 도망가는 순간, 놀부가 심술궂게 제비 다리를 분지르는 모습.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긴박함을 느꼈던 경험 있으시죠? ‘바닷속에는 정말 소금 맷돌이 있어서 짠 걸까?’,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먹고 나로 변신하니까 조심해야겠다’와 같이 알게 모르게 상식과 매너를 배워가기도 하고요. 사이 좋은 의형제의 이야기나 효녀 심청이를 보면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도 몽글몽글 샘솟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을 채워주는 많은 이야기는 마치 가랑비와도 같습니다. 요점 정리된 것을 외우는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천천히 우리 일생, 그리고 추억에 스미는 것을 보면 말이죠. 재미있게 읽었을 뿐인데 돌아보면 인성과 상식 그리고 따뜻한 사랑까지 배우게 해주는 것은 동화책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어린이들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적셔주는 동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이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단비 같은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 과 작가님 소개를 부탁 드려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는 박현숙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된 지 17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170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을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용 중의 용이 되고 싶어 하는 천년 묵은 구렁이 구드래곤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구드래곤은 길고 긴 수행을 거쳐 승천하는 도중에 잘난 척 한번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승천에 실패하게 됩니다. 다시 승천하기 위해서는 이름 세 개가 필요한데, 이름을 얻기 위해 뭐든 다 파는 마트 사장이 됩니다.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셋이 구드래곤을 찾아오고, 구드래곤은 자신이 연구 개발한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금세 다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구드래곤의 계획은 자꾸만 엉키고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구드래곤과 세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천 년 묵은 구렁이가 마트 사장이라니,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떠올리시는 건가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수집 방법 혹은 글쓰기 방법, 소재 선정 방법이 매우 궁금합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이야깃거리가 더 많아집니다. 흔히 소재가 고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주로 생활 동화를 많이 썼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 전에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었고 그 영향 때문에 생활 동화를 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저를 다작하는 작가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아마도 작품을 적게 썼다면 아직 저는 생활 동화에만 머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쓰다 보니 다양한 소재를 찾게 되고 다양한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구미호’라는 소재로 글을 쓸 때 슬며시 함께 찾아온 소재입니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디선가 “다 너 때문이야”라는 어느 아이의 한마디를 듣게 되었고, 그때 『마트 사장 구드래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 한 줄, 스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상한>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유독 아이들이 열광하는 소위 말하는 ‘교실에서 입소문 난’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어린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린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입니다.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을 때 어린이들은 신나고 재미있어하지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재미에 있어서는 그 어느 책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구드래곤이라는 캐릭터에 우리 아이들이 열광할 거라는,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 구드래곤이 인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살짝 해봅니다.
아이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자신보다 뭐든 잘하는 캐릭터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요. 똑똑한 듯한데 어딘가 좀 모자라고 모자란 듯하면서도 시원할 정도로 당당하고, 당당하면서도 어느 날은 또 그런 거 같지 않은 아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그 책 한 권을 읽으며 아이들은 그 속의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게 되는 거지요. 구드래곤은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책 읽기를 싫어한다, 어린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서는 책의 재미 외에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책이 일단 재미가 있다면, 그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책과 친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어른들의 몫입니다. 어른들이 애쓰지 않아도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에겐 처음 책을 접할 때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요. 저는 책이 아이들에게 놀이와도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동화를 쓰는 사람이나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어떤 부분에서 더 특별히 공을 들이셨을까요? 이미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잡으신 박현숙 작가님께 이번 신간은 어떤 도전을 주는 작품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나오는 동화책을 보면 다양하고 특별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나 전설 속의 동물들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구드래곤에게 어떤 매력을 입힐까에 집중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구렁이에서 느껴지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고 춤도 잘 추는, 자신이 꽤 잘나고 냉철한 줄 착각하지만 마음 약하고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천년을 묵고 용을 꿈꾸는 구렁이지만 독자인 아이들이 봤을 때 어쩐지 한번 안아 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구드래곤 캐릭터는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구드래곤이 주인공이지만 사실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쓴 다른 동화와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구드래곤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여름, 어린이들이 작가님의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고 책이 더욱 좋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으로 아이들이 책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게 될 아이들이, 여름에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이 운영하는 마트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에만 문을 여니까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는 여름에 자주 내리지요. 평소에는 뭐든 다 있는 구드래곤 마트 안을 구경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 마트에 가면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곳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절대 구경도 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물건들이지요. 그리고 구드래곤의 신명 나는 춤도 구경할 수 있고요. 물건을 구경하고 있을 때 구드래곤이 넌지시 와서 말을 건넬지도 몰라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다 들어줄게!” 이러고요. 이번 여름에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꼭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뭐든 잘하는 게 많은 구드래곤이어서 마트를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요, 마트 구경은 꼭 이번 여름에 하세요!
마지막으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구드래곤이 천년을 수행하고도 승천하지 못하며 고초를 겪는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구드래곤이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훌륭한 책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입니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으면 열 명 모두의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구드래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크게 느끼는 것은 같겠지만 개인의 사정이나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른 생각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훌륭한 책으로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1486)
들어가기 전에
*김지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피아니스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세계적 명문 음대인 인디애나대학교 제이콥 음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으로 졸업했다. 아울러 버틀러대학교에서 피아노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에서 부교수로 활동했다. 모든 음악인의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이 전석 매진되는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래, 미국 전역 순회공연을 통해 자신만의 감성적 연주와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는 연주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혈혈단신 유학생이 카네기홀 전석 매진을 이뤄 놀라움을 안겨준 책. 『백만 번의 상상』에는 직업도, 수입도, 콘서트 계약도 없는 절망적인 무명 생활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미 전역 순회공연을 이어가며 꿈을 이룬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 담겨있다. 미 전역이 열광한 피아니스트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무대 아래에서부터 훈련하고 마인드 컨트롤하한 것처럼,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 정신적, 감정적, 신체적으로 어떻게 무장해야 하는지를 가장 독창적으로 전달한다.

간략한 자기소개와 함께 유튜브, 팟캐스트 등 피아니스트 외의 활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김지윤입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을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콘서트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라는 팟캐스트는 전 세계의 청취자와 함께 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열고 무대 뒷이야기를 나누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피아니스트의 자기 계발 에세이 『백만 번의 상상』을 출간하셨는데요. 책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독자들이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몸과 마음의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피아니스트의 연주회가 수만 시간 이어진 연습 시간의 종착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는 달라요. 연습이 곧 연주고 연주가 곧 연습이죠. 매일 연습을 하고, 그 안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는 일상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가 매일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잘 살고 있다면 그 매일이 모인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피아니스트로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교수 채용의 지원서에 모두 떨어지고 어떤 연주 계약도, 아는 사람도 없었던 타국에서 홀로 내던져진 듯한 느낌을 갖던 시기였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모른 채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스스로를 일으키고 저만의 길을 만들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지점이기도 했죠.
가장 기뻤던 순간은 제 음악회를 들은 관객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제 손을 잡고 그들의 인생에 큰 치유와 힘이 되었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던 순간인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처음으로 음악을 통해 소통의 기적을 만들고 사람들과 나누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 감동은 카네기홀이든 아니면 십여 명이 있는 조그만 연주회장이든 상관없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저 역시도 느끼고, 그 음악을 나누며 소통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저의 기쁨이자 또 저를 일으키는 원동력이죠.
책에서 ‘상상의 힘’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나를 응원하는 천사와 비난하는 악마의 소리 모두 조용할 때 가장 연주가 잘 되었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중요한 연주가 있을 때마다 수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몰입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상상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인생은 세상을 보는 눈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믿어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믿게 되고, 반대로 저를 응원하고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고 상상하면 그게 진실이 되거든요. 제가 음악에 몰입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긍정의 에너지는 전염되고 관객 역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연주가 있을 때마다 저는 다시 되새김질합니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무대에 오른 게 아니라 한 사람과 소통하고 이 아름다운 음악을 같이 나누는 게 목표라고 말이죠. 제가 음악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다시 생각하는 거예요.

몸과 마음의 건강 관리를 위해 산책, 명상, 요가 등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연주회의 여부에 상관없이 항상 똑같이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말이 인상깊었는데요.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1년 전부터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주가 없을 때에는 서핑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렇게 바다에서 보는 일출은 저를 겸손하게 하고 모든 감각을 다시 깨우는 듯한 느낌을 주죠. 아침 10시부터 두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연습을 합니다. 오후 시간은 업무를 보거나 학생을 지도하거나 다른 일들을 합니다. 저녁에 두 시간 정도 더 연습한 후 잠들기 전까지는 주로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5분 명상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어느새 2022년이 150일 가량 남았는데요. 다시 한번 계획과 루틴을 점검할 때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해주신 「이틀의 법칙」을 포함하여 어떤 식으로 습관을 형성하고 지키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그 습관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확신하고 있어야 해요. 그 이유가 확실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장애물에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확신이 생긴 다음에는 ‘하고 싶다’ 혹은 ‘하고 싶지 않다’하는 감정에 속으면 안 됩니다. 어떤 동기가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해내는 습관의 힘이 우리를 만들죠. 그래서 ‘습관을 만드는 시스템’은 일상에서 그 행동을 하기까지 마음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아주 최소한의 양으로 3주 동안 매일 하는 것을 우선 실천합니다.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처음에 10장을 읽는 게 아니라 단 한 페이지만 읽는 것이죠. 그렇게 3주 동안 성공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66일 습관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처음보다 조금 더 높은 강도로 실천하는데, 이때에는 ‘이틀의 법칙’을 활용합니다. 하루는 하지 않고 건너뛸 수 있지만 이틀 연속은 안 된다는 법칙이죠. 그렇게 하면 어느 순간 새로운 습관이 제 일상에 자리 잡혀 있는 것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막상 좋아하는 일을 찾더라도 현실에 부딪혀 좌절되기도 하고요. 꿈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알기가 더욱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새로운 일을 계속해서 시도하면 그만큼 우리 스스로를 더 알게 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때마다 꿈을 포기하거나 아예 꿈 자체를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과도기를 거치죠.
우리는 ‘꿈’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과도기 또한 지나고 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 꿈을 계속해서 꾸는 것이죠.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서 행동하는 오늘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이미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진정한 행복은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 존재하니까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