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K-Book Trends〉 웹진에 다산콘텐츠그룹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의 해외 독자들에게 사명에 담긴 의미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산북스는 다산 정약용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과 실사구시 정신을 책을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로 구현하는 출판사입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를 포함해 디지털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교육, 뉴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회사로 성장 중입니다.
Q. 내년이면 벌써 다산북스 설립 20주년이 됩니다. 그동안 다산북스는 국내 10대 출판사 규모로 성장하였고, 다산콘텐츠그룹으로 변화하여 끊임없이 좋은 책과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빠른 성장의 계기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다산북스는 ‘The joy of story’(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눕니다)를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미션에 맞는 책을 기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독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려운 것을 보다 쉽게, 쉬운 것을 보다 깊게, 깊은 것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The Joy of Story’를 모토로, 콘셉트와 기획이 확실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계십니다. 다산콘텐츠그룹에게 ‘즐겁고 행복한 스토리’란 무엇인지, 또 즐겁고 행복한 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앞의 질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즐겁고 행복한 스토리’란 ‘어려운 것을 보다 쉽게, 쉬운 것을 보다 깊게, 깊은 것을 보다 재미있게’ 만든 콘텐츠를 말합니다. 그 콘텐츠는 독자들에게 지식을 주기도 하고, 지혜를 깨닫게 하기도 하며, 때로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책을 만들기 위해 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독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도움(지식, 지혜, 재미)을 줄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셋 중 하나라도 조건에 충족하지 않으면 출간하지 않는 것이죠.
Q. 홈페이지에 책의 출간 과정과 저자 지원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별도의 인세 프로그램을 통해 인세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러한 정보 공개가 도서 제작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A. 홈페이지에 책의 출간 과정과 저자 지원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는 이유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고하는 예비 저자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그들은 다산북스의 소중한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산북스는 독자만을 생각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독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원과 저자 역시 다산북스와 함께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세 공유 프로그램은 그동안 판매 부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던 출판업계의 관행을 혁신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입니다. 다산북스는 인세 계약을 한 모든 저자들에게 본인의 도서 계약 정보와 인세 지급 정보, 책의 실제 판매 정보까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저자들이 다산북스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산북스에 원고 투고가 많은 것도 그 효과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저자뿐만 아니라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의 협업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부서 간의 소통과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부서의 협업을 중요시하는 건 모든 출판사가 동일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산북스는 편집과 영업(마케팅), 홍보, 이 세 개의 부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획이 시작되는 아이템 회의 단계부터 영업부서(다산북스의 경우 ‘마케팅본부’)와 홍보부서(다산북스의 경우 ‘미디어홍보본부’)가 참여해 책으로 출간할지 여부를 함께 고민하고 판단합니다. 아이템이 통과되면 책의 콘셉트를 잡는 콘셉트 회의를 진행하는데 이때도 역시 영업부서와 홍보부서가 참가합니다.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을 편집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과 홍보가 함께 하는 것이죠. 출간 이후에는 편집부도 마케팅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 점이 다른 출판사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서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좋은 책이라면 저절로 판매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도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지만 좋은 마케팅과 홍보가 없으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최근 단행본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IP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확장의 계기와 그 성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다산북스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2014년에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2016년부터 웹소설 분야로 진출해 현재까지 600종 이상의 작품을 출간했고, 2019년부터 웹툰 분야에도 진출하여 20여 종의 작품을 연재하거나 제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산북스 웹툰은 모두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대다수의 작품이 해외에 수출 및 번역되고 있습니다. 『시간의 계단』, 『모든 게 착각이었다』, 『신데렐라는 내가 아니었다』등 주요 작품들이 9개국 80건 이상 수출되어 전 세계에 각국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book-eng.or.kr/sub/interview.php?ptype=view&idx=1240&code=interview&category=65
들어가기 전에
*이송현
중앙대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에서 아동·청소년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화 『아빠가 나타났다!』로 제5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했고, 동시 「호주머니 속 알사탕」으로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장편 소설 『내 청춘, 시속 370km』로 제9회 사계절문학상을, 동화 『엄마 배터리』로 제13회 서라벌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늦은 밤, 가만히 앉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만년필로 공책에 끄적이는 것이 인생 최고의 낙이다. 수영, 수구에 진심이며, 건강한 이야기꾼으로 사는 게 꿈이다.

아동·청소년 문학 분야의 여러 상을 섭렵하며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이송현 작가가 활기 가득한 스포츠 소설로 돌아왔다. 『일만 번의 다이빙』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추락을 반복하는 고교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온몸을 내던지는 십 대들의 분투기를 담았다. 매 순간 마주하는 높이에 대한 공포, 이를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 기량이 뛰어난 동료를 향한 경쟁심 등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이지만,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추락을 반복하는 다이빙은 종목 그 자체로도 충분히 문학적이면서,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십 대들의 삶을 잘 대변하는 것 같아요. 다이빙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어느 날 제게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나에게 오라고 반긴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알아서 나가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어떻게든 유난스럽지 않게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슬럼프를 겪을 때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해요. 추락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그렉 루가니스’를 떠올렸지요. 제가 좋아했던 다이빙 선수이자 스크랩한 유일한 사람이에요. 추락하는 루가니스의 연기를 보면서 인간의 위대함을 목격했다고나 할까요. 저는 꽤 오랜 시간 수영을 했고 한때 수구에 빠져있기도 했어요. 언젠가 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 하던 찰나 나의 슬럼프를 데리고 우아하게 추락해 보자 결심하게 되었어요.
『내 청춘, 시속 370㎞』의 매사냥, 『라인』의 슬랙라인, 『나의 수호신 크리커』의 양궁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자주 집필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오래 앉아서 작업하다 보니 이외의 시간에는 최대한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 건강한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지요. 『내 청춘, 시속 370㎞』, 『라인』은 스포츠보다는 우리 전통 문화를 현대화해서 풀고 싶었어요. 오늘의 독자들이 전통을 고루하거나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나의 수호신 크리커』는 우리나라의 십 대들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면 특별한 면모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 양궁을 소재로 삼았어요.
다이빙 훈련 장면이나 선수들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혹시 집필 간에 다이빙을 직접 해보셨나요? 어떻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작품을 쓰는 동안 코로나 시기라 아파트 단지 안 수영장이 폐쇄되었어요. 한창 수영할 때 스타트대에 올라섰던 기억을 더듬었지요. 그렇게 연습을 해도 스타드대에 서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게 무서웠거든요. 고작 스타트대에 선 기억으로 3m, 5m, 10m 위의 세상을 끊임없이 상상했던 것이지요. 허풍이 셌던 것일까요?
주인공 무원과 다이빙부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 외의 인물들까지 모두 매력이 상당한데요. 편의점 알바, 약수터 할아버지, 맛집 주인 등 조연들이 이야기를 더욱 감질나게 끌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인물들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됐나요? 혹시 조연 중에서 가장 애정 가는 인물을 꼽자면 누구인가요?
이야기를 꾸리기 전에 늘 이런저런 인물들을 그려보는 습관이 있어요. 저는 제 이야기 속 인물들이 대단히 멋지거나 완벽한 사람이기를 바란 적이 없어요. 대신 건강한 사람일 것! 각자의 방식으로 제 삶을 하루하루 열심히 꾸려가는 사람이면 충분해요. 대신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사연이 있다!” 주·조연 따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지금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연을 만드는 데에 애를 쓰는 편이지요.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약수터 기창 할아버지와 편의점 알바 구본희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6·25전쟁을 겪었던 세대와 ‘1억 목돈 만들기’가 삶의 목표인 세대가 공존하는 오늘의 현실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별을 보았지’ 챕터를 막 시작했을 즈음, 허리가 나갔어요. 평소 출간 시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욕심내서 꼭 여름에 출간했으면 했거든요. 마음이 서서히 조급해지고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어어, 불길하다. 허리 나가겠는데?’ 하고 나서 허리가 멋대로 어디론가 나갔지요. 머릿속에서는 무원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은강이가 안간힘을 쓰고 본희가 미친 듯이 편의점 일을 하고 기창 할아버지가 지나치게 파이팅을 외치면서 응원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내 몸이 이 친구들의 속도를 못 따라가서 미칠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허리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간 사람은 엄마였어요. 그때 보호자 대기실에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 끝까지 쓰라는 신의 계시구나!’ 물론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일만 번의 다이빙』을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우리 모두 용기 있는 것이지. 산다는 건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야. 제각각 생김새가 다르듯이 우리에겐 각자한테 어울리는 용기가 있지.”
이 순간에도 저는 용기 있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수많은 형태의 용기들이 모여서 세상은 더 괜찮아지는 것이라고 늘 믿고 있어요. ‘늘 푸른 집’에서 얼굴을 맞대고 즉석 떡볶이를 먹는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저는 십 대에도 이십 대에도, 오십 대가 되어서도 사람들과 어울려 즉석 떡볶이를 먹는 어른으로 남을 겁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특별한 이야기인 양 떠들어대는 그런 사람이 될 겁니다. 제가 쓴 이야기도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해서 ‘앗, 나도 이런 적 있는데’, ‘이런 뻔한 이야기도 소설이 되나?’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그럴수록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독자들의 삶 역시 특별하다는 의미니까요. 결국은 우리 모두, 의미 있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힘껏 버둥대고 있는 십 대들에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삶은 길고 선택은 다양하다.”
“쓰러진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쓰러진 몸을 일으키는 건 오로지 나 스스로 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일만 번의 다이빙』에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어차피 하던 일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외면할 것도 아니라면 그냥 늘 했던 대로 하자! 바닥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힘차게 추락할수록 바닥을 딛고 솟구치는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엄청날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646)
들어가기 전에
*옥효진
부산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2011년부터 부산에서 초등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 지식을 학교에서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급 화폐를 활용한 금융 교육을 시작했다. 이 활동으로 2019년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 <대한상공회의소장상>, 2020년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 <경제교육단체협의회 회장상>을 수상했다.

경제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 왔지만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도나도 경제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이제 자신의 삶을 꾸려 가기 위해 필수로 지녀야 하는 생존 무기이다. 『옥효진 선생님의 경제 개념 사전』 에서는 옥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경제 개념을 설명해 준다. 또 애교쟁이 강아지 멍이와 새침한 고양이 냥이가 등장해, 아이들이 어려워 할 만한 경제 개념을 빗대어 설명하여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의 경제 이해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가길 바란다.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옥효진이라고 합니다. 학교 교실에서도, 그리고 제가 쓰는 책들도 아이들을 위한 경제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세금 내는 아이들』이 경제 동화였다면 이번 『옥효진 선생님의 경제 개념 사전』에서는 사전의 형식을 빌려 경제 개념을 설명해 주셨어요. 사전 형식으로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요? 그리고 사전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일까요?
경제를 공부할 때는 개념공부와 체험을 통한 공부가 함께 필요합니다. 『세금 내는 아이들』이 교실 속에서 체험을 통해 경제 공부를 하는 이야기였다면 『옥효진 선생님의 경제 개념 사전』에서는 살아가며 만나게 될 다양한 경제 개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과 관련된 100개의 경제 개념을 담고 있어서 다양한 경제 개념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경제 개념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서 더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뽑으신 개념 중 특히 어린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경제 개념이 있나요?
책에 담은 모든 개념들을 잘 알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특히 어린이들과도 관계가 깊은 소비 관련 개념들을 잘 알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동 소비, 과시 소비, 모방 소비 등 잘못된 소비에 대해 알고 있으면 아이들이 돈을 쓸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하여 어린이 여러분이 합리적인 소비자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책의 8장 중 마지막 8장에서 욜로나 무지출 챌린지, 펭귄 효과 등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트렌드한 개념들을 쓰셨더라고요. 이렇게 현 상황을 반영하는 트렌드 용어를 어린이들이 왜 알아야 할까요? 그리고 이런 트렌드 경제 용어를 넣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요즘은 굉장히 빠르게 트렌드가 바뀝니다. 3년 정도 전만 해도 욜로가 유행했지만, 요즘은 또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거든요. 특히, 사람들이 여러 매체로부터 트렌드에 노출이 되며 나도 모르게 유행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판단 없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게 되는 거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트렌드 경제 용어를 잘 알고 있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교과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초등학교 교과 중 사회 교과 6학년 1학기에는 단원이 2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통째로 경제 단원입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2~3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매주 2~3시간씩 경제 공부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과 시간에도 용돈 관리에 대해 배우고, ‘창체시간(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찾아오는 금융교실’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분량이나 차시가 적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실제 삶에서 만나게 될 생활 관련 경제 내용이 부족한 점이 아쉽습니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경제 활동을 해 왔지요. 어린이들이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경제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린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경제 활동은 ‘소비’입니다. 사고 싶은 것은 많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살 지 많은 고민을 하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비교를 하며 사게 됩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도 하죠. 돈은 결국 쓰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 개념들은 소비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경제 교육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경제는 한 번에 친해지기는 쉽지 않은 친구입니다. 개념에 대한 공부와 체험을 통한 공부를 함께 하며 오랜 시간 친해져 나가야 하는 친구죠. 가정에서는 아이가 돈을 직접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경제 개념들을 익힐 수 있는 책을 활용한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경제와 친해질 것입니다. 저는 경제가 세상을 더 폭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이 책을 통해 경제를 가까운 친구처럼 느끼게 되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582)
들어가기 전에
*유지혜
스물네 살의 나이에 『조용한 흥분』과 『나와의 연락』을 출간하며 독자들에게 '낯선 여행자이자 인스타그래머'로 각인되었던 유지혜 작가.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물음에 그저 "학생"이라고 대답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글 쓰는 사람'이라는 단단한 자아를 보석처럼 발굴하는 시간을 보냈다.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스물여섯부터 스물아홉까지 4년간의 여행을 담은 『쉬운 천국』과 팬데믹 시절 일상을 재발견한 과정을 써내려간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는 출간 즉시 에세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정기 메일링 서비스 <유지혜 페이퍼>가 현재 시즌 15를 마쳤다.

메일링 구독 서비스 <유지혜 페이퍼>를 운영하고, 『쉬운 천국』과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유지혜는 신작 『우정 도둑』에 대해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우정 도둑』이 작가를 꿈꿔본 적 없던 그가 진지하게 계속해서 책을 내는 작가가 되겠다는 신호탄과 같은 책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우정 도둑』에서 유지혜 작가는 ‘다른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되기를 선택하는 과정’이 자신을 오롯하게 만드는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모든 것과 우정을 나누는 일,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같은 것.
“하루를 살아가는 게 점 같은 걸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점들을 그냥 가방에다 넣어 놓는 거죠.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고요.
그러다 나중에 이 점들을 펼쳐 놓고 보면 다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옛날에는 그것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저 자신한테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러다 수많은 관계들을 발견하면서 저 자신이 중요하지 않아지는 경험을 했던 것 같고요.
나 자신한테 두었던 시선을 돌려 다른 것들을 보면 굳이 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잃어버린 것들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 책에서 그런 마음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평생의 숙제, 글쓰기
제목에 ‘도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20대에 세 권의 책을 내고, 30대의 시작을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로 하면서 앞으로 여행 에세이는 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모든 글에 여행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꼭 여행이라는 갈래로 책을 나눠서 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었죠. 여행이 진짜로 저에게는 삶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렇게 제가 20대를 지나고 30대가 되면서 저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가 무엇일까 생각했고요. 그게 우정이었어요.
제가 해온 여행을 생각해보면 항상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잘한 것은 별로 없어요. 항상 그 사람이 있는 숙소에 머물렀고, 약간 좀도둑처럼 타인의 어떤 것을 훔치면서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출판사 분들과 엄청나게 오랫동안 회의를 해서 이 제목으로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책에 담긴 어떤 글도 이 제목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전히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회의 끝에 ‘우정’과 ‘도둑’이라는 두 단어를 찾으셨을 때 무척 기쁘셨겠어요.
이 단어들을 찾았을 때 너무 희열을 느꼈어요. 사실 책의 내용을 쭉 보면 그 안에 이미 이 단어들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엮다 보니까 발견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책이 제 스스로에게는 전환점이에요. 앞으로 더 진지하게 책을 내고 싶다는 신호탄 같은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전환점’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번 책을 계기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다른 활동도 많이 했고요. 사실 작가를 꿈꿔본 적도 없었어요. 좋은 글이라는 것도 잘 몰랐고요. 그저 저의 경험을 쓴다는 생각으로 썼죠. 그러다 20대 중후반부터 엄청나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책들의 작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느지막이 했어요. 그러면서 글을 쓰는 것을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인지 책이 나오면 설레거나 떨리는 것도 사실 없고, ‘다음에 또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이 앞서요.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도 그렇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쓰는 글 자체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기 시작하신 거네요.
『쉬운 천국』 때까지는 그냥 있는 그대로를 쓰고 모았다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부터 글을 쓰는 스타일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거의 숭배하듯이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책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볼 때는 이 글이 안 좋을 수 있고요. 부족할 수도 있지만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무조건 1등이야, 라는 생각으로 읽고 써요. 이 마음과 경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제 독자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분들까지가 많은 것 같아요. 압도적으로 많은 게 20대 분들인데요. 온라인 서점에 한 번도 평점을 남겨본 적 없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존 독자층이 아닌 거예요. 책을 아예 안 읽던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이 제 책으로 책이라는 세계에 입문해서 제가 추천해 주는 고전을 읽고 점점 다양한 독서로 나아가는 걸 보거든요. 그래서 제 역할은 ‘독서’라는 경험이 훨씬 쿨하고 우리한테 중요한 거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통로를 열어주고 물꼬를 터주는 역할이요. 서점에 제 책을 팬심으로 보러 왔다가 다른 책을 살 수도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독자분들과 같이 읽는다는 게 너무 좋아서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우정은 무조건적인 긍정
『우정 도둑』을 읽으면서 나로 오롯해지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이것이 작가님께 중요한 화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게 연결되는 시대잖아요. 저도 어떨 때는 핸드폰을 몇 시간 동안 하게 되는데요. SNS 활동이나 이런 걸 오래 하게 되면 뇌가 망가진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읽은 말 중에 ‘고통의 반대는 권태’라던 말이 기억나는데 저는 고통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권태를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되게 자극적인 권태인 거죠.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 연락이 잘 안 되는 걸로 유명한데요.(웃음) 그렇게 몰입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 일도 있다고 생각해요. 글뿐 아니고요. 회사원이건 서핑 강사건 많은 분들에게 몰입의 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온앤오프’가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같거든요. 상대를 아무리 좋아해도 내가 올곧게 서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를 확실하게 사랑해 줄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러니까 ‘온’을 제대로 하려면 ‘오프’가 확실히 있어야 되는데, 오프가 나 자신에게는 온인 거죠.
연결 자아를 오프하고, 오롯한 나를 온하는 거군요.
예를 들어서 저는 인스타그램 같은 것에도 활동기가 확실히 정해져 있어요. 안 할 때는 과감하게, 사람들이 날 잊겠지 같은 생각은 아예 안 하고 그냥 책만 써요. 제가 멀티가 안 되기도 하고요. 다 오프하고 글만 쓰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로 오롯한 시간에, 작가님은 어떤 존재가 되나요?
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시는데 저는 제 얘기를 하기보다는 듣고 싶어요. 그래서 여행에서도 모르는 사람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죠. 한번은 호텔 청소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오만한 마음으로, 청소에 대한 어떤 철학 같은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의 행복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민자로서의 삶 같은 것들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직업으로 누군가의 삶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최근에는 사람들이 다 너무 외롭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다른 사람한테 화가 안 나고, 누구나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응원의 마음도 우정이랑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나의 탁월한 어떤 부분을 발견하는 것보다 그걸 누군가한테 알리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외로운 사람들에게 그런 것 말 안 해도 내가 알아줄게, 이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멋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고 그냥 그 사람 자체로 있는 자체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요.
결국 우정이네요. 말씀을 들으면서 우정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제 친구들이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해준 게 그거였어요. 제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어도 될 거라고 얘기해주고 미래를 봐준 사람들이죠. 그런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로 오롯할 수 있었어요. 우정은 담백하게 상대를 긍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정은 무조건적인 긍정이에요. 상대에게 이런 저런 얘기나 조언도 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무조건 믿어주는 게 우정이죠. 이런 우정, 다정함이 한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꼈어요. 긍정적인 게 생산적이라는 말이 와 닿았던 적이 있는데요. 누군가를 비판하고, 무언가에 냉소해서 그가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지할 땐 진지하지만 그 진지함이 몸에 밴 상태에서 가볍게 살아가는 것,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게 우정과 여행의 공통점은 내게 있는 문제를 잊어버린다는 거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게 된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파고들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러니까 내게 있는 문제를 잊어버릴 만큼의 우정이 있으면 그게 오히려 건강한 인생이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끝나지 않는 책
특별히 눈길이 간 것은 ‘지현’과의 우정 이야기였어요. 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제목이 『우정 도둑』이니까, 그 안에 친구 얘기가 나오려면 그 부분을 엄청 잘 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현과의 이야기를 <페이퍼>에 연재를 했을 때는 있는 그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거든요. 게다가 엄청 반응이 좋았어요. 결국 그 글은 거의 고치지 않았어요. 그냥 거의 초고 그대로인 글인데요. 초고 그대로의 모습이 저희의 우정과 닮은 것 같기도 해서 너무 많이 고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저희가 다퉈서 한 달 동안 연락을 안 했거든요. 그렇지만 더이상 연락하지 말자는 말 같은 건 안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아무리 서로한테 서운한 말을 해도 끝까지 갈 거라는 믿음이 있죠. 이 정도의 관계에 대한 신뢰가 사랑이랑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하지만 우정은 연락을 했을 때 상대에게 답장이 없어도 애정을 애걸하는 표현을 한 번 더 써 보내지 않아도 되는 사이 같아요. 예전에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썼었는데요. 우정은 끝이라고 생각해도 시작인, 그래서 끝나지 않는 책인 거죠.
끝나지 않는 책이라니, 참 좋아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못난 모습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요. 이 사람의 못난 모습을 많이 아는 게 우정에 있어서는 레벨이 높은 거죠. 만약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기만 하고, 이 사람한테 느끼는 서운함이나 그에게서 발견한 후짐이 없었다면 그와는 안 친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양한 모습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하지 않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해요.
글 중에 ‘당신’을 호명하는 글들이 있었어요. 그건 어떤 존재인가요?
어떤 영향을 받은 건 아니고요. 대부분의 글이 나의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쓴 글이에요. 그럴 때는 주어를 바꾸는 게 확실히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쓰게 됐어요.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당신’이라고 칭함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인 거죠.
책을 읽으면서 뭐든 ‘응시하는 사람’이라는 인상도 받았어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3살에 썼던 글이나 지금 쓴 글이나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도 저는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똑같았어요. 사실 계속해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게 작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이 집착하는 하나의 주제로 평생을 간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똑같은 얘기를 다른 표현으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고, 그러기에도 너무 인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는 그것이 결핍, 나한테서 퍼져 나가는 관계,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들 같고요.

나를 잃어버리는 여행
책에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을 하죠.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잠깐 스친 인연까지도 말이에요. 관계에 대한 관심은 왜 그렇게 작가님께 중요한 주제일까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의 관계가 되게 깊었는데요. 엄마가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놀라겠지만, 사실 엄마에 대한 그렇게 기억이 많지는 않아요. 엄청나게 사랑했고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맞벌이 부부다 보니까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기억을 갖고 있진 못한 거죠. 또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어요. 초등학교를 세 군데 다녔으니까요. 그때는 그게 싫다는 생각은 안 했고, 그냥 가족이 가니까 당연히 옮긴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린 시절에 경험한 관계에 대한 결핍이 지금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중학교에 가서야 확실하게 친한 친구들이 생겼거든요.
이후 살면서 관계가 이어지거나 끊어지거나 다시 만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었고, 그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기도 해서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뉴욕을 여행하면서도 생각했던 거예요. 미국 사회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경계 같은 것들이 다 무너졌거든요. 워낙 다인종 사회이기도 하니까요. 그곳에서의 경험이 경계와 관계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생각하게 했어요. 저는 사실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마음에 들이기까지는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나도 엄청나게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깨닫게 됐던 거예요.
‘여행’이라는 키워드도 관계만큼이나 중요한 거겠죠.
올해도 3개월 정도 뉴욕에 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뉴욕에서 사는 걸 꿈꾸고 있거든요. 책에도 썼지만 뉴욕은 메시지의 도시예요. 말이 많고 단어가 많은 도시죠. 어디든지 표지판이 있고, 사인이 있고요. 하다못해 노숙자도 책을 20권씩 쌓아 두고 읽으면서 자기의 철학을 판자에다가 써서 들고 있어요. 근데 보면 찰스 부코스키가 쓴 시 같아요. 그런 걸 보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외국인한테 친절하긴 하지만 어색해하는데요. 근데 미국은 내 정원의 울타리가 있다면 그 울타리가 갑자기 와다다다 무너져서 거기를 사람들이 막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그런 정신이 없는 와중에 얼렁뚱땅 변화하는 것들도 있잖아요. 꼭 뉴욕으로 여행을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내가 공부하고 책으로 알던 것들도 있지만 실제로 경험했을 때 우당탕탕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건 절대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거니까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당신은 여행을 하면서 당신이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국적의 뿌리가 지켜지는 것만큼이나 세계 안에 속해 있다는 것에서 안전함을 느낀다.'(256쪽)이라고 쓰기도 하셨죠.
사실 여행을 많이 안 해봤을 때는 나의 자아를 찾는, 나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는 여행을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여행에서의 태도를 삶에 끌어올 수 있어야 여행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요. 또, 누구나 도망칠 어떤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저에게는 여행이에요. 도망치는 것에 대해서 너무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여행을 가면 내 인생이 좋아지고 나를 발견하고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도망이었던 건데요. 도망이어도 괜찮아, 어차피 인생은 도망이야, 이런 생각을 해요.
20대와 30대가 된 지금 나라는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세요?
말하는 입장에서 듣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죠. 저는 외동딸이고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친구들은 저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저의 성취나 이런 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없으면 저는 완전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거예요. 사실 이 책도 그래요. 책을 읽어준 독자들이 중요하지 책은 사실 저한테 중요하지가 않아요. 이 책에 대해서 생각을 하나도 안 해요. 뒤라스가 한 말처럼 책이 나온 뒤 저자는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책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만약 책이 성취라면 그 성취가 만들어낸 새로운 관계들이 저에게는 더 중요한 거예요. 사실 옛날에는 제 성취가 엄청 중요했거든요. 주먹에 꽉 쥐고 있던 걸 확 놓으니까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359 )
들어가기 전에
*정창욱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교수이자 기술이전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세계 최초로 토포택틱 비휘발성 메모리 특성을 발견해,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한국물리학회 대중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물리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40년간 물리를 탐구하는 과학자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살아온 정창욱 교수는 과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사는 삶, 물질, 그리고 우주에 질문을 던진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과학 법칙이나 이론을 정확히 몰라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고 가볍게 소개되고 있어, 마치 과학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본적인 쉬운 물리도 제대로 적용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근래 들어 초미세 양자 세상이나 초거대 우주에만 집중해 물리가 어렵다는 인식, 분위기가 더 생겨난 듯해서 일상적이고 쉬운 물리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시작이 반이듯이, 물리의 절반은 질문과 의심이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물리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0년간 국내외 출장을 다니며 식당과 카페, 공원 등에서 만난 분들과 물리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이 굉장히 흥미로워했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기도 했어요. 대화 나눈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서 더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심오한 물리가 아니라, 일단 듣고 보면 누구나 재미를 느끼는, 일상과 연결된 쉬운 ‘물리’라는 새로운 시각을 함께 즐겨준 분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책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교수님께서 수학이 아닌 과학, 과학 중에도 화학이나 생물학이 아닌 ‘물리학’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탐구하고 책까지 쓰게 한 물리학의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고교 과정에서 화학, 생물학은 외울 게 많았는데 물리는 보다 논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좋았습니다. 수학이 더 논리적이긴 하지만 실생활과 더 관련 있는 것은 물리이기에 선택했어요. 사적으로는 얼마 전 타계하신 은사님(포항제철고의 물리 선생님)이 제게 물리를 추천해 주셨어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 가면 풀장 딸린 집에서 살 수 있다고 하셨어요. 어린 시절, 포항에는 수영장이 단 2개뿐이었습니다.
물리학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 힘을 지닌 데에 있다고 봅니다.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노벨상을 받은 존 바딘 박사, 입자물리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서 만든 월드와이드웹(www)은 오늘날 인터넷 기반 세상의 출발점이었어요. 고체 물리와 양자 역학 없이는 오늘날의 무선 통신과 스마트폰도 불가능했지요.
흔히들 물리학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특히 복잡한 과학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리학을 아는 것이 과학자가 아닌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리학은 소위 말하는 천재들에 의해서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천재들은 난제에 도전하기 좋아하고, 또 난제 제시하기를 즐깁니다. 대중은 이들의 천재성에 경외심을 가지는 동시에 경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는 세상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의심하는 자세를 전파해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과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진리의 돌파구가 자주 열립니다. 450년 전에 있었다는 한석봉과 어머니의 시합은 질문하고 의심했더라면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시합의 불공정성, 과학적 진리를 깨달았을 거예요.(책 속 「물리학자의 시선 1」참고) 질문하는 힘을 키우면, 과학자가 아닌 사람도 세상(물질, 인간관계)의 숨은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최초의 발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공명이란 특정 고유 진동수를 지닌 물체가 그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힘을 주기적으로 받을 경우, 진폭과 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며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 또한 ‘공명’의 순간이다(65~71쪽)” 등 일상 곳곳에서 물리적 순간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책에 쓰인 주제나 소재 중 우리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서울 경기권에 살거나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버스를 한 시간 동안 타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버스 운전석 뒤 승객의 좌석은 대략 10, 11개의 줄이 있습니다. 다소 민감한 사람은 운전석 바로 뒤인 첫째 줄 좌석에 앉았을 때와 가운데 좌석 또는 가장 뒷줄 좌석에 앉았을 때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의 충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지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인 대략 넷째 줄 좌석에 앉으면 가장 충격을 적게 받습니다. 또, 등산복이나 가방 지퍼 손잡이에는 끈으로 만든 고리가 달려 있다는 것 눈치채셨나요? 고리를 통해 지퍼의 수명을 늘리고 장갑 낀 손으로도 지퍼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하는 물리 원리가 적용된 사례죠. 이렇듯 물리를 알면 내게 이득인 생활 밀착형 지혜도 활용할 수 있답니다.

인공지능과 챗GPT, 딥 페이크 등 과학의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데요.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에도 쓰셨듯,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즈음 과학자의 태도, 새로운 윤리 정립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술 자체에는 눈(판단력)이 없습니다. 신기술은 개발비를 얻기 위해 가장 큰 이익을 추구하는데, 대체로 범죄적 이익이 가장 큰 이익이 됩니다. 재화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므로 특정 소수가 큰 이익을 얻으면 대다수는 손해를 보게 되지요. 신기술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도록’ 감시하는 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새로운 과학일수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떠올려야 해요.
저는 ‘새로운 기술에는 반드시 새로운 윤리가 따른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인공지능과 챗GPT, 딥 페이크에 관해서 과학자로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많은 영역에서 진실과 거짓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뒤섞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에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힘과 시간이 부족해지기에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현상이 만연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을 통해 독자들은 물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체험하게 될 것 같아요. 책에서는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셨는데, 인터뷰 자리를 빌려 직접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해주세요.
서양 선진국에서는 정치를 정치가에게만 맡기고 가만히 있지 말라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됩니다. 과학을 과학자들에게만 맡기고 가만히 있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연필 뒤에 지우개를 부착하는 것 같은 일은 질문을 던지고, 의심하며, 소망하는 사람 누구나 해낼 수 있는 혁신입니다. 허벅지나 겨드랑이 부분에 통풍용 지퍼를 부착한 기능성 등산복은 불평하고 소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꼭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많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천재 의사, 천재 판검사, 무림고수 등으로 빙의해 활약을 펼칩니다. 이 책을 통해 물리학자에게 잠시 빙의해 물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양자 역학·시공간·블랙홀 같은 어려운 물리를 몰라도 세상이 새롭게 보일 거예요. 아울러 책 읽기가 끝난 이후에도 물리적 제3의 눈이 뜨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물리, 삶의 지혜가 되는 교양 과학을 원하는 모든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슈퍼 리치 중 8,000미터 고산 등정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어요.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새롭게 보면 새로운 눈이 뜨이고, 새로운 기회를 더 잘 포착하기 쉽기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쉬운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몰라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007 )
들어가기 전에
*손현주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엄마의 알바」로 등단했고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 소설 『당신의 남자』로 신인상을 받았다. 2010년 평사리문학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십 대들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소설을 펴내온 손현주 작가가 또 다른 문제작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를 선보인다. 이 책에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열다섯 소년 주노가 꿋꿋이 삶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기 담겨있다. 양극화, 한 부모 가정, 학교 폭력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이번 작품은 2017년에 출간한 『소년, 황금버스를 타다』의 전면 개정판으로 요즘의 현실에 맞게 많은 부분을 빼고 더하며 새롭게 고쳐 썼다.

이전에 출간한 책을 다시 펴내셨어요. 개정판을 출간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더불어 새롭게 고쳐 쓰신 부분이 많은데 어떤 부분을 중점에 두고 개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쓴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할까요. 처음 이 작품을 쓸 때보다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학교 폭력은 더욱 교묘해졌어요. 날이 갈수록 구분 짓기와 폭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책의 필요성이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에요 달라진 부분이라면 주노가 좀 더 주체성을 가지고 행동하게 되는 부분일 거예요.
전작 『가짜 모범생』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여러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실 문제를 주로 다루시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삶이란 현실과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문제에 둔감할 때가 많거든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쓸 때보다 유기견들은 더 많아졌고 교실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죠. 지독하게 이기적인 세상에서 작은 힘이지만 한 줄기 빛을 찾아주고 싶어서요. 조금 더 나은 사회로 가려면 우리가 인식하고 연대하며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는 유난히 ‘문제 있는 어른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주노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심화시키는데요. 어른들을 이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문제 있는 어른들이 나오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참다운 어른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저부터 문제 있는 어른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고요. 아이들의 눈은 맑고 순수하지만, 어른들은 현실에 매몰되어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요. 이기적인 어른을 통해 주노가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로 여겼던 주노가 실은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른 면모를 지닌 괴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혹시 이 장면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을까요?
주도권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인식한 거라고 봐요. 어쩌면 교실 안에서 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자신은 특수한 환경 때문에 괴물이었구나, 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했던 거에요. 그리고 모든 게 알려진 다음 주노는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강해져야 한다는 주체성이 생겼다고 할까요. 가장 두려웠던 순간을 정면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게 되면 비상할 힘이 생기잖아요.
요즘 <더 글로리>, <모범택시> 등 가해자를 응징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소설 속 주노는 고민 끝에 처벌보다는 용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진정성 있는 사과일 거예요. 가해자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피해자의 마음이 움직일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인물을 나쁘게 그리지는 않아요. 나쁜 아이라도 어떤 원인이 오늘의 가해자가 되었는지 소설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알고 보면 가해자 역시 상처가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노는 한 번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아마 이 부분이 주노가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결말에 이르면 주노를 둘러싼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긴 하지만,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데에 이유가 있을까요? 또, 주노가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늘 열린 결말을 즐겨 써 왔던 것 같아요. 결말을 명확하게 쓰는 것보다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어서요. 인생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길을 가는 거잖아요. 작가의 프레임 안에 있는 주노를 보며 독자들은 프레임 밖에 있는 주노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죠. 아마 주노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힘겨운 문제 때문에 울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십 대들에게 애정 어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십 대 때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아 울고 싶은 경험을 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용기를 내어 운명에 맞서 보는 겁니다. 그리고 때로는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극한 교육 현실에서 여러분은 자신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보며 진로의 방향성을 찾는 게 목적이 있는 삶으로 가는 게 아닐까요?
출처 – 채널예스( https://ch.yes24.com/Article/View/54039 )
들어가기 전에
*박이선
2012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하고,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하구(河口)」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장편 소설 『염부』로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역사와 시대상을 반영한 여러 작품을 출간하며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이선 소설가의 장편 소설 『염부』는 “근현대사를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녹여, 한 줄기로 유장하게 꿰어냈다”는 평으로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대적 배경과 개인 서사에 담긴 고난과 애달픔을 세심하고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으로, 작은 땅에 깃들어 있는 거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 『염부』는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인 만큼 소회가 더욱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시작된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오래전 전통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우리 소금의 안타까움과 고된 일에 종사하는 염부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언젠가 꼭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해결되지 않더군요. 원고지 200장 정도를 쓰다 덮고, 다시 쓰다 또 덮기를 몇 차례 반복했어요.
나중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머릿속 한편으로 글쓰기를 조용히 미뤄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아놓은 자료를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염부』는 염부의 아들인 염길과 일본인 유지의 딸 아케미의 사랑 이야기라는 외형을 입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사회의 혼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이야기하는 장편 소설입니다.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제 소개를 드리려니 조금 쑥스러운데요. 저는 소방관입니다. 늘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지요. 사실 독자들께 직업으로 인한 선입관을 심어주게 될까 봐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먼저 묻지 않으면 굳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치열한 경계에 위치해 있는 직업인만큼,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깨달은 바를 토대로 소설을 쓸 수 있으니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글쓰기로 먹고살겠다고 결심한 소설가는 많지 않을 거예요. 익히 알려진 유명 작가들을 살펴보아도, 다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았지요. 그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삶의 현장을 경험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담금질하여 좋은 소설을 써냈습니다. 그 과정이 창작을 위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소설을 쓴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구급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어르신들께서 그동안 자신이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 주시거든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처음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중고교 문예대회에서 몇 차례 입상한 경험 정도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계시겠지요. 따로 결심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서른쯤 되었을 때입니다. 직장에서 뜻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월간 잡지를 창간하고, 그때 처음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쓰다 보니 재밌어서 신춘문예에 투고하기도 했어요. 첫 작품은 본심까지 올라갔어요. 결국 떨어지고 말았지만요. 아마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더라면 등단이 조금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 키우며 살다 보니 문학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소설을 한번 써보마” 선언하고 그 사이트에 원고지 1,800매 정도의 소설을 연재하게 됐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소설이었어요. 사람들이 좋아해주자 신이 나서 ‘나도 장편소설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 일은 참 묘한 것 같아요.
“근현대사를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녹여냈다”는 심사평이 인상 깊습니다. 마치 실재했던 것처럼 에피소드가 생생한데, 어떻게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인물들을 구상하게 되셨나요?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에는 다뤄야 할 이야깃거리가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얼개를 짜기에 앞서, 여러 차례 고민하다가 염부의 아들과 일본인 유지의 딸을 주인공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또 해당 지역에 무슨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당시의 신문 자료들을 찾아서 참고했지요.
그 시대는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식민 지배가 한 세대 이상 계속되니 자칫하면 민족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츰 민족성을 자각해 나가는 청년과 그를 사랑하는 일본인. 두 사람이 속해 있는 민족과 계급이 다르다 보니, 그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어요. 인물들을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그 시대를 더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그중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이 있다면요?
답하기 쉽지 않지만, 저는 염길의 동생인 대길에게 마음이 갑니다. 잘난 형 때문에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소금을 구워내고, 결국 고단한 세월이 다 지나도록 염부 일을 끝까지 지켜낸 유일한 인물이니까요. 주변을 돌아보면 사실이 그렇지요. 잘난 자식들은 대부분 떠나고 그렇지 않은 자식이 부모 곁에 끝까지 남아 수발을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결국 혼자 남은 대길이 변함없이 끓여낸 소금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결정체로 작용하게 됩니다.
구슬땀처럼 반짝이는 소금이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작가님께 ‘소금’이란 무엇일까요?
아버지 석대가 둘째 아들 대길에게 해주었던 말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소금은 정성이여. 염부가 일을 게을리하믄 맛과 색이 변해분께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잉. 검단선사 이후 여그서 나는 소금은 늘 모릿등 고운 모래맨키로 부드럽고 색과 맛이 일품이제. 우리 염부들이 배운 그대로만 하믄 절대 소금은 변하지 않을 것인께 허튼 생각 말고 맘속에 똑똑히 새겨야 써.”
제게 소금은 언제나 똑같이 짠 맛이에요. 변함없는 맛과 성질로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보존시켜주고 간을 맞추는 소금. 저도 소금과 같은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가, 누구에게나 분명히 있겠지요.
험난한 시대를 거쳐 온 소설 속 인물들에게, 혹은 우리 주변의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으로 즉각적으로 메시지를 나누느라 부정적인 감정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요즘 세상보다는, 과거의 사랑이 더 절절하고 순수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 염길과 아케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염길, 당신의 아케미는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사랑을 그리며 딸을 키워냈습니다. 아케미, 당신의 염길은 불행하고 굴곡진 삶을 사는 동안에도 당신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청년들에게 순수한 마음과 인내가 깃든 사랑을 잃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사랑만큼은 소금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3963 )
들어가기 전에
*분당강쌤
'서울대 한 트럭 보낸 고등쌤의 조언' 영상으로 단숨에 17만 초등맘을 사로잡은 유튜브 <분당강쌤>. 유튜브 채널에는 한 명의 강쌤만 등장하나 원래 이 채널의 주인인 강쌤은 두 명이다. 학구열 높기도 익히 알려진 대치동, 분당 지역에서 20년째 활약 중인 입시 전문 강사이자 수능 국어, 대입 논술, 대입 수학 3개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친남매지간으로 각각 대학 입시와 대입 국어를 담당하고 있다. 그들의 강의는 입소문만으로 15년 연속 마감은 물론, 매년 수능 국어 만점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입시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학생 개개인에 맞춘 학습 전략으로 수많은 학생을 상위권 대학에 입학시키고 있다.

2006년 분당에서 학원을 열어 올해로 16년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강쌤’ 강주희 원장은 개원 이후 모든 반이 100% 마감되며 한 해도 빠짐없이 365일 대기가 걸려 있는 학원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채널 <분당강쌤>을 운영하며 첫 책 『스카이 버스』를 펴낸 강주희 원장은 “선행, 후행, 현행까지 완벽한 아이들이 고등학생만 되면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는 초등 6년간 쌓아야 했던 기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입시를 알고 내 아이를 알면 대입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책에서 밝힌다.
지난 2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스카이 버스』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학부모 500여 명이 참여한 이 자리는 독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으며, 어떤 강연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정보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
수능 국어 만점자를 다수 탄생시킨 학원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학원 강사가 되었나?
하나를 추가하자면, 우리 학원은 매해 빠짐없이 수능 영어 만점자를 배출했다. 분당 S고등학교 1등급 전원이 모두 우리 학원에서 나왔는데 저희의 자랑이기도 하다. 우리 학원은 국어, 수학, 논술, 컨설팅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원래 나는 학원을 할 마음이 없었고, 학원 강사가 내 적성에 맞는지 오래 고민했다. 대학생 때 꾸준히 과외 선생을 했지만 대입이 워낙 치열한 현장이라서 학원까지 낼 용기는 갖지 못했다. 그러다 친오빠의 1년 가까운 설득 끝에 학원을 열었다. 매일 치킨을 사주면서 “너의 길은 학원이야”라고 이야기했다.(웃음) 처음에 학원 이름을 ‘알통 국어 논술’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너 같으면 알통을 다니고 싶냐?”고 해서 포기했다. 현재 오빠는 학원에서 대입 논술과 컨설팅을 맡고 있다.
처음 학원을 열었을 때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10년 정도는 광고를 아예 안 했다. 왜냐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하면 언제든 그만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인천에 북카페를 열어보기도 했는데, 매년 학원에서 꾸준히 성과가 있었다. 한 해는 특별반이 40명이었는데 40명 전원이 서울에 있는 상위 7개 대학에 합격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끊임없이 등록하면서 강의실이 하나씩 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어 강사만 20명이 된다. 그렇게 학원 강사로서의 내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다.
인터넷 강의도 오래 전부터 열었다.
유튜브로 인기를 얻고 나서 인강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은 인강이 먼저다. 그런데 인강이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다.(웃음) 분당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인강을 만들면 잘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돈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인강은 잘 안 풀렸고 오히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게 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학부모님들이 힘들어 하는 정보 격차 때문이었다. 20년 가까이 현장에 있으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알려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앞으로도 유튜브는 유료화 할 마음이 없다.
『스카이 버스』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
이 또한 정보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 유튜브 <분당강쌤>이 다소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 많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채널이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쓰면서 많이 생각한 건,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단 한 분에게라도 진정한 도움이 되는 책, 실질적인 변화의 계기를 드렸으면 했다.
이 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시간, 비용, 노력을 최대한 적게 들일 수 있는 공부 전략을 차근차근 알려드리는 일이다. 사교육을 비난하거나 사교육을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 바람직한 교육이란 ‘사교육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 입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는 정확하게 아는 힘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다독보다 중요한 건 탐독
초등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을 지원할 때, 꼭 염두에 둘 것은 무엇일까?
대입을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면, 일단 대입을 알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답은 아이에게 있다. 지금 아이가 몇 학년이든 상관없다. 아이들은 고3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바뀐다. 내 아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학원을 선택하고, 학습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행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과연 해야 하는지가 고민인 부모들이 많다.
선행도 현행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때 의미가 있다. 제 학년 진도도 온전히 못했는데, 학년보다 빠른 진도를 다루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종종 수학의 목표를 선행으로 착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수학의 목표는 ‘수학’을 이해하고, 또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선행의 핵심은 아이에게 맞는 진도를 찾고, 아이에게 맞는 교재를 선택하는 일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아이가 수학을 많이 어려워한다면 아이에게 맞는 교재부터 찾는 게 중요하다.
독서 교육은 어떤 기준을 갖는 게 좋은가?
많은 부모들이 필독서 추천을 원한다. 하지만 입시 국어 전문 강사로서 절대 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필독서 리스트를 만들고 읽도록 권하는 일이다. 독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독서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입을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다. 대입과 독서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인과 관계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주요 과목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독서만이 문해력과 독해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주요 과목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초등 자녀에게 해줘야 할 것은 필독 리스트를 책상 앞에 붙이는 게 아니라 즐거운 독서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다독’보다 중요한 건 ‘탐독’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아이가 온전히 생각하며 이해하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대입 논술을 잘 준비하려면 글쓰기 훈련은 필수일까?
사실 대입 논술은 글쓰기와 거의 상관이 없다. 지금 보여 드리는 것이 2023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문제인데, 보면 아시겠지만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영어를 해석하지 못하면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이 문제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에 기반한 문제인데, 답을 논리적으로 쓰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주요 과목을 서술형으로 시험 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성공적인 대입의 필승 전략은 선행보다는 진학 과정의 구멍을 없애는 일이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수시 전형을 생각하면 몇 가지 과목에만 집중해도 되지 않나?
수학, 영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다섯 과목을 균형 있게 잘해서 고등학교에 올라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다섯 과목을 다 고르게 잘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을 못 가는 건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학이나 영어는 굉장히 잘해도 다섯 과목을 고르게 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초등학생의 공부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나?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서 창의력 수학을 시작한다고 하면 부모들은 대개 불안하다. 우리 아이도 시켜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단연 중요한 건 우리 아이의 수준을 보았을 때, 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느냐 아니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하루 1시간 공부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분이라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그것을 해내면 칭찬을 해주고, 10분이 익숙해지면 5분씩 늘리면 된다. 애초에 공부 습관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생활 습관으로 맞추는 게 좋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학원을 어느 정도 보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일단 학원은 아이가 원하면 당연히 보내도 된다. 이게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억지로 밀어 넣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적극적인 편이라면 학원을 보내도 좋지만 중요한 건 아이와 꾸준히 대화를 하는 일이다. 왜냐면 아이가 나중에 커서 말하길 “엄마가 안 시켜줘서 못했다”고 탓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같이 해주셔도 좋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 교과서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회 수업도 잡고 문해력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읽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면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10분이든 20분이든 꾸준하게 하고 현재 학교에서 나가고 있는 진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또, 학교 교과서 옆에 읽기 문제, 학습 활동 같은 것이 소개돼 있다. 모범 답안을 아이랑 같이 직접 공부하면 좋다. 아이에게 스스로 답해보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문제를 충실하게 설명해주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모범 답안으로 아이와 같이 공부하면 가장 좋다.
책 서두에 ‘평범한 공부머리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물론이다. 알아서 잘하는 상위 1%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방법은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학생 된 본분으로 열심히 정진하려는 아이들이 첫 좌절을 스무 살도 되기 전에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3857 )
들어가기 전에
*봉달호
편의점주, 에세이스트.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둥으로 단연 '가게'를 꼽는다. 현재 자영업자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부모님과 내가 운영하거나 지나온 가게를 헤아려보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런 숱한 가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셈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영수증 뒷면, 라면 박스 귀퉁이, 휴대폰 메모장 등에 틈틈이 썼던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며 작가가 되었다. 이젠 편의점 점주라는 직업보다 '작가'라는 호칭으로 더 알려졌다.
하루 1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글로 책을 내기 시작해, 이제는 엄연한 에세이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봉달호 작가.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게 풀어내온 그가 이번엔 일상을 넘어 ‘삶’이란 기나긴 무대 위에서 가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어릴 적 부모님이 운영한 시골 점빵부터 현재 자신의 편의점까지 흘러온 장사의 연대기를 돌아보며, ‘가게’라는 곳에 깃든 인생과 가족과 시대를 추억하는 자영업 에세이 『셔터를 올리며』의 저자 봉달호 작가를 만나보았다.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5개의 편의점을 운영해봤고 4권의 에세이집을 펴낸 봉달호입니다. 원래 “본캐는 편의점주, 부캐는 작가”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본캐와 부캐가 헷갈리기 시작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편의점 점주로 11년 차, 작가로는 6년 차를 맞는군요. 그동안 ‘에세이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좀 과분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네 번째 에세이집까지 냈으니 스스로 에세이스트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간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담은 책을 내오셨는데, 이번엔 쓰신 책은 조금 다릅니다. ‘나를 키운 가게’라는 키워드로 인생과 시대를 돌아보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출판사 팀장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이번에 책이 나온 다산북스 팀장님이 신문에 실린 제 에세이를 보고 한번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회고록을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으셨죠. 제 나이에 무슨 회고록인가 싶어, 반쯤 농담으로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어차피 에세이라는 장르는 자기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내 인생을 통해 무언가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을 통해 인생을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를 키운 것은 무엇일까, 그런 인생의 기준점을 생각해보니 부모님과 제가 숱한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다음 날 팀장님에게 전화를 했지요.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이라는 주제로 책을 써보겠다고.
『셔터를 올리며』에는 아홉 개의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편의점을 제외하고, 그중 한 곳을 지금 다시 운영해볼 수 있다면 어떤 가게를 선택하시겠어요?
책에서는 떡볶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음식’이라고 썼는데, 다시 운영할 수 있다면 분식점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집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을 꿈꾸었던 시기였고, 앞치마를 둘러맨 엄마를 보면서 용기를 가졌던 시기였어요. 손님들과 추억도 많고요. 물론, 팔지 못하고 남은 떡볶이와 오뎅을 매일 먹어야 한다는 고통이 있긴 하지만요.(웃음)

‘가게’에 대한 책을 쓰기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달까요. 이번에 책을 쓰면서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 살았던 곳, 가게가 있던 자리를 둘러봤어요. 이렇게 살아왔구나, 여기에서 내가 자라서 오늘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면서,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셨다는 생각을 특별히 해본 적 없는데, 나는 엄청난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라왔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이토록 행복하고 자신을 키우고 위로하는 과정이란 사실 또한 새삼 깨달았습니다.
작가님의 아버지께서 지금은 또 다른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아버지의 다음 행보도 왠지 궁금해집니다. 처음 편의점을 운영하시겠다던 그때처럼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나요, 아니면 아버지의 도전을 온전히 응원하게 되었나요?
에세이에 종종 아버지 이야기를 씁니다. 그래서 “당신 아버지, 참 재밌는 분인 것 같더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제 팬보다 아버지 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호기심이 넘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려는 의욕에 가득 찬 분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지요. 얼마 전 미국의 작은 도시에 식당을 차리셨어요. 식당 오픈하기 전에 다른 식당에 주방장으로 들어가 몇 개월간 알바를 하기도 하셨어요.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시는데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셔터를 올리며』에는 담지 못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가게가 있나요?
중국에서 미용실을 3개 운영했습니다. 이번 책 『셔터를 올리며』에는 잠깐 언급하기만 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그때 이야기를 더 자세히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당연히 미용사와 스텝은 모두 중국인이었지요. 대부분 벽촌에서 돈을 벌려고 도시에 올라온,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부대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 세계 어디에나 있는 살아가려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사연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셔터를 올리며』를 읽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자 중에도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각자가 ‘나를 키운 가게들’에 대한 추억이 있겠지요. 기억을 더듬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밥벌이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북돋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야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눠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3854)
들어가기 전에
*김혜원
에디터 그리고 낭만파 캠퍼. 인천 출신. 바다를 메워 만든 동네에서 자라 바다를 동경하며 남의 동네 바다를 자주 기웃거린다. 아직 모자란 인간이지만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렇게 밥벌이를 하며 산다. 읽고 나면 맥주가 당기는 글, 캠핑을 가고 싶어지는 글, 뭔가 끄적이고 싶어지는 글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간지 <대학내일>에서 글을 썼고, 지금은 트렌드 당일 배송 미디어 <캐릿>의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월말, 연말 즈음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 불안하다면?
분명 일하고 놀고 어딘가에 가고, 뭔가를 사고, 먹고, 보았지만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나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달에 한 번 나를 리뷰해보자!
언제나 중요한 건 기록보다 리뷰다. 영화를 보면 별점을 매기고 한 줄 평을 남기듯이 이제 ‘나’를 리뷰해보는 것이다. 내가 먹고 보고 쓰고 만나고 경험한 것들을 모으고 회고하다 보면 흐릿했던 내가 또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 미디어 <캐릿>의 김혜원 에디터는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나를 리뷰하는 법』에 소개된 나를 리뷰하는 12가지 방법으로 매달 나의 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지금 내 감정이나 행동의 이유에 대해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책 제목이 독특합니다. 보통 책 리뷰, 영화 리뷰, 식당 리뷰는 많이 하지만 ‘나’를 리뷰해본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나를 리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보통 사람들은 인상적인 경험을 하면 리뷰를 쓰잖아요. 근데 리뷰라는 게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일단 그 대상을 꼼꼼히 관찰해 봐야 하죠. 식당 리뷰를 예로 들면 인테리어, 접객, 음식의 맛, 가격 등등. 그 식당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이해하게 돼요.
그런데 영화 리뷰도 쓰고 업무 리뷰도 하면서, 정작 ‘나’라는 존재는 너무 띄엄띄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번 달엔 잘 살았나?’, ‘누구랑 어디서 뭘 먹고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지냈나?’ 되물어 보면 기억나는 게 없는 거예요. 거기서 주기적으로 일상을 회고해 볼 필요성을 느꼈고. 말 그대로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라 ‘리뷰’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는데요. 실제로 ‘월간 리뷰’를 해보시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일까요?
매달 나를 리뷰해보면 새삼스러울 때가 많아요. 막연히 ‘나’라고 짐작했던 모양과 월간 회고를 통해 재조립한 내 모습은 꽤나 다르거든요. 나도 몰랐던 나의 디테일을 알게 될 때 재밌어요. 카카오톡 대화를 회고하면서 ‘요즘 이런 이모티콘을 자주 쓰는구나’, ‘연락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네’ 같은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일기장에 ‘힘들다’라는 말을 매일 같이 쓴 걸 보면서 번아웃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도 해요. 나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내 자신이 볼펜으로 대충 그린 졸라맨 낙서같이 느껴졌었거든요. 이 밋밋한 캐릭터를 데리고 평생을 어떻게 사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했어요. 그런데 주기적으로 나를 관찰하고 리뷰하는 요즘은 나라는 존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인식해요.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나를 리뷰하는 법』에는 일기, 콘텐츠, 소비, 사람 등 나를 리뷰하기 위한 12가지 주제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월간 리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주제가 있을까요?
‘월간 리뷰’가 요리라면, 기록은 재료 쇼핑에 비유할 수 있을 텐데요. 평소에 기록을 열심히 해두지 않은 분들은 뭘 보고 리뷰를 해야 하나 막막하실 거예요. 재료가 빈약하니까요. 그럴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소비 기록’입니다.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더라도 돈을 쓴 흔적이 어딘가엔 남으니까요. 그리고 소비 기록은 의외로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줘요. 취향부터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까지…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건 ‘좋아요 트레킹’입니다.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플랫폼에는 내가 ‘좋아요’ 누른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내가 남긴 ‘좋음’의 흔적을 되짚어가며 지난 한 달 동안 뭘 보고 살았는지 리뷰해볼 수도 있어요. 매일 보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유튜브 영상, 인스타 게시물처럼 습관처럼 소비하는 것들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커요.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님은 자타 공인 ‘기록 생활자’, ‘일기 인간’인데요. 기록을 하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기록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완벽한 기록에 대한 강박이 도리어 기록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기록이 꼭 ‘글’의 형태여야 할 필요도 없고. 숙제하는 것처럼 같은 노트에 매일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한 달은 30일이나 되고, 1년은 365일이나 되잖아요. 하루 이틀쯤 빠져도 큰일 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흐름을 파악하는 거니까. 저도 너무 바쁠 때는 일기 대신 주기를 씁니다. 매일 쓸 수 있는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일단 빈칸으로 둬요. 그리고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에 밀린 일기를 씁니다. 그날 뭐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면 카톡 대화 내역이나 휴대폰 사진첩의 도움을 받고요.
경험상 ‘올해는 3년 일기장을 꼭 쓸 거야!’처럼 단 하나의 기록을 목표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았어요. 저는 올해 종이 일기장 3권을 동시에 쓰고 있고, 단상들을 기록하는 용도로 휴대폰 앱도 2개나 쓰고 있는데요. 짐스러워서 두꺼운 일기장을 들고 가지 못한 여행지에서는 여행 일기장에 기록을 하고. 피곤해서 종이 일기 쓸 기력이 없는 날에는 휴대폰 일기 앱에 이모티콘으로 그날의 기분을 간단하게 표시하는 걸로 대신합니다. 이렇게 일상 곳곳에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는 게 도움이 돼요.

『나를 리뷰하는 법』의 부록 「셀프 아카이빙 템플릿」을 통해 다양한 기록 리추얼도 소개해 주셨는데요. ‘이거 너무 좋은데 왜 안 하지?’ 싶은 리추얼이 있으시다면요?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 어려운데요. 우선은 ‘음주 페이퍼’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혼술을 즐기면서 생긴 취미인데, 술집 바 테이블에 앉아서 낙서를 하는 거예요. 의식의 흐름대로 지금 먹고 있는 술의 맛에 대해서도 쓰고, 옆자리 손님들의 흥미로운 대화 내용에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갓생 사는 사람들이 쓴다는 ‘모닝 페이퍼’를 응용해봤어요. 느낌은 좀 다르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는 점만은 비슷해요. 일기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 혼자 보는 일기에도 100퍼센트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름 유의미한 글쓰기 경험이에요.
매달 안 해본 짓을 하고 깨달음 이자를 매기는 경험 저축 리추얼도 추천해요. 나이가 들수록 이미 해본 일, 잘할 수 있는 일만 반복하게 되잖아요. 의식적으로 낯선 선택지를 골라 보는 거예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나온 대사처럼 “한 번도 안 해봤던 걸 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요.
<대학내일>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트렌드 미디어 <캐릿>을 운영하는 10년 차 직장인이신데요.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꾸준히 책을 내시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요.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면 이런 어른이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직장 생활을 하며 배우는 삶의 지혜가 정말 많거든요. 글 쓰는 저도 좋아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생활력을 길러가는 인생도 마음에 들어요.
반대로 작가 활동을 하지 않고 직장 생활만 했다면 이렇게 오래 회사를 다니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니까요. 물론 두 직업을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진 않아요. 하지만 잠을 줄이고, 주말을 포기할 만큼 두 가지 일 모두 많이 좋아해요.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지구력이 좀 좋은 편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계속하는 일만은 자신 있어요.
이 책을 딱 한 사람에게만 선물할 수 있다면, 그 상대가 누구인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무 살의 저에게 『나를 리뷰하는 법』을 선물하고 싶네요. 그랬다면 나에게 조금은 더 관대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을 거예요. 나를 꾸준히 리뷰하다 보면 나를 미워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MBTI, 사주팔자보다 더 디테일하게 ‘나’를 알고 싶은 사람, 일상의 의미를 찾고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사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은 사람, 3월부터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서울 북쪽 조용한 동네에서 여러분의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있을게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38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