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편 중 ‘시티 뷰’ 선정…상금 7000만원
문학교수에서 소설가로 변신

“부끄럽지 않은 세상, 부채감을 덜어내는 글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죄책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어떤 방식, 어떤 장르로든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제14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작가 우신영(39)은 소설을 쓰기 전 인천대학에서 현대 소설을 가르쳤다. 올해 2월 교단을 떠난 뒤 소설 ‘시티 뷰’를 집필했다.
혼불문학상은 고(故) 최명희 선생의 대하소설 ‘혼불’이 그려낸 인간 불멸의 정신을 세상에 다시 피우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상이다. 올해는 장편소설 282편이 응모했다. 대상 수상 작가에게 상금 7000만원이 수여됐다.
혼불문학상 수상작 ‘시티 뷰’는 인천 송도를 배경으로 강박과 결핍, 자해,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매끄러운 삶을 살아가고자 애쓰는 오늘날 도시인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설 ‘시티 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우신영은 “송도는 유리 건물이 아름다운 빌딩 숲이자 현란하게 아름다운 곳인데 신문을 보다 보니 유리창을 닦다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적지 않게 기사화된 걸 보고 태연하게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주 나오는 기사지만 그때마다 놀라운 충격이었고 충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교단에 돌아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기엔 스스로 못나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북한 의사가 유리창을 닦다 돌아가시고, 아파트 유리창을 청소하다 돌아간 젊은 노동자 등 그분들의 서사를 글 쓰는 사람,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 대신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 소설을 쓴 배경을 밝혔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로 결심한 건 사회적 소명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찌질한 부끄러움이 매 순간 느껴졌어요. 저는 항상 운이 좋았는데 동시에 누군가의 운을 뺏는 것이었어요.”
우신영은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운과 기회가 주어졌고 그 시기에 다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들이) 더 많은 글과 말이 필요할 텐데 왜 내가 쥐고 있지, 나눠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혼불문학상과 더불어 지난해 가을 집필한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으로 제30회 황금도깨비상도 수상했다.
우신영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표현자의 생각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출발선에 섰다”며 “동화와 소설 작품을 계속 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따사로운 시선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2800574?sid=103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이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야의 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관념을 세우고 투자의 방향을 정하기 전에 부의 뿌리를 이해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 대국 미국의 탄생, 은행의 시작, 세계대전과 대공황, 스태그플레이션의 출현과 자본주의의 전개 등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은 핵심적인 사건을 기반으로 경제사를 훑어볼 것을 권한다. 미국이 어떻게 압도적인 성장을 이루게 되었는지, 반복되는 경제 위기를 각 나라들이 어떻게 넘겨왔는지 그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자. 드러나지 않았던 경제사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순간,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 상식과 금융 지식이 머릿속에 깔끔히 정리되는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금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자신만의 경제관을 설립하고,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책이 어떤 책인지 독자분들께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다산북스에서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라는 책을 출간한 한정엽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은행, 달러, 금융정책, 경제 위기, 기술 발전이라는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5가지 주제를 31가지 역사적 순간들을 통해 풀어내 보았습니다. 사실상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 입문서라고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전 세계 경제와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미국의 중앙은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축통화인 달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지, 경제 위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것인지, 초강대국인 미국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녀에게 이야기해주듯 쉽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하시는 일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와 맞닿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책을 집필하셨나요? 책을 읽기 전 독자분들에게 팁을 더해주신다면?
네, 저는 한 교육회사에서 약 23년간 근무한 직장인입니다. 회계와 기획 부문에서 20여 년간 일했습니다. 아울러 회사 내 사내 강사로 활동하면서 회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배경지식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 직원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연관된 지식이나 정보를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일상적으로 다루는 경제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사건과 사건 간의 연관성을 알지 못해 전체 경제 흐름을 읽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개인이 스스로 배우거나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알아야 할지 막막한 것이 당연합니다. 저 또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경제와 금융 서적을 하나하나 구해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용어가 너무도 어려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고, 수많은 책과 자료를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이 되는 미국의 경제 역사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나아가 그 안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경제 용어와 금융 지식을 하나하나 적용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저처럼 경제활동을 오래 한 분들이 아닌,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울러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적 사건을 같이 기술하여 사건의 배경과 경제 발전 과정을 더욱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경제 현상, 경제 용어, 경제학 이론 등 경제에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의욕을 가진 독자들도 참 많습니다. 그런 그들이 굳이 ‘역사’를 기반으로 경제를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 시기와 비교해 보면, 자본주의가 시작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1776년에 출간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사실상 그 시작이라 볼 수 있죠. 아울러 미국이라는 나라가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연도가 바로 이 해였습니다. 우연히 시기가 맞았고, 독립전쟁 이후 미국은 유럽의 다른 국가와 달리 본격적인 자본주의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미국의 역사가 자본주의의 역사라고 할 만큼 미국과 자본주의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자본주의는 돈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과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발전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세계 경제는 미국의 정치와 시대적 인물의 활동상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이해하고 알아야 경제의 발전과 그 안에 담긴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이와 연결된 경제 정책을 같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건의 결과만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것을 독자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에는 은행과 화폐, 경제 정책과 금융 위기에 얽힌 다채로운 사건과 인물이 흥미롭게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보시기에 경제사에서 가장 비범했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또 그 사람을 꼽은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초대 재무부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입니다. 현재 10달러 지폐에 새겨진 인물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그는 ‘미국 금융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독립 초기, 미국의 금융과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람입니다. 지금 연방준비제도의 시초가 되는 미국의 중앙은행을 처음 만든 사람이면서, 시장경제체제를 설립하는 데 일조했으며, 하나의 미국을 수립하기 위해 연방정부 헌법의 기준을 세운 다재다능한 인물입니다. 해밀턴으로 인해 독립 초기 혼란스럽고 느슨했던 연방은 하나의 강력한 단일체가 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해밀턴은 초창기 미국의 경제가 빠르게 안정화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미국의 경제는 지금과는 제법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 겁니다.

또 도서에는 경제 위기에 관한 내용도 폭넓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1907년 금융공황과 1929년 대공황, 석유파동과 1873년 대불황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보며 경제 체제를 이해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읽다 보니 “경제 위기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류는 경제 위기를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는 걸까요?
이 질문을 받고 보니,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해 다룬 영화 <마진콜>(2013년 상영)에서 금융회사 회장 존 털드 역을 맡은 제러미 아이언스가 한 대사가 기억이 납니다. 그는 영화에서 ‘반복적인 금융 위기로 누구는 돈을 잃지만, 누구는 더 많은 돈을 번다’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합니다. 반복되는 금융 위기는 미리 대처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기회를 이용한 사람이 더욱더 막대한 부를 쌓는다는 뜻입니다.
공황과 위기는 반복되어 온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겠죠. 하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 공황과 위기가 발생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과거의 사례를 공부하고 학습한 사람만이 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겠죠. 최근의 사례로 2008년 금융 위기가 있습니다. 이때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막대한 돈을 풀어 ‘양적완화’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풀린 달러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그가 이렇게 행동한 계기에는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이 있었습니다. 대공황의 사례를 그가 잘 알고 있었기에 양적완화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그는 세계 경제사에 영향을 미친 대공황을 깊게 연구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공황 전문가였고, 권위자였습니다. 버냉키의 이러한 정책으로 금융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고, 지금의 미국은 그때보다 더 강력하고 월등한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 질문과 연장선상에서,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역사적 경제 흐름을 통해 세계 혹은 우리나라 경제 시장의 미래를 유추해보신다면?
2019년 코로나 이후 급속히 위축된 경제 상황을 해결하고자 미국의 달러가 엄청나게 발행되었고 이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찾아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경제의 하강 속도를 조절하면서 기준금리를 5.25~5.5% 사이에서 6차례 동결하고 있죠.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의 말대로 ‘현재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결국 경제가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판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도 미국 경제와 발을 맞추기 위해 동반자적 기준금리 운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연스레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점차 금융이나 서비스업으로 이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 등의 외국에 대한 설비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수출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제 규모를 유지한 사례와 1908년대 레이거노믹스 이후 미국 금융업이 급성장하게 된 사례에서 이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제경영서 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탐독하는 역사 덕후에게도 매력적인 책이 아닐까 하는데요. 채널예스 독자분들에게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미국의 경제사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안에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달러의 역사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과정, 부의 세계적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을 통해 여러분이 자본주의 역사를 이해하여 올바른 경제적 판단을 내릴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되기를, 돈의 흐름을 이해하여 지금의 재산을 지키고 늘리는 데 도움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805)
들어가기 전에
*범유진
「왕따나무」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내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I필터를 설치하시겠습니까?』 『친구가 죽었습니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등이 있으며, 『열다섯, 그럴 나이』 『3월 2일, 시작의 날』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등 다양한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아, 오늘도 학교 가기 싫다!” 지긋지긋하지만 벗어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등교를 준비하는 비몽사몽 십 대. 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놀라운 세계관의 소설이 출간됐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요즘 청소년’들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온 범유진 작가의 신작 『쉬프팅』은 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학교가 사라진 세계’, 그 발칙한 상상을 과감하게 실현해 낸 청소년 SF소설이다.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결심한 소년 소녀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학교가 답답한 십 대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관습적으로 떠올리던 ‘학교’의 의미와 기능을 되돌아보게 해줄 작품이다.

십 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열렬히 환영할 수밖에 없을 ‘학교가 사라진 세계’를 그려내셨습니다. 그 시절, 작가님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이었나요?
로아처럼 도피처이기도 했고 도율처럼 정말 싫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십 대에게 학교란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공간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너무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잖아요.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보호받던, 혹은 좁기에 더욱 그 안에서 괴로워하던 어린아이가 좀 더 넓어진 울타리 안에서 밖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의 이동 방법이자 이번 신작의 제목이기도 한 ‘쉬프팅’이라는 소재가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이 독특하고 재미난 소재를 채택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계단 괴담이 있었습니다. 특정 장소의 몇 번째 계단을 밟으면 귀신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어른이 된 후에 다른 세계로 가는 괴담이 세대 불문 버전별로 있는 게 흥미로워서 좀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귀신의 세계로 가는 버전이 있다면, 평행세계로 가는 버전도 있더군요. 그중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도시전설이 인상 깊어서 고이 소재함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학교가 사라졌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중 사회적 의미의 ‘학교’의 소실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설정이라 생각해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로아와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도율의 상황은 실제로도 많은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에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지요. 청소년과 폭력 문제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겪어온 일들이고,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겪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력의 기억은 발아래 웅크리고 있는 늪과 같습니다. 청소년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된 후에도 언제든 그 아래로 끌려 내려갈 수 있어요.
청소년은 자신의 힘만으로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더 쉽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부분은 제쳐 두고 현실적으로만 따져도 그렇습니다. 법적 대리인 없이 집을 빌릴 수도 없고, 모텔에 장기 숙박을 할 수도 없으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힘들죠. 사회 경험이 적기 때문에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또 다른 삶이 있음을 상상하기 힘들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벗어날 수 있다고, 상처는 회복되고 또 다른 삶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달라진 세계에서 자기 자신 또한 달라지기를 결심한 로아와 이전 세계에서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복수를 결심한 도율…. 『쉬프팅』은 결국 ‘선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로아의 선택이야말로 스스로를 위한 가장 건강한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율의 선택도 이해가 된다는 독자들이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도율의 선택과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아와 도율의 차이는 자신이 머물고자 하는 준거집단을 찾아낸 경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의 유무입니다. 로아는 학교를 자신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제로 미래까지 꿈꿀 수 있게 된 건 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입니다. 클라이밍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성취감을 느낀 후의 일이죠. 도율은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두 아이 중 어느 한 명이 더 절실했거나 그렇지 않아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지요. 도율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되짚어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실패가 무의미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선택이 언제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아도 다음이 있는 법이니까요.
로아에게 있어 태이의 존재는 변화의 시작이자 든든한 버팀목과도 같은 동지이지요. 태이와 같은 친구가 간절한 청소년들이 많을 텐데요. 외롭고 고민 많은 청소년들이 태이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의외로 느슨하고 넓게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어렵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 언젠가 서로의 이야기가 겹치는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내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요.
『쉬프팅』의 열린 결말에 대해 로아와 도율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작가님의 마음속에서 두 아이는 지금 어떤 세상을 마주하고 있나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세상에 우뚝 서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로아가 실패할지도 모르지요. 로아도 도율도 실패해도 괜찮고 다음이 있음을 알아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만의 이유로 ‘내 인생의 쉬프팅’을 꿈꾸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찾아낸 또 다른 세계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펼치는 행동이 저의 엘리베이터 버튼이었던 셈이지요. 청소년 여러분도 각자의 버튼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625)
들어가기 전에
*폴 시어드
전 S&P글로벌 부회장,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호주 출신 미국 경제학자로 현재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겸 연구위원이다. 복잡한 경제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과감함을 지닌 경제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노무라증권, 리먼 브라더스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후 S&P글로벌의 부회장 및 수석 경제학자가 되었다. 1995년 금융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일본 경제와 기업 조직 경제학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호주국립대학교와 오사카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했고, 스탠퍼드대학교와 일본중앙은행(BOJ)에서 객원 학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의제 위원회에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위한 새로운 의제를 다루는 위원을 맡고 있고, 외교관계위원회(CFR)와 브레튼우즈위원회, 뉴욕경제클럽, 외교정책협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팬데믹을 지나며 늘어난 나라빚과 가계빚, 고공행진하는 물가까지 전 세계가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돈은 경제가 돌아가게 하지만, 소득 불평등이나 부채로 인한 부담, 인플레이션 등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경제 문제들을 올바로 인식하고 헤쳐갈 수 있을까? 전 S&P글로벌 부회장과 하버드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돈의 권력』 저자 폴 시어드에게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 이슈에 관해 물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은 지금까지 여러 경제 관련 책을 펴내셨지만 한국에는 처음 소개됩니다. 먼저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돈의 권력』이 한국어 번역판으로 널리 소개되어 한국 독자들과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저는 S&P글로벌 부회장을 지냈었고, 현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수석연구원이자 세계경제포럼(WEE)의 위원을 맡고 있는 폴 시어드입니다.
대학생이던 지난 1976년 12월, 처음으로 서울에 방문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전문 경제학자로서 여러 차례 서울을 찾았었습니다. 현재 한국은 경제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강력한 이웃 국가인 일본을 넘어선 것은 물론 이제 유럽연합(EU)과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이르렀죠.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가 연평균 6.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低)개발국에서 벗어나 번영하는 선진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놀랍습니다.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과 금융시장 참가자, 기업인, 시민 모두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계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사람들의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생된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찍어내고 중앙은행이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경제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푸는 경제부양책을 썼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된 원인은 팬데믹이 경제의 공급 측면, 특히 노동 공급이 미친 엄청난 피해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공급망 붕괴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읽지 못한 정책적 실수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 상승은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적절했다고 보시나요?
전통적인 경제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재정당국의 재정 정책을 별개의 정책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해 통화긴축 정책을 펴는 것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올바른 방법입니다.
그러나 저는 중앙은행이 통합정부의 일부이고, 통화 정책도 재정 정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총수요와 고용,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지출과 조세의 역할에 더 집중합니다. 이렇게 재정당국과 중앙은행이 통합정부 차원에서 조화롭게 정책을 편다면 정책금리를 덜 인상하고 정부 지출을 억제하고 세금을 올림으로써 총수요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동시에 소득 재분배 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득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되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시장경제의 혐오스러운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번영을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이 가진 오류가 아닌 기능에 가깝습니다. 불평등이 실제 존재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이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데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현상인 것은 아닌지, 생각보다 무해한 것은 아닌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또 오히려 불평등을 예방하거나 사후에 시정하려는 시도가 득보다는 실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사람들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방안’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효과가 없습니다. 과세를 통해 사회적 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할 만큼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 규모에 비해 부유층이 너무 적고, 부자들이 자신의 부의 변화에 대응해 소비를 늘리거나 줄이지 않기 때문에 이 해법을 실행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각국의 부채는 엄청난 양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정부의 부채는 미래 어느 시점에 갚아야 할 돈이기에 우리 자손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의 부채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고, 우리의 손자들의 미래를 저당잡고 있는 셈이라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정부 부채는 그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자산이지만, 이를 물려받은 세대에게는 부채와 자산이 상쇄됩니다. 또 미래 세대는 막대한 생산성 자본과 축적된 과학적, 기술적, 사회적 노하우를 물려받게 될 것입니다.
정부 부채는 정부가 창출한 돈이 그만큼이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적자예산으로 창출한 돈은 국민이 보유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재정적자나 부채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무턱대고 지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부는 가계와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개인은 적자를 내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돈을 아끼거나 더 벌어야 하지만 정부는 개인과 다르게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냅니다. 정부는 마음껏 돈을 만들 수 있기에 돈이 모자랄 수도 없고 그걸 되갚을 필요도 없습니다.
팬데믹 동안 한국은 주요국들 중 국가부채를 가장 적게 늘렸지만 기업과 가계 부채는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은 부채를 통제하는 정책을 폈는데요. 한국 정부가 민간 대신에 국가부채를 더 늘리는 초지를 취해야 했을까요?
한국은 팬데믹 기간 중 국내총생산(GDP)이 급락하고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뛰자 통화와 재정 정책으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인플레이션도 다소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가 한국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 어려운 시기를 비교적 잘 헤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재정적자나 정부부채의 규모는 해당 국가의 정부 규모, 사회안전망 수준, 소득 재분배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또 정부의 경제 개입 정도나 민간부문 상황 등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적자 규모나 정부부채 수준은 그 자체로 정책 목표가 돼선 안됩니다.
비트코인이 여전히 큰 화제입니다. 얼마 전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암호화폐는 21세기 화폐 혁신으로, 금융 생태계에서 영구적인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주권 화폐를 대체하기는커녕 그 지위에 심각하게 도전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2만 1961개에 이르는 암호화폐가 있지만 전 세계 총통화 공급량의 약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아직도 암호화폐로 자산의 가격을 표시하거나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산을 거래하는 데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미국 달러화로 표시하고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도 대부분 다른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법정화폐로 암호화폐를 거래한 것일 뿐입니다. 교환의 매개체로서가 아닌 투기가 암호화폐의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죠. 이렇게 가치를 측정할 수도, 사람 간에 금전적 가치를 이전하는 수단으로 흔히 쓰일 수도 없기에 암호화폐가 주권화폐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돈의 권력』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OECD와 G20 회원국인 한국은 미국과 EU, 일본 등 정교한 선진경제에 버금가는 통화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화폐가 애초에 어떻게 생겨났는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은 어떻게 서로 연관돼 있는지, 적자예산의 의미와 늘어나는 정부 부채를 우려해야 하는지,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하거나 혹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베일에 가려져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암호화폐가 기존 국가 기반의 통화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을지도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다시는 자기 나라를 포함한 경제와 통화문제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한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경제에 관한 내용은 한국 경제의 통화 및 재정 정책, 화폐의 미래를 포함한 은행과 금융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569)
들어가기 전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2023년)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 행위를 저지른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중편 소설이다. 다섯 딸을 둔 가장인 펄롱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수녀원에서 참혹한 몰골로 학대당하는 아이를 보고 도움을 줘야 할지 고뇌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풀어냈다. 수녀원과 맞서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펄롱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을 임신한 가사 일꾼인 어머니를 해고하지 않은 미시즈 윌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삶을 떠올린다. 안전한 침묵과 파국이 예고된 용기의 갈림길 앞에서 번뇌에 휩싸이는 펄롱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인간 본연의 심성에 대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985년 아일랜드 한 도시의 풍경과 소시민의 일상을 세밀화처럼 그렸다. 삶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문장은 공감을 자아낸다. 석탄 야적장을 운영하는 펄롱의 일과를 묘사하며 ‘야적장 정문에 도착했는데 자물쇠가 성에로 덮여 꿈쩍 않는 걸 보고는 삶이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침대 속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같은 문장이 그 중 하나다. 담담하게 묘사된 장면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채 태어난 소년. 크고 작은 선의를 받으며 자라 다섯 딸의 아버지가 된 그는 석탄 양조장을 운영하며 부지런히 일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수녀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처참한 몰골의 아이들. 크리스마스이브 날, 수녀원으로 배달 간 그는 석탄광에 갇힌 소녀를 발견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데려가기로 한다.
중편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이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지난해 11월 말 출간된 후 단숨에 각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간 5개월 만에 8만4000권이 판매됐다.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56)의 소설은 “오랜만에 만난 아름다운 수작(秀作)”이라는 호평 속에 문학과 거리를 두고 있던 사람들까지 눈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여진은 지금도 이어져 한 달에 1만 권씩 판매되고 있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문학은 죽었다”는 말은 구문이 된 지 오래지만, 좋은 작품은 독자들이 반긴다는 것을 입증한 소설이다.

이 책을 국내에 들여온 이승환 다산북스 콘텐츠사업3팀장(39)을 경기 파주시 다산북스에서 14일 만났다. 그가 속한 콘텐츠사업3팀이 담당하는 장르는 뜻밖에도 에세이였다. 그는 어떻게 이 소설을 찾아냈을까. 이 팀장은 “해외 책 리뷰 사이트들을 종종 들여다보는데 어느 날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며 웃었다. 그에게 문학청년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학에서는 역사를 전공했다고 한다.
“이전에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어요. 당시 문학 독자들을 만나보니 책의 세계를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들에게 선사할 작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소설을 계속 기웃거리게 됐죠.”

이 책은 2021년 현지에서 출간돼 영미권에서 큰 호평 속에 사랑을 받았다.
“권위 있는 해외의 한 리뷰 사이트에서는 만점을 줬더라고요. ‘키건은 낭비하지 않는 작가’라는 영국 문학평론가의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한국에는 왜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했고요. 국내에 들여오고 싶어졌죠.”
2021년 11월 말, 판권 판매 상황을 확인해보니 계약을 진행 중인 국내 출판사는 없었다. 에이전시에서 소설 PDF를 받았다. 통상 작품에 대한 제안서를 받지만 이미 해외에서 출간된 책이어서 소설 PDF를 통째로 확보할 수 있었다.
“유명 번역가에게도 작품을 보여주니 ‘인생에 대한 통찰이 많이 느껴진다’고 했어요. 문학에 조예가 깊은 지인에게 물어보니 ‘작품성은 있지만 대중성은 없다’고 잘라 말하더군요. 예상한 반응이긴 했어요. 제가 문학적 소양이 있는 건 아닌데요, 이상하게 포기가 안 되고 혼자 끙끙 앓게 되더라고요.”
3주 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회사에 출간을 제안했다.
“팀별로 담당 분야가 있지만 저희 출판사는 팀간 장벽이 높지 않아요. 자기가 맡은 분야가 아니어도 특정 책을 발굴한 편집자가 그 책을 만들어요. 실제 에세이는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많이 냈고요.”

이 팀장이 목표로 삼은 판매 부수는 1만 권이었다. 그는 “다산북스는 자기계발서 등 실용서를 주로 만드는데 출판사로서 작품성 있는 문학책도 내야한다”고 강하게 요청했다. 회의를 연 결과 다수가 “출간해 볼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나의 큰 관문을 넘은 것이다.
“김선식 대표님이 ‘작가를 데려와야 한다’며 키건의 다른 작품도 들여오라고 하셨어요.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려면 한 권만으로는 안 된다면서요. 그렇게 해서 낸 게 중편 소설 ‘맡겨진 소녀’예요.”
‘맡겨진 소녀’(허진 옮김)는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의 소녀가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 집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녀가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보살핌을 받으며 사랑과 다정함을 서서히 느끼는 과정이 맑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한데 해외 출판사와 최종 계약을 완료하기까지 1년이나 걸렸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해외 출판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더뎠어요. 그러는 동안 2022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자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번역을 진행하는 사이, 영화로 만들어진 ‘맡겨진 소녀’가 2023년 국내에서 개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맡겨진 소녀’를 지난해 4월 먼저 출간했다.
“영화 제목은 ‘말없는 소녀’였어요. 지난해 5월 개봉했는데 당시 블록버스터인 ‘범죄도시3’가 스크린을 휩쓸면서 ‘말 없는 소녀’는 별로 상영되진 못했어요.”

지난해 11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오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맡겨진 소녀’도 함께 주목받았다. ‘맡겨진 소녀’ 역시 판매량이 치솟으며 지난달까지 1년간 총 4만 2000권이 나갔다. 지금도 매달 7000권 가량 판매되고 있다.(기자도 지인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선물한 후 그에게서 “책을 다 읽고 곧바로 ‘맡겨진 소녀’를 사서 봤다”는 말을 들었다.)
“작품에 대한 평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키건의 작품은 ‘얻어 걸린’ 측면도 있지만, 정말 짜릿했죠.(웃음)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게 주효했어요. 김지운 감독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추천했고요.”
예리하게 벼려낸 문장은 담담한 서사 속에 주인공 펄롱의 심리를 치밀하게 짚어낸다. 애써 가정과 일터를 일궈온 펄롱이 부조리한 거대한 힘 앞에서 깊이 고민하는 과정은 인간 본연의 심성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품의 힘이 크다고 봐요. 키건은 24년간 단 4권의 책만 냈을 정도로 글의 정수만을 뽑아 쓰는 작가예요.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 반향을 일으키는데 키건이 그런 글을 써요. 이런 작가가 진짜 저력 있는 ‘무서운’ 작가라고 생각해요.”
중편 소설로 길이가 짧은데다 난해하지 않아 읽기 쉬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이 팀장은 분석했다. 독자들에게 단시간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정신적 포만감’을 줬다는 것. 읽기는 수월하지만 거듭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재미도 크다. 이는 키건이 치밀하게 구상해 심어 놓은 장치다.
“키건은 풍경 등을 묘사한 장면이나 여러 대목마다 각각 의미를 담았어요. 홍한별 번역가가 ‘펄롱이 수녀원장과 차를 마시는 방의 구조가 궁금하다’고 물어보자 키건은 직접 방 그림을 그려서 보내줬다고 해요. 다만 키건은 ‘독자의 지성을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각주는 한국 독자가 알기 어려운 1985년 아일랜드 상황을 설명하는 정도로 최소화해 달았어요.”
추천사는 독자들에게 신뢰가 높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에게 요청해 작품성이 돋보일 수 있게 했다. 은유 르포작가의 추천사도 함께 받아 사회적 의미를 짚어냈다.
이 팀장은 “책 표지를 양장으로 만든 건 130여 페이지로 분량이 적어 ‘좀 있어보이게’ 하려 한 것”이라며 웃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킬리언 머피 주연의 영화로 나올 예정이다. (킬리언 머피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차에서 ‘맡겨진 소녀’를 읽다가 너무 우는 바람에 후드를 뒤집어써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맡겨진 소녀’는 소녀가 처음 사랑과 다정함을 느끼는 과정을 담백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해 아련한 감정을 남긴다.)
이 팀장은 올해 7월 키건의 단편집 ‘푸른 들판을 걷다’를 낼 예정이다.
“반짝이는 작품을 캐내는 과정이 재밌어요. ‘문학은 안 된다’는 ‘문학 패배주의’를 깨는 것도 의미 있고요.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반길 수 있는 책을 계속 선사하고 싶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40523/125071241/1)
들어가기 전에
*여호원, 여호용
솔직하고 명쾌한 조언으로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누적 조회수 700만 뷰 자녀교육 유튜브 <서울대 쌍둥이>의 두 주인공. 고등학교 시절 ‘사교육 없이 수능 전 영역 1등급, 서울대 4년 장학생으로 동시 합격’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워 대학 입학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습 계획표를 써가며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한 이들은 학원이나 남이 정해주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달성해가는 습관이 어린 시절부터 지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해나간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직접 경험하며 쌓아온 자기 주도 학습 노하우와 공부 전략을 전수하고자 대한민국 교육의 메카 대치동에서 교육회사 ‘올마이티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늘 강조하는 교육 철학은 ‘커리큘럼에 아이를 맞추지 말고 아이에게 커리큘럼을 맞추자!’이다. 일란성 쌍둥이에 똑같은 교육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이들은 서로 공부 방식이 달랐다. 매일 각자 세우는 공부 계획이 달랐고, 효과가 나타나는 공부법, 잘하는 분야도 달랐다. 이 과정에서 사람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공부법과 계획을 실천해야만 공부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이에 따라 지난 10여 년 동안 학생마다 학습 성향 및 수준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진단 바탕으로 1:1 개별 맞춤 수업과 공부 계획을 안내함으로써 성공적인 입시 결과를 안겨주었다.
이들의 첫 책인 『기적의 서울대 쌍둥이 공부법』에는 아이의 학습 성향을 파악 및 진단하는 방법부터 이를 기반으로 내 아이에게 맞춘 중장기 공부 지도를 만들어 공부 능률을 높이는 상세한 지침을 담았다. 더불어 대치동 학부모들에게 자주 듣는 학습법 질문들에 대한 서울대 쌍둥이만의 모든 노하우를 안내한다.
초등 고학년은 공부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다. 특히 초등 시기에는 아이마다 다른 성향과 상황, 수준을 고려한 맞춤 공부법을 안내해야 한다. 하물며 사람의 성향을 16가지 MBTI로 나누면서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공부법이 단 한 가지일 리가 만무하다.
‘누적 조회수 750만 뷰’ 자녀교육 유튜브 채널 <서울대 쌍둥이>의 두 주인공 여호원, 여호용 원장의 교육 철학은 ‘커리큘럼에 아이를 맞추지 말고 아이에게 커리큘럼을 맞추자!’이다.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에 똑같은 교육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매일 각자가 세우는 공부 계획부터 효과가 나타나는 공부법, 잘하는 분야까지 달랐다. 이를 통해 사람마다 다른 상황에 맞춘 공부법과 전략을 실천해야만 공부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깨달았고, 대한민국 교육의 메카 대치동에서 일대일 맞춤 교육을 안내하고 있다.
마침내 그들의 첫 책 『기적의 서울대 쌍둥이 공부법』이 출간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사교육 없이 서울대 4년 장학생으로 동시 합격’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서울대 쌍둥이의 공부 전략은 물론, 10여 년 동안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며 입시 성공으로 이끌어온 모든 노하우를 낱낱이 공개한 책이다.

안녕하세요, 원장님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원장님들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현재 대치동에서 교육회사 올마이티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여호원, 여호용입니다. 자녀교육 유튜브 채널 <서울대쌍둥이>를 통해 다양한 학습 노하우를 전달하고 많은 학부모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또 자녀교육서 『서울대 삼 형제의 스노볼 공부법』의 두 형제로 기억해 주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원장님들께서 이번 책을 집필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 책에 담긴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저희가 유튜브 채널 <서울대쌍둥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어렸을 때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공부법, 효율적인 공부법을 깨우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때 저희가 공부의 방향성을 잡아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지금 바로 저희 눈앞에 있는 아이들만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 저희의 다양한 조언을 전달하면서도 영상 매체의 특성상 좀 더 깊이 있거나 자세한 이야기들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 영상 개수가 많아지다 보니 다양한 조언 가운데 지금 당장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아서 살펴보시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 한 권만 봐도 학습 고민 90% 이상은 해결된다!’라는 것을 목표로 공부법의 핵심만 모아 총 정리한 『기적의 서울대 쌍둥이 공부법』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유튜브 <서울대쌍둥이> 채널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학부모님들에게 더 반가운 소식일 것 같아요. 특히 책의 구성이 다른 자녀교육서와는 차별점이 있어 보이는데 이렇게 구성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형제가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학부모 및 학생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어요. 저희가 직접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는 학습 진단 73가지 체크리스트를 책 앞부분에 수록했고, 이를 통해 스스로 먼저 현재의 학습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선택하여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지요. 다른 자녀교육서들처럼 책 한 권을 앞에서부터 끝까지 쭉 읽기보다는 먼저 체크리스트로 진단한 다음 필요한 솔루션만 바로바로 딱 집어 가실 수 있도록, 이를 통해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도움이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해결 받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곧 지속해서 도움을 주는 책을 만들고자 했던 저희의 의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선 책을 쭉 한 번 다 읽어보셔도 좋지만, 그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이나 일정한 주기를 두고, 또는 학습 고민이 생길 때마다 앞서 말씀드린 체크리스트를 점검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점검하다 보면 그때마다 느끼는 문제점이 다를 텐데, 그 부분들에 대한 솔루션을 읽고 실천하시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과정에서 “내 손 안에 서울대 쌍둥이 멘토가 생겼다!”라고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학습 지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이런 교육 철학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희는 학창 시절을 충청남도 서산에서 보냈습니다. 정확히는 대산읍 기산리로, 집 근처가 갯벌과 논밭인 작은 마을이었지요. 학원도 몇 개 없었는데 그나마 있는 학원들도 작은 교습소 수준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후 공주에 있는 자사고인 한일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수도권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면서 저희가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교육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토론식 영어 수업을 하는 학원, 올림피아드 시험을 공부하는 학원 등 저희가 자란 동네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학원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는 유명 스타 강사에게 개인 과외를 받은 친구들도 있더군요.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학부모님들을 만나다 보니 어떤 교육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라 공부 능률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1%만이 누리던 교육의 벽을 허물어 모든 아이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라는 미션을 설정하여 늘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환경의 차이로 인해 양질의 교육으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이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입니다.
『기적의 서울대 쌍둥이 공부법』 책에도 그동안 두 분께서 직접 지도해온 학생 사례와 노하우가 많이 담겼을 것 같아요. 그동안 직접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의 학습을 지도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학부모 사례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요즘 학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은 선행 학습입니다. 특히 대치동에서 선행을 하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의 부모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요. 그런데 당시 중학교 3학년 자녀와 함께 저희를 찾아오신 한 부모님은 다행히 저희를 전적으로 믿어 주셨어요. 다른 학원을 열심히 다니는데도 학교 수학 시험에서 50점도 못 넘어서 고민이라는 아이와의 상담 끝에, 저희는 고3 수능 때까지 아이의 인생에서 선행은 없다는 지침을 세우고 지금 과정에 충실하도록 지도했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 때부터 3달 동안 내신 공부에 집중한 결과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자기 성적을 보고 좋은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친구들, 자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친구들과 비슷한 성적을 받은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지요. ‘나도 이 점수가 나올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부심과 자존심이 생겼고, 한번 공부에 탄력이 붙으니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 열심히 공부해서 1등급을 받았지요.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은 선행 학습이 아닌 반복 학습을 하면 얼마든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이 높은 성적을 받아볼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3~4년 후의 공부만 하고 있으니 공부에 재미를 못 느끼고 의욕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으려면 앞으로 선행 학습을 할 때 하나만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선행이라는 말 앞에 ‘심화’라는 단어를 붙여 선행의 기준을 ‘심화 선행’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전 과정의 심화 문제도 잘 풀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 있을 때 비로소 선행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입학까지 12년 동안 이어지는 입시 레이스에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며 무사히 완주하기 위해 학부모가 되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보통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부모님들은 학생들의 교과목 학습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성적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유명한 수학 학원을 찾아보거나 전교 1등의 영어 공부법을 찾아보곤 하지요.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교과 지식적인 측면에서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공부할 의욕이 없거나 공부하는 방법, 계획 세우는 방법 등을 몰라 헤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지만 집중력이 부족하다든지 부모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삐그덕대고 있다든지 교과목 학습법 외에도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요.
저희가 이번 책에서 ‘동기부여, 전략&공부법, 의지 관리, 부모 자녀 관계’와 같이 4단계로 나누어 진단 및 솔루션을 안내한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긴 입시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해 나가도록 동기부여하려면 이런 부분들까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자녀의 성적이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면, 교과목 학습법뿐 아니라 동기부여, 계획 세우는 방법 등 다방면으로 면밀히 점검해 주세요.
앞으로 계속 힘을 합쳐 공부 고민을 해결해나갈 대한민국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부의 목적은 단순히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희는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너머의 가치를 봅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미래에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열심히 실천하고, 시행착오를 겪지만 결국에는 극복해 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성적을 올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입니다.
현재 자녀분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입시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학부모님들께서도 이러한 가치를 늘 마음속에 품으시면 좋겠습니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직접 공부에 개입하여 공부할 내용을 가르쳐 주거나 공부 습관을 잡아주는 학습 지도자의 역할을, 중학생이 되면 한발 물러서서 중간중간 점검만 해주는 관리자 역할로 전환하는 등 자녀분들의 곁에서 함께 해주시면서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는 힘을 길러 주시길 바랍니다. 그 여정에 저희 서울대 쌍둥이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456)
들어가기 전에
*도미야스 요코
195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현재 아동문학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바이카여자대학교에서 특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상수리나무 숲의 와글와글 별장』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과 쇼각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적 재능을 인벙받았다. 또 〈조그만 순무 아가씨〉시리즈로 니이미난키치 아동문학상을, 『하늘로 이어진 신화』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긴 꼬리 호랑이』가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너구리 탐정단』『달밤의 전투』『싸우는 도깨비』『누에고치와 도깨비』등이 있다. 현재 오사카에서 살고 있다.

포근한 그림과 어우러진 수상하지만 따듯한 이야기로 출간 즉시 일본 베스트셀러에 오른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는 일본 판타지 문학의 거장 ‘도미야스 요코’를 한국에 널리 알린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런 그녀의 두 번째 작품 『여기는 요괴 병원』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어 서점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연스러운 스토리 구성과 빨려들어 갈 듯한 몰입력으로 아이들을 순식간에 이세계로 빠뜨리는 이번 작품도 세대를 가리지 않는 작가의 필력과 ‘이야기의 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따끈한 이야기를 7문 7답으로 만나보자.

한국에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에 이어 『여기는 요괴 병원』 시리즈가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데요. 한국판이 출간된 소감이 어떠신지요?
어린 시절, 번역된 해외 문학을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그런 제가 쓴 이야기가 이번에는 바다를 건너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는 것을 알고 기쁘고 설렜습니다.
두 작품 모두 깊이 있는 세계관과 놀라운 상상력이 느껴지는데요. 평소에 상상하는 걸 즐기시는 편인가요?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상상의 세계에 빠져 있는 걸 정말 좋아한답니다. 어릴 때는 매일 밤 침대에 들어가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놀거나 모험하는 공상을 하다가 잠들었습니다. 지금은 침대 속에서 쓰고 있는 이야기의 다음을 상상하며 잠듭니다. 그러면 꿈속에서 아이디어가 반짝일 때가 있어요.
이번에 출간된 『여기는 요괴 병원』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요괴는 무섭고 강한 이미지가 있는데요, 요괴도 아프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설정이 독특합니다. 인간 의사가 요괴를 치료한다는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제가 사는 일본의 옛날이야기에는 늑대 목에 걸린 뼈를 뽑아주어서 늑대가 은혜를 갚는 이야기라든가, 아이를 낳은 요괴를 도와준 할머니가 보물을 받게 되는 이야기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려운 존재였던 늑대도 목에 뼈가 걸리면 아플 거고, 요괴도 아이를 낳으면 큰일일 거예요. ‘그렇다면 유령이나 요괴의 상처나 병을 고쳐주는 전문 의사가 있어도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랍니다.

다른 작품인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에 대해서도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장이나 장면도 많다고 느꼈습니다. 읽다 보면 잠깐 멈추고 간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작가님은 이 작품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장면이 있으신가요?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를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야기가 진행된 다음에 등장하는 여우들의 혼례 장면이나 유이와 다쿠미가 구름을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 같은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1권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유이네 다섯 가족이 아파트 뒷산에 올라가서 푸른 여름 하늘 아래서 빛나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장면은 “자, 이제부터 이 가족의 이야기를 쓸 거야”라는 저의 의사를 표명하는 장면이거든요.
글쓰기는 참 어려운데요.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글 잘쓰는 비법을 하나만 알려 주신다면요? 선생님만의 글쓰기 루틴이 있으신가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지도 몰라요. 저는 직업이 작가니까 아무튼 매일 글을 씁니다. 1년 365일, 한 줄도 안 쓰는 날은 하루도 없어요. 게다가 놀라실지도 모르지만 모든 원고를 컴퓨터가 아니라 손으로 씁니다.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같은 장편 원고도 손으로 쓴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지요. 특별한 루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습관인 것 같아요. 이 인터뷰 답장도 지금 볼펜으로 원고지에 쓰고 있답니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써 오셨는데요. 앞으로 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살짝만 말씀해 주세요.
올해 2월에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12권의 이야기를 완성했어요. 3월에는 호즈키 선생님의 소년 시절 이야기를 다룬 원고를 썼고요. 앞으로는 낡은 천문대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팬이 된 한국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 책이 한국에서 출판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고 설렜답니다. 저 역시 어릴 적 다양한 해외 동화책에 푹 빠져서 많이 읽었어요. 그때 이야기 속에서 만난 엘마와 삐삐, 무민 트롤은 지금도 저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 울적할 때 마음속에 나타나서 늘 응원해 주지요. 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시노다 삼남매나 호즈키 선생님이 여러분의 좋은 친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410)
들어가기 전에
*김준녕
1996년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하루의 절반은 글을 준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글을 쓰며 보낸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장편소설 『빛의 구역』을 출간했다.
인스타그램 @nyung_note
“악력이 대단하다”(김성중) “밤새도록 멈추지 못하고 읽었다”(김보영)는 평과 함께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신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김준녕이 모든 시스템이 통제되는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빛의 구역』을 출간했다. 죽고 죽이고 피가 튀기는 디스토피아에서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소설 내부의 고통이 현실 세계를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과 생존이라는 부피가 대단한 주제의식을 특유의 상상력과 장악력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에는 그간 자신만의 답을 찾고자 끈질기게 노력해 온 작가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준녕 작가님, 안녕하세요. 『빛의 구역』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 독자 여러분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채널예스 독자님들. 장편소설 『빛의 구역』으로 돌아온 김준녕입니다.
선후가 맞지 않으니 이상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빛의 구역』은 역설적으로 저를 소설가로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다시 말해 『빛의 구역』을 쓰기 위해 소설을 시작했다는 것이죠.
『빛의 구역』에는 제가 글을 쓰기 전부터 세상에 내뱉고 싶었던 일종의 ‘외침’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의 발상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가난, 고통, 죽음 등 운명처럼 인간을 따라다니는 것들에 관해 제 나름의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남들처럼, 덜 가난하고 덜 아프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답이 있으리라 지레짐작하고 세상에 뛰어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맨땅에 헤딩’이었고, 많이 깨졌습니다. 이센스의 노래 에는 “언제 올지도 확실하지 않은 버스를 타려고 미리 나와 기다리며 발 구른 건지도”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정확히 그 같은 상태로 지냈고,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여럿 떠나보냈습니다.
그런 지난한 과정이 없었더라면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과 『빛의 구역』을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 작품은 그 과정에서 흘러나온 잔해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잔해가 곧바로 작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잘 다듬고 포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들에겐 미친 사람의 중얼거림과 다름없을 테니까요.
그간 수많은 작업을 통해 기술과 악력을 터득한 끝에 『빛의 구역』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책은 현재까지 제 작품들이 그려온 변곡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주의 사항’이 눈에 들어옵니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과는 달리 뻑뻑하고 읽기 힘든 책이라는 경고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요. 두 책의 연관성이 궁금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했듯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 세상에 물음을 던진 책이었다면, 『빛의 구역』은 그 물음에 대한 저만의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두 작품이 여러 층위에서 해석되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엄연히 독립적인 작품들이므로 별개로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빛의 구역』이 세상에 대한 저의 최종 결론인 것은 아닙니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염불 외우듯이, 질문과 답하기를 반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을 쓰면서 ‘문학이 답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빛의 구역』을 쓰고 나니 문학, 더 크게는 삶 전체를 보는 관점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이 점은 앞으로 발표할 소설들에서 많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두 책을 보았을 때, 부디 새로운 질문과 답을 찾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붉은 구역’에서 ‘검은 구역’에 이르기까지, 각 구역을 색으로 표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그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마음이 쓰였던 구역이 있으신가요?
‘빛의 구역’이라는 제목처럼, 다양한 색채가 한데 모여 밝은 빛을 내기를 소망하며 썼습니다. 여러 개체들이 연대할 때 나타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초기 설정 중에는 노랑 구역, 초록 구역 등 더 다양한 구역들도 있었습니다. 작품 분량과 전개를 고려해 과감하게 삭제했지만요.
애착이 가는 건 역시 붉은 구역입니다. 분량도 긴 데다, 가장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곳인 만큼 마음이 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군부독재 시대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억압당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붉은 구역을 둘러싼 작품 속 인물들에게 깊게 감정이입이 되곤 했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지금, 부디 그들이 잘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각 구역의 특성을 보면, 저마다 현실 세계의 어두운 부분 하나씩을 은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보라 구역’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인상 깊었는데요. 그 상상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요?
개인적으로 각 나라의 신화와 설화 등을 많이 찾아 읽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소설가라 그런지, 오랜 시간 인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지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야기들에 이끌리는 것 같습니다. 보라 구역의 생명체들은 그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神), 요괴, 괴물 등을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그런 존재들에게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가장 잘 보인다고 생각했고, 보라 구역의 생명체들 역시 인간의 특성을 인간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 주기를 바랐습니다.
더불어, 작품의 세계관이 거대하다 보니 생존에 관한 근원적 물음을 인간이라는 종에만 국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희망을 갖고 서로 연대하는 일에 종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쓰는 소설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기에, 생명체를 그대로 등장시키기보단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들을 대화가 가능한 형태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SF라서 가능했던 알레고리라고 생각합니다.
인류 전체를 관장하는 미래 정부의 이름 ‘에테르나라’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에테르나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단어 ‘에테르(aether)’와 국가를 의미하는 우리말 ‘나라’를 결합해 만들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에테르는 빛의 파동설이 제기되었던 시대에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로 여겨졌던 가상 물질입니다. 이 단어가 지니는 함의는 시대별, 분야별로 달라지는데요.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난 후 그 복합적인 의미들을 대입해 다시 해석해 본다면 독서가 더욱 재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국가라는 말 대신 ‘나라’를 쓴 데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이번 작품을 집필하시는 동안 “뼈를 깎아내는 심정으로 버텼다”고 언급하셨어요. 어떤 점이 그토록 고통스러우셨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괴로워하면서까지 삶에 관한 해답을 갈망하는 것일까요?
집필 과정을 생각해 보면 작업이라기보다는 복수극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복수 대상은 저 자신이었고요.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으로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기 전, 저는 다른 원고 수정과 차기작 집필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엉성한 트리트먼트를 마주할 때마다 과거의 저를 문자 그대로 한 대 치고 싶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나자 근심은 배가 되었습니다. 어쩌자고 이렇게 일을 벌려놓은 것인지…….
차기작 집필을 해야 하는데, 수상작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머릿속을 휘저어놓기도 했고 글의 분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압박감도 커져갔습니다. 내용이 밝으면 모르겠지만, 죽고 또 죽이는 글이다 보니 늘 어두웠습니다. 생계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글쓰기에 몰두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완성하기 전까지(물론 완성하고 나서도) 카드값에 전전긍긍하며 눈치 보듯 살아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쓰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건 제게 ‘왜 그렇게까지 사느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삶을 비롯해 인간의 모든 활동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려 몸부림을 치다 보니, 고통스러웠던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허무주의에 빠지자는 말은 아닙니다. 무의미하고 쓸모없기 때문에 오히려 삶을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미와 쓸모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 무엇 하나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워집니다. 무가치해 보이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법이라고, 개인적으로 믿습니다.
이 이상의 답변은 또 다른 소설을 통해 이어가겠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부유자들』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지구에서 유기되어 우주를 떠도는 이들에 대한 소설입니다. 사람들은 왜 삶의 끝자락에서도 해답을 찾고자 중얼거리는 것인지에 관해, 조금이나마 답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작가님께서 궁극적으로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자연 앞에서 인간은 연약한 존재입니다. 전쟁, 기근, 환경 변화 등에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희망을 갖는 일입니다. 희망은 거대한 자연마저도 침범할 수 없는 가장 귀중한 가치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말입니다. 절대적 존재에 의한 구원을 기다리자는 말이 아닙니다. 인간은 끝까지 발악해야 합니다. 당장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팔을 휘두르고, 소리쳐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출처: 채널 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308)
들어가기 전에
*이윤석
199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하루 종일 세일러문만 그리던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에서는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건축가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서울은 이상한 도시]에서 건축과 도시를 주제로 영상을 제작해 왔고, 2019년부터 인터뷰 시리즈 [월세 아니면 전세]를 기획해 청년 주거의 이모저모를 기록하는 중이다. 최근 건축사무소 Various Artists and Architects를 개소해 몇 개의 공간을 만들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정민
1992년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1층에 식당이 있는 집부터 아파트를 거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라왔다. 지금은 마당이 있는 집을 그리워하며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과로 진학했지만 공대는 가기 싫어 건축을 공부하게 됐고, 그게 또 즐거워 건축가로 지내고 있다. 건축만 하기에는 이 짧은 삶이 아쉬워서 ‘서울퀴어콜렉티브’에서 전시 및 출판 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도시환경을 연구하는 도시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가 상상하는 청년은 ‘원룸’에 산다. 집이 아닌 방에서 ‘자취’한다. 10만 원짜리 용달차로 이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짐,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얌전한 생활, 최소한의 주거면적에서도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 삶… 세상이 기대하는 청년들의 삶은 못 대신 꼭꼬핀으로 잠시 고정된 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대표적인 주거불안정 집단인 2030세대의 주거를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대변할 수 있는 90년대생 건축가 이윤석과 김정민. 세입자로서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체감하는 이들이, 때론 서럽고 때로는 즐거운 2년짜리 시한부 거주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신간 『즐거운 남의 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윤석: 안녕하세요. 건축가이자 <서울은 이상한 도시>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석이라고 합니다. 책 『즐거운 남의 집』은 2030세대의 주거에 관한 에세이예요. 제 채널에서 만들던 <월세 아니면 전세> 시리즈를 보고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해주셔서 쓰게 되었습니다. 90년생으로서, 건축가로서, 2024년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등 여러 가지 정체성을 도구 삼아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가감 없이 쓴 책입니다.
김정민: 안녕하세요, 이윤석 작가와 함께 『즐거운 남의 집』을 쓴 김정민입니다. 우리가 사는 물리적인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집을 품은 동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저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90년대생 건축가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 글의 형태로 담았습니다.

함께 책을 쓴다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닐 텐데요. 어떻게 이 책을 함께 쓰게 되셨나요?
이윤석: 글을 함께 쓴 김정민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월세 아니면 전세> 시리즈의 인터뷰이 중 한 명이었어요. 전 직장 동료였는데 말재주가 좋아 시리즈를 도와주십사 캐스팅했고, 책까지 함께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명이 쓰는 책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했습니다. 회의를 거듭하며 에세이는 역시 ‘읽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각자 개성이 담긴 글을 쓰되 글의 순서와 책의 구성을 통해 두 명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긴밀하게 엮어보고자 했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편집자님의 공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한 챕터의 글도 좋지만, 한 권의 책으로 읽었을 때 더 멋진 책이에요.
김정민: 둘이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신나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윤석 씨와 저는 글쓰기 방식 측면에서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집에 대한 마음은 잘 통했는지 한 권의 책으로 읽을 때 술술 읽히는 책이 되었답니다. 제가 못 쓰는 글을 윤석 씨가 많이 써주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즐거운 남의 집』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다른 제목 후보도 있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이윤석: 『즐거운 남의 집』은 출판사에서 제안해 준 제목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논의했던 제목인데, 듣자마자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른 제목 후보는 없었답니다. 2030세대는 대부분 빌린 집에서 살잖아요? 그 빌린 집에서의 시간이 가끔은 즐겁지만, 가끔은 남의 집만 즐거워 보일 때가 있어서 슬프기도 하고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가곡이 떠올라 눈에 확 들어오면서도, 책의 내용을 중의적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김정민: 살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나의 집인지 남의 집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있죠. 그런 순간을 번뜩 떠올리게 하는, 정말이지 맘에 드는 제목이에요.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글이 많고, 그 안에서 두 분의 ‘다름’이 엿보이기도 했는데요. 두 분이 서로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감탄하거나, ‘나랑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구나’ 했던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서로의 글을 읽으며 느낀 감상이 궁금합니다.
이윤석: 저희는 글 쓰는 일 말고도 다른 일들을 따로, 또 같이 해왔어요. 그럴 때마다 느낀 것은 우리는 서로 참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꽤나 보기 좋다는 것이었지요. 이번 책에는 같은 주제에 관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다른 내용의 이야기들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책의 심도가 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전에 챕터 구성을 치밀하게 짠다거나 글감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는데 쓰고 보니 신기하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확실히 저희는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민: 윤석 씨의 글을 보며 ‘관찰을 많이 하고 분석을 잘 하는구나’ 느꼈어요. 책 속의 ‘체리 지옥 화이트 천국’, ‘캣타워, 별자리방, 실험실’이라는 꼭지들이 그런 관찰과 분석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 못하는 글쓰기 방식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어요. 부럽기도 하고요.
두 작가님들은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이번엔 ‘자기’ 소개 말고 ‘자기 집’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윤석: 방배2동의 반전세 투룸 빌라에 살고 있어요. 이 근방이 최근 재개발 몸살을 앓고 있어서 주변 분위기가 다소 뒤숭숭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벌써 5년째 살고 있는 아주 편안하고 소중한 집이에요. 이 집에 살면서 좋은 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기운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희 집을 촬영해 <월세 아니면 전세>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한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근방에서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굉장히 귀엽고 똑똑한 고양이가 출연한다는 점이에요.
김정민: 저는 용산구의 45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자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에서 5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데요. 많이들 이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서 아파트의 외관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무섭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무서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스러운 저의 집이 나온답니다. 무너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 속에서 무너지지 말아라 하고 비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 <서울은 이상한 도시>를 통해 집과 건축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보여주고 계시죠.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와 어떻게 영상을 찍고 올리는지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요.
이윤석: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하나의 건축물이 지어지기까지의 시간과 과정이 너무 길고 지난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것을 <서울은 이상한 도시>로 이루었죠. 우리가 사는 도시의 이모저모를 기록하고, 저만의 스타일로 영상을 만들어왔어요. 사실 굉장히 들쭉날쭉한 채널이에요. 소재는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하루 날 잡아 촬영할 때도 있고, 매일매일 조금씩 기록한 영상들을 모아 작업할 때도 있어요.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도와주시는 분이 있을 때도 있지만, 주로 기획에서부터 편집까지 혼자 해왔습니다. 가내수공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일이 다른 일을 불러와 글도 쓰고 전시도 하며 건축 저변의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채널예스 독자분들에게 『즐거운 남의 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이윤석: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부터 그 이야기들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썼으니 많은 분들이 사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민: 노래방에 가면 첫 곡으로 꼭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만백성에게 고하노니 사랑하며 살지어다, 대체 무슨 일을 하관데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오” 이렇게 시작을 하면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애증의 관계인 집을 대하는 마음에도 이런 에너지가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내 집이 싫을 때도 있지만요! 감사합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출처: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273)
들어가기 전에
*우서희
“세상 모든 아이들은 철학자다”라고 말하는 14년 차 초등 교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
아이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뼈아픈 고민을 직접 해결해 주고 싶어 아이들과 수천 시간 대화한 끝에, 아이 스스로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아이의 말을 주위 깊게 듣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지혜로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 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아까워 독립출판 월간 잡지 「오삼불고기」, 「왕만두」에 아이들의 말을 기록했다. 잡지를 만들며 아이들과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철학 동아리를 만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없어요.” 이는 틀린 말이다. 생각하지 않는 아이는 아직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들이 질문하고 답하며 새로운 생각을 발견할 때, 저자는 아이 곁에서 다시 태어나는 걸 느껴왔다. 그렇기에 철학이 불어넣는 생명력을 책을 통해 나누고 싶다.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의 운영진이자 뉴스 레터 ‘좋그연 레터’의 편집장이다. 학부모, 교사, 아이들과 함께하는 북클럽, 블로그 ‘철학하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서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에 공저로 참여했다.
인스타그램 @namuym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수천 시간 대화하고 상담하며 철학이 아이를 얼마나 크게 성장시키는지 생생하게 목격해 왔다. 철학 대화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워온 아이는 어떤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아낸다. 친구와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며 싸워서 그 친구가 너무 미워질 때, 철학을 하는 아이는 ‘싸움이란 무엇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을 통해 ‘그 문제가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답을 찾는 것이다.
『철학 버스』는 철학을 통해 아이들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생각의 씨앗을 발견하고, 싹을 틔어 새로운 방향으로 넓고 깊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이다.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부모들을 위해 저자가 그동안 아이들과 나눴던 철학 대화를 담았다.

아이와 함께 철학하는 방법을 담은 첫 책 『철학 버스』를 출간하셨는데요,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 버스로 여러분을 모시고 철학 여행을 안내할 우서희입니다. 14년 차 초등 교사로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왔고, 아이들과 철학 동아리 ‘왕만두’를 만들어 그림책, 동화책을 읽으며 삶의 여러 문제에 대해 철학 대화를 나눠왔어요. 월간 잡지 「왕만두」와 「오삼불고기」를 만들어 그 대화를 싣기도 했습니다. 또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에서 선생님들과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어요. 저는 특히 아이들과 철학하기 좋은 어린이책을 깊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철학 대화를 나누고 나서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없다”라는 말은 틀렸다는 걸 깨달으셨다고요.
흔히 아이들을 어린 사람으로 여기면서 미숙한 존재로 폄하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주린이, 헬린이’처럼요. 아이들에게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생각이 없다’는 말은 틀렸어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는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못 만났을 뿐이에요.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교실에서, 집에서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잖아요. “친구랑 자꾸 싸워요.” “공부하기 싫어요.” “예뻐야 사랑받으니까 예뻐지고 싶어요.”처럼 말이에요. 각각의 문제 앞에 선 아이에게 ‘우정이란 무엇일까?’ ‘공부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처럼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저는 이것을 ‘무엇일까’ 질문이라고 불러요. 이 질문을 통해 철학 대화를 이끄는 것이죠. 그럼 아이들이 신이 나서 답을 해줍니다.

철학 대화, 즉 철학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제를 만나면 피하고 싶잖아요. 하지만 철학을 하면 문제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줘요. 철학 수업을 한 어느 날 아홉 살 홍우가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 철학은 사과 같아요. 그동안 사과의 겉껍질만 알고 깊이 생각 안 해봤는데, 철학을 통해서 씨앗까지 알게 되었어요!”
사과! 저는 홍우의 말을 듣고 왜 제가 아이들과 철학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홍우는 한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그 씨앗을 심으면 새로운 사과가 열매 맺을 수 있어요!”
맞습니다! 철학을 하면 어떤 문제를 만나도 문제를 똑바로 쳐다보고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할 수 있어요. 그 질문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요. 문제를 골칫덩어리로 여기고 자꾸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내 삶에 꼭 필요한 경험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막상 문제 앞에 선 아이를 볼 때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깊은 대화를 나누기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제가 나서서 해결해 주고 싶었고,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아 알려주느라 바빴어요. 그런데 당장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오히려 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어린이책의 도움을 받아요. 책장에 가서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 생각하는 시간 동안 불안한 마음이 좀 가라앉아요.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그 고요한 집중의 시간 속에서 책 속 인물을 만나며 ‘우리 모두는 각자 가슴에 문제를 품고 살아가는구나.’ 하고 안도하게 되지요. 거기에 덧붙여 아이가 던지는 질문으로 뜨겁게 대화하고 나면 문제를 마주보고 다시 질문을 던질 힘이 생깁니다.
부모가 함께할 때 철학 대화의 힘이 커진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아기가 태어나 뒤집고 걷고 말하고 학교에 입학하는 도약의 시간을 건너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첫 걸음마를 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한 발짝 한 발짝 떼면서 뿌듯한 얼굴로 걷는 그 모습을 눈 맞추며 함께 기뻐한 사람이 바로 부모잖아요. 아이들은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곁에서 부모가 지켜주며 응원해 주기를 간절히 원해요. 그래서 아이는 자기가 발견한 멋지고 새로운 생각을 그 누구보다 부모에게 알려주고 싶어 해요. 나를 믿고 나의 말을 들어주는 부모에게 자신의 지혜로운 생각을 나눠주고 싶어 하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고 활용하면 좋을지, 저자로서 팁을 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목차를 살펴보면서 내 아이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 또는 내가 어렸을 때 고민했던 주제를 골라 읽어보세요. 그 주제에 대해 제가 철학 동아리 아이들과 나눈 대화, 함께 읽으면 좋은 어린이책, 철학자의 지혜로운 질문들을 줄줄이 엮어 재미있게 담았어요.
그리고 각 주제의 마지막엔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철학 여행 지도’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지도에는 책에서 다룬 철학 개념과 부모를 위한 ‘길잡이 질문’, 그리고 아이가 질문을 했을 때 답해줄 수 있는 방법이 실려 있어요.
철학을 떠올리면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잖아요? 하지만 아이와 하는 철학은 재밌어요. 버스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여행과 비슷해요. 문제와 싸우느라 가빠진 호흡을 고를 수 있어요. 버스에 같이 탄 친구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도 있지요.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고 싶은 조급함을 잠시 내려두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아이는 삶의 깊은 곳에 자리한 우물에서 퍼 올린 신선한 물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해줄 거예요.
철학 대화를 나눌 때 『철학 버스』가 여러분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5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