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른이 되기 전에 동물부터 되어야 한다고?

2023. 01. 10

들어가기 전에

*추정경

울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벙커』, 『언더, 스탠드』,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이 있다.

 

『내 이름은 망고』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청소년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해 온 추정경 작가가 재기발랄한 소설로 돌아왔다.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갑작스럽게 동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여곡절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곰이 된 태웅을 비롯해 기린, 비둘기, 하이에나 등 제각기 다른 동물로 변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표현한 이번 작품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십 대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그간 『벙커』,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 개인의 내면을 살피거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셨는데요.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같아요. 전과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올해 뜻하지 않게 두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힘들게 썼던 작품 하나를 탈고하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고, 그 후련함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썼는데 그게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경쾌함이 되었군요. 예전에 왕가위 감독이 영화 <동사서독>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너무 힘들게 촬영해서, 그 중간에 쉬어가는 마음으로 <동성서취>라는 가벼운 영화를 마음 편하게 찍은 기분과 비슷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십 대 아이들이 동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해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제 일상다반사에 반인반수와 같은 아이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갓 십 대가 되었는데, 어둠이 몰려오기 전 까치놀이 보이듯 사춘기의 전조가 보이네요. 자신도 생각이 있고, 본능이 있고, 감정이란 게 있다고 항변하는 낯선 아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보니 제 친구들 대부분이 속이 문드러지는 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노라면 때론 광야의 질주 같고, 때론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폭주 기관차 같기도 하더군요. 본인들이야 괴로움 속을 지나고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와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따듯한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은 태웅이지만 여러 인물의 사연이 고루 담겨 있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옴니버스로 구성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의 가치 있는 인생에 대해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비교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동물에게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 어떤 아이가 절대 선이 되지도 절대악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은 유연하고 인생은 유한해서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테니까요.

 

십 대 시절의 작가님께서는 어떤 동물에 가까웠나요? 만약 동물화된다면 어떤 종이 될 거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애석하게도 저 자신을 동물화로 상상해 보지 못했어요. 예전에 만약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 질문을 어린 아들에게 받았는데, “난 돌멩이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상처를 준 뒤로 쉽사리 대답하지 못해요. 아무래도 이번 생은 사람으로 잘 살다가는 걸로 끝내야겠어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작품 구상 간에 빠진 인물이나 동물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어떤 캐릭터든 생각이 오래 머물면 그 생각이 책임과 애정으로 되는 듯합니다. 곰 태웅, 기린 서우, 들개 국영, 비둘기 세희와 지훈, 이 모든 캐릭터의 방점인 라텔 영웅은 물론이고, 이름 없는 들개까지, 모두 제가 이 세상에 데리고 온 존재들이니까요. 작품 중에 돌고래로 변한 남쪽 먼바다 아이를 설정했는데 생각보다 외연이 넓어져서 나중에 다른 이야기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서랍 속에 묵혀두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번 작품을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유독 생각이 오래 머문 곳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영웅이 형 태웅을 한눈에 알아보며 스스로 형의 흔적을 살피는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키 작은 기린 서우가 스스로 모든 기린이 동등하다는 걸 깨닫는 장면입니다.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수면 위로 올리는 데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어요. 외부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커가는 장면 중 하나에 독자들의 시선이 머물길 바랐습니다.

 

작품 속에서 동물화를 겪는 아이들처럼 사춘기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십 대 친구들에게 애정 어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춘기를 안으로만 삭이고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지라 티가 나지 않게 지나온 듯합니다. 잘 컸다고 생각했던 어른의 어느 날, 한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가사 중 한 문장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나는 배운 대로 살았어요. 나이 드느라 바빴어요.”

 

이상하게도 그 문장 하나에 제 온 마음이 사로잡혀 꼭 숨겨두었던 눈물 봉지가 바늘 하나에 찔린 기분이었죠.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어린 저 자신을 알아주는 듯한 그 문장이 참 오랫동안 위로가 되더군요. 저는 제 글에서 누군가가 그 한 문장을 찾길 바랍니다. 사실, 사람은 동물보다 강물에 가까운 존재니까요. 우리는 시작되는 곳도 모르고 흘러가지만 결국 그 여정으로 만들어지고, 그래서 인생도 목적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선물이니까요.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2529)

 

인터뷰

정보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절실한 이유

『고통에 관하여』는 부작용과 중독 증상 없이 고통만을 없애주는 신약이 개발된 세상이 배경이다. 이제 고통은 굳이 겪어낼 필요 없이 약 한 알이면 잠재울 수 있는 감각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들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고통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믿는 종교집단이 나타나 테러를 저지르고 사람들을 고문했다.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희망은 있을까? 소설 속에서 마음껏 나쁜 사람들을 죽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정보라는 이번 소설에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복기하면서 자신을 파괴하는 대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살아가”자고, 나를 파괴하는 사람에게 “내 인생에 마음대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부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더 많은 선택지’를 이야기하는 이번 소설은 서늘한 만큼 온기가 담겨 있다. 굶주림과 고통이란 무엇인가 일전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나와 한창 마감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고통에 관하여』 원고가 그 마감의 일환이었나요? 초안은 2019년에 썼어요. 그때는 짧은 중편 정도 분량이었고요. 불분명한 구성 정도만 잡은 상태였다가 팬데믹이 닥치고 진지하게 이 이야기를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질병과 약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들이 쓴 대중적인 의학 서적과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의학 쪽으로는 제가 이야기할 자격도 안 되고 딱히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 쪽으로 몰고 가다 보니까 의학, 귀신, 사이비 종교, 다 섞어놓은 이야기가 됐어요. 진통제가 개발되고 고통이 사라진 세상이 배경입니다. 세계 SF 컨벤션 행사에서 들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야기라고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세션이었어요. 넷플릭스에 <헤로인 vs. 히로인>이라는 짧은 다큐가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면서 마약 문제가 심한 지역 중 하나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마약 중독 문제와 싸우는 판사, 상담 치료사, 경찰의 이야기예요. 그걸 본 상태에서 다른 지역을 포함해 조금 더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세션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관심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학할 때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마약이 오래된 문제였어요. 처방 약을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심각했었고요. 그래서 중독과 마약 문제가 먼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마약 외에도 고통에 관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박사 논문 쓰면서 많이 공부해야 했어요. 논문 주제가 무엇이었나요? 유토피아요. 정확히는 ‘빨갱이 유토피아의 멸망’인데… 1920년대에 동유럽 유토피아 소설들이 굉장히 부흥했었거든요. 혁명 직후 러시아 문학에서 유토피아는 사회 전체를 이끄는 절박한 주제였어요.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는데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초미의 관심사였어요. 그래서 1920년대 러시아 유토피아 소설들은 정말 생생해요. 혁명을 보고, 거기에 참여하고,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눈앞에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들이 다 죽어요. 그 작가의 결론은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 어쩔 수 없다’였어요. 인간은 모두 다 죽고 유토피아에 적합하지 않은 생물이라는 거죠. 그렇다고 다 포기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유토피아에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어떻게든 뛰어넘어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자는 이야기였어요. 폴란드 출신 작가 브루노 야셴스키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고 들었어요. 야센스키는 유토피아가 도달한 곳이 아니고 과정이라고 얘기해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유토피아고, 그 과정 중 순간순간의 유토피아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해 이 상태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이렇게 되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앞서 말한 작가와 야센스키의 출발점은 같아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받지 못하고 죽는 게 흔한 일이었으니까요. 작가 본인이 겪은 문제이기도 하고요. 박사 논문을 쓰면서 굶주림과 고통이란 무엇인가가 제 주제 중 하나였어요. 고통을 대하는 태도도 논문에 있던 내용을 많이 차용했어요. 많은 주제 중에서도 고통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자들은 일단 생리통을 겪잖아요. 제가 생리통이 굉장히 심하거든요.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통증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전 서양의학에서는 고통을 굉장히 기계적이고 남성 중심주의적인 관점에서 봤다면, 현대에 오면서 의학의 관점이 조금 불교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사는 건 고통이고 고통이 없는 완벽한 신체 상태는 허상이라는. 60년대나 70년대까지는 만성 통증을 가지고, 혹은 불치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수술해서 통증의 원인 부위를 제거하는 식이었다면, 80년대, 90년대 이후부터는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삶의 순간을 수술로 낭비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질문하기 시작했죠. 통증을 관리하면서 원하는 종류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의료 윤리적이라는 논의가 나오고요. 굉장히 다정한 관점이었어요. 환자가 죽게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석 달 남았다면 남은 기간 칼질하는 것보다 자기 집에서 자기 가족과 고양이와 행복하게 통증을 관리하면서 살다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묘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유토피아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 내용을 박사 논문에는 쓸 수 없었는데요. 고통과 괴로움을 보는 제 관점은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책 말미에는 외계 존재가 등장합니다. 외계 존재를 그린 이유는, 외계인을 숭배하는 종교가 많아요. 서울국제도서전에 그런 종교 책을 파는 단체가 온 적이 있어요.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SF로 분류가 돼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부스와 가까운 곳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은 상상 속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재밌게 이야기로 만든 게 아니고 그 외계인이 지구인을 창조해서 우리가 외계인을 신으로 모셔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리고 몇 년 후에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갔는데 그분들이 외계인 인형을 끌고 오시더라고요. 맞아요. 그분들 퀴퍼에 많이 보여요. 외계인이 지구인을 평등하게 창조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평등에 관심이 많아요.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도 되게 열심히 활동하고 여성 평등 관련해서 목소리도 많이 내요. 거기까지만 보면 좋은 것 같은데 성평등을 외치면서 섹스를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안에서 성범죄가 되게 많이 일어난대요.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외계인을 신이 아닌 걸로 일부러 강조해서 만들었어요. 외계인의 뜻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 그런 게 어디 있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이비 종교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사이비 종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미선교회 휴거 사건이 고등학교 때 있었는데, 제 동창의 어머니가 거기에 빠졌던 것 같아요. 집에 놀러 갔을 때 『휴거』라는 책을 주셨거든요. 지금 관점으로 봤을 때는 굉장한 판타지 SF 소설인데, 미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다 666 낙인을 이마에 찍어야 하고 몸에 칩을 심어서 생각할 때마다 생각한 내용이 정부로 전송되는 내용이었어요. 나중에 예수가 재림하면서 칩을 받지 않고 숨어 사는 사람들만 휴거해요. 지상은 불바다가 되고요. 저는 되게 재밌게 읽었는데, 나중에 다미선교회 소식을 듣자 그분이 거기 있었구나, 동창이 괜찮을지 걱정했던 기억이 나요. 데모하러 나가는 것도 선택지다 외계 존재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요. 괴로움과 고통과 유토피아에 대해 가장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에 신체 구조가 다르면 고통을 느끼는 방식이 다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의를 봤어요. 어린아이는 고통을 느끼는가, 그 고통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는가? 당연히 고통을 인식하겠지만, 그게 불편과 고통을 다 합쳐서 느끼는 것이냐 아니면 성인이 하듯이 뜨겁다, 덴 것 같다, 찔렸다 이렇게 명확하게 의식하는 것일까? 옛날에는 극단적으로 갓난아기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 그냥 모든 게 다 불편하니까 악을 쓸 뿐이라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대요. 그래서 아기를 수술할 때 마취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무서운데요. 굉장한 시대였네요. 신생아를 마취했을 때 안전하게 다시 깨어나게 할 만한 기술이 없었으니 그랬을 거예요. 그렇게라도 주장하는 편이 더 생존율이 높으니까, 아이에게 어른한테 쓰는 에테르나 클로로폼 같은, 성인도 많이 쓰면 죽는 종류의 마취약을 사용해서 깨어나는지 안 깨어나는지 보자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취 안 하고 빨리 수술하는 편이 그 당시로서는 아이를 살리는 방법이었으니 그랬을 것 같아요.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는가?' 같은 논의도 있는데, 사실 되게 무의미하거든요. 우리가 어류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고통인지 아닌지 어류의 입장에서 느낄 수 없어요. 회 뜨면 아프겠죠. 너무 당연해요. 하지만 그렇게 상상해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지 어류가 느끼는 고통이 어떤 종류의 고통인지는 인간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죠. 외계인 입장에서 봤을 때도 비슷한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신체를 가지고 3차원의 세계에 물건처럼 존재하면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301쪽)는 문장이 있어요. 『고통받는 몸』이라는 책에서 차용한 개념이에요. 실존주의적인 관점에서 타인의 생각이나 감각을 공유할 수 없는 단절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고통을 겪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논의하는 책인데요. 전쟁의 트라우마 등도 그런 실존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요. 남에게 의도적으로 고통을 가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 실존적으로 가장 단절을 심화하는 행위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태는 이런 말을 하는데요. ‘너무 많은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90쪽) 사회에 대한 말로도 읽히게 되잖아요.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요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019년도에 제가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았을 때 처음 들은 말이 선택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거였거든요. 얼마 전 교육 플랫폼 이탈에서 김대현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그분 박사 논문 주제가 한국 현대사에 기록된 퀴어의 모습이에요. 소외된 사람들의 역사를 모아서 없는 분야를 만들어 나가는 건데, 굉장히 중요한 운동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경멸받거나 숨겨야 하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아니고 삶의 지향성 중의 하나이고, 이것도 선택지 중 하나인데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걸 기록해서 남기는 것.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술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선택지를 넓혀가는 방안을 할 수 있겠지만, 개개인의 영역에서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돈이 없어도 대학원에 갈 수 있고, 돈이 없어도 학술의 언어를 내가 익혀서 내가 학술의 언어로 이걸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선택지도 있어야 하고요. 데모하러 나가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해요. 삶은 원래 온몸으로 사는 거죠 태는 타인과의 접촉을 경험하고, 이후 접촉의 부재로 인해 고통을 받아요. 팬데믹 상황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에요. 저는 크게 접촉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서양 사람들은 만나서 껴안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애통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소목장에 가서 소를 껴안는 서비스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목장이 야외에 있으니까 비교적 안전하고, 소가 굉장히 크고 따뜻한 초식 동물이라 껴안으면 소의 정서에도 좋고 인간의 정서에도 좋아서 관광 상품으로 코로나 시기에 유행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참고했어요. 서로에게 안정을 주는 현과 경우의 파트너십, 윤과 배우자의 파트너십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 생활동반자법 제정 운동과 동성혼 법제화 운동이 작가님에게 미친 영향일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차별금지법이 더 커요. 차별금지법 제정하자고 2017년부터 계속 데모에 나갔고요. 행진하러 나가서 졸업한 학생을 마주쳤는데, 강의 당시에는 몰랐지만 퀴어였어요. 학생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떻게든 차별금지법 제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에서는 학과 특성상 고려인이라든가 외국인 학생이 많아요. 한때 고려인 4세대부터는 동포 비자를 주지 않은 제도가 있었어요. 4세대가 아니라 5세대, 6세대 고려인이라도 한국이 싫어서 나간 게 아니라 스탈린에게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한국이 버렸거든요, 쟤네들은 빨갱이라면서. 16세대, 20세대라도 다 고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하면 돌아오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꼭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 아니고 나의 학생들이 미래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거나, 혹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에서 살고 싶을 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어요. 파트너십에 대해 조금 더 질문을 드리자면, 서로를 통해 위안받고 고통을 잠재우고, 관계로 인해 안정을 찾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 대화, 어떻게 보면 연대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 것에 대한 힘을 믿으시나요? 사실 이 소설을 쓰면서는 안 믿었는데요. 결혼하고 나서는 믿고 있어요. 되게 귀찮은데요. 되게 귀여워요. 안정감이라는 게 그거라면 안정감이겠죠. 고통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데, 행복감이나 안정감이 굉장히 커진 측면이 있어요.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까요? 단편 하나가 남아 있고, 연말까지 ‘아무튼, 데모’라는 에세이를 쓰고, 내년 말까지 장편을 써야 해요. 아이들의 유토피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번역도 첩첩이 쌓여 있어요. 스타니스와프 렘 작품을 번역하고 있는데요. 60, 70년대에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문학을 창작하는 이야기가 벌써 나왔어요. 작품 중에 인공지능이 창작한 문학에 대해 분석하고 비평하는 학문 분야가 나와요. ‘인간은 우주가 무한하다는 사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차분하게 받아들이는데 자신이 무한한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똑같이 차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문장이 있는데, 그게 ChatGPT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굉장히 우아하면서 큰 위안이 돼요. 경이 ‘던져야 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라고 했는데, 작가님도 이제 머무르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갈 타이밍일까요? 세상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분명 뭔가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날 거예요. 저는 이렇게 소설 소재가 풍부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장 제목마다 해마체, 변연계, 시상하부 등의 신체 부위 명칭이 나오다 마지막 장은 '삶 : 온몸으로'로 끝나요. 온몸으로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마지막에 나온다는 게 좋았어요. 삶은 원래 온몸으로 사는 거죠.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837)

인터뷰

tvN 유퀴즈 출연 임익강 명의의 대장 항문 바이블

대장과 항문 건강은 면역력을 비롯한 우리 신체의 건강은 물론, 일상의 쾌적함과도 직결된다. 망가진 식습관과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잘못된 배변 활동은 장과 항문 건강에 치명타를 입히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설사, 변비, 치질, 암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노화와 비만은 당연하고, 장과 항문 건강이 좋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당신의 하루가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는 임익강 원장이 23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대장 항문 건강 지식과 노하우를 빠짐없이 소개한다. 쾌변하지 못하는 원인부터 일상을 괴롭히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뚫릴 기미도 없는 변비, 숨기고 고민하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되는 치질, 생명을 위협하는 대장암까지 그 정체를 면밀하게 살피며 이러한 증상과 질병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법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안내한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낯선 대장 항문 건강에 대한 지식을 한 권에 담아주셨어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을 말하는 똥꼬는 사실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부위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입 밖으로 내뱉기 부끄럽고 마치 치부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대장과 항문 건강은 우리 몸의 면역력은 물론 뇌 건강, 또 일상의 쾌적함과도 연결되는 무척 중요한 요소이지요. 그러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지식을 명쾌하게 담은 대중서가 전무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희 병원에도 항문 건강과 관련한 약간의 지식만 있었더라도 쉽게 나아질 수 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제때,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해 증세가 심각져서야 방문한 경우가 매우 많아요. 『당신의 하루가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를 통해 가볍게는 아침마다 변비로 괴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부터, 낯설고 숨기고 싶은 부위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모두가 지침서처럼 편하게 꺼내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대장 항문 건강을 이야기하시며 쾌변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셨어요. 그렇다면 올바른 배변 습관이 왜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요? 사실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전 세계 인구 중 5~20%가 변비 증상을 호소할 정도라고 하니 그 수가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처럼 변비는 무척 흔한 증상이기에 많은 이들이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벼이 지나치기 쉬워요. 하지만 변비는 '그까짓 거'로 치부하며 하찮게 볼 일이 결코 아닙니다. 변비로 인해 장 속에 오랫동안 머무는 변은 딱딱하게 굳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대장암 같은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고, 배설되지 못한 변 때문에 장에 노폐물이 축적되어 장점막을 손상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손상된 점막을 통해 독소가 흡수되면 이들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가까이는 장, 신장, 폐는 물론이고 멀게는 뇌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결국, 변비란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폭탄과도 같지요. 쾌변하지 못하는 생활습관은 곧 몸 안에 독을 쌓는 행위와 다름없음을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 대장 항문 건강과 관련해 가장 흔한 오해는 무엇일까요? 변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이른바 가짜 변비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직장과 항문 경계 부위에 있는 '똥 마려 신경'은 주변 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곧바로 변의감을 느끼곤 하는데, 문제는 그 자극 대상이 변이 아님에도 무조건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해석하는 데 있어요. 때로는 부어오른 내치핵 덩어리나 암이 신경을 자극하기도 하고, 괄약근의 힘이 약해져 장점막이 밀려 나온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이 경우 '똥 마려 신경'의 오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나오지도 않을 배변 활동을 위해 오랫동안 변기 위에 앉아 힘을 주면 치질 같은 항문 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질환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변비와 가짜 변비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333요법을 추천합니다. 3분 이내에 똥 싸기, 3분간 좌욕하기, 30분 동안 엎드리기를 실행하세요. 3분 이내에 배변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일어나고, 3분 동안 좌욕을 시행해 혈액 순환을 도운 뒤 30분 동안 엎드려 항문위 부기를 빼는 방식이지요. 333요법을 실행한 뒤 변의감이 사라진다면 이는 가짜 변비입니다. 반대로 진짜 화장실에 가야 할 타이밍이었다면 변의감이 지속되어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게 됩니다. 다만, 333요법을 실시하고 난 다음에도 변의감이 지속되고 배가 아프면 이는 다른 건강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항문외과를 찾아 진료를 받기를 추천합니다. 쾌변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을까요? 대장 항문 건강을 위한 올바른 식사 습관과 식재료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식이 섬유 섭취가 중요합니다. 식이 섬유는 대장이 참 좋아하는 먹거리이지만, 대장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식재료이기도 해요. 식이 섬유는 위나 소장에서 소화되거나 분해되지 않고 수분만 가득 포함한 셀룰로오스 등 쪼갤 거리가 많은 먹이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식이 섬유를 많이 함유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면, 그 속의 섬유를 좋아하는 박테리아가 이를 먹이로 삼아요. 그리고 대장 점막 세포들의 에너지원이 되는 단쇄 지방산 탄수화물 등을 제조하는 값진 노동으로 보답합니다. 처리하기 어려운 음식물 찌꺼기는 직접 알아서 소화시키고 영양소를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예요. 또, 비타민과 건강한 지방산을 생산하고 장의 면역 체계를 바로잡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 건강에 중요한 식이 섬유를 많이 포함한 대표적인 식재료 8가지를 책에 소개하기도 했어요. 현미와 키위, 바나나, 사과, 당근, 버섯, 고구마, 된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모두 장 속을 깨끗하게 대청소하며 장이 힘을 발휘하도록 돕고 면역력까지 높이는 음식이니 유념해 보다 건강한 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쾌변을 위해 원장님이 가장 추천하는 운동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장과 항문을 건강하게 만드는 대표 운동으로 제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단연 '조깅'입니다. 조깅이야말로 장운동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에요. 조깅을 하면 장이 출렁이며 장점막을 자극해 장의 연동운동이 촉진되며, 복압을 변화시켜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어요. 게다가 장간막을 튼튼하게 만들어 장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고 소화도 돕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조깅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얼마나 해야 할까요? 일주일에 3회 정도, 한 번 달릴 때 20분 이상 쉬지 않고 꾸준히 뛰어야 합니다. 다만, 흔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베드민턴이나 농구, 수영, 등산 등과 같은 운동은 의외로 장 건강에 잘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많은 운동량에 비해 지속해서 뛰는 시간이 짧기 때문입니다. 장의 출렁거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특별한 장비도 필요하지 않고, 편안한 운동화 한 켤레라면 어디서든 가능한 조깅.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있을까요? 변비가 심하거나 배탈이 났을 때 흔히 변비약이나 설사약을 먹곤 하는데요. 이는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사실 변비가 심할 때 배변 활동을 돕고자 설사약을 먹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우리가 목욕탕에서 때를 밀 경우,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 세포층까지 모두 벗겨지지요. 그런데 설사약을 먹고 과도한 변을 볼 때도 심한 경우 장점막까지 모두 벗겨져 나갈 수 있어요. 이는 마치 옷을 입고 가다가 벽에 대고 맨 팔을 비비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지요. 변은 장점막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을 지나치는 존재입니다. 단지 장을 지나치는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다시 말해 정체 중인 변은 있을 수 있지만 잠자는 변은 없어요. 그러니 억지로 설사약을 먹어 변을 내보내는 행동은 애꿎은 장점막만 손상시킬 뿐 변비를 해소하는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변비약도 마찬가지예요. 변비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상황에도 변비약을 남용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킵니다. 변비약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변비약 하제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용해야 해요. 변비약은 팽창성 하제, 삼투압성 하제, 자극성 하제로 나뉘는데 각각의 특성을 파악해 사용해야 더욱 유용하니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상황에 맞추어 사용하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대장 항문 관련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항문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저의 별명은 '똥꼬의사'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똥꼬'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저를 만나는 많은 분이 저의 별명인 '똥꼬의사'를 친근하게 부르며 치부라 여겼던 부위에 대한 다양한 증상을 조금 더 쉽게 묻고 답하며 부담을 내려놓으시곤 해요. 그렇기에 저는 '똥꼬 선생님'이라는 저의 애칭이 정말 듣기 좋습니다. 23년간 해온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여전히 항문외과의 문턱을 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용기만 내어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제때 병원을 찾으면, 약물 치료로 충분히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망설이고 고민하다 악화되면 결국 수술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 전에 꼭 항문외과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734)

인터뷰

인간성 말살하는… 전쟁 혐오하는 마음으로 썼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쓴 日서점대상 아이사카 토마 일본 소설가 아이사카 토마는 “독소 전쟁은 희생자가 많은 전쟁이면서, 여성이 저격수로 참여한 거의 유일한 전쟁이다. 이런 전쟁을 일본에서 소설로 다룬 적이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갖고 책을 썼다”고 했다. /ⓒhayakawashobo 싸울 것인가, 죽을 것인가. 아이사카 토마(38)의 소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다산북스)는 전쟁에서 피할 수 없는 이 오래된 질문을 독소(獨蘇)전쟁을 통해 풀어낸다. 정확히는 이분법처럼 보이는 질문 뒤에 보통의 ‘사람’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1942년 독일군에 의해 어머니와 고향을 잃은 소련 소녀 ‘세라피마’가 저격수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중심에 자리하고, 그 뒤에는 수많은 여성 군인들의 삶과 죽음이 교차된다.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말하던 세라피마조차 누군가에겐 살인자일 뿐. 그는 100명을 죽이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깨닫는다. “잃은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우리가 흘려보냈을 시간 속엔 “반드시 사람이 있다”고.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아이사카의 첫 소설. 2021년 일본 애거사 크리스티 상을 받으며 출간됐다. 작년 일본서점대상 1위를 차지하고, 현지에서 50만부 이상 팔리며 큰 열풍을 몰고 왔다. 최근 책의 국내 출간을 맞아, 작가를 줌으로 만났다. 그는 “일본과 관련이 적은 독소전쟁을 다뤘기 때문에 책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감사한 일이지만, 책이 출간된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일어나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며 “전쟁이 악화된 것과 책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간 것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마음의 빚을 털어놨다. 작가는 이 책이 ‘반전(反戰)소설’임을 명확히 한다. 과거 전쟁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성찰하고, 패권주의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지켜보자고 말한다. 그는 집필 과정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독소전쟁에 참전한 소녀 병사들의 이야기를 구술로 기록한 책. 소설 역시 각 인물이 지닌 고유의 서사에 집중한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선 이름도 배경도 모르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 책에 나온 것처럼, 수많은 사람의 죽음 뒤엔 각자의 배경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 작가는 10년에 걸쳐 책을 썼다. 회사 인사과에서 직원들의 출퇴근과 월급을 관리하던 그는 퇴근 후 목욕을 하고 우동을 먹으면서 작가 지망생으로 변신했다. 매일 밤 집에서 2~3시간씩 펜을 잡았다. “프로가 되겠다고 생각했더라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 거다. 쓰는 것이 재미있었다. 10년 동안 다른 작품이 낙선된 적도 있지만, 그 경험도 즐겼다.” 전쟁은 작가의 오랜 고민이었다. “10대가 되기 전부터 전쟁과 무기를 싫어했다. 특히 자위대 해군으로 복무했던 제 할아버지를 2005년쯤부터 인터뷰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전쟁 전과 후로 사람의 내면이 바뀌는 걸 경험했던 할아버지는, 전쟁이 절대 반복되면 안 된다고 자주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반대하고, 반전주의를 주장하셨던 분이다.” 그는 곧 다가올 ‘일본의 전후 80년’에 대해선 이렇게 책에 썼다. “한일 양국의 현대사를 말할 때 ‘일본의 패전’이라는 원점은 종종 대조적인 개념으로 여겨지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종언이라는 의미에서는 같을 것이다. 제국주의의 종언에 시작점을 둔 ‘전후 일본’이 계속 이어지고 한국과의 문화 교류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기를, 또한 제 작품이 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 일본에서 출간 예정인 차기작 역시 전쟁이 소재. 2차 세계대전 말기의 독일에서 군국주의에 반발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이 왜 독일이나 러시아 사람도 아닌 일본 작가가 자신과 상관없는 전쟁을 쓰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독자와 일본 작가가 서로 관계가 없는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편견 없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비롯해 한국 문화의 열렬한 팬이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한다. 작가 역시 ‘쉬리’를 비롯한 영화와 드라마 ‘DP’ 등 한국 영상에 빠져 있다. “어머니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사서 읽어 보실 것 같다. 제 책이 한국과 일본이 문화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는 데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출처 - 조선일보(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8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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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소설, 『딜리트』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한국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설재인 작가가 파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왔다. 『딜리트』는 외고 교사 출신인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으로, 어른들의 강요와 압박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한 진로를 견디다 못해 살기 위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진솔과 해수의 모습에서 오늘날의 십 대들이 겪는 아픔과 분투를 선명하게 엿볼 수 있다. 『딜리트』는 학교에 속해 있거나 속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픈 마음으로 공감하게 되는 작품 같아요. 학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거침없이 그려내셨는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선보이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제가 이른바 평생직장이라는 학교를 그만두는 과정에 혼자만의 고민이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큰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고, 특히 유독 힘들고 아무것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던 해에 저는 매일같이 자살을 생각했어요. 죽기 싫어 나왔지만 모든 일들을 한곳에 응축해 쓰기엔 저의 역량이 부족했고, 결국 소설에 조각내어 심었습니다. 『딜리트』는 그 조각 중 하나인데, 크기가 좀 큰 편입니다. 그래도 그간 꽤 소설을 발표했으니 이 정도의 무게는 감당할 수 있어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두 학교'라는 배경이 묘하게 현실적인 것 같아요.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학교의 모습 같기도 하고요. 어떻게 이런 장소를 생각하시게 되었나요? 사학 재단의 경우, 비슷한 이름 아래 여러 유형의 학교를 운영하곤 합니다. 그리고 일반 공립 학교와는 다르게 상상을 초월하는 장소적 특성을 가지는 경우도 많지요. 예컨대 학교의 부지가 점점 줄어든다거나, 2010년대에 에어컨 없이 수업을 듣는 일도 있었고요. 그러니 만약 사립 학교에 대해 쓰고 싶으신 작가님들이 있다면 혹 비현실적인 건 아닐까 주저하지 마세요. 학교생활을 힘겹게 버티는 진솔과 해수가 다른 공간도 아닌, 학교 안에 있는 지하 통로를 아지트로 삼는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둘만의 공간을 '지하 통로'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학교'라는 용도를 가진 건물에서 지하는 보통 가시화되지 않는 공간입니다. 옥상은 이런저런 작품들을 통해 로맨틱하게 묘사되고는 했지만 사실 일선 학교에는 옥상보다 지하의 공간이 훨씬 많아요. 다만 학생도 선생도 갈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 아무리 음습하고 아무리 어둡다 하더라도 그 어떤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생각해야 했기에 자연히 지하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진솔과 해수의 부모님이 갑자기 사라지고 난 뒤에 유령으로 다시 등장하는데요. '유령'에 담긴 특별한 의미나 숨겨진 뜻이 있을까요? 최근에 SNS에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식이 부모를 훨씬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요, 완벽히 동의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사람 대 사람의 차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요구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하곤 하죠. 합리하지 않은 부모만의 사고방식을 절대 거역하지 않을 것, 이루지 못한 욕구를 채워줄 것 등 말이죠. 그 과정에서 제3자에게는 절대 주지 않는 상처들을 자식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주고요.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에 대해 자주 자책감에 시달려요. 내가 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게 서럽고. 진솔과 해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령은 '자신들이 나쁜 자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진솔과 해수의 자책감을 반영한 장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 내내 쌓여온 갈등이 결말에 이르러 어느 정도 해소되긴 하지만 완전히 해결되진 않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말을 이렇게 꾸리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청소년 독자였을 때, 일부 청소년 소설의 해피 엔딩이 정말 싫었어요. 잔뜩 몰입해서는 같이 화내고 슬퍼했는데, 갑자기 화해 모드로 바뀌어서는 지금껏 주인공을 죽도록 괴롭혀왔던 모두가 별안간 착해지고 뉘우치는 거예요. 맥이 탁 풀려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소설에서든 이른바 해피 엔딩 혹은 완전무결한 엔딩을 기피하려 노력하곤 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딜리트』를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를 손꼽으신 이유도 들려주세요. 후반부, 텅 빈 교장실에서 어항 물이 넘쳐 바닥에 떨어져 몸부림치는 열대어들을 아이들이 다시 어항에 넣어주고, 선배가 '진수건설'이라는 이름이 적힌 유니폼 재킷으로 어항을 살짝 덮어줍니다. 그 장면 뒤에 이런 구절을 썼어요. 이 방의 주인에게 열대어는 아주 쉽게 교체될 수 있는, 별로 소중하지 않은 생명일 테니까. 죽어 버린 학생들처럼. 열대어의 삶은 하나도 중요치 않은 것이다. 관상용. 이 공간이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결국 이 재단에게 학생 역시 관상용이 아닐까. 좋은 모습이 아니면 교체해 버리는 게 나은. 죽으면 흉하니까 얼른 치워 버려야 하는. 그 에피소드와 이 문장들에 제가 하고 싶던 모든 말이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견디고 있는 십 대들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늘 눈물이 나는 이유는 참을 수 없어 고장 나기 직전인 까닭이니, 걷어차 보세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664)

인터뷰

[인터뷰] K-Book Trends 61호

Q. 〈K-Book Trends〉 웹진에 다산콘텐츠그룹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의 해외 독자들에게 사명에 담긴 의미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산북스는 다산 정약용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과 실사구시 정신을 책을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로 구현하는 출판사입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를 포함해 디지털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교육, 뉴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회사로 성장 중입니다. Q. 내년이면 벌써 다산북스 설립 20주년이 됩니다. 그동안 다산북스는 국내 10대 출판사 규모로 성장하였고, 다산콘텐츠그룹으로 변화하여 끊임없이 좋은 책과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빠른 성장의 계기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다산북스는 ‘The joy of story’(스토리의 즐거움을 전 인류와 함께 나눕니다)를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미션에 맞는 책을 기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독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려운 것을 보다 쉽게, 쉬운 것을 보다 깊게, 깊은 것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The Joy of Story’를 모토로, 콘셉트와 기획이 확실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계십니다. 다산콘텐츠그룹에게 ‘즐겁고 행복한 스토리’란 무엇인지, 또 즐겁고 행복한 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앞의 질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즐겁고 행복한 스토리’란 ‘어려운 것을 보다 쉽게, 쉬운 것을 보다 깊게, 깊은 것을 보다 재미있게’ 만든 콘텐츠를 말합니다. 그 콘텐츠는 독자들에게 지식을 주기도 하고, 지혜를 깨닫게 하기도 하며, 때로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책을 만들기 위해 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독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도움(지식, 지혜, 재미)을 줄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셋 중 하나라도 조건에 충족하지 않으면 출간하지 않는 것이죠. Q. 홈페이지에 책의 출간 과정과 저자 지원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별도의 인세 프로그램을 통해 인세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러한 정보 공개가 도서 제작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A. 홈페이지에 책의 출간 과정과 저자 지원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는 이유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고하는 예비 저자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그들은 다산북스의 소중한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산북스는 독자만을 생각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독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원과 저자 역시 다산북스와 함께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세 공유 프로그램은 그동안 판매 부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던 출판업계의 관행을 혁신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입니다. 다산북스는 인세 계약을 한 모든 저자들에게 본인의 도서 계약 정보와 인세 지급 정보, 책의 실제 판매 정보까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저자들이 다산북스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산북스에 원고 투고가 많은 것도 그 효과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저자뿐만 아니라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의 협업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부서 간의 소통과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부서의 협업을 중요시하는 건 모든 출판사가 동일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산북스는 편집과 영업(마케팅), 홍보, 이 세 개의 부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획이 시작되는 아이템 회의 단계부터 영업부서(다산북스의 경우 ‘마케팅본부’)와 홍보부서(다산북스의 경우 ‘미디어홍보본부’)가 참여해 책으로 출간할지 여부를 함께 고민하고 판단합니다. 아이템이 통과되면 책의 콘셉트를 잡는 콘셉트 회의를 진행하는데 이때도 역시 영업부서와 홍보부서가 참가합니다.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을 편집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과 홍보가 함께 하는 것이죠. 출간 이후에는 편집부도 마케팅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 점이 다른 출판사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서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좋은 책이라면 저절로 판매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도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지만 좋은 마케팅과 홍보가 없으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최근 단행본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IP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확장의 계기와 그 성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다산북스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2014년에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2016년부터 웹소설 분야로 진출해 현재까지 600종 이상의 작품을 출간했고, 2019년부터 웹툰 분야에도 진출하여 20여 종의 작품을 연재하거나 제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산북스 웹툰은 모두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대다수의 작품이 해외에 수출 및 번역되고 있습니다. 『시간의 계단』, 『모든 게 착각이었다』, 『신데렐라는 내가 아니었다』등 주요 작품들이 9개국 80건 이상 수출되어 전 세계에 각국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kbook-eng.or.kr/sub/interview.php?ptype=view&idx=1240&code=interview&category=65

인터뷰

바닥을 두려워하지 않는 추락 『일만 번의 다이빙』

아동·청소년 문학 분야의 여러 상을 섭렵하며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이송현 작가가 활기 가득한 스포츠 소설로 돌아왔다. 『일만 번의 다이빙』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추락을 반복하는 고교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온몸을 내던지는 십 대들의 분투기를 담았다. 매 순간 마주하는 높이에 대한 공포, 이를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 기량이 뛰어난 동료를 향한 경쟁심 등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이지만,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추락을 반복하는 다이빙은 종목 그 자체로도 충분히 문학적이면서, 사춘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십 대들의 삶을 잘 대변하는 것 같아요. 다이빙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어느 날 제게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나에게 오라고 반긴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알아서 나가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어떻게든 유난스럽지 않게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슬럼프를 겪을 때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해요. 추락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그렉 루가니스'를 떠올렸지요. 제가 좋아했던 다이빙 선수이자 스크랩한 유일한 사람이에요. 추락하는 루가니스의 연기를 보면서 인간의 위대함을 목격했다고나 할까요. 저는 꽤 오랜 시간 수영을 했고 한때 수구에 빠져있기도 했어요. 언젠가 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 하던 찰나 나의 슬럼프를 데리고 우아하게 추락해 보자 결심하게 되었어요. 『내 청춘, 시속 370㎞』의 매사냥, 『라인』의 슬랙라인, 『나의 수호신 크리커』의 양궁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자주 집필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오래 앉아서 작업하다 보니 이외의 시간에는 최대한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 건강한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지요. 『내 청춘, 시속 370㎞』, 『라인』은 스포츠보다는 우리 전통 문화를 현대화해서 풀고 싶었어요. 오늘의 독자들이 전통을 고루하거나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나의 수호신 크리커』는 우리나라의 십 대들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면 특별한 면모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 양궁을 소재로 삼았어요. 다이빙 훈련 장면이나 선수들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혹시 집필 간에 다이빙을 직접 해보셨나요? 어떻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작품을 쓰는 동안 코로나 시기라 아파트 단지 안 수영장이 폐쇄되었어요. 한창 수영할 때 스타트대에 올라섰던 기억을 더듬었지요. 그렇게 연습을 해도 스타드대에 서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게 무서웠거든요. 고작 스타트대에 선 기억으로 3m, 5m, 10m 위의 세상을 끊임없이 상상했던 것이지요. 허풍이 셌던 것일까요? 주인공 무원과 다이빙부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 외의 인물들까지 모두 매력이 상당한데요. 편의점 알바, 약수터 할아버지, 맛집 주인 등 조연들이 이야기를 더욱 감질나게 끌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인물들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됐나요? 혹시 조연 중에서 가장 애정 가는 인물을 꼽자면 누구인가요? 이야기를 꾸리기 전에 늘 이런저런 인물들을 그려보는 습관이 있어요. 저는 제 이야기 속 인물들이 대단히 멋지거나 완벽한 사람이기를 바란 적이 없어요. 대신 건강한 사람일 것! 각자의 방식으로 제 삶을 하루하루 열심히 꾸려가는 사람이면 충분해요. 대신에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사연이 있다!" 주·조연 따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지금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연을 만드는 데에 애를 쓰는 편이지요.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약수터 기창 할아버지와 편의점 알바 구본희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6·25전쟁을 겪었던 세대와 '1억 목돈 만들기'가 삶의 목표인 세대가 공존하는 오늘의 현실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별을 보았지' 챕터를 막 시작했을 즈음, 허리가 나갔어요. 평소 출간 시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욕심내서 꼭 여름에 출간했으면 했거든요. 마음이 서서히 조급해지고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어어, 불길하다. 허리 나가겠는데?' 하고 나서 허리가 멋대로 어디론가 나갔지요. 머릿속에서는 무원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은강이가 안간힘을 쓰고 본희가 미친 듯이 편의점 일을 하고 기창 할아버지가 지나치게 파이팅을 외치면서 응원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내 몸이 이 친구들의 속도를 못 따라가서 미칠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허리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간 사람은 엄마였어요. 그때 보호자 대기실에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 끝까지 쓰라는 신의 계시구나!' 물론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일만 번의 다이빙』을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우리 모두 용기 있는 것이지. 산다는 건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야. 제각각 생김새가 다르듯이 우리에겐 각자한테 어울리는 용기가 있지." 이 순간에도 저는 용기 있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수많은 형태의 용기들이 모여서 세상은 더 괜찮아지는 것이라고 늘 믿고 있어요. '늘 푸른 집'에서 얼굴을 맞대고 즉석 떡볶이를 먹는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저는 십 대에도 이십 대에도, 오십 대가 되어서도 사람들과 어울려 즉석 떡볶이를 먹는 어른으로 남을 겁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특별한 이야기인 양 떠들어대는 그런 사람이 될 겁니다. 제가 쓴 이야기도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해서 '앗, 나도 이런 적 있는데', '이런 뻔한 이야기도 소설이 되나?'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그럴수록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독자들의 삶 역시 특별하다는 의미니까요. 결국은 우리 모두, 의미 있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힘껏 버둥대고 있는 십 대들에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삶은 길고 선택은 다양하다." "쓰러진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쓰러진 몸을 일으키는 건 오로지 나 스스로 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일만 번의 다이빙』에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어차피 하던 일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외면할 것도 아니라면 그냥 늘 했던 대로 하자! 바닥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힘차게 추락할수록 바닥을 딛고 솟구치는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엄청날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646)

인터뷰

초등생이 꼭 알아야 할 경제 개념 100선

경제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 왔지만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도나도 경제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이제 자신의 삶을 꾸려 가기 위해 필수로 지녀야 하는 생존 무기이다. 『옥효진 선생님의 경제 개념 사전』 에서는 옥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경제 개념을 설명해 준다. 또 애교쟁이 강아지 멍이와 새침한 고양이 냥이가 등장해, 아이들이 어려워 할 만한 경제 개념을 빗대어 설명하여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의 경제 이해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가길 바란다.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옥효진이라고 합니다. 학교 교실에서도, 그리고 제가 쓰는 책들도 아이들을 위한 경제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세금 내는 아이들』이 경제 동화였다면 이번 『옥효진 선생님의 경제 개념 사전』에서는 사전의 형식을 빌려 경제 개념을 설명해 주셨어요. 사전 형식으로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요? 그리고 사전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일까요? 경제를 공부할 때는 개념공부와 체험을 통한 공부가 함께 필요합니다. 『세금 내는 아이들』이 교실 속에서 체험을 통해 경제 공부를 하는 이야기였다면 『옥효진 선생님의 경제 개념 사전』에서는 살아가며 만나게 될 다양한 경제 개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과 관련된 100개의 경제 개념을 담고 있어서 다양한 경제 개념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경제 개념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서 더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뽑으신 개념 중 특히 어린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경제 개념이 있나요? 책에 담은 모든 개념들을 잘 알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특히 어린이들과도 관계가 깊은 소비 관련 개념들을 잘 알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동 소비, 과시 소비, 모방 소비 등 잘못된 소비에 대해 알고 있으면 아이들이 돈을 쓸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하여 어린이 여러분이 합리적인 소비자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책의 8장 중 마지막 8장에서 욜로나 무지출 챌린지, 펭귄 효과 등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트렌드한 개념들을 쓰셨더라고요. 이렇게 현 상황을 반영하는 트렌드 용어를 어린이들이 왜 알아야 할까요? 그리고 이런 트렌드 경제 용어를 넣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요즘은 굉장히 빠르게 트렌드가 바뀝니다. 3년 정도 전만 해도 욜로가 유행했지만, 요즘은 또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거든요. 특히, 사람들이 여러 매체로부터 트렌드에 노출이 되며 나도 모르게 유행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판단 없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게 되는 거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트렌드 경제 용어를 잘 알고 있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교과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초등학교 교과 중 사회 교과 6학년 1학기에는 단원이 2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통째로 경제 단원입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2~3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매주 2~3시간씩 경제 공부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과 시간에도 용돈 관리에 대해 배우고, '창체시간(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찾아오는 금융교실'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분량이나 차시가 적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실제 삶에서 만나게 될 생활 관련 경제 내용이 부족한 점이 아쉽습니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경제 활동을 해 왔지요. 어린이들이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경제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린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경제 활동은 '소비'입니다. 사고 싶은 것은 많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살 지 많은 고민을 하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비교를 하며 사게 됩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도 하죠. 돈은 결국 쓰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 개념들은 소비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경제 교육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경제는 한 번에 친해지기는 쉽지 않은 친구입니다. 개념에 대한 공부와 체험을 통한 공부를 함께 하며 오랜 시간 친해져 나가야 하는 친구죠. 가정에서는 아이가 돈을 직접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경제 개념들을 익힐 수 있는 책을 활용한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경제와 친해질 것입니다. 저는 경제가 세상을 더 폭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이 책을 통해 경제를 가까운 친구처럼 느끼게 되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582)

인터뷰

“더 진지하게 책을 내고 싶다는 신호탄 같은 의미의 책”

메일링 구독 서비스 <유지혜 페이퍼>를 운영하고, 『쉬운 천국』과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유지혜는 신작 『우정 도둑』에 대해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우정 도둑』이 작가를 꿈꿔본 적 없던 그가 진지하게 계속해서 책을 내는 작가가 되겠다는 신호탄과 같은 책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우정 도둑』에서 유지혜 작가는 '다른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되기를 선택하는 과정'이 자신을 오롯하게 만드는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모든 것과 우정을 나누는 일,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같은 것. "하루를 살아가는 게 점 같은 걸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그 점들을 그냥 가방에다 넣어 놓는 거죠.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고요.  그러다 나중에 이 점들을 펼쳐 놓고 보면 다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옛날에는 그것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저 자신한테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러다 수많은 관계들을 발견하면서 저 자신이 중요하지 않아지는 경험을 했던 것 같고요.  나 자신한테 두었던 시선을 돌려 다른 것들을 보면 굳이 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잃어버린 것들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 책에서 그런 마음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평생의 숙제, 글쓰기 제목에 '도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20대에 세 권의 책을 내고, 30대의 시작을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로 하면서 앞으로 여행 에세이는 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모든 글에 여행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꼭 여행이라는 갈래로 책을 나눠서 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었죠. 여행이 진짜로 저에게는 삶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렇게 제가 20대를 지나고 30대가 되면서 저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가 무엇일까 생각했고요. 그게 우정이었어요. 제가 해온 여행을 생각해보면 항상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잘한 것은 별로 없어요. 항상 그 사람이 있는 숙소에 머물렀고, 약간 좀도둑처럼 타인의 어떤 것을 훔치면서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출판사 분들과 엄청나게 오랫동안 회의를 해서 이 제목으로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책에 담긴 어떤 글도 이 제목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전히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회의 끝에 '우정'과 '도둑'이라는 두 단어를 찾으셨을 때 무척 기쁘셨겠어요. 이 단어들을 찾았을 때 너무 희열을 느꼈어요. 사실 책의 내용을 쭉 보면 그 안에 이미 이 단어들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엮다 보니까 발견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책이 제 스스로에게는 전환점이에요. 앞으로 더 진지하게 책을 내고 싶다는 신호탄 같은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전환점'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번 책을 계기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다른 활동도 많이 했고요. 사실 작가를 꿈꿔본 적도 없었어요. 좋은 글이라는 것도 잘 몰랐고요. 그저 저의 경험을 쓴다는 생각으로 썼죠. 그러다 20대 중후반부터 엄청나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책들의 작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느지막이 했어요. 그러면서 글을 쓰는 것을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인지 책이 나오면 설레거나 떨리는 것도 사실 없고, '다음에 또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이 앞서요.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도 그렇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쓰는 글 자체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기 시작하신 거네요. 『쉬운 천국』 때까지는 그냥 있는 그대로를 쓰고 모았다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부터 글을 쓰는 스타일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거의 숭배하듯이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책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볼 때는 이 글이 안 좋을 수 있고요. 부족할 수도 있지만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무조건 1등이야, 라는 생각으로 읽고 써요. 이 마음과 경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제 독자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분들까지가 많은 것 같아요. 압도적으로 많은 게 20대 분들인데요. 온라인 서점에 한 번도 평점을 남겨본 적 없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존 독자층이 아닌 거예요. 책을 아예 안 읽던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이 제 책으로 책이라는 세계에 입문해서 제가 추천해 주는 고전을 읽고 점점 다양한 독서로 나아가는 걸 보거든요. 그래서 제 역할은 '독서'라는 경험이 훨씬 쿨하고 우리한테 중요한 거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통로를 열어주고 물꼬를 터주는 역할이요. 서점에 제 책을 팬심으로 보러 왔다가 다른 책을 살 수도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독자분들과 같이 읽는다는 게 너무 좋아서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우정은 무조건적인 긍정 『우정 도둑』을 읽으면서 나로 오롯해지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이것이 작가님께 중요한 화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게 연결되는 시대잖아요. 저도 어떨 때는 핸드폰을 몇 시간 동안 하게 되는데요. SNS 활동이나 이런 걸 오래 하게 되면 뇌가 망가진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읽은 말 중에 '고통의 반대는 권태'라던 말이 기억나는데 저는 고통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권태를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되게 자극적인 권태인 거죠.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 연락이 잘 안 되는 걸로 유명한데요.(웃음) 그렇게 몰입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 일도 있다고 생각해요. 글뿐 아니고요. 회사원이건 서핑 강사건 많은 분들에게 몰입의 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온앤오프'가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같거든요. 상대를 아무리 좋아해도 내가 올곧게 서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를 확실하게 사랑해 줄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러니까 '온'을 제대로 하려면 '오프'가 확실히 있어야 되는데, 오프가 나 자신에게는 온인 거죠. 연결 자아를 오프하고, 오롯한 나를 온하는 거군요. 예를 들어서 저는 인스타그램 같은 것에도 활동기가 확실히 정해져 있어요. 안 할 때는 과감하게, 사람들이 날 잊겠지 같은 생각은 아예 안 하고 그냥 책만 써요. 제가 멀티가 안 되기도 하고요. 다 오프하고 글만 쓰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로 오롯한 시간에, 작가님은 어떤 존재가 되나요? 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시는데 저는 제 얘기를 하기보다는 듣고 싶어요. 그래서 여행에서도 모르는 사람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죠. 한번은 호텔 청소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오만한 마음으로, 청소에 대한 어떤 철학 같은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의 행복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민자로서의 삶 같은 것들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직업으로 누군가의 삶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최근에는 사람들이 다 너무 외롭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다른 사람한테 화가 안 나고, 누구나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응원의 마음도 우정이랑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나의 탁월한 어떤 부분을 발견하는 것보다 그걸 누군가한테 알리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외로운 사람들에게 그런 것 말 안 해도 내가 알아줄게, 이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멋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고 그냥 그 사람 자체로 있는 자체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요. 결국 우정이네요. 말씀을 들으면서 우정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제 친구들이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해준 게 그거였어요. 제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어도 될 거라고 얘기해주고 미래를 봐준 사람들이죠. 그런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로 오롯할 수 있었어요. 우정은 담백하게 상대를 긍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정은 무조건적인 긍정이에요. 상대에게 이런 저런 얘기나 조언도 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무조건 믿어주는 게 우정이죠. 이런 우정, 다정함이 한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꼈어요. 긍정적인 게 생산적이라는 말이 와 닿았던 적이 있는데요. 누군가를 비판하고, 무언가에 냉소해서 그가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지할 땐 진지하지만 그 진지함이 몸에 밴 상태에서 가볍게 살아가는 것,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게 우정과 여행의 공통점은 내게 있는 문제를 잊어버린다는 거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게 된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파고들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러니까 내게 있는 문제를 잊어버릴 만큼의 우정이 있으면 그게 오히려 건강한 인생이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끝나지 않는 책 특별히 눈길이 간 것은 '지현'과의 우정 이야기였어요. 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제목이 『우정 도둑』이니까, 그 안에 친구 얘기가 나오려면 그 부분을 엄청 잘 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현과의 이야기를 <페이퍼>에 연재를 했을 때는 있는 그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거든요. 게다가 엄청 반응이 좋았어요. 결국 그 글은 거의 고치지 않았어요. 그냥 거의 초고 그대로인 글인데요. 초고 그대로의 모습이 저희의 우정과 닮은 것 같기도 해서 너무 많이 고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저희가 다퉈서 한 달 동안 연락을 안 했거든요. 그렇지만 더이상 연락하지 말자는 말 같은 건 안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아무리 서로한테 서운한 말을 해도 끝까지 갈 거라는 믿음이 있죠. 이 정도의 관계에 대한 신뢰가 사랑이랑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하지만 우정은 연락을 했을 때 상대에게 답장이 없어도 애정을 애걸하는 표현을 한 번 더 써 보내지 않아도 되는 사이 같아요. 예전에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썼었는데요. 우정은 끝이라고 생각해도 시작인, 그래서 끝나지 않는 책인 거죠. 끝나지 않는 책이라니, 참 좋아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못난 모습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요. 이 사람의 못난 모습을 많이 아는 게 우정에 있어서는 레벨이 높은 거죠. 만약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기만 하고, 이 사람한테 느끼는 서운함이나 그에게서 발견한 후짐이 없었다면 그와는 안 친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양한 모습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하지 않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해요. 글 중에 '당신'을 호명하는 글들이 있었어요. 그건 어떤 존재인가요? 어떤 영향을 받은 건 아니고요. 대부분의 글이 나의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쓴 글이에요. 그럴 때는 주어를 바꾸는 게 확실히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쓰게 됐어요.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당신'이라고 칭함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인 거죠. 책을 읽으면서 뭐든 '응시하는 사람'이라는 인상도 받았어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3살에 썼던 글이나 지금 쓴 글이나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도 저는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똑같았어요. 사실 계속해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게 작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이 집착하는 하나의 주제로 평생을 간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똑같은 얘기를 다른 표현으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고, 그러기에도 너무 인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는 그것이 결핍, 나한테서 퍼져 나가는 관계,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들 같고요. 나를 잃어버리는 여행 책에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을 하죠.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잠깐 스친 인연까지도 말이에요. 관계에 대한 관심은 왜 그렇게 작가님께 중요한 주제일까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의 관계가 되게 깊었는데요. 엄마가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놀라겠지만, 사실 엄마에 대한 그렇게 기억이 많지는 않아요. 엄청나게 사랑했고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맞벌이 부부다 보니까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기억을 갖고 있진 못한 거죠. 또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어요. 초등학교를 세 군데 다녔으니까요. 그때는 그게 싫다는 생각은 안 했고, 그냥 가족이 가니까 당연히 옮긴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린 시절에 경험한 관계에 대한 결핍이 지금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중학교에 가서야 확실하게 친한 친구들이 생겼거든요. 이후 살면서 관계가 이어지거나 끊어지거나 다시 만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었고, 그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기도 해서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뉴욕을 여행하면서도 생각했던 거예요. 미국 사회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경계 같은 것들이 다 무너졌거든요. 워낙 다인종 사회이기도 하니까요. 그곳에서의 경험이 경계와 관계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생각하게 했어요. 저는 사실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마음에 들이기까지는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나도 엄청나게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깨닫게 됐던 거예요. '여행'이라는 키워드도 관계만큼이나 중요한 거겠죠. 올해도 3개월 정도 뉴욕에 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뉴욕에서 사는 걸 꿈꾸고 있거든요. 책에도 썼지만 뉴욕은 메시지의 도시예요. 말이 많고 단어가 많은 도시죠. 어디든지 표지판이 있고, 사인이 있고요. 하다못해 노숙자도 책을 20권씩 쌓아 두고 읽으면서 자기의 철학을 판자에다가 써서 들고 있어요. 근데 보면 찰스 부코스키가 쓴 시 같아요. 그런 걸 보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외국인한테 친절하긴 하지만 어색해하는데요. 근데 미국은 내 정원의 울타리가 있다면 그 울타리가 갑자기 와다다다 무너져서 거기를 사람들이 막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그런 정신이 없는 와중에 얼렁뚱땅 변화하는 것들도 있잖아요. 꼭 뉴욕으로 여행을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내가 공부하고 책으로 알던 것들도 있지만 실제로 경험했을 때 우당탕탕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건 절대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거니까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당신은 여행을 하면서 당신이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국적의 뿌리가 지켜지는 것만큼이나 세계 안에 속해 있다는 것에서 안전함을 느낀다.'(256쪽)이라고 쓰기도 하셨죠. 사실 여행을 많이 안 해봤을 때는 나의 자아를 찾는, 나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는 여행을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여행에서의 태도를 삶에 끌어올 수 있어야 여행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요. 또, 누구나 도망칠 어떤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저에게는 여행이에요. 도망치는 것에 대해서 너무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여행을 가면 내 인생이 좋아지고 나를 발견하고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도망이었던 건데요. 도망이어도 괜찮아, 어차피 인생은 도망이야, 이런 생각을 해요. 20대와 30대가 된 지금 나라는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세요? 말하는 입장에서 듣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죠. 저는 외동딸이고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친구들은 저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저의 성취나 이런 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없으면 저는 완전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거예요. 사실 이 책도 그래요. 책을 읽어준 독자들이 중요하지 책은 사실 저한테 중요하지가 않아요. 이 책에 대해서 생각을 하나도 안 해요. 뒤라스가 한 말처럼 책이 나온 뒤 저자는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책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만약 책이 성취라면 그 성취가 만들어낸 새로운 관계들이 저에게는 더 중요한 거예요. 사실 옛날에는 제 성취가 엄청 중요했거든요. 주먹에 꽉 쥐고 있던 걸 확 놓으니까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359 )

인터뷰

삶, 물질 그리고 우주까지…법칙을 몰라도 이해하는 물리

40년간 물리를 탐구하는 과학자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살아온 정창욱 교수는 과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사는 삶, 물질, 그리고 우주에 질문을 던진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과학 법칙이나 이론을 정확히 몰라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고 가볍게 소개되고 있어, 마치 과학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본적인 쉬운 물리도 제대로 적용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근래 들어 초미세 양자 세상이나 초거대 우주에만 집중해 물리가 어렵다는 인식, 분위기가 더 생겨난 듯해서 일상적이고 쉬운 물리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시작이 반이듯이, 물리의 절반은 질문과 의심이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물리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0년간 국내외 출장을 다니며 식당과 카페, 공원 등에서 만난 분들과 물리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이 굉장히 흥미로워했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기도 했어요. 대화 나눈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서 더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심오한 물리가 아니라, 일단 듣고 보면 누구나 재미를 느끼는, 일상과 연결된 쉬운 '물리'라는 새로운 시각을 함께 즐겨준 분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책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교수님께서 수학이 아닌 과학, 과학 중에도 화학이나 생물학이 아닌 '물리학'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탐구하고 책까지 쓰게 한 물리학의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고교 과정에서 화학, 생물학은 외울 게 많았는데 물리는 보다 논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좋았습니다. 수학이 더 논리적이긴 하지만 실생활과 더 관련 있는 것은 물리이기에 선택했어요. 사적으로는 얼마 전 타계하신 은사님(포항제철고의 물리 선생님)이 제게 물리를 추천해 주셨어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 가면 풀장 딸린 집에서 살 수 있다고 하셨어요. 어린 시절, 포항에는 수영장이 단 2개뿐이었습니다. 물리학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 힘을 지닌 데에 있다고 봅니다.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노벨상을 받은 존 바딘 박사, 입자물리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서 만든 월드와이드웹(www)은 오늘날 인터넷 기반 세상의 출발점이었어요. 고체 물리와 양자 역학 없이는 오늘날의 무선 통신과 스마트폰도 불가능했지요. 흔히들 물리학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특히 복잡한 과학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리학을 아는 것이 과학자가 아닌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리학은 소위 말하는 천재들에 의해서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천재들은 난제에 도전하기 좋아하고, 또 난제 제시하기를 즐깁니다. 대중은 이들의 천재성에 경외심을 가지는 동시에 경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는 세상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의심하는 자세를 전파해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과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진리의 돌파구가 자주 열립니다. 450년 전에 있었다는 한석봉과 어머니의 시합은 질문하고 의심했더라면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시합의 불공정성, 과학적 진리를 깨달았을 거예요.(책 속 「물리학자의 시선 1」참고) 질문하는 힘을 키우면, 과학자가 아닌 사람도 세상(물질, 인간관계)의 숨은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최초의 발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공명이란 특정 고유 진동수를 지닌 물체가 그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힘을 주기적으로 받을 경우, 진폭과 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며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 또한 '공명'의 순간이다(65~71쪽)" 등 일상 곳곳에서 물리적 순간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책에 쓰인 주제나 소재 중 우리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서울 경기권에 살거나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버스를 한 시간 동안 타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버스 운전석 뒤 승객의 좌석은 대략 10, 11개의 줄이 있습니다. 다소 민감한 사람은 운전석 바로 뒤인 첫째 줄 좌석에 앉았을 때와 가운데 좌석 또는 가장 뒷줄 좌석에 앉았을 때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의 충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지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인 대략 넷째 줄 좌석에 앉으면 가장 충격을 적게 받습니다. 또, 등산복이나 가방 지퍼 손잡이에는 끈으로 만든 고리가 달려 있다는 것 눈치채셨나요? 고리를 통해 지퍼의 수명을 늘리고 장갑 낀 손으로도 지퍼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하는 물리 원리가 적용된 사례죠. 이렇듯 물리를 알면 내게 이득인 생활 밀착형 지혜도 활용할 수 있답니다. 인공지능과 챗GPT, 딥 페이크 등 과학의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데요.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에도 쓰셨듯,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즈음 과학자의 태도, 새로운 윤리 정립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술 자체에는 눈(판단력)이 없습니다. 신기술은 개발비를 얻기 위해 가장 큰 이익을 추구하는데, 대체로 범죄적 이익이 가장 큰 이익이 됩니다. 재화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므로 특정 소수가 큰 이익을 얻으면 대다수는 손해를 보게 되지요. 신기술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도록' 감시하는 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새로운 과학일수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떠올려야 해요. 저는 '새로운 기술에는 반드시 새로운 윤리가 따른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인공지능과 챗GPT, 딥 페이크에 관해서 과학자로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많은 영역에서 진실과 거짓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뒤섞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에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힘과 시간이 부족해지기에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현상이 만연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을 통해 독자들은 물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체험하게 될 것 같아요. 책에서는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셨는데, 인터뷰 자리를 빌려 직접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해주세요. 서양 선진국에서는 정치를 정치가에게만 맡기고 가만히 있지 말라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됩니다. 과학을 과학자들에게만 맡기고 가만히 있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연필 뒤에 지우개를 부착하는 것 같은 일은 질문을 던지고, 의심하며, 소망하는 사람 누구나 해낼 수 있는 혁신입니다. 허벅지나 겨드랑이 부분에 통풍용 지퍼를 부착한 기능성 등산복은 불평하고 소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꼭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많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천재 의사, 천재 판검사, 무림고수 등으로 빙의해 활약을 펼칩니다. 이 책을 통해 물리학자에게 잠시 빙의해 물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양자 역학·시공간·블랙홀 같은 어려운 물리를 몰라도 세상이 새롭게 보일 거예요. 아울러 책 읽기가 끝난 이후에도 물리적 제3의 눈이 뜨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물리, 삶의 지혜가 되는 교양 과학을 원하는 모든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슈퍼 리치 중 8,000미터 고산 등정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어요.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새롭게 보면 새로운 눈이 뜨이고, 새로운 기회를 더 잘 포착하기 쉽기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쉬운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몰라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s://ch.yes24.com/Article/View/54007 )

인터뷰

어른들도 반드시 읽어야 할 십 대들의 이야기

십 대들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소설을 펴내온 손현주 작가가 또 다른 문제작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를 선보인다. 이 책에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열다섯 소년 주노가 꿋꿋이 삶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기 담겨있다. 양극화, 한 부모 가정, 학교 폭력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이번 작품은 2017년에 출간한 『소년, 황금버스를 타다』의 전면 개정판으로 요즘의 현실에 맞게 많은 부분을 빼고 더하며 새롭게 고쳐 썼다. 이전에 출간한 책을 다시 펴내셨어요. 개정판을 출간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더불어 새롭게 고쳐 쓰신 부분이 많은데 어떤 부분을 중점에 두고 개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쓴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할까요. 처음 이 작품을 쓸 때보다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학교 폭력은 더욱 교묘해졌어요. 날이 갈수록 구분 짓기와 폭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책의 필요성이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에요 달라진 부분이라면 주노가 좀 더 주체성을 가지고 행동하게 되는 부분일 거예요. 전작 『가짜 모범생』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여러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실 문제를 주로 다루시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삶이란 현실과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문제에 둔감할 때가 많거든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쓸 때보다 유기견들은 더 많아졌고 교실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죠. 지독하게 이기적인 세상에서 작은 힘이지만 한 줄기 빛을 찾아주고 싶어서요. 조금 더 나은 사회로 가려면 우리가 인식하고 연대하며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는 유난히 '문제 있는 어른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주노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심화시키는데요. 어른들을 이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문제 있는 어른들이 나오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참다운 어른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저부터 문제 있는 어른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고요. 아이들의 눈은 맑고 순수하지만, 어른들은 현실에 매몰되어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요. 이기적인 어른을 통해 주노가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로 여겼던 주노가 실은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른 면모를 지닌 괴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혹시 이 장면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을까요? 주도권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인식한 거라고 봐요. 어쩌면 교실 안에서 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자신은 특수한 환경 때문에 괴물이었구나, 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했던 거에요. 그리고 모든 게 알려진 다음 주노는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강해져야 한다는 주체성이 생겼다고 할까요. 가장 두려웠던 순간을 정면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게 되면 비상할 힘이 생기잖아요. 요즘 <더 글로리>, <모범택시> 등 가해자를 응징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소설 속 주노는 고민 끝에 처벌보다는 용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진정성 있는 사과일 거예요. 가해자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피해자의 마음이 움직일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인물을 나쁘게 그리지는 않아요. 나쁜 아이라도 어떤 원인이 오늘의 가해자가 되었는지 소설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알고 보면 가해자 역시 상처가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노는 한 번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아마 이 부분이 주노가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결말에 이르면 주노를 둘러싼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긴 하지만,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데에 이유가 있을까요? 또, 주노가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늘 열린 결말을 즐겨 써 왔던 것 같아요. 결말을 명확하게 쓰는 것보다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어서요. 인생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길을 가는 거잖아요. 작가의 프레임 안에 있는 주노를 보며 독자들은 프레임 밖에 있는 주노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죠. 아마 주노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힘겨운 문제 때문에 울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십 대들에게 애정 어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십 대 때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아 울고 싶은 경험을 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용기를 내어 운명에 맞서 보는 겁니다. 그리고 때로는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극한 교육 현실에서 여러분은 자신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보며 진로의 방향성을 찾는 게 목적이 있는 삶으로 가는 게 아닐까요? 출처 - 채널예스( https://ch.yes24.com/Article/View/54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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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이야기 『염부』

박이선 소설가의 장편 소설 『염부』는 "근현대사를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녹여, 한 줄기로 유장하게 꿰어냈다"는 평으로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대적 배경과 개인 서사에 담긴 고난과 애달픔을 세심하고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으로, 작은 땅에 깃들어 있는 거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 『염부』는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인 만큼 소회가 더욱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시작된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오래전 전통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우리 소금의 안타까움과 고된 일에 종사하는 염부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언젠가 꼭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해결되지 않더군요. 원고지 200장 정도를 쓰다 덮고, 다시 쓰다 또 덮기를 몇 차례 반복했어요. 나중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머릿속 한편으로 글쓰기를 조용히 미뤄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아놓은 자료를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염부』는 염부의 아들인 염길과 일본인 유지의 딸 아케미의 사랑 이야기라는 외형을 입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사회의 혼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이야기하는 장편 소설입니다.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제 소개를 드리려니 조금 쑥스러운데요. 저는 소방관입니다. 늘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지요. 사실 독자들께 직업으로 인한 선입관을 심어주게 될까 봐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먼저 묻지 않으면 굳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치열한 경계에 위치해 있는 직업인만큼,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깨달은 바를 토대로 소설을 쓸 수 있으니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글쓰기로 먹고살겠다고 결심한 소설가는 많지 않을 거예요. 익히 알려진 유명 작가들을 살펴보아도, 다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았지요. 그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삶의 현장을 경험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담금질하여 좋은 소설을 써냈습니다. 그 과정이 창작을 위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소설을 쓴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구급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어르신들께서 그동안 자신이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 주시거든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처음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중고교 문예대회에서 몇 차례 입상한 경험 정도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계시겠지요. 따로 결심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서른쯤 되었을 때입니다. 직장에서 뜻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월간 잡지를 창간하고, 그때 처음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쓰다 보니 재밌어서 신춘문예에 투고하기도 했어요. 첫 작품은 본심까지 올라갔어요. 결국 떨어지고 말았지만요. 아마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더라면 등단이 조금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 키우며 살다 보니 문학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소설을 한번 써보마" 선언하고 그 사이트에 원고지 1,800매 정도의 소설을 연재하게 됐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소설이었어요. 사람들이 좋아해주자 신이 나서 '나도 장편소설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 일은 참 묘한 것 같아요. "근현대사를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녹여냈다"는 심사평이 인상 깊습니다. 마치 실재했던 것처럼 에피소드가 생생한데, 어떻게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인물들을 구상하게 되셨나요?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에는 다뤄야 할 이야깃거리가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얼개를 짜기에 앞서, 여러 차례 고민하다가 염부의 아들과 일본인 유지의 딸을 주인공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또 해당 지역에 무슨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당시의 신문 자료들을 찾아서 참고했지요. 그 시대는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식민 지배가 한 세대 이상 계속되니 자칫하면 민족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츰 민족성을 자각해 나가는 청년과 그를 사랑하는 일본인. 두 사람이 속해 있는 민족과 계급이 다르다 보니, 그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어요. 인물들을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그 시대를 더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그중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이 있다면요? 답하기 쉽지 않지만, 저는 염길의 동생인 대길에게 마음이 갑니다. 잘난 형 때문에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소금을 구워내고, 결국 고단한 세월이 다 지나도록 염부 일을 끝까지 지켜낸 유일한 인물이니까요. 주변을 돌아보면 사실이 그렇지요. 잘난 자식들은 대부분 떠나고 그렇지 않은 자식이 부모 곁에 끝까지 남아 수발을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결국 혼자 남은 대길이 변함없이 끓여낸 소금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결정체로 작용하게 됩니다. 구슬땀처럼 반짝이는 소금이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작가님께 '소금'이란 무엇일까요? 아버지 석대가 둘째 아들 대길에게 해주었던 말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소금은 정성이여. 염부가 일을 게을리하믄 맛과 색이 변해분께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잉. 검단선사 이후 여그서 나는 소금은 늘 모릿등 고운 모래맨키로 부드럽고 색과 맛이 일품이제. 우리 염부들이 배운 그대로만 하믄 절대 소금은 변하지 않을 것인께 허튼 생각 말고 맘속에 똑똑히 새겨야 써." 제게 소금은 언제나 똑같이 짠 맛이에요. 변함없는 맛과 성질로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보존시켜주고 간을 맞추는 소금. 저도 소금과 같은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가, 누구에게나 분명히 있겠지요. 험난한 시대를 거쳐 온 소설 속 인물들에게, 혹은 우리 주변의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으로 즉각적으로 메시지를 나누느라 부정적인 감정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요즘 세상보다는, 과거의 사랑이 더 절절하고 순수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 염길과 아케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염길, 당신의 아케미는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사랑을 그리며 딸을 키워냈습니다. 아케미, 당신의 염길은 불행하고 굴곡진 삶을 사는 동안에도 당신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청년들에게 순수한 마음과 인내가 깃든 사랑을 잃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사랑만큼은 소금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3963 )

인터뷰

분당강쌤 “입시 국어 전문 강사로서 절대 하지 않는 것”

2006년 분당에서 학원을 열어 올해로 16년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강쌤' 강주희 원장은 개원 이후 모든 반이 100% 마감되며 한 해도 빠짐없이 365일 대기가 걸려 있는 학원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채널 <분당강쌤>을 운영하며 첫 책 『스카이 버스』를 펴낸 강주희 원장은 "선행, 후행, 현행까지 완벽한 아이들이 고등학생만 되면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는 초등 6년간 쌓아야 했던 기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입시를 알고 내 아이를 알면 대입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책에서 밝힌다. 지난 2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스카이 버스』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학부모 500여 명이 참여한 이 자리는 독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으며, 어떤 강연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정보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 수능 국어 만점자를 다수 탄생시킨 학원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학원 강사가 되었나? 하나를 추가하자면, 우리 학원은 매해 빠짐없이 수능 영어 만점자를 배출했다. 분당 S고등학교 1등급 전원이 모두 우리 학원에서 나왔는데 저희의 자랑이기도 하다. 우리 학원은 국어, 수학, 논술, 컨설팅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원래 나는 학원을 할 마음이 없었고, 학원 강사가 내 적성에 맞는지 오래 고민했다. 대학생 때 꾸준히 과외 선생을 했지만 대입이 워낙 치열한 현장이라서 학원까지 낼 용기는 갖지 못했다. 그러다 친오빠의 1년 가까운 설득 끝에 학원을 열었다. 매일 치킨을 사주면서 "너의 길은 학원이야"라고 이야기했다.(웃음) 처음에 학원 이름을 '알통 국어 논술'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너 같으면 알통을 다니고 싶냐?"고 해서 포기했다. 현재 오빠는 학원에서 대입 논술과 컨설팅을 맡고 있다. 처음 학원을 열었을 때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10년 정도는 광고를 아예 안 했다. 왜냐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하면 언제든 그만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인천에 북카페를 열어보기도 했는데, 매년 학원에서 꾸준히 성과가 있었다. 한 해는 특별반이 40명이었는데 40명 전원이 서울에 있는 상위 7개 대학에 합격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끊임없이 등록하면서 강의실이 하나씩 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어 강사만 20명이 된다. 그렇게 학원 강사로서의 내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다. 인터넷 강의도 오래 전부터 열었다. 유튜브로 인기를 얻고 나서 인강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은 인강이 먼저다. 그런데 인강이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다.(웃음) 분당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인강을 만들면 잘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돈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인강은 잘 안 풀렸고 오히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게 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학부모님들이 힘들어 하는 정보 격차 때문이었다. 20년 가까이 현장에 있으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알려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앞으로도 유튜브는 유료화 할 마음이 없다. 『스카이 버스』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 이 또한 정보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 유튜브 <분당강쌤>이 다소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 많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채널이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쓰면서 많이 생각한 건,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단 한 분에게라도 진정한 도움이 되는 책, 실질적인 변화의 계기를 드렸으면 했다. 이 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시간, 비용, 노력을 최대한 적게 들일 수 있는 공부 전략을 차근차근 알려드리는 일이다. 사교육을 비난하거나 사교육을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 바람직한 교육이란 '사교육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 입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는 정확하게 아는 힘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다독보다 중요한 건 탐독 초등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을 지원할 때, 꼭 염두에 둘 것은 무엇일까? 대입을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면, 일단 대입을 알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답은 아이에게 있다. 지금 아이가 몇 학년이든 상관없다. 아이들은 고3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바뀐다. 내 아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학원을 선택하고, 학습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행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과연 해야 하는지가 고민인 부모들이 많다. 선행도 현행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때 의미가 있다. 제 학년 진도도 온전히 못했는데, 학년보다 빠른 진도를 다루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종종 수학의 목표를 선행으로 착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수학의 목표는 '수학'을 이해하고, 또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선행의 핵심은 아이에게 맞는 진도를 찾고, 아이에게 맞는 교재를 선택하는 일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아이가 수학을 많이 어려워한다면 아이에게 맞는 교재부터 찾는 게 중요하다. 독서 교육은 어떤 기준을 갖는 게 좋은가? 많은 부모들이 필독서 추천을 원한다. 하지만 입시 국어 전문 강사로서 절대 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필독서 리스트를 만들고 읽도록 권하는 일이다. 독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독서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입을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다. 대입과 독서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인과 관계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주요 과목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독서만이 문해력과 독해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주요 과목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초등 자녀에게 해줘야 할 것은 필독 리스트를 책상 앞에 붙이는 게 아니라 즐거운 독서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다독'보다 중요한 건 '탐독'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아이가 온전히 생각하며 이해하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대입 논술을 잘 준비하려면 글쓰기 훈련은 필수일까? 사실 대입 논술은 글쓰기와 거의 상관이 없다. 지금 보여 드리는 것이 2023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문제인데, 보면 아시겠지만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영어를 해석하지 못하면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이 문제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에 기반한 문제인데, 답을 논리적으로 쓰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주요 과목을 서술형으로 시험 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성공적인 대입의 필승 전략은 선행보다는 진학 과정의 구멍을 없애는 일이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수시 전형을 생각하면 몇 가지 과목에만 집중해도 되지 않나? 수학, 영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다섯 과목을 균형 있게 잘해서 고등학교에 올라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다섯 과목을 다 고르게 잘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을 못 가는 건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학이나 영어는 굉장히 잘해도 다섯 과목을 고르게 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초등학생의 공부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나?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서 창의력 수학을 시작한다고 하면 부모들은 대개 불안하다. 우리 아이도 시켜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단연 중요한 건 우리 아이의 수준을 보았을 때, 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느냐 아니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하루 1시간 공부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분이라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그것을 해내면 칭찬을 해주고, 10분이 익숙해지면 5분씩 늘리면 된다. 애초에 공부 습관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생활 습관으로 맞추는 게 좋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학원을 어느 정도 보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일단 학원은 아이가 원하면 당연히 보내도 된다. 이게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억지로 밀어 넣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적극적인 편이라면 학원을 보내도 좋지만 중요한 건 아이와 꾸준히 대화를 하는 일이다. 왜냐면 아이가 나중에 커서 말하길 "엄마가 안 시켜줘서 못했다"고 탓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같이 해주셔도 좋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 교과서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회 수업도 잡고 문해력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읽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면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10분이든 20분이든 꾸준하게 하고 현재 학교에서 나가고 있는 진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또, 학교 교과서 옆에 읽기 문제, 학습 활동 같은 것이 소개돼 있다. 모범 답안을 아이랑 같이 직접 공부하면 좋다. 아이에게 스스로 답해보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문제를 충실하게 설명해주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모범 답안으로 아이와 같이 공부하면 가장 좋다. 책 서두에 '평범한 공부머리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물론이다. 알아서 잘하는 상위 1%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방법은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학생 된 본분으로 열심히 정진하려는 아이들이 첫 좌절을 스무 살도 되기 전에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3857 )

인터뷰

편의점 점주 봉달호의 자영업 에세이

하루 1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글로 책을 내기 시작해, 이제는 엄연한 에세이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봉달호 작가.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게 풀어내온 그가 이번엔 일상을 넘어 '삶'이란 기나긴 무대 위에서 가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어릴 적 부모님이 운영한 시골 점빵부터 현재 자신의 편의점까지 흘러온 장사의 연대기를 돌아보며, '가게'라는 곳에 깃든 인생과 가족과 시대를 추억하는 자영업 에세이 『셔터를 올리며』의 저자 봉달호 작가를 만나보았다.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5개의 편의점을 운영해봤고 4권의 에세이집을 펴낸 봉달호입니다. 원래 "본캐는 편의점주, 부캐는 작가"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본캐와 부캐가 헷갈리기 시작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편의점 점주로 11년 차, 작가로는 6년 차를 맞는군요. 그동안 '에세이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좀 과분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네 번째 에세이집까지 냈으니 스스로 에세이스트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간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담은 책을 내오셨는데, 이번엔 쓰신 책은 조금 다릅니다. '나를 키운 가게'라는 키워드로 인생과 시대를 돌아보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출판사 팀장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이번에 책이 나온 다산북스 팀장님이 신문에 실린 제 에세이를 보고 한번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회고록을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으셨죠. 제 나이에 무슨 회고록인가 싶어, 반쯤 농담으로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어차피 에세이라는 장르는 자기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내 인생을 통해 무언가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을 통해 인생을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를 키운 것은 무엇일까, 그런 인생의 기준점을 생각해보니 부모님과 제가 숱한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다음 날 팀장님에게 전화를 했지요.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이라는 주제로 책을 써보겠다고. 『셔터를 올리며』에는 아홉 개의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편의점을 제외하고, 그중 한 곳을 지금 다시 운영해볼 수 있다면 어떤 가게를 선택하시겠어요? 책에서는 떡볶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음식'이라고 썼는데, 다시 운영할 수 있다면 분식점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집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을 꿈꾸었던 시기였고, 앞치마를 둘러맨 엄마를 보면서 용기를 가졌던 시기였어요. 손님들과 추억도 많고요. 물론, 팔지 못하고 남은 떡볶이와 오뎅을 매일 먹어야 한다는 고통이 있긴 하지만요.(웃음) '가게'에 대한 책을 쓰기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달까요. 이번에 책을 쓰면서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 살았던 곳, 가게가 있던 자리를 둘러봤어요. 이렇게 살아왔구나, 여기에서 내가 자라서 오늘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면서,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셨다는 생각을 특별히 해본 적 없는데, 나는 엄청난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라왔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이토록 행복하고 자신을 키우고 위로하는 과정이란 사실 또한 새삼 깨달았습니다. 작가님의 아버지께서 지금은 또 다른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아버지의 다음 행보도 왠지 궁금해집니다. 처음 편의점을 운영하시겠다던 그때처럼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나요, 아니면 아버지의 도전을 온전히 응원하게 되었나요? 에세이에 종종 아버지 이야기를 씁니다. 그래서 "당신 아버지, 참 재밌는 분인 것 같더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제 팬보다 아버지 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호기심이 넘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려는 의욕에 가득 찬 분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지요. 얼마 전 미국의 작은 도시에 식당을 차리셨어요. 식당 오픈하기 전에 다른 식당에 주방장으로 들어가 몇 개월간 알바를 하기도 하셨어요.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시는데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셔터를 올리며』에는 담지 못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가게가 있나요? 중국에서 미용실을 3개 운영했습니다. 이번 책 『셔터를 올리며』에는 잠깐 언급하기만 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그때 이야기를 더 자세히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당연히 미용사와 스텝은 모두 중국인이었지요. 대부분 벽촌에서 돈을 벌려고 도시에 올라온,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부대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 세계 어디에나 있는 살아가려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사연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셔터를 올리며』를 읽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자 중에도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각자가 '나를 키운 가게들'에 대한 추억이 있겠지요. 기억을 더듬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밥벌이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북돋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야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눠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3854)

인터뷰

연말에 웃는 자가 되려면 스스로를 ‘리뷰’하라

월말, 연말 즈음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 불안하다면? 분명 일하고 놀고 어딘가에 가고, 뭔가를 사고, 먹고, 보았지만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나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달에 한 번 나를 리뷰해보자! 언제나 중요한 건 기록보다 리뷰다. 영화를 보면 별점을 매기고 한 줄 평을 남기듯이 이제 '나'를 리뷰해보는 것이다. 내가 먹고 보고 쓰고 만나고 경험한 것들을 모으고 회고하다 보면 흐릿했던 내가 또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 미디어 <캐릿>의 김혜원 에디터는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나를 리뷰하는 법』에 소개된 나를 리뷰하는 12가지 방법으로 매달 나의 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지금 내 감정이나 행동의 이유에 대해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책 제목이 독특합니다. 보통 책 리뷰, 영화 리뷰, 식당 리뷰는 많이 하지만 '나'를 리뷰해본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나를 리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보통 사람들은 인상적인 경험을 하면 리뷰를 쓰잖아요. 근데 리뷰라는 게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일단 그 대상을 꼼꼼히 관찰해 봐야 하죠. 식당 리뷰를 예로 들면 인테리어, 접객, 음식의 맛, 가격 등등. 그 식당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이해하게 돼요. 그런데 영화 리뷰도 쓰고 업무 리뷰도 하면서, 정작 '나'라는 존재는 너무 띄엄띄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번 달엔 잘 살았나?', '누구랑 어디서 뭘 먹고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지냈나?' 되물어 보면 기억나는 게 없는 거예요. 거기서 주기적으로 일상을 회고해 볼 필요성을 느꼈고. 말 그대로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라 '리뷰'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는데요. 실제로 '월간 리뷰'를 해보시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일까요? 매달 나를 리뷰해보면 새삼스러울 때가 많아요. 막연히 '나'라고 짐작했던 모양과 월간 회고를 통해 재조립한 내 모습은 꽤나 다르거든요. 나도 몰랐던 나의 디테일을 알게 될 때 재밌어요. 카카오톡 대화를 회고하면서 '요즘 이런 이모티콘을 자주 쓰는구나', '연락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네' 같은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일기장에 '힘들다'라는 말을 매일 같이 쓴 걸 보면서 번아웃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도 해요. 나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내 자신이 볼펜으로 대충 그린 졸라맨 낙서같이 느껴졌었거든요. 이 밋밋한 캐릭터를 데리고 평생을 어떻게 사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했어요. 그런데 주기적으로 나를 관찰하고 리뷰하는 요즘은 나라는 존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인식해요.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나를 리뷰하는 법』에는 일기, 콘텐츠, 소비, 사람 등 나를 리뷰하기 위한 12가지 주제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월간 리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주제가 있을까요? '월간 리뷰'가 요리라면, 기록은 재료 쇼핑에 비유할 수 있을 텐데요. 평소에 기록을 열심히 해두지 않은 분들은 뭘 보고 리뷰를 해야 하나 막막하실 거예요. 재료가 빈약하니까요. 그럴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소비 기록'입니다.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더라도 돈을 쓴 흔적이 어딘가엔 남으니까요. 그리고 소비 기록은 의외로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줘요. 취향부터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까지…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건 '좋아요 트레킹'입니다.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플랫폼에는 내가 '좋아요' 누른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내가 남긴 '좋음'의 흔적을 되짚어가며 지난 한 달 동안 뭘 보고 살았는지 리뷰해볼 수도 있어요. 매일 보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유튜브 영상, 인스타 게시물처럼 습관처럼 소비하는 것들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커요.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님은 자타 공인 '기록 생활자', '일기 인간'인데요. 기록을 하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기록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완벽한 기록에 대한 강박이 도리어 기록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기록이 꼭 '글'의 형태여야 할 필요도 없고. 숙제하는 것처럼 같은 노트에 매일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한 달은 30일이나 되고, 1년은 365일이나 되잖아요. 하루 이틀쯤 빠져도 큰일 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흐름을 파악하는 거니까. 저도 너무 바쁠 때는 일기 대신 주기를 씁니다. 매일 쓸 수 있는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일단 빈칸으로 둬요. 그리고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에 밀린 일기를 씁니다. 그날 뭐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면 카톡 대화 내역이나 휴대폰 사진첩의 도움을 받고요. 경험상 '올해는 3년 일기장을 꼭 쓸 거야!'처럼 단 하나의 기록을 목표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았어요. 저는 올해 종이 일기장 3권을 동시에 쓰고 있고, 단상들을 기록하는 용도로 휴대폰 앱도 2개나 쓰고 있는데요. 짐스러워서 두꺼운 일기장을 들고 가지 못한 여행지에서는 여행 일기장에 기록을 하고. 피곤해서 종이 일기 쓸 기력이 없는 날에는 휴대폰 일기 앱에 이모티콘으로 그날의 기분을 간단하게 표시하는 걸로 대신합니다. 이렇게 일상 곳곳에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는 게 도움이 돼요. 『나를 리뷰하는 법』의 부록 「셀프 아카이빙 템플릿」을 통해 다양한 기록 리추얼도 소개해 주셨는데요. '이거 너무 좋은데 왜 안 하지?' 싶은 리추얼이 있으시다면요?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 어려운데요. 우선은 '음주 페이퍼'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혼술을 즐기면서 생긴 취미인데, 술집 바 테이블에 앉아서 낙서를 하는 거예요. 의식의 흐름대로 지금 먹고 있는 술의 맛에 대해서도 쓰고, 옆자리 손님들의 흥미로운 대화 내용에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갓생 사는 사람들이 쓴다는 '모닝 페이퍼'를 응용해봤어요. 느낌은 좀 다르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는 점만은 비슷해요. 일기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 혼자 보는 일기에도 100퍼센트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름 유의미한 글쓰기 경험이에요. 매달 안 해본 짓을 하고 깨달음 이자를 매기는 경험 저축 리추얼도 추천해요. 나이가 들수록 이미 해본 일, 잘할 수 있는 일만 반복하게 되잖아요. 의식적으로 낯선 선택지를 골라 보는 거예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나온 대사처럼 "한 번도 안 해봤던 걸 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요. <대학내일>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트렌드 미디어 <캐릿>을 운영하는 10년 차 직장인이신데요.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꾸준히 책을 내시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요.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면 이런 어른이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직장 생활을 하며 배우는 삶의 지혜가 정말 많거든요. 글 쓰는 저도 좋아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생활력을 길러가는 인생도 마음에 들어요. 반대로 작가 활동을 하지 않고 직장 생활만 했다면 이렇게 오래 회사를 다니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니까요. 물론 두 직업을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진 않아요. 하지만 잠을 줄이고, 주말을 포기할 만큼 두 가지 일 모두 많이 좋아해요.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지구력이 좀 좋은 편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계속하는 일만은 자신 있어요. 이 책을 딱 한 사람에게만 선물할 수 있다면, 그 상대가 누구인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무 살의 저에게 『나를 리뷰하는 법』을 선물하고 싶네요. 그랬다면 나에게 조금은 더 관대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을 거예요. 나를 꾸준히 리뷰하다 보면 나를 미워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MBTI, 사주팔자보다 더 디테일하게 '나'를 알고 싶은 사람, 일상의 의미를 찾고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사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은 사람, 3월부터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서울 북쪽 조용한 동네에서 여러분의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있을게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3840)

인터뷰

“일의 태도와 삶의 태도가 다르지 않아요”

워라밸을 추구하는 시대. 우리는 '밸런스'를 말하면서도 내심 '워크'보다는 '라이프'에 무게를 싣고 있는지 모른다. 라이프보다 워크를 우선시하는 건, 지나간 시대의 삶의 방식처럼 느껴지니까. 그런 우리에게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는 묻는다. "어차피 깨어 있는 시간의 반이 일하는 시간인데,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그 반은 버려지는 셈 아닐까? 반을 포기하고도 과연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까?" 반박하기 어렵다. 일하는 동안에도, 일하며 맺는 관계 안에서도, 나의 시간은 흘러간다. 일 속에도 삶이 있다. 그러므로 일을 잘하는 것과 삶을 잘 사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이원흥 저자는 말한다. "나는 3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해오며 생각했다. 일을 잘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모든 것은,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모든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신의 일을 끌어안고 있는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처음 회사원이 되었을 때, 이제 막 팀장의 자리에 앉았을 때, 퇴사를 고민할 때, 회의 시간이 힘들 때… 일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맞닥뜨리는 순간들과 그때의 고민들에 답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충고도 조언도 평가도 판단도 아닌, 단지 후배가 행복하길 바라는 선배의 당부"를 전한다. 이원흥 저자는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한컴과 TBWA 등의 제작 임원을 지낸 30년차 카피라이터다. 인터파크의 '싸니까! 믿으니까! 인터파크니까!' 풀무원의 '다르게 생각해서 바르게 만듭니다' 신라면의 '누구에게나 4분 30초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등 수많은 카피를 썼다. 현재 농심기획에서 제작 총괄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가 있다. 주체적인 오독 이번 책에는 <월간 채널예스>에 1년 동안 연재하셨던 칼럼(이원흥의 카피라이터와 문장)을 비롯해서, 같은 결의 글들이 실렸습니다. 처음 칼럼의 연재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가 나오고 나서 엄지혜 편집장님께서 칼럼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는데요. 그 책에도 일에 대한 태도, 일과 삶의 연결에 대한 의식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님도 그 책을 보셨던 것 같고, 일에 대한 생각들과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쓰면 어떻겠냐고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바로 동의가 돼서 해보자고 했어요.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챌린지였죠.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작품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각 글의 시작을 여셨습니다. 찰떡같이 어울리는 문장을 찾아서 글과 잇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요. 사실 되게 힘듭니다.(웃음) 저는 주체적인 독서가 얼마나 일과 삶에 적용 가능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무슨 책을 읽든 주체적인 오독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글에서 『남방우편기』를 인용하고 있지만, 일과 『남방우편기』가 무슨 관련이 있겠어요. 아무 관련이 없지요. 하지만 일에 대해서 『남방우편기』도 연결될 수 있고, 니체도 폴 서루도 빅터 프랭클도 연결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글이 내가 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에 대해 쓰는 일'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서 인용한 문장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내 책을 던져버려라. 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너 자신의 자세를 찾아라." 그렇게 말하고 있죠. 감히 지드를 인용하자면, 이 책에 쓴 저의 생각은 일과 삶에 대해 가지는 수많은 태도 중에 하나일 뿐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필요도 없고, 아마 그럴 수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쩌면 저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자님과 같은 문제의식이요? 그건 어떤 건가요?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힘든 것도 사실이고, 제가 (사회생활) 시작하던 젊은 시절보다 가혹한 시대인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한 번 사는 거잖아요. 그리고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죠. 저는 막연한 우쭈쭈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구체적인 진술, 구체적인 칭찬, 구체적인 격려, 구체적인 위로, 이런 것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에서도 "내가 일을 시작하던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라고 하셨죠. 그 사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글을 쓰시면서 표현이나 방향에 대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제가 일을 시작하던 때와 지금은 아주 다른 세상이죠. 저같이 이전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젊은 분들은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지금보다 수백만 배 더 급변해도, 우리는 다 한 번 살아요. 인간이 한 번 사는 데에는 변치 않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든, 일을 하든, 일을 때려치우든,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변화, 트렌드, 유행, 이런 것들에만 방점을 두다 보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고유함에 어떤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는지를 간과할 수도 있다는 노파심이 있어요. 그게 정말 노파심으로 그치면 좋겠고요. 그런 것들을 균형감 있게 봐주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신입사원이 된 딸에게」라는 글은 연재 당시부터 굉장히 반응이 뜨거웠어요. 아이러니한 게, (그 글이) 가장 걱정했던 주제였거든요. 아무리 딸에게 해주는 이야기라는 외양을 가졌지만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가장 노골적인 게 아닐까 걱정했어요. 물론, 의도는 딸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요. 그렇더라도 젊은 세대가 이런 충고, 조언을 달가워할까 걱정이 많았는데요. 가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공감하고 감동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통하는 면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분들에게도 '막연한 우쭈쭈가 진정한 위로일까'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충고나 조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태도에서 출발한 충고와 조언이냐 그 내용이 설득력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에 따라서 어떤 충고는 경청할 만한 의미가 있고 어떤 조언은 그렇지 않은 게 아닐까, 거기에 희망을 갖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썼어요. 제가 가진 문제의식과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어주신 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의 태도가 곧 삶의 태도 「신입사원이 될 딸에게」를 통해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자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방우편기』를 인용했던 거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간 고위 관리의 이야기를 한 거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광고라는 일도 수만 가지로 정의될 수 있어요. 조금만 문제의식을 갖고 생각해 보면요. 얼마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바버숍의 젊은 사장이 자기 일상에 대해 쓴 칼럼이었어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마무리가 자기의 일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바버숍이든 광고 카피라이터든, 자기 일을 숙제 하듯이 하지 않고, 스스로가 '내 일은 이런 것 같아, 이런 가치·의미가 있는 것 같아'라고 알고 진짜 그렇게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치롭게 느끼니까 잘하고 싶어지고, 그런 동력과 에너지가 대단히 중요한 거죠.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따님과 아드님이 신입사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 대한 두 분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입사원이 될 딸에게」의 딸은 이제 2년차 사원이 됐고, 아들은 지금 1년차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아무래도 제가 젊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들과 저의 딸과 아들이 가장 최초의 독자였어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까요. 그들을 통과하지 않으면 책으로 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매번 검증했어요. 매번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받았고, 그게 아주 큰 힘이 됐죠. 지금도 이 책을 너무 좋아하고 자기 친구들에게, 또 선후배 동료들에게 추천해요. 주변 반응도 전해주고, 저도 들으면서 흐뭇하고 그렇습니다. '일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면 잘해야 돼요. 잘해야 불안하지 않아요. 잘해야 일 자체가 재밌어져요. 저는 어떤 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처음에는 서투르고 잘 못하죠. 그때는 일이 재미없어요. 그런데 '아, 이거 이렇게 하는 거구나' 알게 되고, 해보니까 조금 잘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재밌어지는 거죠. 그러려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고, 잘하려면 뭘 해야 되는지 찾게 되는 거고요. 그것의 가장 중요한 시작이 주체적인 자각이라고 생각해요. 주체적인 태도 설정이 없이 숙제 하듯 일하면 다 허사예요. 그러면 결국 큰 불안과 맞닥뜨리게 돼요. 스스로가 '나는 잘하고 싶어, 어떤 게 필요하지?'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책이 제일 빠르더라고요. 가장 싸고, 가장 빠르고, 가장 함축적인 것 같아요.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도 각자 다를 것 같습니다. 성과가 좋으면 일을 잘하는 걸까요? 일의 분야마다 또는 역할과 직급에 따라서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다르겠죠. 일반적인 의미로 말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자기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살아있으니까 문제가 계속 생기죠. 산다는 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일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삶에서 보여주는 태도가 그렇게 다른 것 같지 않아요. 예를 들면, 저한테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성실한 공부', '씩씩한 도전', '흔쾌한 존중' 이 세 가지로 말하겠어요. 일을 잘하려면, 또 좋은 삶을 살려면,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에 게으른 사람이 일을 잘하거나 좋은 삶을 살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원도 안 갔는데, 그런 공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아실 거예요. 씩씩하게 도전하는 태도는 어떤 건가요? 매 순간 씩씩하게 도전해야 돼요. 일에 있어서 '굳이 나한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설 필요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살면서 (다른 일에) 나서나요? 안 나서요. 반대로 '저 사람이 고생하고 있는데 좀 도와줄까? 내가 잘하지는 못하지만, 같이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안쓰러운데?'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 외에도) 살면서도 그래요. 「물어도 대답 없는 너에게」에서 '진정한 존중'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윗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건 존중이 아니라고 하셨죠. '너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선명하게 부딪치거나 격렬히 반대하거나 뜨겁게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중이라고요.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건 높은 사람들의 책임이에요. 그 회의실의 좌장이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죠. 사장이 권위적이거나, 회의의 좌장인 임원이나 팀장한테 말해봐야 자기 이야기만 할 것 같으니까, 입을 닫는 거죠. 그 책임은 윗사람들한테 있는 게 맞아요. 그렇지만 모든 문제는 '시스템'과 '개인'의 차원이 있는 것 같아요. 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높은 사람들에게 있지만, 한 개인으로서 '나'를 거기에 종속 변수로만 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동료와 후배들한테 "주어가 '나'인 문장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장은 말이야', '우리 회사는 말이야', '원래 우리 분야가 말이야'라는 말보다 '그런데 나는~', '그런데 내가~', '그래서 제가 팀장님한테 말씀드리기를~' 이렇게 주어가 '나'인 문장을 자꾸 만드는 거예요. 저는 존중이라는 건,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상대에게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상대를 진짜 존중하는 거죠.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 책에 쓰시길, 광고도 회사도 사랑하지만 "어차피 광고도 농심기획도 영원히 사는 데는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런 태도가 굳세고 당당하게 매 순간 씩씩하게 일하는 데 바탕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또 그렇게 씩씩하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있는 곳과 하는 일에 대한 최선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저는 광고 일을 30년 했지만, 광고를 아주 좋아하고 이 일을 사랑해요. 그런데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일이 모든 일 중에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사회의 다른 일들보다 탁월하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가 있는 회사와 저라는 사람이 현재 최고의 광고회사이고 최고의 카피라이터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 같지 않아요. '내가 지금 가진 싸움에서 나를 얼마나 완전연소 하는가' 그게 저의 삶에서 중요한 것 같아요. 일에, 그리고 일을 잘하려는 노력에, 정말 내 에너지를 다 쏟은 것 같은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는 알잖아요. 저는 그게 마땅한 자기 일의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견해가 다른 분들이 있겠지만, 그건 존중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 같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를 다 던지는 것. 그랬을 때 오는 황홀한 만족감과 그 에너지가 다시 삶에 전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어른의 일」이라는 글은 정말 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었습니다.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한번 여쭤보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일을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일하는 게 좋은 것인지 배운 적이 있나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요. 어떻게 하는 게 일을 잘하는 건지 모르니까 윗사람들을 보게 돼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어른답게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어른답게 일한다는 것의 반대를 이야기해볼까요? 예를 들면 어떤 경우가 있나요? 같이 일하는 조직의 리더가 스스로를 비평하는 위치에 놓고 '너는 이걸 잘못했어, 이 정도밖에 못했어' 하면서 심사와 비평만 해요. 그리고 스스로를 분리하죠.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화만 내요. 그건 매우 유아적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책임져야죠. 자기가 만 원이라도 월급 더 받는 사람이고 리더인데. 자기한테 아무 보고도 없이 단독으로 일한 거 아니잖아요. 다 승인 하에 리뷰 하에 컴펌 하에 이루어진 것들이잖아요. 공이 있다면 돌려줘야 되고, 과가 있다면 '괜찮아 너희들은 잘했어, 책임이 있다면 내가 질게'라고 하는 게 어른 아닌가요? 우리가 보고 싶은 건 그런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그렇게 돼야죠.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건 '나'가 주어가 아니잖아요. 나와 우리 중에 어른답게 일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분명하게 갖고, 동료와 후배들을 존중하면서 리드하고, 그래서 더 좋은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와 스포트라이트를 돌려주고 "정말 훌륭하다, 너희 덕에 나는 그냥 얹혀가는구나"라고 말하고, 만일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스스로 나서서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야죠. 그렇게 일하는 게 어른인 것 같아요.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돼야죠. 그래서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죠. 어른답게, 라는 게 뭔지. 당당하고 씩씩하게 그렇게 일하는 게 뭔지. 이건 추상적인 게 아니고 저는 매우 구체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내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결정을 내린다고 하셨죠. '내 뒤에서 나를 보는 사람, 나의 후배들에게 지금 내 판단은 설득력이 있는가? 그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게 결과적으로 나는 좋았다'고 쓰셨습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망설여질 때가 많아요. 일을 한다는 건, 그리고 책임이 높아진다는 건, 판단에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광고주를 유치하기 위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클라이언트 컴펌을 받아야 해요. 그래야 광고가 태어납니다. 클라이언트가 마음에 안 들어 해서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건지, 대답은 내가 해야 돼요. "죄송합니다, 다시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할 것인지 "저희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할 것인지. 그럴 때 저는 제 뒤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요. 제 뒤에서 서른 살의 이원흥이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절과 단호한 포기만 멋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타협을 하고 설득을 해야 돼요. 그런데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알아요. 제가 어떤 의도로 하는 말인지. 그걸 의식하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그런 데 대한 당당함이 제 뒤에 있는 후배의 눈으로 봤을 때 좋을 것 같고요. '권위가 아닌 품위의 인간'이 되고 싶다고 하신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일하는 자의 품위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요. 언제나 자기 설득력을 검증하고, 그것이 잘 되건 잘못되건 씩씩하고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 존중에서 시작하는 자세를 잃지 말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자발적이고 진지한 호기심을 놓지 말고 늘 궁금해 하는 것. 저는 그게 일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품위 같아요. 그렇게 노력하고 분투하면서 살아가면, 어쩌면 저 같은 후배는 '일하는 사람의 품위는 저런 것 같다'고 봐주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 그것에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그렇지만 누구든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잘 되고자 매우 분투하는 것이 자기 일에 대한 마땅한 태도 같아요. 잘 안 될 것 같은 모든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전망과 예측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긍정하고 집요하게 노력해서 증명해야 되는 거죠. 자기 자신이 잘 안 될 때도 얼마나 자기를 긍정할 수 있을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긍정하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의지만으로는 잘 안 돼요. 결심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힘이 되어 주는 건, 저에게는 독서였어요. 젊은 분들이, 이미 그러고 계시겠으나, 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빠른 자양분이 되어주는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요즘은 영상 시대고 스낵 컬처의 시대이지만, 당연히 그것이 가지는 장점과 새로움 미덕이 있지만, 긴 호흡의 또는 조용한 독서의 몰입이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흘려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과시적이거나 구경하는 독서가 아니라 언제나 주체적인 독서를 하시면 좋겠고요. '이게 지금 나의 일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 어떤 시사점이 있나' 항상 의식하시면, 모든 책에 반드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회사도 완벽한 책도 없겠죠. 거기에서 내가 무엇을 취하고 배웠고 보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나'가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중요하죠. 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내 주변을, 지금 나의 인생을, 나의 일을. 그런 걸 자각할 때만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일에 즐겁고 적극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일이 진짜 자기 마음 안에서 재밌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야 좋잖아요. 안 그러면 눈치 보죠. 눈치 보면 시간 안 가고, 재미없고, 괴롭고, 그렇잖아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2299)

인터뷰

어른이 되기 전에 동물부터 되어야 한다고?

『내 이름은 망고』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청소년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해 온 추정경 작가가 재기발랄한 소설로 돌아왔다.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갑작스럽게 동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여곡절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곰이 된 태웅을 비롯해 기린, 비둘기, 하이에나 등 제각기 다른 동물로 변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표현한 이번 작품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십 대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그간 『벙커』,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 개인의 내면을 살피거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셨는데요.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같아요. 전과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올해 뜻하지 않게 두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힘들게 썼던 작품 하나를 탈고하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고, 그 후련함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썼는데 그게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경쾌함이 되었군요. 예전에 왕가위 감독이 영화 <동사서독>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너무 힘들게 촬영해서, 그 중간에 쉬어가는 마음으로 <동성서취>라는 가벼운 영화를 마음 편하게 찍은 기분과 비슷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십 대 아이들이 동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해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제 일상다반사에 반인반수와 같은 아이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갓 십 대가 되었는데, 어둠이 몰려오기 전 까치놀이 보이듯 사춘기의 전조가 보이네요. 자신도 생각이 있고, 본능이 있고, 감정이란 게 있다고 항변하는 낯선 아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보니 제 친구들 대부분이 속이 문드러지는 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노라면 때론 광야의 질주 같고, 때론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폭주 기관차 같기도 하더군요. 본인들이야 괴로움 속을 지나고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와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따듯한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은 태웅이지만 여러 인물의 사연이 고루 담겨 있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옴니버스로 구성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의 가치 있는 인생에 대해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비교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동물에게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 어떤 아이가 절대 선이 되지도 절대악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은 유연하고 인생은 유한해서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테니까요. 십 대 시절의 작가님께서는 어떤 동물에 가까웠나요? 만약 동물화된다면 어떤 종이 될 거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애석하게도 저 자신을 동물화로 상상해 보지 못했어요. 예전에 만약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 질문을 어린 아들에게 받았는데, "난 돌멩이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상처를 준 뒤로 쉽사리 대답하지 못해요. 아무래도 이번 생은 사람으로 잘 살다가는 걸로 끝내야겠어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작품 구상 간에 빠진 인물이나 동물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어떤 캐릭터든 생각이 오래 머물면 그 생각이 책임과 애정으로 되는 듯합니다. 곰 태웅, 기린 서우, 들개 국영, 비둘기 세희와 지훈, 이 모든 캐릭터의 방점인 라텔 영웅은 물론이고, 이름 없는 들개까지, 모두 제가 이 세상에 데리고 온 존재들이니까요. 작품 중에 돌고래로 변한 남쪽 먼바다 아이를 설정했는데 생각보다 외연이 넓어져서 나중에 다른 이야기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서랍 속에 묵혀두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번 작품을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유독 생각이 오래 머문 곳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영웅이 형 태웅을 한눈에 알아보며 스스로 형의 흔적을 살피는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키 작은 기린 서우가 스스로 모든 기린이 동등하다는 걸 깨닫는 장면입니다.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수면 위로 올리는 데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어요. 외부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커가는 장면 중 하나에 독자들의 시선이 머물길 바랐습니다. 작품 속에서 동물화를 겪는 아이들처럼 사춘기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십 대 친구들에게 애정 어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춘기를 안으로만 삭이고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지라 티가 나지 않게 지나온 듯합니다. 잘 컸다고 생각했던 어른의 어느 날, 한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가사 중 한 문장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나는 배운 대로 살았어요. 나이 드느라 바빴어요." 이상하게도 그 문장 하나에 제 온 마음이 사로잡혀 꼭 숨겨두었던 눈물 봉지가 바늘 하나에 찔린 기분이었죠.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어린 저 자신을 알아주는 듯한 그 문장이 참 오랫동안 위로가 되더군요. 저는 제 글에서 누군가가 그 한 문장을 찾길 바랍니다. 사실, 사람은 동물보다 강물에 가까운 존재니까요. 우리는 시작되는 곳도 모르고 흘러가지만 결국 그 여정으로 만들어지고, 그래서 인생도 목적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선물이니까요.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2529)

인터뷰

『헌터걸』 김혜정 작가의 신작 동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아이들의 마음속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깨비 오지랑과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세아의 이야기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 이 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함을 깨닫게 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속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 김혜정입니다. 만화책, 영화, 동화, 드라마, 소설 등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결국 작가가 된 성공한 이야기 덕후랍니다. 지금도 이야기를 보고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해요. 이제까지 청소년 소설 『하이킹 걸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닌자 걸스』, 『판타스틱 걸』(드라마 <안녕,나야>원작), 『다이어트 학교』, 『텐텐 영화단』, 『오늘의 민수』, 『오백 년째 열다섯』, 동화 『헌터걸』, 『맞아 언니 상담소』, 『우리들의 에그타르트』, 십대를 위한 에세이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 『다행히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썼어요. 말랑하고 잘 변하는 십대 인물을 좋아해 십대가 주인공인 작품을 주로 썼습니다. 말씀하신 『헌터걸』, 『오백 년째 열다섯』, 『하이킹 걸즈』 등 작가님께서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도서를 많이 집필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쓰신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은 초등 저학년들이 읽기 좋은 도서입니다. 청소년 도서를 주로 쓰시다가, 저학년 도서를 쓰시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청소년 소설을 쓰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동화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초등 고학년도 사춘기를 겪는 인물들이니까요. 제가 25살에 작가가 되었는데, 사춘기를 뒤늦게까지 겪어 제 이야기를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저학년 동화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시절 마음이 잘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어린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어린이의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아이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저학년 주인공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오지랑은 아이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저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해요. 아이에게 오지랑 이야기를 해줬어요. 오지랑이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서 잔소리하는 엄마도 혼내주기도 한다니 제가 화내면 "엄마도 오지랑한테 혼나야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의 주인공, 오지랑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누구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내켜서 아이들을 도와주는 건 아닌 캐릭터. 본의 아니게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런 캐릭터의 성격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되었을까요? 작가님도 오지랑과 닮은 점이 있으신가요? 어린이와 많이 닮고, 어린이가 좋아할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착하기만 한 캐릭터보다 할 말 다하고, 짓궂기도 하지만 결국 어린이의 편이 되어주는 주인공을요. 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그랬거든요. 오지랑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반갑고 즐거움을 주는 친구가 되길 바라요. 제가 오지랑이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소소하게 어려움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변 사람과 일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하니까, 엄마가 "혜정아. 우선 네 일이나 신경 써라"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건강한 오지랖을 부리기 위해 노력 중이랍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잇템도 많이 등장합니다.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를 더 잘 살려주는 이런 책 속 요소들을 구성하실 때에도 많은 고민을 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구성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어린이들은 정말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작은 것에도 잘 신나하고 웃거든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저는 미처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데, 아이는 "엄마, 이것 봐. 웃기다"하면서 그림이나 대사에서 재밌는 걸 꼭 찾아내더라고요. 어린이들이 쓴 글이나 그림을 보면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 어린이들은 상상력 천재들이예요. 그런 어린이 독자들이 봤을 때 "오, 재밌네"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에서는 누구나 학교에서 한번쯤 겪을만한 미묘한 친구 고민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도 실제 "내가 또는 우리 아이가 겪는 고민이 이 책을 통해 해결되었다"라는 평을 해주시기도 하셨어요.(사전평가단 평가 내용) 첫 번째 권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학창 시절을 통틀어 제가 가장 고민했던 첫 번째가 친구 문제였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도 그랬는데, 요즘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도 정말 똑같아요. 학교 강연을 가서 어린이, 청소년들이 익명으로 고민 상담을 할 때가 있는데, 친구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 심지어 어른들도 회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인간관계라고 하잖아요. 친구와 재밌게 잘 지낼 때도 있지만, 갈등이 생겨 멀어지는 일이 꼭 생겨요. 친구끼리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데, 어른들은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만 잘 지내지 못하면 '내가 문제가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모든 관계가 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잖아요. 누구나 겪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첫 번째 오지랑 이야기로 친구를 주제로 다뤘어요. 시리즈로 쭉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도깨비들이 새로 등장하나요? 오지랑의 편이 되어주는 다다, 차차만 있지 않아요. 2권에는 오지랑을 골탕 먹이는 '고고'가나올 거예요. 고약하고 또 고약해서 이름이 고고라는 소문이 있죠. 어린이들의 웃음을 빼앗아 가는 '크크' 도깨비도 등장을 할 거예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의 장점은 매 권마다 새로운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거예요. 같은 형식으로 주인공과 사건만 바뀌는 게 아니라, 오지랑이 새로운 어려움에 처하면서 다른 위치에서 오지랖을 부리게 돼요.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1』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지랑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마음'이었어요. 어른들은 착각을 해요. 어리니까 잘 모른다고, 어리니까 속상해 봐야 얼마나 속상하겠나 생각해요. 어른의 시각과 입장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대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대하고, 잘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인터뷰 출처 - 채널 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2090)

인터뷰

합격만능주의 사회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입시 소설

하버드 출신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 『하버드 22학번』이 그리는 입시는 대한민국 독자라면 대부분 경험해본 적 있을 법한 특정한 감각이다. 『하버드 22학번』은 자퇴생 '하비'를 통해 합격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단단한 결의를 품은 사람의 내면은 자기 확신으로 눈부시게 빛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저자는 소설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당당하게 말한다. "저는 반드시 합격할 겁니다. 하버드." 『하버드 22학번』이 첫 책인 만큼 작가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짤막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필로 필연을 옮겨 적는, 신인 소설가 '구하비'라고 합니다. '하버드'나 '대학 입시'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 많지만, 제 첫 번째 소설 『하버드 22학번』은 '성공-실패', '공정-불공정'이라는 이분(dichotomy) 사이의 모순, 몰이해, 그리고 부조화를 집중적으로 그려낸 책입니다. 누구보다 높고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은 새, '하-버드(bird)'가 되고 싶은 야망에 스스로를 역설적으로 새장에 가두는 학생들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이름부터 행보까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지만, 소설은 결국 허구의 장르라는 전제 하에 독자님들께서 현실과 허구에 각각 한 발씩을 딛고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까지 외국에서 생활하셨다고요. 국내에서 소설책을 내겠다고 결심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학사, 석사를 모두 마치느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제 문학적, 사상적 토대가 형성된 시기는 자퇴생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평일 낮 교실에서 수능 국어 지문을 읽을 때, 저는 도서관에서 SAT 공부를 위해 스타인벡, 카프카,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에 대한 반작용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국 문학을 읽을 때 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최인훈, 김수영,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가장 좋아했고, 작가 소개에서 밝혔듯 문예지를 마치 교과서 삼아 계속해서 읽다 보니, 언젠가는 한국어로 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말은 서양적이기도 하고, 자기 계발서 혹은 실용서에서 주로 사용되는 키워드이지만, 저는 백낙청 선생님처럼 한국 문학에 대해 더 알고, 더 쓰고 싶었습니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문화와 문명의 무게를 받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제 언어로 소설책을 내고 싶다는 건 흔들림 없는 결심이었던 것 같아요. 자전적인 요소가 담겼다는 점이 『하버드 22학번』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셨다고요. 자퇴를 결심하셨을 때 작가님의 심정과,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때가 2012년이었으니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그 당시에는 많이 황폐했어요.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그럴수록 저는 야망으로 도피했던 것 같아요. 현실이 막막할수록, 오히려 비현실적인 야망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탈출구를 찾는 심정이었달까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입시라는 방법을 통해 저를 증명해 낼 자신과 각오는 언제나 확고했습니다. 그래서 하버드라는 이상향을 계속해서 정조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퇴하기 전날 밤, 9시쯤 야식 먹는 시간이 끝나고 친구들과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며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선언했던 기억이 납니다. "난 가장 위대한 입시 스토리를 써내겠다"고. 물론, 그걸 진지하게 믿었던 사람은 그 당시엔 저까지 포함해 아무도 없었던 것 같지만요. 이 대사를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사용했는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다만, '민로사' 등 주요 인물들은 소설 내용과는 다르게 자퇴 이후에 만난 인연들이라, 지금 돌아보면 자퇴하던 그 순간에는 황폐했지만 결국 필연으로 마무리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를 새장에, 학생을 새에 빗댄 묘사가 인상 깊었어요. 주인공 하비를 비롯한 네 명의 친구들이 결성하는 스터디 그룹의 이름이 'HARBIRD'인 것도요. 하버드의 '버드'를 새라고 연결 짓는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일차적으로는, '새'라는 문학적 메타포를 항상 좋아해왔습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인가 봐요. 특히, 자퇴생 시절에는 소설 속 선진두 선생이 한 말처럼 "광활한 하늘의 자유를 견뎌내지 못하는 새의 날개는 부러질 것"이라고 많이 느꼈고, 자유로울수록 고독이 수반된다는 걸 표현하기에 '새'가 딱 맞아떨어지니 언젠가 책의 제목을 짓는다면 꼭 '새' 혹은 '버드'를 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어렴풋한 생각만 품은 채로, 학부를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졸업 논문과 대학원 지원을 바쁘게 마무리하고 나니(지원서를 낸 곳 중에 하버드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졸업식 연설에 들어갈 대표로 문장을 하나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가 소개에도 있는, '새를 이해하려면 날개를 알아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를 보냈거든요. 그리고 '버드'를 발음하면서 연설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하-버드'라는 키워드가 딱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하버드 대학원 합격 편지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이제 하-버드(HARBIRD)를 제목에 온전하게 넣을 수 있겠다'였습니다. 책에서 가장 아끼는 한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이상향이자 이상형인 로사와 함께하는 장면들, 그중에서도 하버드에서 열리는 GSC가 끝나고 앤더슨 메모리얼 브릿지 끝에 앉아 찰스강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하비와 로사는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마치 클린턴 부부처럼 야망을 가득 품은 파워 커플입니다. 그러나 하버드에는 한 명밖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22년도에 하버드생이 되어 다시 이곳에 오자고 약속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처한 비현실적이고 역설적인 '캐치-22' 상황을 응축시키고자 했어요. 추후 작품에서 이어질 최종 엔딩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가장 의미 깊은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소설적으로도, 실제로도요. 스스로를 새장에 가두듯, 자발적으로 고통스러운 일과에 뛰어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그 안에 단순히 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망과 욕심, 꿈에 대한 갈망도 존재하기에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완성된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을 통과하고 있을 10대들에게 이 책이 어떤 의미가 되어주면 좋을까요?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원고 마감을 하면서 이제 새장에 갇혀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 '고시 시절'의 절박한 담론이 한국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절박함이 사라진 공백에 무력감이 자리 잡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세운 확고한 목표를 끝까지 이뤄낸다는 것은 굉장히 숭고한 체험입니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고등학생 여러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재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 속 입시는 미국 대학 입시이지만, 한국 입시의 DNA를 한껏 이식한 이야기이기에 입시 전쟁을 이겨내는 한국 고등학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대학을 가던 시절에는 입시 만능론이 성행했는데, 지금은 입시 무용론이 성행하는 시대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런 거대 담론들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결국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이 써서 남길 수 있는 것 역시 어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야기뿐이기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도 결국은 개인의 이야기예요. 그러니 꼭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내시길 바랍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22'라는 숫자가 제게 의미가 큰 만큼, 남은 올해를 숨 가쁘게 달리고 싶습니다. 『하버드 22학번』의 세계관도 더욱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자퇴 이후 하버드 합격을 다루는 2부와, 하버드에서의 생활을 다룬 3부 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전에 이번 책에 등장하는 '문도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입시가 아닌 실리콘 밸리, 암호 화폐를 소재로 삼아 비슷한 성격의 야망과 욕망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필연적인 이야기들을 소설로 쓰고자 합니다. 다만, 이런 숨 가쁜 계획들을 세우다가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느끼는 서늘한 가을 바람에 환절기 감기도 앓고, 정처 없이 산책도 하다 보니 소설 속 인물들을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스스로를 잘 구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1863)

인터뷰

김주혜 “정말 인정받고 싶었던 분들은 한국의 독자들”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주해 성장한 김주혜 작가는 그러나 자신의 한국인 정체성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들려준 독립운동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내내 간직하고 있었다. 심한 인종 차별을 경험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 고독하게 소설을 쓰던 시절, 여러 편의 단편을 에이전트에게 보냈지만 원하는 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에이전트로부터 "장편을 써보라"는 말에 낙심한 김주혜 작가는 마음을 가다듬으려 함박눈이 내리는 공원에 갔고, 그곳에서 호랑이와 마주친 사냥꾼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수십 년의 세월과 여러 등장인물이 마음속에서 별자리처럼 그려지는 듯했다."  600쪽 분량의 장편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수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10여 곳이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2022년 9월에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에서 영어로 쓴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의식한 독자는 한국의 독자였다는 김주혜 작가. 그는 소설의 의미를 정확히 읽어주는 한국 독자들에게서 커다란 위로와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저는 배고픔을 너무 많이 겪은 사람입니다. 소설 속에 정호가 너무 배가 고파서 등에 식은 땀이 쫙 내려간다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제가 다 경험했던 거예요. 상처가 많이 있는 사람인데요. 한국 독자 분들이 보여주신 엄청난 사랑 덕분에 제가 많이 치유가 됐습니다. 받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랑을 한국 독자 분들이 채워주셨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요. 감사합니다." 흥분과 두려움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책이 한국에 출간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땠나요?  일단, 그런 기대 같은 건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각박한 환경에서 책을 썼습니다. 너무나도 고독하게, 저 혼자서 에이전트 한 사람만 만족시키기 위해 읽고 쓰고 또 쓰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러다 미국 출판사에 이 소설을 팔았을 때만 해도 판권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 팔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또 판권이 팔리기 시작했을 때도, 물론 간절히 한국에 팔리기를 원하지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바람만, 소망만 있었죠.  놀랍게도 한국에도 판권이 금방 팔렸는데요. 그런 다음에는 우려가 됐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분들이 재미 교포 분들, 그리고 한국의 독자 분들이었거든요. 그분들의 시각을 굉장히 의식하고 썼습니다. 미국 시장의 구미에 맞게 단순화하고, 소설화한 게 있지만요. 제가 정말로 인정받고 싶었던 분들은 한국의 독자 분들입니다. 다행히 걱정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어요. 덕분에 정말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의 인터뷰를 읽거나 행사에 오신 한국 독자 분들께 하고 또 하는 말인데요. 정말로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를 드립니다. 작가님의 깊은 진심이 느껴져요.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얘기는 무엇이었나요?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데요. 특히, 기억나는 것 하나는 "이 책은 정말로 한국 사람이 쓴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의 정체성과 진심을 알아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또 하나는 "이 책의 작가는 정말 애국자다, 애국심이 나타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건 정말로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말에 정말 감사했어요. 너무 흥분되었고요. 사실은 엄청난 무서움입니다. 앞으로도 더 잘해야 하니까요. 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계속 해야겠죠.  이 이야기를 시작하실 때 600쪽에 달하는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처음에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셨는지 궁금해요.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장편 소설을 집필할 때 저는 시작점이 다른 예술 작품이에요. 음악이나 발레처럼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에 감동을 받고, 저런 감동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거든요. 그럼 제가 이걸 하는 거예요. 소설의 배경에는 저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도 있었고, 한국인이라는 저의 뿌리도 있었지만요. 이 이야기로 이러한 감정을 안겨야겠다, 생각하게 된 것은 안톤 브루크너의 제8교향곡입니다. 이 곡을 만 14살 때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처음 연주했었는데요. 20년이 넘은 지금도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예술적 경험 중 하나입니다. 그때 이 곡이 온몸을 관통한 거죠.  이 곡은 부르크너가 인생의 거의 마지막에 쓴 교향곡이에요. 부르크너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는데요. 그러니까 이 사람의 삶의 깊이와 깊은 신앙, 그에 따르는 인간으로서의 절망 등이 다 녹아 있는 곡이고요. 이 곡의 결말 부분에서는 모든 시련과 고통, 좌절을 겪은 후 결국 신에게로 향하는 그런 감동을 줍니다. 이 세계와 우주, 신, 신앙이 모두 하나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감동을 책으로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렇죠. 조금 더 설명하자면 대성당에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그 곡의 4악장이 마치 대성당의 벽처럼 느껴져요. 대성당을 지을 때 한쪽 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쌓은 다음 다른 쪽 벽을 쌓는 게 아닙니다. 기초, 둘레를 점점 쌓아 올리는 거죠. 그러면서 벽이 어디에서 멈춰 천장과 만나느냐를 다 생각하고 있어야 해요. 하나씩 쌓아가면서 그곳에 도달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세월은 시작부터 알고 한 겁니다. 정확하게 어디에 창문이 들어가고, 스테인드글라스에 어떤 색이 들어갈 거라는 걸 다 자세하게 알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건 하면서 알아내고요.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에 도달하느냐, 그리고 그 도달점의 감동이 어떤 것이냐는 첫날부터 알고 시작했습니다. 이게 문화적 시각이구나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이 정말 좋거든요. 제목도 처음부터 생각하신 건가요?  제목은 저의 에이전트 '조디 칸' 씨가 지은 것입니다. 저는 원래 '사랑과 시간'이라는 제목을 생각했어요. 사실 이 책의 주제가 시간과 사랑입니다. 시간이 변질하는 것, 그리고 시간도 변질 못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에이전트께서 그 제목은 안 된다고 했어요.(웃음)  지금의 제목은 소설 속에서 일본인 '이토'가 한 말에서 따왔어요. "어떻게 이 작은 땅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용맹한 맹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나 서양 독자들은 '야수들'을 어려운 시절에 처해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작고 척박한 땅에서도 너무나 기개있고, 용맹하게 꿋꿋이 살아오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야수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 독자 분들은 다 저와 같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선조들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라는 댓글을 보면서 이게 바로 문화적 시각이구나, 참 놀랍다, 생각했어요. 한국의 문화 안에 깃든 호랑이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호랑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맞다, 그런 게 있었지, 떠올릴 수 있었거든요.  번역가 님도 번역을 하는 내내 호랑이 사진을 곁에 두셨다고 해요. 제가 작품에서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호랑이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호랑이 이야기가 정말로 한국의 정서, 우리 선조들의 정서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야만적인 존재가 아니잖아요. 한국에서 호랑이는 용맹하고, 은혜를 갚고, 필요하면 싸우기도 해요. 우리도 투쟁하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호랑이 이야기를 무척 많이 읽고 자랐습니다. 서점에 가면 세상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책을 읽었는데요. 호랑이 나오는 전래 동화가 정말 많았어요. 그 덕분에 제가 자연을 사랑하고, 작가가 된 겁니다. 그 이야기들에 푹 빠졌으니까요. 사실, 한국 역사에서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는 맹수였습니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수는 없죠. 비좁은 땅에서 거대한 포유류와 인간이 공존하는데 마찰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호랑이 소탕을 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에 전해 내려오는 호랑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존재입니다. 익살스럽고, 어느 면에서는 귀엽기도 하고요. 따뜻하고 인정이 있으면서 절대로 비겁하지 않습니다. 한국적인 정서가 넘치는 영물이 호랑이입니다. 번역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데요. 문장만 보아도 엄청나게 정성을 들여 번역하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책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은실', '월향', '옥희' 등 등장인물의 한국 이름도 번역가 님이 만드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감탄했어요.  그냥 직역으로, 무미건조하게 외교나 경제적인 내용을 번역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번역가 님과의 합작입니다. 박소현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훌륭히 이 작업을 해주셨어요. 박소현 번역가 님은 예술가이십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영어로는, 예를 들어 '옥희'는 'Jade(제이드)', '월향'은 'Luna(루나)', '돌쇠'는 'Stony(스토니)'로 썼어요. 순우리말 이름을 상상하면서 지은 것이죠.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을 보면 등장인물 중 하나가 '보름이'입니다. 저는 사실 루나를 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번역가 선생님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제이드를 '옥이'로 번역하기보다 '옥희'로 해보자고요. '월향' 역시 저는 보름이라는 이름을 생각했지만 평양 기생의 첫째 딸인,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딸이었다면 이 정도 화려한 이름은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동의했습니다. 작가님 역시 한국어를 잘하시잖아요. 번역된 한국어판을 읽으면서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영어 문장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재미가 있어야 쓸 기운이 나고요. 그런데요. 한국어판에서는 좋아하는 문장이 다릅니다. 어감이 다르고, 강조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한국어판에서 제가 사랑스럽게 여기는 문장들이 바뀌었어요. 그 맛을 음미할 수 있어서 저로서는 너무나도 기뻤죠. 특별히 떠오르는 문장이 있으세요?  21쪽의 문장인데요. '그 작고 얌전한 불빛은 마치 두꺼운 겨울 솜이불같이 그들 모두를 뒤덮어 보호해 주고 있는 이 깜깜한 어둠에 맞설 뜻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문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기다려봐요, 문장의 핵심이 나올 테니까, 하고요. 또 '작고 얌전한 불빛'이라는 말, 얼마나 귀엽습니까. 이렇게 의인화가 가능한 게 한국어입니다. 우리나라 사상이 그렇습니다. 한국 정서가 불빛도 얌전할 수 있고, 호랑이도 인간화 되고 그렇잖아요. 사물이나 자연도 더불어 사는 겁니다. 그걸 존중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거죠. '두꺼운 겨울 솜이불 같이'도 그래요. 제가 영어로는 '퀼트'라고 했는데요. 그것을 두꺼운 솜이불이라고 번역하니까 더 잘 알 것 같아요. 영어보다 더 감칠맛이 나고요. 그래서 이런 하나 하나를 너무나도 좋아하면서 읽었습니다. 역사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님께서 모든 인물에게 깊이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인물도 그냥 도구가 되게 하거나 소홀하게 대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심지어 '정호'의 아버지가 아내 '순영'을 생각할 때마저도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죠.  모든 등장인물, 악당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제 영혼의 한 부분을 찢어서 주지 않은 인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인물이 안 나오니까요. 어떻게 입체적인 인물이 나오겠어요. '성수'나 '이토'까지도 전부 김주혜 영혼의 한 조각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어떤 인물도 미워하지 못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등장인물 중에 저와 가장 비슷한 인물은 '명보'입니다. 명보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제가 이상주의자예요.(웃음) 약간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요. 순진하게 타인을 도와야 한다고 믿고요. 어린 시절에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다니고, 뭐 하나라도 있으면 주변에 나눠주고 그랬어요. 그런 면에서는 명보가 저랑 가장 닮은 인물입니다. 작품에는 실제 존재했던 역사 속 인물로 연상되는 사람들이 곳곳에 등장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왜 실명으로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어요. 이유가 있었겠죠?  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역사가 아니라 스토리니까요. 실제 존재하는 역사적 인물들을 등장시키면 제 의도대로 인물들을 움직일 수 없었겠죠. 그 사람들이 실제 갖고 있던 특징들을 그대로 갖고 와야 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나혜석, 이 사람은 안중근, 이렇게 하지 않았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여러 인물들을 복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명보 같은 경우도 사실 여러 인물을 합친 사람이거든요. 그렇게나 헌신적으로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에 기여하던 사람이 한 명만 있었던 것이 아니잖아요. 진정한 사대부 의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 당시에 굉장히 많았어요. 따라서 이 사람은 이런 역사적 요소를 따오고,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을 따오고, 생김새는 내가 상상하기도 하면서 썼던 거예요. 그런 역사의 인물들이 여러 곳에 다양하게 섞여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작가님의 취재와 조사가 방대하고 깊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역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도 역사책을 즐겨 읽었죠.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게 '역사는 흐른다'로 계속되는 동요가 있는데요. 그걸 계속 부르면서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한국의 역사는 아주 흥미진진한 전개의 연속이었습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말이에요. 그만큼 역사 속 인물들, 사건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쓰면서 그런 것들을 즐겁게 담을 수 있었어요.  한 가지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 것은, 한국어로 직접 연구를 했다는 부분이에요. 번역된 자료나 미국 사람이 한국에 대해 쓴 자료 등도 참조를 했지만 제가 가장 많이 본 것은 한국 사람이 그 당시 직접 쓴 것 자료였어요. 그것이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종말이 눈앞에 닥쳐온 듯한 지금 같은 시대'(185쪽)라는 문장이 나오죠. 묘하게도 그 문장에서 지금을 생각하게 돼요. 물질적인 풍요나 자유에 대한 감각 등 이전 시대보다 진보했다고 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요.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기후위기 등으로 자연과 많은 동물들이 고통받고 있잖아요. 결국, 지금 같은 시대에 약 100년 전 시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새로운 의미를 가져온 것 같아요.  제가 의도한 바를 너무나도 그대로 느끼셨습니다. 저는 그저 한반도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 게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소재로 써먹은 게 아니고요. 한국 역사를 알리는 동시에 세계적인 이야기를 써서 지금의 물적, 영적 환멸의 세상을 맞이한 세계인들에게 제발 꿋꿋이, 양심 있게 살아달라고 간청한 겁니다. 명보가 그러는 것처럼 말이죠.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듯이 이러한 멸망의 세계, 종말을 앞둔 시기에도 우리는 신의를 버리지 않아야 해요. 사랑과 우정, 충심, 용기를 잃으면 안 됩니다. 한국이 나라를 되찾은 건 그걸 믿고 행동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죠. 나라를 되찾아야 하는 상황은 더 이상 아니지만 지구인으로서 행동해야 해요. 우리가 잘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과 사랑 이 작품을 하나로 보듬어주는 문장이라고 느낀 문장이 있어요.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429쪽)라는 문장이었는데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 작품 속 인물들의 편을 들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맞습니다. 그 시대에는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게 세상 이치 같아요. 한편으로 그 시대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요. 연구를 하는 동안 가장 저의 심금을 울린 것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녀노소, 이데올로기, 정파, 계층 등에 상관없이 모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라를 찾은 겁니다. 그것을 우리가 기려야 합니다. 또한 그 정신을 지금 현실에서 다시 되새겨야 해요. 소설 전반에서 3인칭으로 서술하다가 딱 두 챕터에서 '나'로 화자가 설정이 되어 있어요. 한 명은 '정호' 한 명은 '옥희'였는데요. 두 챕터만 화자를 다르게 두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이 이야기가 두 세대, 반세기를 거쳐 많은 등장인물이 수를 놓잖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두 주인공이 정호와 옥희라는 의미입니다. 소설의 중간에서 정호가 떡 하니 '나'로 나타났을 때 왜 정호 혼자만 그렇게 등장할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가장 마지막에 옥희도 '나'가 됩니다. 결국 정호에게 화답하는 게 옥희였다는 뜻입니다. 각 인물들에게 어떤 결말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지는 않으셨어요? 나쁜 사람이 항상 처벌받는 것도 아니고 선한 사람이 항상 좋은 결말을 맞지도 않거든요. 그게 삶이기도, 삶의 이해할 수 없는 면이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각 인물의 결말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조금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고 있었거든요. 중간 부분에서는 바뀌기도 했지만 결말들은 거의 바뀌지 않고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썼어요. 예를 들어 약 20쪽 분량의 '프롤로그'를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첫날 단숨에 썼어요. 근데 보시면요. '그건 야마다 소위의 삶이 끝나기 직전 그의 눈앞을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잊지 못할 형상들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32쪽)라는 문장이 있죠. 저는 야마다가 어떻게 죽을지 알고서 그 첫날에 이 문장을 쓴 겁니다. 나중에 집어넣은 게 아니고요. 말씀처럼 현실은 우리가 바라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때문에 결말이 좋든 나쁘든 그것을 다 수용하는 것 같습니다. 또, 저는 인생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그 부분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바라는 인생과 현실로 이루어지는 인생 사이에는 격차가 심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과 사랑이 그 사이에 있습니다. 그 안에서 고통과 함께 사랑과 아름다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51962)

인터뷰

거대한 미국사를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방법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에 등장하는 30개 도시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던 미국사의 큰 흐름과 섬세한 결이 보인다.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는 어떤 도시들이 주 무대가 되고 큰 활약을 했는지, 남북 전쟁은 왜 발생했고 그 전후에는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서부 팽창은 어떤 모험과 비극들로 미국사를 장식했는지 역사적 흐름을 이해함과 동시에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서 풍부한 지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색다른 미국 이야기가 생생히 펼쳐진다.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신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도시로 읽는 미국사로서 30개 도시를 선별해서 각각의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책입니다. 30개 도시를 통해서 미국 역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 다양함을 관통하는 어떤 미국적 가치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죠.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해주신 미국사 강연이 인상깊었는데요. 특별히 '미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미국은 현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보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이란 거울이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죠. 하지만 미국의 거울에 우리를 비춰보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갈수록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솟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국사 전문가로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벌거벗은 세계사' 강연과 이번 책과 같은 저술 활동의 배경이지요.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는 여행과 역사가 접목된 콘셉트로 구성이 되었는데요. 책의 콘셉트를 소개해주신다면요? 도서 속 30개 도시의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미국은 13개 식민지가 연합해서 시작해서 지금의 50개 주와 워싱턴 D.C.라는 독립 행정 구역을 포함한 거대한 국가로 확대되었습니다. 미국 성조기의 네모 박스 안에 있는 별들이 처음 13개에서 지금의 50개로 늘어난 것처럼 미국은 시작부터 완성된 나라가 아니라 확장되고 움직이는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미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방법으로 30개 도시를 선별해서 소개하는 작업을 택한 것이죠. 30개 도시의 선택 기준은 쉽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과 그 다양함을 관통하는 어떤 미국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도시를 선택했습니다. 도시의 규모와 지역적 균형 등도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런 역사성이죠. 도서에는 KFC가 노예 제도와 연관이 있다거나, 라스베가스가 괴짜 억만장자 때문에 도박과 쇼의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는데요. 교수님이 독자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챕터가 있다면요? 어떤 특정한 도시를 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소개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제가 도시들을 선정해서 집필하는 과정에서 너무 애정이 컸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군요. 여러 자식들 중에 가장 선호하는 애가 누구냐, 이에 대한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과 같은 맥락이겠죠. 이에 대한 답을 이렇게 돌려서 대답하겠습니다. 독자들이 어떻게 책을 읽을 지에 대한 제언입니다. 먼저 잘 아는 도시, 익숙한 도시를 읽고 서서히 주변 도시들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한 나라 중 교수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미국의 도시는 어디이며, 왜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살았던 도시와 지역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여행 중에서 만난 매력적인 도시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미국 역사에서 그 중요성을 놓칠 수 없는 도시들도 있죠. 혹시 나중에 독자들과의 사적인 만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 말해보도록 할게요. 사실 요즘 한국사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많은데, 우리가 지금 왜 미국사를 알아야 하는지 그 쓸모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왜 미국사를 알아야 할까요? 인터뷰 처음에 얘기했지만, 미국은 갈수록 우리를 보는 중요한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 좋든 싫든 미국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거울입니다. 제가 30여 년 전에 마주했던 미국 대학생들보다 지금 우리 학생들이 훨씬 더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여기서 미국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학생들의 생활방식, 사고방식, 가치관 등에서 오래전 미국 학생들을 보면서 놀랐던 것보다 더 놀라곤 합니다. 미국을 보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사를 보아야 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미국사의 거울 속에 우리를 비춰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강점을 배워야 하고, 미국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혜안을 얻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글로벌 강국으로 기지개를 펴기 위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습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크고 다양하며 수시로 변하는 나라이기에 '미국은 이런 나라'라고 쉽게 재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이 미국사의 섬세한 결과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https://ch.yes24.com/Article/View/51956)

인터뷰

미국 시골살이 엘리트의 고백…‘도시인의 월든’ 저자 박혜윤

“니어링 부부의 책 ‘조화로운 삶’은 정말 딱 떨어져요.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던 거죠. 근데 현실이 그게 아닌 걸 깨달았어요.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내가 변하지 않더라고요.”새 책 ‘도시인의 월든’(다산북스) 출간과 함께 한국을 찾은 저자 박혜윤(47)씨의 말이다. 그는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워싱턴주 시골에서 8년째 살고 있다. 부부 모두 정규직이라고 할만한 직업 없이,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여백을 누리며 살아가는 생활은 지난해 나온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통해 화제가 됐다.서울에서 속칭 명문대를 나와 기자생활을 했던 그가 시골행을 결심한 건, 뒤늦게 미국에 유학해 교육심리학 박사까지 받은 뒤였다. 기러기 생활을 하던 남편도 직장생활에 지쳐 퇴직하면서 네 식구의 미국 시골살이가 시작됐다. 사실 ‘조화로운 삶’에 일찌감치 매료된 박씨는 결혼 초에도 남편에게 시골 가서 살자고 한 적이 있단다. “저보다 더 도시적인 사람이라 단칼에 거절하더라고요. 내심 안심이 됐죠.”반면 ‘월든’은 그가 대학 시절 처음 읽었을 때는 “누가 봐도 참 이상한 책”이라 여긴 고전이다. 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예상과는 다른 시골 생활을 경험하면서다. 일례로, 농장을 침범해 농작물을 망치는 사슴을 두고 난생처음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그는 ‘월든’의 저자 소로에 대해 “요즘 같으면 악플에 시달릴만한 일을 많이 했다”며 책에 이렇게 썼다. “완전한 자급자족과 자연 속 고독을 그토록 예찬하면서 실제로는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빨래는 어머니에게 맡겼다.  인생의 정답처럼 찬양했던 호숫가 오두막의 삶도 불과 2년 만에 접었다.” 박씨는 소로가 “인생의 정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모순이 가득한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었던 것”이라고 적었다.그의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이와 통한다. 그는 무소유를 예찬하거나 무욕을 지향하지 않는다. “저는 욕망을 억제하는 거는 믿지 않거든요. 욕망을 어떻게든지 누르면 옆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그 욕망을 생생한 그대로 빨리 충족시키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책에는 그가 욕망을 충족하는 나름의 방식과 구체적 생활의 면면이 흥미롭게 드러난다. 그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절대화하는 대신 “내 삶의 유일한 저자”는 “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그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비틀어 “반사적으로 노를 마구 젓고 싶어지지만 실은 물이 들어올 때야말로 정신 차리고 재빨리 도망을 가야 한다”고 책에 썼다.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무리를 하기 쉽다”는 맥락에서다.스스로에 대해 그는 “포기를 많이, 굉장히 잘해왔다”고 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등 구직에 나서지 않은 것을 포함해 그만의 경험과 이유도 책에 담담히 적었다. “100등에서 90등, 70등까지 가는 것과 달리 3등이었을 때 2등, 1등으로 올라서는 건 어렵잖아요. 그 마지막 경쟁을 싫어해서 회피하는 걸까 라는 의문도 들어요.”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들 그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글이 공감을 얻는 데 놀란 눈치다. 인터뷰 출처 – 미주중앙일보(https://news.koreadaily.com/2022/10/18/society/generalsociety/20221018210854622.html)

인터뷰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는 어린이의 힘 『마트 사장 구드래곤』 박현숙

콩쥐가 팥쥐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호랑이를 피해 도망가는 순간, 놀부가 심술 궂게 제비 다리를 분지르는 모습!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긴박함을 느꼈던 경험 있으시죠? ‘바닷속에는 정말 소금 맷돌이 있어서 짠 걸까?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먹고 나로 변신하니까 조심해야겠다’와 같이 알게 모르게 상식과 매너를 배워가기도 하고요. 사이 좋은 의형제의 이야기나 효녀 심청이를 보면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도 몽글몽글 샘솟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을 채워주는 많은 이야기는 마치 가랑비와도 같습니다. 요점 정리된 것을 외우는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천천히 우리 일생 그리고 추억에 스미는 것을 보면 말이죠. 재미있게 읽었을 뿐인데 돌아보면 인성과 상식 그리고 따뜻한 사랑까지 배우게 해주는 것은 동화책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이 시대 어린이들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적셔주는 동화 작가 박현숙 작가님이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에 목이 마른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박현숙 작가님의 단비 같은 새로운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본인 소개 그리고 이번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는 박현숙이라고 합니다. 작가 된 지 17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170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소설을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용 중의 용이 되고 싶어 하는 천년 묵은 구렁이 구드래곤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구드래곤은 길고 긴 수행을 거쳐 승천하는 도중에 잘난 척 한번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승천에 실패하게 됩니다. 다시 승천하기 위해서는 이름 세 개가 필요한데, 이름을 얻기 위해 뭐든 다 파는 마트 사장이 됩니다.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셋이 구드래곤을 찾아오고, 구드래곤은 자신이 연구 개발한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금세 다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구드래곤의 계획은 자꾸만 엉키고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구드래곤과 세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천 년 묵은 구렁이가 마트 사장이라니,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떠올리시는 건가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수집 방법 혹은 글쓰기 방법, 소재 선정 방법이 매우 궁금합니다. 신기한 것이, 글을 쓰면 쓸수록 이야깃거리는 더 많아집니다. 흔히 소재가 고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주로 생활동화를 많이 썼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 전에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었고 그 영향 때문에 생활동화를 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저를 다작하는 작가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아마도 작품을 적게 썼다면 아직 저는 생활동화에만 머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쓰다 보니 다양한 소재를 찾게 되고 다양한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구미호라는 소재로 글을 쓸 때 슬며시 함께 찾아온 소재입니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디선가 “다 너 때문이야”라는 어느 아이의 한마디를 듣게 되었고, 그때 『마트 사장 구드래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 한 줄, 스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님은 『수상한~』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유독 아이들이 열광하는 소위 말하는 ‘교실에서 입소문 난’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어린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린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입니다.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을 때 어린이들은 신나고 재미있어하지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재미에 있어서는 그 어느 책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구드래곤이라는 캐릭터에 우리 아이들이 열광할 거라는,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 구드래곤이 인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살짝 해봅니다. 아이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자신보다 뭐든 잘하는 캐릭터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요. 똑똑한 듯한데 어딘가 좀 모자라고 모자란 듯하면서도 시원할 정도로 당당하고, 당당하면서도 어느 날은 또 그런 거 같지 않은 아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그 책 한 권을 읽으며 아이들은 그 속의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게 되는 거지요. 구드래곤은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책 읽기를 싫어한다, 어린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서는 책의 재미 외에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책이 일단 재미가 있다면, 그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책과 친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어른들의 몫입니다. 어른들이 애쓰지 않아도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에겐 처음 책을 접할 때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요. 저는 책이 아이들에게 놀이와도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똑똑해지기 위해서, 남들도 읽으니까,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니까, 이런 식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힘들게 뭔가(공부, 숙제 등)를 하고 났을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놀이와도 같은 책 읽기!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동화를 쓰는 사람이나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어떤 부분에서 더 특별히 공을 들이셨을까요? 이미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잡으신 박현숙 작가님께 이번 신간은 어떤 도전을 주는 작품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나오는 동화책을 보면 다양하고 특별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나 전설 속의 동물들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구드래곤에게 어떤 매력을 입힐까에 집중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구렁이에서 느껴지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패션에도 감각이 뛰어나고 춤도 잘 추는(자신은 아이돌 춤을 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보면 유행 지난 춤), 그리고 자신이 꽤 잘나고 냉철한 줄 착각하지만 마음 약하고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천년을 묵고 용을 꿈꾸는 구렁이지만 독자인 아이들이 봤을 때 어쩐지 한번 안아 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구드래곤 캐릭터는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구드래곤이 주인공이지만 사실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쓴 다른 동화와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구드래곤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여름, 어린이들이 작가님의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고 책이 더욱 좋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으로 아이들이 책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게 될 아이들이, 여름에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이 운영하는 마트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에만 문을 여니까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는 여름에 자주 내리지요. 평소에는 뭐든 다 있는 구드래곤 마트 안을 구경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 마트에 가면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곳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절대 구경도 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물건들이지요. 그리고 구드래곤의 신명 나는 춤도 구경할 수 있고요. 물건을 구경하고 있을 때 구드래곤이 넌지시 와서 말을 건넬지도 몰라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다 들어줄게! 이러고요. 아! 꼭 이번 여름에 『마트사장 구드래곤』을 꼭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 구드래곤이 마트를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요. 뭐든 잘하는 게 많은 구드래곤이거든요. 마트 구경은 꼭 이번 여름에! 마지막으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구드래곤이 천년을 수행하고도 승천하지 못하며 갖은 고초를 겪는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구드래곤이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훌륭한 책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입니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으면 열 명 모두의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구드래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크게 느끼는 것은 같겠지만 개인의 사정이나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른 생각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훌륭한 책으로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5736&expr_sttg_dy=20220830150000)

인터뷰

‘수상한’ 시리즈를 잇는 어린이 베스트셀러의 탄생

콩쥐가 팥쥐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호랑이를 피해 도망가는 순간, 놀부가 심술궂게 제비 다리를 분지르는 모습.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긴박함을 느꼈던 경험 있으시죠? '바닷속에는 정말 소금 맷돌이 있어서 짠 걸까?',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먹고 나로 변신하니까 조심해야겠다'와 같이 알게 모르게 상식과 매너를 배워가기도 하고요. 사이 좋은 의형제의 이야기나 효녀 심청이를 보면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도 몽글몽글 샘솟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을 채워주는 많은 이야기는 마치 가랑비와도 같습니다. 요점 정리된 것을 외우는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천천히 우리 일생, 그리고 추억에 스미는 것을 보면 말이죠. 재미있게 읽었을 뿐인데 돌아보면 인성과 상식 그리고 따뜻한 사랑까지 배우게 해주는 것은 동화책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어린이들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적셔주는 동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이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단비 같은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 과 작가님 소개를 부탁 드려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는 박현숙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된 지 17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170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을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용 중의 용이 되고 싶어 하는 천년 묵은 구렁이 구드래곤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구드래곤은 길고 긴 수행을 거쳐 승천하는 도중에 잘난 척 한번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승천에 실패하게 됩니다. 다시 승천하기 위해서는 이름 세 개가 필요한데, 이름을 얻기 위해 뭐든 다 파는 마트 사장이 됩니다.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셋이 구드래곤을 찾아오고, 구드래곤은 자신이 연구 개발한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금세 다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구드래곤의 계획은 자꾸만 엉키고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구드래곤과 세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천 년 묵은 구렁이가 마트 사장이라니,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떠올리시는 건가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수집 방법 혹은 글쓰기 방법, 소재 선정 방법이 매우 궁금합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이야깃거리가 더 많아집니다. 흔히 소재가 고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주로 생활 동화를 많이 썼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 전에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었고 그 영향 때문에 생활 동화를 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저를 다작하는 작가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아마도 작품을 적게 썼다면 아직 저는 생활 동화에만 머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쓰다 보니 다양한 소재를 찾게 되고 다양한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구미호'라는 소재로 글을 쓸 때 슬며시 함께 찾아온 소재입니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디선가 "다 너 때문이야"라는 어느 아이의 한마디를 듣게 되었고, 그때 『마트 사장 구드래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 한 줄, 스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상한>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유독 아이들이 열광하는 소위 말하는 '교실에서 입소문 난'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어린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린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입니다.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을 때 어린이들은 신나고 재미있어하지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재미에 있어서는 그 어느 책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구드래곤이라는 캐릭터에 우리 아이들이 열광할 거라는,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 구드래곤이 인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살짝 해봅니다. 아이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자신보다 뭐든 잘하는 캐릭터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요. 똑똑한 듯한데 어딘가 좀 모자라고 모자란 듯하면서도 시원할 정도로 당당하고, 당당하면서도 어느 날은 또 그런 거 같지 않은 아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그 책 한 권을 읽으며 아이들은 그 속의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게 되는 거지요. 구드래곤은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책 읽기를 싫어한다, 어린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서는 책의 재미 외에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책이 일단 재미가 있다면, 그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책과 친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어른들의 몫입니다. 어른들이 애쓰지 않아도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에겐 처음 책을 접할 때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요. 저는 책이 아이들에게 놀이와도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동화를 쓰는 사람이나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어떤 부분에서 더 특별히 공을 들이셨을까요? 이미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잡으신 박현숙 작가님께 이번 신간은 어떤 도전을 주는 작품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나오는 동화책을 보면 다양하고 특별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나 전설 속의 동물들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구드래곤에게 어떤 매력을 입힐까에 집중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구렁이에서 느껴지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고 춤도 잘 추는, 자신이 꽤 잘나고 냉철한 줄 착각하지만 마음 약하고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천년을 묵고 용을 꿈꾸는 구렁이지만 독자인 아이들이 봤을 때 어쩐지 한번 안아 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구드래곤 캐릭터는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구드래곤이 주인공이지만 사실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쓴 다른 동화와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구드래곤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여름, 어린이들이 작가님의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고 책이 더욱 좋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으로 아이들이 책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게 될 아이들이, 여름에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이 운영하는 마트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에만 문을 여니까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는 여름에 자주 내리지요. 평소에는 뭐든 다 있는 구드래곤 마트 안을 구경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 마트에 가면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곳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절대 구경도 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물건들이지요. 그리고 구드래곤의 신명 나는 춤도 구경할 수 있고요. 물건을 구경하고 있을 때 구드래곤이 넌지시 와서 말을 건넬지도 몰라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다 들어줄게!" 이러고요. 이번 여름에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꼭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뭐든 잘하는 게 많은 구드래곤이어서 마트를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요, 마트 구경은 꼭 이번 여름에 하세요! 마지막으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구드래곤이 천년을 수행하고도 승천하지 못하며 고초를 겪는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구드래곤이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훌륭한 책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입니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으면 열 명 모두의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구드래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크게 느끼는 것은 같겠지만 개인의 사정이나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른 생각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훌륭한 책으로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1486)

인터뷰

김지윤 피아니스트 “나는 실패할 때마다 희망을 꿈꿨다”

혈혈단신 유학생이 카네기홀 전석 매진을 이뤄 놀라움을 안겨준 책. 『백만 번의 상상』에는 직업도, 수입도, 콘서트 계약도 없는 절망적인 무명 생활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미 전역 순회공연을 이어가며 꿈을 이룬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 담겨있다. 미 전역이 열광한 피아니스트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무대 아래에서부터 훈련하고 마인드 컨트롤하한 것처럼,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 정신적, 감정적, 신체적으로 어떻게 무장해야 하는지를 가장 독창적으로 전달한다. 간략한 자기소개와 함께 유튜브, 팟캐스트 등 피아니스트 외의 활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김지윤입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을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콘서트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라는 팟캐스트는 전 세계의 청취자와 함께 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열고 무대 뒷이야기를 나누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피아니스트의 자기 계발 에세이 『백만 번의 상상』을 출간하셨는데요. 책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독자들이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몸과 마음의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피아니스트의 연주회가 수만 시간 이어진 연습 시간의 종착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는 달라요. 연습이 곧 연주고 연주가 곧 연습이죠. 매일 연습을 하고, 그 안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는 일상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가 매일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잘 살고 있다면 그 매일이 모인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피아니스트로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교수 채용의 지원서에 모두 떨어지고 어떤 연주 계약도, 아는 사람도 없었던 타국에서 홀로 내던져진 듯한 느낌을 갖던 시기였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모른 채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스스로를 일으키고 저만의 길을 만들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지점이기도 했죠. 가장 기뻤던 순간은 제 음악회를 들은 관객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제 손을 잡고 그들의 인생에 큰 치유와 힘이 되었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던 순간인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처음으로 음악을 통해 소통의 기적을 만들고 사람들과 나누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 감동은 카네기홀이든 아니면 십여 명이 있는 조그만 연주회장이든 상관없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저 역시도 느끼고, 그 음악을 나누며 소통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저의 기쁨이자 또 저를 일으키는 원동력이죠. 책에서 '상상의 힘'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나를 응원하는 천사와 비난하는 악마의 소리 모두 조용할 때 가장 연주가 잘 되었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중요한 연주가 있을 때마다 수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몰입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상상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인생은 세상을 보는 눈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믿어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믿게 되고, 반대로 저를 응원하고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고 상상하면 그게 진실이 되거든요. 제가 음악에 몰입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긍정의 에너지는 전염되고 관객 역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연주가 있을 때마다 저는 다시 되새김질합니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무대에 오른 게 아니라 한 사람과 소통하고 이 아름다운 음악을 같이 나누는 게 목표라고 말이죠. 제가 음악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다시 생각하는 거예요. 몸과 마음의 건강 관리를 위해 산책, 명상, 요가 등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연주회의 여부에 상관없이 항상 똑같이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말이 인상깊었는데요.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1년 전부터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주가 없을 때에는 서핑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렇게 바다에서 보는 일출은 저를 겸손하게 하고 모든 감각을 다시 깨우는 듯한 느낌을 주죠. 아침 10시부터 두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연습을 합니다. 오후 시간은 업무를 보거나 학생을 지도하거나 다른 일들을 합니다. 저녁에 두 시간 정도 더 연습한 후 잠들기 전까지는 주로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5분 명상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어느새 2022년이 150일 가량 남았는데요. 다시 한번 계획과 루틴을 점검할 때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해주신 「이틀의 법칙」을 포함하여 어떤 식으로 습관을 형성하고 지키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그 습관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확신하고 있어야 해요. 그 이유가 확실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장애물에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확신이 생긴 다음에는 '하고 싶다' 혹은 '하고 싶지 않다'하는 감정에 속으면 안 됩니다. 어떤 동기가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해내는 습관의 힘이 우리를 만들죠. 그래서 '습관을 만드는 시스템'은 일상에서 그 행동을 하기까지 마음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아주 최소한의 양으로 3주 동안 매일 하는 것을 우선 실천합니다.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처음에 10장을 읽는 게 아니라 단 한 페이지만 읽는 것이죠. 그렇게 3주 동안 성공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66일 습관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처음보다 조금 더 높은 강도로 실천하는데, 이때에는 '이틀의 법칙'을 활용합니다. 하루는 하지 않고 건너뛸 수 있지만 이틀 연속은 안 된다는 법칙이죠. 그렇게 하면 어느 순간 새로운 습관이 제 일상에 자리 잡혀 있는 것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막상 좋아하는 일을 찾더라도 현실에 부딪혀 좌절되기도 하고요. 꿈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알기가 더욱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새로운 일을 계속해서 시도하면 그만큼 우리 스스로를 더 알게 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때마다 꿈을 포기하거나 아예 꿈 자체를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과도기를 거치죠. 우리는 '꿈'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과도기 또한 지나고 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 꿈을 계속해서 꾸는 것이죠.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서 행동하는 오늘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이미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진정한 행복은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 존재하니까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1458)

인터뷰

이은재 “지구를 위하는 실천, 내 ‘건강’과 내 ‘지갑의 안녕’과 이어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인디스쿨에서 강연도 하시고, 블로그에서는 제로웨이스X비건 매거진을 연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독자님들과는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되셨네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3년 차 초등교사이자 신간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를 쓴 저자, 이은재입니다. 저는 2017년부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고, 지구 환경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게 없나 찾다가 후에 비건 지향도 하게 되면서 제비(제로웨이스터+비건)가 되었습니다. 제가 실천을 해 보니 정말 뿌듯하고 좋았지만, 여럿이 같이 실천해야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각자 성격과 상황이 다른 제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기는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주변 10명 중 고작 1~2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지만, 만약 100명에게 말할 수 있다면 최소한 10~20명은 내게 공감해 주지 않을까? 1,000명에게 말할 수 있다면 100~200명이 내게 공감해 주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강연도 하고 블로그에 제비 매거진도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또한 그동안 제가 겪은 일 중에서 재밌는 일화들을 골라서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네요. 랩으로 깔끔하게 포장된 대형마트의 채소보다 재래시장의 흙 묻은 채소를 구매하고,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를 감는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MBTI가 INTP인데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어떤 현상을 보면 그 원인과 결과를 꼭 따져 보는 성격이에요. 시작은 몇 해 전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하늘이었던 것 같아요. 답답하고 뿌연 하늘을 노려보다가 특정 나라가 너무 미워지더라고요. 그런데 왜 그곳에서는 이렇게 막대한 먼지가 발생하는지 원인을 거슬러봤어요. 아마 엄청난 수의 공장들이 있겠죠. 그럼 왜 엄청나게 많은 공장이 거기 있을까? 그 공장에서는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제 주변 물건들이더라고요. 내가 값싸게 사서 쉽게 버리는 저 물건들이 미세먼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저도 뿌연 하늘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또 2017년에 쓰레기 대란이 있었어요. 중국이 더는 전 세계 플라스틱을 수입하지 않기로 해서 그동안 신나게 자국의 쓰레기를 수출하던 나라들이 모두 난리가 난 거죠. 한국도 그중 하나였고요. 그때 처음 ‘내가 버린 쓰레기가 가는 장소’를 생각해 봤어요. 서울의 쓰레기는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에 매립되는 걸로 알아요. 하지만 내 집 근처에 쓰레기를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의 집 근처에 묻는 것 역시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거죠. 저는 제 집 근처에 쓰레기를 묻고 싶지 않으니 그렇다면 쓰레기를 애초에 안 만드는 게 상책이구나, 이런 책임감이 생겼어요.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가 되기 전과 후를 비교해봤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일상이 전보다 재밌어졌어요. 매일 요리조리 창의성을 발휘해서 쓰레기 없이 사는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에요. 오스트리아인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저서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현대인들이 ‘돈’과 ‘편리’를 추종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힘은 점점 잃고 있다고 역설했는데,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고 제 안에 잠재력을 찾은 것 같아요. ‘내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힘이 이토록 많이 있었구나.’ 싶어요. 그리고 ‘(어떤 물건이) 굳이 없어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뭐랄까, 생존력이 올라갔죠.(웃음) 비건 지향을 하면서도 비닐 포장을 지양하다 보니 가공식품보다는 제철 채소, 과일, 곡식을 주식으로 삼았어요. 그러자 돈이 확실히 절약되고 소화가 잘되고 피부가 맑아졌습니다. 또 ‘내가 몰랐던 맛있는 게 이렇게 많았다니….’ 싶어요. 절기마다 제철 채소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고, 눈개승마, 비름나물 이런 보도듣도 못했던 채소를 좋아하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고기가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했을 땐 굳이 알려 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열린 거죠. ‘제’로 1년 살기 vs ‘비’로 1년 살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실 건가요? 아마 제. 둘 중 먼저 시작했기도 하고, 조금 더 애착이 가는 활동이 제로웨이스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안 먹으면 버려질, 햄이 든 김밥을 먹을 때는 있어도, 쓰레기가 나오는 비건 가공식품을 사는 건 훨씬 더 주저하게 돼요. 책 중에서 ‘들깨 감자 미역국’ ‘무국적 카레’ ‘깻잎 페스토’ 등 비건 레시피를 소개해 주시기도 했는데요. 독자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비건 레시피가 있다면 함께 나눠 주세요! 요즘 계절에 딱 맞는 참외 아이스크림 레시피 알려 드리고 싶어요. 저도 어떤 분 블로그에서 배워서 여름마다 잘 먹고 있어요. 보통 아이스크림에는 우유가 들어가는데 여기엔 두유가 들어갑니다. 참외의 표면을 깨끗하게 닦은 다음에 껍질째 깍둑깍둑 썹니다.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동실에 얼려 두세요. 믹서에 언 참외 조각을 넣고 두유를 자작하게 조금 부은 다음 갈아 주시면 끝입니다. 설탕 없이도 참외 특유의 투명한 단맛과 두유의 담백한 고소함이 어우러져서 정말 깜짝 놀랄 만큼 고급스러운 맛의 여름 디저트가 돼요. ‘도시 생활자의 힙하고 쿨한 지구 사랑법’이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도시에서 산다는 것이 “지구야 미안해!”를 외치게 되는 순간순간의 연속인 것 같아요. 도시에 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습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도시인이 일상에서 환경을 어떻게 보호해?’라는 질문에 대답은 한두 문장으로는 불가능해요.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는 그 질문에 대한 저의 한 권 분량의 대답입니다. 만약 제가 방법을 대충 몇 개 골라서 나열한다면, 분명 그게 전부 맘에 안 들거나, 혹은 이미 다 하고 있어서 새롭지 않은 분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도시인이 환경을 보호할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해요. 한 권의 책이 될 만큼요. 그 많은 아이디어 중에는 누가 봐도 어려운 것도 있지만 사실 쉬운(조금 귀찮은)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걸 전부 다 할 필요 없이 그중에서 내가 끌리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취사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추천한다면, 저는 이 세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엘리베이터를 나 혼자 타는 상황이라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단을 올라보면 어떨까요? 전신운동이 되는 건 덤입니다. 양치할 때 물을 컵에 받아 쓰면 어떨까요? 물을 최대한 틀어 놓은 상태라면 7초마다 1L의 물이 낭비됩니다. 주말 나들이 삼아 내가 사는 지역의 제로웨이스트샵을 검색해서 구경 가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요즘 전국적으로 정말 많이 늘어났어요.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중 어린이들과 함께한 ‘플라스틱 방앗간 챌린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어른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린이들은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해요. 학교에서 만나는 열 살 남짓한 어린이들은 똑똑해서 이미 지구 온난화도 알고 북극곰 사진도 다 본 상태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종종 그런 걸 접하며 자랐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의 역할은 밥 잘 먹고 공부 열심히 하고 쑥쑥 크는 거지, 어른들이 만든 환경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는 위기, 오염 이런 단어들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교실에서 환경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합니다.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잡아 주는 정도죠. 플라스틱 샤프 대신 연필 쓰기, 물티슈 남용하지 않기, 되도록 음식 남기지 않고 먹기, 빈 교실에 조명과 에어컨 꼭 끄기 등등. 가끔은 학급 이벤트로 친환경 챌린지를 하고 상품을 주기도 했는데, 그것도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인지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채식에 대해서는, 아직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저의 생각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기에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아이들에게 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끔 급식 메뉴에 생소한 나물이나 채소가 나온 날이면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넌지시 그 채소의 특징이나 영양가에 대해서 귀띔해 주곤 했습니다. 생각보다 ‘낯설어서’, ‘잘 몰라서’ 채소를 안 먹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소를 키울 때 나오는 메탄가스로 기후위기가 심해져. 그러므로 고기를 먹으면 안 돼.”가 아니고 “이것 봐, 제철 채소도 이렇게 매력 있고 영양가가 가득해!” 이런 게 어린이를 위한 적절한 수준의 환경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에게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작가님의 의견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말랑말랑합니다. 즉 어른의 행동이 먼저 바뀌면, 어린이들은 순식간에 따라 바뀝니다. 제가 지구 환경에 신경 쓰는 이유도, 어릴 때 우유팩을 펴서 말리던 어머니를 봤던 기억, 전기 먹는 하마인 TV 셋톱박스를 밤마다 끄던 아버지를 봤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른들의 그런 행동이 강연이나 영상으로 ‘배우는’ 환경 교육보다 훨씬 강력한 교육이죠. 작년에 저희 반 아이들에게 딸기 제철이 언제냐고 물으니 당연한 얼굴로 1월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어른들도 1월에 딸기를 먹긴 하지만 제철이 봄이라는 걸 기억하잖아요. 탄소발자국이 큰 겨울딸기를 알면서 먹느냐 아예 모르고 먹느냐 이건 큰 차이입니다. 지금의 어른들은 아마 이 풍요와 편리가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일 거예요. 그러므로 다음 세대에게 그것을 행동으로 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지향’, 비건 ‘지향’처럼 지향이라는 단어를 쓰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어렵게만 느껴지던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에 대한 부담감이 덜어지는 느낌이더라구요. 완벽해야 할 것만 같아서 시작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을 지향하는 것이 완벽(?)에 가까워지려면 내 ‘편리’와 ‘편안’과 어긋나는 지점이 생겨서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구를 위하는 대부분의 실천은 내 ‘건강’과 내 ‘지갑의 안녕’과 이어집니다. 택배를 포기하고 장바구니를 무겁게 들 자신이 없다면, 빈방의 형광등을 끄거나 설거지할 때 물을 약하게 트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고(가벼워진 전기세, 수도세는 덤!), 맛있는 삼겹살을 포기할 자신이 없다면 장 볼 때 수입된 채소를 고르는 대신 국산 제철 채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저렴하고 영양 가득!) 부엌에서 고기 없이 카레를 끓이거나 햄 없이 볶음밥을 볶는 실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의외로 맛이 비슷해요.)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지구뿐 아니라 내 체력도 키울 수 있는 행동이죠. 이렇게 내 건강에 도움이 되고, 돈도 절약되며, 무엇보다도 내가 재미를 느낄만한 실천들을 골라야 부담도 적고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완벽하게 다 할 필요는 없어요. 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서로를 보완하며 나아갈 뿐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도 궁금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환경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위기에 대한 책임도, 변화에 대한 희망도 결국 우리 어른들에게 있으니까요. 인터뷰 출처 - 교보 북뉴스(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5718)

인터뷰

최태성 “어린이들에게 왜 역사를 알려줘야 할까요?”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최태성 저자 인터뷰 삶에 관한 질문은 어른들만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도 우리는 수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어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때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을 담고 있는 '역사'는 우리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적절하게 답해 줄 가장 믿음직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도 역사는 무척 중요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은 『역사의 쓸모』에 담긴 메시지를 어린이들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재구성했습니다. 『역사의 쓸모』에 담겨 있던 글을 핵심만 남겨 간결하게 다듬고, 큰별쌤이 어린이에게 전하고자 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추가해 넣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을 따라가며 나를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정한 역사의 쓸모를 알게 될 것입니다. ‘역사의 쓸모’가 담고 있는 뜻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리고 우리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할까요? 우선 ‘역사를 왜 배워야 할까요?’라고 하는 물음에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역사 자체를 '학문적' 또는 '연구사적 성과' 이런 것들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더라고요. 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를 설득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쓸모’라는 단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보통, 역사하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단어이긴 한데, 그래도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쓸모’가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요즘에는 역사 정보도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다 쏟아져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단편적인 지식들은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다 알 수 있는데 우리가 이 책을 보면서 역사의 쓸모를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쓰면서 딱 2가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질문처럼 요즘에는 너무 정보가 많습니다. 배울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역으로 이젠 좀 ‘덜 배우고 대신 더 생각하자.’에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너무나도 빠르고 너무나도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학생들, 물론 성인들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렇게 정보가 많다 보니까 그 정보를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과연 그 정보가 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쯤은 덜 배우고 더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고, 이를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 갈 수 있는 그런 시간을 한번 가져보자 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기존 성인들을 위한 『역사의 쓸모』 책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를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강연을 하다 보면 질문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학습 만화만 보는데 괜찮은 건가요?” 하는 질문이에요. 저 역시 ‘학습 만화가 과연 독서일까?’ 하는 질문을 늘 던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책을 팔고 싶은 출판사와 책을 읽히고 싶은 학부모님과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아이의 합작품, 그게 바로 학습 만화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이 말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학습 만화는 어떤 사물과 지식을 이해시키는 데에 굉장히 도움이 되고 유용합니다. 그런데 쉽게 이해가 되는 만큼, 너무 쉽다 보니 혼자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텍스트로 나와 있는 글자들을 통해서 내가 스스로 한번 ‘도대체 이게 뭐지?’ 하고 상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이미 만화로 너무나도 친절하게 풀어져 있기 때문이죠. 저는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데에 학습 만화는 이미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이제는 그 학습 만화를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우리 아이가 학습 만화만 보는데 괜찮아요?” 이렇게 질문을 하시는 것은, 우리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그 여백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셨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부분을 좀 채워 드릴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좀 덜 배우고, 더 생각할 수 있는 인문서인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에서 그 여백을 한번 마련해 보자는 차원에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에는 특별한 콘셉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책의 콘셉트를 소개해 주시면요? 이 책의 특징은 ‘불친절’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역사서를 보면 유물들을 설명할 때에는 사진 같은 자료가 필수예요. 학습 만화는 사진뿐만 아니라 설명까지도 아주 자세히 나오는데, 이 책은 그런 게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역사의 사실을 설명하는데 들어가 있는 삽화도, 제가 이렇게 봤을 때도 도대체 뭘 얘기하는 삽화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서는 참 불친절한 책이구나 이런 느낌이 드실 거예요. 일부러 그랬습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덜 배우고 더 생각하는 장치 속에서 학생들이 한번 상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유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로 궁금하면, 검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고요.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 거칠고 퍼지는 듯한 삽화를 썼던 이유는 명백한 그림을 통해서 알아가는 것보다는 불명확한 이미지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으면 좋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의도적인 불친절이죠. 더 생각하고 더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놓기 위한 콘셉트, 이 책은 그렇게 구성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는 어린이들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질문으로 책을 구성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강연을 다니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게 뭐냐면, 학생들의 질문이 굉장히 본질적이에요. 딱 들었을 때는 엉뚱하지만, 알고 보면 본질적인 질문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선생님, 왜 아빠가 아들을 죽여요?”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사건을 보고 그런 질문을 한 거예요. “왜 아빠가 아들을 죽여요? 그게 가능해요?” 갑자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니까, 제가 바로 대답을 못했어요. 학생들은 굉장히 단순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던졌을지 모르지만, 그 단순한 질문 속에 많은 역사적 사실과 해설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의 엉뚱하고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들로 책을 펼쳐 나가보자. 그럼 학생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힘을 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죠. 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도 한번 해볼까?’ 하는 질문할 수 있는 힘과 용기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질문은 너무 엉뚱한 거 아냐? 선을 넘은 거 같은데?’ 하는 질문도 이 책에 있거든요. 그럼 ‘내가 궁금한 질문도 괜찮아 보이겠는데?’ 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학생과 역사 공부를 하시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꿈이 있으실 거 같아요. 저는 어린이들이 진짜 자신만의 질문을 통해서 역사에 접근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납득되었을 때 그 학생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우리는 질문이 질문다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진짜 질문을 막는 그런 모습들, 질문 하나만 하면 웃음바다가 되고 조롱하고 비웃는 듯한 그런 분위기를 저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시크한 표정과 조롱하는 웃음기, 이런 반응들은 질문한 학생을 주눅들게 만듭니다. 이게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질문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습니다. 그 질문의 가치를 재는 모습은 옳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어린이들의 질문을 더 많이 모아서 답을 해 나가는 책들은 계속해서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예비 독자들께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 소개 부탁드릴게요. 이 책은 역사 속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전환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책에 나온 인물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이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누구일까?'하는 질문들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고리를 놓치시지만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실 거예요. 또한,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는 어른이 읽어도 됩니다. 저는 옛날에 읽었던 동화를 가끔 다시 보곤 합니다. 보면서 ‘이 동화에 이런 의미가 있었어?’ 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부모님도 함께 읽어보시면 우리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책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실용 역사서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어린이들이 그저 이해하는 시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그것을 통해서 부쩍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1327)

인터뷰

[오늘의 작가] 소설가 문지혁 “미련한 작가로 남고 싶다”

팬데믹으로 알게 된 건 재난이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 시공간에서 내가 겪는 일이 당신의 삶을 파고들 수 있다는 것. 소설가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서로 다른 재난의 경험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미국 뉴욕에서 한국어 강사인 ‘나’와 일본인 유학생 ‘아야’는 우연히 만나 다리를 건넌다. 성수대교 붕괴와 동일본 대지진, 9·11 테러. 서로의 삶에 새겨진 균열을 알아볼 때, 문지혁의 이야기는 조용히 폭발한다. 13년 차 소설가 소설을 쓰고 강의를 하고, 유튜브 채널 〈문지혁의 보기드문책〉을 5년째 운영하고 있죠. ‘꾸준하다’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써온 작가는 아니에요(웃음). 유일한 재능이 있다면 한자리에 오래 버티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계속 쓴 것 같아요.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문예 창작 대학원에서 만난 한 선생님이 “21세기 작가는 글만 써서는 안 된다. 문학적 경험을 어떻게든 나눠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문학 강의를 할 때 느끼는데요. 학기 초가 되면 수업을 수강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메일을 많이 받아요. 왜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할까 안타깝더라고요. 제약 없이 문학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어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죠.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이 물었죠. “어떻게 오래 쓸 수 있나요?” 작가님의 답은 “모두가 월드컵에 나갈 필요는 없다.”였어요. 글을 오래 쓸 수 없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현실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통장 잔고나 사회적 위치를 따지면 오래 못 쓰죠. 그래서 재능 있는 친구들이 금방 이 판을 떠나요. 저는 반드시 월드컵에 우승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재능이 있다는 착각 하나로 그냥 써온 거예요. 긍정적으로 보면 미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있잖아요. 계속 미련한 작가로 남고 싶어요. PC통신 하이텔 ‘과학소설동호회’에 소설을 쓰면서 창작을 시작했죠. 중학생 때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 푹 빠졌어요. SF 소설을 더 즐길 방법이 없을까 찾고 찾다가 ‘과학소설동호회’ 게시판을 발견했어요. 사람들이 열심히 소설을 쓰고 감상평을 나누는 거예요. 당시 듀나, 장강명 작가님도 활동하고 있었고요. 중학생인 저도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진지하게 답글이 달리더라고요. 현실과 달리 나를 어른으로 생각해 주는 세계를 발견한 것 같았어요. 거기에 매혹되어서 계속 써왔죠. 그렇게 13년 차 소설가가 됐네요. 시공간을 넘어 교차하는 재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쓴 소설을 묶은 책입니다. ‘이민자 소설’이라 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어요. 뉴욕에서 공부했던 작가님의 체험이 기반이 된 건가요? 미국에서 3년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어요. 과거의 삶에서 막연히 느껴온 질문들이 ‘이민자’라는 키워드와 만나서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죠. ‘이민자 소설’의 핵심인 정체성의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어요. 성장 과정에서 저는 평범한 편이었는데, 어느 시절엔 잘사는 동네의 가장 못사는 아이이기도 했고, 못사는 동네에서 잘사는 축에 드는 아이이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나는 어디에 속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이민자’라는 범주로 묶여도 그 안에는 다양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이민자’라고 해도, 구체적인 입장과 배경은 다 달라요. 제 소설 『초급 한국어』에는 유학생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담겼는데요. 유학생은 잠시 머무르다 가는 입장이라 이민자의 가장 끝에 위치하는 사람일 수 있거든요.(웃음)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1세대, 2세대로 간단하게 규정할 수 없다고 해요. 어디로 이민을 했는지, 시기는 언제인지에 따라서 다르고, 심지어 한 가족 안에서도 경험이 다르죠. 딱 잘라서 보기보다 연속된 스펙트럼으로 봐야 해요. ‘이민자 소설’이 재난 이야기와 만나 특별한 지점을 만드는 것 같아요. 보통 재난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에서는 성수 대교 붕괴와 동일본 대지진 같은 재난의 경험들이 국경을 넘어 교차돼요. 장르 소설을 쓰면서 얻은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많은 리얼리즘 소설이 현실을 핍진하게 그리지만,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눈앞의 시공간에 얽매인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그렇지만 재난은 한 국가의 일만은 아니잖아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면 전 세계의 물가가 오르고, 일본에서 지진이 나면 한국도 영향을 받죠. 그렇다면 소설에서 어떻게 이 사건들을 엮을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경험들이 어떻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인 ‘나’와 일본인 ‘아야’가 뉴욕의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함께 걷는군요. 맞아요. 뉴욕은 전 세계의 이민자가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이 어떻게 쌓이는지 보여주기 위해 '조지 워싱턴 브리지'라는 역사적인 장소에서 동양인 두 사람이 만나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대화를 통해 다리와 물과 관련된 재난의 경험이 교차하도록요. “불행은 언제나 패턴이 깨지는 순간에 찾아온다.”(26쪽)라는 문장처럼, 작가님의 소설은 인물의 일상에 균열이 닥쳐왔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사실 그게 모범 답안이기 때문이에요(웃음). 스토리텔링 창작 수업을 오래 해왔는데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야 할지 궁금해하거든요. 그러면 말하죠. 이야기는 지하철을 3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 것이라고요. 3호선을 쭉 타고 가는 건 일상의 패턴일 뿐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닌 거예요. 타고 있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환승 통로를 막 헤매다가 4호선이라는 새로운 패턴으로 진입하면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는 거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소설은 ‘미래에 종이책이 금지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죠. 어릴 때 집에 책이 많아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책이 금지된 세계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죠. 그 아이디어로 습작을 시작해서, 계속 옷을 바꾸어가며 「서재」라는 단편 소설이 됐다가 장편 소설 『비블리온』으로 이어졌어요. ‘결말이 안 나는 책’의 모티프가 자주 나와요. 소설에서 딸은 아빠가 남긴 책의 빈 페이지를 이어서 써 내려가죠. 어쩌면 구체적인 내용보다 책의 물성이 지닌 가능성이 더 중요할지도 몰라요. 어떤 종교에서는 경전을 읽는 게 아니라 경전을 짊어지고 산을 다 오르면 깨달음을 얻은 걸로 인정해 준대요. 경전을 한 글자도 읽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책을 경험한 거죠. 끝까지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의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니까요. 맞아요. 저희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었지만, 제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으셨어요.(웃음) 그래도 늘 “잘 읽었다” 하시거든요. 어느 순간 그게 정말 읽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몇 년 뒤면 기억이 안 나고 희미한 감각만 남잖아요. 오히려 중요한 건 책을 감각하는 손과 책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 아닐까요. 책이 끝나더라도 실제 삶은 이어지기 때문에 끝나지 않는 책의 모티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쓴 소설 「애틀랜틱 엔딩」은 한동안 소설을 쓰지 못할 때 전환점이 되어준 이야기라고요. 2년 정도 슬럼프가 크게 왔어요. 한국에서 장르 문학을 쓸 때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비평이 쌓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무도 평론을 해주지 않으니까,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도 커리어가 쌓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면을 얻기도 힘들고 소설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어요. 이렇게 파트타임 작가로 잊히는 게 아닐까 싶었죠. 당시의 심정이 주인공 ‘박’에게 많이 들어갔다고요. ‘박’은 아내와 부하 직원을 죽이고 애틀랜틱시티로 도망쳐요. 현실에서 제가 소설을 그만 쓸지 고민하고 있으니, 주인공도 계속 주저하는 거예요. 트렁크에는 시체 두 구가 있는데, 제가 써온 소설들처럼 느껴졌죠.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을 쏘고 글 쓰는 삶을 멈춰야 하나, 도망쳐야 하나 결정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한 평론가님이 제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오기 반, 내려놓는 마음 반으로 소설을 끝낼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다 죽는 비극적인 장면을 떠올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나타났죠. 그 과정이 제게는 치유이자 화해였어요. 마지막 한 발이 제게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초급 한국어』로 이어진 것 같고요. 『초급 한국어』의 작가의 말에서 “소설을 쓴다는 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 위”(184쪽)라고 했어요. 전 사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중독자예요 (웃음). 소설을 수정하다가도 이전 버전이 좋을 수 있으니까 별도로 저장해 두는데요. 문득 소설 쓰기가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밀란 쿤데라가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이라고 했는데요. 삶도 결국 영원히 써 내려가는 거대한 소설이 아닐까요? 마치 우리가 모르는 평행 우주가 있는 것처럼요. 다음 소설이 궁금해지는데요. 『중급 한국어』가 나올 예정이에요. 『초급 한국어』가 ‘문지혁’의 유학 시절을 다뤘다면, 이제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죠. 육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간 여성의 육아는 당연시되는 반면, 남자가 하는 육아는 과대평가되는 문화가 있었잖아요. 그렇게 읽히진 않는지 편집자님과 열심히 고민했죠.(웃음)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로 남고 싶나요? 시간을 오래 견디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문학이 트렌디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시대를 넘어 살아남는 작품들도 있잖아요. 저는 워낙 트렌디한 사람은 못 돼요. 그러니 시간을 견디는 힘이 제 이야기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채널 예스 인터뷰 - http://ch.yes24.com/Article/View/51103

인터뷰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문지혁 “자신만의 다리를 건너고 있는, 당신을 위한 책”

신간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11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입니다. 그간 소설의 톤이나 방향에 조금씩 변화가 있었어요. 이번 소설집은 그간의 변화를 잘 채워 담았을 것 같은데요. 먼저 소설집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1년이라니, 정말 오랜만이네요. 데뷔한 이듬해에 바로 소설집을 묶고 그동안 쭉 장편만 써 와서 그런지 두 번째 소설집이 너무 늦어졌습니다. 소설집 뒤에 덧붙인 창작노트에도 적었지만 처음에는 11년 동안 쓴 모든 소설을 묶었다가, 300매 가량을 덜어내고 여덟 편만 추려 모았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제가 했던 작업을 기계적으로 모은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 책은 SF로 시작해서 이민자 소설로 끝납니다. 물론 그 경계에 있는 이야기들도 있고요. 제목처럼 저 역시 지난 11년간 어떤 종류의 ‘다리’를 건너왔고, 이 책은 바로 그런 다리 위의 기록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죠. 각각의 단편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특히 섬세한 서사가 단순히 SF소설로만 포장되기 아쉬울 정도였는데요. 그래서인지 아 이 단편은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다, 긴 호흡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여덟 편의 단편 중, 서사를 덧붙여서 호흡이 긴 장편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글이 있을까요?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 「서재」의 경우는 이미 2018년 『비블리온』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로 확장하여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집 발간 시점이 늦다보니 결과적으로 책으로 묶인 순서가 뒤바뀐 셈인데요. 「서재」와 『비블리온』 세계관을 공유하는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라는 단편 역시 장편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선 이야기들이 종이책이 금지된 시대에 맞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면,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는 10대의 손녀이자 딸이 여전히 이어지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새로운 투쟁과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입니다. 『초급 한국어』의 등장인물인 ‘나(문지혁)’와 ‘아야’가 소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에도 다시 등장해요. 「서재」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는 장편소설 『비블리온』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요. 여러 소설에 존재하는 인물들이지만, 작가님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혹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을 계획 중이신지, 이 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앞으로 제가 발표할 소설들의 한 축을 담당할 오토픽션 세계관이 있습니다. 유학생이자 한국어 강사, 소설가 지망생인 ‘문지혁’을 중심으로 한 이민자 소설들인데요, 『초급 한국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앞으로 계속 인물과 세계를 넓히면서 써나갈 계획입니다. 저와 이름이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소설 밖 실제의 저와 혼동하실 수도 있는데, 어쩌면 그 혼동까지도 이 세계관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는 「서재」, 『비블리온』,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등에서 이어지는 통합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묶지 못한 다른 SF 소설에도 동일하게 적용 중인데요, 이 세계관 역시 계속해서 탐구해볼 생각입니다. 이 인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질문에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빌려 대답하겠습니다.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은 나 자신의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다.” 작가님의 소설에는 뜻밖의 재난이나 사건을 겪고 일정한 삶의 궤도에서 튕겨 나간 사람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비슷한 고난을 맞이한 사람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시나요? 소설이란 행복한 사람의 행복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의 우리는 그렇게 살기를 원하지만,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비윤리를 통해 윤리를 발견하고 비극을 통해 희망을 찾는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패턴이 깨지는 순간 우리에게 찾아오는 불행에 관심이 있는데요, 불행이나 재난은 단단해 보이는 우리의 일상이 실은 얼마나 얇고 허약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고난을 당한 사람, 고난을 견디는 사람, 스스로 고난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제 이야기가 각자의 비극을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작가님은 SF 소설가인 동시에 이민자 소설을 쓰시고 계시지요.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도 두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데요. 이렇게 모아 놓은 여덟 편의 작품 중 특히 마음이 가는 소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경계를 자유롭게 오간다기보다는 경계 근처에 그저 애매하게 서 있는 것 같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애틀랜틱 엔딩」입니다. 창작노트에도 적었듯 여러 번 고친 소설이고, 다 쓴 다음에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고치면서 저는 소설을 쓰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화해하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독자 분들이 「애틀랜틱 엔딩」의 엔딩을 좋아해주신다면 저로서는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계신데, 시작하신 계기와 어떻게 영상을 찍고 올리시는 지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시는데 그 범위와 깊이가 너무 인상 깊더라고요. 유튜브를 시작한지 벌써 햇수로 5년 차인데요, 아직은 구독자가 2,000명이 조금 넘는 작고 귀여운 채널입니다. 21세기의 작가는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적 경험을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했고, 친구가 선물해 준 컴팩트 카메라 한 대만 들고 무작정 영상을 찍고 만들었습니다. 그사이 편집 기술이 조금 늘었는데 그래서인지 초기에 찍은 영상들을 보면 너무 부끄러워요. 작년부터는 <먼슬리클래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번 무료 온라인 문학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제한된 정원 탓에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해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는 학생들과, 시공간의 제약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시작한 강의인데 벌써 2년째 하고 있네요. 강의와 원고 때문에 영상을 자주 찍어 올리지 못해 구독자 분들께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남은 올해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기작도 궁금합니다. 『초급 한국어』의 다음 이야기인 『중급 한국어』가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초고를 다 썼고 여름에 열심히 고쳐서 가을 즈음에 내려고 합니다. 그밖에 몇 개의 단편을 써야 하고, 유튜브 <보기드문책> 채널도 잘 운영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태어난 둘째를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한 임무입니다. 교보문고 독자분들에게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읽어야하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서 마지막 인사 함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다리를 건너고 있고, 이 책은 바로 그런 당신을 위해 쓰였습니다.” 서로를 잇는 다리가 무너진 이 시대에 모두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Stay in peace!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뷰 - 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5619

인터뷰

[오늘의 작가] 소설가 서장원, 문득 삶을 되돌아보는 순간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집을 펼친 것이 계기였다. 집으로 달려와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고 그 때부터 소설에 빠졌다. 서장원의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그의 첫 소설집이지만, 7년 넘게 소설에 대한 사랑을 지속해온 흔적이기도 하다. 한 사람으로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의 인생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곤 했다. 문득 무언가를 놓친 것 같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는 순간, 서장원의 이야기는 늘 그곳에 있다. 누구도 쉽게 미워하지 않도록 스물세 살부터 꾸준히 소설을 써왔다고요. 한강 작가님의 책을 읽고, 처음으로 소설이 이렇게 멋진 거구나 느꼈어요. 그즈음 소설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게 됐죠. 등단을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수상 소식을 들었어요. 원래 등단 날짜를 타투로 새겨야지 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잊히면 타투를 볼 때마다 슬플 것 같아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웃음) 첫 책이 나왔어요. 각별한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매일 독자들의 후기를 찾아봐요. 다음 작품을 빨리 읽고 싶다는 반응을 들으면 행복하죠. 정말 열심히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의 말’에 쓴 두 가지 원칙이 인상적이었어요. 소설 속에서 누구도 미워하고 정죄하지 말자, 인물들이 불행한 상황에 있다면 힘이 될 누군가를 곁에 있게 해주자. 『무진기행』 ‘작가의 말’에서 김승옥 소설가가 한 말이 기억나는데요.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느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 소설가는 소설 안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요. 잘못을 저지른 인물이 있으면 벌을 줄 수 있고요. 그렇다고 소설가가 자신이 만든 인물들을 마음대로 하면 직업 윤리에 어긋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하지 말자고 생각했고요. 그래서인지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다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소설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어요. 하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해도 주변 인물이 눈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책에 실린 대부분의 소설이 다시 쓰인 이야기예요. 「주례」는 정년 퇴임한 교사 경목이 주인공이지만, 원래는 제자 용주의 이야기에서 시작했고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죽은 연인에 대한 사연을 지닌 레즈비언 동창 민주가 주인공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설을 쓰는 작가가 새로 등장하게 됐어요. 「이인용 게임」은 읽을 때마다 다른 인물이 눈에 밟히는 소설이었어요. 처음에는 복수를 하는 노영과 ‘나’의 마음을 생각하며 읽었지만, 이들에게 상처를 준 인물들도 아들을 잃은 사람들이죠. 그렇게 보면, 여기에 온전한 ‘2인용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소설에는 악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노영과 ‘나’, 그리고 노영의 어머니와 줄리아 모두 이해 가능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거든요. 2인용 게임 자체가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같아요. 둘이 있어야 게임이 가능하니까 한 명이라도 빠지면 흔들리게 되죠. 거기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쓰는 작가가 주인공이에요. 쓰면서 작가로서 성장한 것 같다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내가 왜 소설을 계속 쓰고 있을까’ 묻게 됐어요.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이 다 이해되지는 않잖아요. 지나온 일이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고, 과거의 사람이 그 순간에 어떻게 나를 생각했는지 끝까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소설 쓰기는 그 일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인물들의 현재에 영향을 미치죠. 그렇지만 그 사건이 폭발하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아요. 사실 저는 결말이 뚜렷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소설을 쓰면 표면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소설을 쓰게 되더라고요.(웃음) 제 소설의 인물들은 트라우마가 될 만큼 충격적인 일을 겪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살면서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소소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죠. 그런데 문득 과거의 한 순간을 돌아보다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걸 소설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중장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지나온 사람들은 큰 문제에 부딪칠 때 쉽게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그 영향도 있는 것 같고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인물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사실 잘 안 해요. 인물들이 이 풍경을 어떻게 바라볼까, 과거에는 뭘 했을까 자주 떠올려보는 편이죠. 「프랑스 영화처럼」은 산뜻하게 읽힌 소설이에요. ‘나’와 유재 앞에는 차별적인 현실이 있지만, 소설은 두 사람을 “솜과 천으로 만들어진 한없이 푹신한 세계”로 데려 놓아요. ‘바라는 세계’를 쓴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요. 다른 소설들은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 썼는데, 「프랑스 영화처럼」은 한번에 빠르게 써 내려갔어요.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사건이 입력돼서 출력하는 것처럼 바로 썼는데, 쓰고 나니 마음이 나아졌던 기억이 나요. 작가님의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지닌 편견과 관계의 균열도 감지돼요. 특히 「해피 투게더」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 때문에 쓰는 동안 결말이 바뀌기도 했다고요. 「해피 투게더」는 원래 화자가 게이였는데, 나중에 트랜스젠더로 바뀌었어요. 성 정체성이 변화하면서 친구 해주와의 관계도 달라졌죠. 처음에는 제목에 더 어울리게, 주인공과 친구 부부가 함께 영화를 보면서 끝나는 결말이었거든요. 그런데 설정이 바뀌면서 둘 사이에 작용하는 권력의 차이를 생각하게 됐어요. ‘나’와 해주는 긴 시간 함께한 친구지만 그만큼 서운함도 쌓이는 관계죠. 해주가 아무리 악의 없이 행동하더라도 ‘나’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 되니까요. 트랜스젠더인 주인공과 기혼자 시스젠더 여성인 해주가 마냥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히 결말도 바뀌었죠.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 어떤 욕망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는지 알고 싶어요. 처음으로 쓴 소설은 어떤 주제였나요? 노년의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잘못 내려서 길을 물어보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와서 엄마라고 부르면서 집에 데려가 감금을 해요. 그리고 어머니 대접을 하는 거죠. 왜 이 소설을 썼는지 생각해봤는데, 결국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외부에서 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할 때,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을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 지금의 소설과 다른 형태지만, 처음에는 그런 주제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가 궁금했어요. 공포 영화를 좋아해요. 스스로도 왜 그렇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좋아하지 싶은 면이 있는데(웃음) 특히 영화 <미드소마>를 만든 아리 에스터 감독을 좋아합니다. 필립 로스의 소설도 좋아해요. 항상 자신이 잘 모르는 화자에 대해 쓰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은 유대계 미국인이지만, 흑인 가정에서 자라나 백인으로 패싱될 수 있는 사람이나, 딸이 폭탄 테러를 일으킨 아버지의 이야기를 써요. 그런데도 늘 직접 겪어본 일처럼 생생하거든요. 저는 작가가 자신이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는 것 자체가 큰 도전 같고요. 앤드류 포터의 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다고요. 앤드류 포터의 소설도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는 걸 떠올리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특히 「코네티컷」을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주인공이 어머니가 젊은 시절 레즈비언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당시에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어머니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죠. 그렇게 과거의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가 재밌어요. 제 소설에도 그런 구조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신다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쓰고 있어요. 보육원에서 함께 청소년기를 보낸 두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한 인물이 장애가 있어서 시설에서 생활해야 했던 인물이라, 요즘 장애와 몸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공포와 스릴러를 워낙 좋아하니 장르물도 써보고 싶지만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웃음) 채널 예스 인터뷰 - http://ch.yes24.com/Article/View/47150

인터뷰

어느 식물학자의 예의 – 『이웃집 식물상담소』 신혜우

식물학자 신혜우의 눈에 식물은 하나의 종이나 다름없다. 길고 긴 진화의 역사를 품고 있고, 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생물이다. 나와 다름없는 존재로 볼 때, 식물에 대한 예의를 갖게 되고 존중하는 태도가 생긴다. 이웃과 나눈 식물 이야기가 『이웃집 식물상담소』라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식물상담소’를 열었어요. 플리마켓 한쪽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지역 갤러리에서 전시와 함께 하기도 했는데요. 보안책방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났어요. 중간에 빈 기간도 있었지만 2년 조금 넘게 한 것 같아요. 상담이라기보다 식물에 관해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나노 입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분이 오셔서 예상 밖의 질문을 했는데 그때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이렇게 반짝반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요. 식물상담소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우선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았고요. 의외로 진로에 관한 질문도 많았어요. 퇴직을 하고 식물 곁에서 살고 싶은데 어떤 식물과 함께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도 궁금해하셨죠. 저처럼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에 관해서도 얘기를 나눴어요. 책을 보면 식물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공존하더라고요. 여러 직장을 전전했던 30대 여자분이 있었어요. 직장에서 온갖 일을 겪었던 모양이에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다음 직장을 구하기도 전에 관뒀는데, 혼자서 자주 산에 다니셨더라고요. 한번은 산에서 쉬다가 우연히 옆에 있는 돌을 봤는데 ‘왜 이렇게 예쁘지?’라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렇게 자연에 눈이 뜨이면서 마음이 많이 치유됐다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우리는 왜 불현듯 자연에 눈을 뜨고 위로를 받는 걸까요? 식물을 통해 깨닫는 건 인간도 결국 태어나고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 아닐까요? 도시에 살면 잊고 있었던 진실을 마주하는 거죠. ‘나도 저 식물과 똑같은 존재구나.’라는 깨달음은 삶의 방향성,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현실 세계에서 아등바등 경쟁하며 치열하게 사는 것의 무의미함을 받아들인다고 할까요? 인간도 자연이잖아요. 진화론적으로 탄생한 생물 중 하나고요. 다른 생물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언젠가 사라진다는 진실뿐 아니라 나 역시 저 자연처럼, 식물처럼 이 순간 살아 있는 아름다운 존재이고 그것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겠지요. 반려 식물을 키울 때 식물의 진짜 이름(학명)과 고향을 알면 도움이 되나요? 당연히요. 원래 서식지에서 어떻게 자라는 식물인지 알면 거기에 맞는 환경을 맞춰줄 수 있잖아요. 가끔 ‘잘 자라던 식물이 요즘 시들시들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아요. 전 원래도 잘 자란 건 아니었다고 말씀드리죠. 원래 열대 우림에서 20m씩 자라던 것이 30cm 정도 크기로 적당히 있었던 것뿐이니까요. 책을 보면 식물원 온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상담자가 수시로 잡초를 제거하는 자신이 파괴자처럼 느껴진다고 얘기했다는 대목이 있어요. 잡초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강아지풀, 바랭이, 소리쟁이, 질경이 이런 것들을 뭉뚱그려서 잡초라고 하지만 다 각각의 종이에요.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인 것과 같죠. 인간이 역사를 통해 무수한 문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잡초들도 자기만의 진화 스토리가 있어요. 잘 모른다고 함부로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흔히 가꾸는 정원을 파괴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을 잡초라고 하지만 다른 생물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잡초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번식률도 너무 강하고 독점적으로 자원을 이용하고 환경을 파괴하니까요. 인간이 없어지면 다른 종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잖아요.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면 삶의 모습도 달라질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이 지구를 차지하지는 않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나도 다른 종들처럼 좀 있다가 사라지는 개체일 뿐인데, 강아지풀은 평생 사는 동안 지구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반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내 생활은 어떤가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책에는 절화를 보고 ‘살아 있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이미 죽은 꽃’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와요. 저는 잘린 꽃이 살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뿌리도 잎도 없이 꽃만 댕강 잘려서 팔리는 꽃은 죽은 게 맞죠. 사람들은 잎이나 뿌리보다 꽃에 관심이 더 많아서 예쁜 꽃을 모아서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하는 것 같아요. 거베라의 꽃은 기억하지만 거베라의 잎과 뿌리의 형태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 꽃부터 뿌리 끝까지가 하나의 식물이고 살아 있는 모습인데 말이죠. 원예 품종으로 나온 꽃들에 대한 식물학자의 생각은 어떤가요? 절화로 판매되는 꽃은 대부분 원예 품종이에요. 교배를 하기도 하고 DNA를 건드려서 만들어내죠. 원예학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지 예쁘게 보이기 위해 종의 근본을 건드리는 일이 꼭 필요한가?’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어떤 뉴스를 봤는데 일본에서 파란색 국화를 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국화는 원래 야생 종류 중에서는 파란색 색소를 내는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어떻게 교배를 해도 안 나와요. 근데 파란 국화를 만들고 싶어서 초롱꽃의 DNA를 넣어 파란 국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추운 겨울에 털이 많이 있었으면 싶어서 고릴라의 DNA를 인간의 몸에 주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종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야생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야생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언젠가 맞이할 죽음에 대해서 걱정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식물을 키우다 사랑하는 마음이 과해서 죽이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과습으로 뿌리를 썩게 만들거나 지나친 영양을 주어 죽게도 하죠. 사 온 식물이 알고 보니 1년생, 2년생이어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도 해요. 고도로 조작된 원예 품종 중에는 첫해에만 예쁜 꽃이 피도록 하거나 번식을 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하죠. 식물의 원래 특성이나 상품으로 팔기 위한 전략 때문에 죽는 경우도 있는 거예요. 과한 사랑이 문제였다면 거리를 둬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식물이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걸 깊이 깨달아서 식물을 위한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계기도 만들고요. 식물을 좋아한다면 키우던 식물이 죽더라도 용감하게 계속 좋아하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진짜 식물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자연과 그림을 가까이하면 좋다고 하셨어요. 아이가 여섯 살 이전에 자연을 충분히 접하지 못하면 평생 자연과 가까워지기 힘들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자신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이어져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린이를 위한 자연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비록 동물학자들보다 인기는 떨어지지만 어린이들을 만날 때면 각별히 관심이 가고, 특히 식물을 좋아하는 ‘외로운’ 어린이를 보면 응원해 줘요. 그리고 그림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표현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초등학생 이후에 그림을 손에서 놓잖아요.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그림도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인데 그냥 잘라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책을 읽을 때도 식물이 등장하면 유심히 본다고요. 소설이든 시든 식물이 등장하는 부분은 꼼꼼히 읽는 편이에요. 일단은 학명이 맞는지 살피는데 그런 건 그냥 눈에 보이더라고요. 좀 감상적인 글의 경우에는 대부분 식물이 관대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로 등장해요. 어떤 편견이 있는 거죠. “떡갈나무를 닮고 싶다. 그 포용력” 이런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게 재밌더라고요. 동물은 그 동물의 특성에 맞게 개성도 부여되고 다르게 등장을 하는데 식물은 대부분 이미지가 비슷해요. 생태적 특성을 보자면 글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 단어의 아름다움 때문에 사용하는 것도 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글도 만나는데요,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의 작품에선 작가가 식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썼다는 게 느껴져요. 자연을 향한 낭만적 시선이란 건 뭘까요? 어떤 식물이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꽃은 나를 위해 피어난 게 아니에요. 식물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하나의 생물이라는 시선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나에게 필요한 거지, 식물이 그것 때문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식물상담소를 찾아온 분들에게 종종 “식물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냐?”라는 질문을 하신다고요. 작가님께 식물은 어떤 존재인가요? 저는 식물과 제가 지구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서로 피해 주지 말자고 생각하죠. 그림을 그리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식물을 사랑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관찰하고 그리는 이유가 그것이겠죠. 저처럼 식물을 연구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서 앞으로도 열심히 제가 본 식물의 세계를 그림으로 대신 알려주고 싶어요. 채널 예스 인터뷰 - http://ch.yes24.com/Article/View/50942

인터뷰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이다 저자 인터뷰 – 국내 최초 이탈리아 복원사의 교양 미술 안내서

그림은 빛과 산소 때문에 색이 바래고 미생물에 의해 썩기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화 과정을 겪고, 불의의 사고나 재해로 손상되기도 한다. 그럴 때 훼손된 그림을 치료해 원래 모습으로 되살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술품 복원사다.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 이다가 르네상스 시대 명화의 감동을 되살려낸 미술 교양서이다. 신 중심의 중세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합리적 사고로 변화한 르네상스 시대에 지성와 이성, 영혼, 사랑, 죽음 등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탐구했던 화가들의 작품과 통찰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시간과 함께 지워져간 명화 속 휴머니즘을 되살려낸다. 그리고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그림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당신은 어떤 명화로 영원히 남고 싶으냐고. 저자의 섬세하고 다정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내면의 가치를 느끼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탈리아 복원사가 들려주는 교양 미술서는 국내 최초라 많은 독자가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복원사’라고 하니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가 떠오르고 낭만적인 느낌도 들어요, 어떻게 복원사가 되신 건지, 복원사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직업을 결정하는 일은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한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즉흥적인 생각으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그것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대학 동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너 학교 다닐 때, 피렌체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서 복원사가 될 수 있다고, 그걸 하고 싶다고 했어” 그러는 거예요. 나는 30대에 복원사를 처음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대에도 복원사를 알고 있었다는 거죠. 운명은 한 번 비껴가도 언젠가 다시 돌아와 또 내 앞에 그 길을 놓고 손짓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복원사가 되는 건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복원사의 매력이요? 엄청난 가격의 그림을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그림의 속을 파 볼 수 있다는 사실이죠. 현미경으로 작가의 붓 자국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와 사귀는 것 같아요. 미술관에서 그림을 바라만 보는 관계를 넘어 작가와 좀 더 가까워진 관계가 되는 것 같아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집니다. 작품 제작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만나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죠. 복원사의 시선으로 미술을 감상하면 새로운 매력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이 지금까지 나온 미술 교양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복원은 작품 상태를 진단하고 작품의 역사를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사용된 재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제작 기법을 이해하고 작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죠. 한 작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복원을 할 수 없기에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이해함으로써 복원의 완성도를 높이죠.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보는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복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몇 년의 과정이 걸리는 것처럼 작품 하나를 이해하는데 역사적인 사실과 제작 과정, 작가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담았습니다. 작품의 해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를 통해 작가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 같은 것이죠. 미술 작품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복원 과정은 작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생각과 성격, 시대의 화두와 욕망을 연구한 역사적인 사실과 복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천천히 한 작품을 음미하는 미술 안내서입니다. 책에는 지성, 영혼, 사랑 등 인간에 관한 13가지 주제를 다룬 르네상스 작품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접하고 공부하셨을 텐데 그중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술은 인간의 생각과 성격을 시각 언어로 기록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인문학적인 관점을 가진 미술은 르네상스 미술에서 출발했습니다. 르네상스 미술, 특히 제가 공부한 회화 분야에 있어서는 중세 화가 조토가 화면 구성에 질서를 부여한 이래로 그림을 구성하는 회화의 기본 요소들이 르네상스 미술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지성을 표현하는 노력이나,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의 순간을 눈물로 표현하는 작품을 분석하면서 인문학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들의 삶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에는 그런 인간에 대한 성찰이 가장 성실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도 담겨 있죠. 르네상스 미술은 인간을 성실하게 성찰하고 미술을 통한 표현 방식을 정착한 시대의 미술입니다. 인간이라는 주제와 표현 방식을 이해하면 우리 시대의 미술인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방식도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화가들의 에피소드도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책을 쓰면서 다양한 연구서를 읽다 보니 르네상스 시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가령,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보티첼리의 뮤즈라고 불리는 여인,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화가가 세 들어 있는 화실의 건물주 며느리라는 사실 같은 것이죠. 화가의 단순한 뮤즈로 미모를 흠모한 것이 아니라 건물주 며느리였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는 그녀를 그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 보티첼리가 처한 현실이 웃프기도 합니다.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저녁에는 식당 알바를 했다는 사실과 그걸 계기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최후의 만찬>에도 자신이 자신 있게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그려 넣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천재나 화가들도 현실에서는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았다는 사실에, 뭐랄까요, 예전보다는 더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에 실린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위로를 받았거나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준 특별한 작품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미술에 빠진 이유는 모든 작품이 다 이야기가 있고 아름답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 깊이가 무한하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가령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린 <브레라 제단화>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제단화이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수학의 결정체일 뿐 아니라 입체도형에 대한 분석, 수직수평선 교차를 통한 기하학에 대한 연구로 가득한 작품이라는 것이죠. 그뿐 아니라 빛과 그림자를 통해 만들어진 공간 표현이 작가의 시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미술이 시적 영감을 형상화했다는 보티첼리의 <봄>의 해석이 <브레라 제단화>의 공간을 더욱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렇듯 미술 작품을 분석하면서 느낀 무한의 깊이가 저에게 미술의 매력에 빠지게 했습니다. 얼마나 더 공부해야 미술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지 그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과, 인내심을 갖고 그 작품들을 복원하는 복원사들의 진지한 태도에서 제 삶의 자세를 고치게 되었으니까요. 이젠 느리게 가도 되니 제대로 알고 그 깊이를 통해 감동받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습니다. 책 본문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의 감상법을 두고 “작품을 마치 인간처럼 대했습니다. 복원할 때도, 감상할 때도 작품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었습니다”라고 설명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탈리아의 미술 감상법은 어떻게 다른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서양 미술의 기원을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꽃피워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 작품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에는 도시마다 아름다운 작품들이 넘쳐나는 미술관으로 가득합니다. 그런 문화유산과 조상들을 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도 궁금해서 복원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거니까”라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시시한 대답을 듣고 당황했는데, 공원에 가서 노는 강아지들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반려견의 역사도 몇 백 년이나 되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강아지는 그냥 가족입니다. 나와 다르게 돌봐줘야 할 객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미술 감상법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들이 지켜야 할 유산이며 가족처럼 늘 함께 있는 것이라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전시회가 열리면 평일 저녁에도 퇴근 후에 청바지를 입은 아버지가 어린 딸과 손잡고 그림을 보고, 할머니들도 마실 나가듯 전시회를 갑니다. 그림 보고 차 마시고 이야기하는 평범한 할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죠. 강아지를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나 미술을 인간처럼 대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늘 그들 곁에 있고 기쁨을 주는 것들이니 사랑으로 대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자주 찾아보는 것이죠. 전 연령이 고르게 미술을 즐기는 모습이 저에게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술 감상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취재를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는 남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좀 설명해 줄 수 있겠니?”라고 물으니 그는 5분 동안 내게 설명을 하더군요. “그럼 이 그림이 왜 좋니?” 하니 자신은 이 그림에 감추어둔 절망과 분노의 표현이 끌린다고 합니다. 20대로 보이는 그 이탈리아 청년은 미술전공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림을 감상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말할 수 있었죠. 이탈리아에서는 학생 때 체계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는데, 그들의 미술 교과서를 보면 우리나라 동아백과가 생각날 정도로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런 교육을 잘 받으면, 자유롭게 미술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미술 감상을 즐기는 사람들의 공통된 태도가 하나 있는데, 미술을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다른 언어로 표현한 인간의 이야기, 자연의 이야기를 눈으로 관찰하고 생각하며 감상할 뿐이니까요. 사람마다 미술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로 주제넘게 제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친구 대하듯, 오랫동안 자주 만나고 천천히 눈으로 색과 형태, 구성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미술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눈으로 관찰하는 훈련은 미술을 그린 화가의 생각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채널 예스 인터뷰 - http://ch.yes24.com/Article/View/50751

인터뷰

[동아일보] ‘레슨 인 케미스트리’ 저자 인터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코다’와, 제작비 1000억 원을 들인 드라마 ‘파친코’로 2연타를 친 애플TV플러스의 기대작 중 하나는 곧 촬영에 들어가는 드라마 ‘레슨 인 케미스트리’(다산책방)다. 여성 과학자가 전무하던 1960년대 화학자인 엘리자베스 조트가 편견을 이기고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성공을 거두는 과정이 그려진다. 당시 주부의 식사 준비는 허드렛일 취급을 받았지만 요리를 진지한 화학실험으로 대하는 조트의 모습에 전국 여성들이 열광한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캡틴 마블’ 역으로 유명한 배우 브리 라슨이 원작 소설을 보고 주연을 자처했다. 소설은 202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원고가 공개된 직후 22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국내에선 9일 출간됐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놀랍게도 저자 보니 가머스(65)의 데뷔작이다. 평생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뒤늦게 유년시절 꿈인 소설가가 된 그를 지난달 17일 화상으로 만났다. 가머스는 “책의 첫 장을 썼던 5년 전 그날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입을 열었다. 당시 과학·기술 분야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그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조직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회사에서 발표를 했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다가 똑같은 아이디어를 남자 상사가 발표하니 다들 좋다고 하더군요. 당시 미팅룸엔 저 혼자 여자였어요. 그런 식으로 제가 한 일이 다른 남성의 공으로 돌아간 적이 많았어요. 그날 너무 화가 난 상태로 집에 와 책상에 앉았는데 엘리자베스 조트가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바로 노트북을 열고 첫 장을 쓰기 시작했어요.” 조트는 명석한 화학자의 자질을 갖췄지만 그의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박사과정에서 담당 교수는 조트의 실력보다 그의 아름다운 외모에 더 관심이 컸고, 자신의 일방적 구애를 거절한 조트에게 누명을 씌워 박사과정에서 조트를 쫓아낸다. 조트는 어렵사리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들어가지만 남성 과학자들은 그의 성과를 가로채고, 여성 직원들은 “얼굴로 여기까지 왔다”며 그의 실력을 폄하한다. “책이 발간된 뒤 수백 명의 여성 과학자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들은 책에 묘사된 1960년대 실험실 풍경과 지금 그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군요. 승진이 어렵고, 논문의 아이디어를 도난당하는 상황이 많다고요. 과학계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해요.” 5년 간 책을 쓰면서 1960년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데 참고한 자료는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불리는 1963년작 ‘여성성의 신화’(갈라파고스).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아이를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는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만 강요받는 당대 시대상을 비판한 책이다. “저의 어머니 세대의 시절을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었어요. 당시 여자는 수표에 서명을 하려면 남편의 공동서명이 필요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을 소유할 수도 없었죠. 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사서, 간호사, 교사 뿐이었어요. 1960년대에 비해 상황은 나아졌지만 충분치 않아요. 유년시절 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에 기대되는 역할이 달랐고, 지금도 직장에서 남성과 같은 일을 해도 보수를 덜 받거나, 공을 빼앗기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되죠.” 책이 성공을 거둔 만큼 그가 드라마에 거는 기대도 크다. 드라마 제작을 위해 꾸려진 팀 구성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에린 브로코비치’ 각본가로 유명한 수재나 그랜트가 드라마 각본을 맡는다. 주연 조트 역을 맡은 라슨은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한다. 그는 “라슨의 소속사에서 책을 읽어볼 독점적 권한(exclusive read)을 달라고 먼저 요청했고, 원고를 읽은 라슨이 ‘엘리자베스 조트를 스크린에 그대로 살려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며 “라슨은 페미니스트이자 훌륭한 배우이기 때문에 조트를 훌륭하게 연기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615/113939371/1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인터뷰

전국 교사 선정 베스트 유튜브 ‘교양만두’ 인터뷰

구독자 62만, 누적 조회수 1억 2천만! 유튜브 최고의 역사·지식 교양 채널 〈교양만두〉의 첫 단행본이 출간됐다. 〈교양만두〉는 일상 속 엉뚱하고 사소한 질문들을 역사·과학·예술 상식으로 바꿔주며, 구독자들이 콘텐츠 발행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인기 채널로 자리 잡았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은 물론, 2020년에는 ‘교사가 선정한 베스트 유튜브 채널’에 선정되며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까지 보장받은 탄탄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이번 책 『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는 가장 사랑받았던 대표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면적인 내용 보강을 통해 각각의 주제를 뛰어넘어 다채로운 역사 상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63만 교양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의 첫 단행본이 나왔어요. 팀 교양만두와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에서 일상 속 다양한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는 팀 교양만두입니다.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 교양만두는 2020년부터 영상의 형태로 세상의 모든 지식과 교양을 전달해왔습니다. 저희의 이번 신간 『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는 많은 사랑을 받은 저희의 콘텐츠를 한층 더 깊이 있고 면밀하게 탐구해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제작하다보면, 아쉽지만 영상 속 이야기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가장 적당한 길이로 완성하기 위해 조금씩 편집된 다양한 지식의 줄기들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단행본에서는 그 줄기들을 놓치지 않고 모두 담아내면서도 진입장벽 없이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교양만두> 채널의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처음 캐릭터 디자인을 잡아갈 때 굉장히 단순하게 접근했습니다. 팀원들 각자가 생각하는 서로의 이미지나 성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잡아갔죠. 예를 들어 ‘만두’는 정말로 만두를 좋아합니다. 강아지 캐릭터인 ‘짠미’나 고양이 캐릭터인 ‘워니’의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멤버들입니다. 일상의 대화와 관심사가 반려동물을 향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닮은 캐릭터가 되었어요. 물론 캐릭터는 지식과 교양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풍부한 표정을 지을 수 있고, 여러 시대의 옷도 잘 소화할 수 있는 모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을 거치는 것 같은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팀원들은 한 주씩 돌아가면서 각자의 영상을 전담해 내레이션 대본과 애니메이션 콘티를 제작합니다. 비유하자면 하나의 영상에 한 명의 책임 프로듀서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물론 이 과정에서 일러스트가 내용을 충분히 흥미롭게 담고 있는지, 이야기 흐름이 지루하거나 전개가 뜬금없이 느껴지지는 않는지를 팀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 해주며 많은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가령 이번 주에 ‘아리’가 대본과 콘티를 주도해 만들 차례라면, 여기에 ‘만두’와 ‘짠미’가 작화나 내레이션에 재미를 더하고 ‘워니’가 각종 밈이나 이슈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모아 도움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일러스트 제작과 영상 편집 단계에 들어가죠. 영상을 올리기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구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제목과 미리보기 이미지를 위해 영상 발행 당일까지도 회의가 계속되거든요. 도서 『교양이 쌓일 만두하지?』에서 유튜브 대표 영상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에 더해 전면적인 내용 보강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주요 역사의 흐름을 보다 거시적으로 잡아갈 수 있도록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르네상스, 종교개혁, 산업혁명, 아편전쟁, 제1·2차 세계대전처럼 꼭 알아야 할 역사의 굵은 줄기에 집중했고요. 한 권의 책에서 주요 역사의 흐름을 보다 거시적으로 잡아갈 수 있도록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르네상스, 종교개혁, 산업혁명, 아편전쟁, 제1·2차 세계대전처럼 꼭 알아야 할 역사의 굵은 줄기에 집중했고요. 또한 한국 역사를 알아보는 영상 콘텐츠를 단행본에서는 세계사의 관점에서 확장해 살펴본다거나, 본문에서 다루는 사건에서 파생된 또 다른 사건을 ‘교양을 더 쌓을 고양!’이라는 별도의 페이지에 정리했어요. <교양만두> 콘텐츠 중에서 ‘이 편 내가 봐도 너무 재미있다!’하는 편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릴게요. 모든 콘텐츠를 꼽고 싶지만(웃음), 말씀하신 것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한국에 ‘김, 이, 박’ 씨가 유독 많은 진짜 이유〉라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김, 이, 박’이라는 성씨를 통해서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인데요. 그러면서 한국인인 우리 안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계급의식을 조금 비틀어서 소개합니다. 구독자분들이 저희의 콘텐츠 주제로 가장 많은 요청을 받는 주제가 역사입니다. 물론, 캐릭터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재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간 각도를 다르게 바라보았을 때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되어 흥미가 생기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인’ 혹은 ‘한국 문화’를 조금 더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물론 조회수도 좋았고요! <교양만두〉 채널과 팀 교양만두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2년 넘게 정기적으로 발행 중인 영상을 더욱 재미있게 구성하는 게 언제나 저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준비 중인 새로운 콘텐츠도 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해봤을 여러 감정들을 ‘사회학’적으로 풀어보는 영상을 준비 중입니다. 새롭게 보여드릴 날이 벌써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의 서문을 통해서도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여기서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를 통해 어떤 하나의 단편적이 궁금증이 해결됐다는 만족감을 드리기보다는 ‘그럼 이건 뭐지?’ 하는 새로운 궁금증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궁금증이 떠올라서 그걸 탐구해가다 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나오는 무수한 질문들을 마주하게 되실 거예요. 그럼 그걸 또 탐구하고, 그와 연결된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고 다시 탐구하는, 궁극적으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의 책이 그 욕구를 자극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50849)

인터뷰

시각을 잃은 김동현 판사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

김동현 저자 『뭐든 해 봐요』는 로스쿨 재학 중 의료사고로 실명, 시각장애인이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법관이 된 김동현 판사의 첫 번째 에세이. 인생이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간다. 김 판사는 절망 대신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결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지금 나한테 최선인 일을 해나가는 의지, 그리고 주위의 보살핌과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삶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  책에 사고를 받아들이는 태도,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 공부법이 자세히 나옵니다. 잘해나가다가도 벽에 부딪히는 때가 많으셨을텐데요, 어떤 순간이 특히 힘드셨나요? 또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추스리고 이겨낼 수 있었나요? 정신적으로는 사고 후 몇 달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절할 때가 제일 힘들었고요 한 달동안 매일 3천 배 절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치유되었어요. 사실 절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주변 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큰 고비를 하나 넘고 나니 일상에 돌아왔을 때도 예전 절할 때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졌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책 구하는 것 공부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었는데요. 다행히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힘을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잘 못 하겠더라고요. 책 곳곳에 작가님의 현실적인 감각과 유쾌한 마인드가 엿보입니다.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랄까,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자기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주관적으로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아프고 힘들거든요.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일단 내려놓고 해결 방법에 집중합니다. 다른 사람 일인 것처럼 일부러 한 발짝 물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죠.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잖아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잘 되면 감사하고 잘 안 되어도 스스로 할 만큼 했으면 괜찮다 하고 넘어갑니다. 그 과정이 늘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니 그 사이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찾는 거죠. 답을 알아도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여기가 바닥이라 생각하고 더 바닥이 나오면 거기가 바닥이 아니었나보다 합니다. 그럼 올라갈 일만 남은 거니까 한 발짝 더 내딛어볼 수 있죠. 장애가 있는 호주의 언론인 스텔라 영은 “Im not your inspiration(나는 당신에게 영감을 주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판사님도 프롤로그 말미에 그런 점을 밝히셨습니다. 이 말씀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그 말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예전에 장애인 인식 개선 강의에서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거든요. 저는 그 말이 장애인을 보고 영감을 받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영감을 받기 위한 대상으로 장애인을 소비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무엇인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보아 달라는 거죠. 장애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속성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요.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우리 모두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장애가 있어도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요? 접근성과 편의 제공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정당한 편의제공이라고 해 두고 접근성에 관련한 것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보통은 크게 구별하지 않고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둘 다 목적은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있더라도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일한 활동을 할 수 이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리 접근성을 갖추어 두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쓸 수 있고, 접근성이 부족하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서 장애를 느끼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오셨고 책에서 이 일에 대한 진지함과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어떤 판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좋은 재판을 하는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기록을 꼼꼼히 읽고 법리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예단을 가지지 않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결과에 있어서도 내가 내린 결론이 일방에게 너무 가혹하다면 과연 합당한 결론인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누군가의 인생에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법부는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까지 소홀하지 않고 소중하게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가장 즐기시는 건 무엇인가요? 또는 새롭게 도전하고픈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몇 달 동안 책 쓰느라 뭘 제대로 즐기질 못했습니다. 이제 날이 풀리니 다시 달리기도 하고 있고, 어깨 재활도 끝나 가니 조만간 쇼다운도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코로나에 부상에 집필까지 이래저래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동네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열심히 훈련해서 버킷리스트인 장애인 체전 금메달을 올해는 꼭 따고 싶고, 내년에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습니다. 쇼다운 대회 나갈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책을 보면 무조건 해 보라는 건 아니신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인가 시작하기에 주저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것을 찾기도 힘든데 그걸 찾았다면 어떻게든 해 보는게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이 아닐까요? 저는 할까말까 하다 안 한 것들이 나중에 후회로 남더라고요. 소소한 것은 가볍게 시작해볼 수도 있고, 중대한 것은 어느 정도 전략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고민도 해 보고 주변에 조언도 받으면서 찾아 나가면 됩니다. 도전하고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조차 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설령 능력이 부족하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 그만두더라도 도전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있고요. 주변에서도 도전하는 사람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출처 - http://ch.yes24.com/Article/View/49534

인터뷰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탁월함은 완벽함 아냐… 공감, 성실 등 정서 저력이 핵심”

새로운 탁월함의 시대를 선언한 책 '엑셀런스'의 저자 도리스 메르틴(Doris Martin).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탁월한 문학적 통찰력으로 잠재력과 성공을 연결시켰다. 우리는 누구나 탁월함을 갈망한다. 탁월한 존재만이 대체되지 않고 탁월한 사람만이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오래도록 탁월함을 지향했다. 나에게 탁월함은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성도, 높고 안정된 경지를 의미했다. 드높은 이상과는 달리 나는 오랜 세월 외다리로 선 홍학처럼, 머리에 김이 나는 붉은 얼굴로,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지나치게 애를 썼다. 일종의 탁월함 연기랄까. 그러다 한번 심하게 고꾸라진 후에야, 그것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포즈였는지 깨달았다. 탁월함은 곡예도 아니고 우월감도 아니며 완벽함은 더더욱 아니다. 계속할 수 없다면, 공감받을 수 없다면 탁월함이 아니다. 다행히 언제부턴가 조금씩 인터뷰이들에게 학습한 ‘즐거움과 잘함과 계속함’의 삼각대로 균형을 잡으며, 조금씩 하루 하루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탁월함이란 평생 지속가능한가? 탁월함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전작 ‘아비투스’로 엘리트들의 특징을 낱낱이 파헤치고 재조립했던 독일의 자기계발 전문가 도리스 메르틴이 신작 ‘엑셀런스’로 돌아왔다. 그는 ‘엑셀런스’에서 탁월함을 ‘더 나아지려는 투지와 습관’으로 정의했다.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주요 동력은 성실성이다. 과거의 나처럼 탁월함을 연기하느라 번아웃된 평범한 사람들, 우월함과 완벽함 사이에서 길을 잃은 천재들에게, 그가 제시한 해법은 매우 희망적이다. “독서로 야생의 감각을 살려라.”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라” 우연을 자본화하는 세렌디피티의 마법부터 윌 스미스에게 부족했던 자제력 해결법까지… 지속가능한 탁월함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도리스 메르틴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도리스 메르틴은 전작 '아비투스'에서도 최상층에 오르는 7가지 자본을 다뤄서 전 세계적으로 자기계발 열풍을 일으켰다. -탁월함이란 무엇인가요? “탁월함이란 오늘의 상태를 뛰어넘어 더 성장하려는 노력입니다. 특정 상태가 아니라 최정상에 가까워지려는 의지 그 자체죠.” -탁월함은 출중한 능력 그 자체가 아니던가요? “아닙니다. 타이거우즈가 말했어요. 자신이 언제나 완벽한 스윙을 하는 완벽한 골퍼가 될 수 없음을 안다고. 최선을 끌어내고자 할 뿐이고, 그게 직업적 탁월함이라고요. 탁월함은 능력보다 습관에 가깝습니다. 이를테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해도 과감하게 시도해보고, 모른다고 인정하고, 타인의 요구에 반응해서 방향을 수정하는 등 모든 형태의 포용 능력입니다. 우리가 지닌 최고의 보물이죠.” -당신은 탁월합니까? 언제 스스로 탁월하다고 느끼나요? “최근에 저는 자전거 사고를 당한 후 저의 탁월함을 느꼈어요. 평범한 나였다면 다시는 타고 싶지 않았을 테지만, 점차 두려움을 극복했고 다시 안장에 올라타 페달을 밟았죠. 탁월함은 영웅적 업적과는 무관해요. 이런 작은 일상의 결정에서 탁월함이 드러납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더 간단한 해결책과 더 탁월한 해결책을 갖고 있죠. 얼마나 친절할지, 무엇을 노력할지, 어떻게 자제할지 등등.” -코로나 이후 탁월함이라는 키워드가 더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는 코로나와 디지털화가 주는 압박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VUCA 세계입니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예요. VUCA 세계에서는 기후변화 같은 메가 트렌드도 보통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변화를 요구받죠. 요는 익숙한 생활 양식은 한계에 부딪혔고 우리가 알던 지식과 가치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겁니다. 표준화된 솔루션이 사라졌기 때문에, 과거에 소수에게 필요했던 탁월함이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해진 거죠. 수영장에서 물장구만 치던 감각으로 거대한 파도를 넘을 수는 없으니까요.” 도리스 메르틴은 VUCA 세계에서는 전문 역량보다 정서 역량이 더 큰 성공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엑설런스’에서 탁월함의 잣대로 호기심, 자기성찰, 공감, 의지력, 평정심, 민첩성, 공명 능력 등을 제시했는데요. 보통 사람이 능력을 다 갖출 수는 없어요. 혹 우선순위가 있습니까?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한지는 각자의 성격과 직업적 환경에 따라 다를 거예요. 사람마다 어떤 능력은 이미 충분히 갖췄고 어떤 능력은 부족할 겁니다. 여기서 공감, 정서적 주권, 의지력은 시대를 초월한 능력이고 공명, 민첩성, 리더십은 새롭게 우선순위를 차지한 능력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공명과 정서적 주권을 중요하게 꼽습니다. 조직에서는 신뢰로 뭉친 다양한 사람이 서로 공명해야 공동체의 미래가 밝습니다. 개인에겐 무엇보다 정서적 주권이 중요하죠.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훌륭하게 행동할 수 있어요.” 제 94회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스미스의 아내에 대해 부적절한 농담을 한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윌 스미스. -최근 윌 스미스는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도 부적절한 폭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탁월함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조차 자제력과 평정심을 잃기가 얼마나 쉬운가요? “맞아요. 감정은 급행열차와 같죠. 조심하지 않으면 그것에 깔릴 수 있어요. 모든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면, 자극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보다 더 탁월한 반응을 찾을 수 있어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죠? “멈춰서 질문해야 합니다. 무엇이 중요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다른 사람이 쳐다보듯 나를 관찰해야죠. 미셸 오바마는 청소년기 이후로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나는 충분히 우수한가? 이것은 내게 충분히 유익한가? 이런 식의 자문자답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단번에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일단 물러서면 많은 일은 저절로 조정됩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심호흡을 하세요. 적나라한 분노를 쏟아내면 주목은 받겠지만, 탁월함과는 거리가 멀어져요. 최악의 상황을 그려본 후 서서히 압력을 낮추세요. 제 생각에 그런 정서적 주권을 쥔 대표적인 사람은 버락 오바마입니다. 그는 자부심과 기쁨은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트럼프 시대에조차) 좌절과 분노는 적절하게 제어했어요. 반응의 적정 온도는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따뜻함이에요.” 오스카 해프닝 이후 SNS는 윌 스미스의 처신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소란스러웠다. 전 세계에서 윌 스미스에게 날아든 수많은 조언 중 가장 탁월한 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대신 수상하러 나가서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라. ‘제 아내는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아름답고 강하고 멋진 사람이며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크리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건 웃기지도 않고 옳지도 않아요’라고.” 스스로 선택한 결핍이 정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도리스 메르틴은 감정 제어에 유용한 나침반으로 스토아 철학을 받아들일 것을 권유했다. -스토아 철학의 어떤 점이 평정심에 도움을 주죠? “스토아 철학의 기둥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겁니다. 선거에 패배하고 금메달을 놓치고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더라도 세상 끝난 것처럼 굴지 말자. 왜? 애초에 그것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부정적 감정의 파도를 타지 않으려면, 내가 통제 가능한 선에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는 거죠. 인스타 게시글에 반응이 없으면 세상이 끝난 것 같고, 택배가 늦으면 머리에서 김이 나는, 이런 상황을 제어하려면 평소에 작은 역경을 초대해 면역력을 키워야 해요. ‘자발적 포기’를 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 동안 커피 없이 살아본다든가, 차를 타지 않고 몇 정거장 걷는다든가… 스스로 선택한 결핍이 정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어쩌면 자제력이 탁월함의 마지막 방어선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탁월함의 시작인 호기심은 어떤가요? “’팩트풀니스’를 쓴 한스 로슬링이 그랬죠.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에 열려있다는 것이고, 그 정보가 자신의 세계관과 맞지 않아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요.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개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달라요. 새로운 맛의 요거트, 새로운 장르의 음악조차 싫어합니다. 낯선 정보는 기존의 틀을 흔드니까요. 하지만 창조성은 세계와 마찰할 때 생깁니다. ‘하던 대로’ 하지 않는 개방성만이 재능을 확장하죠. 호기심 많은 사람은 호시탐탐 즐거운 기회를 노립니다. 다른 공간의 아이디어도 순식간에 스위치 해서 자기 분야에 적용하죠. 가령 월트 디즈니는 딸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에게도 저런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물이 디즈니랜드죠. 설계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훅 낚아챈 겁니다.” -그런데 호기심과 혁신 부분에서 MZ세대가 뒤처진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사람들은 Z세대가 혁신과 모험을 좋아하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죠. 아쉽게도 아니었어요. 저성장 시대가 오래 지속하면서 젊은 세대는 비관주의라는 방어적 태도를 습득했어요. 안타깝지만, 지금의 Z세대는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생활방식, 여행과 가족, 직업과 여가의 균형에 기대치가 높습니다.” 영화 '세렌디피티'의 포스터. 우리는 현재 더 많은 우연의 축복을 받고 있다. -이즈음에서 세렌디피티 이야기를 해볼까요. 모험과 우연에 몸을 맡길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세렌디피티의 축복인데요. 요즘엔 이 세렌디피티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포착하는 재능입니다. 압박과 표준이 없는 환경에서 더 많이 일어나죠. 코로나 이후 세계는 아프리카의 야생과 비슷한 환경입니다. 불확실성, 변동성이 높아서 야생의 감각이 필요하죠. 야생의 감각을 키우는 데는 무작위적인 독서가 좋습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50권이 넘는 책을 읽어요. 그런 태도야말로 세렌디피티의 전제 조건이죠.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필터 버블, 알고리즘 환경과는 확연히 다르니까요.” -세렌디피티의 마법을 자주 누리시나요? “저는 매일 글을 쓸 때 이런 ‘세렌디피티’를 경험해요. 완전히 다른 맥락의 어휘, 이야기, 주장들이 나의 주제에 맞게 배열되고 신선한 표현들로 뿌리 내려요. 우연한 자극을 감지했을 때 작은 영감조차 알뜰하게 가져다 쓰죠. 여기서 슈퍼 인카운터링(super-encountering)이 필요해요. 슈퍼 인카운터링은 정보를 찾을 때 그 가치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행위입니다. 세렌디피티의 수혜를 누리려면, 일단 그런 우연한 목격의 가치를 알아차려야 해요. 그다음 자신의 프로젝트나 제품에 통합하는 추진력이 필요하죠.” 우연은 오직 그 가치를 알아차리고 끈기 있게 자본화하는 사람에게만 유용하다고 했다. 그 자신, 뭔가 흥미로운 것이 발견되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고. -그만큼 다른 지식에 열려있고 민첩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이젠 일도 사생활도 100% 계획할 수가 없어요. 과거의 솔루션이 통하지 않기에, 훨씬 더 자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동안 민첩성을 약삭빠름이나 기회주의로 혼동해왔지만, 이제는 ‘유연한 대처’만이 살길이죠. 새 마음으로 계속 앞을 확인하면서 운전하는 법을 배워야죠.” -계속 변화를 주시하고 낯선 상황에 열려 있어야 한다면, 저 같은 안정추구형에게는 매우 힘든 수행능력입니다. 대본에 따라 플레이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어떻게 재즈뮤지션처럼 반응할 수 있을까요? “아주 탁월한 비교네요! 민첩한 사람 역시 안정 추구 계획형처럼 나침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예로 보면, 목적지는 감동을 주는 콘서트가 되겠지요. 클래식 연주자는 리허설을 거친 꼼꼼한 프로그램을 가진 반면, 재즈뮤지션은 주로 대략적인 방향을 따릅니다. 큰 그림을 보면서 순간순간 분위기를 파악해서 청중과 속도를 맞추죠. 무엇보다 너무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아야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합을 맞추려면, 사실 언제든 불러낼 수 있도록 전문성이 높아야 합니다.” "좋은 습관은 몸에 붙지 않아요. 몸에 배게 하겠다는 스포츠 정신으로 장착해야죠." -전문성의 바탕은 재능인가요? 성실인가요? “성실성이죠. 성실성이야말로 전문성의 기본 연료이자 내적 시스템입니다.” -성실성은 어떻게 길러지나요? “성실을 시스템화한 것이 좋은 습관이죠.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잘라보면, 삶에서 이루는 것 혹은 이루지 못한 것은 많은 소소한 습관들의 영수증입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습관은 쉽게 몸에 붙지 않아요. 몸에 배게 하겠다는 스포츠 정신으로 장착해야죠.”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과 안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이 여전히 탁월함의 근육을 만드는 데 절대적이라고 보나요? “그럼요. 스포츠, 음악, 문학…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매너리즘을 통과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을 할 때 결과물의 탁월함은 누가 결정합니까? “고객이죠. 고객의 소망이 세밀하게 반영되었는가가 탁월함의 잣대입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을 쏟으려는 그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탁월합니다. 아무리 고매한 건축가라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설계해야 하고, 의사는 병원이 아닌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내야 해요. 여기서 완벽함과 탁월함은 구분해야 합니다. 완벽주의는 개인의 이상에 초점을 맞추죠. 반면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기준은 고객입니다. 고객에게 최적화 되어있느냐. 자신의 관점을 고객에게 투사하지 않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솔루션을 찾아요.” -고객과의 공감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죠. 그런데 한편으론 너도나도 공감을 이야기하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공감을 보다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을까요? “공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공감에는 3가지가 있어요. 같은 기분을 느끼는 정서적 공감,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 감정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 트렌드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회적 공감. 마이크로 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3가지 공감 능력이 다 탁월했어요.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공감’이라고 했죠. 마이크로 소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혁신 능력까지 발전했어요. 가령 화상회의 때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기술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나왔지만, 지금은 비장애인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죠.” 수많은 다름과 역동성으로 창작의 용광로가 되었던 뉴욕. 뉴욕의 공명효과가 이제는 서울의 공명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공감 능력도 노력으로 얻을 수 있나요? “일단 자기 자신에게 먼저 공감해야 합니다. 나에게 친절해야 타인도 존중할 수 있죠. 그다음 타인을 즉흥적으로 단정하고 조언하려는 자세를 유보하세요. 내 잣대를 내려놓고 그의 세계관을 이해한 후, 기분에 공명해야죠.” -공감과 공명은 또 어떻게 다른가요? “공명의 필수 조건은 ‘다름’입니다. 다양할수록 더 많이 공명하죠. 가령 초보자와 숙련자, 모험가와 안전제일주의자, 기혼자와 미혼자가 함께 스키를 타러 간다고 상상해보세요.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를 존중한다면 그 다름이 더 흥미진진해질 수 있어요. 함께 진동하려면 친절해야 합니다. 진정한 관심으로 다가가면 타인의 파동이 느껴지고, 서로 공명하기 시작합니다. 잘 공명하려면 ‘제 생각으로는’ ‘혹 다른 의견을 내도 된다면’ 등의 위험을 완화하는 ‘헤지(Hedge) 표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품위 있는 탁월함의 모델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책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끈기와 품위’라고 한 메릴 스트리프의 말에 깊게 공감했어요. 저는 영화 ‘미나리’와 애플 TV의 ‘파친코’로 주목받은 윤여정과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연이어 떠오르더군요. 성실과 자제력으로 인생의 조종대를 잡은 여성들이죠. “맞아요. 그분들은 수십 년에 걸쳐 최고 수준의 경력을 유지하고 있죠. 멋진 주인공뿐 아니라 우스꽝스럽거나 히스테릭한 역할까지, 크고 작은 역할들을 ‘자기화’해서 수행해 왔다는 데 그들의 탁월함이 있습니다.” -단지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탁월한 사람의 차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단기적인 ‘뛰어남’은 반딧불이처럼 반짝할 뿐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그 뛰어남의 바탕이 인정, 돈, 명성 같은 외부로부터의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탁월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이 납니다.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은 삶 자체가 작품이 됩니다.” -탁월함이 높은 경지의 성취가 아니라 투지와 자제력 그 자체라면, 평범한 우리 모두 제 각자의 탁월함을 경험 중이겠군요. “물론입니다. 어제의 나를 넘어섰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 거예요. 설사 높은 연봉, 지위, 유명세 같은 큰 성공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탁월함은 삶을 변화시켜요. 한 발 더 나가기로 결정할 때, 당신은 이미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더 나은 나를 느끼는 방법이 있을까요? “반성하고 기록하는 사람은 발전을 느낄 수 있어요. 콜센터 직원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마감 후 그날의 상담 내용을 검토하고 배운 점을 기록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23%나 실적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반성을 거두자 우수했던 실적도 사라졌어요. 메르켈도 주말에 반성의 시간을 따로 정해서 판단의 질을 높였다고 합니다. 활동과 성찰의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해요. 평범함에서 탁월함으로 가는 길은 대개 반성이라는 내면의 청소를 통해 활짝 열립니다.” "한 분야의 탁월함이 모든 분야의 탁월함을 높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첩함’과 ‘투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탁월함을 발휘하지만 ‘평정심’과 ‘공감’은 부족한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한 분야의 탁월함이 모든 분야의 탁월함을 높입니다. 그 힘과 작동방식으로 다른 것도 해낼 수 있거든요. 평정심과 공감을 위해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타인의 세계관을 받아들일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마세요. 의식적으로 나와 타인을 돌볼 공간을 만드세요. 같이 일하는 사람에서 같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다가서세요. 자기 계발의 길에 끝은 없습니다.” 인터뷰 출처 - https://biz.chosun.com/notice/interstellar/2022/04/02/W5C5QTGGSFC2ROESSO7DCPKC5Q/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

[대학내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

『럭키 드로우』 저자 드로우앤드류 인터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본인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작은 방의 5만원짜리 책상에서 50평 한강뷰 사무실로 오기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도전이라는 럭키 드로우를 수없이 당긴 드로우앤드류를 만났다. 25살 졸업반, 인생을 바꿀 레버를 당기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 ) 안녕하세요. 『럭키 드로우』의 저자 드로우앤드류입니다. 본업은 크리에이터고요, 유튜브채널 ‘드로우앤드류’와 ‘마세슾’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금까지는 유튜브를 통해 저의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이번에는 책으로 앤드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과거 인플루언서가 되는 방법에 대한 짧은 전자책을 발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책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나보다 앞서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에 휩싸여 있던 대학생 앤드류의 이야기로 시작해요. 제가 마주했던 다양한 선택의 순간들이 어떻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적었죠. 쉽게 말하면, 돈이 없어 5만원 짜리 이케아 책상을 구입했던 제가 한강이 보이는 50평 작업실까지 오게 된 여정을 그렸어요. 독자들에게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대학교 졸업 전에 인턴십을 떠난 게 첫 번째 럭키드로우입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졸업할 때가 되니 25살이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제일 컸죠. 시각 영상 디자인이 전공이었는데 한국에서 취업할 자신이 없었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전공 안에서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하지 못했죠. 그러던 중 학교에서 미국 인턴십 모집 포스터를 봤어요. 외국에서 일해보는 게 로망이기도 해서 지원했는데 합격했죠. 저의 첫 번째 럭키 드로우라고 생각해요. 인턴십은 1년 과정이었는데, 정작 3개월만에 일을 그만 뒀어요. 이후 여러 회사를 다니며 미국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돼요. 우연히 학교에서 본 포스터 하나가 저의 20대와 인생 전체를 바꿔 놓은 것이죠. 만약 코로나 시기에 졸업을 앞둔 앤드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요?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나 혹은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일해 볼 기회를 찾을 거예요. 대기업도 좋지만 그게 힘들다면 작은 회사에서 내가 통제권을 가지고 일해볼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그렇게 일하며 크게 성장했죠.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회사가 아닌,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 혹은 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도전이 없다면 좋아하는 일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도전을 해야죠. 저도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해서 인턴십에 지원했고, 네 번의 이직을 끝으로 지금의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여러 일을 하다 보면, 더 좋아하는 일이 생겨요. 관심이 생기는 분야를 쫓아 계속 도전하는 거죠. 가만히 있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기는 힘들어요. 어떤 기준으로 이직할 회사를 선택했었나요?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인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를 유심히 봤어요. 회사의 크기는 상관없었죠. 임원이 되는 게 아니라면, 회사 일을 하면서 얻는 소득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소득보다는 경험하면서 얻을 게 많은 회사로 이직을 했죠. 미국에서 일하며 겸손하면 바보가 된다는 걸 체험했어요. 한국에서도 똑같을까요? 한국은 겸손이 미덕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미국과 다르지만 핵심은 똑같아요. 자신을 브랜드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하죠. 내가 잘하는 것을 피력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게 겸손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서 나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대학생이 퍼스널브랜딩을 가장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자체가 퍼스널브랜딩이에요. 나의 이력서가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인재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죠. ‘자소서를 끝까지 읽어볼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부족한가’를 고민하다 보면 나의 강점과 채워야 할 점이 보여요. 대학생들에게 앤드류님 채널을 브랜딩 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장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배운 것들을 항상 구독자와 나누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한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분이나, 동기부여를 받고 싶은 대학생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 이야기 말고도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죠. 열등감을 열정으로 바꾸다 질투와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런 감정을 어떻게 열정으로 바꿨나요? ‘질투의 대상을 좇아가자’라는 생각을 했고, 그들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어학연수 간 사람들이 부러워서 워킹홀리데이를 가보고, 인플루언서들이 부러워서 직접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노력했죠. 유튜브도 전업 크리에이터들이 부러워서 좇아가 보기 위해 시작했어요. 질투심을 성장의 동력원으로 바꾼 것이죠. 요즘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좇고 있어요 : ) 메일과 DM으로 다양한 상담 문의가 많이 온다고 들었어요. 정말 많이 와요. 처음에는 답변도 많이 해드렸는데 지금은 따로 답해드리지 않아요. 한번은 패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분에게 DM이 와서 여러 조언을 해드렸어요. 처음에는 열정이 엄청났는데 며칠 지나니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을 보고 아쉬웠죠. 정말 패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다면 더 열심히 하고, 성장하는 과정도 즐겼을 거예요. 사람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건,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열정’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에요. 열정이라는 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교집합에서 탄생하죠. 열정을 쉽게 생각하면, 포기도 그만큼 쉬워져요. 물론 아이디어링을 수없이 반복하다 열정을 찾을 수도 있겠죠. 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디어가 내 럭키드로우가 될 지 모르니까요. 계속해서 자신만의 레버를 당기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자기애’ 입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계속 도전이라는 레버를 당겼어요.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적이진 않았죠. 얼마 전 “앤드류 님은 이타적이세요”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았어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영상을 만들고 책을 쓰는 이유는 콘텐츠로 다양한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좋아서 한 것뿐이에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혹시 지금도 새로운 럭키드로우를 준비하고 있나요? 한국의 지역 특산물을 브랜딩해서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나아가 세계에도 알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안으로 론칭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내일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그렇지만 지금 대학생은 기회가 없고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대 같아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살아남을 방법은 있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읽으며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의 찌질하고 자존감 낮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따라오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 Editor 티벳여우 khs@univ.me Photographer 안용길 Studio Nomal

인터뷰

[Singles] 의대생 아기 엄마의 ‘꿈의 도원’

살 아기를 둔 엄마이자 작가, 의학과 4학년 학생의 하루가 궁금하다. 오전 5시 반에 하루를 시작한다. 7시까지 실습하는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아이 간식을 준비하고 간단한 집안일을 한 뒤 정신없이 집을 나선다. 실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6시다. 그때부터 육아를 하고, 아이가 잠들고 12시가 돼서야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2~3시간 정도 과제, 공부, 글쓰기 등 내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이런 바쁜 와중에 유튜브까지 시작했다. 고된 일상에 환기가 필요했다. 당시 유튜브는 내게 일종의 ‘살풀이’였다. 부부가 의대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출산 후 2년은 남편과 이틀에 한 번씩 돌아가며 잠을 잤다. 공감과 위로를 가장 잘해줄 수 있는 건 같은 처지의 남편이었지만 새벽에 대화를 시작하면 공부도 잠도 잃어버린 다음 날이 두려웠다. 임신 후 휴학을 하는 동안 동기들은 이미 한 학년 올라가 수업을 들으러 가면 아는 사람도 없었다. 무척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방적인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창구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에 내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은 거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응원과 공감을 보낼 줄은 몰랐다. 첫 영상이 업로드된 뒤 약 3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내 영상을 보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하더라. 댓글, 메일이나 DM으로 쏟아지는 이야기를 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졌다. 고민이나 상담에는 가능한 한 답을 해주는 편인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출간 계기가 결국은 구독자였나 보다. 맞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 곁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함께 달리고 싶다. 나는 학창 시절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공부 잘하고 재능 넘치는 학생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열등감에 가득 차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자는 건강한 마음을 갖고 성장하면 되는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결국 의사라는 꿈을 꾸기까지 먼 길을 돌았다. 당시 내 곁에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달라졌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과거의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그간의 여정을 책에 담았다. 의대생이 되기까지 어떤 시간이 있었나. 의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꿈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지만 의대를 포기할 수 없어 편입을 준비했다. 결과는 실패. 차선책으로 선택한 대학에 편입했고, 졸업 후 대기업 인턴으로 일을 했다. 이때도 의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일주일 만에 퇴사하고 다시 의대 준비를 시작했다. 마침내 의대 입학 후 캠퍼스 커플로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고 원 없이 공부하려던 순간 임신을 했다. 너무 놀랐는데 당시 남편의 응원으로 의대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겠다는 도전을 감행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옆에서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꿈을 위해 누군가는 무모한 선택이라 생각한 길을 묵묵히 걸었다. 그 동력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고, 오늘보다 또 내일이 좋아지는 변화를 믿었다. 그 작은 성장이 있는 한 나는 계속할 수 있었다. 결과가 대단하지 않아도 ‘좀 돌아가면 되지’ ‘어떻게 해도 길은 또 열리겠지’ 하며 내 선택을 믿었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며 공부라는 일의 속성이 삶의 자세가 된 것 같다. 선택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 ‘어떤 결과가 주어지더라도 또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그렇다’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후회 없이 나아간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도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게 되더라.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되뇐 생각이 있나. ‘힘들다, 괜찮다, 잘한다’는 말로 계속 주문을 걸었다. 힘들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며,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은 원래 외롭고 처량하고 힘든 법이다. 내가 바라는 결과가 그만큼 달콤하기에 힘든 거고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제대로 잘 가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의 고리를 이어간다. 과거에는 동의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가치관이 있나. ‘재능 있는 사람의 영역이다’라는 말에 이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공부도 재능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의대에 가보니 성실하면 누구나 졸업하고 무사히 의사가 될 수 있더라. 중요한 건 이루고자 하는 에너지와 열정이다. 지난해 우리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열광했던 이유도 그 몸짓에서 느껴지는 춤을 향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다. 그걸 가진 사람이면 이미 충분한 재능을 품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 역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각자의 가슴 속에 있는 열정이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어떤 이유로든 의지나 열정이 무너질 때면 어떻게 극복하나. 새벽에 일하는 자영업자를 보러 첫차를 타고 떠난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수많은 발걸음을 보고 있으면 생활에 활력이 채워진다.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이들을 보면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다고 반성하게 된다. 이도원이 꾸는 새로운 꿈은 무엇인가. 내 이익보다 환자의 건강을 먼저 선택하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런 진심을 아는 환자들과 오랜 시간 인연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의사라는 일은 내게 직업의 의미를 넘어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이어가야 할 경험이고 평생의 업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꿈은 생활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탐색을 위한 기회비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거의 나처럼 꿈에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인터뷰 출처 - https://m.thesingle.co.kr/article/713330/THESINGLE에디터 - 김정현사진 - 공경찬

인터뷰

유튜브 크리에이터 드로우 앤드류 “좋아하는 일 모르면, 부러운 사람을 찾아보세요”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 동영상 10개로 구독자 10만을 모은 크리에이터 ‘드로우 앤드류’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한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밀레니얼 프리워커’와 같은 트렌디한 단어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50평 한강뷰 작업실에서 유튜브 채널 ‘드로우앤드류’와 ‘마세슾’ 콘텐츠를 만들고, 1년에 3억 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드로우 앤드류의 성장 과정이 담긴 책 『럭키 드로우』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무기력한 20대 청년에 지나지 않았던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드로우 앤드류는 말한다.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은 점점 희미해졌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그 일이 성공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았던 것이다.   _(298쪽) 재테크 책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이 사람을 처음 본 게 2년 전인데 이렇게 성장했구나’라는 댓글을 봤어요.  저도 봤는데요. (웃음) 작년까지만 해도 제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9만 명이었거든요. 지금은 30만 정도 되고요. 1년 사이에 구독자가 많이 늘었어요. 아마 이 댓글을 쓰신 분은 제가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저를 처음 보신 것 같아요. 예전부터 저를 봐온 사람이나 제 지인들은 지금 상황을 신기해해요. 책을 쓰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쓰기 어렵거나 힘든 건 없었나요?  돈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웠어요. 솔직하게 밝히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 콘텐츠가 ‘이렇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재테크 책으로 보일까 봐요. 돈을 많이 버는 법이 아닌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이런 메시지를 더 매력적으로 전달할까 고민하면서 썼어요. 솔직하다고 생각했어요. 수익도 공개하셨더라고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데 그렇다면 제가 이룬 결과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또래의 평범한 직장인보다 많이 버는 건 사실이지만, 대단한 부를 이룬 건 아니고요. 그저 제가 처음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두 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죠. ‘드로우앤드류’보다 ‘My Safe Space (이하 마세슾)’의 수익이 더 높다고 해서 의외였어요.  브이로그는 수익 전환율이 낮다는 인식이 있어요. 누가 유튜브 시작한다고 하면 브이로그는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요. 그런데 브이로그라고 할 수 있는 ‘마세슾’의 수익 전환율이 ‘드로우앤드류’보다 더 높아요. 작년 매출의 반 이상이 ‘마세슾’으로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마세슾’은 저의 안전 공간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예요. 대부분 인테리어, 공간에 관한 이야기라 협업을 제안하는 브랜드도 대부분 인테리어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고요. 그러니까 모두가 말하는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것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게 결국 돈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세슾’을 아이폰으로 촬영하신다고요.   네. 아이폰으로 해요. ‘드로우앤드류’는 촬영팀과 함께 만들기 때문에 아이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 ‘마세슾’은 저 혼자 만들거든요. 에너지를 최소화해서 운영하기 힘들지 않도록 최대한 간단한 방법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아이폰으로 그런 아웃풋이 나올 수 있다니 놀랍네요. (웃음) 충분히 가능해요. 제가 아이폰으로 촬영한다고 밝히는 것도 저를 보고 쉽게 따라 하셨으면 싶어서 예시를 드리는 거예요. 유튜브 시작한다고 장비부터 사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이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일단 시작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면? 부러운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미국 문구회사에서 일할 때 갑자기 퇴사 권고를 받았다는 일화를 보고 놀랐어요. 지금 그때를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회사가 이사하는 날 퇴사했는데요. 저도 이사 준비하려고 짐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불러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자존심 상하고 수치스러웠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첫 번째 ‘럭키 드로우’였어요. 그 이야기가 없었으면 제 책이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웃음) 나중에 클라이언트가 되어 그 회사에 가셨다고요. 통쾌했어요. 직원들 반응은 어땠나요?  일부러 그 회사랑 일했어요. 너희가 날 그렇게 홀대했지만, 나 지금 이렇게 인정받으면서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사장님은 저랑 안 마주치려 했는지 먼저 퇴근하셨더라고요. 저를 괴롭혔던 상사는 아무렇지 않게 ‘얼굴 좋아 보이네’라며 인사를 건넸고요. 본인들이 왕따시키고 쫓아낸 사람이 클라이언트가 되어 왔으니 민망했겠죠. 가장 좋은 복수는 내가 잘되는 거라는 걸 그때 몸소 깨달았어요. 한편으로는 그 회사에 고맙기도 해요. 그때 그 일이 없었으면 제가 나라는  브랜드를 키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드라마 같아요. (웃음)  댓글로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구독자분들이 계세요. 그런 댓글을 보면 옛날의 제가 떠올라요. 그래서 이렇게 답글을 달죠. 지금 당신이 힘든 건 당신이 주인공이어서 그렇다고요. 원래 주인공에게는 시련이 있잖아요. 시련 없이 잘되기만 하면 재미없고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저한테도 똑같이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드로우 앤드류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자’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문제죠. 이런 질문 많이 받으시죠? 정말 많이 받는데요. 그만큼 어려운 문제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데 한순간에 답을 알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면 자신과 오래 대화해야 하니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일 하나씩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과소평가하거나 현실성 없다고 생각해서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질투와 열등감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셨다고요.  부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어느 순간 그 사람들을 질투하고 열등감 느끼는 나를 발견했고요. 열등감이나 부러움이 저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본능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달라졌어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유심히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구체화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만약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면,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을 좇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지금은 작가님이 질투와 열등감의 대상이 됐죠. 부정적인 댓글도 많이 받는다고요. 누군가에는 제가 열등감이나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제 콘텐츠가 자랑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가 단순하게 명품을 소비한다거나 이른바 플렉스 하면서 돈을 자랑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런 식으로 타인에게 열등감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은 이야기를 하는 건데 이것조차 누군가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질투와 열등감으로 성장했으니까요. 퍼스널 브랜딩에 실패하는 건 자신을 모르기 때문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예요. 퍼스널 브랜딩 코치로서 퍼스널 브랜딩에 실패하는 사람의 특징이 있다면 뭘까요? 첫 번째는 자기를 잘 모른다는 거예요. 자기를 모르니까 자기가 전할 수 없는 것, 자기한테 없는 걸 자꾸 이야기해요. 메시지를 찾았으면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는데요. 자격을 갖추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격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내가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성장하는 과정을 공유해야지 전문가 행세를 하면 안 돼요. 제가 전문가보다 코치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는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거든요. 강연할 때도 되도록 전문가라는 말을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려요. 성장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물을 빠르게 공유하는 사람이지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자격을 갖추지 않았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요? 일단 오래 할 수가 없어요. 잘할 수도 없고요.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속으면 안 된다는 건데요. 가끔 아주 괜찮은 것 같은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가 있거든요. 너무 좋아 보여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거라고 자신을 속이게 돼요. 그런데 진짜 열정은 그렇게 한순간에 생기는 게 아니라 서서히 밑에서부터 끌어올라 오거든요.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강조하는 게 ‘꾸준함’이더라고요.  친한 크리에이터들하고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다 구독자가 2만, 5만 명 정도였는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까 다 성장해서 이렇게 만났다고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한 사람들은 해내요. 진심으로 좋아서 하고요.  ‘럭키 드로우’라는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요?   책 제목을 봤을 때 제가 생각났으면 해서 ‘드로우’라는 단어를 꼭 포함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성공은 노력과 운이 모두 따라줘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저도 이 생각에 동의하거든요. 저의 성공 역시 수많은 시도와 운이 맞았던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걸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럭키 드로우’ 이고요. 노력과 운이라는 성공의 요소를 표현하고 싶어서 ‘럭키’와 ‘드로우’를 일부러 띄어 썼어요. ‘럭키’한 순간을 만날 때까지, 끊임없이 ‘드로우’ 해야겠네요.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점이 결과를 알 수 없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여러 가지 일을 시도 즉 ‘드로우’했다는 건데요. 카지노에서 슬롯머신 레버를 당긴다고 생각하고 두려움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많은 걸 시도해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미국 회사에서 일하다 퇴사하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유튜브에 도전하는 것 모두 마찬가지였거든요. 두려운 일이기도 했지만, 설레는 일이었어요. 정말 좋아하는 일이니까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도전했고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계속 ‘드로우’하다 보면 잭팟이 터질 수도 있잖아요.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드로우 앤드류도 한 때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드로우 앤드류니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진짜 뛰어난 사람들은 큰 회사에서 이미 잘하고 있어요. 스카웃 받으면서요. (웃음) 그런데 저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나만의 무대를 만든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든 그렇게 할 수 있고요. 부디 이 책이 동기를 부여하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도 빨리 움직여야겠다’던가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겠다’라고 몸을 근질거리게 하는 책이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46937)

인터뷰

『도시 악어』루리 & 글라인 이화진, 용감하도록 단순하면서도 오래오래 마음을 떠나지 않을 이야기

모든 것이 막막해 홀로 긴긴밤을 걷는 것 같은 시기에는 옆 사람의 작은 숨결이 위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짧은 한숨일지라도요. 함께 숨을 쉬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길게 펼쳐진 어둠도 금세 접힐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바삐 좇아가기보다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내고, 멀리까지는 아니어도 조금 더 나아 갈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내는 건 어쩌면, 짧고도 짧은 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한숨이 그리고 다른 이의 한숨이 한데 모여 오늘의 호흡을 일구고 내일을 살게 하는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각자의 걱정을, 고민을 털어내며 내쉬는 묵직한 숨 한가운데에도 기댈 수 있는 온기가 느껴지니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중들과 소통을 이어가던 두 작가가 만나 새로운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따스한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한 『긴긴밤』의 루리 작가와 <부부의 세계> 등 여러 화제작을 만들어 낸 글라인의 이화진 작가가 만나 이제껏 보지 못한 그림책이 나왔는데요. 자기 자신과 혹은 세상과 호흡하는 법이 서툴러 어색한 한숨만 내쉬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도시 악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저 알아주어서, 고치려 들지 않아 주어서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 이야기 속 악어를 그려낸 이화진 작가와 루리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도시 악어』의 캐릭터와 내용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고,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되었나요? 이화진 | 평소 동물을 좋아해요. 파충류는 다른 종에 비해 공포나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오해하는 부분도 많아요. 악어만 해도 그렇죠. 악어는 포악한 외모와 달리 보기보다 겁이 많은 동물이에요. 외국에선 도시화가 되면서 종종 주택가에서 야생 악어가 발견되기도 하고, 누군가가 밀수해서 키우다 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원해서 온 건 아니지만 달리 돌아갈 곳도 없이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악어의 상황과 내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이게 맞는 걸까, 내 자리는 어디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거든요. 루리 | 도시 악어 원고를 봤을 때 악어 캐릭터에 매료되었어요. 어린 시절,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즐겨 읽었던 『아리게의 외출』(지금은 절판되었음)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어요. 제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습작 역시 악어가 주인공인 그림책이었고요. 그 후로도 악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꼭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그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시 악어』 가운데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루리 | ‘내가 이곳에 어울릴까’,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나를 받아줄 곳이 있을까’ 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도시에서 살아가는 악어’를 통해 풀어낸 점에 가장 공감이 갔고, 마음을 움직였어요. 이화진 | 18, 19쪽의 ‘더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하고 실망하는 문장이요. 악어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고자 거칠한 피부를 관리받고, 이를 반듯하게 다듬고, 꼬리를 자르려고 하지만 바뀌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며 읊조리는 문장인데요. 악어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들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바꾸려 했지만, 그마저 잘되지 않아 속상해하죠. 계속 내몰리다 보니 스스로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된 악어가 애처로웠어요. 『도시 악어』 그림 중에 가장 공들여 표현한 장면은 어떤 것인가요? 루리 | 페이지로 하면 10~11쪽, ‘나는 토마토를 좋아해. 햇볕을 좋아하고~ ‘ 이 원고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악어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소소하게 즐기고 있는 것뿐인데, 타인의 왜곡된 시선과 편견으로 악어의 그림자가 무섭게 표현된 부분에 가장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클라이맥스 부분은 아니지만, 이런 오해는 너무도 쉽고 어처구니없게 일어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본인의 글을 그림으로 그린다고 했을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우려했나요? 이화진 | ‘내가 원해서 여기에 온 건 아니야.’라는 구절이 있어요. 어항 속의 새끼 악어를 생각했어요. 유리의 곡률 때문에 왜곡된 세계 속에 갇혀 있다가 처음으로 고개를 내밀고 낯선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새끼 악어의 이미지를 떠올렸죠. 더 이상 보호자가 없는 상태로 세상에 내몰린 느낌이 잘 살았으면 했는데, 독자에게 그림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루리 작가님의 섬세한 스케치와 뛰어난 전달력에 놀랐어요. 상상했던 동그란 어항보다 각진 사각형의 수조가 훨씬 삭막하고 답답해 보여 좋았어요. 수조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새끼 악어의 시선과 구도가 더 애잔해 보였고요. 악어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 디테일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시 악어’ 캐릭터에 본인의 어떤 모습이 투영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루리 | ‘라디오헤드’의 〈Creep〉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천사 같고 특별한 너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고, 그에 반해 찌질이에다 괴짜인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도시 악어'가 이 가사의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I don’t belong here’의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는 것에 특히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이화진 | 인정욕구요. 남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 그건 외로움에 기인한 갈증 같아요. 분명 세상 속에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단절된 것만 같은. 외롭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인정받고 싶은. 그런 외로움은 나만 느끼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시 악어』는 성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어떤 점이 다른가요? 루리 |《토이 스토리》 1편을 본 게, 제가 영화 속 앤디와 비슷한 또래인 초등학생일 때였어요. 그리고 3편이 나왔을 때 저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앤디도 대학에 가느라 장난감들과 작별인사를 하더라고요. 내 어린 시절과 작별을 하는 것만 같아서 펑펑 울었죠. 그러다 직장인이 되어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을 때 4편이 나왔어요. 장난감들도 나름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고요. 《토이 스토리》는 그렇게 나랑 같이 커 주었죠. 저는 그래서 이제 다 컸는데도 그림책을 보고 동화책을 읽어요. 어린이도, 어른도, 장난감도,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사는 세상 아닌가요. 『도시 악어』도 그런 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루리 작가 도시 악어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는 사람(지망생)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이화진 | 어떤 사람들은 보조작가 업무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오히려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하거나 프로 작가님들의 작업을 옆에서 함께 하다 보면 배우는 점이 많거든요. 경험이라는 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남아요. 시련은 시련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살면서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그것은 항상 온전히 내 몫이었고, 홀로 끙끙 앓았죠. 그런 저에게 드라마나 영화는 따뜻한 위로와 현명한 조언을 건넸어요. 도시 악어가 물에 빠져서야 ‘맞아, 나 악어였지’ 하고 깨달은 것처럼, 저도 이 자리에서 일하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곤 해요. 이화진 작가 『도시 악어』가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나요? 루리 | 내 이야기처럼 들려서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노래가 있는 것 같아요. 이 그림책도 그 노래 같았으면 좋겠어요. 가끔, 답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며 괴롭힐 때가 있잖아요. ‘어울리지도 않는 이곳에서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같은 질문. 정답을, 어울리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질문도 정답도 다 잊게 되는 순간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화진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도시 악어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나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니구나. 다들 조금씩 외롭지만 그런대로 살아가는구나 하는 위안. 저마다 나름의 답을 찾는구나 하는 깨달음.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5547)

인터뷰

소설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인터뷰

이경희 작가 작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인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고리타분한 시대 관습을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로 그려낸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가볍게 출발해, 「우리가 멈추면」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에서는 현실의 문제들을 거대한 메타포로 치환한다. 「바벨의 도서관」과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SF가 가진 온갖 상징들을 풍부하게 녹여낸 전형적인 장르물이다. 표제작이자 가장 마지막에 자리 잡은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에 이르러서는 SF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들을 과감하게 돌파하며, 이야기라는 그릇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세계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새해가 밝았어요. 올해 첫 소설집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가 출간되었는데요. 독자분들에게 새해 첫 인사와 함께 책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경희입니다. 2022년 새로운 한 해가 덜컥 시작되었네요. 올 한 해 상냥하고 다정한 일들이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쩌다보니 새해 초부터 새 소설집을 갖고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는 저의 대표작 중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인데요. 제가 사랑하는 한국 SF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권으로 체험하실 수 있도록 여러 장르를 한데 엮어본 책이에요. 그간 제가 선보였던 긴 호흡의 장편들과는 다른 리듬의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는 오색찬란한 우주의 빛깔을 잘 흡수한 소설집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현란하고 다채롭지만 조화로운 한 권의 책이 탄생한 것 같은데, 여섯 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아무래도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가 가장 마음에 남아요. 작가의 말에도 밝혔듯, 이 작품을 쓰고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한동안은 다른 글을 쓰지 못해도 좋다고 생각했을 정도였거든요. 홀린 듯 이틀 만에 완성한 작품이에요.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거의 쉬지 않고 썼던 것 같아요. 마지막 문장을 쓸 때의 상실감이 생생해요. 글 속 세계에서 몇 년간 살다가 튕겨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정말로 그런 미래가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이경희라는 사람이 읽고, 보고, 써온 SF의 모든 요소들을 종합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SF의 요소들, 그동안 제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테마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까지 제 SF 세계의 전체상을 청사진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동시에, 제가 집착하는 테마 중 하나인 외로움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극단까지 인물들을 밀어붙여보고 싶었고요. 기계들만 남은 도서관, 서로의 욕망이 현실을 뒤바꾸는 세계, 미래로 열리는 웜홀, 투쟁이 벌어지는 소행성대 등, 다양한 장소와 배경, 시간대를 그려오셨어요. 이 중에 글로 구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곳은 어디였나요? 아울러 아이디어를 얻은 장소나 배경 등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리가 멈추면」의 세레스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소예요. 이 작품은 현실의 문제를 아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어서 리얼리티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 중요했어요. 과학적 엄밀성을 소위 말하는 하드 SF 수준으로 아주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어요. 성간교통망을 구성하기 위해 태양계 행성의 공전주기를 시뮬레이션 해야 했고, 세레스 정거장의 디자인이나 원심 중력 묘사 등을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해야 했어요. 동시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단순하고 쉬워야 했고요. 전체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본 다음에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관련 내용을 자문해 주신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어요. 직접 그린 세레스 정거장 구조도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과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고전 영화에서 제목과 이야기 구조를 빌려왔지만(<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외계의 침입자(신체강탈자의 침입)>),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에서 가장 동시대적으로 느껴지는 소설들이었습니다. 혹시 주인공 ‘요한나’가 등장하는 다음 작품도 구상 중이신가요? 모티브는 어떤 영화(혹은 소설)에서 빌려오실지, 꼬집고 싶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은 무엇일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아마도 가까운 시기에 요한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을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도시철도의 수호자들」이라는 단편으로, 들녘 출판사의 『펄프픽션』이라는 앤솔러지에 수록될 예정이에요. 인터뷰가 공개되는 시점에선 이미 출간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 작품에서는 요한나가 지하철에서 특급 민원인을 전담하는 서비스 직원으로 등장해요. 매 작품이 다른 평행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인 셈이죠.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요약하자면 서울 도시철도와 노인들과 태극기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로 엄청난 덕질 내공을 보여주셨어요. 그중 가장 추천하는 SF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간의 SF 소설과 영화 가운데, 작가님께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들도 궁금합니다. 이서영의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특히 「센서티브」와 「노병들」을 정말 좋아해요. 정말 좋은 작품들이니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배명훈의 『은닉』, 듀나의 『민트의 세계』도 제 작업에 큰 영감을 주는 작품이에요. 해외 SF 작품으로는 존 스칼지의 소설들, 그리고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을 정말 좋아해요. SF는 아니지만 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도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작품이에요. 특히 3권 『머나먼 바닷가』는 제 장르 세계의 정점에 놓인 작품이에요. 영상물은 언급하자면 정말 끝이 없는데… 그래도 꼭 언급할 영상 작품으로는 <백 투 더 퓨처>와 <스타 트렉: 보이저>, <기동전사 건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신세기 에반게리온> 정도를 꼽을 수 있겠어요. 이 작품들을 보신 분들은 아마 제 소설에서 더 많은 코드를 읽어내실 수 있을 거예요.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2022년의 다짐이나 각오 같은 것이 있을까요? 작가로서, 직장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아들로서 어떤 태도로 한 해를 보내겠다, 하는 마음가짐이요. 지금의 삶이 너무 소중해요. 2019년에 작가로 데뷔했고, 같은 해에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도 태어났어요. 이후론 지금의 삶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 살아온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흠결로 평생의 성취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을 지켜본 기간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올해도 최선을 다하려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이 책을 펼치기 전 가이드가 될 한마디를 해 주세요. 겁먹지 마세요. 해치지 않아요. 저 문과예요. (웃음)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46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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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우주로 흐른다』 송용진 저자 인터뷰 – 수천 년 수학의 역사를 들려주는 수학자

만 년 후를 상상하며 수천 년 수학의 역사를 들려주는 수학자가 있다. 바로 위상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한국인 최초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회장 후보에 오른 송용진 교수다. 20여 년간 수학영재 교육에 헌신하며 수학의 발전에 앞장서 온 그가 이번에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를 출간했다.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는 수천 년간 유일하게 지속 발전해 온 수학과, 이를 바탕으로 꽃핀 과학이 어떻게 인류 문명을 이끌어 왔는지 살펴보는 수학 교양서이다. 수학책이지만 복잡한 수학 공식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는 수학에서 시작해 과학, 종교, 문화, 사회로 종횡무진 뻗어나간다. 0의 탄생 배경, ‘수학’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수학과 과학이 분리되는 과정, 문명의 발전에 끼친 영향 등을 이야기한다. 수천 년 동안 지식을 쌓아올린 수학과, 발전한 지 200여 년밖에 안 된 응용과학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미래를 이야기하는 송용진 교수를 만나봤다. 위상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기술훈장 혁신장과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셨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을 20여 년째 이끌며 1등 메달을 두 번이나 거머쥐게 한 교육자이시기도 한데요, 어떻게 수학자의 길을 선택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에 입학할 때 이공계라는 계열로 입학을 했는데, 그때는 수학이라는 전공 분야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1학년 때 미적분학을 들으면서 고등수학의 세계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1학년 때 화학, 물리학의 실험 과목을 이수하면서 실험은 제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왕 공부하는 김에 좀 어렵겠지만 뭔가 중요해 보이는 학문을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수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학년 때부터 배우는 수학 전공과목이 과연 아주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시위가 종종 벌어지고 그때마다 학교가 한 달 이상씩 휴교를 하던 상황이라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시절의 학업은 힘들었는데, 대학원 입학 후부터는 아주 재미있게 별다른 심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인류의 지성의 정수입니다. 수학은 어렵기는 하지만 일생을 걸고 공부할 가치가 있는 학문입니다. 수학자라고 하면 보통 어떤 연구를 하나요?  수학자들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수학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사람 이름이 붙은 ‘○○의 추측’이라는 문제를 푸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문제들은 이미 많은 수학자가 시도했지만 못 푼 어려운 문제들이고, 대개는 수학자 자신이 만들거나 다른 누군가가 제안한 문제들입니다. 문제를 푸는 데에는 수학적 사고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수학적 개념(또는 정의), 정리, 이론 등을 잘 이해한 후에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수학자가 다른 수학문제를 해결할 때 썼던 아이디어나 개념들이 지신의 문제를 해결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학자에게는 다른 수학자들의 논문이나 책을 많이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자들은 문제를 푸는 것 외에도 문제를 푸는 데에 사용되었던 개념이나 정리들을 남들이 쓰기 좋게 잘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수학자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가장 잘하는 일일 지도 모릅니다. 수학이 수천 년간 지속 발전해온 유일한 학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냥 들을 때는 얼핏 ‘정말 그런가?’ 싶어요. 다른 학문도 꾸준히 발전하지 않았나요? 곰곰이 따져 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만큼 오래되고 중요한 학문인 법학이나 철학 등은 사회적, 종교적 여건에 따라 변해왔고 그 지식을 축적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지 않았습니다. 의학은 미생물의 발견, 화학의 발전, 해부학의 시작 등으로 새로운 의학이 시작되었고 그전까지는 학문분야로서의 위상 자체가 미미했습니다.  또한 천문학, 음악(음향학) 등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영향으로 수학의 한 분야로 여겼습니다. 우리는 현재 3000년 전의 수학, 1000년 전의 수학, 500년 전의 수학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고 수학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수학의 의미와 역할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사의 흐름과 옛 수학자들의 업적과 역할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수학이 과학을 어떻게 발전시켰고 문명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수학과 과학이 문명을 발전시킨 재미있는 사례 하나만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 중요하고 획기적인 발견으로 저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을 꼽겠습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 인류의 대부분은 야외에서 경제활동을 해왔고 따라서 천문, 기상, 달력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현인이 천문을 연구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이었던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등이 지동설 연구에 공헌했고 그 후에는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들인 뉴턴, 라플라스, 가우스 등이 천제의 운동에 대한 법칙들을 밝혀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에도 소개한 것처럼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과학적 발견 1위는 ‘세균의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균을 발견한 덕분에 위생 개념이 생겼고,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수학 인재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고 해요. 특히 인공지능의 핵심역량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수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은 분야도 많고 역사도 깁니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머신러닝이나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러닝(머신러닝 알고리즘 중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방법) 연구에 수학 인재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머신러닝 연구가 주로 경험이나 실험에 의존하고 있고 수학적 이론이나 지식이 바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만 조만간 수학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 연구를 하는 연구소나 기업에서 수학인재들을 많이 찾고 있는 이유는 그런 인재들의 수학적 지식보다는 그들의 ‘수학적 능력’과 오랜 시간 동안 문제에 집중하는 연구 습관을 높이 사기 때문입니다. 즉, 수학적 능력과 습관을 기반으로 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 사는 것이지요. 또한 수학인재들은 인공지능 연구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현상 중에서 어떤 일정한 패턴이나 법칙 찾기, 또 그러한 현상들을 표현하는 수학적 모델링 찾기 등을 통하여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인종갈등, 자원부족 등을 이유로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수학과 과학이 문명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현재는 과학 발전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인구증가, 자원부족 등의 문제들이 있고, 또한 언제 인류가 소행성과의 충돌, 핵전쟁, 인공지능이나 외계인의 공격 등으로 커다란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나 인류가 큰 재앙을 맞이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과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결국 인류가 더욱 풍요롭고 평화롭게 살게 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지,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는 어려운 수학, 과학 내용을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쓴 책이 아닙니다. 수학과 과학을 역사적, 사회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인문학적인 책입니다. 21가지 이야기 중 2가지 이야기에서 조금 어려운 수학, 과학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해하기 쉬운 내용입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는 알고 있으면 좋을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과 이해하고 있으면 좋을 수학, 과학의 철학과 방향 등이 있습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지식을 넓히고 수학과 과학의 미래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46643)

인터뷰

17살에 절에 눌러 앉은 소녀의 놀라운 현재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크던 무남독녀 외동딸. 열일곱 어린 나이에 4박 5일 사찰체험에 나섰다가 그대로 2년을 절에 눌러앉았다. 웬만해선 있는 사람 내보내는 일 없는 스님이 나가라고 해 절을 나왔고, 그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다. 평범한 스무 살을 보내나 했더니, 이번엔 아빠가 카카오톡 문자로 돌연 ‘출가’하겠다는 폭탄선언을 남긴 채 절로 들어갔다. 얄궂은 사연의 주인공은 최근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펴낸 양다솔(27) 작가다. 양다솔 작가. /양다솔 인스타그램 @kakmsic 책을 펼치면 그가 겪어온 지난한 세월의 고통과 괴로움, 놀라움과 충격 그리고 짜릿하고 통쾌한 일들이 한가득 펼쳐진다. 웃음과 울음을 오가는 감정선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가도, 읽다 보면 각 잡고 앉아 책을 들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알음알음 알려진 인기에 이 책은 세상에 나온 지 두 달도 안 돼 벌써 4쇄를 찍었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에, 원래는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잘 해봐야겠다며 시원한 포부를 밝힌 그를 전화로 만나봤다. 친구와 한창 어울리고 공부해야 나이에 절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요. “열일곱 살 때였어요. 정말 우연히 간 거죠. 아빠가 절에서 진행하는 4박 5일짜리 프로그램에 저를 넣었거든요. 제가 간 곳은 산속 깊은 곳에 있었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특히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여기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는데, 스님이 할 일 없으면 절에 들어와 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눌러 앉았죠.” 절에서 지내던 시절의 양다슬씨. /본인 제공 -무엇을 하며 지냈나요. 절에서 나온 이유도 궁금합니다. “절에선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항상 졸리고 배고팠고요. 졸음을 참을 수 없어서 일해야 할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잠을 자 혼도 많이 났죠. 그러면서도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절에서 지내는 2년간 500배를 매일 했고요.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걸려요. 일이 많아서 500배 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저는 일과가 새벽 두 시에 끝나더라도 꼭 하고 잤어요. 이거라도 안 하면 난 집에 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서요. 매일 500배를 한 사람은 제가 유일할 거예요. 제 마음속 트로피죠. 이 일을 계기로 스스로 한 약속 정도는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그리고 전 절에서 평생 살 생각이었어요. 근데 열아홉 마지막 겨울쯤 스님이 갑자기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스님이 먼저 나가라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웃음) 스님께서 그 시기에 해야 할 고민이나 친구들과의 만남도 중요하니 나가서 그런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어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들어갔던 거라 절에서 나온 후 바로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에 들어갔죠.” 양 작가는 스무살 무렵 살던 집에서 독립해 나왔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대학 졸업 이후부터는 시민단체와 출판사에서 3년여간 일하다 올해 퇴사했다. 삶의 배경이 바뀌는 여러 순간에도 그는 글을 써왔다. 10대 시절 글 쓰는 모임에 들어간 이후로 꾸준히 이어온 그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2018년 수필집 ‘간지럼 태우기’를 냈다. 출판계의 황무지라는 독립출판으로 낸 책이라 기대는 없었지만 책은 의외로 잘 팔렸다. 첫 책의 성공으로 출판 제안을 받은 그는 3년 만에 이번 에세이로 정식 출판계에 출사표를 냈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책 두권을 내고야 만 그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의 인기에 전국 북콘서트를 하며 바삐 지내고 있다. 양다솔 작가의 첫 에세이 ‘간지럼 태우기’의 표지. 표지는 양 작가가 직접 포토샵으로 만들었다. /본인 제공 -원래는 출간 생각이 없었다고요. 사실 책을 낼 생각도 없었고, 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친구가 2년 동안 10번 넘게 제게 강요를 하더라고요. 책을 내야 한다고요. 다 거절했었는데 어느 날에는 ‘이번에는 팔 곳까지 마련해놨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얘가 안 팔리는 모습을 봐야 입을 다물겠구나’ 싶어서 시작했죠. 그간 썼던 글로 1주일 만에 표지까지 직접 포토샵으로 만들어 냈어요. 볼품없었죠. 안 팔릴 거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출판사로부터 출판 제의를 받았고 이번 출판까지 이어졌어요.” 양다솔 작가가 직접 만든 메일 구독 서비스 홍보 포스터, 짧은 머리를 한 양다솔 작가./ 본인 제공 -요즘 북콘서트 외에 따로 하는 일이 있나요. “‘격일간다솔’이라는 메일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서 구독료를 받고 글을 보내드리기도 하고, 메이크업에 재주가 있어 개인 뷰티 컨설턴트 일도 하고 있어요. 메이크업 출장도 나가고요. 강연도 하고 글쓰기도 가르치고 있어요. 청탁 원고를 쓰는 경우도 많고요. 서점 아르바이트도 1주일에 이틀씩 했는데 이번 달에는 좀 바빠서 쉬고 있어요. 전 돈 주고 해달라고 하면, 못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만들어서 해요. 행사 사회도, 노래도 부를 수 있죠.” (웃음) 스탠드업 코미디 중인 양다솔 작가. /본인 제공 -스탠드업 코미디 모임 활동도 한다고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수필과 많이 닮았어요. 스탠드업 코미디도 무대, 마이크, 사람 이야기를 가지고 하는 거고, 수필도 종이와 연필, 사람 이야기로 하는 거잖아요. 근데 말로 해야 재미있고, 글로 해야 재미있는 게 있어서 말로 해야 재밌는 걸 스탠드업 코미디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말하는 재주가 있어서 결혼식은 물론 각종 행사의 사회도 보고, 팟캐스트 게스트로도 출연했거든요. 친구들이 자기들만 듣기 아까울 정도라고 하죠. 그래서 계획적으로 사람을 웃겨보면 어떨까 싶어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두 번 60명 정도의 관객을 모시고 유료 공연도 했어요. 실력에 비해선 모임이 주목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사실상 거품이고, 언제든지 공중분해 될 수 있는 모임이에요. (웃음) 아주 웃긴 사람들도 아니고요.” -무전여행으로 유럽에도 갔다고요. 혼자라 위험했을 것 같은데 반대는 없었나요? “부모님은 이유만 타당하면 무엇이든 다 허락해 주셨어요. 절에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였죠. 근데 이 여행만큼은 엄마가 반대하셨어요. 네가 떠나면 ‘관을 짜놓겠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말씀드렸죠. ‘죽음은 운명이라 집에 있다가도 지붕이 무너져 죽을 수 있고, 길을 걷다가도, 지하철을 타다가도 죽을 수 있는데, 무전여행이 특별히 위험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냐’고요.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 죽겠다’고도 했어요. 무전여행은 제 로망 가운데 하나였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여행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돈은 안전한 잠자리와 식사, 이동을 보장해 주는 대신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막는 무언가이기도 했고요. 현지인들이 쉬는 곳에서 함께 쉬고, 그들이 먹는 걸 먹으면서 그들의 삶을 느끼고 싶었어요. 물론 도움을 받지 못하면 어떤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보니 위험하기도 했지요.” 양다솔씨가 무전여행 중 찍은 사진. /본인 제공 -3개월간 유럽 10개국을 다녔으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17kg짜리 가방을 메고 매일 걸었더니 돌아올 때쯤엔 6kg 정도가 빠졌어요. 굉장히 예뻐졌죠.(웃음) 근육도 많이 생겼고요. 하고 싶은 일을 실제로 해본 거라 행복했는데 위험할 때도 있었어요. 남의 집 소파에 신세를 지는 카우치 서핑을 보통 했는데, 스위스의 한 집에서 주인집 아들 때문에 불쾌한 일을 경험할 뻔했거든요. 이 일 때문에 화가 나 밤새 잠도 못 잤어요. 다음날 복수를 했죠. 약자처럼 보이는 이들에겐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을 깨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짓을 다신 못하게 해줬어요. 나중에 보니 카우치 서핑 사이트에서 탈퇴했더라고요. 잘된 일이죠.” -유럽 무전여행을 혹시 다시 갈 수도 있을까요? “절대 안 갈 거에요.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고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고 위험한 상황도 많았어요. 전 운이 좋았죠. 여자지만 전 얕잡아 보기 힘든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절에서 하도 일을 많이 했더니 기초체력이 좋았어요. 절에서 나왔을 때 ‘체조 선수냐’고 주변에서 물어올 정도였죠. 몸에 근육밖에 없었고요. 웬만한 성인 남성 못지않은 몸과 힘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양다솔 작가의 집(왼쪽 사진). 양 작가는 평소 차를 즐긴다고 했다. /본인 제공 -늘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유쾌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평소 때는 오히려 저는 늘 가라앉아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요. 이럴 때는 비관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걱정∙두려움도 많아요.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부터는 아주 밝아져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간은 밝은 사람인것 같아요. 비관적인 것치고는 용기를 잘 내고 상황을 헤쳐나가는 힘이 세죠.”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해요. “이렇게 된 이상 작가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됐어요. 예전에는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를 많이 고민했는데, 요즘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질문이 바뀐 걸 보면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글쓰기가 저를 먹여살려줄 때까지 글을 써볼 작정입니다. 글쓰기 소상공인이 되는 거죠. 그렇게 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야죠.” 글 jobsN 고유선jobarajob@naver.com인터뷰 출처 - 잡스엔 http://naver.me/x1DdHLVd

에세이

작가 양다솔 “절대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을 거니까요”

오늘 ‘하루’만큼은 나의 것『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이번 책에 『간지럼 태우기』에 실린 글들이 많이 들어갔는데요. 그 책을 쓸 때도, 제가 살면서 썼던 글들을 하나의 제목으로 묶기가 참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 책을 낼 때도 제목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어머니가 힌트를 주셨어요. 사실 저희 어머니는 저를 전혀 칭찬하거나 그러시지 않고 되게 비관적인 분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몇 개월째 백수로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도 잘 모르겠는데, 의외로 그렇게 사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신다든지 다그치시지 않는 거예요. 어느 날은 그러시더라고요. 너는 마음이 가난하지 않아서 괜찮을 거라고. 절대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을 거니까. 그 말을 듣고 ‘내가 항상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런 마음에서 모든 글들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씀에서 힌트를 얻어서 제목을 짓게 된 거예요. 동명의 글이 첫 꼭지로 실려 있어요. 책에 담긴 ‘마음’이 너무 잘 드러나는 글이에요.  이 책을 관통하는 마음가짐이 그랬다는 것을, 적어도 한 꼭지의 글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되게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사실은 이 마음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하나의 글에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는 ‘절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절벽에서 보이는 절경”에 대해 “아슬아슬하고 평화롭고 아찔하고 몹시 아름다웠다”고 쓰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실은 쉬는 기간이 좀 길었는데요. 대부분 사람들은 회사에서 나오면 당장 불안감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똑같을 텐데’ 이러면서, (웃음) 그냥 쉬고 싶은 만큼 쉬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 시간을 너무 여유롭게 보냈어요. 보통 스펙을 쌓는다든지 뭔가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하는데, 저는 그냥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있음과 동시에, 사실상 별 수 없기 때문에 ‘아, 이제 또다시 노역을 하러 가야 될 때가 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웃음) 제가 어디를 다니든 저를 지키는 하루의 여러 가지 행위들을 놓치지 않을 거고 열심히 저답게 살려고 할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 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또 어떤 일이든 해야겠죠? 그렇게 담담하게 생각합니다. 내 ‘하루’를 산다는 것“어쩌면 나의 조상은 수렵 채집인인지도 몰랐다”고 쓰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정착한 사람은 아무래도 계획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수렵 채집인들은, 계획이 뭐예요, 당장 주변에 있는 것들로 자기를 지키고 살리는 게 너무 중요하죠. 예전부터 저는 당장 오늘 하고 싶은 일들은 있는데 내년이나 내후년, 더 나중에 뭘 해야겠다거나 ‘이런 사람이 돼야지’ 하는 것들에는 깜깜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의 시대는 계획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훨씬 더 잘 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저를 되게 무력하고 멍청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렵 채집인의 존재와 역사를 알게 되면서 많이 위로 받았어요. 어쩌면 나는 정착민의 유전자보다 수렵 채집인의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어서, 본능적으로 나의 근미래와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게 하는 것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이 있고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멋대로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읽으면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이 책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돈이 없다거나 지금 당장 삶이 막막하다고 해서 ‘하루’까지 그냥 넘겨버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오늘 하루만큼은 너무나 내 것이고, 내 의지대로 살아볼 수 있는 거고, 내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포기를 하고 ‘내가 이 정도까지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가난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마음만큼은 엄청 돈 많이 벌어놓은 중년 여성처럼 살고 있는데요. (웃음) 모르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매우 가능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부를 얻고 나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더라고요. (웃음) 십대 때 글방에서 친구들과 글을 쓰기 시작하셨죠. 그 시기부터 계속 혼자 글을 쓰셨어요? 혼자는 아니고, 친구들하고 모임에 가져가야 되니까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글을 쓰면 무조건 친구들한테 보여주는 게 기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너는 글을 써야 된다’고 했나요? 글이 정말 좋다고, 계속 쓰라고 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저한테 너무 소중한 순간이 있으면 외장하드에 담듯이 글을 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간지럼 태우기』가 탄생하고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으로 이어졌군요.  네. 이번 책에는 '격일간 다솔'의 글도 많이 들어갔는데요. 사실 『간지럼 태우기』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제가 살면서 했던 시도 중에 제일 잘 됐어요. 통계학적으로, 본인이 했을 때 제일 잘 된 걸 더 해봐야 되잖아요. 사실 그래서 저는 글을 쓰는 거거든요. (웃음) 누가 쓰라고 해서 쓰게 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글쓰기라는 것은, 제가 유일하게 사활을 걸고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정말 1의 뺀질거림도 없이 최선을 다해서 무진 애를 써가며 쓰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순수하게 다 소진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격일간 다솔'도 이슬아의 제안으로 하게 된 거였는데, 제가 우물쭈물하고 있다 보니까 옆에서 떠밀어주는 친구들이 있고 저는 또 기꺼이 떠밀려서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하잖아요. 그러면 최선을 다해서 하면 좋고요. 슬픔은 입장 차이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서 “그녀와 내가 남남으로 만났다면 이것보단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에겐 엄마밖에 없었고, 엄마에겐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을 대표해서 서로를 증오했다”고 쓰셨어요. 저는 아버지도 (출가하셔서) 안 계시고, 또 외동딸이기 때문에, 진짜 세상에 나랑 엄마밖에 없다고 느끼는 때가 되게 많아요. 너무 사랑해도 당신밖에 없고 너무 싫어해도 당신밖에 없으니까... ‘감정이라는 게 무력해지는 어떤 차원의 존재’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뭐랄까요. 그녀가 저한테 얼마나 상처를 주든, 얼마나 고치기 어려운 사람이든,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그녀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그녀가 제발 부디 잘 살았으면 좋겠고. 그게 나한테 너무 중요한 거죠. 그녀가 어딘가에 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나한테 너무 큰 의미인 거예요. 진짜 그 사람마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그냥 백지 같은 그런 느낌이죠. 되게 무서우면서도 인생이 반쯤 끝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고. 그래서 저를 위해서 그녀에게 더 잘해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가 더 내 곁에서 오래 행복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출가하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멀어짐에 대한 아픔을 굉장히 늦게 느끼신 것 같았어요. 지금은 어떠신가요?  아빠에 대한 감정이 되게 복잡했던 것 같아요. 「나의 코미디언」이라는 글을 정말 많이 울면서 썼는데요. 뭐랄까... 그래도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했고, 당신이 간 게 너무너무 슬프고, 그러고 보니까 당신이 간 이후로 당신만큼 웃긴 사람을 만난 적이 없고, 당신이 나한테 줬던 기억들이 나한테는 너무너무 근본적이고, 당신 같은 존재가 없다는 걸 거의 처음으로 인정한 글이거든요. 그게 불과 최근에야 가능했기 때문에. 사람이 정확한 때에 제대로 슬퍼하지 않으면 평생 숙제로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아빠가 제가 어린 시절에 가지 않고 크고 나서 가주신 건 너무 감사하거든요. 덕분에 제가 이렇게 밝고 씩씩한 사람이 됐으니까. 지금도 셋이서 같이 살던 때가 꿈에 나올 정도로 너무 그리워요. 제가 외롭지 않았던 유일한 시기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가님의 글에서는, 떠올리기 힘들 것 같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계속 웃음이 묻어나요.  제 생각에는 저의 가장 큰 방어 기제가 일단 유머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유머로 자기의 어떤 걸 얘기할 수 있다는 건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농담이라는 건 상대가 공감하지 않으면 웃지 못하잖아요. 나의 어떤 사건에 대해서 나의 시선에만 잡혀 있지 않고 남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그 문제를 꼬아버릴 줄 아는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게 되게 다행이라고 느껴요. 또 나한테는 엄청 슬픈 얘기가 누군가랑 얘기하다 보면 갑자기 웃긴 얘기가 돼버릴 때도 많은데, 저는 그게 좋아요. ‘슬픔이라는 게 입장 차이구나’, ‘내가 이 얘기에 너무 가까이 있으니까 슬픈 거지, 한 걸음만 떨어진 사람이 보면 웃긴 얘기인데’ 싶은 거죠. 그런 가능성을 놓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탠드업 코미디 그룹에서도 활동하시잖아요.  네, 그래서 제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굽이굽이 슬프고 힘든 일도 많지만 보면 다 웃기구나, 그냥 우리 사는 게 참 웃기다, 사실 사람이 사는 얘기가 제일 웃기다, 생각해요. 그런 슬프고도 웃긴 얘기가 될 때 되게 좋은 것 같고요. 웃기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든지 아니면 진짜 슬프게 얘기해야 될 이야기를 슬프게 얘기하지 못하는 거면 안타까운 경우가 될 수 있겠지만, 저는 슬픈 얘기는 슬프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하는 얘기도 많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출처 -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46187)

인터뷰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양다솔 “마치 지금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것!”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으로 독립출판이 아닌 정식 출판물로서 독자들을 처음 만나셨을 텐데요. 독자들께 선생님에 대한 소개와 첫 작품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제목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제목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필을 쓰는 양다솔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를 써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어릴 때 우연히 글방을 다니게 되었는데 거기 제 취향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걔네랑 놀려면 글을 써갈 수밖에 없어서 썼던 글들이 세월이 지나며 꽤 모였습니다. 착한 친구들이 자꾸 저보고 모은 글 놔둬 봤자 어디다 쓰냐고 책으로 내라고 떠밀어서 10년간 써온 수필들을 모아 『간지럼 태우기』라는 독립출판물을 발행했습니다. 망할 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운 좋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제목입니다. 저희 어머니 김한영 씨에게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저희 어머니는 제가 글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고,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건 거의 극혐하십니다. 이번에 책을 보고도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 그런 저희 어머니에게 칭찬은 늘 묵음입니다. 저에게 좀처럼 좋은 말을 잘 해주지 않으신다는 뜻이죠. 제가 백수 생활을 시작하고도 좀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매일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사는 꼬라지를 보고 “너는 참 마음이 가난하지 않구나.”라고 하신 말씀에 무릎을 탁 치고 눈물이 핑 돌아 제목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에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를 넣었습니다. 참고로 이것도 엄마는 역시 별로 안 좋아하셨습니다. 출간에 앞서 메일링 연재 ‘격일간다솔’을 진행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격일간다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은 무엇이었는지, 그 글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일 처음 연재를 했던 창간호의 글들은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저에게는 모두 사랑으로 가득한 글들입니다. 오랫동안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듯이 써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베스트 워먼 윈즈」, 「가장 부르고 싶은 노래」, 「나의 코미디언」은 언젠가 꼭 써보고 싶다고 염원했던 주제를 풀어낸 것이라 애정과 함께 애잔함까지 갖고 있는 글들입니다. 꾸미기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저는 생각보다 관종이 아닌데요, 「베스트 워먼 윈즈」에서는 그럼에도 왜 그렇게까지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지, 지금 사회에서 설명하는 내러티브와는 조금 다른 저만의 서사로 풀어보고자 시도합니다. 제가 제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꼭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만 내 모습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가장 부르고 싶은 노래」는 어쩌면 제 의식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행자 시절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풀어본 글입니다. 힘겹고 서투르고 각박하고 어딘가 난장판이었던 절 생활 와중에서도 제 안에 오롯이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그대로 담아보려 했습니다. 「나의 코미디언」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에게는 아직도 다 풀리지 않는, 어쩌면 평생의 숙제가 될 수 있는 아빠라는 존재와 그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큰 용기 내서 한번 풀어보았답니다. 눈물 콧물로 세수를 하다시피 하면서 쓴 짠내 나는 글입니다. 독립출판물 『간지럼 태우기』 당시부터 ‘기쁨은 말로 하고, 슬픔은 글로 써야 한다’는 문장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한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안에서 슬픔과 기쁨을 한 꼭지씩만 꼽는다면 어떤 글이 될지도 궁금합니다. 말은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쁨도 마음 맞는 사람과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도 듣는 이에게 번져나가지요. 말로 슬픔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기도 합니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기쁨은 가볍고 간단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의외로 슬픔을 글로 쓰다 보면 거기엔 슬픔만 있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슬픔이 되기까지, 혹은 슬픔이 되고 난 후의, 혹은 슬픔을 닮은 다양한 감정과 느낌과 마음들이 거기에 있습니다. 읽는 이도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글 속에는 존재합니다. 또 무엇보다 슬픔을 글로 씀으로서 화자 자체가 슬픔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사실 매일 자조와 불평과 하소연을 일삼는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서 슬픔 혹은 기쁨만을 오롯이 다룬 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뭉근하게 끓여낸 것만 같거든요. 하지만 「내가 때린 할아버지들」에는 묵직한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나의 코미디언」에는 슬픔이, 「일어나서 웃겨봐」와 「친구 발견」에는 기쁨과 닮은 것이 담겨 있지 않나 싶습니다. 행주에서 찌든 내가 나기 전에 팔팔 삶아내고, 추워지기 전 창문에 뽁뽁이를 바르고, 식물의 뿌리가 화분 아래로 나올 때쯤 분갈이를 해주고, 작가님의 하루를 보면 누구라도 “참 잘 산다”고 말할 법하다는 대목이 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마치 지금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것! 내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고, 그곳에서 나 스스로에게 선물 같은 지금을 주는 것이요. 편안하고 쾌적하고 안락한 집과 정성 들여 갓 지은 밥과 제 자리에 있는 물건들, 귀엽고 따듯한 고양이, 가볍고 건강한 몸, 사랑하는 친구들, 재미있는 이야기들, 노란 햇빛과 시원한 바람 그런 것들을 최대한 곁에 두는 것입니다. 분명 삶에는 그것 말고도 더 좋은 것들이 많을 텐데 저는 그 방면에는 별 재주가 없는 듯싶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꼭지들이 인상 깊었어요. 「모녀전철」에서부터 「엄마와 한 달 살기」에 이르기까지, 20대를 거치면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나 어머니와의 관계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엄마와의 관계는 저에게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언제나 제가 지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저와 가장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저는 두 사람이 서로를 미친 듯이 사랑해도 이렇게 못 지낼 수 있구나 완벽히 실패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배웁니다. 아주 가끔, 섬광처럼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무너져 내리는 마음 같은 것을 봅니다. 저희 엄마는 너무 소녀입니다. 본인만 모르시는데요…. 정신나이는 제가 더 늙었습니다. 맨날 자기를 글로 쓰지 말라고 윽박지르는데요, 제 글 속에 있는 엄마는 엄마가 아닙니다. 엄마처럼 보이는 저일 뿐입니다. 엄마처럼 보이는 제가 다년간 쓰인 글 속에서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금씩 편해지는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일어나서 웃겨봐」라는 꼭지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모임을 창단할 당시의 단상이 나오는데요. 읽는 동안 마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설적인 크루의 시작을 제가 엿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 속 구절처럼 ‘품이 많이 드는 동아리 모임’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작가님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가장 재밌는 것은 답 없고 대가 없는 것들이지요! 아무 득이 없는데, 그냥 재미있어서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언제나 최고가 아닌가 싶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도 그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 바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작당을 벌이는 것인데요. 죽을 때 스칠 주마등 메모리를 만드는 것이죠~ 이건 뭐 만나는 족족 행복한 것이죠~ 좋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주는 에너지만큼 어마무시한 것은 없으니까요.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모여 정기적으로 자신의 삶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요. 서로의 가장 훌륭한 청자가 되어주고, 응원자가 될 수밖에 없죠.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장면들을 만들어주는 사람들 같아요. 2장 제목인 ‘열혈우정인의 삶’이 보여주듯 작가님의 인생에서 ‘친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같습니다. 표4를 열광적인 추천사로 빼곡히 채워준 친구들 그리고 학창시절부터 이어져온 어딘글방 동료들과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여기까지 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책에는 ‘내 삶의 모든 칭찬은 친구들에게 아웃소싱되었다. 친구들이 나로 하여금 그 칭찬을 믿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칭찬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메마른 한 사람의 삶을 촉촉이 적시려면 얼마나 많은 애정이 필요할까요. 애초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자체가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하는 것만큼이나 친구가 되기 쉬운 일은 없으니까요. 그렇게 저를 쓰게 하고, 제 글의 빛나는 구석을 발견해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주고, 책을 내도록 힘을 돋워준 것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처음은 당연히 친구의 권유였다. 내 삶의 중요한 것들이 으레 그래왔듯 이번에도 친구가 등을 떠민 것이다. (...) 고집 세고 편협한 인간이 친구 말까지 안 들으면 큰일 난다는 말을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다.’ 라는 문장이 말해주듯, 저는 친구들에게 늘상 등을 떠밀리는 류의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혼자 구석에서 구겨져 있는 저를 불러내어 천천히 펴내서 새로운 세상으로 떠밀어줍니다. 그러면 저는 못 이기는 척 부드럽게 떠밀립니다. 심지어 비건이라는 엄청난 것을 결심한 계기도 친구 때문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함께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들과 함께 흐를 수 없다면, 그것만으로 첫 번째 이유는 충분했다.’ 친구들이랑 밥 못 먹는 일이 있다면 인생에 의미가 없다, 그것이 비건의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저의 짧은 생에서, 친구의 말을 듣고 후회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만족도 100퍼센트, 재등떠밀림율 100퍼센트입니다.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제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는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과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도, 전혀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구절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의 순간 제 마음은 한없이 가난해지곤 합니다. 당장 직업이 없고, 대책이 없고, 먹고살 돈이 없는데 그 누가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웃기게도 저의 마음 한구석이 언제나 아랑곳 않고, 그 사실을 완전히 까먹어버리곤 하는 것입니다. 소위 분수에 안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돈. 부와 가난은 삶을 명확히 규격화합니다. 집을 구할 때나 직업을 구할 때, 진로를 결정하고 학교에 진학할 때 우리는 할 수 있는 선택이 반쯤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피부로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성실히 뼈 빠지게 그리고 심지어 훌륭히 일한대도, 삶은 어쩌면 아주 조금밖에 나아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것을요. 그런 맥락에서, 얼마나 가졌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하루는 어쩌면 이미 결정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저는 그 사실을 왕왕 까먹습니다. 자꾸만 백만장자처럼 입고, 마시고, 차려먹고 마는 것입니다. 가난과 부를 넘어서, 그것은 양다솔이라는 사람의 본연의 영역이고 그것은 어떤 것도 방해할 수 없이 언제나 형형할 것이라는 외침과도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대책이 없는 채로요. 저는 그런 괴상하고 사치스러운 저도 여기 잘 살아 있음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내 앞에 어떤 하루가 닥칠지라도, 마음만큼은 결코 가난해지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연재나 다음 책을 준비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즐겁고 신나는 제안을 받으면, 너무나 감동적인 사람을 만나면,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만나면 왕왕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기를, 건강하기를, 이왕이면 맑고 풍요롭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http://news.kyobobook.co.kr/people/interviewView.ink?sntn_id=15488

인터뷰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후지타 사유리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면 된다는 걸 믿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비혼인 방송인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받아 홀로 아이를 출산한 소식은 큰 주목을 받았다. 출산과 가족의 형태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과 토론들로 주변은 시끄럽지만, 정작 사유리에게 그런 주변의 시끄러움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 비혼 출산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의 고민과 과정들, 그리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 '젠'과의 소중한 하루하루 그 중심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 그 하나의 진심만이 있기 때문이다.  출산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젠과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출산 후 1년이 정말 정신없고 몸도 마음도 힘들 때인데 책까지 쓰셨다니 굉장해요! 책은 언제부터 준비하셨나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난 번 책은 1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는 작업이 더 빨리 진행되었어요. 그렇지만 재미있었어요. 젠을 위해서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젠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고요.  사유리 씨가 자발적 비혼 출산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다보니 이 부분을 과장이나 오해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책에서도 이 부분을 쓰면서도 표현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텐데요.  비혼모 홍보대사나 정자은행 홍보대사처럼 되는 건 싫었고요. 저는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비혼 출산이라는 결정을 한 것뿐이거든요. 저에 대해서 너무, 비혼모 멋있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그래서 책에서는 표현을 부드럽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렇다'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가 '비혼모는 이렇다' 이런 식으로 확대되어서 단정적으로 읽힐까 봐 고민을 많이 하고 표현에 대한 수정도 많이 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책임있게 제대로 살아야되겠구나 생각하기도 했고요. 왜냐하면, 내가 실수를 하면 '역시 싱글맘이라서 그래' '아이 아빠가 없으니까 그렇지' 이런 식으로 다른 비혼모, 싱글맘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두 배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실수하지 않고 조심하려고 해요.  독자분들이 이 책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부분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제가 정답은 아니라는 거요. 저에게는 이 선택이 맞는 것이었지만, 사람마다 다 정답은 다르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나는 이 부분은 동의하는데 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제 이야기도 그저 '아, 이런 생각도 있네'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교과서다, 워너비다, 그렇게는 생각 안 하고요.  책의 앞부분은 사유리 씨와 부모님의 이야기인데요. 저는 읽으면서, '아, 이래서 사유리 씨가 가족을 간절히 원했구나' 싶었어요. 가족들 사이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부모님처럼 좋은 엄마, 아빠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았거든요.  저는 엄마하고 사이가 정말 좋거든요. 아이가 생기면 엄마와 저 같은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엄마하고는 처음 병원을 찾아갈 때부터 함께 했지만 아빠한테는 임신하고 한참 후에 얘기를 했어요. 아빠는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았거든요. 제가 노산이라서, 혹시 출산할 때 죽을까 봐 걱정하니까요. 나중에 임신을 알렸을 때도 아빠는, 아무 상관없다고, 사유리가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얘기하셨고요. 지금은 제가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래요. 엄마 아빠는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텐데, 아빠는 그때 내가 혼자 있어서 외로울까 봐 걱정이었데요. 그런데 지금은 사유리와 함께 있어주는 가족이 생겨서 다행이고, 그래서 젠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어요.  저는 사유리 씨 부모님께서 사유리 씨의 선택을 담담하게 받아주고 지지해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가족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저희 부모님은 항상 제가 선택한 것을 지지해주셨어요. 그 부분이 너무 감사해요. 저도 젠이 커가면서 자기만의 생각이 생기면 그 생각을 많이 응원하고 지지하려고요. 그런데 막상 젠이 나중에, 나는 결혼해도 아기는 안 낳을 거야, 그러면 머리로는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해도 마음은 서운할 것 같아요(웃음). 아, 역시 생각이랑 현실은 다르구나. 아이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지지해준다는 것이 사실은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아이의 삶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싶지만, 또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니까요.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이 쉽지는 않죠. 무거움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정신차려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하고요.한편으론 이런 마음도 있어요. 아이가 생긴 후에 더 어른이 되었다, 성장을 했다,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제가 아이가 없을 때는 그런 말들에 기분이 안 좋았거든요. 아이를 낳아야만 남들보다 우월해지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뭔가를 더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거슬렸어요. 아이를 낳는 것이 터닝포인트가 될 수는 있지만, 아이를 갖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어요. 아이가 있다고 다 성숙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이만 낳고 무책임하게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기든 강아지든 다른 무엇이든 사랑하는 대상이 생겼을 때 책임감이 생기는 거라 생각해요. 나보다 더 소중한 누군가가 생기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느낄 때 성장하는 거고요.  사유리 씨하면 ‘솔직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요. '솔직함'이라는 것은 사유리씨에게 정말 소중한 개성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솔직한 것과 무례한 것을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솔직하니까' 하면서 상처주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한 거거든요. 솔직하다는 건,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는 거에요. 나 살이 쪘구나. 이건 실패했어. 나는 사실 이런 생각을 했어. 이건 솔직한 거에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너 실패했어, 너 살쪘어, 너 못생겼어' 이런 말을 하는 건 솔직한게 아니에요. 그리고 사람들이 저에게 '용기가 있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나 봐요'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는 아기를 포기할 용기가 없었던 거였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포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슨 수단이라도 써보려고 한거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선택'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올랐어요. 보통은 아이를 원하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것 아니면 저것, 저것 아니면 이것 이렇게 선택지를 너무 좁게만 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사실 다양한 것들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머리 속에서 '이건 안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이 강하니까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코끼리가 어렸을 때 쇠사슬에 계속 묶어놓으면, 나중에 몸집이 커져서 쇠사슬을 언제든 스스로 끊을 수 있는데도 쇠사슬 끊는 걸 포기하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본인 스스로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선택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 정말 죽도록 하고싶고, 그래서 뭐라도 하겠다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그걸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두려움 때문에.  비혼 출산을 공개하는 선택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거짓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낯선 일이니까 사실대로 말하면 말도 많아지고 힘들 것 같으니까. 그래서 잠깐 만났던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 할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냐고, 그냥 사실을 말하라고 했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그래, 내가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아이에 대해서 내가 계속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거짓말을 하면 끝까지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요. 저는 거짓말하면 눈동자가 엄청 왔다갔다 하는데, 누가 물어볼 때마다 눈동자가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면 더 수상하잖아요(웃음). 중간에 말을 바꾸면 더 이상하고, 이상한 소문이 돌아도 해명하기 어렵고요. 사실대로 말하니까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심플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살면 힘들어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요. 병실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고 또 분만실에 다른 보호자도 들어올 수 없었다는 건 몰랐어요. 힘들진 않았나요? 사람들이 많이 외로웠지? 괜찮아? 라고 물어보는데, 저는 정말 괜찮았어요.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에 기뻤거든요.  책을 쓰면서 젠과 함께했던 그 동안의 시간을 돌아보았을텐데요. 그 시간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어떤 장면인가요?  출산 후에 젠하고 퇴원을 하면서 본 하늘이요. 병원에서 창으로 파란 하늘을 보면서, 이 하늘을 평생 잊지 않을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기억할거라 생각했어요. 오늘도 하늘이 파란데, 하늘을 보니까 그날이 생각나요.  부모라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바라는 것이 많을텐데요. 젠에게는 비겁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희 엄마가 어렸을 때 집에 청소해주러 오는 이모님이 계셨다고 해요. 이모님이 항상 어린 딸을 데리고 왔는데, 아이는 엄마가 청소를 하는 동안 TV를 봤고요. 어느 날엔가 엄마랑 외삼촌이 몰래 TV 코드를 뽑았는데, 아이는 TV가 안 나오니까 놀라고 그 모습을 엄마가 재밌어 했는데, 외할머니가 알고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화를 냈데요.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비겁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요. 엄마가 그때는 외할머니가 왜 화를 냈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고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본인이 너무 창피하고, 그런 비겁한 행동 때문에 외할머니를 슬프게 한 것도 미안하고요. 엄마가, 사유리도, 손자도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가 공부를 잘 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이런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은 얼마나 많이 버느냐 보다 어떻게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겁하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어떻게 살아가느냐, 비겁하지 않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셀프」 「불행도 셀프」 이 두 글이 저는 기억에 남아요. 행복이나 불행이나 모두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거라는 얘기가요. 다른 사람의 말과 시선에 내 행복이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행복은 셀프, 불행도 셀프' 이 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  행복이나 불행이나 자기가 느끼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 100명, 1000명, 모두 '저 사람은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해도 본인이 불행하다 느낄 수 있고, 모두가 '저 사람은 불쌍하네' 생각해도 내가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한 거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 아들에 대해서 '애가 불쌍하다'고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댓글을 봐도 상처받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아들이 '엄마, 나 힘들어' 라고 하면 상처받겠죠. 다른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말해도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도 까먹는 걸요. 깊은 뜻을 가지고 한 말이 아니니까요. 그런 일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유리 씨도 그런 남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나요? 노력한다기보다, 아예 그런 말들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에요.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면 된다, 우리 아들이 결정하면 된다, 그걸 믿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젠이 곧 돌이잖아요. 폭풍 성장 중인데(웃음), 사진 많이 찍어 놓으셨나요?  젠이 몸무게가 12kg이거든요. 어부바 하면 정말 허리 나가요(웃음).  그래도 내가 언제까지 젠을 어부바 할 수 있을까, 20년 후에는 젠이 나를 업어줘야 하나, 그런 생각하면 커가는 모습이 재밌어요. 처음에는 웃고 있는 귀여운 사진만 찍으려고 했는데, 울고 있거나 짜증내고 있거나 인상 쓰고 있는 이런 사진도 많이 소중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표정들을 많이 사진으로 찍으려고 해요. 사진만 아니라 영상도 많이 찍으려고 하고요. 제 휴대폰 보면 99%는 젠 사진이에요. 제 사진은 없어요(웃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이 책은 그냥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에요. 하나하나 진지하게 보지 않아도 되고, 아, 이런 생각도 있구나, 사유리는 이랬구나,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책이 나중에 젠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요.  그러니까요. 젠에게 한글을 열심히 가르쳐줘야 해요(웃음).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뷰

『플라멩코 추는 남자』허태연 “진지하게 춤추는 아버지 얼굴을 상상할 때 즐거웠어요”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67세 허남훈 씨. 은퇴를 결심한 허남훈 씨는 스스로를 위한 과제를 마련한다. 그 과제에는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들도 있지만 ‘스페인어 배우기’나 ‘플라멩코 배우기’ 같은 험난한 것들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허남훈 씨가 맞닥뜨린 것은, ‘가족’이었다.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반영과 가족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드라마적인 스피디한 전개로 그리는 소설이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의 허태연 저자와 나눈, 소설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들. 우선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독자 분들을 처음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작가가 되어 독자 분들을 만나는 건 제 오랜 꿈이었어요. 늘 바랐지만 이루지 못한 일이 실현되고 보니 환상적인 기분이 듭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쓴 책이 독자 분들께 위로와 재미를 드리기를 바라요. 제가 혼불문학상에 지원하게 된 건 대학시절 인연을 맺은 ‘최명희 청년문학상’ 덕분입니다. 이후 최명희 선생님을 기리는 장편문학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몇 년 간 소설을 다듬어 투고했어요. 2019년에는 아버지를 주제로 한 SF 소설이 예심까지 갔지만 본심엔 오르지 못했습니다. 올해 새 소설로 좋은 결과를 얻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코로나19 시대의 가족사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족, 특히 이 시대의 ‘아버지’를 주제로 한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숙한 성인 남성’에 대한 희구가 있었어요. 학창시절 선생님들, 영화나 소설 속 캐릭터들을 보며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또 나이를 먹다 보니 소박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가 그리워졌어요. 대단치 않아도 좋으니 내가 알던 아버지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아버지가 지금 살아 계시다면,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온다면 어떨까?’ 상상하다 이 소설을 쓰게 됐어요. 아무래도 이번 소설에서 가장 애정하시는 인물은 주인공인 67세 남훈 씨일까요? 애착이 가는 인물 혹은 더 다루고 싶은 인물은 어떤 인물이 있을까요? 보고 싶은 아버지를 투영하였기에 남훈 씨에 애착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더 다루고 싶은 인물’에 대해 처음 생각했어요. 플라멩코 강사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 탓에 강습소 문을 닫게 됐는데, 소설 속에서나마 코로나를 종식시키고 그의 삶에 화창한 미래를 선물하고 싶네요. 늙다리 청년과 보연의 로맨스도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소설에서 ‘플라멩코’라는 소재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 같아요. 소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듯이요. 노년의 한국인과 플라멩코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수많은 예술적 요소 중에 주인공이 선택한 분야가 왜 하필 ‘플라멩코’일까요? 저는 아버지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따금 아버지가 술 취해 노래하시던 기억이 나요. 조용필의 <허공>이었는데……. 춤을 추시는 건 본 적 없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제가 본 적 없고 들은 적 없는 많은 일들을 하셨겠지요. 아버지는 춤이라곤 췄을 것 같지 않지만, 살아 계서서 멋진 춤을 배우러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춤의 장르 중에서 플라멩코를 선택한 건, 그게 아버지와 연관 짓기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이에요. 진지하게 춤추는 아버지 얼굴을 상상하며 글을 쓸 때 즐거웠습니다. 스페인어 배우기, 스페인 여행하기와 더불어 아버지의 관심사를 통일하려는 작가적 의도도 물론 있었습니다만. 소설 속 가족들의 관계, 특히 아빠와 딸의 관계를 그린 부분도 많은 분들이 공감할 부분인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이름도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거든요. 소설 속에서 아빠와 딸의 관계를 그리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아빠와 딸의 관계도 결국은 인간관계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상대의 용기와 관용을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멀리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가고 말을 거는 게, 어린 시절엔 부당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 것은 으레 어른이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그게 전부 나를 위한 일이었구나.’ 깨닫게 되네요.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찾아뵙고 하나라도 추억을 쌓았더라면 그 추억이 전부 제 것으로 남았겠지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부녀간에도 그런 용기 내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심사평 중에 “드라마적 스피디한 전개는 작가의 필력이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한다는 구절이 인상 깊었어요.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란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스피디한 전개’, 즉 ‘가독성’을 위해 특별히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사건이 빠르게 흐르도록 하고 인물이 혼자 사색치 않게끔 했습니다. 사색을 이용해 주제나 소재를 고찰하는 건 이전까지 제가 즐겨 하던 일인데, 그것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게 저 혼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오랫동안 공모전에 투고하며 제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랐습니다. 저 혼자 읽는 글을 완성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기작도 궁금합니다. 올해 9월, 저희 집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주며 더불어 살고 싶어요. 장편소설을 쓰려고 메모한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아기가 100일을 넘기면 시작해보려 합니다. 두 번째로 계획한 작품 역시 아버지를 주제로 한 소설이에요. 배경은 고등학교입니다. 하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다른 이야기를 먼저 쓰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나 무엇을 쓰건 독자 분들을 생각하겠습니다. 좋은 책들과 함께 늘 행복하시길!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뷰

방송인 사유리 “인생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방송인 사유리가 비혼 출산 소식을 밝혔다. 아이를 갖고 싶지만 결혼할 남자는 만나지 못해서, 그녀는 정자 기증을 받아 엄마가 되기로 ‘선택’했다. 세상은 그의 출산을 두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해체’나 ‘자발적 비혼모의 용기’를 말하지만, 사유리는 에세이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통해 ‘내가 원하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이야기한다.  엄마가 된 사유리는 인터뷰에서 ‘두려움’에 대해 여러 번 말했다. 한 번은 “너무 큰 행복과 함께 찾아온 두려움”을 고백했고, 다음에는 “그 무엇도 겁나지 않는 용감한 마음”을 말했다. 모두 아이를 낳기 전의 사유리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두렵지만, 두려울 것 없다는 그녀의 모순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가 생긴 사람의 모습이었다. 사명감으로 한 일도 아닌데 젠 덕분에 나만 기분 내는 것 같아 괜스레 민망해지기도 한다. 지금의 벅차오르는 감정을 잊지 말고 젠이 자라면 꼭 이야기해줘야겠다. 엄마가 젠을 가져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다고. 엄마가 네 덕분에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정말 고마워, 젠. (223쪽)  결혼 대신 출산을 선택했다 아들 ‘젠’이 곧 돌을 앞두고 있다.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얼마 전까지 임신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벌써 아이가 일어서서 걸으려고 한다. 앞으로 또 눈 깜빡할 사이에 뛰고, 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책을 쓴 계기는?  아이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젠이 커서 한글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책을 읽고 자연스레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했는지 알게 될 테니까. 젠에게 쓰는 책이었다.  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낸 소감은 어떤가.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책을 내는 것뿐 아니라 방송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사람들에게 욕을 아주 많이 먹거나, 방송국에서 사유리 출연 금지를 시켜서 아예 TV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다른 일을 알아봐야지’ 싶었는데, 젠의 이야기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정말 신기하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 출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걱정과 달리 대부분 사유리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정말 용기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무슨 용기가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가 없는 삶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아이가 너무 가지고 싶었다.   사유리의 삶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였기에?  아이를 낳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옛날부터 아이를 갖고 싶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리불순으로 찾은 산부인과에서 내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난소가 노화되어 임신이 안 되거나, 임신을 해도 유산율이 높을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계속 ‘빨리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  비혼 출산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가?  조급한 마음. 어쩌면 영영 아이를 못 가질 수도 있다고 하니까 뭐든 빨리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그렇다고 소개팅을 해서 결혼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 만나자마자 결혼하자고 할 수는 없으니까(웃음). 지금껏 수십 년을 살면서도 결혼할 남자를 만나지 못했는데, 몇 개월 안에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건 어리석은 일 같았다. 그래서 다른 방법(비혼 출산)을 선택했다. 행복과 두려움이 번갈아 나를 찾아왔다 유튜브 채널 <사유리 TV>에서 임신테스트를 하기 전, 긴장하며 울먹이는 모습이 뭉클했다. 처음 시도한 인공수정에 성공했는데, 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하고 어땠나.  행복이나 성공이 바로 눈앞에 오면 기쁨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언젠가 그 말을 듣고 ‘행복하면 좋지, 무슨 두려움이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임신을 확인하려고 하니 두려웠다.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것을 보자 머리가 하얘지면서 두려움이 더 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유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임신 기간 내내 행복과 두려움이 번갈아 나를 찾아왔다.  임신을 확인한 날은 반려견 모모코가 하늘로 떠난 지 1년된 날이었다고.  그렇다. 모모코는 내가 한국에 왔을 때 처음으로 가족이 되어 준 강아지였다.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시절, 무척 외롭고 힘들었는데 모모코가 늘 내 옆에 있어 줬다. 개의 수명이 인간보다 짧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나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한 가족이었다. 모모코가 떠나고 한동안 힘들었는데 정확히 1년 뒤 임신을 확인했다.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자마자 모모코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그렇게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랑을 한다(114쪽)”였다.  젠을 처음 봤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예쁘다. 보자마자 첫눈에 이만큼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정말 이 아이가 내 뱃속에 있었나’ 싶어서 신기한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요즘은 젠이 너무 예뻐서 겁이 날 때가 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치 내 심장을 밖으로 꺼내서 들고 다니는 것 같다. ‘누가 이 심장을 만지거나, 다치게 하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하며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정자 기증자를 “기프트(gift)”라고 칭하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아빠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기프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나중에 젠이 기프트를 떠올릴 때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하고,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  “나는 젠이 ‘비겁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136쪽)”고 했다. 사유리가 생각하는 비겁함이란 무엇인가.  나는 친구와 만나서 10만 원어치 음식을 먹었을 때, 내가 5만 5천 원을 내고 친구에게 4만 5천 원만 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젠도 마찬가지다. 남을 위해 약간의 손해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반대로 몇 퍼센트도 손해 보기 싫어서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든 자기의 이익을 챙기려고 욕심부리는 건 비겁한 사람이다.  “’아이가 받을 차별이 걱정이다’라는 말에는 젠이 떠올라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적어도 그런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은 젠을 차별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차별을 없애는 데 힘써주세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165쪽)”는 부분도 좋았다. 사유리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젠이 차별당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보다,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으로 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더 크다. 차별을 당한 사람은 그 경험에서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누구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같이 느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상처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지만, 그때는 내가 옆에서 함께 생각하고 아파하면서 지켜주면 된다. 그래서 차별을 당하는 것보다, 차별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렵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젠이 막 잠들었을 때(웃음). 젠이 자면 밥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딸의 결정을 무조건 지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이 있나.  우리 반에 아버지가 안 계신 친구가 있었는데, 한 친구가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아빠 없는 너랑은 놀지 말래.” 그 말을 들은 친구가 교실에서 혼자 울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무례한 친구에게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그 친구가 이번에는 나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유리 너랑도 못 놀아. 우리 엄마가 바보랑 놀면 바보가 옮는대”라고. 속상한 마음에 친구와 손을 잡고 울면서 집에 갔는데,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그럼 엄마도 바보니까 같이 울어버리자!” 그리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었다. 나의 긍정적인 태도는 부모님에게 배운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피해자는 우리가 아니라, 그런 말을 했던 친구였다.   젠을 대할 때, 어린 시절에 본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지도가 하나 있다. 젠을 키우면서 우리 엄마가 그려 놓은 지도를 읽어 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마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지도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자기 부모의 모습이 담긴 지도 말이다. 만약 부모님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지도일 테고, 좋은 사람이었다면 ‘이대로 살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지도일 테다. 나는 엄마가 지도에 그려준 길 그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고 있다. 아이와의 사생활을 노출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부모님이 일본에 계시기 때문에 손자를 TV로 보게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워킹맘이다 보니 일을 할 때는 젠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너무 감사하다. 다만 젠이 더 커서 방송 촬영이라는 걸 알고,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땐 바로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킹맘으로 사는 것은 어떤가.  재미있다. 우리 가족의 인생을 내가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뿌듯하다. 다만 주말에 젠과 함께 여기저기 나들이를 다니고 싶은데 아직 차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빨리 운전면허부터 따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생각, 삶의 철학 등이 있나? 나는 모든 걸 귀찮아 하는 사람인데 아이와 관련된 일은 전혀 귀찮지 않다. 다른 사람이 보면 예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생적인 부분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내 머리가 안 좋은 걸 후회했다. 머리가 좋아서 소아과 의사가 됐다면 젠을 잘 봐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웃음).  “젠이 태어난 후에 나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겁이 많았구나, 걱정이 많았구나, 나에게도 이렇게 예민한 부분이 있었네, 앞서 상상하고 슬퍼하는 모습도 가지고 있다니’ 같은 생각을 자주 한다.  젠이 엄마의 어떤 점을 닮았으면 좋겠나. 사람을 대할 때 계산하지 않는 것. 나는 ‘이 사람이 뭘 가지고 있으니까 나에게 도움이 되겠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좋아하고, 싫어하면 싫어한다. 젠이 그런 점을 닮았으면 좋겠다.  비혼 출산을 선택할 때,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다는 내용의 ‘행복은 셀프’ 부분은 남녀노소 누구나 위안을 얻을 만한 이야기였다.  출산 사실을 공개한 뒤, 수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냈다. 특히 성소수자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나의 개인적인 결정을 보고 힘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의외였는데, 생각해보니 눈치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내 삶을 선택한 모습에 용기를 얻은 것 같다. 내가 용감한 사람이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생각은 정말 오해이지만, 그래도 나로 인해 누군가가 힘을 얻었다니 뿌듯했다. 모든 사람들이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럼 사유리가 지금까지 한 선택 중, 최고는 단연 출산인가?  그렇다. 나는 지금껏 성공한 게 하나도 없다. 운전면허도 두 번 떨어지고, 시험도 다 떨어졌다. 뭐든 중간에 그만둘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젠’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내 삶에는 젠을 낳았다는 자신감이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이 살고 싶은 인생이 있는데 사회의 시선, 부모님의 반대 등으로 꿈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걸 못하면 평생 한이 된다. 정말 원하는 게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 우리는 나쁜 짓만 빼고, 무엇이든 선택해도 된다(웃음). 이 책을 읽고 인생에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다.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엄마의 돈 공부』 이지영 작가 인터뷰 – 평범한 ‘엄마’의 돈 공부가 가족의 삶을 바꿨다

2016년 출간 이후, 수많은 독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엄마의 돈 공부』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책을 쓴 이지영 저자는 1500만 원이라는 전셋돈을 굴려 50억 원으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기적 같은 투자 여정을 책에 담아냈다. 엄마로서 행복했던 순간뿐 아니라 우울했던 경험까지도 솔직하게 담겨 있는 이 책은 특히 ‘엄마’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따듯한 응원의 말을 건넨다. 평범한 ‘엄마’인 저자가 이룬 것처럼,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한 걸음씩 걸어간다면 자신이 꿈꾸고 있는 바로 그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엄마의 돈 공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나온 개정판인데요. 어떤 계기로 개정판을 내게 되셨는지, 또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책을 사랑해주신 덕분에 5년 전 출간한 첫 책 『엄마의 돈 공부』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하고 칼럼을 썼고, 재무 상담과 멘토링을 통해 독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많았어요. 그래서 출판사로부터 개정판을 내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동안 발전시켜 온 노하우를 추가해서 개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습니다.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기도 했고요. 그 변화한 상황들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온/오프라인 강연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많은 분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더욱 알길 바라시더라고요. 그래서 개정판에서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팁들을 더욱 많이 담았습니다. ‘엄마’를 위한 재테크서라는 게 책의 가장 큰 정체성입니다. 엄마에게 필요한 재테크 책이라면 어떤 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제 책이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는 건 ‘엄마’를 위한 재테크서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처음 재테크를 시작했을 때 재테크서에 사용되는 용어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몇 장 읽다보면 덮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이런 성향은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심리적 장벽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저는 이 책에 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어요. 그래서 친한 언니나 옆자리 동료의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 엄마라는 강력한 경험을 나눈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내용에 절절이 공감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머리로 이해한 것보다, 마음으로 공감할 때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책을 읽고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는 독자의 후기를 정말 많이 받기도 했어요. 엄마가 돈을 공부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돈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사실 엄마들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엄마들은 돈을 공부하고, 또 나를 위해 돈을 쓰기가 참 어려운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육아가 정말 힘들기 때문에 돈에 대해 관심을 갖기 힘들어요. 또 자식과 남편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열다가도,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잘 쓰지 않고요.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보면 언젠가는 엄마인 나를 돌보는 일이 정말 사치처럼 느껴지는 때가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게 굉장히 잘못된 굴레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자신에게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돈을 절약하는 데에 한계가 오고, 돈을 버는 목적을 잃어버리기도 하고요. 저는 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목적 없이 표류하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돈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저는 자신에게 쓸 돈을 꼭 할당하라고 말씀을 드리는데요. 자신에게 투자하는 습관이 자기 삶의 목적을 부여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내 안에서 이유를 발견하게 되고, 더 큰 힘을 얻어 돈 공부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고요. 내가 돈을 알고 돈을 직접 관리해서 내 삶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돈 공부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돈 관리 방법 중 하나가 5·3·2 시크릿 머니 법칙입니다. 이 법칙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5·3·2 법칙’은 수익의 50퍼센트는 저축을, 30퍼센트는 꼭 필요한 지출을, 20퍼센트는 과감하게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법칙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재무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예산 책정 방법이에요. 법칙은 간단해보이지만, 역시 실천하는 게 가장 어렵죠. 저축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노하우, 지출의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비 통제 3단계를 책에서 자세히 소개하고자 했어요. 엄마가 되고 나서 ‘나’를 잃지 않고 싶다면, 특히 20퍼센트를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은 꼭 지키시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수입의 일정 부분을 ‘나 자신’에게 투자함으로써 아내, 며느리, 엄마의 역할 속에서도 진정한 자신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거든요.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 우선순위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똑같이 맞추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하다 보면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산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자신에게 쓴다는 건,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나 강연에서 항상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을 위해 돈을 그저 쓰는 게 아니라, ‘투자’한다는 개념임을 주의 깊게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아바타 소득’입니다. 항상 일하러 내 시간을 들여야 소득이 난다면 평생 쉴 수 없을 거예요. 아바타 소득은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아바타처럼 나를 대신해서 돈을 벌어다주는 소득이죠. 궁극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게 자신에게 하는 투자입니다.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를 발견하고 또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라고 할 수 있어요.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강연을 듣는 것, 책을 읽고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모두 포함될 수 있죠. 미래를 위해, 그리고 진정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에 필요한 돈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얼마를 더 저축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죠. 엄마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재테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험을 돈으로 바꾸기에 가장 최적합한 상태가 바로 엄마라고 생각을 해요.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곤 하거든요. 그런 불편함은 나만 겪는 게 아닐 거예요.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죠.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가 생겨나곤 합니다. 예를 들어 CEO가 된 한 주부의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그 분은 첫아이 돌잔치 준비를 하다가 잠시 쓸 소품을 구매하는 게 너무 아까운 나머지 이벤트 소품 대여 사업을 시작하셨다고 해요. 케이크, 촛대, 테이블 커버, 덕담카드 등 잔칫상을 꾸밀 수 있는 소품을 한 번에 간편히 대여하는 사업이 시작된 것이죠.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서 주문을 받고 전용 업체를 통해 배송하자, 추가적인 수입이 발생했어요. 이렇게 엄마로서 자신이 경험했던 불편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얻고 아바타 소득을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일상 속의 작은 문제점들을 바꾸려고 하다보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되었다는 건 ‘돈 공부’를 할 수 있는 훨씬 좋은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결코 늦은 때란 없어요. 작가님 책을 읽으며 새롭게 꿈을 꾸고자 노력하는 엄마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두렵겠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성과도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정말 작은 일이라도 한 번 돈 공부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돈 공부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도 무슨 희망이 있을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해요. 뭐가 달라지겠어? 하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주저앉게 하죠. 그런데 내가 정말 작은 것이라도 하나 이루고 나면 내가 뭔가를 시도하면 굉장히 잘 될 수 있구나, 노력하면 되는 거구나 하는 희망이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모으고 아끼고 투자하는 게 너무 재밌어지고 목표가 뚜렷해지고, 삶이 행복해지죠. 바로 희망이 생기는 건데요, 그 동력을 꼭 찾으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하룻밤 미술관』이원율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미술관이 될 수 있기를”

<내 생애 첫 미술책>이라는 연재글이 제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하룻밤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기까지,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고백하자면, 책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 가족과 같은 정말 가까운 사이를 빼고는 출간 소식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무척 감사한 일이었는데도, 알릴 수 없었어요. 정말 내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는 게 맞을까.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을 수십 번을 읽고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내 생애 첫 미술책>의 브런치북 대상 수상과 책 출간은 저에게 현실성이 없는 드라마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런 때가 있었지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 「버킷리스트」가 개봉했습니다. 그 영화를 본 후, 18살짜리 소년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놀기’,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 등과 함께 노트 한쪽에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책 쓰기. 가급적이면, 30살 안에.’ 책을 좋아하던 소년의 밑도 끝도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책 출간의 기회를 안겨주는 수상 소식을 들은 그때가 바로 만 29세, 맞아요, 저도 제가 유리할 때만 만 나이를 씁니다. 여튼 만 30살이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성장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소년 시절의 바람을 이룬 것이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 드라마 같은 일이었습니다. 2020년 한 해는 제 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습니다. “나는 2020년을 한 번 더 겪으라고 하면, 차라리 군대에 다시 가겠다고 할 거야. 정말로.” 그래도 군대에서 축구하던 때보다는 낫지 않았느냐고 묻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만큼, 긴 터널의 시간이었지요. 브런치와 저를 출판의 세계로 이끌어준 다산북스 덕분에 2020년의 끝자락쯤 터널에서 벗어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정치사회부 기자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미술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도 궁금하고요. 첫 미술 글을 8년 전에 썼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여덟 단락짜리 메모였습니다.그 당시 반쯤 백수였던 저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와 피터 웨버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연달아 감상했습니다. ‘나도 이 그림을 놓고 글 하나 정도는 쓸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 미술 작품 해설에 대한 첫 글을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꼈지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는 일이 생각보다 더 즐겁고, 그 그림을 촘촘히 글로 묘사하는 일 또한 상당히 재밌다는 점에 대해서요. 감사히도 읽는 분들의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미술 비전공자였기에 더 엉뚱히 해석하곤 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적어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미술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현재는 사회부 기자로 3년, 정치부 기자로 3년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 네가 쓴 거 맞아?”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마에 ‘내가 쓴 것 맞음’이라고 붙이고 다닐까 고민했습니다. 유력 정치인의 행보를 쫓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줄 법안을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게 공식적인 제 일입니다. 그렇게 또 기삿거리를 찾고 있던 시절,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만약 ‘기자’라는 명함을 떼면 나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었지요. 탁구 마니아나 달리기 애호가 정도로는 부족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익숙한 일은 글쓰기였고, 가장 신나게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문화 예술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자가 아닌 또 다른 명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새로운 계획을 짜게 됐지요. ‘내 생애 첫 미술책’이 이 책을 관통하는 컨셉이라고 알고 있는데, 특별히 미술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글이 쉽고 재밌어요.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분을 대상으로 쓴 책이 가져야 할 핵심 조건이겠지요.제 직업병입니다. 몰티즈는 짜증을 참지 않고, 저는 어려운 표현을 참을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은 어떻게든 잡아내 책 밖으로 훠이훠이 쫓아냈습니다. 그들만이 아는 전문 용어들도 최대한 기를 죽였습니다. 이불 속에서 막힘없이, 하룻밤 동안 미술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으로 만들고자 힘을 쏟았습니다. 글은 쉽지만, 내용은 풍부합니다. 미술에 일단 발만 살짝 담그고 싶었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미술에 진심이 됩니다.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사람들이 고생했다더라, 빈센트 반 고흐와 이중섭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더라, 폴 세잔은 정물화를 기가 막히게 그렸다더라…… 다른 미술 교양 서적이 다루는 이야기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더해, 다빈치가 실은 요리에 대한 샘솟는 자신감을 내뿜어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것, 반 고흐와 이중섭은 불행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의지를 이어갔다는 것, 세잔은 그만의 ‘비법’을 갈고 닦은 끝에 ‘금손’을 얻게 됐다는 것 등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여러 방면에서 취재를 해 건져냈고, 여러 차례 검증하며 풀어낸 내용입니다. 아울러 이 책은 옴니버스(omnibus)식 문학의 느낌도 갖고 있습니다. 이 또한 다른 책과 차별화된 점입니다. 공부하는 마음이 아니라, 즐기는 마음으로 책 속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엮어내고 싶었습니다. 아예 어떤 에피소드는 작정하고 단편소설처럼 꾸미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생한 기사를 쓸 때 활용하는 네러티브(narrative)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방식을 차용한 결과입니다.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화가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특히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있다면 더욱 궁금합니다. 모리스 위트릴로가 그린 프랑스 파리 그림들을 각별히 봅니다. 사실 나이와 기분, 상황에 따라 애정하는 화가와 작품이 휙휙 바뀌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위트릴로가 워낙 순수하게 붓질을 해서인지, 그의 작품만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위트릴로의 그림에는 자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잘 그려야겠다’라는 조바심도 묻어나질 않습니다. 그저 좋아서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트릴로는 빈센트 반 고흐만큼이나 절박한 삶을 산 화가였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기쁠 때는 차분함을 떠올리게 하고, 슬플 때는 이를 견딜 힘을 전해줍니다. 그런가 하면, 제 마음의 문을 처음 연 그림은 앞서 언급한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였습니다. 소녀의 표정과 자세부터 귀에 박힌 진주까지, 모든 게 수수께끼처럼 다가왔습니다. 제가 휙 넘기지 않은 첫 그림이었지요. 한때 휴대폰의 배경화면으로 둘 만큼 푹 빠졌습니다. 저에게 ‘미술 글을 쓰고 싶다’란 생각을 들게 한 첫 그림이었지요. 모네의 아름다운 그림 속에 그의 사연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더 멋진 그림을, 온전히, 그려내고 싶어 성치 않은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렸을 화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해져오는 것도 같고요. 모네가 앓은 그 병 때문에, 그의 작품이 추상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에게 백내장이라는 병은 결국 그의 작품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봐도 될까요? 클로드 모네는 평생 빛을 연구했습니다. 젊었을 땐 자연의 변화에 따른 빛을 연구했고, 늙었을 땐 그의 뜻과 상관없이 망막의 변화에 따른 빛을 연구한 삶을 살았지요. 평생을 우직하게 빛과 그림을 탐구했던 사람이었기에, 백내장이라는 병마저도 그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모네를 다룬 코너에서 쓴 '백내장이여, 너 또한 축복이었구나'라는 제목처럼요. 결과적으로 그는 이 덕분에,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미술계에서 신항로를 열었으니까요. 모네의 정확한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때로는 자신의 흐려지는 망막을 즐기기도 했다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가 백내장에 걸린 상태에서 그린 몇몇 작품에는 그가 전에 그린 그림보다 더욱 강한 ‘들뜸’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네가 자신에게 드리워진 백내장을 오롯이 인정하기까지는 알게 모르게 깊은 속앓이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념의 화신이던 그의 의지가 결국 백내장마저 무릎 꿇게 했다고 봅니다. 더 정확히는, 되레 탄복을 시켰다고 봅니다. 이 책에서 특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다른 데서는 잘 듣거나 볼 수 없었던 화가나 명화 이야기가 있다면요? 윌리엄 터너의 작품 「노예선」을 다룬 코너도 챙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얼핏 보면 그저 아름답게 비치는 이 작품의 반전 이야기를 품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영국의 국민 화가가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평소 여러 일상에 밀린 탓에 깊게 사유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아울러 이 코너는 그림을 더 선명하게, 내막을 보다 충격적으로 전해드리고자 처음부터 끝까지 단편소설로 풀어냈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도 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빈센트 반 고흐가 여긴 진짜 첫 작품, 폴 고갱의 실체(?), 나치의 이인자를 속여먹은 위작 화가의 정체 등을 다룬 글도 흥미롭습니다. 또 영화와 CF 등을 통해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한 감성을 품은 분이 있다면, 빌헬름 하메르스회를 다룬 코너를 더욱 인상 깊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일본인 아내와 두 형제를 일본으로 보낸 뒤 매일을 외로움으로 보냈던 이중섭 화가의 생을 그려보면 너무나 애절하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평론가들로부터 받은 악평, 후배의 배신과 늘어난 빚 등……. 우리가 이 화가에 대해 좀 더 주목해보면 좋을 지점이 있을까요? 이중섭을 좋아하신다면, 언젠가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볼 기회를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살뜰히 편지를 썼지요. 우리나라 화가 이중섭은 가족에게 웬만한 문학보다 더 절절한 편지를 다수 남겼습니다. 진지하게 이중섭의 편지를 뼈대로 소설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 적 있습니다.이중섭은 숱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가족에게 쓴 편지에는 사랑과 희망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내 남덕을 향해선 다시 만나길 기다리겠다고, 두 아들을 놓고는 꼭 자전거를 사줄 것이라고 거듭 말합니다. 그의 편지를 읽다 보면 그가 생을 버텨온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시기에 왜 그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욕심 같아선, 분량만 허락이 됐다면 제 책에도 이중섭의 편지를 더 많이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또 소개하고 싶은 화가나 작품이 있으신지요? 기회가 된다면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의 불꽃 튀는 라이벌전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고상했던 마티스와 자유분방했던 피카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랐습니다. 그런 두 거장이 평생 서로를 질투하고, 뒤돌아선 흠모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예술계 거물의 총애를 받기 위한 경쟁, 한 여인을 놓고 벌인 신경전 등 일화도 넘칩니다. “나는 누구보다 더 주의 깊게 마티스의 그림을 봤고, 마티스는 누구보다 더 주의 깊게 내 작품을 봤다”라는 피카소의 말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 같습니다.작품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자동판매기 식당」, 「밤샘하는 사람들」, 「창밖을 보는 여인」 등을 다룰 수 있는 시간이 언젠가 오면 좋겠습니다. 호퍼는 무거운 추가 가슴을 여러 번 쓸고 내려갈 때, 애써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나 아파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이 위에 그려냈습니다. 이에 따라 각 그림은 저마다의 노래 한 곡, 소설 한 권, 영화 한 편을 품게 됐지요. 기회가 되면 그런 밀도 높은 그림들도 찬찬히 알려드릴게요. 마지막으로 책을 읽을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 책의 쓰임이나 바람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이 책을 펼쳐보시는 분께 ‘제대로 된’ 진짜 생애 첫 미술책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더운 날씨와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은커녕 집 밖을 나가기도 부담스러운 분이 있다면, 이 책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미술관이 될 수 있길 기원합니다.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하룻밤 미술관』은 오늘 밤도 문을 활짝 열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제 이불 속에서 미술 작품을 마음껏 둘러보셔요.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하룻밤 미술관』 더 알아보기

인터뷰

[북뉴스] 정확한 욕망이 주는 자유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우리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질문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바쁘게 일하고 카드 값을 내고 세금을 내고 서둘러 즐기고 다시 출근한다. 하지만 더 영리하게, 더 효율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지?’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예상치 못한 호응과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는 이유다. 7년 전 곰과 사슴이 나오는 숲속으로 이사해 거의 안 쓰고 안 벌며 살아온 박혜윤 작가의 삶과 사유는 과연 우리의 삶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한 번쯤 고민해본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을 법하다. 『말하기의 말하기』의 김하나 작가는 이 책을 일컬어 지적 사유의 쾌감이 깊은, 시간과 돈의 관계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평했고, 『문장 수집 생활』의 이유미 작가는 올해의 책이자, 후련하고 기쁨으로 가득해지는 책이라 찬사를 보냈다. 삶의 정답을 발견했다고도, 지속 가능한 지혜를 발견했다고도 말하지 않는 그의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제목을 듣고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른 채 책을 펼쳤는데, 에세이 같기도 하고 인문서 같기도 하고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작가님께서 이 책을 설명하신다면 뭐라고 말씀하시겠나요? 생각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사생활이 궁금한 유명인도 아니고, 학문적 계보를 꿰뚫고 있는 인문학자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생각은 인간이면 다 하는 거니까. 다만 그런 생각의 방향을 자기 자신에게로 꾸준히 돌렸을 때 느끼는 쾌감 같은 걸 독자들에게 전하길 바랐어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자기 삶을 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해보는 경험이 됐으면 해요. ‘내 삶을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말 흥미롭군’ 이렇게요. 7년간 시골에서 사슴과 곰을 이웃으로 두고 살아가셨어요. 인터넷조차 없던 세월도 길었죠. 그간 이 생활을 접고 싶은 위기라고 할 만한 순간은 없으셨나요? 남편이랑 싸울 때죠. 누구나 이런 저런 이유로 힘들 수 있지만,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결국엔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편과 제가 이런 삶에 대한 의견이 맞아서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여기까지 오면서 싸운 건 격렬하기 그지없었죠. 저희는 싸우는 걸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요. 내가 뭔가 하고 싶다고 하고 남편이 반대할 때, 싸우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 다시 질문하게 되고, 처음 생각했던 거랑 달라져 있어요. 하지만 싸우는 순간엔 분노가 치밀어서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싶죠. 한국 사회에서,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만 할 것으로 여겨져요. 작가님은 경제력을 포기하시는 것이, 혹은 현격하게 감소시키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요? 그 대신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는 일단 빚이 없어요. 거기에서 두려움이 많이 줄어요. 서울에서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샀을 때 매일의 감정은 잘 설명할 수가 없어요. 대출 통장에 찍힌 마이너스 숫자들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죠.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었어요. 돈을 벌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리고 돈을 벌어가면서 느끼는 환희가 엄청나게 강렬했거든요. 그렇게 돈을 투자하고, 늘려가고, 더 벌 생각을 하고, 그렇게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 정말 짜릿하고 잘만 하면 건전하기도 한, 삶의 거대한 부분이죠. 불안이나 두려움조차 앞으로 나아가는 연료가 돼요. 그러니까 돈을 무한대로 늘려갈 생각을 그만둔 건, 싫거나 나빠서가 아니에요. 물론 지금도 돈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그만 둔 게 아니라, 무한대가 아닌 거죠. 그러니까 돈을 열심히 벌고 생각할 때 두려움이 없었던 게 아닌데, 두려움의 성격이 달라진 거예요. 이전에는 ‘돈 벌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돈을 더 벌어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라는 두려움이었는데, 지금은 삶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두려움이에요. 삶은 언제고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미래를 보장하는 돈 벌기를 지금 멈추고 즐길 수 있는 걸 즐기는 거죠. 작가님의 생각 중 정말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가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욕망이 정확하게 무엇인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거였어요. 사회의 욕망에서 벗어나 무엇이 나의 욕망인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요? 돈을 번다, 학교를 다닌다, 이렇게 쓸모가 명확한 일들 말고, 쓸모없는 일인데도 내가 꾸준히 뭘 하는지 나를 보는 거예요. 여기서 열린 마음이 필요해요. 이러면,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쓴다, 악기를 배운다’ 이렇게 여전히 이미 정해진 배움에 한정된 그런 일들을 생각하니까요. 이런 구분이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애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의무이고 쓸모 있는 일이긴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애한테 맛있는 걸 먹이고, 예쁜 옷을 입히는 거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기억하는 거에 끌려요. 밥을 하다가도, 애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신이 나서 집어 치우고 들어요. 그리고 밥은 되는 대로 먹죠. 아이를 잘 키우겠다거나 이해하겠다는 목적이 아니에요. 친구랑 수다를 떨 때,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릴 때에도 홀린 듯이 들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어려서도 그랬어요. 엄마가 잔소리하고 있는데, 정말 열심히 듣는 거예요. 경청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대사 스크립트를 만들고 있었어요. 어조, 쉬는 순간, 주제가 갑자기 바뀔 때 등. 이렇게 자신을 깊이 관찰하면서 성향, 특성, 욕망을 연결해보는 거예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서, 어렸을 때가 특히 중요하죠. 어렸을 때야 말로 쓸모랑 상관없이 자신의 타고난 성향이 쉽게 드러나니까요. 작가님은 그런 이야기를 책에서 강조하지는 않으시지만 생활을 보면 환경의 위기나 동물권 등 현재의 핵심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실천하는 분 같아요. 그런데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을 하다보면 개인의 한계에 지치거나, 이 문제의식에 같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게 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글에서는 그런 특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떤 차이 때문일까요? 제가 그런 실천을 하는데 있어 완벽하지 않은데 그래도 즐겁기 때문이지요. 물론 저희는 음식을 배달시켜본 적도 없고, 택배도 두어 달에 한번 꼴, 빨대가 필요한 음료나 생수도 사 먹지 않아요. 된장 등 양념류나 빵, 국수류도 집에서 만들고 가공식품도 사지 않으니까 포장 쓰레기가 정말 조금 생겨요. 신발을 빼고는 뭐든 중고가게에서 사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행위들이 쓰레기를 줄이겠다거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제가 편하고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해요. 기념일이나 사람들과 만나서 고기를 먹거나 외식을 할 때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즐거워요. 평소 일상에서 극도로 절제하기 때문에 이런 드문 경험들이 더욱 즐겁고 특별해요. 예전에는 평범한 사람처럼 쓰레기나 1회용 컵을 매일 2-3개씩 배출하고, 이것저것 많이 사면서 살았어요. 그때에도 즐거웠어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지금이 더 좋고, 더 옳은 게 아니라, 그때로부터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진짜 기쁜 걸 연구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 누구도 남들과 비교하면서 도덕적인 잣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해서도 남들에 대해서도. 또 다른 인터뷰에서 숲으로 들어온 것 ‘첨단’에 서기 위해서라고 하셨어요.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건 농담 반 진담 반이었어요. 문과생은 기술 중심인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기술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에 동참하지 못해도, 그로 인해 일상생활과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는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 그리고 사회 구조가 바뀌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그 변화의 ‘첨단’을 받아들이는 건 빠르게 할 수 있어요. 가령, 제가 아이를 마음껏 놀게 하는 건, 현대 사회의 흐름에서 물러나 자연에서 한가롭게 지내라는 생각만이 아니에요. 제 딴에는 오히려 사회 변화에 ‘첨단’에 서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자랄 때에는 좋은 대학만 가면 적어도 60살까지는 인생이 보장됐어요. 지금은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그래서 이름난 직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몇 년 안에 그만두거나 잘릴 걱정을 해요. 어떤 시절이 좋거나 나쁜 건 없어요. 옛날에는 입시를 위해 죽도록 공부하는 건 좋은 선택이었죠. 열아홉 살까지만 고생하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급속한 기술 발달과 변화 때문에 누구든 어차피 평생 불안하게 사는 시대니까, 놀 때 잘 놀아서 불안을 견디고 조그만 기회라도 있으면 잡을 수 있는 건강한 멘탈을 갖는 게 ‘첨단’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큰 따님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들었어요. 가족들이 가장 소중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이 떠나면 이제 그 관계는 어떤 형태로 변모하게 될까요? 가족 외에 나의 사소한 맥락을, 내 존재감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처음 엄마가 되고 나서 정말 놀랐어요. 희생적인 모성이나, 노후대책보다 아이들 교육비를 지출하는 거나, 자기 애가 천재라고 믿게 되는 거나, 전부 이해가 가는 거예요. 저는 성향상 아이를 예뻐하는 것도 아니고 모성애가 별로 없기도 해서, 힘들어서 미칠 것 같을 땐 애를 왜 이렇게 대책 없이 낳았나 한숨 쉬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재미있고 더 의미 있는 일들 대신 아이와 관련해서 겪는 의문, 절망, 끝도 없는 불안과 비이성적인 욕심, 그리고 잠깐의 아름다움과 환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우와, 이건 정신병 수준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니까 정상인 척하는 구나’ 싶었어요. 엄청나게 집착하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빈둥지증후군 이야기를 했는데, ‘걸리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애는 저보고 ‘쿨한 엄마’라고 하면 속으로 웃어요. 자기가 엄마가 안 돼 봐서 뭘 모르는 거죠. 마찬가지로 제가 집착 수준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잘 몰라요. 기본적으로 그들을 관찰하는 게 제가 집착하는 방식이라 그런 거 같아요.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최우선 대상이고 가끔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괜찮아요. 어떤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우주 전체인 것처럼. 가만히 그렇지만 집요하게. 판단하지 않고. 그 안에 내 자신이 있어요. 독자들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후련하고 기쁘다’는 평을 주신 분도 있었어요. 『숲속의 자본주의자』의 어떤 면이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했을까요?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면… 정말 조심스럽게… 쓰는 행위만큼이나 읽는 행위도 창조행위니까요. 하나의 글도 모두 다 다르게 읽죠. 어떻게든 행복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고,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고, 매일 발전해야 한다는 정해진 ‘긍정성’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괜찮다’라는 위로를 주는 것도 아니에요. ‘이대로 괜찮기 위해서’ 이대로 수동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 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행복해지고 싶고, 꿈과 열정을 가지고 매일 발전해지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게 왜 스트레스가 될까요?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이런 욕구를 긍정하면서도, 왜 이런 욕구가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탐구한 책이에요. 책 출간 즈음에는 종종 우울감에 빠진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마음에 대해서 좀 더 들을 수 있을까요? 공저 포함해서 책 출간이 겨우 4번째라 확실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저는 글을 쓸 때 특별한 노력도 고민 없이 마구 써요. 내 생각이나 내 글이라기보다는, 받아 적는다는 느낌이죠. 읽은 책, 만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일상, TV 예능, 남들의 SNS 포스팅, 이 모든 것들이 비로 내리고, 저는 가만히 서서 비에 젖어 들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책이라는 건 갑자기 내가 비를 내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나서는 거죠. 남에게 시원한 단비가 될지, 짜증나는 불편함이 될지 겁이 덜컥 나죠. 이런 기분이 들 때 소심증이 도져서 보통은 도망을 가곤 하거든요. 그런데 책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오묘해요. 내 것이 점점 공동의 것이 되는 동시에, 반대로 공동의 것이 점점 내 것이 되는 거예요. 이것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 확실한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목적 없이 받아쓰기 하듯 글을 쓸 때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거니까 내 것이 아니면서도 어쨌든 굉장히 나만의 사적인 무엇이죠. 그런데 계약을 결정한 회사나 직접 소통하는 편집자와 책을 만들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돼요. 내 책이라는 책임이 생기니까 더 확실하게 내 것이지만,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 것이 되요. 그래서 도망을 못 가요. 이 과정이 공포스러우면서도 희한하게 짜릿해요. 그래서 ‘다시는 책을 안 낼 거야.’ ‘또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강렬하게 동시에 하게 되니까 울적해지는 것 같아요. 뭐가 진심인지 모르겠어요. 결국에는 ‘내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거죠.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어요? 그러면서도 내 것,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열망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앞으로 시골에 사는 것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으셨어요. 가장 해보고 싶으신 건 무엇일까요? 앞으로 뭘 할까 이야기는 정말 많이 해요. 그런데 꼭 하고 싶다는 건 사실 없어요. ‘해보면 어떨까? 궁금하다.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정도고, 안 해도 그만인 거죠. 그런 것 중에는 한국 시골에 집 짓고 상담 책방 하기. 물가 싼 나라(그리스, 멕시코, 포르투갈, 대만 등) 옮겨 다니며 3개월씩 살기. 서울이나 미국 대도시에서 차 없이 살기.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기. 알아보면서, 준비하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따르게 되면 어딘가로 가고 있겠죠.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뷰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고기리막국수’ 김윤정 대표 인터뷰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식당이 사라지는 요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1,000그릇씩 판매하는 국숫집이 있다. 용인의 외진 동네에 자리잡았음에도 오픈 2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곳, ‘고기리막국수’의 이야기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게 된 그 시작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국수에 대한 진심, 국수 먹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블로그에도 국숫집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찾지 않을 때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기록의 힘에 관해 얘기하는 김윤정 대표, 블로거 국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고기리막국수를 운영하고 있고요.국수, 사람, 국수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블로거 국수라고 합니다. Q. 블로그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누구나 가게를 하면 좋은 상권과 입지에서 시작하고 싶잖아요. 저희도 그랬는데, 당시 가진 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이 고기리라는 동네밖에 없더라고요. 워낙 외져서 가게는 냈는데 손님이 안 오는 상황이었죠. 출퇴근하면서 마을버스의 광고판을 보다가 ‘혹시 저기에 광고를 내면 국숫집에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버스 안에서 전화를 했어요. 광고비는 한 달에 60만 원인데, 한 달은 안 되고 3개월 이상을 계약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빚을 생각하면 무리라 포기했죠. 그러던 중 누군가가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 가게 홍보를 무료로 할 수 있다고 얘길 해줬어요. 블로그를 만든 첫날 비빔 막국수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렸어요. ‘비빔 막국수 맛있어요, 오세요.’ 다음날은 물 막국수 사진을 올렸죠. ‘물 막국수도 맑고 시원해요.’ 그 다음 날은 메뉴가 더 없으니까 가게 사진을 찍어서 올렸어요. 그러고 나니 더 쓸 말이 없더라고요.😄 Q. 그러다 어떻게 블로그를 꾸준히 하게 되셨어요? 남편이랑 저랑 국숫집 쉬는 날 동네 냉면집을 갔어요. 거기서 우리 집 단골손님을 우연히 만난 거예요. 순간 ‘어? 우리 가게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우리와 취향도 같을 테고, 꼭 우리 가게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을 가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손님들이 가실 만한 곳을 다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국숫집을 더 열심히 다녔고, 블로그에 차근차근 그 기록을 쌓았죠. Q. 블로그에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던 거네요. 네, 그렇죠. 그 후로 강원도 등 여러 지역의 막국숫집을 백여 군데 넘게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도 기록이 쌓여갔지만, 제 몸에도 기억이 쌓이더라고요. 막국수라는 음식은 주재료인 메밀국수에 부재료인 양념장, 육수의 조화로 먹는 한 그릇 음식인데, 그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저희만의 기준을 갖게 되었어요. 남편과 어떻게 하면 메밀국수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을 거듭하다 감사하게도 지금 손님들이 사랑해주시는 ‘들기름막국수’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은 정말 많은 분이 찾아오는 블로그가 되었죠. 국수, 막국수, 냉면 집을 열심히 다니며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네이버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블로그로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막국수 집을 한다는 것을 알고 가게에 찾아오시고, 이미 다녀가신 분들도 후기를 찾아보다 제 블로그를 발견하고 이웃 추가를 하셨어요. 블로그에 점점 사람들이 모이게 되더라고요. 동창들은 모르지만, 블로그 이웃들은 제가 아침에 뭘 먹었는지, 오늘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다 알아요.😄 그런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죠. 블로그 이웃들은 제가 아침에 뭘 먹었는지, 오늘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다 알아요.그런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 블로그죠. Q. 블로그에 남긴 기록을 다시 보기도 하나요? 남들이 알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봐요.😄 가끔 예전 기록을 보면 다 지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전보다는 요즘의 글이 나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기록도 발전하고 기록에 딸려오는 생각들도 발전하는데, 그 과정이 고기리막국수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어요. 블로그는 커다란 창고 같아요. 뭔가가 쌓인다는 것은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것이고,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고,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오래 쌓아온 기록의 가치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록과, 기록에 딸려오는 생각이 발전하는 과정이고기리막국수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어요. Q.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국수님만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해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대로 쓰자.’ 그게 저의 원칙이에요. 새해 첫날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이 있어요. 손님들이 오시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음식에 더욱 정진하고, 이 공간을 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자, 이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Q.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라는 책을 작년에 출간하셨는데, 그 계기가 궁금해요. 저에게도 손님이 오시는 것보다 회전율이, 자주 오시는 것보다 객단가와 매출이 더 중요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려 보니 제가 고기리라는 낯선 동네에 와 있었는데요. 그때 깨달은 건 ‘지금 내 앞의 손님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 거였어요. 블로그를 절실하게 하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웃을 떠올리며 글을 썼던 게 지금까지의 제 마음가짐이고요. 수익보다는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한 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어 책을 썼어요. 책을 쓸 때도 블로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블로그가 아니였다면 책 못 썼을 거예요.😄 지금 내 앞의 손님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 거예요. Q. 창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록의 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 시작하는 분들은 뭔가를 이룬 사람이 한없이 멀게만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은 기록을 하고, 그게 쌓이다 보니 뭔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차별화’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역시도 사소하고 지루한 것의 반복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단 한 장의 사진과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청년도 아니었는데, 지금 시작하시는 청년분들이라면 결코 늦은 것이 아니죠. Q. 블로그를 통해 얻은 것이 뭘까요?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사람을 얻었고, 그러자 기회가 조금씩 찾아오더라고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매 순간 준비했던 것이, 저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오뚜기’ 기업과의 협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오뚜기와 들기름막국수를 만들며 그 과정에서 또 사람들을 얻고 있어요.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사람을 얻었고,그러자 기회가 조금씩 찾아왔어요. Q. 블로거로서의 고민이 있나요? 고민은 딱히 없어요.😄 뭐든 이웃분들이 함께해 주실 걸 아니까요. Q. 블로그만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요? 다른 SNS와 달리 자기 정체성을 정말 많이 담을 수 있어요. 블로그 명이 있고, 제목이 수렴된 닉네임을 쓸 수 있고, 레이아웃, 스킨, 자기소개 글 등에서 각자의 개성을 많이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큰 사업이든 저처럼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이든 ‘퍼스널 브랜딩’이 시작일 텐데, 그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사업이든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이든블로그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해요. Q. 특히 애정하는 포스팅이 있나요? 제가 지금 식당을 하고 있잖아요. 어느 날 블로그와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다가 ‘네이버 블로그와 식당의 공통점 5가지’라는 포스팅을 올렸어요. 그걸 보시고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공통점 중 하나는 ‘블로그는 이웃분들이 지켜주고, 식당은 단골손님들이 지켜준다’예요. Q. 즐겨 찾는 블로그 이웃이 있나요? ‘바다가 되고 싶은 비’라는 이웃이 있어요. 바다가 좋아서 펜션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인데요. 그분의 블로그를 통해 바다를 보기도 하고, 바닷가에 오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이 육지에 나오시면 저랑 같이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블로그 이웃으로 만났을 뿐인데 새집으로 이사할 때 나무 심는 봉투도 보내주시고, 제가 책을 내면 읽어 주시고, 오뚜기와 협업한 제품을 내면 만들어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한 이웃이라기보다 멀리서 나를 항상 지켜봐 주는 가족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블로그 시작을 망설이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너무 잘하려고 하니까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냥 하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내 글을 수백 명씩 보러 오는 게 아니니까, 하시면 되고요.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취향이 같은 사람이 모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말로 하면 ‘콘텐츠’라고 하죠. 콘텐츠가 쌓여야 진정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국수 님은 블로그에 무엇을 기록하나요? 저는 ‘국수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요. 제 블로그는 국수를 담는 그릇 같은 거예요. 국수도 담겨 있고, 사람도 담겨 있고, 국수를 먹는 사람들도 있고, 국수로 인해 결혼한 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요. 정서적으로 힘들 때 그 그릇을 꺼내서 맛보고 읽어 보면서 위로를 받고, 또 다음날을 살아갈 힘을 얻어요. 너무나 감사하고 풍성한 한 그릇이죠. 전 블로그가 너무 좋아요. 인터뷰 출처 - 네이버 Ligelog.blog '워너비 블로거의 라이프로그를 만나다. ep 4

인터뷰

[오늘의 작가] 김서울, K궁궐 이렇게 즐기면 기분이 좋거든요

문화재에 대한 가장 트렌디한 글을 쓰는 크리에이터, 유물을 독특하게 풀어낸 책 『유물즈』로 독립출판계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 모두 김서울을 수식하는 말들이지만, 그를 빛내는 건 현재의 ‘나’를 중심에 두는 용기다. 김서울이 생각하는 자신은 ‘싫어하는 걸 못 버티는 사람’이다. 백자 항아리를 보고 여인의 뒷모습 같다거나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하는, 늘 똑같은 설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나’의 언어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옛사람들의 문화를 즐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에세이 형식으로 생각을 풀어냈다. 그래서인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젊고 발랄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마약 방석을 깔고 앉은 해치’, ‘댄스 댄스 레볼루션 나무’ 같은 김서울식 감상법에 독자들은 ‘궁며들었다’며 응답했고, 첫 책부터 꾸준히 그를 좋아하는 팬도 생겼다. 그러나 정작 그는 『유물즈』의 인기에 한발 물러섰다.  “서울 사람들의 문화에 참여해보고 싶어서 보름만에 글을 써서 ‘언리미티드 에디션’ 독립출판 부스에 내놓은 게 시작이었어요. 근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랐던 거죠. 제 의도는 자유롭게 사적인 감상을 나누자는 것이었거든요. 제 표현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굳어질까 봐 태도만 전하자는 생각으로 절판을 결정했습니다.” 유물부터 궁궐까지 이쯤 되면 문화재에 대한 오랜 사랑을 고백할 법한데, 그는 오히려 처음에는 ‘싫었다’고 말했다.  “저는 역사를 싫어하는 학생이었어요. 전통 미술을 공부했지만, 처음부터 제 전공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지만 박물관이라는 공간만은 좋았어요. 답답한 기숙학교 생활 동안, 유일하게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오늘은 불화관, 다음날은 조각관 그렇게 매일 한 칸씩 옮겨가며 매력에 빠졌죠.” 그는 궁궐 답사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궁궐도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점점 좋은 요소들이 보이더라고요. 원래 돌을 좋아하는데, 어떤 날은 좋은 기술자가 다듬은 돌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더 들여다 보니 훌륭한 나무도 참 많고요. 마치 팬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열심히 알리는 것처럼 좋아하는 요소를 영업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인터뷰 도중, 김서울은 창덕궁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조선시대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방한도 안되는 방에 소박하게 살았을 것 같고.(웃음) 근데 사실 그 시대 사람들도 열심히 생활을 꾸려가며 살았거든요. 손가락을 넣으면 뚫리는 창호지만 사용한 게 아니라, 두꺼운 천을 걸어서 방한을 하기도 하고요. 왕실 문화는 더 화려했고요. 궁궐도 지금 보이는 것처럼 공간이 비어 있었던 게 아니고, 이동할 수 있는 낮은 담도 있고, 해시계나 괴석으로 장식해두기도 했어요. 지금 생활하는 사람이 없으니 생활감이 사라진 거죠. 마치 모델하우스랑 실제 사는 집이 다른 것처럼요. 그런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어요.”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궁궐에서 사용된 유물들이다. 김서울이 큐레이션한 유물들은 마치 편집숍의 인테리어 소품들처럼 감각적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색을 참 잘 썼던 것 같아요. 핑크도 다 같은 핑크가 아니라, 베이비 핑크가 유행했다가 또 핫핑크가 유행하기도 하는 것처럼 당시에도 유행이 있었죠. 우리가 생각하는 오방색과 조선시대의 오방색은 톤이나 조합이 많이 다를 거예요. 지금 봐도 어떻게 정제된 색을 저렇게 조화롭게 사용했을까 싶은 것들이 많아요.” 나의 언어로 좋아함을 표현하는 것. 김서울은 이 태도가 ‘전통’을 이어가는 동력이 된다고 했다.  “보존과학 일을 하면서, 전통이란 과거의 것을 현재에서 미래로 잘 보내주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태도와 언어로 그 물줄기를 이어나가는 거고요. 그동안 문화재 애호 문화도 구시대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못했잖아요. 특히, 젊은 여성들이 향유하기 어려웠죠. 제가 개인적인 감상을 풀어냈듯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김서울과 함께 궁궐을 걸었다. 그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디테일에 시선이 자주 머물렀다. 바닥에 깔린 체스판 같은 박석, 기둥 아래를 받치는 돌, 다리 위의 깜찍한 돌짐승들. 그는 빛을 받아 새파랗게 반짝이는 기와를 가리키며, 햇빛과 날씨, 계절에 따라 다 다른 푸른빛이 보인다고 했다. 똑같은 파랑이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파랑을 섬세하게 감각하는 사람. 정직하게 좋아하기 때문에, 수많은 파랑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려 깊은 안내자 김서울과 함께한 여름날의 궁궐은 유별나게 반짝였다.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작가 인터뷰 “소로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어요”

박혜윤 작가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 미국의 외진 시골에서 인터넷도 없이 7년간 살았기 때문이다. 돈 또한 거의 벌지도 쓰지도 않았다. 그런 그의 실험이 된 삶과 철학을 담은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최근 다산초당에서 출간되어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장 수집 생활』의 작가 이유미는 이 책을 두고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까지 밑줄 그으며 읽은 책, 아직 안 읽은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책, 처음 꼽아 보는 올해의 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에세이인가 하면 철학서고, 남의 삶인데 이상하게 내 삶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이 책을 쓴 박혜윤 작가를 만났다.  책 제목이 『숲속의 자본주의자』입니다. 흥미롭고 어리둥절한 제목이에요. 인문서 같기도 하고, 분야를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도 들어요. 작가님은 어떤 책이라고 생각하고 원고를 쓰셨나요? ‘숲속’과 ‘자본주의자’처럼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분법적인 사고예요. 저는 숲의 생활도 자본주의도 사실 선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긴 대량생산 덕분에 어지간해서 굶을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이전만큼이나 고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제가 살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제가 결국 하려던 이야기는 현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귀촌과 도시에 사는 것, 자본주의를 등지는 것과 열심히 생산 투자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두 개로 칼로 자르듯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가정과 일을 다 잡는다든지, 일도 하고 자기계발도 해야 한다든지 등 양쪽을 다 해야 한다는 이야기와도 달라요. 이런 과부하도 사실은 두 개를 구분하니까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학교 공부랑 노는 건 양자택일해야 하는 이분법의 대상이잖아요. 그런데 어린 인간은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게 돼 있거든요. 놀이식 수업이 아니라, 정말 자기가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걸 공부하면 노는 거랑 공부하는 걸 이분법으로 가르지 않아도 돼요.  독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이 책을 통해 어떤 독자들을 만나고 싶으셨나요? 저에게 가르침을 주는 독자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서 말하는 가르침이란 위에서 아래로 정해진 진리를 전수하는 것이 아니에요.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 역시 자신 삶의 주인공이자 작가라는 느낌을 갖기를 바랐어요. 독자들이 그런 느낌을 담아서 쓴 서평을 보면 제가 배워요.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담아서 쓰는 서평들이 많아서 기뻐요. 독자와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적으로 오래 알았던 지인인데, 책을 읽고 난 후에 자신의 삶의 고유함, 독특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며, 그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전에는 사적으로 속속들이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였어요. 이렇게 독자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삶이고 그 삶의 주인공이 ‘나’라는 확실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악으로도 선으로도 해석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시는데요, 작가님의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이 따로 있나요?  자본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학문적인 논의는 제가 알 수 없는 분야에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요. 하지만 인류의 대부분이 자본주의의 틀 안에 살아요.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환경파괴가 가속화된 건 사실이에요. 인류 전체가 당면한 어려운 과제죠. 하지만 이건 인류 집단의 문제예요. 저는 자본주의가 전제 조건이 된 지금의 사회에서 개인으로 살아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런데 개인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것부터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자본주의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에 하나가 개인의 소외거든요.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돈의 순환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개인이 단절되어야 한다고 해요. 온 가족이 함께 살면서 밥해 먹고 협동해서 살면, 돈을 쓰는 경제 활동이 발생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개인으로 쪼개지면 돈으로 거래되는 시장이 생겨요. 외식도 해야 하고, 어린애도 같이 사는 친척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돈 주고 맡겨야 하고.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온 가족이 모여 살 때가 천국이었나요? 가족의 억압에 짓눌려서 여성이나 어린애들은 자아라는 게 없이 살았잖아요. 저는 지금의 상태가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로울 수도 있고, 드디어 나다운 자아를 발견할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개인의 선택이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드디어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요.  『월든』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져요. 독자들 중에서도 『월든』을 다시 읽어보겠다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여기에 대해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책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에요. 책을 통해 독자들이 『월든』을 버리기를 바라는지, 혹은 『월든』에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어요. 불교 관련 책에 뻔질나게 나오지만, 매번 마음이 덜컹하는 부분은 ‘부처를 버려라,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이에요. 부처의 가르침을 반박한다거나 『월든』의 주장을 거부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월든』과 함께 언급되는 책이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에요. 사실 제가 막연하게나마 시골에서 살아볼까를 생각하게 된 게 십 몇 년 전 『조화로운 삶』을 읽고 나서부터였어요. 무척 열광했고, 니어링 부부처럼 살고 싶었어요. 반면, 『월든』은 대학 전공 수업 때문에 훨씬 먼저 읽었는데도, 처음 읽었을 때 괴상하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그런데 『조화로운 삶』은 저에게 절망감을 줬어요. 그들 부부는 두말할 나위 없이 위대한 현자예요. 『조화로운 삶』에 하루에 4시간만 노동을 하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거든요. 저도 따라 하느라 하루 4시간 노동을 했더니 죽을 것 같았어요. 니어링 부부가 하는 단식이나 식단도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난 밥을 먹어야 행복해지는 돼지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고 정말 우울해졌지요. 그때 『월든』이 왜 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언뜻 생각이 났어요. 니어링 부부에 비하면 소로는 전혀 완벽하지 않은 거예요. 숲에 들어가 산 것도 겨우 2년이고, 책도 사실 이런저런 변명처럼 들리는 것들이 무척 많아요. 하버드 대학까지 나와서 나약한 지식인이나 사회 부적응자처럼 투덜거리기도 하고.  그러던 중 스코트 니어링이 아들을 만나지 않고 살았다는 걸 읽게 됐어요. 아들이 자본주의에 봉사하는 금융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말이죠. 아들이 그만둘 때까지 만나지 않겠다고 했대요. 그때 저에게 있어서 『월든』과 『조화로운 삶』이 다르게 읽히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숲에서 살고, 농사를 짓고, 자본주의의 나쁜 점을 개선하는 방법을 따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소로가 보여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태도를 닮고 싶은 거였죠. 니어링 같은 현자가 되어서 그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배척하면서 살아갈 깜냥이 저에게는 없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월든』도 자연을 예찬하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소로의 삶의 과정이 더 중요한 거예요. 『월든』이 괴상하게 느껴졌던 건 그만큼 그가 자신의 삶의 고유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월든』을 마구 찬양하고 싶지 않았어요. 소로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지만, 소로처럼 살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시골에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은 막연히 ‘부럽다, 자유롭겠다’ 말하기도 하고 ‘회피했다’라고 단정 짓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보시는 작가님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요? 저희 가족이 엄청나게 특이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시대의 흐름에 가장 앞도 아니고, 중간보다는 조금 앞서 나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시대가 바뀌면 개인들의 생각도 일상도 바뀌는데, 그 변화가 모두에게 동일한 시점에 오는 건 아니니까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진 지는 옛날이라, 자발적이든 강제로든 누구나 어느 나이에 백수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고요. 저나 남편이 일간지 기자로 일할 때도 이미 전 세계의 전통적인 미디어가 몰락한다는 이야기는 흔했어요. 그러니까 저희는 시골에서 살겠다, 미국에서 살겠다, 은퇴를 하겠다고 딱 결정한 게 아니에요. 그렇게 결정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세상도 아니고요. 시골이든 도시든, 심지어 집에 인터넷이 없어도 도서관에만 가면 공짜로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고, 이민을 가도 한국과 사적으로나 일적으로도 연결되는 게 이 시대의 변화잖아요. 이 시대에는 자기 삶의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국가, 직장, 학교에 소속된 것이 어떤 보장이 아니니까요. 일단 시골에 온 건,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구하고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직접 경험이 갖는 힘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시골이나 다른 나라로 이사 가는 것처럼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직접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날것의 경험 말이에요.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자기는 시골에 갈 생각이 없는데도 지금의 삶을 되묻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비판받는 기분이 들지 않아 좋다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작가님의 이야기가 왜 이런 반응을 이끌어낸 걸까요? 아. 그건…… 제가 딱 그런 사람이라서 그럴 거예요. 비판받을 만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죠. 시골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도 아니고요. 사실 적응하려는 노력도 많이 안 한 셈이에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하드코어로 자연친화적으로 삶을 꾸리고, 자급자족하는 재주도 뛰어난 분들이 요새는 정말 많아지고 있어요.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인데, 저는 그 경지 근처에도 못 가요. 책에도 썼지만, 농사도 조금 짓다 말다, 저희 가족은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패스트푸드점 가는 걸 손꼽아 기다리고, 빵도 밀을 직접 갈긴 하지만 자연발효 대신에 이스트를 사용해서 구워요. 아이들도 홈스쿨 하면 정말 좋은데, 저는 도저히 귀찮은 걸 감당할 수 없어서 그냥 공립학교에 보내요. 어느 분야에도 남을 가르치고 할 만한 게 없죠. 그렇게 엄청나게 느리고, 때로 뒷걸음도 많이 치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삶의 방향을 기억해요. 그것도 항상 365일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잊었다가도 다시 생각해내는 거죠. 그건 도시든 시골이든 미국이든 한국에 살든 동일한 마음의 자세니까요. 글이 여러 편 실려 있는데요,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 어느 것일까요? ‘꿈이 삶을 가로막을 때’라는 글이요. 제가 강렬하게 이루고 싶은 꿈도 없고, 그러다 보니 포기를 잘하는 게 콤플렉스였어요. 꿈을 향해 가면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에게는 괜찮다는 위로를 할 수도 있고 희망을 이야기해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거기에도 해당이 안 돼서 창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동안 ‘포기해도 괜찮은 법’ 그런 주제로 폴더를 만들어서 원고를 쓰기도 했어요. 그런 제 자신에게 건넨 위로이자, 채찍질 같은 거예요. 억지로 꿈을 만들어내지 말고,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하되, 그럼에도 평범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으니까요. 그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의 결말은 평범하고 허무해서 아름다워요.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서장원 “소설은 내가 원하는 말하기 방식”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서장원의 첫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됐다.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 너머 도사린 파국의 기미를 정제된 문장과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온 그는 유수의 문예지에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소설 독자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겨왔다. 이번에 출간되는 소설집에는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 9편을 한데 묶어 선보인다.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름, 작가 서장원을 인터뷰로 먼저 만나보자. 오랫동안 소설을 써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가님을 쓰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쓴지 정말 오래되었네요. 첫 단편소설을 완성한 것이 2012년 겨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동력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하는 말하기의 방식이 소설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있는 한, 소설도 계속 쓸 것 같습니다.  등단작인 「해가 지기 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사 아들을 만나러 가는 중년 여성 기선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뒤에 발표한 작품에서도 중장년층이 여럿 등장하고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삶이 부정당할 위기에 직면한 인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 시절에는 그런 위기를 맞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잘못을 수습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시도할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아 있는 나날이 많지 않은, 중년을 넘긴 인물이 이러한 위기에 직면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해가 지기 전에」의 기선이나 「주례」의 경목, 「해변의 밤」의 화자 모두가 그래요. 이들은 자신이 잘못한 사람들로부터 이미 버림받았기 때문에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을 다시 시도할 시간도 없고요. 하지만 이들의 삶은 여전히 길게 남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 인물들이 주어진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게 될까, 그런 게 궁금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 소설에는 강아지들도 자주 나와요. 「해변의 밤」에서는 아들이 데려온 강아지, 「태풍을 기다리는 저녁」에서는 펜션에 남겨진 개, 「망원」에서는 주인공이 전 남자 친구와 키우던 반려견 망고가 등장합니다. 소설 속 강아지들은 지나간 시절을 환기시키는 어떤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사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저의 오랜 꿈이었는데, 여태까지 강아지와 함께 살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소설 속에 강아지들을 등장시켜서 약간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들에게 특별한 상징을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 강아지의 등장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강아지들은 인간의 감정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잖아요. 말씀하신 「태풍을 기다리는 저녁」, 「망원」, 「해변의 밤」에는 인간들이 무참한 감정을 느낄 때 마냥 기분 좋은 강아지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대비가 좋았어요. 아무런 악의 없이 작중 인물들의 감정을 모른 척하는 존재가 있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망원」의 화자의 경우에는 그런 망고의 존재에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표제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에 “사라져버리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소설가의 의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소설가인 등장인물이 겪을 내적 갈등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작가님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처럼도 느껴졌어요. 소설을 쓰실 때 어디에 중점을 두시는 편인가요? 저 문장이 조금은 소설가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이지만요. 이 문장은 30대의 시스젠더 헤테로 기혼 여성(나중에는 정체성에 변화를 겪지만 저 문장을 생각했던 당시에는)이 레즈비언 고교 동창 민주를 두고 떠올린 것입니다. 민주가 먼저 부탁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혜적인 뉘앙스가 있지요. 저는 누군가를 대변하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제 이야기만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해야 하는 말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아들을 보러 길을 떠나는 중년 여성, 제자의 주례를 서러 가는 퇴임한 고등학교 선생, 죽은 애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 소설가, 임신중절 수술을 앞둔 친구를 만나러 가는 트랜스젠더 여성 등, 다양한 인물의 삶을 그려내셨어요. 이런 인물들에 대한 실마리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는지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디서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고 또 이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는지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책에 실린 소설은 대부분 다시 쓰였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주례」는 처음에 용주의 이야기였어요. 성인이 된 용주가 고교 시절 자신의 괴롭혔던 교사 경목에게 주례를 핑계 삼아 복수하는 이야기였지요. 다 써놓고 보니 엉망인 글이었고, 저는 그 소설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을 두고 경목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시 썼어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했을 때, 지금의 화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민주가 죽은 연인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거든요. 그러나 그 소설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버려두었어요. 그리고 1년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형태로 다시 썼고요. 그러니까 어쩌면 이 인물들의 실마리는 이전에 쓰고 버린 소설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처음에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이 자신 몫의 이야기를 하게 된 셈이니까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장면을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 장면은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해피 투게더」의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아끼는 소설이  「해피 투게더」인데요.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장면이어서 아마 그 소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그 장면을 쓰는 동안에는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화자가 결국 혼자 남겨지고, 불안하고 쓸쓸한 마음이 된다는 점에서요. 다만 이 장면 이후에는 화자가 어떻게든 삶을 꾸려갈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굳센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프랑스 영화처럼」의 마지막 장면도 무척 좋아합니다. 두 사람이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편안한 밤을 보내니까요.  요즘에는 어떤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요? 차기작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요즘 최대 관심사는 ‘학교 내 청소년’입니다. 올해 초봄에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 단편집에 실을 소설을 청탁받아서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어요. 사실 마감이 코앞인데, 소설에 대한 가닥은 전혀 잡지 못했고요. 아마도 퀴어 청소년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 초에 앤솔러지 소설집이 출간된다고 알고 있는데, 아마 거기에 실리는 소설이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이후로 발표하는 첫 단편소설이 될 것 같아요.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강자 동일시』 강수돌 교수 인터뷰 “꿈 실현하며 유익하게 사는 ‘일류인생’엔 인원제한이 없다”

인터뷰 요청에 “나에 대한 포장이 될 것 같아서 인터뷰를 가능한 한 안 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왜 교수직을 일찍 관뒀는지에 대해 ‘마을 이장 교수’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설명은 하는 게 도리 아니겠느냐”고 설득한 끝에야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강수돌(59) 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호칭 생략)와 마주앉을 수 있었다. 이장을 관둔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긴 바짓단을 접어서 손바느질로 꿰맨 흔적이 뚜렷한 헐렁한 바지처럼 생각의 품은 넓었으며, 마음은 따뜻했다. ―지난 2월 퇴직한 뒤 어떻게 지내요? “전보다 주경야독을 하기가 편해요. 낮에는 텃밭을 돌보거나 사람을 만나고, 저녁엔 글을 읽거나 쓰죠. 시민강좌 같은 것도 시간 나는 대로 하고요.” ―교수 정년이 아직 6년 반이나 남았는데, 왜 그만뒀어요? “오래전부터 정년을 5년 남기고 관두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수로서의 생활 자체가 특권인데다가 다른 직종의 평균적인 정년(60살)보다 더 하는 게 조금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또, 대학 사회가 비즈니스화되면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데 거기에 맞추는 것도 좀 힘들었고요.” 자본의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 ―비즈니스화라면요? “행정업무나 교과 과정, 심지어 학생과의 관계도 비즈니스처럼 됐어요. 취업을 어떻게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작게는 장기 결석한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야 하는 일종의 감정노동까지 하도록 요구받거든요. 그런 결과가 모두 대학교 평가지표에 반영되고, 그건 결국 교육부의 예산 지원과 직결되고요. 갈수록 교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비즈니스맨화되는 분위기들이 저랑 안 맞았어요.” ―온라인 수업도 결심을 앞당긴 요인이었던가 봐요. 최근 <교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교수의 눈물은 온라인으론 전달되지 않는다”고 표현했더군요. “지난해 온라인 강의를 두 학기 해보니까 이건 교육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깊은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노사관계를 다루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은데 대면수업에서는 학생들과 슬라이드를 같이 보면서 울고 그러거든요. 또 학생들이 발표하다가 실수해서 웃기도 하고요.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게 교육인데 온라인으로 하면 그냥 글자만 보면서 진도 나가기 바쁘고, 이상하게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것 같았어요. 이러다가는 쓰러지겠다 싶어, 살아서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지난해 가을 피로 누적으로 인한 ‘번아웃’ 진단을 받았다. ―그 정도로 힘들었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는 한데 그동안 너무 많이 설치고 다녔죠. 하하.”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의 한 음식점 마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은 서울대 경영대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1994년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일하다가 1997년 고려대 서창캠퍼스(현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가 됐다. 그는 교수뿐 아니라 조치원읍 신안1리 이장(2005~2010년), 세종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역임, 현 세종시 난개발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이다. 또 시민을 위한 교양도서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에 펴낸 <강자 동일시>를 비롯해 그동안 단독으로 쓴 책만 40권에 육박한다. ―대학이 많이 변했다고 했는데, 학생들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최근 세종캠퍼스 학생 한명이 고려대 총학생회 간부가 됐다가 안암캠퍼스 학생들이 세종캠퍼스는 같은 학교가 아니라고 반발해서 물러난 일이 있었잖아요. 학생들이 명백한 차별행위를 해서 놀랐어요. “저도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차별은 사실 모든 대학에서 있어왔죠. 농어촌전형으로 간 학생과 정시전형으로 간 학생, 또 수시와 정시로 입학한 아이들 사이에 서로 구별짓기를 하는 일들 말이죠. 이런 차별의식의 뿌리는 요즘 아이들이 사회나 어른, 부모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늘 차별화된 평가를 받아온 데 있어요. 좀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자본이 노동력을 차별화해서 A급 노동력과 B급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서울 학생들은 세종 학생들을 소위 2등급 취급하는 거죠. 유명 대학을 일컫는 스카이(S·K·Y)라는 개념도 나머지 대학은 2, 3등급으로 본다는 이야기이고요.” 자본주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강수돌의 학문적 관심은 박사 논문(‘한·독 자동차산업의 경영 합리화와 노사관계 변동’)에서 알 수 있듯 경영자보다는 노동자, 돈벌이보다는 공동체살이에 가 있다. 그동안 쓴 책들도 <노동을 보는 눈> <살림의 경제학> <나부터 교육혁명> <팔꿈치 사회> <경쟁공화국> 등 자본주의 비판과 대안 찾기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영재반 넣자는 요청을 거부 ―경영학자인데도 주식이나 펀드 등 이른바 투자는 한번도 안 해봤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하하. “유일하게 주식을 한번 산 적이 있긴 해요. 아주 오래전인데 연말 소득공제를 할 때 어떤 주식을 사면 그것만큼 공제해준다는 권유를 받고 신청해서 연말에 공제혜택을 받았어요. 그런데 주식을 살 줄 몰라서 안 샀더라고요. 하하. 도로 물어내고 다음해에 샀다가 곧 정리를 하고 끝냈죠. 투자라고 하지만, 결국은 내가 자본의 일부가 되는 거여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다른 경영학자들과 달리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와 삶을 고민해왔는데 언제부터 그랬어요? “1981년에 대학에 가서 공부해보니까 이것은 돈벌이 경영이지 살림살이나 사람을 위한 경영이 아닌 거예요. 그때부터 이게 아니라는 고민을 했고, 졸업할 무렵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후 제 나름으로 만든 개념이 ‘살림살이 경영’이에요. 가정생활 등 삶에 대한 경영과 사회 경영, 세상 경영이 다 포함되는 개념이죠. 세상을 잘 경영해서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제의 본래 의미와도 뜻이 같고요”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은 보이던가요? “자본주의가 갈 데까지 간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가 인간과 같이 가려면 선한 자본이 성공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선한 자본은 다 망하잖아요.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에 빠진 거죠. 군주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넘어왔듯이 역사의 눈으로 보면 자본주의도 영원할 수는 없죠. 이미 자본주의를 넘어갈 맹아들이 많아요. 충남 태안의 한 어촌마을이나 경기도 포천의 산촌마을에서 노인들에게 마을 기본소득이나 마을 연금을 주는 사례 등이 그런 싹이죠. 자기들도 나이 들어 노인이 되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있죠. 이런 것은 비자본주의적이자 가족의 원리예요. 우애와 연대, 책임감으로 운영되는 가족의 경험이 확대되면 그게 좋은 사회가 되는 거죠.”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자택 마루에서 부인, 막내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무로 모서리를 맞추고 황토로 벽을 메운 친환경적인 귀틀집을 1999년에 지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주변인이 되어도 좋다가 아니라 주변인이어서 좋아요. 그냥 나를 찾아가는 삶을 살아갈 뿐이죠.”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처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도 많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강수돌이 구분되는 지점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이나 추구하는 사상을 말로만 하지 않고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팔꿈치로 밀어내는 ‘팔꿈치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는 상생과 공존의 삶을 산다. 자녀 교육은 대표적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로, 강남으로 갈 때 그는 도시에서 시골로 옮기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참교육을 했다. 그의 책 제목대로 ‘나부터 교육혁명’이었다. ―젊었을 때 민주화운동 등 좋은 세상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녀교육 앞에서는 일반인들과 똑같거나 심지어는 더 심한 교육경쟁에 나서는데 교수님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 오히려 농촌으로 갔죠? “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큰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러 가는데 마치 송아지를 몰고 도살장을 향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경쟁교육을 또다시 아이들이 반복하겠구나 싶어서요. 어떻게 하든 그런 교육을 받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집사람과 다짐했어요. 아이의 통지표나 성적표에 연연해하지 말자, 아이가 친구 잘 사귀면서 심신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보살피자, 자기 꿈을 가지게 되면 그 꿈을 밀어주자고 말이죠. 마침 1997년 고려대 안암(서울)과 서창(세종) 양쪽에서 교수 모집이 있었는데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서창캠퍼스를 택했죠. 당시 과천에 살았는데 아이 셋을 데리고 기쁘게 이사했어요.” ―여기 와서도 아이들을 멀리 산청과 제천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냈잖아요. 둘째와 셋째가 간 학교는 학력 인정도 안 되는 곳이었는데 아이들이 또래 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어요? “그런 고민은 없었어요. 큰애가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진학해서 무난하게 생활했죠. 수학 선생님이 ‘얘는 영재교육을 좀 시켜야 되겠다’고 전화를 해올 정도였어요. 사실 영재는 아닌데요. 하하. 학교 차원에서는 밀어주고 싶은 아이에 속했나 봐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 마음은 고맙지만, 제발 우리 애는 그냥 놔두세요’라고 했어요. 다른 부모들은 우리 애 좀 영재반에 넣어달라고 하는데 저는 제발 놔두라고 했으니 선생님이 쇼크 받았나 봐요. 그 소문이 이 동네에 퍼지면서 약간 전설이 되기도 했었죠. 하하.” 동사무소 직원이 지어준 이름 ‘수돌’ ―학교에서 아이 공부를 더 시켜주겠다는데도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택한 거네요. “아이 선택이었어요. 중2 때였는데 아이가 어느 날 자기에게도 꿈이 생겼대요. 뭐냐고 물었더니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꿈치고는 독특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늦게 온다고 두드려 패지 않고 머리 길다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지 않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꿈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고등학교는 그것보다 더할 텐데 아이 가슴에 멍이 너무 많이 들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아빠가 후원하는 작은 대안학교가 있는데 거기 캠프 한번 가볼래라고 제안했죠. 아이가 다녀오더니 ‘꼭 그 학교에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였어요. 아래 둘은 큰애 학교행사 때 가끔 가보고는 자기들은 중학교 때부터 대안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중학교 과정이 있는 제천 간디학교에 가서 고교 과정까지 마쳤어요. 중·고 과정은 나중에 모두 검정고시를 봤죠.” ―대안학교도 종류가 많은데 교수님 자녀들이 다닌 학교는 대학을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곳을 나오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인 대학 졸업장을 쥐기가 힘들 수 있는데 그런 걱정도 안 했어요? “제가 자본주의를 너무 빨리 알아버렸나 봐요. 하하. 저는 일종의 고급 노동력으로 살아가지만 노동력으로 규정되는 삶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잖아요. 하하. 제가 독일까지 가서 공부하고 온 결론은 ‘노동력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격체로서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박사공부 하면서 이 한 줄의 진리를 얻었죠.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래도 많이 배우고 또 이름있는 대학 출신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진짜 중요한 거는 내면의 행복이죠. 자기 내면의 행복이 중요하지 남들이 보는 시선이 적어도 1차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런 생각에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학교나 진로를 선택해왔으니 후회나 걱정할 일도 없죠. 애들도 그렇게 키워줘서 다 고맙다고 해요. 특히 큰애는 졸업할 때 ‘대안학교에 갈 수 있게 해줘 너무나 고맙다’면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눈물이 났고요.”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강자 동일사> 강수돌 교수 인터뷰 기사 중 발췌 원문보기: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98116.html#csidxe4889d8f418ce569c5418e80d32be19 

인터뷰

나푸름 “같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나푸름 작가의 첫 소설집 『아직 살아 있습니다』가 다산책방의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상 뒤에 숨은 불안 심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관계와 위치에서 갈증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밥을 먹고 출근하고 교제에 힘쓰지만 어딘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은 멈출 수 없다. 그러한 불안을 직면하기 위해 익숙한 길을 과감히 벗어나 만나는 낯선 풍경.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루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바로 마주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신예 작가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서스펜스의 묘미까지 보여주며 우리를 매료시키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며 자연스레 연결되는 질문들을 나푸름 작가와 함께 나누어보았다. 첫 소설집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이 나온 소감과 근황이 궁금해요. 작가가 자신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모두에게 오는 기회는 아니에요. 더욱이 저는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스스로의 글에 대해, 그리고 제가 하려는 이야기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조금 더 길게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긴 고민의 결과를 드디어 독자분들께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일의 특성상 매월 마감이 있고, 거기에 맞춰 주 단위로 계획표를 짜서 움직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되게 계획성 있게 사는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으로 짜기 때문에 부담은 없습니다. 청탁받은 글도 쓰고 있고, 청탁받지 않은 글도 쓰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재밌는 책이 많아서 읽기에 치중하는 날도 많은데,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소설집의 표제작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실리콘 몸체에 접속해 일하는 직장인들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장례까지 치른 동료 ‘박 대리’가 ‘시스템 오류’로 인해 죽은 후에도 출근해 있는 상황에서 박 대리가 정말 그인지 아닌지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했는데요. 이 소설에서 독자들이 대면하길 바랐던 장면이나 질문이 있을까요? 박 대리나 그가 처한 상황은 분명 독특하나, 제가 소설에서 주목한 부분은 화자와 주변인들입니다. 박 대리는 비어 있는 존재라서 그의 존재도, 그의 가치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정해집니다. 사람들은 그가 사람처럼 보이기에 동정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처럼 군다는 이유로 혐오해요. 그건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한 직원이 어떤 일을 계기로 회사에서 외면당하고 배척당하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일들은 그 모습만 달리할 뿐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많아진 상황인지라 표제작이 더욱 밀착되어 다가왔습니다. 소설을 쓰실 때 주로 어떤 계기로 모티브를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상 대화에서 얻기도 하고, 책 속에서 얻기도 합니다. 제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가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종종 맥락 없는 말이나 생각을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대화의 방향이 때때로 ‘A’에서 ‘B’로 가는 게 아니라 ‘A’에서 ‘D’로 가곤 해요. 대부분의 생각은 단상에 그치지만, 아주 가끔은 쓸 만한 아이디어가 생기곤 하죠.『아직 살아 있습니다』 는 어떻게 하면 출근을 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어요. 친구가 통화 중에 출퇴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토했는데, 다음 날이 월요일이었거든요. 출근이라는 게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모되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그저 회사에 도착했을 뿐인데도 지치는 날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 생각이 우리가 조종할 만한 몸체를 회사에 두는 건 어떨까 하는 거였어요. 먹지도 않고 화장실도 갈 필요 없이 기능만 존재하는 몸이라면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리라 생각했거든요.  소설집의 아홉 작품 중 네 편에 초현실적 배경이 그려집니다.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경험을 의뢰받은 기버(giver)가 그 기억을 판매하거나(「메켈 정비공의 부탁」), 사고로 잘려나간 손의 감각이 되돌아오고요(「윌슨과 그의 떠다니는 손」). 작품을 쓰시면서 이런 독특한 상상을 하게 된 출발점이 무엇인가요? 기억이 물품처럼 취급당하거나, 잘린 손이 돌아온다거나 하는 이야기 자체는 우리에게 친숙한 매체나 이야기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기억을 소거해주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하잖아요. 이미 죽은 몸이 돌아온다는 건 좀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죠. 그렇게 보면 두 소설은, 제가 <이터널 선샤인>과 좀비 영화의 팬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로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이러한 소재를 활용하며 주목했던 부분은 조금 다를 수 있겠죠. 「메켈 정비공의 부탁」은 기억 자체가 나를 구성하는 부분인 동시에 완전히 낯설어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어요. 기억장애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을 보면 실제로도 가능한 일이잖아요. 「윌슨과 그의 떠다니는 손」은 환상통(phantom pain)의 개념에서 출발한 소설인데, 저는 온전히 나만 느낄 수 있는 고통에 주목했어요. 고통 자체는 오직 나의 것인 게 당연하지만, 신체적인 고통은 외면적으로 그 상처가 보이기에 타인도 내가 느낄 고통에 대해 예측하거나 공감할 수 있어요. 다만 윌슨의 고통은 신체적인 고통임에도 그의 돌아온 손 자체가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기에 정신적인 고통처럼 여겨지죠. 그래서 주변인들은 윌슨의 고통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거죠. 부부, 연인, 직장 동료, 아버지와 아들 등 수많은 인간관계가 소설에 등장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잠재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갈등하는데요. 이들 중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 그리고 가장 풀어내기 어려웠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인물이라면 「목요일 사교 클럽」의 주인공을 꼽겠습니다. 50을 바라보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그 정도의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 자신이 나이를 먹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어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섭기도 하고, 실감할 수 없기도 했죠. 그래서 부모님이나 주변 분들을 관찰하기도 했는데 어머니와 대화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나이가 든다는 건 결코 적응되지 않을 일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죠.저와 가장 닮은 인물이라면 아무래도 「중국인 부부」에 등장하는 남편이지 않나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특정 시기의 저라기보다는 여러 시기의 제가 겹쳐져 만들어진 인물 같기도 해요. 제가 품었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의 온상처럼 보이는 사람이라 사실 가장 정이 안 가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연민이 가는 인물이기도 해요. 자기 연민에 빠져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면서도 위기를 헤쳐나갈 용기는 없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소설 속 남편이 겪는 지금이 결국 그의 삶의 부분으로 지나가게 되리라 믿어요.  이번 소설집에서 해외 정착에 힘쓰는 한인 부부가 백인 이주민들에게 ‘중국인 부부’로 오인받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주류 문화에 들어가려 하지만 소외되고 마는 분위기가 지금의 한국 사회와도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는데요. 이 인물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주고 싶으셨나요? 사실 저조차도 헤매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싶어요. 지금 그들이 겪는 문제가 후에도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고요. 아마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지겠죠. 부부는 앞으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거고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죠. 그들은 이민에 실패하고 한국에 돌아올 수도,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삶의 부분이지 삶의 전부는 아닐 거예요. 저는 그들이 서로의 온기에 기대 밖을 바라보던 한밤중을 오래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결국 그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서로일 테니까요. 『아직 살아 있습니다』의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소설집에는 같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하며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한바탕 사건이 진행된 후에도 여전히 전과 같이 외롭고 쓸쓸하며 어찌할 줄 모르죠. 저는 그 부분이 제 소설과 삶의 닮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겪는다고 해도 삶도 사람도 바뀌기는 힘들잖아요. 다만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혹은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요. 그리고 타인과 내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타인에게 좀 더 친절해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제가 한 번도 가지 못한 곳을 가고 제가 겪지 않은 일에 놓인 인물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 슬퍼하고 기뻐했으니까요. 저의 이야기가 독자분들께도 그런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구상희 “항상 다음 선택의 기회는 남아있어요”

장편소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로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셨어요. 어떤 계기로 공모전을 준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설가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광고를 봤어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를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장르 소설이라 응모할 공모가 마땅치 않던 차에 이거다 싶었죠. 공모전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응모했어요. 그런데 마감 며칠 전에 광고를 보는 바람에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구상은 거의 완성을 해놓았기에 부랴부랴 줄거리를 쓰고, 써놓았던 초반부 원고를 수정해서 응모를 했어요. 공모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도록 쓰다가 마감 1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지원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태어나서 가장 가슴 졸인 1분이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이, 음식을 통해 발현된다는 발상이 독특해요.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강의 얼개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우스운 얘기지만 ‘내가 혹시 마녀가 아닐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습니다. 평소에도 공상을 즐겨하기도 하고, 판타지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마법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마법을 믿는 편인데요(웃음) 마법이 정말 실재한다면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상상해오곤 했어요. 음식은 자연의 에너지고, 먹는 행위는 그 에너지를 섭취하는 거니까 제가 상상한 마법과 닮은 셈이죠. 거기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된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상당히 환상적으로 그려지고, 맛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평소에도 요리를 즐기시나요?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는 색다르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마법의 요리로 표현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먹는 건 참 좋아하는 반면 요리는 잘 못해요. 미식가도 아니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고요. 그러다보니 제가 먹어보지도, 만들어보지도 않은 요리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백숙이나 스테이크 같은 친숙한 음식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랬더니 표현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더군요. 또 소설을 쓸 당시에 ‘먹방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었는데, 그런 프로그램들도 도움이 됐어요. 책에 등장하는 ‘마녀’는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셨어요. 어릴 때부터 ‘마녀’라는 존재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자로서 사람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여성’이라는 점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녀’라는 존재는, 각 문화마다 공통적으로 존재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지칭하는 말이 다르고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더라도요. 저는 우리 문화의 무녀도 마녀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녀라는 소재를 한국 배경에 녹여내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겠다 싶었죠. 마법과 판타지 등을 소재로 가져오시면서 더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마법, 오컬트, 판타지, 이런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썼어요. 그래서 이야기의 주요 무대인 마녀‘식당’의 이미지를 다크하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했죠. 마법의 음식에 사용할 재료들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고요. 마법 재료들을 마구잡이로 지어낸 것 같지만, 실은 마법의 효력과 다 연관이 있는 것들이거든요. 예를 들어 직녀의 베 보자기, 선녀와 나무꾼을 이어준 노루의 사향, 삼신할매표 간장은 연을 이어주는 ‘연분말이 잔치국수’에 쓰이는 재료들이죠. 정말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이에요.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직녀의 베 보자기나, 삼신할매표 간장 같은 것들이 실재하지는 않을까?(웃음), 제가 ‘창작’해낸 게 아니고 실재하는 재료를 ‘발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마법 요리의 핵심 재료로 ‘맨드레이크’가 종종 등장합니다. 판타지 문학의 고전 『해리 포터』도 언급되고요. 일상에서도 판타지 문학을 즐겨 읽으시는지, 어떤 분야의 책을 즐겨 읽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판타지 장르를 정말 사랑합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도 판타지 장르의 거장인 닐 게이먼과 스티븐 킹이에요.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작품을 좋아하다보니 동화나 청소년 문학도 즐겨 읽습니다. 오컬트물이나 공포물도 좋아하고요. 판타지 문학 위주로 독서 편식을 하는 것도 같네요. 개정판을 펴내시면서 몇몇 에피소드는 결말을 다듬었다고 들었어요. 정해놓은 결말을 다시 손본다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셨나요? 각 에피소드의 결말은 제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동화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결말은 아니더라도, 각 인물들이 그들 인생의 한 챕터 안에서는 행복한 결말을 맞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인물 하나하나를 정말 사랑하게 됐거든요. 하지만 딱 한 에피소드만은 해피엔딩을 주지 못했어요. 왠지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 당시에 제가 좀 심술궂었나 봐요.(웃음)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한 에피소드는 선미 이야기입니다. 선미는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소원으로 빌었지만, 사실 그게 그녀의 인생에서 최선은 아니었죠. 끝난 사랑에 집착하지만 않았다면, 스스로를 더 사랑했다면, 선미에게 더 나은 길이 펼쳐졌을 거예요. ‘집착하지 말 것. 더 나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담아 새드엔딩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다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선미 이야기가 꼭 새드엔딩으로 끝나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피엔딩이어도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개정판 속 선미는 초판 속 선미와 딱 한 가지 다른 선택을 해요. 사랑할 대상으로 헤어진 연인 성호가 아닌 바로 자신을 선택하죠. 그 선택으로 결말이 바뀌고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선택’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합니다. 책임감의 문제로 읽히기도 해요.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소원을 이루는 대신 꼭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그렇고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중요한 화두로 많은 독자분들이 ‘선택’과 ‘대가’를 꼽아주시더라고요. 마녀식당의 세계 속에서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마녀식당에서 빌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뿐이니까!(웃음) 어떤 소원을 빌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해요. 개정판에서 수정한 에피소드에서도 한 번의 선택이 결말을 바꾸죠.하지만 이야기를 만들면서 ‘선택’을 꼭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무엇으로 상정한 건 아니었어요. 선택에 따라 인생의 길이 달라지더라도, 그게 끝은 아니니까요. 항상 다음 선택의 기회는 남아 있고, 설사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다음 선택은 잘하면 돼요.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 진이 소설의 시작에서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고요.아, 그리고 ‘대가’는 소설의 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천사식당’이 아닌 ‘마녀식당’이니까요. 그리고 식당도 장사인데, 당연히 공짜로 줄 수는 없죠!(웃음) 등장인물의 선택을 지켜본 독자들이 무얼 느꼈으면 하셨나요? 저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읽어낼지는 전적으로 독자분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자, 그 속의 인물들은 각각 하나의 인생을 담고 있거든요. 우리가 각자의 인생에서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배울지, 무슨 의미를 찾아낼 지는 그 인생을 ‘사는 이’의 몫이잖아요. 그러니까 소설 속 세계와 인물들의 인생에서 무엇을 느낄지 역시 ‘읽는 이’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감히’ 독자분들에게 무엇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무척 조심스러워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 선미 이야기처럼 작중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보다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에 더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작가인 저는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안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독자분들의 몫이겠죠. 제 생각은 그래요. 저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가 다양한 의미로 읽혔으면 좋겠어요. 다만 읽는 재미를 위해 보태자면, 인물들의 동인은 명확했어요. 바로 ‘행복’이에요. 제 소설 속 인물들이 하는 ‘선택’은 모두 본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어요.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물들의 모든 선택은 본인을 위한 행복이 목표였죠. ‘후루룩 읽힌다’ ‘막힘없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평이 압도적입니다. 초반부터 속도감이 굉장해요. 당연히 문학을 전공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문화를 공부하셨다고요. 소설은 어떻게 쓰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나 할까요(웃음). 원래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문과생이 공부를 업으로 삼는 것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소설을 써볼까? 하고 무심코 생각했던 게 진심이 되어버렸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만화책도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좋아했죠. 그렇게 소설을 쓰게 됐어요. 간절히 취업을 바라는 청년, 이별 범죄에 시달리는 청년 등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문제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또 무척 현실적으로 다뤄집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젊은 세대들은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에 와 깨달은 것들을 저보다 젊은 세대들은 일찌감치 깨달은 것 같고요. 예를 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을 저는 늦게 깨우쳤는데, 요즘 10대, 20대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현명하죠. 저도 아직 젊은 세대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세대가 거듭될수록, 인간은 더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해요. 더 나아진 우리가 만든 세상 또한 더 나은 곳이 되겠죠. 취업 문제, 왕따 문제, 여성 대상 범죄 등등, 제가 소설 속에서 다룬 사회 문제는 과거에도 존재했어요. 그것들이 사회가 발전하면서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논의가 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 소설 속에서는 이런 문제를 미시적으로 다뤘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대한 약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걸 꼽자면 ‘연대’라고 말하고 싶어요. 젊은이들이여, 연대합시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소설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처럼요. 요즘 들어 독자들이 마법 같은 이야기를 반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재미있으니까요!(웃음) 저 또한 판타지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판타지 문학이 다양하게 창작되는 것이 정말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콘텐츠가 질적으로 또 양적으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문화 소비층이 다양해지고 두터워지면서 비주류로 치부됐던 판타지 장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녀의 베 보자기, 선녀와 나무꾼을 이어준 노루의 사향 등, 동양 판타지로도 풀어낼 소재들이 숨어 있는데요. 차기작으로는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진의 마지막 선택은 속편을 염두에 두고 써 내려가신 것일까요? 속편에 대한 계획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고 썼죠. 여담인데, 손님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거둬가는 ‘검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손님들이 음식 값으로 치른 아름다운 목소리나 인생의 기억 등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속편에서 다룰 계획이었어요. 그리고 소설이 조금 잔혹하다는 평도 있어서, 다크(Dark) 버전과 라이트(Light) 버전으로 나눠서 써보면 어떨까 혼자 계획을 세워두었죠. 이렇게 계획은 많은데……. 제가 소설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어서 당장은 어려워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쓸 거예요! 마블 유니버스처럼 마법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 시리즈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길에서 우연히 마녀식당을 만난다면 빌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작가님은 어떤 요리를 드시게 될까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싶어요. 말씀드린 판타지 소설 시리즈도 만들려면 오래 살아야겠죠. 그래서 만수무강하게 해달라고 빌 것 같습니다. 진시황제가 그리 찾으려 애썼다는 불로초가 들어간 요리를 먹게 될 것 같네요. 모두가 절박하고 힘든 시기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이 책으로 큰 위안을 얻으실 텐데요. 이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마녀식당이 밤에만 영업을 하는 건, 마녀식당이 어둠 속의 등불 같은 곳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누구나 자신만의 마녀식당이 있다고 믿어요. 지금 아무리 힘들고 외롭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계속 걷다보면, 여러분만의 마녀식당이 눈앞에 나타날 겁니다. 스스로를 믿는 한,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반드시 이뤄질 거예요!

인터뷰

김서울의 궁궐 탐방기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인터뷰

작가이자 문화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울은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로 일하던 시절 SNS에 짤막한 설명과 함께 한 장씩 올린 유물 사진이 화제가 되어 해당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그렇게 출간된 『유물즈』 가 전문가와 작가, 일반 독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독립출판물로는 이례적으로 품절 사태를 거듭하다 현재는 두 배의 가격을 내걸어도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김서울의 새로운 상상력과 관점이 이번에는 궁궐로 옮겨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이 탄생했다. “고려(시대 유물)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면 조선(시대 유물)은 어쩔 수 없이 친오빠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조선시대 대표 유적인 서울의 5대 궁궐을 거닐며 느낀 감상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버무려 산뜻하게 담아냈다. 어딜 가나 정신없는 서울 한가운데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조선의 고궁을 ‘돌과 나무로 만든 숲’이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휴식처로 바라보며 마치 내 친구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듯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독립출판물 『유물즈』  , 『뮤지엄 서울』   이후 세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주로 실내 유물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이전의 저서들과는 다른 책인 것 같아요.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은 서울에 있는 조선의 다섯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을 저의 시선과 취향으로 편집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궁궐을 주제로 한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역사 위주의 서술이 아닌 저 김서울의 개인적인 궁궐 감상법을 녹여냈고 더불어 돌, 나무 등 궁궐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를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전의 책에서는 실내에 주로 전시되는 한국의 문화재와 유물을 살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외 공간과 유물을 다루었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유물과 박물관 등 한국의 오래된 것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오셨는데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지금의 나를 만든 기원이 무엇인지, 어떤 문화적 배경이나 과정, 변화가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언젠가부터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좀 다르게 말하자면 ‘나는 왜 지금과 같은 문화적 배경에서 사는 한국인이 되었나’에 대한 호기심이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현대 한국이라는 국가와 문화를 만든 과거의 물건으로 관심사가 자연스레 옮겨갔어요. 유물의 배경에 깔린 흐름이나 결을 추측하고, 주변의 풍경에 그걸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고 있고요. 더불어 이런 흐름이라면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가님의 관점이나 시선이 젊은 독자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가 뭘까요? 독특한 시선이나 상상력의 원천이 있다면요? 박물관, 유물 하면 지루하고 경직된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거리감을 느끼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현대적인 시선과 언어로 쉽게 풀어 설명해주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저 역시 역사책이나 박물관 설명의 카드를 보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풀어 쓰려고 했고, 유물을 보면서 예전에 그걸 사용했을 사람들과 풍경을 그려보고 그 풍경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풍경과 비교하다 보니 제 상상이 글에 많이 녹아든 점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생각해주시는 듯해요.  그동안은 주로 박물관 등 실내 보관된 유물을 대상으로 글을 쓰다 이번에는 그 시선이 실외 유적인 궁궐로 옮겨갔는데요, 실내 유물을 감상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박물관의 유물은 사시사철 같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관람 환경이 유물을 현실과 동떨어진 물건으로 보이게 할 때도 있죠. 분명 당시에는 일상적인 사물이었을 텐데 지금은 유리관 속 은은한 조명 아래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그에 비해 실외 유적인 궁궐은 날씨와 계절, 심지어는 그날의 궁궐 관람객 수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요. 박물관 속 유물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도 ‘조선시대’라는 배경 때문에 현재의 서울과 분리되는 느낌이라 흥미로웠습니다.같은 계절에 방문하더라도 각각의 궁궐이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산책 동선에 따라, 또 관람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매번 분위기가 달라져요. 이런 부분이 실내 유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멜멜 사진작가와 협업은 어떠셨나요? 평소에 워낙 팬이었기 때문에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원을 풀었어요. 다섯 개 궁궐을 함께 돌면서 어느 궁이 가장 좋은지, 좋아하는 고궁의 풍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이의 눈과 손을 빌려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도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작업 과정 전반이 무척 즐거웠어요.  궁궐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른 봄에 혼자 창덕궁에 갔는데 살짝 흐리던 날씨가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로 바뀌었어요. 날씨 탓인지 관람객도 거의 없었고요. 저 역시 우산을 챙겨 가지 않아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조용한 창덕궁을 거닐다 길을 잃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도 관람객이 드문 궐내각사 부근이었더라고요. 길을 찾지 못해 한참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작은 문을 지나니 제 인기척 때문인지 땅에서 혼자 놀던 까치가 푸드덕 날아가고 비를 피해 지붕 아래 숨어 있던 고양이도 담장 너머로 훌쩍 사라져버렸어요. 그 소리에 덩달아 놀라서 순간 멈춰 섰는데 제 주변으로는 궐내각사 전각에 고요한 공기만 가득한 거예요. 그 사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궁궐 전체가 반짝거리던 날도 있었고 궁궐의 석수들을 슬며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던 기억도 있지만 고궁이라는 공간에 몸을 푹 담갔던 것만 같은 비 오던 날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아직 궁궐이 낯설고 어려운 궁궐 산책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궁궐 혹은 궁궐 감상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먼저 초록빛 풍경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보세요. 꼭 무엇을 알아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안하게, 눈을 쉬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고궁을 산책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나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고궁을 거닐어보는 거죠. 기억 속 그 장면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마음에 들어오는 또 다른 풍경이 있는지 하나씩 기억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차츰 고궁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와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궁에 대한 추억을 다채롭게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원을 풀었어요. 다섯 개 궁궐을 함께 돌면서 어느 궁이 가장 좋은지, 좋아하는 고궁의 풍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이의 눈과 손을 빌려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도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작업 과정 전반이 무척 즐거웠어요.  궁궐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른 봄에 혼자 창덕궁에 갔는데 살짝 흐리던 날씨가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로 바뀌었어요. 날씨 탓인지 관람객도 거의 없었고요. 저 역시 우산을 챙겨 가지 않아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조용한 창덕궁을 거닐다 길을 잃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도 관람객이 드문 궐내각사 부근이었더라고요. 길을 찾지 못해 한참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작은 문을 지나니 제 인기척 때문인지 땅에서 혼자 놀던 까치가 푸드덕 날아가고 비를 피해 지붕 아래 숨어 있던 고양이도 담장 너머로 훌쩍 사라져버렸어요. 그 소리에 덩달아 놀라서 순간 멈춰 섰는데 제 주변으로는 궐내각사 전각에 고요한 공기만 가득한 거예요. 그 사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궁궐 전체가 반짝거리던 날도 있었고 궁궐의 석수들을 슬며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던 기억도 있지만 고궁이라는 공간에 몸을 푹 담갔던 것만 같은 비 오던 날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아직 궁궐이 낯설고 어려운 궁궐 산책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궁궐 혹은 궁궐 감상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먼저 초록빛 풍경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보세요. 꼭 무엇을 알아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안하게, 눈을 쉬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고궁을 산책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나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고궁을 거닐어보는 거죠. 기억 속 그 장면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마음에 들어오는 또 다른 풍경이 있는지 하나씩 기억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차츰 고궁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와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궁에 대한 추억을 다채롭게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채널예스

인터뷰

정신과 의사 반유화 “결국 선택은 내가 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직장 상사에게 실망했어요, 거절을 못 하겠어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일상이 불편해졌어요.” 이 주제들에 전혀 해당이 안 되는 대한민국 여성이 있을까?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은 여자라서 겪어야 하는 일들에 마음이 자주 지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12년간 1천여 명의 내담자를 만나온 저자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여성학을 공부했고 열두 가지의 고민을 토대로 여성들의 마음속 근원을 파헤친다.  “자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귀찮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진정으로 불행하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246쪽)”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묻는 일 제목을 보고 책이 궁금해졌다. 굉장히 큰 주제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정해지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20,30대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고민을 주제로 글을 썼기 때문에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을 선택했다. 여성학을 공부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정신과의사로 일하면서 여성들이 지닌 다양한 상처에 사회 환경 및 젠더 이슈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연은 다 제각각이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페미니즘 이슈를 직접 갖고 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기처럼 페미니즘 이슈가 베어 있었다. 성역할을 강요 받는 데서 느끼는 불편함이 남성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존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뭔가가 있었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분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세계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고통이 발생하는지, 그 고통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탐색해야 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성학을 공부했다.  진료에도 영향을 미쳤나? 물론이다. 새로운 생각들이 생긴 건 아니지만, 비언어적인 형태로 막혀 있었던 부분이 깨끗하게 설명됐다. 이를 테면 대상화, 감정노동, 교차성, 가부장적 배당금 등의 개념들이다. 정신의학(특히 정신분석)과 여성학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 사회에서 미덕으로 여기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왜 그런 마음이 들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일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다.  첫 번째로 다룬 주제가 ‘결혼’이다. 결혼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인생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려면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상은 보통 개인이 할 일들을 패키지로 제안하지만 그것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결혼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들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고 싫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군가 함께 사는 것이 싫은 건지, 되돌리기 어려운 계약을 하기 싫은 건지,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 싫은지, 누군가가 내게 의존하는 것이 싫은지, 결혼한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 역할이 싫은 건지. 결혼이라는 단어를 잘게 나눠 따로따로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들이 선명해진다. 과거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제는 취할 것은 취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지나친 조언을 들어야 할 때, 곤혹스럽기도 하다. 자신은 결혼을 했으면서 ‘결혼하면 끝장이야’라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책임져줄 수 없으면서 ‘결혼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의 생각이 아니고 나의 선택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는 사람도 내 삶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 이 사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여성들은 관계로부터 얻는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갈등을 많이 두려워하는 경우,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갈등을 줄이는 능력, 즉 다른 이의 마음을 짐작하는 능력과 인내심은 아무나 갖추기 어려운 귀한 역량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에게 소중한 자원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고 무조건 참으면 겉으로는 갈등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음속에는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이 거절을 편안하게 여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절하고 거절을 받을 때, 여기에 수반되는 긴장감, 서운한 감정은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이 데미지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데미지를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 원초적으로 버림받는 것에 관한 공포, 소멸되는 공포가 큰 사람들에게는 안심시켜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이 상황에 처한 것은 내 탓이 아니라는 것, 내 탓은 아니지만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거절을 한다고 이 관계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92쪽)고 했다.  어떤 선택이든 다 거기서 거기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삶은 계속되고, 내 앞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기회들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선택의 결과물이 처참한 크기로 삶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믿음을 키워간다면 신경증적 갈등으로 겪는 고통을 줄 일 수 있다. 그리고 속상한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미워하기보다는 일단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그 이후에 나 자신과 긴밀히 대화하고 대책을 의논하는 것이 현명하다.  열한 번째 주제는 ‘남자친구의 질투’다. 먼저 직장인이 된 여자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자의 연애. 의존과 열등감 사이에서 관계가 틀어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무엇일까? 나의 기분, 마음을 존중하는 일이다. 이 연애에서의 나 자신이 마음에 드는가?를 떠올려봐야 한다. 상대가 열등감을 느낀다는 건, 그 사람에게 발생한 감정이다. 나의 성취가 상대에게 미안한 일이 될 필요는 없다. 또한 건강한 갈등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갈등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 잘 맞는지가 연인 관계를 결정한다. 겉으로 갈등이 없다는 건, 어쩌면 한쪽이 무언가를 감내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관계에서 상대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조마조마해하거나, 떠날까 봐 자신의 진심을 숨겨야 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결코 오래갈 수 없다. 관계에서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보다는 “나를 제대로 잘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가 전제여야 한다. 가혹한 가족 안에서 자랐지만, 양육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들도 많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하는 것이 현명할까? 일단 죄책감을 느끼는 건, 실제 죄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죄책감은 명시적인 명령이나 억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면서 은밀하게 사람을 조종하기 때문에, 이 감정을 잘 살펴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죄책감을 유발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는 갖지 않아도 되는 죄책감이 우리를 움직이게 그냥 둔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 희생과 불필요한 자기 처벌, 그리고 그것에 대한 새로운 분노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자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진정으로 불행하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이 어렵고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면 이 불편함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또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가정 환경에 놓인 경우라면, 가족에게 받는 대우와 자신의 가치를 분리하기 위해 안전을 확보하고, 심리적, 경제적, 관계적 자원을 키울 필요가 있다. 덜 예민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내가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일부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감정이 부끄럽고 별로이고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이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는 훈련을 하면 좋다. 뭔가 오글거리는 이 감정, 2차적으로 따라오는 내 감정들을 바라봐야지 원인을 알 수 있다. 요령은 없다. 상담을 받는 일이 아닌 이상, 나만의 시간을 가진 상태에서 고요하게 내 감정을 써보거나 정리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중복돼서 찾아오는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타인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행복감을 누리기가 어렵다.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만 중요한 건, 내 안의 경쟁, 질투심 같은 감정을 제대로 봐주고 인정해주는 일이다. 비교하는 마음이 들어오면 누구나 속상하다. 하지만 이 부정적인 마음들을 덜 미워하는 사람은 좀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식이 있다면? 상대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되, 뭔가를 더하려고는 하지 않는 것.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공감해주고 ‘네가 힘들 때 나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사인만 줘도 상대는 큰 위로를 느낀다. 지나친 감정이입과 동일시는 진정한 공감과 다르다. 상대가 경험하고 느껴야 하는 몫이 있는데, 그 몫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자기 자신을 너무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아서 의아했다. 많은 심리서가 자존감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러 안 쓰려고 노력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너무 고정관념으로 익숙해진 나머지 그 이상의 생각으로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 학술서가 아니기 때문에 꼭 써야 할 경우에는 자신감으로 대체했다.  인생 신조가 있나?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하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음껏 소망하되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책이 굉장히 잘되기를 희망하는데 또 그렇지 않아도 하나의 에피소드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처받기가 두려워서 소망을 안 하는 건, 즐거운 삶이 아닌 것 같다. ‘이번 일이 잘되지 않으면 끝장이야’ 같은 마음을 갖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기 자신을 너무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의심하는 역량을 자신에 대해서 순수하게 호기심을 갖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약간 틀면 어떨까 싶다. 의심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의심을 물음표로 바꿔서 자신에게 던지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출처 : 채널예스

에세이

저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존스홉킨스의대 교수입니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몬을 만들어라"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레몬은 쓰고 셔서 못 먹는 것을 말하는데요. 인생이 나에게 쓰디쓴 시련을 주더라도 즙을 짜고 설탕을 넣어 시원하고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의미입니다. 인생이 저에게 레몬을 던져 준 때가 있습니다. 저는 반지하에서 봉제공장을 하시는 부모님의 반갑지 않은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으셨죠. 저는 4년이 지나는 동안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인지 무관심 속에서도 공부에는 소질이 있어서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합니다. 어떤 의사가 될까 고민할 때 제일 힘들고 소외되는 정신과 환자들을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마친 후 정신과 레지던트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합격할 거라 생각했는데 떨어지고 맙니다. 그때는 그 레몬이 너무 썼어요. 붙을 줄 알았기 때문에 떨어지면 뭘 할지 준비도 하지 않았죠. 그래서 1년 동안 미국에 가기로 했습니다. 미국 의사 면허증을 따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아무 준비도 없이 젊은 패기 하나로 미국행을 택합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봤는데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저도 엄청 놀랐습니다. 그래서 존스홉킨스의 교수로 취업하게 됩니다. 그때 제가 받았던 레몬을 다시 되돌아봤어요. 만약 제가 레지던트에 붙었다면 이런 기회는 영영 잡지 못했을 거예요. "Everything is happening for you, not to you."모든 일은 그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일어난다. 2017년, 인생은 저에게 두 번째 레몬을 줍니다. 저는 소위 ‘잘 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었어요. 의사로서, 교수로서 인정받으며 결혼도 하고요. 41살이 되기 전날이었어요. 집에 가려고 운전을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어요. 난생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2시간 동안 통증이 온몸이 퍼지더니 오한이 일기 시작했고 집에는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날을 기점으로 두어 달 만에 저는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명색이 제가 존스홉킨스 의사잖아요?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했어요. 그런데 검사에서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이 그러더군요. 혹시 우울증이나 불안증 아니냐고. 15년 경력 정신과 의사인 저에게요. 저는 정말 죽을 만큼 아픈데 그들은 아니라고 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 암흑의 시간이 6개월간 지속됩니다. 겨우 실마리를 찾아서 받은 진단이 자율신경계 장애, 신경매개저혈압이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아직 이 병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입니다. 진단은 나왔지만 답이 없는거죠. 당시 저는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서 일어나 앉지를 못했어요. 2년 가까이 거의 침대에 누워서 지냈습니다. 서러웠어요. 직장도 1년 반을 쉬어야 했고 내 인생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적인 피로감이었어요. 밥을 먹고 나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오래 사용한 휴대폰 같았습니다. 배터리가 충전도 되지 않고 금방 방전되어 버리는, 10%밖에 남지 않은 휴대폰. 저는 모험을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하루 아침에 신의 장난처럼 완전히 반대되는 난치병을 얻은 거예요. 일상생활을 해내질 못했어요. 그래서 남편을 미국에 두고 어머니의 간호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의 간호로 조금 나아지면 제가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던 일이 있어요. 바로 걷기 연습입니다. 오늘 15분, 내일 20분… 매일매일 이를 악물고 연습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노력해서 30분 걷고 나면 그 다음날 병이 나서 몇 주 동안 움직일 수가 없는 거예요. 매번 그러니 정말 못 해 먹겠더라고요. 의지도 한계가 있지, 이를 악물고 걸었는데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이게 반복되니 공들여 쌓은 것들이 무너지는 억울함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Everything is happening for me, not to me.And I will make lemonade out of these lemons" 그때마다 이 말을 생각했어요. 이 모든 어려움도 나를 위해 일어난 거라고. 이 쓰디쓴 레몬으로 꼭 레모네이드를 만들겠다고 나를 다잡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인생에 쉼표를 얻은 것 같아요. 교수로, 의사로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작가의 길이 보였어요. 누워서도 볼 수 있는 컴퓨터를 샀고 그때부터 저의 첫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를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 병을 이긴 것은 아닙니다. 같이 살아가는 거죠. 이 병이 한번 아프면 몇 주, 길게는 몇 달씩 아프거든요. 힘겹게 버티고 있어요. 억울하고 속상할 때도 많아요. 그래도 누가 저에게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저는 거절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아프면서 배우고 깨달으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그래서 아프기 전의 나보다 아프고 난 후의 나를 더 사랑합니다. 아픈 건 괴롭지만요. 여기 두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과 같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지? 저 사람 탓이야 하면서 절망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이 고통 또한 나를 위해 존재하기에 꼭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두 사람에게 똑같이 2021년이 주어졌습니다. 둘은 어떤 1년을 살게 될까요? 그리고 2021년의 마지막 날, 두 사람은 어디에 서 있을까요?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건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본 내용은 도서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세바시 지나영 교수 강연을 인용, 정리하였습니다.

인터뷰

‘대통령의 구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구두 : 아지오 유석영 대표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우연히 눈에 띈 대통령의 잔뜩 낡은 신발 밑창.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신발이길래 저렇게 밑창이 닳을 때까지 신었을까 궁금해했다. 그 구두가 청각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구두 '아지오(Agio)'라는 것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아지오는 경영악화로 2013년에 폐업을 한 상태.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많은 관심 속에서 화려하게 다시 날개를 펴고 대박신화를 써내려갔을까? 물론 그 길이 눈앞에 넓게,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 보이는 탄탄대로 대신 아지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원칙을 지키면서 다 함께 가는 길이었다. 청각장애인이 만드는 구두, 직접 손으로 만드는 구두, 신는 사람에게 최고의 편안함을 선사하는 구두라는 길을 말이다. 시각장애인 대표와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만든 아지오의 스토리를 담은 책, 『꿈꾸는 구둣방』을 출간한 '아지오'를 대표해 창업자인 유석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이야기. ('아지오'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의 구두 브랜드 이름이다. 대중들에게는 '구두만드는풍경' 보다 '아지오'로 많이 알려져 있어 회사를 가리킬 때 '아지오'로 지칭했다) 아지오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스토리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모르고 시작한 엉뚱한 일이죠. 사실 비즈니스는 사업성, 충분한 이익, 그리고 분배까지 생각하면서 해야하는 일인데, 청각장애인들도 일을 할 수 있고, 일하면 즐거워할 것이고, 정직하고 좋은 물건이면 고객들도 사줄 거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당연히 고생이 따를 수 밖에 없고 곡절이 많을 수 밖에 없었죠. 책은 개업 후 3년 만에 폐업을 결정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가장 아팠던 실패의 순간으로 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은 좋은 재료로 질 좋은 구두를 만들면 고객들이 알아봐줄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감성적이었죠. 저희가 도전을 했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까지는 성공을 했지만 결국 시장 돌파력이 약해서 처절하게 패배하게 되었어요. 시작은 할 수 있지만 그게 실패했을 때 장애인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아요. 이미 장애 때문에 상처를 받은데다 희망을 갖고 왔다 그게 무너질 때 받는 상처는 더 크거든요. 다시 시작할 때는 그런 아픔과 상처가 없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대통령의 구두가 이슈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지만, 무턱대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지오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굉장히 신중했거든요. 많은 시간을 망설이고, 기다리고, 점검하고, 그렇게 다시 시작했을 때는 넘어졌던 순간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죠. 다시 일어나 나아가더라도 같은 유형의 실패는 하지 말자, 그 실패를 통해서 더 건실하게 커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서론 부분에 담고자 했습니다. 방송국에서 12년간 일하다 장애인 복지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아지오를 만들게 되셨는데요. 일이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장애인에게 일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한 것 같아요. 모두에게 일은 권리이자 의무죠. 일이 있다는 것은 사회적 신분하고도 연결이 되고, 일에서 얻어지는 소득이 결국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고요. 저도 살아오면서 장애 때문에 일에서 배제되고, 다른 사람들은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소외감이 청소년기부터 있었어요. 굉장히 속상했죠. 그래도 저는 어쨌든 도전도 해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해오면서 살아온 사람이지만,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분들이 많거든요. 능력과 솜씨가 있는데도요. 장애를 가진 경우, 장애로 인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장애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예산이 예전보다는 많아졌지만 단순히 장애인들에게, '이만큼 줄테니 이것 가지고 살아요'라고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보다는 장애인들이 직접 사회 안에서 일을 하고 소득을 얻는 것이 문제 해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죠. 게다가 일이란 것은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자존감, 자존심, 그리고 자부심을 통틀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대표님은 시각장애인인데 청각장애인 직원들과 일을 하시잖아요.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한 그룹으로 보기 쉽지만 사실 그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와 현실이 있더라고요. 대표님도 낯선 청각장애인 문화와 접하면서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84년인가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를 했을 때의 일이에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달리기를 했어요. 시각장애인은 총소리를 듣고, 청각장애인은 깃발을 보고 출발을 하는 거죠. 그런데 시작 전인데 깃발이 조금 흔들렸고, 청각장애인이 그걸 보고 뛰어버린 거에요. 감독관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제지를 하는데 청각장애인은 그걸 못 듣고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차이에 대해서 배려를 못한 거죠. 저도 그랬어요. 모두 불편하고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화려한 것도 볼 수 없고 이동하는데 제한도 받으니까 시각장애인이 제일 불편하다 생각했죠. 내가 시각장애인이니까. 그런데 복지관 관장을 하면서 가까이서 청각장애인들을 대하니 그분들도 또 다른 측면에서 굉장히 애를 먹고 있었고, 또 문화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한번은 청각장애인들과 캠프를 갔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큰 소리를 내고 밤새 쿵쿵거리면서 다니는지 속으로 욕을 했다니까요. 그런데 다음날 생각을 해보니까, 들리지 않으니까 내가 내는 소리가 시끄러운지 모를테고, 청각장애인 문화에서는 몸짓과 움직임이 바로 언어니까 동작이나 표정을 크게크게 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그런 부분을 몰라줬구나 싶었죠.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를 택한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자주 듣긴 하지만 단순히 '사회 공헌을 하는 기업' 정도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요? 아지오를 만들면서 사회적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회적 기업은 경제와 사회공헌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굴리면서 여기서 나오는 이익과 파생되는 여러 가지를 사회에 다시 재환원하는 것이에요. 사회 공헌에는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거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한다거나 그런 모든 것이 포함되는데, 아지오의 경우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죠. 그리고 고객들의 발을 편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 그리고 정직하게 신발을 만드는 것 모두 사회적 기업의 틀 안에 있는 것들이고요. 사실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구두 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외출이 많이 줄어서 구두를 찾는 분들이 적어지니까요. 다른 기업 같은 경우에 인력 감축을 하기도 하지만 아지오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니까, 사업이 어렵다고 인력 감축을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죠. 그런 조건들을 끌어안고 가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아지오의 구두를 구입하신 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또 그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면서 연결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희망이 보이기도 해요. 거북이처럼 느려 보이긴 하지만요. 아지오는 처음부터 제대로 만든 수제화를 지향했는데요. 이 선택이 처음에는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미 선발주자들은 해외에서 구두를 대량으로 만들어와서 상표를 붙여서 팔고 있는데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진정성으로 다가서자 생각했죠. 고객들의 발을 진정으로 생각하자는 의미에서의 접근이었죠. 구두는 확실히 손이 많이 갈수록 더 부드럽고 편해지고 예뻐지거든요. 가성비는 떨어져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 수 없고요. 하지만 직원들이 점점 담당 업무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만들 수 있는 수량도 늘어나고 품질도 좋아지고 있죠. 아지오만의 특색 있는 서비스라고 하면 직접 찾아가서 고객의 발을 실측해 구두를 만드는 것인데요. 사실 직접 찾아가서 발을 실측한다는 것도, 개개인에게 맞는 구두를 만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구두가 참 어려운 산업이에요. 까다롭고 리스크도 많고요. 한편 보람도 있어요. 남다른 발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아지오 구두를 만나서 발이 편해졌다, 일 할 때 지치지 않는다, 건강해졌다 그런 이야기를 하실 때는요. 사실 실측 그 자체는 마이너스가 나는 일이에요. 전국 어디나 출장비는 3만원이거든요. 그런데 또 인력이나 비용 문제로 몇 달 실측을 안 했더니 주문이 떨어지더라고요. 실측을 다시 시작하니까 주문이 오르고요. 아지오는 직접 발을 재서 구두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각인이 된 것 같아요. 어쩌다가 아주 독특한 발을 만나면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수정을 하는데, 거기에 따른 비용과 손해도 있지만 결국은 그분들이 우리에게는 스승이 돼요. 그런 독특한 발에 맞는 구두를 만들면서 기술력도 늘고 아지오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 쌓이거든요. 2017년에 다시 아지오의 문을 열게 되는데, 당시 대통령의 구두로 유명세로 타면서 많은 투자 제의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쉽게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보다는 신중하게 계획하고 차근차근 협동조합으로 문을 다시 열었어요. 유혹이 굉장히 많았어요. 돈이 될 것 같으니까 투자하겠다는 얘기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주문이 많아지니까 제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하니까 위탁을 줘서 더 많이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아지오의 구두는 청각장애인이 만들어야 아지오의 구두인 거거든요. 힘들 때면 자꾸 초심의 뿌리가 건드려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처음의 원칙들을 무너뜨리지 않고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책에는 처음의 폐업 이야기부터 직원들과의 갈등까지 굉장히 솔직하게 쓰여 있어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여러 어려움을 맞닥뜨려 고민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이 책에는 지금까지의 사건이나 에피소드, 그리고 커가는 과정 속에서 겪은 성장통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담았어요. 고객의 발에 맞는 구두를 만들지 못해서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서 전달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처음에 직원들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에서의 소통의 오류 같은 것들도 숨기지 않고 가려고 했어요. 성공 비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서투른 아마추어가 노력해서 도달한 지점까지 만이라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생각을 했죠. 저희가 처음 시작을 할 때도 그렇고 다시 문을 연 것도, 고객들의 호응과 소통 덕분이거든요. 저희 안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서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새롭게 발전해가는 방향을 찾고 싶었어요. 책을 엮으면서 지난 시간들을 다 꺼내놓고 보니까, 우리가 참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졌구나 싶더라고요. 경제적인 빚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빚도요.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함께 일해준 직원들, 그리고 아지오의 구두를 구입해준 고객들에요. 이 빚은 회사를 더 튼실하게 만들고 더 좋은 구두를 만드는 것으로 갚아야겠구나 생각합니다. 2017년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다시 출발을 하면서 아지오도 기업으로서도 좀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픈 기억이긴 하지만 실패가 주는 교훈이 가장 컸어요. 경제를 읽는 것, 소비자를 읽는 것, 마음을 사는 것,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세우는 것, 이런 것들을 모두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좋은 물건을 만들면 알아주겠지, 우리 진정성을 알아주겠지, 그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안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우리가 만드는 물건을 통해서 고객들을 행복하게 하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신발장에 이미 유명 브랜드의 구두를 갖고 있는데도 아지오의 구두를 선택하는 분들은 '가치있는 소비'를 원하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분들이 원하시는 '가치'를 우리가 만들어야겠죠. 우리가 만들어놓고 잘했다 만족하기 보다는 고객이 바라는 그 지점까지 가야한다는 깨달음도, 그 뿌리는 실패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인 것 같고요. 아지오가 앞으로 도달하고 싶은, 지향하는 방향이라면 무엇인가요? 수치적인 목표라면, 지금은 1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30명까지 고용을 늘리고 싶어요. 초기 목표가 30명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달성을 못했거든요. 그리고 직원들을 공정별 장인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장인이 되어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가 큰 목표 중 하나죠. 사실 30인을 고용하고 급여를 얼마를 주고 이런 수치적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지오에서 일을 함으로써 청각장애인들의 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좋아지게 하고, 그분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에요. 그것이 앞으로 추구하고 밀고 나아가야 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이 책에는 성공이 담겨 있진 않아요. 성공을 향해 가는 모습, 실패라는 아픔을 겪고 그것을 긍정으로 넘어서 시즌2를 일궈가는 모습이 담겨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달려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요.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나도 한 번은 아지오 구두를 신어봐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고요. 편한 자세로, 기쁜 마음으로, 풍경을 그려가면서 책을 읽으면 가슴에 남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인터뷰

의사 김현지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의대생 시절부터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이 많아 전공의 때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전문의 취득 후에는 대부분이 밟는 전임의 과정을 선택하는 대신 병원 밖에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출마도 했던 의사 김현지. 그는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으로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비관적이고 회의적인데 끈을 못 놓고 하는 정책가”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책하는 의사로 살겠다고 다짐한 데에는 오직 한 가지,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바람이 있었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는 그런 그가 정책하는 의사로 활동하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담은, 누구나 쉽게 보건의료정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보건의료정책 입문서’다. 정책의 부조리, 제도의 부재와 차별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보며 의사로서 느낀 고민을 담았다. 누구든 더 쉽게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이 고민을 하는 의사 김현지는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또 책상 밖으로 나와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는 일을 계속 해나가며 누구든 더 쉽게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힌다. 김현지는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입문서 제목을 여러 번 보게 되더라고요. ‘포기할 수 없는’에 방점을 두느냐, ‘아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리 익히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제목에 저자의 어떤 생각 담은 건가요? ‘포기할 수 없는’에 의미를 둔 건데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환자가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해도 그 환자를 설득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선배나 동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에요. 체계나 제도를 바꾸면 환자를 도울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제목에 담은 거예요. 정책하는 의사를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활동을 해왔잖아요. 그러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그간 써온 일기를 꺼내 들어 보면서 책을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어요. 의대생 때부터 매일 일기를 썼어요. 일기장이 제게는 환기창 같은 곳이었어요. 그때는 공부에 대한 고민,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 고민 등을 썼죠. 전공의 때는 워낙 장시간 근무를 하니까 그때 느낀 스트레스도 털어놓았고요. 비서관으로 일할 때는 체계나 제도를 바꾸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런 고민도 아주 상세하게 써왔어요. 제가 비서관 생활을 마치고 나왔을 때 심한 번아웃에 시달렸는데요. 역시 환기를 하고 싶어 일기장을 폈다가 문득 이 내용을 엮어서 책으로 쓰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입문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의사들조차도 법, 정책을 너무 딱딱하고 지겹게 여겨요. 그러니 다른 분들은 오죽하겠어요.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은 생각보다 훨씬 개인의 삶에 가깝게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서 잘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썼어요. 개인 개인이 보건의료정책을 아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세요?  국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거든요. 또 정부 부처도 꾸준히 민원을 받아요. 소통 창구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흔히 ‘나는 의료인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인데 정책이나 행정에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반영시킬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의외로 굉장히 쉽게 반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목소리를 낼 권리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현재 소아 중환자실이 많이 부족한데요. 막상 소아 중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느라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지 못해요. 저는 이 책을 읽은 분 중 소아 중환자의 가족이나 관련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앞으로 적극적으로 입법 기관이나 정부 부처에 민원을 제기하시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책의 사례들을 보면서 ‘나의 이야기였는데 알고 보니 이런 부조리함이 있구나, 이건 고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환자 분, 곧 돌아가실 거예요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22쪽)는 말을 해요. 여기서 ‘잘 죽이고 싶다’는 것은 어떤 마음인가요?  요즘 ‘웰다잉’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환자 입장에서 표현하면 웰다잉이고요. 보건의료 입장에서 말하면 잘 죽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결국 환자가 웰다잉을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그것이 잘 죽이는 의사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잘 죽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텐데요. 쉽지가 않아요. 책에서도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때의 경험들을 소개하면서 잘 죽는 것이 힘든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제가 전공의를 하던 때만 해도 ‘연명의료결정법’이 없었어요. 더구나 ‘보라매병원 사건’ 때 연명의료를 중단했던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서 의료인들이 굉장히 위축됐거든요. 환자, 보호자와 주치의가 연명의료에 대해 터놓고 논의하기 무척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였죠. 연명의료법이 도입이 된 후부터는 어떻게 환자분을 편하게 돌아가실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까지는 가능하게 됐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환자 본인한테 이런 내용을 직접 이야기하는 걸 많이들 꺼리죠. 환자의 심적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고요. 좀 더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명의료 등에 대해 편하게 논의하는 분위기를 가로막는 것은 뭐라고 보세요?  한국 특유의 정서 같아요. 환자가 심적 충격을 받으면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환자한테는 직접 말하지 말고, 환자의 가족들이 결정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거든요. 의료인들 입장에서도 환자의 면전에 “환자 분, 곧 돌아가실 거예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같은 얘기하기는 엄청 부담스럽죠. 학생 때 이런 부분을 교육받기는 하지만 쉽지 않아요. 의료인도 환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환자나 보호자들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형성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밖에 환자에게 어떤 결정권이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연명의료는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지만 꼭 안 해야 되는 것도 아니에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죠. 그 가운데 연명의료를 안 하게 됐을 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있고요. 예를 들면 대부분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니까 진통제를 충분히 받는다든가 각종 기회 감염에 노출됐을 때 환자가 가장 덜 고통스러운 치료 방법만 선택한다든가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때그때 상황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호스피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호스피스를 위해서는 무조건 병원에 계셔야 했어요. 아니면 집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제대로 케어를 받지를 못했죠. 아직 시범사업 단계지만 ‘가정형 호스피스 사업’이 도입이 됐고요. 이건 환자의 집에서 보건의료인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시범사업 단계라 혜택을 누리고 계신 분들이 너무 적어요. 빨리 본사업이 되어서 집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선택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같이 끌어안아야 된다 “가난한 사람은 죽을 때조차 남들보다 더 지난하고, 괴로워야 했다”(60쪽)는 문장이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당장 꼭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너무 제자리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가난한 환자는 만성질환 관리가 너무 안 돼요. 당뇨, 고혈압은 약만 잘 챙겨 먹어도 조절이 되는 병인데 관리가 안 돼서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런 분들은 합병증 때문에 근로 능력을 상실하고, 그러다 더 가난해지고, 그래서 더 만성질환 관리가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거든요. 이 부분을 진짜 많이 고민했는데요.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데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 더구나 전공의를 시작했던 10년 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느끼거든요. 빈부 격차는 점점 커지는데 보건의료 차원의 지원은 10년 동안 늘지 않은 거죠. 그러다 보니 격차가 더 벌어지는 느낌이에요. 관련해서 간병 노동을 공식화하고, 급여화해야 한다, “간병인이라는 직업을 보건의료 영역의 중요한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96쪽)고 주장한 부분도 중요하게 들렸어요. 책에는 너무 무거워질까봐 적지 않았는데요. 2018년 국정감사 때 <서울신문>과 손을 잡고 질의한 내용이 ‘간병 살인’이었어요. 간병 살인이 이전까지 통계가 없거든요. <서울신문> 팀이 거의 10년간 발생한 간병 살인 판례를 직접 법원에 가서 다 찾고, 외워서 나왔어요.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살해한 가해자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해 책으로도 냈고요. 비서관으로 있을 때 저희가 복지부에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간병은 엄청난 부담이에요.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인데 사회는 그 부담을 개인에게만 지우니까 결국 간병 살인 같이 끔찍한 결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정작 그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은 너무 바쁘고 먹고 살기 바빠서 목소리를 내지를 못하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개인 간병을 더 이상 개인의 부담으로 줄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끌어안아야 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뭔가요? 일단 가족 중에 누가 아파도 아무도 일을 그만둘 필요가 없죠. 지금은 간병인을 고용할 정도의 경제력이 없으면 가족 중 한 명, 대부분은 여성이 일을 그만두고 간병하게 되거든요. 그게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가정 경제도 파탄이 나는 수순이에요. 하지만 간병노동이 급여화 되면 그런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가족이 아파도 정부에서 지원하고, 간병인도 고용해줄 테니까요. 더구나 그렇게 되면 의료인들도 훨씬 수월해져요. 숙련된 간병인이 환자를 케어하고, 병원은 그걸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으니까 의료인은 환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사실 보건의료인들, 특히 간호사들이 간병인의 역할 부담도 같이 지고 있어요. 그런 부담을 덜어내고 본인의 업무에만 집중하게 될 거예요. ‘콧줄’ 사례에서도 생각이 많아지죠. 병원도 조직이고, 수익이 나야 하니까 온전히 환자만을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거잖아요. 의사로서도 고민일 것 같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에 지원 삭감을 하는 기준이 사실 들쭉날쭉해요. 그래서 서울대학교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병원 내에 자체적으로 보험심사팀 같은 걸 둬요. 심평원이 삭감할 것 같은 것을 병원이 먼저 막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병원 재정이 감당이 안 되니까요. 사실 저는 병원의 보험심사팀이랑 싸우는 게 주업무 중 하나였어요. 교과서적인 근거에 따라 약을 처방했는데 심사팀에서 “선생님, 그 약을 쓰면 지원이 전액 삭감되기 때문에 병원 측이 부담해야 됩니다. 그 비용을 병원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라고 얘기하면 엄청 화가 나는 거죠. 이런 일이 정말 많아요. 그 중 하나가 책에 소개한 콧줄이고요. 그럴 때 의사로서의 결정을 수호하는 해내는 것도 지치죠. 사실 보험심사팀은 무슨 죄가 있나요. 불필요한 감정 다툼이잖아요.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될지 고민이네요. 병원은 일단 수가가 아니면 장례식장, 카페테리아, 식당 같은 임대 사업에서 부수적인 수익을 만들어 적자를 채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의사가 환자한테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일단 수가가 정상화되어야 하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소아 중환자실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수가를 높여도 환자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병원이 운영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이건 수가와 별개로 지원을 해야죠. 결국은 예산의 문제입니다. 한국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요. 의료비를 상당 부분을 사용하는 분들은 사실 노동 인구가 아니다 보니까 이분들이 건강하게 치료받으려면 노동 인구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해요. 어쩔 수 없이 보험료는 인상해야 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이제는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진보성을 믿고 버텼다. 무턱대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현실적인 낙관성은 항상 유지했다”(15쪽)고 했잖아요. 그럼에도 이렇듯 당장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할 때 무력감이 들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정책하시는 분들이 다 얘기해요. 뭐가 문제인지도 알고, 뭘 바꿔야 되는지도 아는데 안 바뀐다, 그게 너무 지친다, 라고요. 그게 정책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되는 점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목소리를 내면 10개 중 1개는 반드시 바뀌거든요. 거기에 감사하고, 그걸 많이 기억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제가 비서관으로 처음 참여했던 법안이 올해 초에 나온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법적 근거로 쓰였어요. 출근하는 길에 그 기사를 보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잖아요. 선언적인 조항이지만 그 하나가 들어간 것만으로 복지부 사업의 근거를 만들어줬고요. 그 사업은 몇 년에 거쳐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저는 아니까요. 그런 기쁨이 있어요. ‘경계’ 챕터에는 의사의 근무 현실이라든지 번아웃 문제를 저자의 경험을 기초로 적었는데요.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될 것 같아요. 의사에게도 너무 치명적인 상황이고요. 환자에게도 정말 위험한 부분이에요. 제 생각에는 조용히 넘어가는 의료 사고가 굉장히 많을 것 같거든요. 의료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인들이 적정 시간 근무하고, 너무 지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저자가 지금 가장 관심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의료 전달 체계’예요. 간단히 말하면 누구나 아플 때 꼭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게 가능하려면 주치의도 있어야 되고요. 1차 의원부터 2차 병원, 3차 병원 각각의 역할이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어 각자의 역할을 해줘야 해요. 지금은 감기 환자 한 명을 놓고 동네 의원이랑 서울대학교 병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죠. 환자한테는 선택지가 많아서 좋아 보일 수 있는데요. 감기나 당뇨 같이 간단한 경증 질환 환자들도 상급 병원으로 오니까 역설적으로 많이 아픈 환자들은 정작 꼭 필요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해서 치료 예후가 나빠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요. 주치의제도가 있고,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 것이 의료 전달 체계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걸 개선하는 게 현재는 가장 큰 관심사예요. 출처 : YES24 채널예스

에세이

혁신의 대명사 아마존이 과감하게 회사에서 퇴출시킨 3가지

세계 1위 유통 기업, 브랜드 가치 세계 1위, 미국 시가 총액 3위의 아마존. 아마존은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하며 지구상 가장 똑똑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존은 만년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다. 그런 아마존이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 최고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존식 해결책'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도 내부에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문제는 여느 회사에서 마주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아마존은 항상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마존식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기존에 상식으로 자리 잡은 프로세스와 업무 방식을 과감히 파괴하고 뒤집기를 서슴지 않는다. 혁신의 대명사 아마존이 과감하게 퇴출시킨 3가지 | 첫째. 6-페이지 : 현대카드도 따라했다?! PPT 퇴출하기 '회의가 시작되면 첫 20분 동안 으스스한 침묵이 흐르지요.' 회의 참석자들이 짧게 인사를 나누고 테이블에 앉으면, 그다음부터는 완벽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회의실을 감싼다. (…중략…) 회의 참석자들은 토론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6페이지짜리 문서를 읽어야 한다.” 지금부터 파워포인트 발표는 금지. 오직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만 사용할 것. 여느 기업들과 달리 아마존의 아이디어 회의 자리에는 프레젠테이션이 없다. 발표자도 청중도 없다. 오직 6페이지짜리 문서만이 존재할 뿐이다. 즉, 아이디어를 발표하고자 하는 모든 아마존 직원들은 상당한 분량의 ‘글’을 규격화된 서식에 따라 써야만 한다. 그것도 ‘완성된 보도 자료 형태’로 말이다. 아마존은 일찍이 많은 회사에서 시행해온 조직 운영 방식이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회의 방식이다. 아마존의 회의 자리에서는 화려한 발표 기술과 번드르르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계량화하고 시각화해야 한다는 욕구와 유혹이 시달린다. 이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투입됨은 물론이다. 아마존에서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러티브 문서로 쓰기만 하면 된다. 대신 아이디어는 더욱 철저하고 정교해야 한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는 어설픈 생각을 위장할 수 있지만, 내러티브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둘째. 싱글 스레드 리더십 : 의사소통은 효율의 적! 의사소통을 제거하라 "아마존을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면 의사소통을 제거해야 한다. 의사소통을 독려할 필요는 없다." 보통 회사 내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 내의 의사소통을 독려한다. 하지만 아마존은 팀 간의 의사소통까지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하나의 팀이 전념하고,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이는 조직이 거대해질수록 생산성이 감소하는 기업 경영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아마존을 영원히 개발에만 전념하는 ‘스타트업’에 고정시킨다. 의사소통을 결함으로 인지하니 해결책은 기존과 매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그 답을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라 불리는 아마존의 혁신적인 조직 구조에서 찾았다.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란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주요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일만 전담하는 분리 가능한 자율팀을 이끌도록 한다’라는 뜻이다. 팀 간의 조율에 필요한 시간적·인적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모든 프로세스는 뛰어난 한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한 팀이 전념함으로써 성과 평가의 구조 또한 명확해졌으며, 구성원들의 의욕 또한 높아졌다. | 셋째. 순서 파괴 : 고객이 최우선이다! 일의 순서를 파괴하라 '순서 파괴'로 당신의 작업량을 줄일 순 없다. 하지만 명백한 진실은 이로써 실패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_제프 베이조스 “그래서 모형(Mock-up)은 어디 있죠?” 제프 베이조스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고객이 누릴 완벽한 형태의 목업을 요구했다. 새로 기획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현될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모형을 가져오라는 의미다. 이는 가장 초기 단계부터 고객이 누릴 효용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아마존의 ‘고객에 대한 집착’ 원칙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은 결국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한다. 그런데 수십억을 들인 신제품이 고객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한다면? 이는 애초에 성공 확률이 없는, 개발할 가치도 없는 일에 시간과 돈과 인력을 퍼붓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일의 순서’를 ‘파괴’한다. 개발자의 관점으로 일하는 ‘워킹 포워드(Working forward)’를 버리고, 철저히 고객의 관점으로부터 일하는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를 실천한다. ‘될 놈’만 채택해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시간과 돈과 인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순서 파괴는 프로젝트의 실패 확률을 ‘제로’에 수렴시키는 아마존만의 독창적 업무 방식이며, 아마존을 가장 ‘아마존’답게 하는 핵심이다. 저자 ㅣ 콜린 브라이어 · 빌 카 아마존의 기술 부사장과 디지털미디어 부문 부사장으로 아마존에서 총 27년을 근무하며 ‘제프의 그림자(Jeff’s shadow)’라 불린 두 저자는 <순서 파괴>에서 창립 이래 17년간 아마존에서 마치 ‘헌법’처럼 지켜지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단 한 가지 독특한 성공 원칙을 소개한다. 이들은 아마존의 다양한 혁신을 이끌었으며 아마존뮤직, 프라임비디오 등 많은 서비스들을 탄생시켰다.

인터뷰

주식 투자하면서 지수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솔직한 투자자는 처음 봐요!” 김종봉 대표는 최근 <김작가TV>, <체인지 그라운드>, <신사임당> 등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다른 전문가나 투자자가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모든 실수와 실패담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은 물론, 매일 돈을 벌고 잃는 자신의 실제 계좌를 보여주고, 본인이 실전 투자에서 적용하는 투자기법까지 공개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돈의 시나리오』에서 투자자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 돈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할 필수 지식, 그리고 자신만의 돈의 시나리오를 쓰는 법을 소개한다. 게다가 저자가 15년 동안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완성한 돈의 시나리오를 통해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까지 공개한다.  Q. 2019년에 『돈 공부는 처음이라』를 출간하고, 2년 만에 신작 『돈의 시나리오』로 돌아오셨는데요. 전작에서는 ‘돈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신작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셨나요? 전작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전작인 『돈 공부는 처음이라』는 돈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어요. 독자에게 ‘돈 공부’를 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죠. 특히, 책의 마지막 ‘ETC’에서는 곧 위기가 온다고 말하며, 그 위기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다행히 2020년에 제가 예측한 대로 위기는 찾아왔고, 책을 읽은 많은 분이 그 위기를 활용하셨어요. 하지만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돈의 시나리오』에서는 돈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하고 있는 나름의 기준과 그 기준을 만든 방법을 소개하면서요. 지수가 –50퍼센트가 되면 위기인 이유, 평소에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법 등. 더 이상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Q. 『돈의 시나리오』는 출간되자마자 Top10 베스트셀러가 되고, 작가님께서 출연한 유튜브 영상도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사랑해주시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고 있지만 대부분 정보를 접하는 순간에만 솔깃하고, 정작 실제로는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식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SNS나 유튜브에서 말하는 ‘가치 투자해라.’, ‘우량기업을 찾아라.’, ‘이 기업과 업종이 실적이 좋다.’ 혹은 ‘좋지 않다.’와 같은 이야기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겠지요.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이유도 제가 책과 유튜브에서 이런 이야기가 의미 없다고 콕 짚어 말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 중 대부분은 10~20년 전의 증권사 찌라시와 다를 바 없어요. 좀 더 그럴듯하게 이미지로, 영상으로 제작되는 것뿐이지요. 하지만 처음 투자해보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죠. 투자자가 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분들은 이를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그런 찌라시 리포트를 믿었다가 지수가 무너지면 큰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Q. 『돈 공부는 처음이라』의 공동 저자이신 제갈현열 작가님과 이번에도 함께 작업하셨습니다. 항상 함께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가 혼자 쓴 칼럼을 토대로 책을 냈는데, 왜 제갈현열 작가와 공동 저자인지 궁금해합니다. 저는 전업 투자자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늘 저를 전업 투자자로 소개해왔습니다. 투자를 통해 지금의 부를 이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와 『돈의 시나리오』도 저에게는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투자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업 투자자로서 버는 돈보다 저작권료로 버는 돈이 훨씬 적은데, 책을 완성하기 위해 써야하는 에너지, 즉 시간과 정성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제갈현열 작가와 이를 나누기로 했죠. 제 생각을 정리하고 요약하며 함께 책을 완성할 파트너로 현열 작가가 꼭 필요했습니다. 책 작업에 있어서는 누구와 견줘도 괜찮은 파트너이기에 앞으로도 함께 책을 쓸 예정입니다. (사실 함께 낸 책 두 권 다 잘 돼서, 현열 작가가 이제 절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요. 하하) Q. 투자는 시작했지만, 매일매일의 등락에 따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우선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로또 당첨을 바라는 마음으로 투자를 시작했으면 지금 지수가 좋아 돈을 벌고 있더라도, 투자를 접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대로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하며 차근차근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10년 이상 투자 공부를 하며 돈을 알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지금의 부를 얻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당장 1~2년간 버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마인드를 잡아야 합니다. 투자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자금으로만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에 대한 욕심이 투자자로서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거든요. 적은 돈으로 여러 번 투자해보면,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Q. 시나리오 작성에 있어 지수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지수는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평균을 나타냅니다. 그렇기에 지수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죠. 그 중 하나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가진 돈이 정해져 있으니 더 많이 오르고 덜 빠지는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 종목을 우리는 주도주 혹은 대장주라고 부릅니다. 그럼 전문가가 알려주는 대장주와 주도주만 산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전문가 또는 경제 채널에서 이야기하는 종목은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종목들을 언급해야 이슈가 되고, 조회수가 늘고, 그래야 사람들이 전문가가 속한 증권사에 계좌 가입을 하고, 그러면 그들이 받는 수수료가 늘어나니까요. 그래서 이슈가 되는 종목은 대부분 최소 허리, 많게는 어깨나 머리 부분인 고점에서 추천합니다. 저는 그런 종목들을 스스로 찾고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어야 진정한 부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투자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 수 있을까요? 지수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지수보다 강한 종목을 최대한 빠르게 알아보면 됩니다. 지수보다 강한 종목은 지수는 하락세인데 상승세인 종목입니다. 이런 종목은 빠르면 수일 늦어도 수개월 안에 대장주로 바뀌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100%는 없습니다. 어떤 투자 방법도 100%는 없습니다. 그러니 70~80% 확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면 좀 더 부와 가까워 지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수는 참 좋은 지표입니다. Q. 지수보다 강한 종목을 찾는 작가님만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는 매일 지수차트와 종목차트를 함께 봅니다. 하루도 안 쉬고 15년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3개월만이라도 매일 지수를 살펴본 뒤, 지수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 이름 있는 종목 10개를 유심히 지켜보세요. 결과를 확인하면 놀라실 겁니다. 이 얘기는 제가 예전부터 항상 해왔는데, 막상 실천하시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서도 몇 명이나 실천할까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방법을 알려줘도 결국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Q. 지난 2년간 1000여 명에게 무료 재무 상담을 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씀해주세요.  소액으로 시작해서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방법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500만 원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이 시장에 너무 많다보니 환상을 품고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원금은 500만 원도 안 되는데, 나이가 있는 어르신이 상담을 하러 왔을 때는 조언을 드리기 참 난감했습니다. 어려운 사정 때문에 원금을 늘릴 수는 없고, 소액으로 그 분들이 원하는 만큼 수익을 올리려면 20년 후를 내다봐야 합니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너무 나이 들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분들이 오시면, 정중하게 상담이 어렵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최근에 저의 편견을 깨준 분이 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는 부자가 되지 않아도 좋아요. 내가 공부해서 자식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가난은 물려주기 싫거든요.” 그 상담을 마치고 그간 제가 갖고 있었던 편견에 대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돈에 대해 공부하는 건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죠. 출처 : YES24 채널예스

인터뷰

코로나 시대, 성공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7가지 성공 법칙에 대해 심리학자가 답하다 건국대 이항심 교수 코로나19로 인하여 유례없는 변화가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 스마트워크가 시행되는 등 본격적인 언택트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에게 집중할 기회가 많아졌다. 가치 판단과 성공의 기준 역시 외적∙물리적 성공에서 개인적∙내적 성취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 시대 이전의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위기 속에서도 중심 잡고 성공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위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펜데믹 선언’이라는 극단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심리학회에서 논문상을 수상하고 국제긍정심리학회에서 긍정조직개입 파이널리스트를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심리학자 이항심 교수(건국대)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해 성공을 만드는 사람들의 비밀’에 주목했다. 그렇게 시작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아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압도적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토스 이승건 대표,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팜스킨 곽태일 대표 등 미래 혁신 리더 12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은 돈이나 스펙 같은 외부의 물리적 조건이 아닌 탄탄한 ‘심리 자산’에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심리 자산과 최신 심리학 이론,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위기에도 폭발적 성과를 내는 7가지 성공 법칙을 뽑아냈다. 저자는 이 공통된 심리 자산은 이미 성공을 이룬 사람들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시그니처』를 출간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진로심리학자의 전문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들어보자. 1. 책의 제목이 시그니처입니다. 시그니처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시그니처는 흔히 ‘자신의 이름을 적는 서명’ 혹은 ‘한 사람이나 사물의 대표적인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이는데요. 이 책에서는 나만의 대표적인 강점, 즉 누구도 대체하지 못하는 나의 독특한 고유성을 말합니다.봉준호 감독의 사례가 시그니처의 개념을 잘 설명해줍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빌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자신의 영화에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겨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지극히 ‘봉준호다운’ 영화가 오히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이 된 것처럼 앞으로는 외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누군가의 성공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쟁을 넘어 압도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그니처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지요. 2. 코로나 시대에 ‘시그니처’를 찾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가 증가하면서 이전까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 되었던 ‘외부의 인정’ 또는 ‘일하는 환경’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으로 바뀔 거예요. 즉, 오롯이 자신과 일만이 남는 거죠. 그런데 만약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거나 나답지 않은 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예전엔 분위기상 눈치껏 참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언택트 시대에는 나의 목소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참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일을 하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을 거니까요.주변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나에 대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졌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금 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나랑 잘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다운 일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요. 앞으로 일을 하며 마주하는 불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나만의 시그니처를 찾는 일이 핵심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3.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시그니처를 찾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시그니처를 찾을수 있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각자의 시그니처가 다르고, 시그니처를 찾는 과정도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또한 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바에 따르면 시그니처는 온전한 ‘나의 수용’에서 시작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기준, 사회가 주는 기준점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히스토리에서 시그니처의 씨앗이 자라는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그것이 결핍일지라도 말이죠. 아무리 돈이 많고 행복해 보이는 부자라도 남모르는 결핍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결핍된 부분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잘 들여다보고 긍정적으로 수용해 줄 때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내부적 혹은 외부적 결핍, 즉 경험하는 불편감을 피하지 말고 잘 들여다 보세요. 그 결핍으로 세상과 공감되는 연결점을 찾을 때,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폭발적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4. 이 책에서는 시그니처를 키우는 ‘심리 자산 7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 자산이라는 용어가 낯선데요.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산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 무형의 재산’을 뜻하는데요. 자산의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흐름과 중요도가 조금씩 변해오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을 지으려면 우선 대지가 필요하고, 이외에도 재정적∙물질적 자본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경제적 자산에 가치를 두는 시대였죠. 그러다가 점점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지적 자산이 중요해지고, 더 나아가 ‘나에게 도움을 줄 누군가를 아는가’를 말하는 사회적 자산이 중요해집니다. 현재는 디지털 혁명으로 개인이 원하면 전세계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 될 수 있고, 땅이나 공장 등 큰 자본 없이도 컴퓨터와 휴대폰 하나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디지털 시대에는 내가 가진 심리 자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무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룬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심리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이 공통적이었어요.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심리 자산이 전통적인 물질적 자산과 달리, 누구나 원한다면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그니처』에서는 그 부분에 착안하여 누구든지 심리 자산을 키운다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모습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 ‘구체적인 how to’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 코로나 이후 기업은 어떻게 조직원들과 함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가 안정되더라도 우리의 일터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디지털 원격 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가 경험한 한편 장점이었던 부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기업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코로나가 안정된 이후에도 원격 근무제를 시행하겠다는 회사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이 그 조직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됩니다. 직원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복지나 평가 지표에서 벗어나 직원들 사이의 심리적 안전감에 기반한 활발한 의사소통, 심리적 소속감, 나의 존재감,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공유 오피스 확대, 자유로운 출근 복장 허용 등 눈에 보이는 제도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면서, 정작 구성원의 일하는 마인드나 조직원을 바라보는 태도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면, 그 조직은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고 얼마 못 가서 도태될 것입니다.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연봉 상승이나, 근무 시간 단축 등의 물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동안에 충분히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도와주는 심리적인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처』에서는 리더가 위기와 불황에도 기업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심리자산을 최대로 키워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6.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12년 동안 연구한 결과물을 <시그니처> 한 권에 담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 도서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자기계발서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 『시그니처』에서는 디지털∙언택트 시대적 경제 흐름의 변화가 우리의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명확히 짚어주고, 자신만의 시그니처, 즉 고유성을 살려 자신이 원하는 기준의 성공을 만드는 구체적인 접근법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다움’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리더 12인의 생생한 실제 인터뷰 사례를 심리학자가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했던 7가지 심리 자산을 밝혀낸 것도 큰 차별점이고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실제 연구 사례들과 함께 말이지요. 그렇다고 읽기 어려운 책은 전혀 아닙니다(웃음). 내가 일하면서 경험하고 있고, 주변 친구가 이야기 했을 법한 직장인의 사례와 고민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습니다.한편 3부 ‘시그니처를 키우는 일터와 환경’ 에서는 자기다움을 발현하면서 성공하기 위해 개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리더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소개하고 있는데요. 개인 레벨에서 또 조직 레벨에서 무엇이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의 메커니즘인가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입니다. 개인과 리더는 모두 일터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때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우리의 시그니처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수적이겠지만, 조직의 리더나 사회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나갈 때 그 성장의 힘은 폭발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시그니처』를 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리더십 포지션에 계신 분들도 읽어보시고, 조직의 경쟁력을 넘어 디지털 시대, 미래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심리학자로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기계나 다른 사람이 내 일을 대체하게 되면 어떡하지?’와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시대에서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불안함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잘해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보입니다. 우선 그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의 기준으로 ‘내 일’을 보지 말고, 여러분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일, 지금 하는 업무에서도 자신의 강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그 불안감은 당신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출처 : YES24 채널예스

인터뷰

유튜버 ‘인생멘토’ 임작가 “공부정서가 중요한 이유”

『완전학습 바이블』 임작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000만 뷰 이상, 빠르게 11만 구독자를 달성하며 자녀교육 분야에서 독창적인 행보와 교육 철학을 보여주는 <인생멘토 임작가> 임작가의 첫 책 『완전학습 바이블』은 국내 최초로 공부정서의 비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그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공부정서의 정체부터 공부정서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선행학습을 하는 데도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 공부정서를 살리는 원칙, 학습 결손의 해결 방안 등 대한민국 부모에게 꼭 필요한 자녀교육의 지침을 빠짐없이 담았다. 임작가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이론을 베이스로 한 자녀 및 부모 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학습 전문가. 책에서는 저자가 그간 수백 명의 부모의 아이들을 지도한 경험을 토대로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아이의 학습을 100% 완성해 가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작가님의 첫 책인 만큼 남다를 것 같습니다. 책을 내게 된 계기와 책을 통해 부모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가요? 이 책은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공부 때문에 서로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게 되었어요. 저와 소통하는 많은 부모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제 유튜브 채널 강의들도 좋지만, 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책을 내달라고 많이 요청하시기도 했고요. 아이 공부를 도와주려면 이론에 맞게 제대로 지도해주셔야 하거든요. 바로 지금이 공부정서와 완전학습 이론에 대한 지식이 부모님들에게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책을 항시 옆에 끼고 반복적으로 읽어 보며 아이의 공부보단 ‘공부정서’에 초점을 맞춰 아이를 도와주세요. 적어도 공부로 인해 부모님과 아이가 불행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책에서 놓쳐서는 안 될 키워드를 꼽는다면?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부정서’입니다. 책 제목이 『완전학습 바이블』이지만 ‘완전학습’이란 건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법적인 지식일 뿐 완전학습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긍정적인 공부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공부정서가 앞으로의 학업을 완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공부정서가 아이의 성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기에 훗날 아이를 입시에서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걸까요? 공부정서는 당연한 상식과도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입시를 거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경험을 가능한 적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하는 걸 싫어하게 되면 단순히 학교 성적이 떨어진다는 그런 표면적인 것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그런 평가 결과를 통해 아이가 갖게 되는 ‘열등감’입니다. 아이가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기 시작하게 되면 그때부터 오만가지 안 좋은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학업이 실패 경험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망가뜨려 버립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쌓는 경험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굳이 선점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불리해서는 안 되겠죠.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그런 불리함을 막아보고자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미 망가져버린 공부정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공부정서 회복을 위해 당장 또 앞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질문한 내용이 대부분의 부모님들에겐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일 겁니다. 한 번 망가져버린 공부정서는 회복이 쉽게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한 번 건강을 잃었을 때 회복이 잘 안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성인들과 달리 회복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잘못된 자신의 양육 방식을 올바르게, 정석적인 방식으로 바꾼다면 아이의 공부정서는 회복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공부정서가 망가진 이유는 부모님께서 아이의 공부를 잘 못 지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껏 고수하던 방식을 멈추고 새롭게 양육과 학습에 대한 지식을 배우셔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본인이 과거에 사용했던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장단기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양육과 학습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시고, 깨달음이 왔다면 공부정서를 망친 것에 대해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그런 다음에는 아이와 다시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공부로 인해 나빠졌던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공부정서도 좋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공부를 가르칩니다. 엄마표 학습이라고 하죠. 책에선 ‘엄마표 학습’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정의내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엄마표 학습’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엄마표’는 엄마에게는 부담을 주고, 아이에겐 강압적이라는 느낌을 주며, 아빠에겐 책임이 없다는 느낌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표 학습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이유는 학업적 성취를 해내는 아이들은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대부분 ‘엄마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가르치거나 공부 지도를 해주시는데, 문제는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의 공부정서가 망가지고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망가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어요. 따라서 지금 시점에 누군가 엄마표 학습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엄마표 학습’을 명확하게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엄마표 과외’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완전학습’이라는 거, 아이가 머리가 좋든 나쁘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공부법일까요?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지, 혹시 지금의 판단으로 인해 아이가 반에서 뒤처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완전학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학습을 완전하게 하는 것, 숙달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전학습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완전학습을 배울 수도, 연습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반드시 과거보다는 좋은 성과를 얻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문제 풀이 위주의 공부에서 교과서 기반의 개념원리 공부로만 방향을 바꿔도 아이의 실력이 정말 많이 좋아집니다. 공부정서가 나빠지지도 않고, 학습 역량도 실제로 높아집니다. 완전학습이 100% 수행되지 않아도 일단 시도해본다면 과거의 공부 방식을 고수했을 때보다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완전학습을 연습하는 일은 뒤처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앞서가는 전략입니다. 전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선행을 통해 진도를 앞서 있을 수는 있어도 뒤처진다, 앞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실제적인 기준은 시험 점수니까요. 완전학습을 연습하는 일은 과정을 올바르게 만들어 주며, 과정이 올바르다면 결과도 올바르게 나옵니다. 이 부분은 수능 만점 받은 아이를 키워낸 엄마 한 분이 경험으로 이미 확인해주시기도 했어요. 수능 만점이면 일단 가장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그리고 작가님의 다음 책의 주제는 무엇이 될지 살짝 예고해주실 수 있을까요? 『완전학습 바이블』을 통해 공부 때문에 부모님과 아이 사이가 틀어지는 일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물론이고 제 유튜브 채널 <인생멘토 임작가>에서 제공하는 강의들을 계속 보시면서 양육과 학습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학습해보세요. 어쩌면 굉장히 놀랄만한 결과를 얻게 될 수 있을 겁니다. 부모님과 아이의 마음이 편해지면 우리 사회가 편해집니다. 또 완전학습 바이블을 집필하느라 제 영혼을 갈아 넣어 다음 책 집필 동기가 당장은 느껴지진 않습니다만, 아마 다음 책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양육서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 YES24 채널예스

인터뷰

여성 소설가 6인이 기억하는 ‘여자 어른’ 이야기 –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단편소설 엔솔로지 『나의 할머니에게』 (왼쪽부터) 윤성희, 최은미, 손보미, 강화길, 백수린 작가와 북 토크를 진행한 임현주 아나운서 “이 소설들을 읽노라면 스스로도 해석이 잘 안 되는, 늙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과 복잡한 내면의 지형도가 보이고 또한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가파르게 살고 있는 딸이, 내가 향해 가고 있는 시간들을 어쨌거나 살아냈던 어머니가 확연히 보인다.” _ 오정희(소설가)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작가가 쓴 『나의 할머니에게』는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지만, 어려운 시절을 충실히 살아낸 우리 시대의 소중한 어른으로서 ‘할머니’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여성 작가 6명(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이 유해한 시대를 무해한 사랑으로 헤쳐 나온 이들의 믿지 못할 삶의 드라마를 각자의 고유한 감각과 개성으로 그려낸 작품집이다.  이중으로 소외된 ‘할머니’란 존재에 대해 앤솔러지 제안이 왔을 때, ‘할머니’라는 주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흔쾌히 수락하셨는지 조금 고민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성희 청탁을 받을 즈음 할머니를 화자로 소설을 쓰는 일이 조금 즐거우던 참이었습니다. 앤솔러지에 참여하는 일이 부담되긴 했지만, 하고 싶은 할머니 이야기가 있어서, 약간 고민하다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백수린 ‘할머니’는 제가 좋아하는 인물 유형이지만, 할머니가 등장하는 소설을 이미 두 편 썼던 터라,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또 쓰는 게 좋을지 살짝 고민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안을 수락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요. 여성 작가들이, 지금껏 소외받았던 ‘할머니’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한 권의 소설집을 묶는다는 콘셉트 자체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화길 처음에는 고민을 했어요. 잘 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내가 한번 써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손보미 제안을 수락한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한 가지는 작가 노트에도 썼지만 최근에 할머니 집에 맡겨진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몇 편 썼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소설은 써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쯤 그런 소설을 써보는 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청탁 전화를 받았을 때 편집자님에게도 말씀드렸는데, 할머니가 이중으로 소외된 인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노인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중으로 소외된 인물을 소설로 드러내는 게 어쨌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느꼈습니다.  최은미 주제가 할머니라면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흔쾌히 참여 의사를 전했습니다. 우리 곁에서 오래 살아온 여성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원평 제안받았을 당시 바쁜 상황이었는데요, 듣는 순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을 확인한 뒤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궁금했고요. 다른 갈래의 이야기도 생각해보다가 현재의 이야기에 이르게 됐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셨을 텐데요. 독자로서 어떤 느낌으로 읽으셨나요?  윤성희 한국문학은 이렇게 풍성하구나. 뭐 그런 생각이요. (우리끼리 칭찬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동료들의 좋은 소설을 읽는 일은 늘 행복합니다. 백수린 똑같이 ‘할머니’라는 소재를 받았는데도 모든 작가들이 완전히 다른 작품들을 써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소설을 쓴 작가들의 이름을 가리더라도 누가 쓴 것인지 쉽게 유추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소설가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소설을 쓰다 보니 주제적 측면에서는 물론 서사적 재미 측면에서도 앤솔러지가 무척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화길 당연히!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의 개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면서, 동시에 할머니들이 똑같이 등장하니까요. 그걸 읽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그러니까 독서 자체가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손보미 일단 한 번도 서로 나는 이런 주제나 이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쓸 거야,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다양한 할머니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 게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냥 늙은 여자, 정도로 뭉뚱그려진 개념이 아니라, 우리 안에 생생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할머니라는 존재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손원평 기대한 것 이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할머니’라는 테마 안에 담길 수 있음에 놀랐고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정겹고 그립고 따뜻한 우리의 할머니들을 넘어서, 이야기 안에서 그려진 서늘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다채로워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최은미 각 작가들의 고유한 색깔이 잘 담긴 단편들이어서 그 작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쁜 독서였습니다. 이런 문장들을 만날 때 특히 즐거웠습니다.  “유치원이 없어진 게 속상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갈치조림집은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윤성희, 「어제 꾼 꿈」)  “할머니가 탄성을 질렀다. 마치 경이로운 일을 난생처음 목격한 사람처럼.”  (백수린, 「흑설탕 캔디」)  “할머니는 자신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무엇일까.”  (강화길, 「선베드」)  “불길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보호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적.”  (손보미, 「위대한 유산」)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 변한다는 걸 빼곤 확실한 게 없으니까.”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왼쪽부터) 손보미, 강화길, 백수린 작가 (왼쪽부터) 윤성희, 최은미 작가 7명 소설가 각자의 작품 이야기 윤성희 작가님은 「어제 꾼 꿈」을  쓰면서 할머니가 된 작가님을 상상해보았을 것 같아요. 화투점을 보는 할머니와 들꽃 이름을 외우는 할머니. 이건 작가님이 되고 싶은 할머니의 모습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무엇이 될까요? 윤성희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막연하게 잘 늙고 싶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말한다면 자기 전에 달을 한 번씩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다, 라고 중얼거릴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백수린 작가님은 「흑설탕 캔디」를 발표하셨습니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도록 품으셨다고요. 이번 작품을 쓰면서 어떤 해소, 즐거움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백수린 말씀하신 것처럼 오래전부터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구상했습니다. 물론 한국 여자와 프랑스 남자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지만요. 할머니를 1인칭 화자로 내세워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이번 소설에서 그러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렇지만 비록 손녀딸을 경유하는 방식으로라도 화창한 봄날, 소녀처럼 두근거려 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괴로운 날들보다 행복한 날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강화길 작가님은 「선베드」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강화길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요양원에 볕을 쬐는 시간이 있다는 말이었어요. 그 순간 그 풍경을 상상했고, 그 장면을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할머니의 관계는 어떤 느낌일까요? 선을 지키지 않는 관계였을까요?  강화길 글쎄요. 저에게 할머니는 늘 모르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고민하는 거겠죠. 손보미 작가님은 「위대한 유산」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손보미 처음에는 돌아가신 할머니네 집에 왔다가 동네에 있는 (이제는 폐업한) 피아노 가게에 갇힌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와 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싶었던 것 같은데, 쓰다 보니까 할머니네 집에서 일을 했던, 손주를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아주머니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공포스럽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쩐지 읽은 친구들이 다 무섭다고 해줘서…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작가 노트에서 “모든 사람은 결국 할머니가 된다”는 말을 쓰시려다 “모든 사람이 할머니가 되진 않는다”고 하셨어요. 이것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하셨고요. 작가님은 할머니가 되실까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나요?  손보미 내 바깥의 것,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좋아하는 행위만으로 가치가 있는 그런 대상에게 계속 애정을 품을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최은미 작가님은 이번 작품 「11월행」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템플스테이를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최은미 네, 절에 묵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한 번쯤은 템플스테이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로 이어진 세 명의 여자들에게 이들이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타인들과 섞인 공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셋만 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얘기들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언젠가 작가님도 할머니가 되실 텐데요. 어떻게 늙고 싶나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나요? 최은미 나이가 들어도 궁금한 게 계속 생기는 할머니였으면 좋겠어요. 약을 별로 안 먹어도 되는 할머니, 탁구를 잘 치는 할머니, 무엇보다 체념하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손원평 작가님이 쓰신 「아리아드네 정원」을 읽고 요즘 젊은 세대, 노년 세대를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현실적이면서 또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고요.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을까요? 손원평 ‘할머니’ 테마를 익숙한 듯 생경하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할머니가 아닌,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의 시대상을 상상해보게 되더군요. 상상의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근미래 SF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현재의 할머니들이 지난한 세월을 거쳐 21세기 초반 현재에 느낄 법한 감정과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동시에 그려보고 싶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늙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손원평 젊은이들은 기성세대, 나아가 나이 든 어른에 대해 실망감이나 답답함을 느끼곤 하죠.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가 되고 노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늙는다’보다는 ‘성숙한 어른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스스로를 성찰하고 세계를 살피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싶습니다. 말은 쉽지만 정말로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출처 : YES24 채널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