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서울의 궁궐 탐방기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인터뷰

2021. 06. 14


작가이자 문화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울은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로 일하던 시절 SNS에 짤막한 설명과 함께 한 장씩 올린 유물 사진이 화제가 되어 해당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그렇게 출간된 『유물즈』 가 전문가와 작가, 일반 독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독립출판물로는 이례적으로 품절 사태를 거듭하다 현재는 두 배의 가격을 내걸어도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김서울의 새로운 상상력과 관점이 이번에는 궁궐로 옮겨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이 탄생했다. “고려(시대 유물)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면 조선(시대 유물)은 어쩔 수 없이 친오빠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조선시대 대표 유적인 서울의 5대 궁궐을 거닐며 느낀 감상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버무려 산뜻하게 담아냈다. 어딜 가나 정신없는 서울 한가운데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조선의 고궁을 ‘돌과 나무로 만든 숲’이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휴식처로 바라보며 마치 내 친구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듯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독립출판물 『유물즈』  , 『뮤지엄 서울』   이후 세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주로 실내 유물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이전의 저서들과는 다른 책인 것 같아요.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은 서울에 있는 조선의 다섯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을 저의 시선과 취향으로 편집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궁궐을 주제로 한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역사 위주의 서술이 아닌 저 김서울의 개인적인 궁궐 감상법을 녹여냈고 더불어 돌, 나무 등 궁궐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를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전의 책에서는 실내에 주로 전시되는 한국의 문화재와 유물을 살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외 공간과 유물을 다루었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유물과 박물관 등 한국의 오래된 것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오셨는데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지금의 나를 만든 기원이 무엇인지, 어떤 문화적 배경이나 과정, 변화가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언젠가부터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좀 다르게 말하자면 ‘나는 왜 지금과 같은 문화적 배경에서 사는 한국인이 되었나’에 대한 호기심이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현대 한국이라는 국가와 문화를 만든 과거의 물건으로 관심사가 자연스레 옮겨갔어요. 유물의 배경에 깔린 흐름이나 결을 추측하고, 주변의 풍경에 그걸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고 있고요. 더불어 이런 흐름이라면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가님의 관점이나 시선이 젊은 독자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가 뭘까요? 독특한 시선이나 상상력의 원천이 있다면요?


박물관, 유물 하면 지루하고 경직된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거리감을 느끼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현대적인 시선과 언어로 쉽게 풀어 설명해주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저 역시 역사책이나 박물관 설명의 카드를 보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풀어 쓰려고 했고, 유물을 보면서 예전에 그걸 사용했을 사람들과 풍경을 그려보고 그 풍경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풍경과 비교하다 보니 제 상상이 글에 많이 녹아든 점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생각해주시는 듯해요. 

 


그동안은 주로 박물관 등 실내 보관된 유물을 대상으로 글을 쓰다 이번에는 그 시선이 실외 유적인 궁궐로 옮겨갔는데요, 실내 유물을 감상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박물관의 유물은 사시사철 같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관람 환경이 유물을 현실과 동떨어진 물건으로 보이게 할 때도 있죠. 분명 당시에는 일상적인 사물이었을 텐데 지금은 유리관 속 은은한 조명 아래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그에 비해 실외 유적인 궁궐은 날씨와 계절, 심지어는 그날의 궁궐 관람객 수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요. 박물관 속 유물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도 ‘조선시대’라는 배경 때문에 현재의 서울과 분리되는 느낌이라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계절에 방문하더라도 각각의 궁궐이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산책 동선에 따라, 또 관람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매번 분위기가 달라져요. 이런 부분이 실내 유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멜멜 사진작가와 협업은 어떠셨나요?


평소에 워낙 팬이었기 때문에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원을 풀었어요. 다섯 개 궁궐을 함께 돌면서 어느 궁이 가장 좋은지, 좋아하는 고궁의 풍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이의 눈과 손을 빌려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도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작업 과정 전반이 무척 즐거웠어요. 

 


궁궐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른 봄에 혼자 창덕궁에 갔는데 살짝 흐리던 날씨가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로 바뀌었어요. 날씨 탓인지 관람객도 거의 없었고요. 저 역시 우산을 챙겨 가지 않아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조용한 창덕궁을 거닐다 길을 잃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도 관람객이 드문 궐내각사 부근이었더라고요. 길을 찾지 못해 한참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작은 문을 지나니 제 인기척 때문인지 땅에서 혼자 놀던 까치가 푸드덕 날아가고 비를 피해 지붕 아래 숨어 있던 고양이도 담장 너머로 훌쩍 사라져버렸어요. 그 소리에 덩달아 놀라서 순간 멈춰 섰는데 제 주변으로는 궐내각사 전각에 고요한 공기만 가득한 거예요. 그 사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궁궐 전체가 반짝거리던 날도 있었고 궁궐의 석수들을 슬며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던 기억도 있지만 고궁이라는 공간에 몸을 푹 담갔던 것만 같은 비 오던 날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아직 궁궐이 낯설고 어려운 궁궐 산책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궁궐 혹은 궁궐 감상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먼저 초록빛 풍경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보세요. 꼭 무엇을 알아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안하게, 눈을 쉬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고궁을 산책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나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고궁을 거닐어보는 거죠. 기억 속 그 장면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마음에 들어오는 또 다른 풍경이 있는지 하나씩 기억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차츰 고궁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와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궁에 대한 추억을 다채롭게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원을 풀었어요. 다섯 개 궁궐을 함께 돌면서 어느 궁이 가장 좋은지, 좋아하는 고궁의 풍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이의 눈과 손을 빌려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도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작업 과정 전반이 무척 즐거웠어요. 

 


궁궐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른 봄에 혼자 창덕궁에 갔는데 살짝 흐리던 날씨가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로 바뀌었어요. 날씨 탓인지 관람객도 거의 없었고요. 저 역시 우산을 챙겨 가지 않아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조용한 창덕궁을 거닐다 길을 잃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도 관람객이 드문 궐내각사 부근이었더라고요. 길을 찾지 못해 한참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작은 문을 지나니 제 인기척 때문인지 땅에서 혼자 놀던 까치가 푸드덕 날아가고 비를 피해 지붕 아래 숨어 있던 고양이도 담장 너머로 훌쩍 사라져버렸어요. 그 소리에 덩달아 놀라서 순간 멈춰 섰는데 제 주변으로는 궐내각사 전각에 고요한 공기만 가득한 거예요. 그 사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궁궐 전체가 반짝거리던 날도 있었고 궁궐의 석수들을 슬며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던 기억도 있지만 고궁이라는 공간에 몸을 푹 담갔던 것만 같은 비 오던 날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아직 궁궐이 낯설고 어려운 궁궐 산책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궁궐 혹은 궁궐 감상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먼저 초록빛 풍경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보세요. 꼭 무엇을 알아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안하게, 눈을 쉬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고궁을 산책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나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고궁을 거닐어보는 거죠. 기억 속 그 장면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마음에 들어오는 또 다른 풍경이 있는지 하나씩 기억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차츰 고궁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와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궁에 대한 추억을 다채롭게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채널예스

인터뷰

[북뉴스] 정확한 욕망이 주는 자유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우리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질문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바쁘게 일하고 카드 값을 내고 세금을 내고 서둘러 즐기고 다시 출근한다. 하지만 더 영리하게, 더 효율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지?’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예상치 못한 호응과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는 이유다. 7년 전 곰과 사슴이 나오는 숲속으로 이사해 거의 안 쓰고 안 벌며 살아온 박혜윤 작가의 삶과 사유는 과연 우리의 삶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한 번쯤 고민해본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을 법하다. 『말하기의 말하기』의 김하나 작가는 이 책을 일컬어 지적 사유의 쾌감이 깊은, 시간과 돈의 관계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평했고, 『문장 수집 생활』의 이유미 작가는 올해의 책이자, 후련하고 기쁨으로 가득해지는 책이라 찬사를 보냈다. 삶의 정답을 발견했다고도, 지속 가능한 지혜를 발견했다고도 말하지 않는 그의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제목을 듣고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른 채 책을 펼쳤는데, 에세이 같기도 하고 인문서 같기도 하고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작가님께서 이 책을 설명하신다면 뭐라고 말씀하시겠나요? 생각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사생활이 궁금한 유명인도 아니고, 학문적 계보를 꿰뚫고 있는 인문학자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생각은 인간이면 다 하는 거니까. 다만 그런 생각의 방향을 자기 자신에게로 꾸준히 돌렸을 때 느끼는 쾌감 같은 걸 독자들에게 전하길 바랐어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자기 삶을 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해보는 경험이 됐으면 해요. ‘내 삶을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말 흥미롭군’ 이렇게요. 7년간 시골에서 사슴과 곰을 이웃으로 두고 살아가셨어요. 인터넷조차 없던 세월도 길었죠. 그간 이 생활을 접고 싶은 위기라고 할 만한 순간은 없으셨나요? 남편이랑 싸울 때죠. 누구나 이런 저런 이유로 힘들 수 있지만,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결국엔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편과 제가 이런 삶에 대한 의견이 맞아서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여기까지 오면서 싸운 건 격렬하기 그지없었죠. 저희는 싸우는 걸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요. 내가 뭔가 하고 싶다고 하고 남편이 반대할 때, 싸우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 다시 질문하게 되고, 처음 생각했던 거랑 달라져 있어요. 하지만 싸우는 순간엔 분노가 치밀어서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싶죠. 한국 사회에서,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만 할 것으로 여겨져요. 작가님은 경제력을 포기하시는 것이, 혹은 현격하게 감소시키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요? 그 대신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는 일단 빚이 없어요. 거기에서 두려움이 많이 줄어요. 서울에서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샀을 때 매일의 감정은 잘 설명할 수가 없어요. 대출 통장에 찍힌 마이너스 숫자들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죠.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었어요. 돈을 벌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리고 돈을 벌어가면서 느끼는 환희가 엄청나게 강렬했거든요. 그렇게 돈을 투자하고, 늘려가고, 더 벌 생각을 하고, 그렇게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 정말 짜릿하고 잘만 하면 건전하기도 한, 삶의 거대한 부분이죠. 불안이나 두려움조차 앞으로 나아가는 연료가 돼요. 그러니까 돈을 무한대로 늘려갈 생각을 그만둔 건, 싫거나 나빠서가 아니에요. 물론 지금도 돈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그만 둔 게 아니라, 무한대가 아닌 거죠. 그러니까 돈을 열심히 벌고 생각할 때 두려움이 없었던 게 아닌데, 두려움의 성격이 달라진 거예요. 이전에는 ‘돈 벌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돈을 더 벌어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라는 두려움이었는데, 지금은 삶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두려움이에요. 삶은 언제고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미래를 보장하는 돈 벌기를 지금 멈추고 즐길 수 있는 걸 즐기는 거죠. 작가님의 생각 중 정말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가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욕망이 정확하게 무엇인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거였어요. 사회의 욕망에서 벗어나 무엇이 나의 욕망인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요? 돈을 번다, 학교를 다닌다, 이렇게 쓸모가 명확한 일들 말고, 쓸모없는 일인데도 내가 꾸준히 뭘 하는지 나를 보는 거예요. 여기서 열린 마음이 필요해요. 이러면,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쓴다, 악기를 배운다’ 이렇게 여전히 이미 정해진 배움에 한정된 그런 일들을 생각하니까요. 이런 구분이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애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의무이고 쓸모 있는 일이긴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애한테 맛있는 걸 먹이고, 예쁜 옷을 입히는 거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기억하는 거에 끌려요. 밥을 하다가도, 애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신이 나서 집어 치우고 들어요. 그리고 밥은 되는 대로 먹죠. 아이를 잘 키우겠다거나 이해하겠다는 목적이 아니에요. 친구랑 수다를 떨 때,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릴 때에도 홀린 듯이 들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어려서도 그랬어요. 엄마가 잔소리하고 있는데, 정말 열심히 듣는 거예요. 경청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대사 스크립트를 만들고 있었어요. 어조, 쉬는 순간, 주제가 갑자기 바뀔 때 등. 이렇게 자신을 깊이 관찰하면서 성향, 특성, 욕망을 연결해보는 거예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서, 어렸을 때가 특히 중요하죠. 어렸을 때야 말로 쓸모랑 상관없이 자신의 타고난 성향이 쉽게 드러나니까요. 작가님은 그런 이야기를 책에서 강조하지는 않으시지만 생활을 보면 환경의 위기나 동물권 등 현재의 핵심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실천하는 분 같아요. 그런데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을 하다보면 개인의 한계에 지치거나, 이 문제의식에 같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게 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글에서는 그런 특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떤 차이 때문일까요? 제가 그런 실천을 하는데 있어 완벽하지 않은데 그래도 즐겁기 때문이지요. 물론 저희는 음식을 배달시켜본 적도 없고, 택배도 두어 달에 한번 꼴, 빨대가 필요한 음료나 생수도 사 먹지 않아요. 된장 등 양념류나 빵, 국수류도 집에서 만들고 가공식품도 사지 않으니까 포장 쓰레기가 정말 조금 생겨요. 신발을 빼고는 뭐든 중고가게에서 사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행위들이 쓰레기를 줄이겠다거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제가 편하고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해요. 기념일이나 사람들과 만나서 고기를 먹거나 외식을 할 때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즐거워요. 평소 일상에서 극도로 절제하기 때문에 이런 드문 경험들이 더욱 즐겁고 특별해요. 예전에는 평범한 사람처럼 쓰레기나 1회용 컵을 매일 2-3개씩 배출하고, 이것저것 많이 사면서 살았어요. 그때에도 즐거웠어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지금이 더 좋고, 더 옳은 게 아니라, 그때로부터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진짜 기쁜 걸 연구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 누구도 남들과 비교하면서 도덕적인 잣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해서도 남들에 대해서도. 또 다른 인터뷰에서 숲으로 들어온 것 ‘첨단’에 서기 위해서라고 하셨어요.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건 농담 반 진담 반이었어요. 문과생은 기술 중심인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기술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에 동참하지 못해도, 그로 인해 일상생활과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는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 그리고 사회 구조가 바뀌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그 변화의 ‘첨단’을 받아들이는 건 빠르게 할 수 있어요. 가령, 제가 아이를 마음껏 놀게 하는 건, 현대 사회의 흐름에서 물러나 자연에서 한가롭게 지내라는 생각만이 아니에요. 제 딴에는 오히려 사회 변화에 ‘첨단’에 서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자랄 때에는 좋은 대학만 가면 적어도 60살까지는 인생이 보장됐어요. 지금은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그래서 이름난 직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몇 년 안에 그만두거나 잘릴 걱정을 해요. 어떤 시절이 좋거나 나쁜 건 없어요. 옛날에는 입시를 위해 죽도록 공부하는 건 좋은 선택이었죠. 열아홉 살까지만 고생하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급속한 기술 발달과 변화 때문에 누구든 어차피 평생 불안하게 사는 시대니까, 놀 때 잘 놀아서 불안을 견디고 조그만 기회라도 있으면 잡을 수 있는 건강한 멘탈을 갖는 게 ‘첨단’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큰 따님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들었어요. 가족들이 가장 소중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이 떠나면 이제 그 관계는 어떤 형태로 변모하게 될까요? 가족 외에 나의 사소한 맥락을, 내 존재감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처음 엄마가 되고 나서 정말 놀랐어요. 희생적인 모성이나, 노후대책보다 아이들 교육비를 지출하는 거나, 자기 애가 천재라고 믿게 되는 거나, 전부 이해가 가는 거예요. 저는 성향상 아이를 예뻐하는 것도 아니고 모성애가 별로 없기도 해서, 힘들어서 미칠 것 같을 땐 애를 왜 이렇게 대책 없이 낳았나 한숨 쉬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재미있고 더 의미 있는 일들 대신 아이와 관련해서 겪는 의문, 절망, 끝도 없는 불안과 비이성적인 욕심, 그리고 잠깐의 아름다움과 환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우와, 이건 정신병 수준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니까 정상인 척하는 구나’ 싶었어요. 엄청나게 집착하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빈둥지증후군 이야기를 했는데, ‘걸리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애는 저보고 ‘쿨한 엄마’라고 하면 속으로 웃어요. 자기가 엄마가 안 돼 봐서 뭘 모르는 거죠. 마찬가지로 제가 집착 수준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잘 몰라요. 기본적으로 그들을 관찰하는 게 제가 집착하는 방식이라 그런 거 같아요.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최우선 대상이고 가끔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괜찮아요. 어떤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우주 전체인 것처럼. 가만히 그렇지만 집요하게. 판단하지 않고. 그 안에 내 자신이 있어요. 독자들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후련하고 기쁘다’는 평을 주신 분도 있었어요. 『숲속의 자본주의자』의 어떤 면이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했을까요?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면… 정말 조심스럽게… 쓰는 행위만큼이나 읽는 행위도 창조행위니까요. 하나의 글도 모두 다 다르게 읽죠. 어떻게든 행복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고,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고, 매일 발전해야 한다는 정해진 ‘긍정성’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괜찮다’라는 위로를 주는 것도 아니에요. ‘이대로 괜찮기 위해서’ 이대로 수동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 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행복해지고 싶고, 꿈과 열정을 가지고 매일 발전해지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게 왜 스트레스가 될까요?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이런 욕구를 긍정하면서도, 왜 이런 욕구가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탐구한 책이에요. 책 출간 즈음에는 종종 우울감에 빠진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마음에 대해서 좀 더 들을 수 있을까요? 공저 포함해서 책 출간이 겨우 4번째라 확실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저는 글을 쓸 때 특별한 노력도 고민 없이 마구 써요. 내 생각이나 내 글이라기보다는, 받아 적는다는 느낌이죠. 읽은 책, 만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일상, TV 예능, 남들의 SNS 포스팅, 이 모든 것들이 비로 내리고, 저는 가만히 서서 비에 젖어 들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책이라는 건 갑자기 내가 비를 내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나서는 거죠. 남에게 시원한 단비가 될지, 짜증나는 불편함이 될지 겁이 덜컥 나죠. 이런 기분이 들 때 소심증이 도져서 보통은 도망을 가곤 하거든요. 그런데 책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오묘해요. 내 것이 점점 공동의 것이 되는 동시에, 반대로 공동의 것이 점점 내 것이 되는 거예요. 이것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 확실한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목적 없이 받아쓰기 하듯 글을 쓸 때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거니까 내 것이 아니면서도 어쨌든 굉장히 나만의 사적인 무엇이죠. 그런데 계약을 결정한 회사나 직접 소통하는 편집자와 책을 만들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돼요. 내 책이라는 책임이 생기니까 더 확실하게 내 것이지만,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 것이 되요. 그래서 도망을 못 가요. 이 과정이 공포스러우면서도 희한하게 짜릿해요. 그래서 ‘다시는 책을 안 낼 거야.’ ‘또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강렬하게 동시에 하게 되니까 울적해지는 것 같아요. 뭐가 진심인지 모르겠어요. 결국에는 ‘내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거죠.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어요? 그러면서도 내 것,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열망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앞으로 시골에 사는 것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으셨어요. 가장 해보고 싶으신 건 무엇일까요? 앞으로 뭘 할까 이야기는 정말 많이 해요. 그런데 꼭 하고 싶다는 건 사실 없어요. ‘해보면 어떨까? 궁금하다.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정도고, 안 해도 그만인 거죠. 그런 것 중에는 한국 시골에 집 짓고 상담 책방 하기. 물가 싼 나라(그리스, 멕시코, 포르투갈, 대만 등) 옮겨 다니며 3개월씩 살기. 서울이나 미국 대도시에서 차 없이 살기.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기. 알아보면서, 준비하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따르게 되면 어딘가로 가고 있겠죠. 인터뷰 출처 - 교보문고 <북뉴스>

인터뷰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고기리막국수’ 김윤정 대표 인터뷰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식당이 사라지는 요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1,000그릇씩 판매하는 국숫집이 있다. 용인의 외진 동네에 자리잡았음에도 오픈 2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곳, ‘고기리막국수’의 이야기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게 된 그 시작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국수에 대한 진심, 국수 먹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블로그에도 국숫집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찾지 않을 때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기록의 힘에 관해 얘기하는 김윤정 대표, 블로거 국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고기리막국수를 운영하고 있고요.국수, 사람, 국수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블로거 국수라고 합니다. Q. 블로그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누구나 가게를 하면 좋은 상권과 입지에서 시작하고 싶잖아요. 저희도 그랬는데, 당시 가진 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이 고기리라는 동네밖에 없더라고요. 워낙 외져서 가게는 냈는데 손님이 안 오는 상황이었죠. 출퇴근하면서 마을버스의 광고판을 보다가 ‘혹시 저기에 광고를 내면 국숫집에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버스 안에서 전화를 했어요. 광고비는 한 달에 60만 원인데, 한 달은 안 되고 3개월 이상을 계약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빚을 생각하면 무리라 포기했죠. 그러던 중 누군가가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 가게 홍보를 무료로 할 수 있다고 얘길 해줬어요. 블로그를 만든 첫날 비빔 막국수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렸어요. ‘비빔 막국수 맛있어요, 오세요.’ 다음날은 물 막국수 사진을 올렸죠. ‘물 막국수도 맑고 시원해요.’ 그 다음 날은 메뉴가 더 없으니까 가게 사진을 찍어서 올렸어요. 그러고 나니 더 쓸 말이 없더라고요.😄 Q. 그러다 어떻게 블로그를 꾸준히 하게 되셨어요? 남편이랑 저랑 국숫집 쉬는 날 동네 냉면집을 갔어요. 거기서 우리 집 단골손님을 우연히 만난 거예요. 순간 ‘어? 우리 가게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우리와 취향도 같을 테고, 꼭 우리 가게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을 가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손님들이 가실 만한 곳을 다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국숫집을 더 열심히 다녔고, 블로그에 차근차근 그 기록을 쌓았죠. Q. 블로그에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던 거네요. 네, 그렇죠. 그 후로 강원도 등 여러 지역의 막국숫집을 백여 군데 넘게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도 기록이 쌓여갔지만, 제 몸에도 기억이 쌓이더라고요. 막국수라는 음식은 주재료인 메밀국수에 부재료인 양념장, 육수의 조화로 먹는 한 그릇 음식인데, 그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저희만의 기준을 갖게 되었어요. 남편과 어떻게 하면 메밀국수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을 거듭하다 감사하게도 지금 손님들이 사랑해주시는 ‘들기름막국수’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은 정말 많은 분이 찾아오는 블로그가 되었죠. 국수, 막국수, 냉면 집을 열심히 다니며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네이버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블로그로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막국수 집을 한다는 것을 알고 가게에 찾아오시고, 이미 다녀가신 분들도 후기를 찾아보다 제 블로그를 발견하고 이웃 추가를 하셨어요. 블로그에 점점 사람들이 모이게 되더라고요. 동창들은 모르지만, 블로그 이웃들은 제가 아침에 뭘 먹었는지, 오늘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다 알아요.😄 그런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죠. 블로그 이웃들은 제가 아침에 뭘 먹었는지, 오늘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다 알아요.그런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 블로그죠. Q. 블로그에 남긴 기록을 다시 보기도 하나요? 남들이 알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봐요.😄 가끔 예전 기록을 보면 다 지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전보다는 요즘의 글이 나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기록도 발전하고 기록에 딸려오는 생각들도 발전하는데, 그 과정이 고기리막국수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어요. 블로그는 커다란 창고 같아요. 뭔가가 쌓인다는 것은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것이고,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고,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오래 쌓아온 기록의 가치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록과, 기록에 딸려오는 생각이 발전하는 과정이고기리막국수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어요. Q.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국수님만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해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대로 쓰자.’ 그게 저의 원칙이에요. 새해 첫날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이 있어요. 손님들이 오시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음식에 더욱 정진하고, 이 공간을 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자, 이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Q.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라는 책을 작년에 출간하셨는데, 그 계기가 궁금해요. 저에게도 손님이 오시는 것보다 회전율이, 자주 오시는 것보다 객단가와 매출이 더 중요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려 보니 제가 고기리라는 낯선 동네에 와 있었는데요. 그때 깨달은 건 ‘지금 내 앞의 손님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 거였어요. 블로그를 절실하게 하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웃을 떠올리며 글을 썼던 게 지금까지의 제 마음가짐이고요. 수익보다는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한 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어 책을 썼어요. 책을 쓸 때도 블로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블로그가 아니였다면 책 못 썼을 거예요.😄 지금 내 앞의 손님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 거예요. Q. 창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록의 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 시작하는 분들은 뭔가를 이룬 사람이 한없이 멀게만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은 기록을 하고, 그게 쌓이다 보니 뭔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차별화’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역시도 사소하고 지루한 것의 반복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단 한 장의 사진과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청년도 아니었는데, 지금 시작하시는 청년분들이라면 결코 늦은 것이 아니죠. Q. 블로그를 통해 얻은 것이 뭘까요?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사람을 얻었고, 그러자 기회가 조금씩 찾아오더라고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매 순간 준비했던 것이, 저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오뚜기’ 기업과의 협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오뚜기와 들기름막국수를 만들며 그 과정에서 또 사람들을 얻고 있어요.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사람을 얻었고,그러자 기회가 조금씩 찾아왔어요. Q. 블로거로서의 고민이 있나요? 고민은 딱히 없어요.😄 뭐든 이웃분들이 함께해 주실 걸 아니까요. Q. 블로그만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요? 다른 SNS와 달리 자기 정체성을 정말 많이 담을 수 있어요. 블로그 명이 있고, 제목이 수렴된 닉네임을 쓸 수 있고, 레이아웃, 스킨, 자기소개 글 등에서 각자의 개성을 많이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큰 사업이든 저처럼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이든 ‘퍼스널 브랜딩’이 시작일 텐데, 그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사업이든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이든블로그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해요. Q. 특히 애정하는 포스팅이 있나요? 제가 지금 식당을 하고 있잖아요. 어느 날 블로그와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다가 ‘네이버 블로그와 식당의 공통점 5가지’라는 포스팅을 올렸어요. 그걸 보시고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공통점 중 하나는 ‘블로그는 이웃분들이 지켜주고, 식당은 단골손님들이 지켜준다’예요. Q. 즐겨 찾는 블로그 이웃이 있나요? ‘바다가 되고 싶은 비’라는 이웃이 있어요. 바다가 좋아서 펜션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인데요. 그분의 블로그를 통해 바다를 보기도 하고, 바닷가에 오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이 육지에 나오시면 저랑 같이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블로그 이웃으로 만났을 뿐인데 새집으로 이사할 때 나무 심는 봉투도 보내주시고, 제가 책을 내면 읽어 주시고, 오뚜기와 협업한 제품을 내면 만들어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한 이웃이라기보다 멀리서 나를 항상 지켜봐 주는 가족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블로그 시작을 망설이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너무 잘하려고 하니까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냥 하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내 글을 수백 명씩 보러 오는 게 아니니까, 하시면 되고요.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취향이 같은 사람이 모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말로 하면 ‘콘텐츠’라고 하죠. 콘텐츠가 쌓여야 진정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국수 님은 블로그에 무엇을 기록하나요? 저는 ‘국수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요. 제 블로그는 국수를 담는 그릇 같은 거예요. 국수도 담겨 있고, 사람도 담겨 있고, 국수를 먹는 사람들도 있고, 국수로 인해 결혼한 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요. 정서적으로 힘들 때 그 그릇을 꺼내서 맛보고 읽어 보면서 위로를 받고, 또 다음날을 살아갈 힘을 얻어요. 너무나 감사하고 풍성한 한 그릇이죠. 전 블로그가 너무 좋아요. 인터뷰 출처 - 네이버 Ligelog.blog '워너비 블로거의 라이프로그를 만나다. ep 4

인터뷰

[오늘의 작가] 김서울, K궁궐 이렇게 즐기면 기분이 좋거든요

문화재에 대한 가장 트렌디한 글을 쓰는 크리에이터, 유물을 독특하게 풀어낸 책 『유물즈』로 독립출판계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 모두 김서울을 수식하는 말들이지만, 그를 빛내는 건 현재의 ‘나’를 중심에 두는 용기다. 김서울이 생각하는 자신은 ‘싫어하는 걸 못 버티는 사람’이다. 백자 항아리를 보고 여인의 뒷모습 같다거나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하는, 늘 똑같은 설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나’의 언어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옛사람들의 문화를 즐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에세이 형식으로 생각을 풀어냈다. 그래서인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젊고 발랄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마약 방석을 깔고 앉은 해치’, ‘댄스 댄스 레볼루션 나무’ 같은 김서울식 감상법에 독자들은 ‘궁며들었다’며 응답했고, 첫 책부터 꾸준히 그를 좋아하는 팬도 생겼다. 그러나 정작 그는 『유물즈』의 인기에 한발 물러섰다.  “서울 사람들의 문화에 참여해보고 싶어서 보름만에 글을 써서 ‘언리미티드 에디션’ 독립출판 부스에 내놓은 게 시작이었어요. 근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랐던 거죠. 제 의도는 자유롭게 사적인 감상을 나누자는 것이었거든요. 제 표현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굳어질까 봐 태도만 전하자는 생각으로 절판을 결정했습니다.” 유물부터 궁궐까지 이쯤 되면 문화재에 대한 오랜 사랑을 고백할 법한데, 그는 오히려 처음에는 ‘싫었다’고 말했다.  “저는 역사를 싫어하는 학생이었어요. 전통 미술을 공부했지만, 처음부터 제 전공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지만 박물관이라는 공간만은 좋았어요. 답답한 기숙학교 생활 동안, 유일하게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오늘은 불화관, 다음날은 조각관 그렇게 매일 한 칸씩 옮겨가며 매력에 빠졌죠.” 그는 궁궐 답사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궁궐도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점점 좋은 요소들이 보이더라고요. 원래 돌을 좋아하는데, 어떤 날은 좋은 기술자가 다듬은 돌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더 들여다 보니 훌륭한 나무도 참 많고요. 마치 팬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열심히 알리는 것처럼 좋아하는 요소를 영업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인터뷰 도중, 김서울은 창덕궁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조선시대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방한도 안되는 방에 소박하게 살았을 것 같고.(웃음) 근데 사실 그 시대 사람들도 열심히 생활을 꾸려가며 살았거든요. 손가락을 넣으면 뚫리는 창호지만 사용한 게 아니라, 두꺼운 천을 걸어서 방한을 하기도 하고요. 왕실 문화는 더 화려했고요. 궁궐도 지금 보이는 것처럼 공간이 비어 있었던 게 아니고, 이동할 수 있는 낮은 담도 있고, 해시계나 괴석으로 장식해두기도 했어요. 지금 생활하는 사람이 없으니 생활감이 사라진 거죠. 마치 모델하우스랑 실제 사는 집이 다른 것처럼요. 그런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어요.”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궁궐에서 사용된 유물들이다. 김서울이 큐레이션한 유물들은 마치 편집숍의 인테리어 소품들처럼 감각적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색을 참 잘 썼던 것 같아요. 핑크도 다 같은 핑크가 아니라, 베이비 핑크가 유행했다가 또 핫핑크가 유행하기도 하는 것처럼 당시에도 유행이 있었죠. 우리가 생각하는 오방색과 조선시대의 오방색은 톤이나 조합이 많이 다를 거예요. 지금 봐도 어떻게 정제된 색을 저렇게 조화롭게 사용했을까 싶은 것들이 많아요.” 나의 언어로 좋아함을 표현하는 것. 김서울은 이 태도가 ‘전통’을 이어가는 동력이 된다고 했다.  “보존과학 일을 하면서, 전통이란 과거의 것을 현재에서 미래로 잘 보내주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태도와 언어로 그 물줄기를 이어나가는 거고요. 그동안 문화재 애호 문화도 구시대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못했잖아요. 특히, 젊은 여성들이 향유하기 어려웠죠. 제가 개인적인 감상을 풀어냈듯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김서울과 함께 궁궐을 걸었다. 그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디테일에 시선이 자주 머물렀다. 바닥에 깔린 체스판 같은 박석, 기둥 아래를 받치는 돌, 다리 위의 깜찍한 돌짐승들. 그는 빛을 받아 새파랗게 반짝이는 기와를 가리키며, 햇빛과 날씨, 계절에 따라 다 다른 푸른빛이 보인다고 했다. 똑같은 파랑이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파랑을 섬세하게 감각하는 사람. 정직하게 좋아하기 때문에, 수많은 파랑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려 깊은 안내자 김서울과 함께한 여름날의 궁궐은 유별나게 반짝였다.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작가 인터뷰 “소로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어요”

박혜윤 작가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 미국의 외진 시골에서 인터넷도 없이 7년간 살았기 때문이다. 돈 또한 거의 벌지도 쓰지도 않았다. 그런 그의 실험이 된 삶과 철학을 담은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최근 다산초당에서 출간되어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장 수집 생활』의 작가 이유미는 이 책을 두고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까지 밑줄 그으며 읽은 책, 아직 안 읽은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책, 처음 꼽아 보는 올해의 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에세이인가 하면 철학서고, 남의 삶인데 이상하게 내 삶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이 책을 쓴 박혜윤 작가를 만났다.  책 제목이 『숲속의 자본주의자』입니다. 흥미롭고 어리둥절한 제목이에요. 인문서 같기도 하고, 분야를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도 들어요. 작가님은 어떤 책이라고 생각하고 원고를 쓰셨나요? ‘숲속’과 ‘자본주의자’처럼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분법적인 사고예요. 저는 숲의 생활도 자본주의도 사실 선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긴 대량생산 덕분에 어지간해서 굶을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이전만큼이나 고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제가 살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제가 결국 하려던 이야기는 현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귀촌과 도시에 사는 것, 자본주의를 등지는 것과 열심히 생산 투자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두 개로 칼로 자르듯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가정과 일을 다 잡는다든지, 일도 하고 자기계발도 해야 한다든지 등 양쪽을 다 해야 한다는 이야기와도 달라요. 이런 과부하도 사실은 두 개를 구분하니까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학교 공부랑 노는 건 양자택일해야 하는 이분법의 대상이잖아요. 그런데 어린 인간은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게 돼 있거든요. 놀이식 수업이 아니라, 정말 자기가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걸 공부하면 노는 거랑 공부하는 걸 이분법으로 가르지 않아도 돼요.  독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이 책을 통해 어떤 독자들을 만나고 싶으셨나요? 저에게 가르침을 주는 독자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서 말하는 가르침이란 위에서 아래로 정해진 진리를 전수하는 것이 아니에요.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 역시 자신 삶의 주인공이자 작가라는 느낌을 갖기를 바랐어요. 독자들이 그런 느낌을 담아서 쓴 서평을 보면 제가 배워요.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담아서 쓰는 서평들이 많아서 기뻐요. 독자와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적으로 오래 알았던 지인인데, 책을 읽고 난 후에 자신의 삶의 고유함, 독특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며, 그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전에는 사적으로 속속들이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였어요. 이렇게 독자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삶이고 그 삶의 주인공이 ‘나’라는 확실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악으로도 선으로도 해석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시는데요, 작가님의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이 따로 있나요?  자본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학문적인 논의는 제가 알 수 없는 분야에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요. 하지만 인류의 대부분이 자본주의의 틀 안에 살아요.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환경파괴가 가속화된 건 사실이에요. 인류 전체가 당면한 어려운 과제죠. 하지만 이건 인류 집단의 문제예요. 저는 자본주의가 전제 조건이 된 지금의 사회에서 개인으로 살아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런데 개인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것부터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자본주의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에 하나가 개인의 소외거든요.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돈의 순환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개인이 단절되어야 한다고 해요. 온 가족이 함께 살면서 밥해 먹고 협동해서 살면, 돈을 쓰는 경제 활동이 발생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개인으로 쪼개지면 돈으로 거래되는 시장이 생겨요. 외식도 해야 하고, 어린애도 같이 사는 친척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돈 주고 맡겨야 하고.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온 가족이 모여 살 때가 천국이었나요? 가족의 억압에 짓눌려서 여성이나 어린애들은 자아라는 게 없이 살았잖아요. 저는 지금의 상태가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로울 수도 있고, 드디어 나다운 자아를 발견할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개인의 선택이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드디어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요.  『월든』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져요. 독자들 중에서도 『월든』을 다시 읽어보겠다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여기에 대해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책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에요. 책을 통해 독자들이 『월든』을 버리기를 바라는지, 혹은 『월든』에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어요. 불교 관련 책에 뻔질나게 나오지만, 매번 마음이 덜컹하는 부분은 ‘부처를 버려라,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이에요. 부처의 가르침을 반박한다거나 『월든』의 주장을 거부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월든』과 함께 언급되는 책이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에요. 사실 제가 막연하게나마 시골에서 살아볼까를 생각하게 된 게 십 몇 년 전 『조화로운 삶』을 읽고 나서부터였어요. 무척 열광했고, 니어링 부부처럼 살고 싶었어요. 반면, 『월든』은 대학 전공 수업 때문에 훨씬 먼저 읽었는데도, 처음 읽었을 때 괴상하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그런데 『조화로운 삶』은 저에게 절망감을 줬어요. 그들 부부는 두말할 나위 없이 위대한 현자예요. 『조화로운 삶』에 하루에 4시간만 노동을 하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거든요. 저도 따라 하느라 하루 4시간 노동을 했더니 죽을 것 같았어요. 니어링 부부가 하는 단식이나 식단도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난 밥을 먹어야 행복해지는 돼지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고 정말 우울해졌지요. 그때 『월든』이 왜 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언뜻 생각이 났어요. 니어링 부부에 비하면 소로는 전혀 완벽하지 않은 거예요. 숲에 들어가 산 것도 겨우 2년이고, 책도 사실 이런저런 변명처럼 들리는 것들이 무척 많아요. 하버드 대학까지 나와서 나약한 지식인이나 사회 부적응자처럼 투덜거리기도 하고.  그러던 중 스코트 니어링이 아들을 만나지 않고 살았다는 걸 읽게 됐어요. 아들이 자본주의에 봉사하는 금융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말이죠. 아들이 그만둘 때까지 만나지 않겠다고 했대요. 그때 저에게 있어서 『월든』과 『조화로운 삶』이 다르게 읽히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숲에서 살고, 농사를 짓고, 자본주의의 나쁜 점을 개선하는 방법을 따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소로가 보여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태도를 닮고 싶은 거였죠. 니어링 같은 현자가 되어서 그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배척하면서 살아갈 깜냥이 저에게는 없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월든』도 자연을 예찬하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소로의 삶의 과정이 더 중요한 거예요. 『월든』이 괴상하게 느껴졌던 건 그만큼 그가 자신의 삶의 고유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월든』을 마구 찬양하고 싶지 않았어요. 소로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지만, 소로처럼 살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시골에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은 막연히 ‘부럽다, 자유롭겠다’ 말하기도 하고 ‘회피했다’라고 단정 짓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보시는 작가님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요? 저희 가족이 엄청나게 특이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시대의 흐름에 가장 앞도 아니고, 중간보다는 조금 앞서 나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시대가 바뀌면 개인들의 생각도 일상도 바뀌는데, 그 변화가 모두에게 동일한 시점에 오는 건 아니니까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진 지는 옛날이라, 자발적이든 강제로든 누구나 어느 나이에 백수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고요. 저나 남편이 일간지 기자로 일할 때도 이미 전 세계의 전통적인 미디어가 몰락한다는 이야기는 흔했어요. 그러니까 저희는 시골에서 살겠다, 미국에서 살겠다, 은퇴를 하겠다고 딱 결정한 게 아니에요. 그렇게 결정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세상도 아니고요. 시골이든 도시든, 심지어 집에 인터넷이 없어도 도서관에만 가면 공짜로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고, 이민을 가도 한국과 사적으로나 일적으로도 연결되는 게 이 시대의 변화잖아요. 이 시대에는 자기 삶의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국가, 직장, 학교에 소속된 것이 어떤 보장이 아니니까요. 일단 시골에 온 건,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구하고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직접 경험이 갖는 힘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시골이나 다른 나라로 이사 가는 것처럼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직접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날것의 경험 말이에요.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자기는 시골에 갈 생각이 없는데도 지금의 삶을 되묻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비판받는 기분이 들지 않아 좋다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작가님의 이야기가 왜 이런 반응을 이끌어낸 걸까요? 아. 그건…… 제가 딱 그런 사람이라서 그럴 거예요. 비판받을 만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죠. 시골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도 아니고요. 사실 적응하려는 노력도 많이 안 한 셈이에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하드코어로 자연친화적으로 삶을 꾸리고, 자급자족하는 재주도 뛰어난 분들이 요새는 정말 많아지고 있어요.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인데, 저는 그 경지 근처에도 못 가요. 책에도 썼지만, 농사도 조금 짓다 말다, 저희 가족은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패스트푸드점 가는 걸 손꼽아 기다리고, 빵도 밀을 직접 갈긴 하지만 자연발효 대신에 이스트를 사용해서 구워요. 아이들도 홈스쿨 하면 정말 좋은데, 저는 도저히 귀찮은 걸 감당할 수 없어서 그냥 공립학교에 보내요. 어느 분야에도 남을 가르치고 할 만한 게 없죠. 그렇게 엄청나게 느리고, 때로 뒷걸음도 많이 치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삶의 방향을 기억해요. 그것도 항상 365일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잊었다가도 다시 생각해내는 거죠. 그건 도시든 시골이든 미국이든 한국에 살든 동일한 마음의 자세니까요. 글이 여러 편 실려 있는데요,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 어느 것일까요? ‘꿈이 삶을 가로막을 때’라는 글이요. 제가 강렬하게 이루고 싶은 꿈도 없고, 그러다 보니 포기를 잘하는 게 콤플렉스였어요. 꿈을 향해 가면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에게는 괜찮다는 위로를 할 수도 있고 희망을 이야기해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거기에도 해당이 안 돼서 창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동안 ‘포기해도 괜찮은 법’ 그런 주제로 폴더를 만들어서 원고를 쓰기도 했어요. 그런 제 자신에게 건넨 위로이자, 채찍질 같은 거예요. 억지로 꿈을 만들어내지 말고,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하되, 그럼에도 평범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으니까요. 그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의 결말은 평범하고 허무해서 아름다워요.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서장원 “소설은 내가 원하는 말하기 방식”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서장원의 첫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됐다.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 너머 도사린 파국의 기미를 정제된 문장과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온 그는 유수의 문예지에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소설 독자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겨왔다. 이번에 출간되는 소설집에는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 9편을 한데 묶어 선보인다.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름, 작가 서장원을 인터뷰로 먼저 만나보자. 오랫동안 소설을 써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가님을 쓰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쓴지 정말 오래되었네요. 첫 단편소설을 완성한 것이 2012년 겨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동력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하는 말하기의 방식이 소설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있는 한, 소설도 계속 쓸 것 같습니다.  등단작인 「해가 지기 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사 아들을 만나러 가는 중년 여성 기선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뒤에 발표한 작품에서도 중장년층이 여럿 등장하고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삶이 부정당할 위기에 직면한 인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 시절에는 그런 위기를 맞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잘못을 수습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시도할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아 있는 나날이 많지 않은, 중년을 넘긴 인물이 이러한 위기에 직면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해가 지기 전에」의 기선이나 「주례」의 경목, 「해변의 밤」의 화자 모두가 그래요. 이들은 자신이 잘못한 사람들로부터 이미 버림받았기 때문에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을 다시 시도할 시간도 없고요. 하지만 이들의 삶은 여전히 길게 남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 인물들이 주어진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게 될까, 그런 게 궁금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 소설에는 강아지들도 자주 나와요. 「해변의 밤」에서는 아들이 데려온 강아지, 「태풍을 기다리는 저녁」에서는 펜션에 남겨진 개, 「망원」에서는 주인공이 전 남자 친구와 키우던 반려견 망고가 등장합니다. 소설 속 강아지들은 지나간 시절을 환기시키는 어떤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사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저의 오랜 꿈이었는데, 여태까지 강아지와 함께 살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소설 속에 강아지들을 등장시켜서 약간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들에게 특별한 상징을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 강아지의 등장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강아지들은 인간의 감정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잖아요. 말씀하신 「태풍을 기다리는 저녁」, 「망원」, 「해변의 밤」에는 인간들이 무참한 감정을 느낄 때 마냥 기분 좋은 강아지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대비가 좋았어요. 아무런 악의 없이 작중 인물들의 감정을 모른 척하는 존재가 있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망원」의 화자의 경우에는 그런 망고의 존재에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표제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에 “사라져버리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소설가의 의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소설가인 등장인물이 겪을 내적 갈등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작가님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처럼도 느껴졌어요. 소설을 쓰실 때 어디에 중점을 두시는 편인가요? 저 문장이 조금은 소설가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이지만요. 이 문장은 30대의 시스젠더 헤테로 기혼 여성(나중에는 정체성에 변화를 겪지만 저 문장을 생각했던 당시에는)이 레즈비언 고교 동창 민주를 두고 떠올린 것입니다. 민주가 먼저 부탁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혜적인 뉘앙스가 있지요. 저는 누군가를 대변하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제 이야기만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해야 하는 말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아들을 보러 길을 떠나는 중년 여성, 제자의 주례를 서러 가는 퇴임한 고등학교 선생, 죽은 애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 소설가, 임신중절 수술을 앞둔 친구를 만나러 가는 트랜스젠더 여성 등, 다양한 인물의 삶을 그려내셨어요. 이런 인물들에 대한 실마리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는지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디서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고 또 이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는지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책에 실린 소설은 대부분 다시 쓰였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주례」는 처음에 용주의 이야기였어요. 성인이 된 용주가 고교 시절 자신의 괴롭혔던 교사 경목에게 주례를 핑계 삼아 복수하는 이야기였지요. 다 써놓고 보니 엉망인 글이었고, 저는 그 소설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을 두고 경목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시 썼어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했을 때, 지금의 화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민주가 죽은 연인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거든요. 그러나 그 소설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버려두었어요. 그리고 1년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형태로 다시 썼고요. 그러니까 어쩌면 이 인물들의 실마리는 이전에 쓰고 버린 소설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처음에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이 자신 몫의 이야기를 하게 된 셈이니까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장면을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그 장면은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해피 투게더」의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아끼는 소설이  「해피 투게더」인데요.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장면이어서 아마 그 소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그 장면을 쓰는 동안에는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화자가 결국 혼자 남겨지고, 불안하고 쓸쓸한 마음이 된다는 점에서요. 다만 이 장면 이후에는 화자가 어떻게든 삶을 꾸려갈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굳센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프랑스 영화처럼」의 마지막 장면도 무척 좋아합니다. 두 사람이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편안한 밤을 보내니까요.  요즘에는 어떤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요? 차기작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요즘 최대 관심사는 ‘학교 내 청소년’입니다. 올해 초봄에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 단편집에 실을 소설을 청탁받아서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어요. 사실 마감이 코앞인데, 소설에 대한 가닥은 전혀 잡지 못했고요. 아마도 퀴어 청소년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 초에 앤솔러지 소설집이 출간된다고 알고 있는데, 아마 거기에 실리는 소설이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이후로 발표하는 첫 단편소설이 될 것 같아요.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강자 동일시』 강수돌 교수 인터뷰 “꿈 실현하며 유익하게 사는 ‘일류인생’엔 인원제한이 없다”

인터뷰 요청에 “나에 대한 포장이 될 것 같아서 인터뷰를 가능한 한 안 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왜 교수직을 일찍 관뒀는지에 대해 ‘마을 이장 교수’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설명은 하는 게 도리 아니겠느냐”고 설득한 끝에야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강수돌(59) 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호칭 생략)와 마주앉을 수 있었다. 이장을 관둔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긴 바짓단을 접어서 손바느질로 꿰맨 흔적이 뚜렷한 헐렁한 바지처럼 생각의 품은 넓었으며, 마음은 따뜻했다. ―지난 2월 퇴직한 뒤 어떻게 지내요? “전보다 주경야독을 하기가 편해요. 낮에는 텃밭을 돌보거나 사람을 만나고, 저녁엔 글을 읽거나 쓰죠. 시민강좌 같은 것도 시간 나는 대로 하고요.” ―교수 정년이 아직 6년 반이나 남았는데, 왜 그만뒀어요? “오래전부터 정년을 5년 남기고 관두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수로서의 생활 자체가 특권인데다가 다른 직종의 평균적인 정년(60살)보다 더 하는 게 조금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또, 대학 사회가 비즈니스화되면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데 거기에 맞추는 것도 좀 힘들었고요.” 자본의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 ―비즈니스화라면요? “행정업무나 교과 과정, 심지어 학생과의 관계도 비즈니스처럼 됐어요. 취업을 어떻게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작게는 장기 결석한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야 하는 일종의 감정노동까지 하도록 요구받거든요. 그런 결과가 모두 대학교 평가지표에 반영되고, 그건 결국 교육부의 예산 지원과 직결되고요. 갈수록 교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비즈니스맨화되는 분위기들이 저랑 안 맞았어요.” ―온라인 수업도 결심을 앞당긴 요인이었던가 봐요. 최근 <교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교수의 눈물은 온라인으론 전달되지 않는다”고 표현했더군요. “지난해 온라인 강의를 두 학기 해보니까 이건 교육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깊은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노사관계를 다루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은데 대면수업에서는 학생들과 슬라이드를 같이 보면서 울고 그러거든요. 또 학생들이 발표하다가 실수해서 웃기도 하고요.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게 교육인데 온라인으로 하면 그냥 글자만 보면서 진도 나가기 바쁘고, 이상하게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것 같았어요. 이러다가는 쓰러지겠다 싶어, 살아서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지난해 가을 피로 누적으로 인한 ‘번아웃’ 진단을 받았다. ―그 정도로 힘들었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는 한데 그동안 너무 많이 설치고 다녔죠. 하하.”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의 한 음식점 마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은 서울대 경영대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1994년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일하다가 1997년 고려대 서창캠퍼스(현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가 됐다. 그는 교수뿐 아니라 조치원읍 신안1리 이장(2005~2010년), 세종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역임, 현 세종시 난개발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이다. 또 시민을 위한 교양도서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에 펴낸 <강자 동일시>를 비롯해 그동안 단독으로 쓴 책만 40권에 육박한다. ―대학이 많이 변했다고 했는데, 학생들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최근 세종캠퍼스 학생 한명이 고려대 총학생회 간부가 됐다가 안암캠퍼스 학생들이 세종캠퍼스는 같은 학교가 아니라고 반발해서 물러난 일이 있었잖아요. 학생들이 명백한 차별행위를 해서 놀랐어요. “저도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차별은 사실 모든 대학에서 있어왔죠. 농어촌전형으로 간 학생과 정시전형으로 간 학생, 또 수시와 정시로 입학한 아이들 사이에 서로 구별짓기를 하는 일들 말이죠. 이런 차별의식의 뿌리는 요즘 아이들이 사회나 어른, 부모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늘 차별화된 평가를 받아온 데 있어요. 좀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자본이 노동력을 차별화해서 A급 노동력과 B급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서울 학생들은 세종 학생들을 소위 2등급 취급하는 거죠. 유명 대학을 일컫는 스카이(S·K·Y)라는 개념도 나머지 대학은 2, 3등급으로 본다는 이야기이고요.” 자본주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강수돌의 학문적 관심은 박사 논문(‘한·독 자동차산업의 경영 합리화와 노사관계 변동’)에서 알 수 있듯 경영자보다는 노동자, 돈벌이보다는 공동체살이에 가 있다. 그동안 쓴 책들도 <노동을 보는 눈> <살림의 경제학> <나부터 교육혁명> <팔꿈치 사회> <경쟁공화국> 등 자본주의 비판과 대안 찾기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영재반 넣자는 요청을 거부 ―경영학자인데도 주식이나 펀드 등 이른바 투자는 한번도 안 해봤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하하. “유일하게 주식을 한번 산 적이 있긴 해요. 아주 오래전인데 연말 소득공제를 할 때 어떤 주식을 사면 그것만큼 공제해준다는 권유를 받고 신청해서 연말에 공제혜택을 받았어요. 그런데 주식을 살 줄 몰라서 안 샀더라고요. 하하. 도로 물어내고 다음해에 샀다가 곧 정리를 하고 끝냈죠. 투자라고 하지만, 결국은 내가 자본의 일부가 되는 거여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다른 경영학자들과 달리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와 삶을 고민해왔는데 언제부터 그랬어요? “1981년에 대학에 가서 공부해보니까 이것은 돈벌이 경영이지 살림살이나 사람을 위한 경영이 아닌 거예요. 그때부터 이게 아니라는 고민을 했고, 졸업할 무렵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후 제 나름으로 만든 개념이 ‘살림살이 경영’이에요. 가정생활 등 삶에 대한 경영과 사회 경영, 세상 경영이 다 포함되는 개념이죠. 세상을 잘 경영해서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제의 본래 의미와도 뜻이 같고요”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은 보이던가요? “자본주의가 갈 데까지 간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가 인간과 같이 가려면 선한 자본이 성공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선한 자본은 다 망하잖아요.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에 빠진 거죠. 군주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넘어왔듯이 역사의 눈으로 보면 자본주의도 영원할 수는 없죠. 이미 자본주의를 넘어갈 맹아들이 많아요. 충남 태안의 한 어촌마을이나 경기도 포천의 산촌마을에서 노인들에게 마을 기본소득이나 마을 연금을 주는 사례 등이 그런 싹이죠. 자기들도 나이 들어 노인이 되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있죠. 이런 것은 비자본주의적이자 가족의 원리예요. 우애와 연대, 책임감으로 운영되는 가족의 경험이 확대되면 그게 좋은 사회가 되는 거죠.”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자택 마루에서 부인, 막내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무로 모서리를 맞추고 황토로 벽을 메운 친환경적인 귀틀집을 1999년에 지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주변인이 되어도 좋다가 아니라 주변인이어서 좋아요. 그냥 나를 찾아가는 삶을 살아갈 뿐이죠.”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처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도 많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강수돌이 구분되는 지점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이나 추구하는 사상을 말로만 하지 않고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팔꿈치로 밀어내는 ‘팔꿈치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는 상생과 공존의 삶을 산다. 자녀 교육은 대표적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로, 강남으로 갈 때 그는 도시에서 시골로 옮기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참교육을 했다. 그의 책 제목대로 ‘나부터 교육혁명’이었다. ―젊었을 때 민주화운동 등 좋은 세상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녀교육 앞에서는 일반인들과 똑같거나 심지어는 더 심한 교육경쟁에 나서는데 교수님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 오히려 농촌으로 갔죠? “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큰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러 가는데 마치 송아지를 몰고 도살장을 향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경쟁교육을 또다시 아이들이 반복하겠구나 싶어서요. 어떻게 하든 그런 교육을 받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집사람과 다짐했어요. 아이의 통지표나 성적표에 연연해하지 말자, 아이가 친구 잘 사귀면서 심신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보살피자, 자기 꿈을 가지게 되면 그 꿈을 밀어주자고 말이죠. 마침 1997년 고려대 안암(서울)과 서창(세종) 양쪽에서 교수 모집이 있었는데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서창캠퍼스를 택했죠. 당시 과천에 살았는데 아이 셋을 데리고 기쁘게 이사했어요.” ―여기 와서도 아이들을 멀리 산청과 제천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냈잖아요. 둘째와 셋째가 간 학교는 학력 인정도 안 되는 곳이었는데 아이들이 또래 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어요? “그런 고민은 없었어요. 큰애가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진학해서 무난하게 생활했죠. 수학 선생님이 ‘얘는 영재교육을 좀 시켜야 되겠다’고 전화를 해올 정도였어요. 사실 영재는 아닌데요. 하하. 학교 차원에서는 밀어주고 싶은 아이에 속했나 봐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 마음은 고맙지만, 제발 우리 애는 그냥 놔두세요’라고 했어요. 다른 부모들은 우리 애 좀 영재반에 넣어달라고 하는데 저는 제발 놔두라고 했으니 선생님이 쇼크 받았나 봐요. 그 소문이 이 동네에 퍼지면서 약간 전설이 되기도 했었죠. 하하.” 동사무소 직원이 지어준 이름 ‘수돌’ ―학교에서 아이 공부를 더 시켜주겠다는데도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택한 거네요. “아이 선택이었어요. 중2 때였는데 아이가 어느 날 자기에게도 꿈이 생겼대요. 뭐냐고 물었더니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꿈치고는 독특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늦게 온다고 두드려 패지 않고 머리 길다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지 않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꿈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고등학교는 그것보다 더할 텐데 아이 가슴에 멍이 너무 많이 들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아빠가 후원하는 작은 대안학교가 있는데 거기 캠프 한번 가볼래라고 제안했죠. 아이가 다녀오더니 ‘꼭 그 학교에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였어요. 아래 둘은 큰애 학교행사 때 가끔 가보고는 자기들은 중학교 때부터 대안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중학교 과정이 있는 제천 간디학교에 가서 고교 과정까지 마쳤어요. 중·고 과정은 나중에 모두 검정고시를 봤죠.” ―대안학교도 종류가 많은데 교수님 자녀들이 다닌 학교는 대학을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곳을 나오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인 대학 졸업장을 쥐기가 힘들 수 있는데 그런 걱정도 안 했어요? “제가 자본주의를 너무 빨리 알아버렸나 봐요. 하하. 저는 일종의 고급 노동력으로 살아가지만 노동력으로 규정되는 삶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잖아요. 하하. 제가 독일까지 가서 공부하고 온 결론은 ‘노동력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격체로서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박사공부 하면서 이 한 줄의 진리를 얻었죠.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래도 많이 배우고 또 이름있는 대학 출신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진짜 중요한 거는 내면의 행복이죠. 자기 내면의 행복이 중요하지 남들이 보는 시선이 적어도 1차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런 생각에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학교나 진로를 선택해왔으니 후회나 걱정할 일도 없죠. 애들도 그렇게 키워줘서 다 고맙다고 해요. 특히 큰애는 졸업할 때 ‘대안학교에 갈 수 있게 해줘 너무나 고맙다’면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눈물이 났고요.”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강자 동일사> 강수돌 교수 인터뷰 기사 중 발췌 원문보기: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98116.html#csidxe4889d8f418ce569c5418e80d32be19 

인터뷰

나푸름 “같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나푸름 작가의 첫 소설집 『아직 살아 있습니다』가 다산책방의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상 뒤에 숨은 불안 심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관계와 위치에서 갈증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밥을 먹고 출근하고 교제에 힘쓰지만 어딘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은 멈출 수 없다. 그러한 불안을 직면하기 위해 익숙한 길을 과감히 벗어나 만나는 낯선 풍경.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루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바로 마주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신예 작가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서스펜스의 묘미까지 보여주며 우리를 매료시키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며 자연스레 연결되는 질문들을 나푸름 작가와 함께 나누어보았다. 첫 소설집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이 나온 소감과 근황이 궁금해요. 작가가 자신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모두에게 오는 기회는 아니에요. 더욱이 저는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스스로의 글에 대해, 그리고 제가 하려는 이야기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조금 더 길게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긴 고민의 결과를 드디어 독자분들께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일의 특성상 매월 마감이 있고, 거기에 맞춰 주 단위로 계획표를 짜서 움직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되게 계획성 있게 사는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으로 짜기 때문에 부담은 없습니다. 청탁받은 글도 쓰고 있고, 청탁받지 않은 글도 쓰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재밌는 책이 많아서 읽기에 치중하는 날도 많은데,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소설집의 표제작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실리콘 몸체에 접속해 일하는 직장인들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장례까지 치른 동료 ‘박 대리’가 ‘시스템 오류’로 인해 죽은 후에도 출근해 있는 상황에서 박 대리가 정말 그인지 아닌지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했는데요. 이 소설에서 독자들이 대면하길 바랐던 장면이나 질문이 있을까요? 박 대리나 그가 처한 상황은 분명 독특하나, 제가 소설에서 주목한 부분은 화자와 주변인들입니다. 박 대리는 비어 있는 존재라서 그의 존재도, 그의 가치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정해집니다. 사람들은 그가 사람처럼 보이기에 동정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처럼 군다는 이유로 혐오해요. 그건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한 직원이 어떤 일을 계기로 회사에서 외면당하고 배척당하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일들은 그 모습만 달리할 뿐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많아진 상황인지라 표제작이 더욱 밀착되어 다가왔습니다. 소설을 쓰실 때 주로 어떤 계기로 모티브를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상 대화에서 얻기도 하고, 책 속에서 얻기도 합니다. 제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가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종종 맥락 없는 말이나 생각을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대화의 방향이 때때로 ‘A’에서 ‘B’로 가는 게 아니라 ‘A’에서 ‘D’로 가곤 해요. 대부분의 생각은 단상에 그치지만, 아주 가끔은 쓸 만한 아이디어가 생기곤 하죠.『아직 살아 있습니다』 는 어떻게 하면 출근을 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어요. 친구가 통화 중에 출퇴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토했는데, 다음 날이 월요일이었거든요. 출근이라는 게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모되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그저 회사에 도착했을 뿐인데도 지치는 날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 생각이 우리가 조종할 만한 몸체를 회사에 두는 건 어떨까 하는 거였어요. 먹지도 않고 화장실도 갈 필요 없이 기능만 존재하는 몸이라면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리라 생각했거든요.  소설집의 아홉 작품 중 네 편에 초현실적 배경이 그려집니다.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경험을 의뢰받은 기버(giver)가 그 기억을 판매하거나(「메켈 정비공의 부탁」), 사고로 잘려나간 손의 감각이 되돌아오고요(「윌슨과 그의 떠다니는 손」). 작품을 쓰시면서 이런 독특한 상상을 하게 된 출발점이 무엇인가요? 기억이 물품처럼 취급당하거나, 잘린 손이 돌아온다거나 하는 이야기 자체는 우리에게 친숙한 매체나 이야기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기억을 소거해주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하잖아요. 이미 죽은 몸이 돌아온다는 건 좀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죠. 그렇게 보면 두 소설은, 제가 <이터널 선샤인>과 좀비 영화의 팬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로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이러한 소재를 활용하며 주목했던 부분은 조금 다를 수 있겠죠. 「메켈 정비공의 부탁」은 기억 자체가 나를 구성하는 부분인 동시에 완전히 낯설어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어요. 기억장애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을 보면 실제로도 가능한 일이잖아요. 「윌슨과 그의 떠다니는 손」은 환상통(phantom pain)의 개념에서 출발한 소설인데, 저는 온전히 나만 느낄 수 있는 고통에 주목했어요. 고통 자체는 오직 나의 것인 게 당연하지만, 신체적인 고통은 외면적으로 그 상처가 보이기에 타인도 내가 느낄 고통에 대해 예측하거나 공감할 수 있어요. 다만 윌슨의 고통은 신체적인 고통임에도 그의 돌아온 손 자체가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기에 정신적인 고통처럼 여겨지죠. 그래서 주변인들은 윌슨의 고통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거죠. 부부, 연인, 직장 동료, 아버지와 아들 등 수많은 인간관계가 소설에 등장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잠재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갈등하는데요. 이들 중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 그리고 가장 풀어내기 어려웠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인물이라면 「목요일 사교 클럽」의 주인공을 꼽겠습니다. 50을 바라보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그 정도의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 자신이 나이를 먹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어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섭기도 하고, 실감할 수 없기도 했죠. 그래서 부모님이나 주변 분들을 관찰하기도 했는데 어머니와 대화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나이가 든다는 건 결코 적응되지 않을 일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죠.저와 가장 닮은 인물이라면 아무래도 「중국인 부부」에 등장하는 남편이지 않나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특정 시기의 저라기보다는 여러 시기의 제가 겹쳐져 만들어진 인물 같기도 해요. 제가 품었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의 온상처럼 보이는 사람이라 사실 가장 정이 안 가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연민이 가는 인물이기도 해요. 자기 연민에 빠져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면서도 위기를 헤쳐나갈 용기는 없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소설 속 남편이 겪는 지금이 결국 그의 삶의 부분으로 지나가게 되리라 믿어요.  이번 소설집에서 해외 정착에 힘쓰는 한인 부부가 백인 이주민들에게 ‘중국인 부부’로 오인받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주류 문화에 들어가려 하지만 소외되고 마는 분위기가 지금의 한국 사회와도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는데요. 이 인물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주고 싶으셨나요? 사실 저조차도 헤매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싶어요. 지금 그들이 겪는 문제가 후에도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고요. 아마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지겠죠. 부부는 앞으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거고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죠. 그들은 이민에 실패하고 한국에 돌아올 수도,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삶의 부분이지 삶의 전부는 아닐 거예요. 저는 그들이 서로의 온기에 기대 밖을 바라보던 한밤중을 오래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결국 그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서로일 테니까요. 『아직 살아 있습니다』의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소설집에는 같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하며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한바탕 사건이 진행된 후에도 여전히 전과 같이 외롭고 쓸쓸하며 어찌할 줄 모르죠. 저는 그 부분이 제 소설과 삶의 닮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겪는다고 해도 삶도 사람도 바뀌기는 힘들잖아요. 다만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혹은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요. 그리고 타인과 내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타인에게 좀 더 친절해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제가 한 번도 가지 못한 곳을 가고 제가 겪지 않은 일에 놓인 인물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 슬퍼하고 기뻐했으니까요. 저의 이야기가 독자분들께도 그런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 채널예스

인터뷰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구상희 “항상 다음 선택의 기회는 남아있어요”

장편소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로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셨어요. 어떤 계기로 공모전을 준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설가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광고를 봤어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를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장르 소설이라 응모할 공모가 마땅치 않던 차에 이거다 싶었죠. 공모전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응모했어요. 그런데 마감 며칠 전에 광고를 보는 바람에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구상은 거의 완성을 해놓았기에 부랴부랴 줄거리를 쓰고, 써놓았던 초반부 원고를 수정해서 응모를 했어요. 공모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도록 쓰다가 마감 1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지원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태어나서 가장 가슴 졸인 1분이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이, 음식을 통해 발현된다는 발상이 독특해요.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강의 얼개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우스운 얘기지만 ‘내가 혹시 마녀가 아닐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습니다. 평소에도 공상을 즐겨하기도 하고, 판타지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마법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마법을 믿는 편인데요(웃음) 마법이 정말 실재한다면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상상해오곤 했어요. 음식은 자연의 에너지고, 먹는 행위는 그 에너지를 섭취하는 거니까 제가 상상한 마법과 닮은 셈이죠. 거기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된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상당히 환상적으로 그려지고, 맛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평소에도 요리를 즐기시나요?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는 색다르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마법의 요리로 표현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먹는 건 참 좋아하는 반면 요리는 잘 못해요. 미식가도 아니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고요. 그러다보니 제가 먹어보지도, 만들어보지도 않은 요리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백숙이나 스테이크 같은 친숙한 음식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랬더니 표현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더군요. 또 소설을 쓸 당시에 ‘먹방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었는데, 그런 프로그램들도 도움이 됐어요. 책에 등장하는 ‘마녀’는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셨어요. 어릴 때부터 ‘마녀’라는 존재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자로서 사람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여성’이라는 점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녀’라는 존재는, 각 문화마다 공통적으로 존재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지칭하는 말이 다르고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더라도요. 저는 우리 문화의 무녀도 마녀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녀라는 소재를 한국 배경에 녹여내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겠다 싶었죠. 마법과 판타지 등을 소재로 가져오시면서 더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마법, 오컬트, 판타지, 이런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썼어요. 그래서 이야기의 주요 무대인 마녀‘식당’의 이미지를 다크하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했죠. 마법의 음식에 사용할 재료들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고요. 마법 재료들을 마구잡이로 지어낸 것 같지만, 실은 마법의 효력과 다 연관이 있는 것들이거든요. 예를 들어 직녀의 베 보자기, 선녀와 나무꾼을 이어준 노루의 사향, 삼신할매표 간장은 연을 이어주는 ‘연분말이 잔치국수’에 쓰이는 재료들이죠. 정말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이에요.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직녀의 베 보자기나, 삼신할매표 간장 같은 것들이 실재하지는 않을까?(웃음), 제가 ‘창작’해낸 게 아니고 실재하는 재료를 ‘발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마법 요리의 핵심 재료로 ‘맨드레이크’가 종종 등장합니다. 판타지 문학의 고전 『해리 포터』도 언급되고요. 일상에서도 판타지 문학을 즐겨 읽으시는지, 어떤 분야의 책을 즐겨 읽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판타지 장르를 정말 사랑합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도 판타지 장르의 거장인 닐 게이먼과 스티븐 킹이에요.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작품을 좋아하다보니 동화나 청소년 문학도 즐겨 읽습니다. 오컬트물이나 공포물도 좋아하고요. 판타지 문학 위주로 독서 편식을 하는 것도 같네요. 개정판을 펴내시면서 몇몇 에피소드는 결말을 다듬었다고 들었어요. 정해놓은 결말을 다시 손본다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셨나요? 각 에피소드의 결말은 제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동화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결말은 아니더라도, 각 인물들이 그들 인생의 한 챕터 안에서는 행복한 결말을 맞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인물 하나하나를 정말 사랑하게 됐거든요. 하지만 딱 한 에피소드만은 해피엔딩을 주지 못했어요. 왠지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 당시에 제가 좀 심술궂었나 봐요.(웃음)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한 에피소드는 선미 이야기입니다. 선미는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소원으로 빌었지만, 사실 그게 그녀의 인생에서 최선은 아니었죠. 끝난 사랑에 집착하지만 않았다면, 스스로를 더 사랑했다면, 선미에게 더 나은 길이 펼쳐졌을 거예요. ‘집착하지 말 것. 더 나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담아 새드엔딩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다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선미 이야기가 꼭 새드엔딩으로 끝나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피엔딩이어도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개정판 속 선미는 초판 속 선미와 딱 한 가지 다른 선택을 해요. 사랑할 대상으로 헤어진 연인 성호가 아닌 바로 자신을 선택하죠. 그 선택으로 결말이 바뀌고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선택’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합니다. 책임감의 문제로 읽히기도 해요.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소원을 이루는 대신 꼭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그렇고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중요한 화두로 많은 독자분들이 ‘선택’과 ‘대가’를 꼽아주시더라고요. 마녀식당의 세계 속에서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마녀식당에서 빌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뿐이니까!(웃음) 어떤 소원을 빌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해요. 개정판에서 수정한 에피소드에서도 한 번의 선택이 결말을 바꾸죠.하지만 이야기를 만들면서 ‘선택’을 꼭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무엇으로 상정한 건 아니었어요. 선택에 따라 인생의 길이 달라지더라도, 그게 끝은 아니니까요. 항상 다음 선택의 기회는 남아 있고, 설사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다음 선택은 잘하면 돼요.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 진이 소설의 시작에서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고요.아, 그리고 ‘대가’는 소설의 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천사식당’이 아닌 ‘마녀식당’이니까요. 그리고 식당도 장사인데, 당연히 공짜로 줄 수는 없죠!(웃음) 등장인물의 선택을 지켜본 독자들이 무얼 느꼈으면 하셨나요? 저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읽어낼지는 전적으로 독자분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자, 그 속의 인물들은 각각 하나의 인생을 담고 있거든요. 우리가 각자의 인생에서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배울지, 무슨 의미를 찾아낼 지는 그 인생을 ‘사는 이’의 몫이잖아요. 그러니까 소설 속 세계와 인물들의 인생에서 무엇을 느낄지 역시 ‘읽는 이’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감히’ 독자분들에게 무엇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무척 조심스러워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 선미 이야기처럼 작중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보다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에 더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작가인 저는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안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독자분들의 몫이겠죠. 제 생각은 그래요. 저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가 다양한 의미로 읽혔으면 좋겠어요. 다만 읽는 재미를 위해 보태자면, 인물들의 동인은 명확했어요. 바로 ‘행복’이에요. 제 소설 속 인물들이 하는 ‘선택’은 모두 본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어요.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물들의 모든 선택은 본인을 위한 행복이 목표였죠. ‘후루룩 읽힌다’ ‘막힘없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평이 압도적입니다. 초반부터 속도감이 굉장해요. 당연히 문학을 전공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문화를 공부하셨다고요. 소설은 어떻게 쓰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나 할까요(웃음). 원래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문과생이 공부를 업으로 삼는 것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소설을 써볼까? 하고 무심코 생각했던 게 진심이 되어버렸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만화책도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좋아했죠. 그렇게 소설을 쓰게 됐어요. 간절히 취업을 바라는 청년, 이별 범죄에 시달리는 청년 등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문제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또 무척 현실적으로 다뤄집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젊은 세대들은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에 와 깨달은 것들을 저보다 젊은 세대들은 일찌감치 깨달은 것 같고요. 예를 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을 저는 늦게 깨우쳤는데, 요즘 10대, 20대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현명하죠. 저도 아직 젊은 세대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세대가 거듭될수록, 인간은 더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해요. 더 나아진 우리가 만든 세상 또한 더 나은 곳이 되겠죠. 취업 문제, 왕따 문제, 여성 대상 범죄 등등, 제가 소설 속에서 다룬 사회 문제는 과거에도 존재했어요. 그것들이 사회가 발전하면서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논의가 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 소설 속에서는 이런 문제를 미시적으로 다뤘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대한 약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걸 꼽자면 ‘연대’라고 말하고 싶어요. 젊은이들이여, 연대합시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소설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처럼요. 요즘 들어 독자들이 마법 같은 이야기를 반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재미있으니까요!(웃음) 저 또한 판타지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판타지 문학이 다양하게 창작되는 것이 정말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콘텐츠가 질적으로 또 양적으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문화 소비층이 다양해지고 두터워지면서 비주류로 치부됐던 판타지 장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녀의 베 보자기, 선녀와 나무꾼을 이어준 노루의 사향 등, 동양 판타지로도 풀어낼 소재들이 숨어 있는데요. 차기작으로는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진의 마지막 선택은 속편을 염두에 두고 써 내려가신 것일까요? 속편에 대한 계획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고 썼죠. 여담인데, 손님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거둬가는 ‘검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손님들이 음식 값으로 치른 아름다운 목소리나 인생의 기억 등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속편에서 다룰 계획이었어요. 그리고 소설이 조금 잔혹하다는 평도 있어서, 다크(Dark) 버전과 라이트(Light) 버전으로 나눠서 써보면 어떨까 혼자 계획을 세워두었죠. 이렇게 계획은 많은데……. 제가 소설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어서 당장은 어려워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쓸 거예요! 마블 유니버스처럼 마법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 시리즈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길에서 우연히 마녀식당을 만난다면 빌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작가님은 어떤 요리를 드시게 될까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싶어요. 말씀드린 판타지 소설 시리즈도 만들려면 오래 살아야겠죠. 그래서 만수무강하게 해달라고 빌 것 같습니다. 진시황제가 그리 찾으려 애썼다는 불로초가 들어간 요리를 먹게 될 것 같네요. 모두가 절박하고 힘든 시기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이 책으로 큰 위안을 얻으실 텐데요. 이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마녀식당이 밤에만 영업을 하는 건, 마녀식당이 어둠 속의 등불 같은 곳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누구나 자신만의 마녀식당이 있다고 믿어요. 지금 아무리 힘들고 외롭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계속 걷다보면, 여러분만의 마녀식당이 눈앞에 나타날 겁니다. 스스로를 믿는 한,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반드시 이뤄질 거예요!

인터뷰

김서울의 궁궐 탐방기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인터뷰

작가이자 문화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울은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로 일하던 시절 SNS에 짤막한 설명과 함께 한 장씩 올린 유물 사진이 화제가 되어 해당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그렇게 출간된 『유물즈』 가 전문가와 작가, 일반 독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독립출판물로는 이례적으로 품절 사태를 거듭하다 현재는 두 배의 가격을 내걸어도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김서울의 새로운 상상력과 관점이 이번에는 궁궐로 옮겨가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이 탄생했다. “고려(시대 유물)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면 조선(시대 유물)은 어쩔 수 없이 친오빠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조선시대 대표 유적인 서울의 5대 궁궐을 거닐며 느낀 감상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버무려 산뜻하게 담아냈다. 어딜 가나 정신없는 서울 한가운데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조선의 고궁을 ‘돌과 나무로 만든 숲’이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휴식처로 바라보며 마치 내 친구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듯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독립출판물 『유물즈』  , 『뮤지엄 서울』   이후 세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주로 실내 유물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이전의 저서들과는 다른 책인 것 같아요.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은 서울에 있는 조선의 다섯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을 저의 시선과 취향으로 편집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궁궐을 주제로 한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역사 위주의 서술이 아닌 저 김서울의 개인적인 궁궐 감상법을 녹여냈고 더불어 돌, 나무 등 궁궐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를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전의 책에서는 실내에 주로 전시되는 한국의 문화재와 유물을 살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외 공간과 유물을 다루었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유물과 박물관 등 한국의 오래된 것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오셨는데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지금의 나를 만든 기원이 무엇인지, 어떤 문화적 배경이나 과정, 변화가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언젠가부터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좀 다르게 말하자면 ‘나는 왜 지금과 같은 문화적 배경에서 사는 한국인이 되었나’에 대한 호기심이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현대 한국이라는 국가와 문화를 만든 과거의 물건으로 관심사가 자연스레 옮겨갔어요. 유물의 배경에 깔린 흐름이나 결을 추측하고, 주변의 풍경에 그걸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고 있고요. 더불어 이런 흐름이라면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가님의 관점이나 시선이 젊은 독자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가 뭘까요? 독특한 시선이나 상상력의 원천이 있다면요? 박물관, 유물 하면 지루하고 경직된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거리감을 느끼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현대적인 시선과 언어로 쉽게 풀어 설명해주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저 역시 역사책이나 박물관 설명의 카드를 보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풀어 쓰려고 했고, 유물을 보면서 예전에 그걸 사용했을 사람들과 풍경을 그려보고 그 풍경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풍경과 비교하다 보니 제 상상이 글에 많이 녹아든 점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생각해주시는 듯해요.  그동안은 주로 박물관 등 실내 보관된 유물을 대상으로 글을 쓰다 이번에는 그 시선이 실외 유적인 궁궐로 옮겨갔는데요, 실내 유물을 감상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박물관의 유물은 사시사철 같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관람 환경이 유물을 현실과 동떨어진 물건으로 보이게 할 때도 있죠. 분명 당시에는 일상적인 사물이었을 텐데 지금은 유리관 속 은은한 조명 아래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그에 비해 실외 유적인 궁궐은 날씨와 계절, 심지어는 그날의 궁궐 관람객 수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요. 박물관 속 유물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도 ‘조선시대’라는 배경 때문에 현재의 서울과 분리되는 느낌이라 흥미로웠습니다.같은 계절에 방문하더라도 각각의 궁궐이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산책 동선에 따라, 또 관람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매번 분위기가 달라져요. 이런 부분이 실내 유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멜멜 사진작가와 협업은 어떠셨나요? 평소에 워낙 팬이었기 때문에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원을 풀었어요. 다섯 개 궁궐을 함께 돌면서 어느 궁이 가장 좋은지, 좋아하는 고궁의 풍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이의 눈과 손을 빌려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도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작업 과정 전반이 무척 즐거웠어요.  궁궐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른 봄에 혼자 창덕궁에 갔는데 살짝 흐리던 날씨가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로 바뀌었어요. 날씨 탓인지 관람객도 거의 없었고요. 저 역시 우산을 챙겨 가지 않아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조용한 창덕궁을 거닐다 길을 잃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도 관람객이 드문 궐내각사 부근이었더라고요. 길을 찾지 못해 한참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작은 문을 지나니 제 인기척 때문인지 땅에서 혼자 놀던 까치가 푸드덕 날아가고 비를 피해 지붕 아래 숨어 있던 고양이도 담장 너머로 훌쩍 사라져버렸어요. 그 소리에 덩달아 놀라서 순간 멈춰 섰는데 제 주변으로는 궐내각사 전각에 고요한 공기만 가득한 거예요. 그 사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궁궐 전체가 반짝거리던 날도 있었고 궁궐의 석수들을 슬며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던 기억도 있지만 고궁이라는 공간에 몸을 푹 담갔던 것만 같은 비 오던 날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아직 궁궐이 낯설고 어려운 궁궐 산책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궁궐 혹은 궁궐 감상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먼저 초록빛 풍경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보세요. 꼭 무엇을 알아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안하게, 눈을 쉬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고궁을 산책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나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고궁을 거닐어보는 거죠. 기억 속 그 장면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마음에 들어오는 또 다른 풍경이 있는지 하나씩 기억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차츰 고궁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와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궁에 대한 추억을 다채롭게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원을 풀었어요. 다섯 개 궁궐을 함께 돌면서 어느 궁이 가장 좋은지, 좋아하는 고궁의 풍경이나 요소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이의 눈과 손을 빌려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도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작업 과정 전반이 무척 즐거웠어요.  궁궐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른 봄에 혼자 창덕궁에 갔는데 살짝 흐리던 날씨가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로 바뀌었어요. 날씨 탓인지 관람객도 거의 없었고요. 저 역시 우산을 챙겨 가지 않아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조용한 창덕궁을 거닐다 길을 잃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도 관람객이 드문 궐내각사 부근이었더라고요. 길을 찾지 못해 한참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작은 문을 지나니 제 인기척 때문인지 땅에서 혼자 놀던 까치가 푸드덕 날아가고 비를 피해 지붕 아래 숨어 있던 고양이도 담장 너머로 훌쩍 사라져버렸어요. 그 소리에 덩달아 놀라서 순간 멈춰 섰는데 제 주변으로는 궐내각사 전각에 고요한 공기만 가득한 거예요. 그 사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궁궐 전체가 반짝거리던 날도 있었고 궁궐의 석수들을 슬며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던 기억도 있지만 고궁이라는 공간에 몸을 푹 담갔던 것만 같은 비 오던 날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아직 궁궐이 낯설고 어려운 궁궐 산책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궁궐 혹은 궁궐 감상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먼저 초록빛 풍경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보세요. 꼭 무엇을 알아야 한다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안하게, 눈을 쉬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고궁을 산책하다 보면 분명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나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고궁을 거닐어보는 거죠. 기억 속 그 장면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마음에 들어오는 또 다른 풍경이 있는지 하나씩 기억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차츰 고궁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와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궁에 대한 추억을 다채롭게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채널예스

인터뷰

정신과 의사 반유화 “결국 선택은 내가 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직장 상사에게 실망했어요, 거절을 못 하겠어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일상이 불편해졌어요.” 이 주제들에 전혀 해당이 안 되는 대한민국 여성이 있을까?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은 여자라서 겪어야 하는 일들에 마음이 자주 지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12년간 1천여 명의 내담자를 만나온 저자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여성학을 공부했고 열두 가지의 고민을 토대로 여성들의 마음속 근원을 파헤친다.  “자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귀찮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진정으로 불행하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246쪽)”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묻는 일 제목을 보고 책이 궁금해졌다. 굉장히 큰 주제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정해지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20,30대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고민을 주제로 글을 썼기 때문에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을 선택했다. 여성학을 공부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정신과의사로 일하면서 여성들이 지닌 다양한 상처에 사회 환경 및 젠더 이슈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연은 다 제각각이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페미니즘 이슈를 직접 갖고 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기처럼 페미니즘 이슈가 베어 있었다. 성역할을 강요 받는 데서 느끼는 불편함이 남성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존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뭔가가 있었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분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세계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고통이 발생하는지, 그 고통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탐색해야 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성학을 공부했다.  진료에도 영향을 미쳤나? 물론이다. 새로운 생각들이 생긴 건 아니지만, 비언어적인 형태로 막혀 있었던 부분이 깨끗하게 설명됐다. 이를 테면 대상화, 감정노동, 교차성, 가부장적 배당금 등의 개념들이다. 정신의학(특히 정신분석)과 여성학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 사회에서 미덕으로 여기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왜 그런 마음이 들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일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다.  첫 번째로 다룬 주제가 ‘결혼’이다. 결혼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인생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려면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상은 보통 개인이 할 일들을 패키지로 제안하지만 그것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결혼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들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고 싫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군가 함께 사는 것이 싫은 건지, 되돌리기 어려운 계약을 하기 싫은 건지,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 싫은지, 누군가가 내게 의존하는 것이 싫은지, 결혼한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 역할이 싫은 건지. 결혼이라는 단어를 잘게 나눠 따로따로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들이 선명해진다. 과거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제는 취할 것은 취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지나친 조언을 들어야 할 때, 곤혹스럽기도 하다. 자신은 결혼을 했으면서 ‘결혼하면 끝장이야’라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책임져줄 수 없으면서 ‘결혼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의 생각이 아니고 나의 선택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는 사람도 내 삶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 이 사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여성들은 관계로부터 얻는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갈등을 많이 두려워하는 경우,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갈등을 줄이는 능력, 즉 다른 이의 마음을 짐작하는 능력과 인내심은 아무나 갖추기 어려운 귀한 역량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에게 소중한 자원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고 무조건 참으면 겉으로는 갈등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음속에는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이 거절을 편안하게 여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절하고 거절을 받을 때, 여기에 수반되는 긴장감, 서운한 감정은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이 데미지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데미지를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 원초적으로 버림받는 것에 관한 공포, 소멸되는 공포가 큰 사람들에게는 안심시켜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이 상황에 처한 것은 내 탓이 아니라는 것, 내 탓은 아니지만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거절을 한다고 이 관계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92쪽)고 했다.  어떤 선택이든 다 거기서 거기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삶은 계속되고, 내 앞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기회들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선택의 결과물이 처참한 크기로 삶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믿음을 키워간다면 신경증적 갈등으로 겪는 고통을 줄 일 수 있다. 그리고 속상한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미워하기보다는 일단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그 이후에 나 자신과 긴밀히 대화하고 대책을 의논하는 것이 현명하다.  열한 번째 주제는 ‘남자친구의 질투’다. 먼저 직장인이 된 여자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자의 연애. 의존과 열등감 사이에서 관계가 틀어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무엇일까? 나의 기분, 마음을 존중하는 일이다. 이 연애에서의 나 자신이 마음에 드는가?를 떠올려봐야 한다. 상대가 열등감을 느낀다는 건, 그 사람에게 발생한 감정이다. 나의 성취가 상대에게 미안한 일이 될 필요는 없다. 또한 건강한 갈등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갈등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 잘 맞는지가 연인 관계를 결정한다. 겉으로 갈등이 없다는 건, 어쩌면 한쪽이 무언가를 감내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관계에서 상대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조마조마해하거나, 떠날까 봐 자신의 진심을 숨겨야 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결코 오래갈 수 없다. 관계에서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보다는 “나를 제대로 잘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가 전제여야 한다. 가혹한 가족 안에서 자랐지만, 양육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들도 많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하는 것이 현명할까? 일단 죄책감을 느끼는 건, 실제 죄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죄책감은 명시적인 명령이나 억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면서 은밀하게 사람을 조종하기 때문에, 이 감정을 잘 살펴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죄책감을 유발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는 갖지 않아도 되는 죄책감이 우리를 움직이게 그냥 둔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 희생과 불필요한 자기 처벌, 그리고 그것에 대한 새로운 분노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자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진정으로 불행하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이 어렵고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면 이 불편함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또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가정 환경에 놓인 경우라면, 가족에게 받는 대우와 자신의 가치를 분리하기 위해 안전을 확보하고, 심리적, 경제적, 관계적 자원을 키울 필요가 있다. 덜 예민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내가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일부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감정이 부끄럽고 별로이고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이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는 훈련을 하면 좋다. 뭔가 오글거리는 이 감정, 2차적으로 따라오는 내 감정들을 바라봐야지 원인을 알 수 있다. 요령은 없다. 상담을 받는 일이 아닌 이상, 나만의 시간을 가진 상태에서 고요하게 내 감정을 써보거나 정리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중복돼서 찾아오는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타인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행복감을 누리기가 어렵다.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만 중요한 건, 내 안의 경쟁, 질투심 같은 감정을 제대로 봐주고 인정해주는 일이다. 비교하는 마음이 들어오면 누구나 속상하다. 하지만 이 부정적인 마음들을 덜 미워하는 사람은 좀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식이 있다면? 상대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되, 뭔가를 더하려고는 하지 않는 것.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공감해주고 ‘네가 힘들 때 나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사인만 줘도 상대는 큰 위로를 느낀다. 지나친 감정이입과 동일시는 진정한 공감과 다르다. 상대가 경험하고 느껴야 하는 몫이 있는데, 그 몫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자기 자신을 너무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아서 의아했다. 많은 심리서가 자존감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러 안 쓰려고 노력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너무 고정관념으로 익숙해진 나머지 그 이상의 생각으로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 학술서가 아니기 때문에 꼭 써야 할 경우에는 자신감으로 대체했다.  인생 신조가 있나?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하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음껏 소망하되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책이 굉장히 잘되기를 희망하는데 또 그렇지 않아도 하나의 에피소드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처받기가 두려워서 소망을 안 하는 건, 즐거운 삶이 아닌 것 같다. ‘이번 일이 잘되지 않으면 끝장이야’ 같은 마음을 갖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기 자신을 너무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의심하는 역량을 자신에 대해서 순수하게 호기심을 갖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약간 틀면 어떨까 싶다. 의심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의심을 물음표로 바꿔서 자신에게 던지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출처 : 채널예스

에세이

저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존스홉킨스의대 교수입니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몬을 만들어라"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레몬은 쓰고 셔서 못 먹는 것을 말하는데요. 인생이 나에게 쓰디쓴 시련을 주더라도 즙을 짜고 설탕을 넣어 시원하고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의미입니다. 인생이 저에게 레몬을 던져 준 때가 있습니다. 저는 반지하에서 봉제공장을 하시는 부모님의 반갑지 않은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으셨죠. 저는 4년이 지나는 동안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인지 무관심 속에서도 공부에는 소질이 있어서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합니다. 어떤 의사가 될까 고민할 때 제일 힘들고 소외되는 정신과 환자들을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마친 후 정신과 레지던트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합격할 거라 생각했는데 떨어지고 맙니다. 그때는 그 레몬이 너무 썼어요. 붙을 줄 알았기 때문에 떨어지면 뭘 할지 준비도 하지 않았죠. 그래서 1년 동안 미국에 가기로 했습니다. 미국 의사 면허증을 따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아무 준비도 없이 젊은 패기 하나로 미국행을 택합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봤는데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저도 엄청 놀랐습니다. 그래서 존스홉킨스의 교수로 취업하게 됩니다. 그때 제가 받았던 레몬을 다시 되돌아봤어요. 만약 제가 레지던트에 붙었다면 이런 기회는 영영 잡지 못했을 거예요. "Everything is happening for you, not to you."모든 일은 그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일어난다. 2017년, 인생은 저에게 두 번째 레몬을 줍니다. 저는 소위 ‘잘 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었어요. 의사로서, 교수로서 인정받으며 결혼도 하고요. 41살이 되기 전날이었어요. 집에 가려고 운전을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어요. 난생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2시간 동안 통증이 온몸이 퍼지더니 오한이 일기 시작했고 집에는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날을 기점으로 두어 달 만에 저는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명색이 제가 존스홉킨스 의사잖아요?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했어요. 그런데 검사에서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이 그러더군요. 혹시 우울증이나 불안증 아니냐고. 15년 경력 정신과 의사인 저에게요. 저는 정말 죽을 만큼 아픈데 그들은 아니라고 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 암흑의 시간이 6개월간 지속됩니다. 겨우 실마리를 찾아서 받은 진단이 자율신경계 장애, 신경매개저혈압이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아직 이 병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입니다. 진단은 나왔지만 답이 없는거죠. 당시 저는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서 일어나 앉지를 못했어요. 2년 가까이 거의 침대에 누워서 지냈습니다. 서러웠어요. 직장도 1년 반을 쉬어야 했고 내 인생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적인 피로감이었어요. 밥을 먹고 나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오래 사용한 휴대폰 같았습니다. 배터리가 충전도 되지 않고 금방 방전되어 버리는, 10%밖에 남지 않은 휴대폰. 저는 모험을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하루 아침에 신의 장난처럼 완전히 반대되는 난치병을 얻은 거예요. 일상생활을 해내질 못했어요. 그래서 남편을 미국에 두고 어머니의 간호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의 간호로 조금 나아지면 제가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던 일이 있어요. 바로 걷기 연습입니다. 오늘 15분, 내일 20분… 매일매일 이를 악물고 연습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노력해서 30분 걷고 나면 그 다음날 병이 나서 몇 주 동안 움직일 수가 없는 거예요. 매번 그러니 정말 못 해 먹겠더라고요. 의지도 한계가 있지, 이를 악물고 걸었는데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이게 반복되니 공들여 쌓은 것들이 무너지는 억울함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Everything is happening for me, not to me.And I will make lemonade out of these lemons" 그때마다 이 말을 생각했어요. 이 모든 어려움도 나를 위해 일어난 거라고. 이 쓰디쓴 레몬으로 꼭 레모네이드를 만들겠다고 나를 다잡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인생에 쉼표를 얻은 것 같아요. 교수로, 의사로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작가의 길이 보였어요. 누워서도 볼 수 있는 컴퓨터를 샀고 그때부터 저의 첫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를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 병을 이긴 것은 아닙니다. 같이 살아가는 거죠. 이 병이 한번 아프면 몇 주, 길게는 몇 달씩 아프거든요. 힘겹게 버티고 있어요. 억울하고 속상할 때도 많아요. 그래도 누가 저에게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저는 거절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아프면서 배우고 깨달으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그래서 아프기 전의 나보다 아프고 난 후의 나를 더 사랑합니다. 아픈 건 괴롭지만요. 여기 두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과 같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지? 저 사람 탓이야 하면서 절망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이 고통 또한 나를 위해 존재하기에 꼭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두 사람에게 똑같이 2021년이 주어졌습니다. 둘은 어떤 1년을 살게 될까요? 그리고 2021년의 마지막 날, 두 사람은 어디에 서 있을까요?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건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본 내용은 도서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세바시 지나영 교수 강연을 인용, 정리하였습니다.

인터뷰

‘대통령의 구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구두 : 아지오 유석영 대표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우연히 눈에 띈 대통령의 잔뜩 낡은 신발 밑창.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신발이길래 저렇게 밑창이 닳을 때까지 신었을까 궁금해했다. 그 구두가 청각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구두 '아지오(Agio)'라는 것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아지오는 경영악화로 2013년에 폐업을 한 상태.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많은 관심 속에서 화려하게 다시 날개를 펴고 대박신화를 써내려갔을까? 물론 그 길이 눈앞에 넓게,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 보이는 탄탄대로 대신 아지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원칙을 지키면서 다 함께 가는 길이었다. 청각장애인이 만드는 구두, 직접 손으로 만드는 구두, 신는 사람에게 최고의 편안함을 선사하는 구두라는 길을 말이다. 시각장애인 대표와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만든 아지오의 스토리를 담은 책, 『꿈꾸는 구둣방』을 출간한 '아지오'를 대표해 창업자인 유석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이야기. ('아지오'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의 구두 브랜드 이름이다. 대중들에게는 '구두만드는풍경' 보다 '아지오'로 많이 알려져 있어 회사를 가리킬 때 '아지오'로 지칭했다) 아지오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스토리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모르고 시작한 엉뚱한 일이죠. 사실 비즈니스는 사업성, 충분한 이익, 그리고 분배까지 생각하면서 해야하는 일인데, 청각장애인들도 일을 할 수 있고, 일하면 즐거워할 것이고, 정직하고 좋은 물건이면 고객들도 사줄 거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당연히 고생이 따를 수 밖에 없고 곡절이 많을 수 밖에 없었죠. 책은 개업 후 3년 만에 폐업을 결정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가장 아팠던 실패의 순간으로 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은 좋은 재료로 질 좋은 구두를 만들면 고객들이 알아봐줄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감성적이었죠. 저희가 도전을 했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까지는 성공을 했지만 결국 시장 돌파력이 약해서 처절하게 패배하게 되었어요. 시작은 할 수 있지만 그게 실패했을 때 장애인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아요. 이미 장애 때문에 상처를 받은데다 희망을 갖고 왔다 그게 무너질 때 받는 상처는 더 크거든요. 다시 시작할 때는 그런 아픔과 상처가 없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대통령의 구두가 이슈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지만, 무턱대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지오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굉장히 신중했거든요. 많은 시간을 망설이고, 기다리고, 점검하고, 그렇게 다시 시작했을 때는 넘어졌던 순간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죠. 다시 일어나 나아가더라도 같은 유형의 실패는 하지 말자, 그 실패를 통해서 더 건실하게 커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서론 부분에 담고자 했습니다. 방송국에서 12년간 일하다 장애인 복지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아지오를 만들게 되셨는데요. 일이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장애인에게 일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한 것 같아요. 모두에게 일은 권리이자 의무죠. 일이 있다는 것은 사회적 신분하고도 연결이 되고, 일에서 얻어지는 소득이 결국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고요. 저도 살아오면서 장애 때문에 일에서 배제되고, 다른 사람들은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소외감이 청소년기부터 있었어요. 굉장히 속상했죠. 그래도 저는 어쨌든 도전도 해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해오면서 살아온 사람이지만,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분들이 많거든요. 능력과 솜씨가 있는데도요. 장애를 가진 경우, 장애로 인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장애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예산이 예전보다는 많아졌지만 단순히 장애인들에게, '이만큼 줄테니 이것 가지고 살아요'라고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보다는 장애인들이 직접 사회 안에서 일을 하고 소득을 얻는 것이 문제 해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죠. 게다가 일이란 것은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자존감, 자존심, 그리고 자부심을 통틀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대표님은 시각장애인인데 청각장애인 직원들과 일을 하시잖아요.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한 그룹으로 보기 쉽지만 사실 그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와 현실이 있더라고요. 대표님도 낯선 청각장애인 문화와 접하면서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84년인가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를 했을 때의 일이에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달리기를 했어요. 시각장애인은 총소리를 듣고, 청각장애인은 깃발을 보고 출발을 하는 거죠. 그런데 시작 전인데 깃발이 조금 흔들렸고, 청각장애인이 그걸 보고 뛰어버린 거에요. 감독관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제지를 하는데 청각장애인은 그걸 못 듣고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차이에 대해서 배려를 못한 거죠. 저도 그랬어요. 모두 불편하고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화려한 것도 볼 수 없고 이동하는데 제한도 받으니까 시각장애인이 제일 불편하다 생각했죠. 내가 시각장애인이니까. 그런데 복지관 관장을 하면서 가까이서 청각장애인들을 대하니 그분들도 또 다른 측면에서 굉장히 애를 먹고 있었고, 또 문화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한번은 청각장애인들과 캠프를 갔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큰 소리를 내고 밤새 쿵쿵거리면서 다니는지 속으로 욕을 했다니까요. 그런데 다음날 생각을 해보니까, 들리지 않으니까 내가 내는 소리가 시끄러운지 모를테고, 청각장애인 문화에서는 몸짓과 움직임이 바로 언어니까 동작이나 표정을 크게크게 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그런 부분을 몰라줬구나 싶었죠.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를 택한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자주 듣긴 하지만 단순히 '사회 공헌을 하는 기업' 정도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요? 아지오를 만들면서 사회적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회적 기업은 경제와 사회공헌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굴리면서 여기서 나오는 이익과 파생되는 여러 가지를 사회에 다시 재환원하는 것이에요. 사회 공헌에는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거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한다거나 그런 모든 것이 포함되는데, 아지오의 경우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죠. 그리고 고객들의 발을 편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 그리고 정직하게 신발을 만드는 것 모두 사회적 기업의 틀 안에 있는 것들이고요. 사실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구두 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외출이 많이 줄어서 구두를 찾는 분들이 적어지니까요. 다른 기업 같은 경우에 인력 감축을 하기도 하지만 아지오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니까, 사업이 어렵다고 인력 감축을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죠. 그런 조건들을 끌어안고 가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아지오의 구두를 구입하신 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또 그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면서 연결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희망이 보이기도 해요. 거북이처럼 느려 보이긴 하지만요. 아지오는 처음부터 제대로 만든 수제화를 지향했는데요. 이 선택이 처음에는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미 선발주자들은 해외에서 구두를 대량으로 만들어와서 상표를 붙여서 팔고 있는데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진정성으로 다가서자 생각했죠. 고객들의 발을 진정으로 생각하자는 의미에서의 접근이었죠. 구두는 확실히 손이 많이 갈수록 더 부드럽고 편해지고 예뻐지거든요. 가성비는 떨어져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 수 없고요. 하지만 직원들이 점점 담당 업무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만들 수 있는 수량도 늘어나고 품질도 좋아지고 있죠. 아지오만의 특색 있는 서비스라고 하면 직접 찾아가서 고객의 발을 실측해 구두를 만드는 것인데요. 사실 직접 찾아가서 발을 실측한다는 것도, 개개인에게 맞는 구두를 만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구두가 참 어려운 산업이에요. 까다롭고 리스크도 많고요. 한편 보람도 있어요. 남다른 발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아지오 구두를 만나서 발이 편해졌다, 일 할 때 지치지 않는다, 건강해졌다 그런 이야기를 하실 때는요. 사실 실측 그 자체는 마이너스가 나는 일이에요. 전국 어디나 출장비는 3만원이거든요. 그런데 또 인력이나 비용 문제로 몇 달 실측을 안 했더니 주문이 떨어지더라고요. 실측을 다시 시작하니까 주문이 오르고요. 아지오는 직접 발을 재서 구두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각인이 된 것 같아요. 어쩌다가 아주 독특한 발을 만나면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수정을 하는데, 거기에 따른 비용과 손해도 있지만 결국은 그분들이 우리에게는 스승이 돼요. 그런 독특한 발에 맞는 구두를 만들면서 기술력도 늘고 아지오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 쌓이거든요. 2017년에 다시 아지오의 문을 열게 되는데, 당시 대통령의 구두로 유명세로 타면서 많은 투자 제의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쉽게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보다는 신중하게 계획하고 차근차근 협동조합으로 문을 다시 열었어요. 유혹이 굉장히 많았어요. 돈이 될 것 같으니까 투자하겠다는 얘기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주문이 많아지니까 제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하니까 위탁을 줘서 더 많이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아지오의 구두는 청각장애인이 만들어야 아지오의 구두인 거거든요. 힘들 때면 자꾸 초심의 뿌리가 건드려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처음의 원칙들을 무너뜨리지 않고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책에는 처음의 폐업 이야기부터 직원들과의 갈등까지 굉장히 솔직하게 쓰여 있어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여러 어려움을 맞닥뜨려 고민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이 책에는 지금까지의 사건이나 에피소드, 그리고 커가는 과정 속에서 겪은 성장통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담았어요. 고객의 발에 맞는 구두를 만들지 못해서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서 전달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처음에 직원들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에서의 소통의 오류 같은 것들도 숨기지 않고 가려고 했어요. 성공 비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서투른 아마추어가 노력해서 도달한 지점까지 만이라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생각을 했죠. 저희가 처음 시작을 할 때도 그렇고 다시 문을 연 것도, 고객들의 호응과 소통 덕분이거든요. 저희 안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서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새롭게 발전해가는 방향을 찾고 싶었어요. 책을 엮으면서 지난 시간들을 다 꺼내놓고 보니까, 우리가 참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졌구나 싶더라고요. 경제적인 빚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빚도요.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함께 일해준 직원들, 그리고 아지오의 구두를 구입해준 고객들에요. 이 빚은 회사를 더 튼실하게 만들고 더 좋은 구두를 만드는 것으로 갚아야겠구나 생각합니다. 2017년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다시 출발을 하면서 아지오도 기업으로서도 좀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픈 기억이긴 하지만 실패가 주는 교훈이 가장 컸어요. 경제를 읽는 것, 소비자를 읽는 것, 마음을 사는 것,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세우는 것, 이런 것들을 모두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좋은 물건을 만들면 알아주겠지, 우리 진정성을 알아주겠지, 그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안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우리가 만드는 물건을 통해서 고객들을 행복하게 하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신발장에 이미 유명 브랜드의 구두를 갖고 있는데도 아지오의 구두를 선택하는 분들은 '가치있는 소비'를 원하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분들이 원하시는 '가치'를 우리가 만들어야겠죠. 우리가 만들어놓고 잘했다 만족하기 보다는 고객이 바라는 그 지점까지 가야한다는 깨달음도, 그 뿌리는 실패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인 것 같고요. 아지오가 앞으로 도달하고 싶은, 지향하는 방향이라면 무엇인가요? 수치적인 목표라면, 지금은 1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30명까지 고용을 늘리고 싶어요. 초기 목표가 30명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달성을 못했거든요. 그리고 직원들을 공정별 장인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장인이 되어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가 큰 목표 중 하나죠. 사실 30인을 고용하고 급여를 얼마를 주고 이런 수치적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지오에서 일을 함으로써 청각장애인들의 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좋아지게 하고, 그분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에요. 그것이 앞으로 추구하고 밀고 나아가야 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이 책에는 성공이 담겨 있진 않아요. 성공을 향해 가는 모습, 실패라는 아픔을 겪고 그것을 긍정으로 넘어서 시즌2를 일궈가는 모습이 담겨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달려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요.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나도 한 번은 아지오 구두를 신어봐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고요. 편한 자세로, 기쁜 마음으로, 풍경을 그려가면서 책을 읽으면 가슴에 남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인터뷰

의사 김현지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의대생 시절부터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이 많아 전공의 때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전문의 취득 후에는 대부분이 밟는 전임의 과정을 선택하는 대신 병원 밖에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출마도 했던 의사 김현지. 그는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으로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비관적이고 회의적인데 끈을 못 놓고 하는 정책가”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책하는 의사로 살겠다고 다짐한 데에는 오직 한 가지,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바람이 있었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는 그런 그가 정책하는 의사로 활동하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담은, 누구나 쉽게 보건의료정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보건의료정책 입문서’다. 정책의 부조리, 제도의 부재와 차별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보며 의사로서 느낀 고민을 담았다. 누구든 더 쉽게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이 고민을 하는 의사 김현지는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또 책상 밖으로 나와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는 일을 계속 해나가며 누구든 더 쉽게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힌다. 김현지는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입문서 제목을 여러 번 보게 되더라고요. ‘포기할 수 없는’에 방점을 두느냐, ‘아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리 익히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제목에 저자의 어떤 생각 담은 건가요? ‘포기할 수 없는’에 의미를 둔 건데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환자가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해도 그 환자를 설득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선배나 동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에요. 체계나 제도를 바꾸면 환자를 도울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제목에 담은 거예요. 정책하는 의사를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활동을 해왔잖아요. 그러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그간 써온 일기를 꺼내 들어 보면서 책을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어요. 의대생 때부터 매일 일기를 썼어요. 일기장이 제게는 환기창 같은 곳이었어요. 그때는 공부에 대한 고민,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 고민 등을 썼죠. 전공의 때는 워낙 장시간 근무를 하니까 그때 느낀 스트레스도 털어놓았고요. 비서관으로 일할 때는 체계나 제도를 바꾸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런 고민도 아주 상세하게 써왔어요. 제가 비서관 생활을 마치고 나왔을 때 심한 번아웃에 시달렸는데요. 역시 환기를 하고 싶어 일기장을 폈다가 문득 이 내용을 엮어서 책으로 쓰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입문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의사들조차도 법, 정책을 너무 딱딱하고 지겹게 여겨요. 그러니 다른 분들은 오죽하겠어요.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은 생각보다 훨씬 개인의 삶에 가깝게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서 잘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썼어요. 개인 개인이 보건의료정책을 아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세요?  국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거든요. 또 정부 부처도 꾸준히 민원을 받아요. 소통 창구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흔히 ‘나는 의료인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인데 정책이나 행정에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반영시킬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의외로 굉장히 쉽게 반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목소리를 낼 권리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현재 소아 중환자실이 많이 부족한데요. 막상 소아 중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느라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지 못해요. 저는 이 책을 읽은 분 중 소아 중환자의 가족이나 관련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앞으로 적극적으로 입법 기관이나 정부 부처에 민원을 제기하시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책의 사례들을 보면서 ‘나의 이야기였는데 알고 보니 이런 부조리함이 있구나, 이건 고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환자 분, 곧 돌아가실 거예요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22쪽)는 말을 해요. 여기서 ‘잘 죽이고 싶다’는 것은 어떤 마음인가요?  요즘 ‘웰다잉’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환자 입장에서 표현하면 웰다잉이고요. 보건의료 입장에서 말하면 잘 죽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결국 환자가 웰다잉을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그것이 잘 죽이는 의사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잘 죽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텐데요. 쉽지가 않아요. 책에서도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때의 경험들을 소개하면서 잘 죽는 것이 힘든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제가 전공의를 하던 때만 해도 ‘연명의료결정법’이 없었어요. 더구나 ‘보라매병원 사건’ 때 연명의료를 중단했던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서 의료인들이 굉장히 위축됐거든요. 환자, 보호자와 주치의가 연명의료에 대해 터놓고 논의하기 무척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였죠. 연명의료법이 도입이 된 후부터는 어떻게 환자분을 편하게 돌아가실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까지는 가능하게 됐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환자 본인한테 이런 내용을 직접 이야기하는 걸 많이들 꺼리죠. 환자의 심적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고요. 좀 더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명의료 등에 대해 편하게 논의하는 분위기를 가로막는 것은 뭐라고 보세요?  한국 특유의 정서 같아요. 환자가 심적 충격을 받으면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환자한테는 직접 말하지 말고, 환자의 가족들이 결정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거든요. 의료인들 입장에서도 환자의 면전에 “환자 분, 곧 돌아가실 거예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같은 얘기하기는 엄청 부담스럽죠. 학생 때 이런 부분을 교육받기는 하지만 쉽지 않아요. 의료인도 환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환자나 보호자들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형성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밖에 환자에게 어떤 결정권이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연명의료는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지만 꼭 안 해야 되는 것도 아니에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죠. 그 가운데 연명의료를 안 하게 됐을 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있고요. 예를 들면 대부분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니까 진통제를 충분히 받는다든가 각종 기회 감염에 노출됐을 때 환자가 가장 덜 고통스러운 치료 방법만 선택한다든가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그때그때 상황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호스피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호스피스를 위해서는 무조건 병원에 계셔야 했어요. 아니면 집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제대로 케어를 받지를 못했죠. 아직 시범사업 단계지만 ‘가정형 호스피스 사업’이 도입이 됐고요. 이건 환자의 집에서 보건의료인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시범사업 단계라 혜택을 누리고 계신 분들이 너무 적어요. 빨리 본사업이 되어서 집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선택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같이 끌어안아야 된다 “가난한 사람은 죽을 때조차 남들보다 더 지난하고, 괴로워야 했다”(60쪽)는 문장이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당장 꼭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너무 제자리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가난한 환자는 만성질환 관리가 너무 안 돼요. 당뇨, 고혈압은 약만 잘 챙겨 먹어도 조절이 되는 병인데 관리가 안 돼서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런 분들은 합병증 때문에 근로 능력을 상실하고, 그러다 더 가난해지고, 그래서 더 만성질환 관리가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거든요. 이 부분을 진짜 많이 고민했는데요.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데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 더구나 전공의를 시작했던 10년 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느끼거든요. 빈부 격차는 점점 커지는데 보건의료 차원의 지원은 10년 동안 늘지 않은 거죠. 그러다 보니 격차가 더 벌어지는 느낌이에요. 관련해서 간병 노동을 공식화하고, 급여화해야 한다, “간병인이라는 직업을 보건의료 영역의 중요한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96쪽)고 주장한 부분도 중요하게 들렸어요. 책에는 너무 무거워질까봐 적지 않았는데요. 2018년 국정감사 때 <서울신문>과 손을 잡고 질의한 내용이 ‘간병 살인’이었어요. 간병 살인이 이전까지 통계가 없거든요. <서울신문> 팀이 거의 10년간 발생한 간병 살인 판례를 직접 법원에 가서 다 찾고, 외워서 나왔어요.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살해한 가해자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해 책으로도 냈고요. 비서관으로 있을 때 저희가 복지부에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간병은 엄청난 부담이에요.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인데 사회는 그 부담을 개인에게만 지우니까 결국 간병 살인 같이 끔찍한 결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정작 그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은 너무 바쁘고 먹고 살기 바빠서 목소리를 내지를 못하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개인 간병을 더 이상 개인의 부담으로 줄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끌어안아야 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뭔가요? 일단 가족 중에 누가 아파도 아무도 일을 그만둘 필요가 없죠. 지금은 간병인을 고용할 정도의 경제력이 없으면 가족 중 한 명, 대부분은 여성이 일을 그만두고 간병하게 되거든요. 그게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가정 경제도 파탄이 나는 수순이에요. 하지만 간병노동이 급여화 되면 그런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가족이 아파도 정부에서 지원하고, 간병인도 고용해줄 테니까요. 더구나 그렇게 되면 의료인들도 훨씬 수월해져요. 숙련된 간병인이 환자를 케어하고, 병원은 그걸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으니까 의료인은 환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사실 보건의료인들, 특히 간호사들이 간병인의 역할 부담도 같이 지고 있어요. 그런 부담을 덜어내고 본인의 업무에만 집중하게 될 거예요. ‘콧줄’ 사례에서도 생각이 많아지죠. 병원도 조직이고, 수익이 나야 하니까 온전히 환자만을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거잖아요. 의사로서도 고민일 것 같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에 지원 삭감을 하는 기준이 사실 들쭉날쭉해요. 그래서 서울대학교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병원 내에 자체적으로 보험심사팀 같은 걸 둬요. 심평원이 삭감할 것 같은 것을 병원이 먼저 막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병원 재정이 감당이 안 되니까요. 사실 저는 병원의 보험심사팀이랑 싸우는 게 주업무 중 하나였어요. 교과서적인 근거에 따라 약을 처방했는데 심사팀에서 “선생님, 그 약을 쓰면 지원이 전액 삭감되기 때문에 병원 측이 부담해야 됩니다. 그 비용을 병원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라고 얘기하면 엄청 화가 나는 거죠. 이런 일이 정말 많아요. 그 중 하나가 책에 소개한 콧줄이고요. 그럴 때 의사로서의 결정을 수호하는 해내는 것도 지치죠. 사실 보험심사팀은 무슨 죄가 있나요. 불필요한 감정 다툼이잖아요.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될지 고민이네요. 병원은 일단 수가가 아니면 장례식장, 카페테리아, 식당 같은 임대 사업에서 부수적인 수익을 만들어 적자를 채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의사가 환자한테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일단 수가가 정상화되어야 하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소아 중환자실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수가를 높여도 환자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병원이 운영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이건 수가와 별개로 지원을 해야죠. 결국은 예산의 문제입니다. 한국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요. 의료비를 상당 부분을 사용하는 분들은 사실 노동 인구가 아니다 보니까 이분들이 건강하게 치료받으려면 노동 인구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해요. 어쩔 수 없이 보험료는 인상해야 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이제는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진보성을 믿고 버텼다. 무턱대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현실적인 낙관성은 항상 유지했다”(15쪽)고 했잖아요. 그럼에도 이렇듯 당장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할 때 무력감이 들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정책하시는 분들이 다 얘기해요. 뭐가 문제인지도 알고, 뭘 바꿔야 되는지도 아는데 안 바뀐다, 그게 너무 지친다, 라고요. 그게 정책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되는 점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목소리를 내면 10개 중 1개는 반드시 바뀌거든요. 거기에 감사하고, 그걸 많이 기억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제가 비서관으로 처음 참여했던 법안이 올해 초에 나온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법적 근거로 쓰였어요. 출근하는 길에 그 기사를 보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잖아요. 선언적인 조항이지만 그 하나가 들어간 것만으로 복지부 사업의 근거를 만들어줬고요. 그 사업은 몇 년에 거쳐 전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저는 아니까요. 그런 기쁨이 있어요. ‘경계’ 챕터에는 의사의 근무 현실이라든지 번아웃 문제를 저자의 경험을 기초로 적었는데요.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될 것 같아요. 의사에게도 너무 치명적인 상황이고요. 환자에게도 정말 위험한 부분이에요. 제 생각에는 조용히 넘어가는 의료 사고가 굉장히 많을 것 같거든요. 의료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인들이 적정 시간 근무하고, 너무 지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저자가 지금 가장 관심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의료 전달 체계’예요. 간단히 말하면 누구나 아플 때 꼭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게 가능하려면 주치의도 있어야 되고요. 1차 의원부터 2차 병원, 3차 병원 각각의 역할이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어 각자의 역할을 해줘야 해요. 지금은 감기 환자 한 명을 놓고 동네 의원이랑 서울대학교 병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죠. 환자한테는 선택지가 많아서 좋아 보일 수 있는데요. 감기나 당뇨 같이 간단한 경증 질환 환자들도 상급 병원으로 오니까 역설적으로 많이 아픈 환자들은 정작 꼭 필요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해서 치료 예후가 나빠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요. 주치의제도가 있고,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 것이 의료 전달 체계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걸 개선하는 게 현재는 가장 큰 관심사예요. 출처 : YES24 채널예스

에세이

혁신의 대명사 아마존이 과감하게 회사에서 퇴출시킨 3가지

세계 1위 유통 기업, 브랜드 가치 세계 1위, 미국 시가 총액 3위의 아마존. 아마존은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하며 지구상 가장 똑똑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존은 만년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다. 그런 아마존이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 최고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존식 해결책'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도 내부에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문제는 여느 회사에서 마주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아마존은 항상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마존식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기존에 상식으로 자리 잡은 프로세스와 업무 방식을 과감히 파괴하고 뒤집기를 서슴지 않는다. 혁신의 대명사 아마존이 과감하게 퇴출시킨 3가지 | 첫째. 6-페이지 : 현대카드도 따라했다?! PPT 퇴출하기 '회의가 시작되면 첫 20분 동안 으스스한 침묵이 흐르지요.' 회의 참석자들이 짧게 인사를 나누고 테이블에 앉으면, 그다음부터는 완벽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회의실을 감싼다. (…중략…) 회의 참석자들은 토론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6페이지짜리 문서를 읽어야 한다.” 지금부터 파워포인트 발표는 금지. 오직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만 사용할 것. 여느 기업들과 달리 아마존의 아이디어 회의 자리에는 프레젠테이션이 없다. 발표자도 청중도 없다. 오직 6페이지짜리 문서만이 존재할 뿐이다. 즉, 아이디어를 발표하고자 하는 모든 아마존 직원들은 상당한 분량의 ‘글’을 규격화된 서식에 따라 써야만 한다. 그것도 ‘완성된 보도 자료 형태’로 말이다. 아마존은 일찍이 많은 회사에서 시행해온 조직 운영 방식이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회의 방식이다. 아마존의 회의 자리에서는 화려한 발표 기술과 번드르르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계량화하고 시각화해야 한다는 욕구와 유혹이 시달린다. 이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투입됨은 물론이다. 아마존에서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러티브 문서로 쓰기만 하면 된다. 대신 아이디어는 더욱 철저하고 정교해야 한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는 어설픈 생각을 위장할 수 있지만, 내러티브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둘째. 싱글 스레드 리더십 : 의사소통은 효율의 적! 의사소통을 제거하라 "아마존을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면 의사소통을 제거해야 한다. 의사소통을 독려할 필요는 없다." 보통 회사 내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 내의 의사소통을 독려한다. 하지만 아마존은 팀 간의 의사소통까지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하나의 팀이 전념하고,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이는 조직이 거대해질수록 생산성이 감소하는 기업 경영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아마존을 영원히 개발에만 전념하는 ‘스타트업’에 고정시킨다. 의사소통을 결함으로 인지하니 해결책은 기존과 매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그 답을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라 불리는 아마존의 혁신적인 조직 구조에서 찾았다.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란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주요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일만 전담하는 분리 가능한 자율팀을 이끌도록 한다’라는 뜻이다. 팀 간의 조율에 필요한 시간적·인적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모든 프로세스는 뛰어난 한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한 팀이 전념함으로써 성과 평가의 구조 또한 명확해졌으며, 구성원들의 의욕 또한 높아졌다. | 셋째. 순서 파괴 : 고객이 최우선이다! 일의 순서를 파괴하라 '순서 파괴'로 당신의 작업량을 줄일 순 없다. 하지만 명백한 진실은 이로써 실패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_제프 베이조스 “그래서 모형(Mock-up)은 어디 있죠?” 제프 베이조스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고객이 누릴 완벽한 형태의 목업을 요구했다. 새로 기획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현될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모형을 가져오라는 의미다. 이는 가장 초기 단계부터 고객이 누릴 효용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아마존의 ‘고객에 대한 집착’ 원칙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은 결국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한다. 그런데 수십억을 들인 신제품이 고객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한다면? 이는 애초에 성공 확률이 없는, 개발할 가치도 없는 일에 시간과 돈과 인력을 퍼붓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일의 순서’를 ‘파괴’한다. 개발자의 관점으로 일하는 ‘워킹 포워드(Working forward)’를 버리고, 철저히 고객의 관점으로부터 일하는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를 실천한다. ‘될 놈’만 채택해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시간과 돈과 인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순서 파괴는 프로젝트의 실패 확률을 ‘제로’에 수렴시키는 아마존만의 독창적 업무 방식이며, 아마존을 가장 ‘아마존’답게 하는 핵심이다. 저자 ㅣ 콜린 브라이어 · 빌 카 아마존의 기술 부사장과 디지털미디어 부문 부사장으로 아마존에서 총 27년을 근무하며 ‘제프의 그림자(Jeff’s shadow)’라 불린 두 저자는 <순서 파괴>에서 창립 이래 17년간 아마존에서 마치 ‘헌법’처럼 지켜지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단 한 가지 독특한 성공 원칙을 소개한다. 이들은 아마존의 다양한 혁신을 이끌었으며 아마존뮤직, 프라임비디오 등 많은 서비스들을 탄생시켰다.

인터뷰

주식 투자하면서 지수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솔직한 투자자는 처음 봐요!” 김종봉 대표는 최근 <김작가TV>, <체인지 그라운드>, <신사임당> 등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다른 전문가나 투자자가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모든 실수와 실패담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은 물론, 매일 돈을 벌고 잃는 자신의 실제 계좌를 보여주고, 본인이 실전 투자에서 적용하는 투자기법까지 공개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돈의 시나리오』에서 투자자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 돈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할 필수 지식, 그리고 자신만의 돈의 시나리오를 쓰는 법을 소개한다. 게다가 저자가 15년 동안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완성한 돈의 시나리오를 통해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까지 공개한다.  Q. 2019년에 『돈 공부는 처음이라』를 출간하고, 2년 만에 신작 『돈의 시나리오』로 돌아오셨는데요. 전작에서는 ‘돈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신작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셨나요? 전작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전작인 『돈 공부는 처음이라』는 돈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어요. 독자에게 ‘돈 공부’를 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죠. 특히, 책의 마지막 ‘ETC’에서는 곧 위기가 온다고 말하며, 그 위기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다행히 2020년에 제가 예측한 대로 위기는 찾아왔고, 책을 읽은 많은 분이 그 위기를 활용하셨어요. 하지만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돈의 시나리오』에서는 돈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하고 있는 나름의 기준과 그 기준을 만든 방법을 소개하면서요. 지수가 –50퍼센트가 되면 위기인 이유, 평소에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법 등. 더 이상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Q. 『돈의 시나리오』는 출간되자마자 Top10 베스트셀러가 되고, 작가님께서 출연한 유튜브 영상도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사랑해주시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고 있지만 대부분 정보를 접하는 순간에만 솔깃하고, 정작 실제로는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식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SNS나 유튜브에서 말하는 ‘가치 투자해라.’, ‘우량기업을 찾아라.’, ‘이 기업과 업종이 실적이 좋다.’ 혹은 ‘좋지 않다.’와 같은 이야기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겠지요.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이유도 제가 책과 유튜브에서 이런 이야기가 의미 없다고 콕 짚어 말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 중 대부분은 10~20년 전의 증권사 찌라시와 다를 바 없어요. 좀 더 그럴듯하게 이미지로, 영상으로 제작되는 것뿐이지요. 하지만 처음 투자해보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죠. 투자자가 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분들은 이를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그런 찌라시 리포트를 믿었다가 지수가 무너지면 큰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Q. 『돈 공부는 처음이라』의 공동 저자이신 제갈현열 작가님과 이번에도 함께 작업하셨습니다. 항상 함께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가 혼자 쓴 칼럼을 토대로 책을 냈는데, 왜 제갈현열 작가와 공동 저자인지 궁금해합니다. 저는 전업 투자자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늘 저를 전업 투자자로 소개해왔습니다. 투자를 통해 지금의 부를 이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와 『돈의 시나리오』도 저에게는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투자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업 투자자로서 버는 돈보다 저작권료로 버는 돈이 훨씬 적은데, 책을 완성하기 위해 써야하는 에너지, 즉 시간과 정성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제갈현열 작가와 이를 나누기로 했죠. 제 생각을 정리하고 요약하며 함께 책을 완성할 파트너로 현열 작가가 꼭 필요했습니다. 책 작업에 있어서는 누구와 견줘도 괜찮은 파트너이기에 앞으로도 함께 책을 쓸 예정입니다. (사실 함께 낸 책 두 권 다 잘 돼서, 현열 작가가 이제 절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요. 하하) Q. 투자는 시작했지만, 매일매일의 등락에 따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우선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로또 당첨을 바라는 마음으로 투자를 시작했으면 지금 지수가 좋아 돈을 벌고 있더라도, 투자를 접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대로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하며 차근차근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10년 이상 투자 공부를 하며 돈을 알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지금의 부를 얻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당장 1~2년간 버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마인드를 잡아야 합니다. 투자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자금으로만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에 대한 욕심이 투자자로서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거든요. 적은 돈으로 여러 번 투자해보면,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Q. 시나리오 작성에 있어 지수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지수는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평균을 나타냅니다. 그렇기에 지수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죠. 그 중 하나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가진 돈이 정해져 있으니 더 많이 오르고 덜 빠지는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 종목을 우리는 주도주 혹은 대장주라고 부릅니다. 그럼 전문가가 알려주는 대장주와 주도주만 산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전문가 또는 경제 채널에서 이야기하는 종목은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종목들을 언급해야 이슈가 되고, 조회수가 늘고, 그래야 사람들이 전문가가 속한 증권사에 계좌 가입을 하고, 그러면 그들이 받는 수수료가 늘어나니까요. 그래서 이슈가 되는 종목은 대부분 최소 허리, 많게는 어깨나 머리 부분인 고점에서 추천합니다. 저는 그런 종목들을 스스로 찾고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어야 진정한 부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투자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 수 있을까요? 지수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지수보다 강한 종목을 최대한 빠르게 알아보면 됩니다. 지수보다 강한 종목은 지수는 하락세인데 상승세인 종목입니다. 이런 종목은 빠르면 수일 늦어도 수개월 안에 대장주로 바뀌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100%는 없습니다. 어떤 투자 방법도 100%는 없습니다. 그러니 70~80% 확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면 좀 더 부와 가까워 지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수는 참 좋은 지표입니다. Q. 지수보다 강한 종목을 찾는 작가님만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는 매일 지수차트와 종목차트를 함께 봅니다. 하루도 안 쉬고 15년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3개월만이라도 매일 지수를 살펴본 뒤, 지수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 이름 있는 종목 10개를 유심히 지켜보세요. 결과를 확인하면 놀라실 겁니다. 이 얘기는 제가 예전부터 항상 해왔는데, 막상 실천하시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서도 몇 명이나 실천할까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방법을 알려줘도 결국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Q. 지난 2년간 1000여 명에게 무료 재무 상담을 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씀해주세요.  소액으로 시작해서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방법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500만 원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이 시장에 너무 많다보니 환상을 품고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원금은 500만 원도 안 되는데, 나이가 있는 어르신이 상담을 하러 왔을 때는 조언을 드리기 참 난감했습니다. 어려운 사정 때문에 원금을 늘릴 수는 없고, 소액으로 그 분들이 원하는 만큼 수익을 올리려면 20년 후를 내다봐야 합니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너무 나이 들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분들이 오시면, 정중하게 상담이 어렵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최근에 저의 편견을 깨준 분이 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는 부자가 되지 않아도 좋아요. 내가 공부해서 자식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가난은 물려주기 싫거든요.” 그 상담을 마치고 그간 제가 갖고 있었던 편견에 대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돈에 대해 공부하는 건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죠. 출처 : YES24 채널예스

인터뷰

코로나 시대, 성공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7가지 성공 법칙에 대해 심리학자가 답하다 건국대 이항심 교수 코로나19로 인하여 유례없는 변화가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 스마트워크가 시행되는 등 본격적인 언택트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에게 집중할 기회가 많아졌다. 가치 판단과 성공의 기준 역시 외적∙물리적 성공에서 개인적∙내적 성취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 시대 이전의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위기 속에서도 중심 잡고 성공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위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펜데믹 선언’이라는 극단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심리학회에서 논문상을 수상하고 국제긍정심리학회에서 긍정조직개입 파이널리스트를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심리학자 이항심 교수(건국대)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해 성공을 만드는 사람들의 비밀’에 주목했다. 그렇게 시작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아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압도적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토스 이승건 대표,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팜스킨 곽태일 대표 등 미래 혁신 리더 12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은 돈이나 스펙 같은 외부의 물리적 조건이 아닌 탄탄한 ‘심리 자산’에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심리 자산과 최신 심리학 이론,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위기에도 폭발적 성과를 내는 7가지 성공 법칙을 뽑아냈다. 저자는 이 공통된 심리 자산은 이미 성공을 이룬 사람들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시그니처』를 출간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진로심리학자의 전문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들어보자. 1. 책의 제목이 시그니처입니다. 시그니처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시그니처는 흔히 ‘자신의 이름을 적는 서명’ 혹은 ‘한 사람이나 사물의 대표적인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이는데요. 이 책에서는 나만의 대표적인 강점, 즉 누구도 대체하지 못하는 나의 독특한 고유성을 말합니다.봉준호 감독의 사례가 시그니처의 개념을 잘 설명해줍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빌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자신의 영화에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겨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지극히 ‘봉준호다운’ 영화가 오히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이 된 것처럼 앞으로는 외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누군가의 성공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쟁을 넘어 압도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그니처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지요. 2. 코로나 시대에 ‘시그니처’를 찾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가 증가하면서 이전까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 되었던 ‘외부의 인정’ 또는 ‘일하는 환경’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으로 바뀔 거예요. 즉, 오롯이 자신과 일만이 남는 거죠. 그런데 만약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거나 나답지 않은 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예전엔 분위기상 눈치껏 참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언택트 시대에는 나의 목소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참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일을 하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을 거니까요.주변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나에 대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졌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금 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나랑 잘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다운 일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요. 앞으로 일을 하며 마주하는 불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나만의 시그니처를 찾는 일이 핵심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3.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시그니처를 찾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시그니처를 찾을수 있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각자의 시그니처가 다르고, 시그니처를 찾는 과정도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또한 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바에 따르면 시그니처는 온전한 ‘나의 수용’에서 시작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기준, 사회가 주는 기준점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히스토리에서 시그니처의 씨앗이 자라는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그것이 결핍일지라도 말이죠. 아무리 돈이 많고 행복해 보이는 부자라도 남모르는 결핍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결핍된 부분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잘 들여다보고 긍정적으로 수용해 줄 때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내부적 혹은 외부적 결핍, 즉 경험하는 불편감을 피하지 말고 잘 들여다 보세요. 그 결핍으로 세상과 공감되는 연결점을 찾을 때,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폭발적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4. 이 책에서는 시그니처를 키우는 ‘심리 자산 7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 자산이라는 용어가 낯선데요.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산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 무형의 재산’을 뜻하는데요. 자산의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흐름과 중요도가 조금씩 변해오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을 지으려면 우선 대지가 필요하고, 이외에도 재정적∙물질적 자본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경제적 자산에 가치를 두는 시대였죠. 그러다가 점점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지적 자산이 중요해지고, 더 나아가 ‘나에게 도움을 줄 누군가를 아는가’를 말하는 사회적 자산이 중요해집니다. 현재는 디지털 혁명으로 개인이 원하면 전세계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 될 수 있고, 땅이나 공장 등 큰 자본 없이도 컴퓨터와 휴대폰 하나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디지털 시대에는 내가 가진 심리 자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무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룬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심리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이 공통적이었어요.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심리 자산이 전통적인 물질적 자산과 달리, 누구나 원한다면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그니처』에서는 그 부분에 착안하여 누구든지 심리 자산을 키운다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모습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 ‘구체적인 how to’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 코로나 이후 기업은 어떻게 조직원들과 함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가 안정되더라도 우리의 일터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디지털 원격 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가 경험한 한편 장점이었던 부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기업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코로나가 안정된 이후에도 원격 근무제를 시행하겠다는 회사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이 그 조직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됩니다. 직원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복지나 평가 지표에서 벗어나 직원들 사이의 심리적 안전감에 기반한 활발한 의사소통, 심리적 소속감, 나의 존재감,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공유 오피스 확대, 자유로운 출근 복장 허용 등 눈에 보이는 제도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면서, 정작 구성원의 일하는 마인드나 조직원을 바라보는 태도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면, 그 조직은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고 얼마 못 가서 도태될 것입니다.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연봉 상승이나, 근무 시간 단축 등의 물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동안에 충분히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도와주는 심리적인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처』에서는 리더가 위기와 불황에도 기업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심리자산을 최대로 키워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6.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12년 동안 연구한 결과물을 <시그니처> 한 권에 담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 도서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자기계발서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 『시그니처』에서는 디지털∙언택트 시대적 경제 흐름의 변화가 우리의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명확히 짚어주고, 자신만의 시그니처, 즉 고유성을 살려 자신이 원하는 기준의 성공을 만드는 구체적인 접근법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다움’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리더 12인의 생생한 실제 인터뷰 사례를 심리학자가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했던 7가지 심리 자산을 밝혀낸 것도 큰 차별점이고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실제 연구 사례들과 함께 말이지요. 그렇다고 읽기 어려운 책은 전혀 아닙니다(웃음). 내가 일하면서 경험하고 있고, 주변 친구가 이야기 했을 법한 직장인의 사례와 고민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습니다.한편 3부 ‘시그니처를 키우는 일터와 환경’ 에서는 자기다움을 발현하면서 성공하기 위해 개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리더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소개하고 있는데요. 개인 레벨에서 또 조직 레벨에서 무엇이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의 메커니즘인가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입니다. 개인과 리더는 모두 일터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때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우리의 시그니처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수적이겠지만, 조직의 리더나 사회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나갈 때 그 성장의 힘은 폭발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시그니처』를 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리더십 포지션에 계신 분들도 읽어보시고, 조직의 경쟁력을 넘어 디지털 시대, 미래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심리학자로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기계나 다른 사람이 내 일을 대체하게 되면 어떡하지?’와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시대에서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불안함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잘해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보입니다. 우선 그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의 기준으로 ‘내 일’을 보지 말고, 여러분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일, 지금 하는 업무에서도 자신의 강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그 불안감은 당신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출처 : YES24 채널예스

인터뷰

유튜버 ‘인생멘토’ 임작가 “공부정서가 중요한 이유”

『완전학습 바이블』 임작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000만 뷰 이상, 빠르게 11만 구독자를 달성하며 자녀교육 분야에서 독창적인 행보와 교육 철학을 보여주는 <인생멘토 임작가> 임작가의 첫 책 『완전학습 바이블』은 국내 최초로 공부정서의 비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그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공부정서의 정체부터 공부정서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선행학습을 하는 데도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 공부정서를 살리는 원칙, 학습 결손의 해결 방안 등 대한민국 부모에게 꼭 필요한 자녀교육의 지침을 빠짐없이 담았다. 임작가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이론을 베이스로 한 자녀 및 부모 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학습 전문가. 책에서는 저자가 그간 수백 명의 부모의 아이들을 지도한 경험을 토대로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아이의 학습을 100% 완성해 가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작가님의 첫 책인 만큼 남다를 것 같습니다. 책을 내게 된 계기와 책을 통해 부모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가요? 이 책은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공부 때문에 서로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게 되었어요. 저와 소통하는 많은 부모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제 유튜브 채널 강의들도 좋지만, 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책을 내달라고 많이 요청하시기도 했고요. 아이 공부를 도와주려면 이론에 맞게 제대로 지도해주셔야 하거든요. 바로 지금이 공부정서와 완전학습 이론에 대한 지식이 부모님들에게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책을 항시 옆에 끼고 반복적으로 읽어 보며 아이의 공부보단 ‘공부정서’에 초점을 맞춰 아이를 도와주세요. 적어도 공부로 인해 부모님과 아이가 불행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책에서 놓쳐서는 안 될 키워드를 꼽는다면?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부정서’입니다. 책 제목이 『완전학습 바이블』이지만 ‘완전학습’이란 건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법적인 지식일 뿐 완전학습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긍정적인 공부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공부정서가 앞으로의 학업을 완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공부정서가 아이의 성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기에 훗날 아이를 입시에서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걸까요? 공부정서는 당연한 상식과도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입시를 거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하는 일을 싫어하게 되는 경험을 가능한 적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하는 걸 싫어하게 되면 단순히 학교 성적이 떨어진다는 그런 표면적인 것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그런 평가 결과를 통해 아이가 갖게 되는 ‘열등감’입니다. 아이가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기 시작하게 되면 그때부터 오만가지 안 좋은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학업이 실패 경험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망가뜨려 버립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쌓는 경험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굳이 선점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불리해서는 안 되겠죠.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그런 불리함을 막아보고자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미 망가져버린 공부정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공부정서 회복을 위해 당장 또 앞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질문한 내용이 대부분의 부모님들에겐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일 겁니다. 한 번 망가져버린 공부정서는 회복이 쉽게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한 번 건강을 잃었을 때 회복이 잘 안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성인들과 달리 회복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잘못된 자신의 양육 방식을 올바르게, 정석적인 방식으로 바꾼다면 아이의 공부정서는 회복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공부정서가 망가진 이유는 부모님께서 아이의 공부를 잘 못 지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껏 고수하던 방식을 멈추고 새롭게 양육과 학습에 대한 지식을 배우셔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본인이 과거에 사용했던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장단기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양육과 학습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시고, 깨달음이 왔다면 공부정서를 망친 것에 대해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그런 다음에는 아이와 다시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공부로 인해 나빠졌던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공부정서도 좋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공부를 가르칩니다. 엄마표 학습이라고 하죠. 책에선 ‘엄마표 학습’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정의내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엄마표 학습’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엄마표’는 엄마에게는 부담을 주고, 아이에겐 강압적이라는 느낌을 주며, 아빠에겐 책임이 없다는 느낌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표 학습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이유는 학업적 성취를 해내는 아이들은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대부분 ‘엄마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가르치거나 공부 지도를 해주시는데, 문제는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의 공부정서가 망가지고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망가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어요. 따라서 지금 시점에 누군가 엄마표 학습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엄마표 학습’을 명확하게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엄마표 과외’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완전학습’이라는 거, 아이가 머리가 좋든 나쁘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공부법일까요?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지, 혹시 지금의 판단으로 인해 아이가 반에서 뒤처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완전학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학습을 완전하게 하는 것, 숙달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전학습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완전학습을 배울 수도, 연습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반드시 과거보다는 좋은 성과를 얻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문제 풀이 위주의 공부에서 교과서 기반의 개념원리 공부로만 방향을 바꿔도 아이의 실력이 정말 많이 좋아집니다. 공부정서가 나빠지지도 않고, 학습 역량도 실제로 높아집니다. 완전학습이 100% 수행되지 않아도 일단 시도해본다면 과거의 공부 방식을 고수했을 때보다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완전학습을 연습하는 일은 뒤처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앞서가는 전략입니다. 전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선행을 통해 진도를 앞서 있을 수는 있어도 뒤처진다, 앞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실제적인 기준은 시험 점수니까요. 완전학습을 연습하는 일은 과정을 올바르게 만들어 주며, 과정이 올바르다면 결과도 올바르게 나옵니다. 이 부분은 수능 만점 받은 아이를 키워낸 엄마 한 분이 경험으로 이미 확인해주시기도 했어요. 수능 만점이면 일단 가장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그리고 작가님의 다음 책의 주제는 무엇이 될지 살짝 예고해주실 수 있을까요? 『완전학습 바이블』을 통해 공부 때문에 부모님과 아이 사이가 틀어지는 일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물론이고 제 유튜브 채널 <인생멘토 임작가>에서 제공하는 강의들을 계속 보시면서 양육과 학습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학습해보세요. 어쩌면 굉장히 놀랄만한 결과를 얻게 될 수 있을 겁니다. 부모님과 아이의 마음이 편해지면 우리 사회가 편해집니다. 또 완전학습 바이블을 집필하느라 제 영혼을 갈아 넣어 다음 책 집필 동기가 당장은 느껴지진 않습니다만, 아마 다음 책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양육서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 YES24 채널예스

인터뷰

여성 소설가 6인이 기억하는 ‘여자 어른’ 이야기 –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단편소설 엔솔로지 『나의 할머니에게』 (왼쪽부터) 윤성희, 최은미, 손보미, 강화길, 백수린 작가와 북 토크를 진행한 임현주 아나운서 “이 소설들을 읽노라면 스스로도 해석이 잘 안 되는, 늙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과 복잡한 내면의 지형도가 보이고 또한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가파르게 살고 있는 딸이, 내가 향해 가고 있는 시간들을 어쨌거나 살아냈던 어머니가 확연히 보인다.” _ 오정희(소설가)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작가가 쓴 『나의 할머니에게』는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지만, 어려운 시절을 충실히 살아낸 우리 시대의 소중한 어른으로서 ‘할머니’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여성 작가 6명(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이 유해한 시대를 무해한 사랑으로 헤쳐 나온 이들의 믿지 못할 삶의 드라마를 각자의 고유한 감각과 개성으로 그려낸 작품집이다.  이중으로 소외된 ‘할머니’란 존재에 대해 앤솔러지 제안이 왔을 때, ‘할머니’라는 주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흔쾌히 수락하셨는지 조금 고민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성희 청탁을 받을 즈음 할머니를 화자로 소설을 쓰는 일이 조금 즐거우던 참이었습니다. 앤솔러지에 참여하는 일이 부담되긴 했지만, 하고 싶은 할머니 이야기가 있어서, 약간 고민하다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백수린 ‘할머니’는 제가 좋아하는 인물 유형이지만, 할머니가 등장하는 소설을 이미 두 편 썼던 터라,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또 쓰는 게 좋을지 살짝 고민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안을 수락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요. 여성 작가들이, 지금껏 소외받았던 ‘할머니’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한 권의 소설집을 묶는다는 콘셉트 자체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화길 처음에는 고민을 했어요. 잘 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내가 한번 써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손보미 제안을 수락한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한 가지는 작가 노트에도 썼지만 최근에 할머니 집에 맡겨진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몇 편 썼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소설은 써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쯤 그런 소설을 써보는 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청탁 전화를 받았을 때 편집자님에게도 말씀드렸는데, 할머니가 이중으로 소외된 인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노인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중으로 소외된 인물을 소설로 드러내는 게 어쨌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느꼈습니다.  최은미 주제가 할머니라면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흔쾌히 참여 의사를 전했습니다. 우리 곁에서 오래 살아온 여성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원평 제안받았을 당시 바쁜 상황이었는데요, 듣는 순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을 확인한 뒤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궁금했고요. 다른 갈래의 이야기도 생각해보다가 현재의 이야기에 이르게 됐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셨을 텐데요. 독자로서 어떤 느낌으로 읽으셨나요?  윤성희 한국문학은 이렇게 풍성하구나. 뭐 그런 생각이요. (우리끼리 칭찬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동료들의 좋은 소설을 읽는 일은 늘 행복합니다. 백수린 똑같이 ‘할머니’라는 소재를 받았는데도 모든 작가들이 완전히 다른 작품들을 써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소설을 쓴 작가들의 이름을 가리더라도 누가 쓴 것인지 쉽게 유추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소설가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소설을 쓰다 보니 주제적 측면에서는 물론 서사적 재미 측면에서도 앤솔러지가 무척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화길 당연히!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의 개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면서, 동시에 할머니들이 똑같이 등장하니까요. 그걸 읽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그러니까 독서 자체가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손보미 일단 한 번도 서로 나는 이런 주제나 이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쓸 거야,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다양한 할머니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 게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냥 늙은 여자, 정도로 뭉뚱그려진 개념이 아니라, 우리 안에 생생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할머니라는 존재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손원평 기대한 것 이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할머니’라는 테마 안에 담길 수 있음에 놀랐고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정겹고 그립고 따뜻한 우리의 할머니들을 넘어서, 이야기 안에서 그려진 서늘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다채로워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최은미 각 작가들의 고유한 색깔이 잘 담긴 단편들이어서 그 작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쁜 독서였습니다. 이런 문장들을 만날 때 특히 즐거웠습니다.  “유치원이 없어진 게 속상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갈치조림집은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윤성희, 「어제 꾼 꿈」)  “할머니가 탄성을 질렀다. 마치 경이로운 일을 난생처음 목격한 사람처럼.”  (백수린, 「흑설탕 캔디」)  “할머니는 자신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무엇일까.”  (강화길, 「선베드」)  “불길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보호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적.”  (손보미, 「위대한 유산」)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 변한다는 걸 빼곤 확실한 게 없으니까.”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왼쪽부터) 손보미, 강화길, 백수린 작가 (왼쪽부터) 윤성희, 최은미 작가 7명 소설가 각자의 작품 이야기 윤성희 작가님은 「어제 꾼 꿈」을  쓰면서 할머니가 된 작가님을 상상해보았을 것 같아요. 화투점을 보는 할머니와 들꽃 이름을 외우는 할머니. 이건 작가님이 되고 싶은 할머니의 모습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무엇이 될까요? 윤성희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막연하게 잘 늙고 싶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말한다면 자기 전에 달을 한 번씩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다, 라고 중얼거릴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백수린 작가님은 「흑설탕 캔디」를 발표하셨습니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도록 품으셨다고요. 이번 작품을 쓰면서 어떤 해소, 즐거움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백수린 말씀하신 것처럼 오래전부터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구상했습니다. 물론 한국 여자와 프랑스 남자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지만요. 할머니를 1인칭 화자로 내세워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이번 소설에서 그러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렇지만 비록 손녀딸을 경유하는 방식으로라도 화창한 봄날, 소녀처럼 두근거려 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괴로운 날들보다 행복한 날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강화길 작가님은 「선베드」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강화길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요양원에 볕을 쬐는 시간이 있다는 말이었어요. 그 순간 그 풍경을 상상했고, 그 장면을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할머니의 관계는 어떤 느낌일까요? 선을 지키지 않는 관계였을까요?  강화길 글쎄요. 저에게 할머니는 늘 모르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고민하는 거겠죠. 손보미 작가님은 「위대한 유산」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손보미 처음에는 돌아가신 할머니네 집에 왔다가 동네에 있는 (이제는 폐업한) 피아노 가게에 갇힌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와 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싶었던 것 같은데, 쓰다 보니까 할머니네 집에서 일을 했던, 손주를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아주머니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공포스럽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쩐지 읽은 친구들이 다 무섭다고 해줘서…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작가 노트에서 “모든 사람은 결국 할머니가 된다”는 말을 쓰시려다 “모든 사람이 할머니가 되진 않는다”고 하셨어요. 이것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하셨고요. 작가님은 할머니가 되실까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나요?  손보미 내 바깥의 것,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좋아하는 행위만으로 가치가 있는 그런 대상에게 계속 애정을 품을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최은미 작가님은 이번 작품 「11월행」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템플스테이를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최은미 네, 절에 묵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한 번쯤은 템플스테이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로 이어진 세 명의 여자들에게 이들이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타인들과 섞인 공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셋만 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얘기들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언젠가 작가님도 할머니가 되실 텐데요. 어떻게 늙고 싶나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나요? 최은미 나이가 들어도 궁금한 게 계속 생기는 할머니였으면 좋겠어요. 약을 별로 안 먹어도 되는 할머니, 탁구를 잘 치는 할머니, 무엇보다 체념하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손원평 작가님이 쓰신 「아리아드네 정원」을 읽고 요즘 젊은 세대, 노년 세대를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현실적이면서 또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고요.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을까요? 손원평 ‘할머니’ 테마를 익숙한 듯 생경하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할머니가 아닌,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의 시대상을 상상해보게 되더군요. 상상의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근미래 SF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현재의 할머니들이 지난한 세월을 거쳐 21세기 초반 현재에 느낄 법한 감정과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동시에 그려보고 싶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늙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손원평 젊은이들은 기성세대, 나아가 나이 든 어른에 대해 실망감이나 답답함을 느끼곤 하죠.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가 되고 노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늙는다’보다는 ‘성숙한 어른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스스로를 성찰하고 세계를 살피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싶습니다. 말은 쉽지만 정말로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출처 : YES24 채널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