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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김현진 연작소설

2020년 06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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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연작소설

『네 멋대로 해라』 작가 김현진이
남성중심사회에 던지는 돌직구

Y2K(밀레니엄 버그)로 인한 대혼란이 예견되어 전 세계적으로 흉흉했던 세기말, 1999년. 제도권 교육에 물음표를 던지며 학교를 뛰쳐나온 한 명의 미성년 글쟁이가 있었다. 한 권의 책으로 당대 스타 칼럼니스트 반열에 오른 작가 김현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열여덟 나이로 쓴 청소년 성장 에세이 『네 멋대로 해라』의 작가 김현진이 2020년, 그의 첫 번째 소설집을 들고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그간 칼럼, 에세이, 소설 등 다방면에서 꾸준한 활동인 보인 작가 김현진의 신작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각기 다른 삶의 변곡점을 맞이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식 연작소설집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한국’의 ‘여성’이라는 거대한 고리로 이어져 있는 인물들이다. 그 거대한 고리 속 이야기들을 면밀히 들여다보자면, 그들의 삶은 여지없이 ‘불안’ 혹은 ‘불행’이라는 맥락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그 ‘불안’과 ‘불행’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동적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챈 거 아니었어?”

연작소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에는 총 여덟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정아」의 주인공 정아, 「정정은 씨의 경우」의 주인공 정은, 「아웃파이터」의 주인공 영진, 그리고 정화, 지윤, 화정, 수연, 숙이……. 이들은 하나같이 어떤 대상에게 상처 받은 뒤 특별하거나 대단할 것은 없던, 그래도 소소한 행복 같은 것들이 가끔 놓여 있던 자신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다. 그 대상은 대부분 그들이 사랑했던 ‘남자’였다.

정아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자. 정아는 재수를 포기한 후 고향을 등지고 상경한 여성이다. 서울에서 연락을 주고받던 고향 친구들은 모두 대학생이 된 탓에 정아는 자연스레 그들과 연락이 끊긴다. 외롭고 힘든 서울 생활 속에서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 은미의 꾐에 넘어가 다단계 회사에 발을 들이게 된 정아는 부모와 동생에게까지 급전을 끌어다 쓰게 되고, 가족과도 연락을 두절한 채 지낼 곳 없이 방황한다. 정아는 그때 건호를 만나게 된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건호는 “자판기 커피 한 잔도 백 원 더 싼 곳을 찾아냈다며” 환하게 웃는 구두쇠지만 건호는 “정아를 먹여 살리고, 가끔은 집에 보내는 돈에 자기 돈을 보태기도” 하는 고마운 애인이자 동거인이다. 그러나 그날 정아의 입에서는 자신도 원치 않는 말이 튀어나온다. “깡통깡통깡통.” 고마운 건호를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정아의 그 말은 제멋대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날은 임신테스터에 두 줄 선이 그어진 날이었고, 그것이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지도 못하는 건호가 “정아의 뺨에 뽀뽀까지 쪽 해주고 기운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일터로” 떠난 날이었다.

정아는 생각한다. 그때 은미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은미에게 그날 커피만 얻어먹지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건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건호가 소개해준 백화점에서 일하지만 않았더라면…….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을 거라고.

영진의 삶은 어떨까. “대학 기간 내내 자신의 학비를 대느라 비는 시간을 온통 아르바이트로 보낸 덕분에 남자 친구는커녕 가까운 친구도 몇 되지 않”는 영진은 회사원이다. 어느 날 거래처 직원이 첫눈에 반했다며 다가왔지만 영진은 그게 싫지 않았다. 둘은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가 되고, 이후 고급 호텔에서 첫 경험을 치른 영진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간직해온 동정을 주었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흘린다.

이후 영진은 “첫사랑과 첫 경험을 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그런 행복한 여자”를 꿈꾼다. 그러나 애인과의 시간이 지나갈수록 영진의 “적금통장의 잔액은 차곡차곡 쌓여”가지만, 애인은 결혼의 ‘ㄱ’자도 꺼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영진은 주말에 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업무 관계가 얽혀 있으니 당분간 서로 회사에는 비밀로 하자는 그의 말도 영진은 어른스럽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예약 잡기도 어려운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는 거였다. 영진은 “어쩐지 그날이 특별한 날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저녁을 먹으며 영진은 어렵사리 애인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나랑 결혼하고 싶단 생각은 안 하세요?” 두 눈이 동그래진 애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 챈 거 아니었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는데……. 나 페이스북에 기혼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거 못 봤어?”


가볍게 읽히지만
묵직한 공감으로 남는 서사

“이 책을 읽으면 두 명의 인물을 만나게 될 텐데 하나는 이야기 안에 있고 다른 하나는 바깥에 있다. 정아,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인물은 한 명이지만 동시에 몇 명이다. 독자들은 정아의 한정된 삶을 면밀히 듣고 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 삶은 나와 너, 우리의 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고개를 돌릴 이 이야기는 재밌지만 씁쓸하고, 불편하지만 유익한 앎으로 가득하다.” _정용준 소설가

“때로 신화가 되기도 하고 풍문이 되기도 하며 뉴스가 되기도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무늬로 찬연히 빛난다. 이 무늬들은 천연덕스러운 이야기꾼 김현진이 전신에 새긴 경험들을 본따 수놓은 것임을 떠올릴 때, 그가 능숙한 ‘아웃파이터’가 되기까지 견뎠을 긴 시간도 함께 뚜렷해진다. 페더급의 속도감과 헤비급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날리는 회심의 한 방. 반격은 허락되지 않는다.” _박서련 소설가
  • 쪽수: 252쪽
  • ISBN: 9791130630144

목차

  • 추천사


    정아

    정정은 씨의 경우

    아웃파이터

    공동생활

    누구세요?

    부장님 죄송해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

    이숙이의 연애


    에필로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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