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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2023년 02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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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1940년 여름. 쉬지 않고 소금을 끓이는 염부와
열기를 따라 눅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발화하는 사랑 이야기

“어머니가 일본에서 나를 낳았지만 제 아버지는 분명 한국 사람입니다.”
선운사의 스님 염봉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일본인 여성 코코네와 마주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인 어머니의 자취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는 그녀를 염봉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소설의 태엽은 일제강점기를 향해 감겨 들어간다. ‘종일토록 물을 져 나르고 불을 때서 소금을 만드는 전통 염전’의 염부(鹽夫)는 뙤약볕과 소금물에 절어 밤새 불을 지펴야 하는 고된 직업이었다. 주인공 염길은 그 염부의 아들로, 고창고보(고창중학교)에 다니는 수재다. 염길은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읍내 여관을 운영하는 일본인 사장 료스케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는 그곳에서 료스케의 큰딸인 아케미와 처음 만난다. 그러나 인연을 길게 이어갈 수는 없었다. 주권을 잃어버린 나라에서 먹고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시대였다. 진로를 고민하던 끝에 염길은 교사가 되어 고창을 떠난다. 더욱 강화된 황국신민화 교육 아래, 천왕 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학생들을 검열해야 하는 굴욕과 설움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전주를 찾은 염길이 마찬가지로 교사가 된 아케미와 우연히 마주치며 분절되었던 인연은 다시 생동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에게 서서히 찾아드는 사랑이라는 감각은 불투명하고 혼탁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선명한 색채를 띠었다. 그 앞에서 시대나 출신 같은 거대한 문제는 잠시나마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그러나 염길이 반일 운동에 동조했다는 의심을 받아 구속되고, 곧이어 해방을 맞자 조선에 살기 어려워진 아케미는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염길의 본가에서 구워낸 소금이 담긴 단지와 함께였다.

쌀보다도, 금보다도 더 귀하게 여기며 지켜온 한 줌의 소금,
세월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결정체가 되다

이 작품의 성취는 대중적인 사랑의 문법을 따르면서, 일제강점기부터 미군정 때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세심하게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소금 생산노동자의 고달픈 생애, 당시 청년들의 민족애와 진로 문제, 고창의 교육사, 해방 무렵 조선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의 행방과 당시 치러지고 있던 국가시험의 난항, 정치 세력 간의 충돌, 여순 사건 등 당시의 혼란을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시대는 개개인을 배려하며 기다려주지 않았다. 대다수의 평범한 서민들이 그러했듯,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 염길은 스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현재. 염봉이 된 염길 앞에 코코네가 서 있다. 어머니의 소금을 따라 이곳에 왔다는 코코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염봉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아주 오래 머문다. 아버지의 염전은 동생 대길이 지키고 있다. 바닷가에서 소금 끓일 준비를 하며 대길은 언젠가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우리 염부들이 배운 그대로만 하믄 절대 소금은 변하지 않을 것인께 허튼 생각 말고 맘속에 똑똑히 새겨야 써.” 모든 퍼즐이 맞추어지고, 끊어졌던 선이 다시 이어져 형태를 갖춘 실체가 된다. 다른 모든 것이 변해도 소금만은, 어디에 있든 그 귀한 맛을 잃지 않았다. 아버지 말 그대로였다. 소금은 변하지 않았다.
  • 쪽수: 416쪽
  • 판형: 130*194*30mm
  • ISBN: 9791130697543

목차

  • 프롤로그 : 선운사에 온 손님


    1. 염전과 국일여관

    2. 염부의 아들

    3. 사등 마을 소금의 맛

    4. 경성옥의 소리꾼

    5. 구름에 가려진 세상

    6. 전주역에서 만난 사람

    7. 불령선인(不逞鮮人)

    8. 한여름 밤

    9. 여수의 봄바람

    10. 광복

    11. 출가(出家)


    에필로그 : 소금은 변하지 않는다

    고창신재효문학상 심사평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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