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에픽 #08]의 제호는 ‘백년의 고독’이다. 이번 호는 작가 마르케스가 환상과 실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립되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고찰한 것처럼, 현실 위에 펼쳐진 비현실적 장면들을 직시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는 마르케스의 말에서 우리는 오랜 고독을 뚫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있음을 발견한다. 코로나19의 오랜 침묵을 깨고 일상의 패턴을 찾아가는 지금, 변화의 물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역사를 어떻게 써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현실을 출발점 삼아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낸 ‘백년의 고독’, 그리고 그 안에서 착안된 논픽션과 픽션을 따라 새롭게 ‘이야기되는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는 삶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 커버스토리 ‘i+i’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에서는 작가 민병훈이 고향 보은군을 찾아 자신의 기억과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과거와 마주한다. 기억의 파편이 모이면서 아픈 과거를 피할 수 없게 되지만, 민병훈은 삶의 조각을 다시 헤아림으로써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길로 나아간다.

part 1에서는 ‘i+i’에 이어 작가 이반지하, 정혜윤, 김준연이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에 참여한다. 이반지하는 레즈비언 사이에서 남자 역할이라 일컬어지는 ‘부치’에게 ‘자궁’이 어떤 의미인지를 두 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정혜윤은 일본군 군속으로 복무한 까닭에 해방 후 조선인 전범이 되었던 인물들의 행적을 되짚으며 무엇이 그들에게서 삶을 앗아갔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를 다시 쓰려 했는지 이야기한다. 김준연은 다문화 가정과 해외이주 가정의 청소년들이 겪는 언어 단절과 정체성 혼란을 살펴보며, 그 안에서도 차별과 장벽을 뚫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모습들을 만난다.

part 2에서는 변호사 권은민이 ‘만약 평양에서 남북 변호사 대회가 열리고, 그 행사에 참석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해 보지 못한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평론가 남승원, 박인성, 선우은실은 픽션과 논픽션을 함께 살펴보는 ‘1+1 리뷰’를 통해 삶이 해석되어 기록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본다.
part 3의 픽션 코너에서는 소설가 김숨, 김태용, 나푸름, 성혜령, 전건우가 참여하고 작가 의외의사실이 그래픽노블을 통해 다시 한번 ‘백년의 고독’을 색다른 상상력으로 펼쳐낸다.
더불어 이번 《에픽 #08》에서는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도 발표된다.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소설가가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수상작은 2022년 가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쪽수: 336쪽
• ISBN: 9772733807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