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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온 여인

2023년 12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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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나는 타락된 인간 아니오?
불씨조차 없는, 다 사그라져버린 잿더미요.”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과 경고
타락한 세계 속 황폐한 삶을 포착하다

『가을에 온 여인』은 1962년 8월부터 1963년 5월까지 《한국일보》에서 연재한 소설로, 박경리의 다른 작품인 『성녀와 마녀』 『노을 진 들녘』 『김약국의 딸들』 등 여러 장편소설과 비슷한 작품구조를 보인다. 또, 『가을에 온 여인』에서도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물질문명을 비판하고 그로 인해 훼손된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의 유사한 작가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가을에 온 여인』의 배경이 되는 푸른 저택의 강 사장과 오 부인, 관리인 영희와 주치의 현 박사 등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물신주의가 무의식까지 침투되어 타락한 인간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관찰하며 전개해 나가는 인물은 성악을 전공하는 가난한 대학생인 성표다. 그의 동생 정란은 밤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돈을 벌고 오빠인 성표와 비윤리적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한다. 그런 정란을 보고만 있기가 괴로웠던 성표는 푸른 저택에 가정교사로 입주하게 된다. 고아 출신이었던 성표는 이제 푸른 저택의 주변인이자, 중간자적 입장에 자리하면서 자본주의와 물신주의의 민낯을 본다. 저택에서 밤마다 들리는 발소리의 주인공은 관리인 영희를 겁탈하는 강 사장이다. 가부장제의 종주로서, 또 사업주로서 강 사장은 폭력과 강간을 모두에게 휘두르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의 아내인 오 부인은 원래 약혼자였던 강 사장의 동생이 자신을 배반하자 살해하고, 그의 형인 강 사장과 결혼한다. ‘무서운 살기’를 품은 듯하지만 ‘통곡하고 있는 것만 같은’ 얼굴의 오 부인은 강 사장의 행동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오 부인은 자본과 미모를 이용해 남성을 유혹하다가 자신의 목적에 저해되면 살인까지도 감행한다. 푸른 저택의 관리인 영희는 예술에 조예가 있는 지식인이지만, 물신주의 경쟁심에 의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던져버리며 저택에 남아 있기를 택한다. 이들 모두 인간다운 삶을 철저히 차단하고 살아가는 자들이다.

“합칠 수 있는 영혼이 서로 다가선
그런 복된 경우가 몇 번쯤 이 세상에 있었을까?”
훼손된 세계에서 본향적 세계로
순수, 감동, 연민으로 관계 맺는 긍정적 미래

박경리는 생명주의를 최우선으로 내세운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생명의 근원’에서 오는 ‘불덩이 같은 슬픔’은 생명 전체에서 오는 연민 때문이며, 이 연민이 타자에 대한 유대감으로 확대되는 까닭이다. 이를 바탕으로 박경리는 『가을에 온 여인』에서 순수함과 연약함, 연민, 그리고 감동이 인간을 삶을 구원해 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초점화자 성표의 동생 정란이다. 비록 남편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정란에게서 자기 정체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자기연민을 타인과의 신뢰감으로 발전시키고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정란은 박경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대표한다. 또, 정란의 순수함을 발견하고 연정이 아니라 측은지심을 동반해 그를 돕고자 하는 영태도 있다. 정란이와 영태의 맑은 성정은 삶을 정화하고 그들의 삶, 나아가 타인의 삶도 구원한다. 의화 역시 친연적 성정으로 관계를 지향하는 인간이다. 의화는 홀로 찬이를 낳은 뒤, 오 부인에 의해 찬이와의 만남이 거부된 채 살아간다. 그러나 부드럽고 다정한 성정 덕에 누구도 의화를 쉽게 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란과 의화는 힘이 약한 여성이므로, 스스로 거부해야 할 남성과 자본의 논리를 도리어 받아들이거나 주변화된 인물로 머물 수밖에 없다.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는 논리 아래, 이들은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릴 뿐이며 따라서 제도적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기득권의 재생산에 유리하게 이용당한다. 남성과 자본에 의해 이중으로 침략당한 이 여성들의 삶은 결핍, 부재, 비이성, 혼란, 위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성표는 이들의 삶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들은 사랑, 베품, 연민으로 타인을 감싸 안고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며 인간의 본향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이다. 이렇게 성표, 정란, 영태, 나성구, 의화 등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간다. 연결고리 없이 탈가족화되었던 이 인물들은 신분이나 출신이 아닌, 연민으로 서로 관계 맺는다. 이처럼 박경리는 주변적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서 오히려 생명력을 포착하고 관계 지향적 삶이 중심을 이루는 밝은 미래를 타락한 현대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 쪽수: 672쪽
  • 판형: 133*215*35mm
  • ISBN: 9791130649481

목차

  • 1. 푸른 저택

    2. 그 여자의 시종들

    3. 심야의 발소리

    4. 병실에서

    5. 여름밤

    6. 피서지

    7. 검은 태양

    8. 바다 건너온 소식

    9. 의상을 벗어라

    10. 마돈나

    11. 쫓는 사람들

    12. 어떤 종말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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