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인터뷰

출판 기획부터
마케터가 함께합니다

최혜령

단행본 마케팅

업무

독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시장을 공략할지
전략을 짜고 실행합니다

Q. 출판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나요?
우선 신간이 나오면 적합한 마케팅 채널에 적절한 카피로 소개하는 업무를 합니다. 콘텐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주요 독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시장을 공략할지 전략을 짜서 실행하는 일이죠. 시기별로 나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출판사와 다르게 다산은 출판기획부터 마케터가 함께합니다. 아이템 회의와 콘셉트 회의에 함께 참여하는데요. 출판 시장의 니즈와 독자 니즈를 콘텐츠 기획에 반영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주는 업무죠. 어떤 책을 기획할지 마케터로서 의견을 많이 제시하고자 노력합니다. 제품 생산 단계에 이르면 책의 카피나 제품의 꼴이 좀 더 쉬운 언어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편집자에게 마케팅 관점에서 의견을 전달합니다. 콘텐츠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과 독자를 중심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말이죠.
Q. 채널마케팅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다산은 채널 마케팅과 홍보를 함께 관리합니다. 예전에는 서점 채널을 주로 관리했다면, 지금은 카카오 ‘1boon(1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까지 함께 관리하고 있어요. 출판 시장이 오프라인과 웹에서 계속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어요. 모바일에 가장 적합한 채널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1boon’ 채널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산은 마케터가 담당 콘텐츠개발팀의 마케팅을 전담하는 PM(프로젝트 매니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계획부터 실행, 결과 측정까지 담당 PM이 도맡아 하고, 저는 팀장으로서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해주거나 보완해야 할 점 등 의견을 전달합니다. 각 팀의 마케팅 실행에 관한 사항은 담당 PM이 결정하는 구조죠. 중요한 업무나 의사 결정 사항에 대해서만 팀장에게 보고합니다. 이는 담당 PM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게 고안된 사항인데요. 팀장이 모든 업무를 판단하고 지시하기보다는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소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팀원이 언젠가는 팀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죠. 팀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크고 작은 성과를 경험해서 역량 있는 리더로 성장해가길 기대합니다.
Q.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출근하자마자 유통사 SCM(공급망관리시스템)을 확인합니다. 판매량이 늘어난 도서는 전일 이루어졌던 마케팅 활동을 살펴보고 해당 마케팅 활동을 강화합니다. 반대로 판매량이 줄거나 별 차이가 없는 도서는 기존의 마케팅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이므로 다른 마케팅 플랜을 고민합니다. 이후에는 도서별 발주 부수를 확인하고 재고를 파악하여 출고 관련 업무를 합니다. 서점별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서 전체 시장 도서의 마케팅 활동을 역추적해서 판매량이 많이 오른 도서에 대해 분석하고 벤치마킹합니다. 그러고 나서 각 서점 담당자와 소통하는데요. 노출해야 할 도서나 LMS(문자 장문 메시지) 발송 등 서점과 협의해야 하는 사항을 처리합니다.
또한 각종 회의에 참석합니다. 그중 마케팅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회의나 팀별 도서 마케팅 사전 회의는 매주 해요. 주요 전략 도서인 경우 주기적으로 계속 논의하며 변곡점 관리를 합니다. 매주 마케팅 점검 자료를 작성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마케팅을 실행합니다. 오후에는 신간 미팅을 주로 나갑니다.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거나 온라인 서점 MD 만나러 가는 거죠.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해 우리 책이 어떻게 진열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거든요. 동선을 짜서 서점별 미팅을 하고 주로 현장에서 퇴근합니다.
Q. 업무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남들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신간 매대만 쭉 보고 있어도 어떤 분야 혹은 어떤 주제의 책이 많이 나오는지 알 수 있어요. 대중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한눈에 보이죠. 또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힐링도 되고요. 이건 꼭 마케터가 아니라도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요? 사실 일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출판 마케팅은 일하면서 오히려 성장하게 됩니다. 내가 담당한 책의 분야에 대해 모르면 마케팅할 때 많이 위축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를 공부하게 되거든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배우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자기계발에 열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Q.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있나요?
아무래도 출판사 내부 편집자나 서점 담당자들과 가장 많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케팅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외부 홍보 대행사나 인플루언서와 함께하기도 해요. 그리고 꼭 출판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업종의 마케터들과도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마케팅 툴이나 방법론을 다른 출판사보다 빠르게 실험적으로 시도해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도 다산의 마케팅을 많이 궁금해 합니다.

역량

기본적으로 숫자 감각이 있어야 하고
책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Q. 해당 업무를 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요?
우선 마케터는 매출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니까 기본적인 숫자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경영의 관점에서 손익을 따질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 거래처의 경영 현황이나 채권, 도서 재고 등을 계속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마케팅 비용과 손익을 따져가며 일해야 하고요. 거래처의 현황을 모르면 부도 등의 이슈로 한꺼번에 큰 손실을 볼 수 있어요. 작은 숫자라도 함부로 여기지 않고, 데이터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숫자를 통해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 이유를 고민해서 마케팅 방향을 능동적으로 수정해 갈 줄 아는 분이라면, 출판 마케터로서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뉴미디어에 도서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해요.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새롭게 등장한 채널이 많죠. 그런 채널에 대해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성격적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소통 능력도 필요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이 출간되는데, 우리 책이 왜 의미 있는지 서점 MD 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해야 하거든요. 신뢰를 얻는 일도 중요해요. 서점 MD들도 매출에 민감합니다. 가장 좋은 관계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잘 협상할 수 있는 것, 소위 ‘밀당’을 잘하는 것도 필요한 역량입니다.
Q. 어떤 분들에게 적합한 직무인가요?
책에 대한 애정이 기획편집자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애정이 없으면 빨리 지칠 수 있어요. 내가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책에 대해 전달하고 소개하고 싶어지지 않아요.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집중해 마케팅하는 도서가 있기도 하지만, 마케터 스스로 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소개하고 싶어 안달 나서 주변에 소개하고 추천할 때에 좋은 성과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책에 대한 애정이 많을수록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

다양한 출판마케팅을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Q. 그동안 어떤 경험을 해 오셨나요?
처음에는 출판 분야와 상관없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은 물론 텍스트 읽는 것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출판사 기획편집팀으로 입사해서 일하다가 홍보마케팅팀으로 발령이 났어요. 갑작스러운 변화에 두렵기도 했지만, 대학 시절 카피라이팅 동호회 활동이 큰 힘이 되었어요. 한 줄의 카피로 책을 소개하는 일과 비슷했거든요. 의외로 마케팅이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회사 소셜미디어를 관리했는데, 책을 소개했을 때 그걸 좋아해주는 독자를 보며 희열을 느꼈어요. 편집팀에서는 독자와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져서 좀 아쉬웠거든요. 책을 만들고 있지만 읽는 사람과 만날 수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다산에 입사하게 됐어요. 이전까지는 홍보 업무를 주로 했다면, 다산에서는 영업을 담당하게 됐어요. 서점 MD 등 관계자를 처음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실제 매출과 바로 연결되는 활동이 너무 재밌었어요. 홍보 일을 할 때는 마케팅 활동에 대한 전환을 체크하기가 어려웠거든요. 내가 진행한 마케팅이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 이후에는 적응이 되어서 출판 마케터로 계속 일해오고 있습니다.
책마다 서로 다른 콘셉트가 있고 어울리는 마케팅 채널이 다 달라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실패도 많지만 크고 작은 성공 경험도 늘어나고 있어요. 프로세스는 효과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만, 익숙해지는 법이 없죠. 책마다 세계가 다양하니까요. 이런 지점이 출판 마케팅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Q. 마케팅했던 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기억에 남습니다. 마케팅에 앞서 다소 반신반의했던 책이었는데 ‘시장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인문서를 필요로 하는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출판계에 들어와 15년 동안 일하면서 종합 1위를 처음 해본 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성공의 기쁨을 크게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Q. 다산에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요?
출판 마케팅뿐만 아니라 출판하고 싶은 아이템의 기획과 편집, 마케팅까지 모두 오롯이 담당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나아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상품의 개발 및 판매까지 영역을 넓혀 일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산이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