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많은 국내 축구 팬들의 시선은 의외의 곳을 향해 있다. 국가대표팀보다 K리그, 그것도 2부 리그가 유독 뜨겁다. 이 이례적인 관심의 중심에는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이정효 감독이 있다.
그의 선수 시절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부산에서 12년을 뛴 원클럽맨이었지만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대학과 프로 입단 동기였던 안정환이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는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그의 선수 생활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그가 지도자로서는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써 내려가고 있다. 최근 출간한 에세이 <정답은 있다>에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견디며 끝내 자신만의 답을 찾아온 그의 신념과 태도가 담겨 있다. 축구인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 애서가로도 유명한 이정효를 만나 축구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됐습니까?
“몇몇 출판사에서 제안받았지만 처음에는 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고사했어요. 그러다 비주류로 살아온 제 경험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묵묵히 실력을 쌓는 분들, 그런데도 앞이 보이지 않아 힘든 분들께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축구 감독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과 벽에 부딪힌 직장인들에게도 실력을 쌓으며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책에는 첫 장부터 친구인 안정환 씨를 비롯해 광주FC 감독 시절 선수들과의 일화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선수들은 좋아했어요. 이희균, 이강현 선수 등 다들 자기 이름이 책에 나온 걸 기뻐하더라고요. 정환이도 자기 얘기가 나쁜 내용이 아니니까 당연히 좋아했죠. (웃음) 늘 도움을 주는 친구예요.”
▶ 감독님과 안정환 씨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재능이나 성취 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느끼는 친구라면 질투나 열등감으로 멀어지기 쉬운데, 오랜 시간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계시잖아요.
“저는 그냥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남의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을 부러워하지만,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저한테는 노력밖에 없더라고요. 억지로 비교하고 결과만 바라보다 보면 친구의 단점만 보게 돼요. 그런데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더 응원하게 됩니다. 또 그 사람에게 없는 내 장점을 찾게 되고요. 친구가 잘하면 진심으로 칭찬하고 응원하다 보니 관계도 오래 이어진 것 같아요.”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319293i
한국경제 설지연

첫 장편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장녀 ‘지원’을 중심으로, 무너진 가족의 식탁에서 시작된 작은 선택이 기묘한 변화를 불러오는 이야기다. 작품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글쓰기는 언제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생선 눈알을 건네주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충격과 거부감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 감정을 중심으로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인간의 눈알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강렬하다
이야기의 가장 처음 단계에서부터 떠올린 이미지였다. 우리 가족 특유의 문화와 개인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생선 눈알이 아니라 인간의 눈알을 먹는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질문이 이 소설의 핵심 설정이 됐다.

‘K-장녀’라는 설정도 인물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이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K-장녀는) 어린 나이에 부모 역할을 일부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는 방치되기도 하고, 동시에 과도한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그런 압박이 쌓인 환경이 지원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고 봤고, 결국 그가 무너지는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호러’라는 장르로 풀어낸 이유도 궁금하다
어릴 때는 공포 장르를 많이 접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이 장르가 자극 이상의 가능성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Get Out)>은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이 이야기에 담긴 분노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기에 호러가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느꼈다.
엘르
https://www.elle.co.kr/article/1901932

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킴(33)은 무서운 신인이다. 2024년 첫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The Eyes Are The Best Part)’를 펴내 미국 호러 작가 협회(HWA)가 주는 브램 스토커상(데뷔 소설 부문)을 받았다. 이 책은 그해 뉴욕타임스 올해의 호러 소설, 타임 100대 필독서,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에 꼽혔다.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헐리우드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브리저튼 시즌4’ 주연을 맡은 하예린이 ‘이 영화의 대본이라도 구해달라’고 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엄마는 항상 눈알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말했다.” 첫 문장부터 그로테스크하다. 생선 눈알을 즐겨 먹는 엄마를 보고 자란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장녀 지원이 주인공. 지원은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생선 눈알을 맛보고, 그날 밤부터 눈알 먹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가 맛보는 건 생선 눈알만이 아니다. 여기서 호러 장르로의 도약이 일어난다. 때론 미세한, 때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경험이 쌓이며 지원은 분노를 키우고, 어느 날 사람 눈알을 파먹고 만다. 그는 탱글한 눈알이 입안에서 터지고 쫀득하게 씹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지원은 푸른 눈알만 보면 군침이 돈다.

‘눈알이…’ 국내 출간을 맞아 서면으로 만난 모니카 킴은 “미국 LA에서 태어났지만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오신 부모님 밑에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TV를 보며 자랐다”며 “아시아 여성의 경험을 쓰는 데 주력하는 페미니즘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호러에 발을 들인 건 조던 필의 ‘겟 아웃’(2017) 영향이 컸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 받으며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킴은 “호러가 얼마나 유연한 장르인지 깨달았다”며 “예술가들로 하여금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를 넘어 도전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영미권에서는 여성이 쓴 폭력적인 바디 호러 작품을 일컬어 ‘펨고어(Femgore·여성과 잔인한 신체 훼손을 보여주는 장르인 ‘고어’의 합성어)’로 분류한다. ‘눈알이…’도 펨고어물로 볼 수 있다. 킴은 “호러는 오랫동안 백인 남성 중심의 장르였기에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이 장르에 자리 잡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왜 여성 작가의 호러에만 별도의 라벨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번 소설의 직접적인 집필 계기는 2021년 3월 미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이다. 그는 “아시아 여성 6명이 희생된 이 사건에 분노가 끓어올랐다”며 “글쓰기가 이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가 됐다”고 했다.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다는, 심지어 초성애화되기도 하는(hypersexualized) 서구 고정관념에 오랜 기간 좌절감을 느껴왔습니다.”
킴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소설의 주요 테마로 삼는다. 지난달 말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차기작 ‘몰카(Molka)’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몰카 범죄’를 소재로 다룬 이 소설은 “버닝썬 사건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내년 국내에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6/05/06/DR7TMH2FZBGXZA6JODDX6ZODGI/
바람이 여전히 차가운 3월 초, 강원 원주의 ‘행복자비선원’. 엄숙함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이곳에 ‘힙’한 부녀가 산다고 했다. 출가, 환속, 결혼, 출가를 반복한 태현스님(아버지·61)과, 해탈컴퍼니의 주여진 대표(딸·30)다. 법당과 가정집이 한 지붕 아래에 있다. 두 사람과 마주하자, 뒤로 전기밥솥이 보인다. 성(聖)과 속(俗)이 무심하고 묘하게 버무려진 풍경. 이것이 ‘힙불교’ 열풍의 동력인 걸까.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밥솥 옆에서 해탈을 논하다’쯤 되려나.

◇스님이 결혼? 온 가족이 절에 산다고?= 해탈컴퍼니는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유행에 좀 민감하다면, 최근 한번은 들어봄 직한 이름이다. ‘긍정과 사랑’ 티셔츠, ‘깨닫다’ 열쇠고리, ‘번뇌 닦이는 수건’ 등 불교 철학을 쉽고 친근하게 차용해 만든 굿즈들이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열린 불교박람회에서 화제가 됐다. SNS를 중심으로 한 2030층의 큰 지지를 얻었는데, 이 회사를 이끄는 젊은 대표가 ‘스님 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가 반야심경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디제잉을 하고, 그 리듬에 맞춰 스님이 춤을 췄다는 얘기도. 그리고 네 식구가 절에서 산다고 하니, 우선 그 사연부터 들어봐야겠다.
“한계에 부딪혔던 거죠. 승가라는 수행 시스템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도 복잡한 세상에서 흔들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어요. 세속에서 승속으로 한 번 출가했으니, 이번엔 승속에서 세속으로 출가하자 마음먹었죠.”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처음 출가한 태현스님은 수행 5년 만에 환속해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뤘다. 대학시절 불교학생회에서 인연을 맺었던 후배에게 “우리 같이 수행자의 길을 가자”고 프러포즈했다. “다시 출가해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부부는 직장과 가정에서 ‘수행자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살았다. 그러다, 때가 왔다. 깨달음에 갈증을 느낀 스님은 두 번째 출가를 결심한다. “큰애(주여진)가 여덟 살이 됐을 때 결혼이 허용되는 태고종으로 재출가 했어요. 갑자기 가정을 등진 게 아니라고요(웃음).”
충북 음성의 태고종 소속 절에서 살던 가족은 10여 년 전 여기 원주로 이주했다. 스님은 주지가 됐지만, 절이 ‘흥’하지는 못했다. 조계종이 대다수인 한국 불교는 일반적으로 ‘스님=독신의 수행자’이고, 가정이 있는 스님의 절에 신자가 쉽게 모이진 않는다. 그래서 태고종 스님 중엔 절과 가정을 분리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생계를 위해 안보살(아내)도 일을 해야 했고, 저도 재출가 전 하던 건설 일을 비정기적으로 하곤 해요. 괜찮습니다. 모든 게 수행이죠. 가족을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 가정을 도량(道場·수행을 위한 장소) 삼은 것이니까요.”

◇‘해탈’의 시작은 침대… 이 부녀의 ‘전법(傳法)’을 보라= ‘아빠스님’으로서 일반 가정과는 다른 교육법으로 자녀들을 키우고 싶었던 스님은, ‘안 돼’라고 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조금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싶을 때도 최대한 참았다. 아이들이 직접 약간의 위험을 겪게 그냥 뒀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애들은 부모의 ‘안 돼, 위험해’ ‘안 돼, 더러워’ 소리를 듣잖아요. 최대한 그 말을 안 하기로 했었죠.”
주 대표도 “부정적인 말을 거의 안 하셨다. 무조건 ‘좋다’는 아니었지만, 자유롭게 생각하고 직접 겪고 판단하게 해주신 거 같다”고 했다. 해탈컴퍼니의 히트 상품 ‘긍정과 사랑’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것 같다. 그것은 태현스님의 양육방식 그 자체다. 물론, 자식과 부모의 갈등이 수행자 가족이라고 해서 없을 리 없다. 스님은 새벽 예불을 언급하며 “아이들이 묵묵히 해줘서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며 웃었다. “어디선가 애들이 힘들어한다는 소릴 들었어요. 그래서 한번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아니 두 녀석 다 바로 그다음 날부터 안 나오더라고요. 저도 속 많이 끓였어요.”
주 대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몇 년을 방황할 때도 스님은 속이 탔다. 하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주 대표는 당시를 “잠만 자던 때”로 회고했다. “무기력했어요. 어느 날 침대에 멍하게 있는데 스님이 ‘너는 과학자야. 침대를 연구하는 과학자’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어요.” 스님은 ‘취업 언제 할래’ ‘잠 좀 그만 자라’고 몰아세우지 않았다.
◇“중생들아 ‘제행무상’이야.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마”= 어딘가 주 대표의 20대처럼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청춘이 있을 것이다. 입시와 취업 등 과열경쟁에 지친 이들은 오늘도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릴 것이다. 이것저것 시도하다 지쳐 잠들고, 108배를 하며 떼도 써봤던 주 대표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또래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궁금했다. “저도 아직 자라는 중인데요. 아직 학생 소프트웨어를 사회인 소프트웨어로 바꿔 끼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는 “‘제행무상(諸行無常)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우주 만물이 생멸·변화하며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뜻이다. “지드래곤이 ‘영원한 건 절대 없어’(‘삐딱하게’)라고 노래했잖아요. 전 그게 가장 힙한 불교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고통도, 환희도 결국은 변한다는 진리를 알면 삶이 훨씬 유연해지거든요.”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태현스님이 덧붙인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완벽해지려는 과욕을 버리라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비’를 가지라는 것이다. “너무 애쓰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요. 그저 하루를 살아낸 것으로 충분하다, 그 적당한 여유가 우리를 번뇌에서 구원해 줄 겁니다.”\
- 박동미 기자
- 기사원문(문화일보)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우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태곳적 조상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를 피해 식량을 찾아다녔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맛있고 영양가 높은 먹잇감을 운 좋게 백 번이나 찾아냈다 한들, 단 한 번의 실수로 맹수의 이빨에 걸려들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니 맹수가 다가오는 듯한 작은 낌새만 느껴도 곧장 긴장하고 살길을 찾아 몸과 마음이 먼저 반응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맹수의 위협은 사라졌지만,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날마다 벌이는 사투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DNA 속 생존 본능을 다시금 일깨운다. 그러나 주변에 대한 과도한 염려와 오해, 불필요한 상상까지 더해지면, 어느 순간 자신을 옥죄는 덫이 되기도 한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불필요한 상상과 오해는 일종의 비용입니다. 지나치면 조직 구성원의 정신적 비용을 낭비하는 셈이죠.”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WEEKLY BIZ와 만난 홍순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책 ‘타인이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능력인 ‘마음 이론(Theory of Mind)’ 때문에 남을 탓하게 되고, 분열과 혐오가 쉽게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동료나 상사의 마음을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관점에서 상상해 해석하려고 드는 식이다. 홍 교수는 “(우리는) 정보의 빈 공간을 상상으로 채우는 경향이 있다”며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면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결론을 유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WEEKLY BIZ는 홍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직장인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다양한 상황의 원인과 대처법을 짚어봤다.

◇“이해와 오해, 동전의 양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어려운 건 너무 당연하다. 예컨대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 놓았다고 해 보자. 그런데 막상 기상 시간이 되면 ‘굳이 이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가 있나, 괜히 쓸데없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과 몇 시간 전 알람을 맞추던 어젯밤 자기의 생각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타인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운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이해가 시작될 수 있다.”
-오해를 줄이려면.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상황·정보·맥락·용기다. 많은 사람이 얽힌 상황일수록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에게 시간을 들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상대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면 말과 행동을 엉뚱하게 해석하기 쉽다. 상대가 살아온 삶의 맥락은 물론 내가 살아온 경험도 마음의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론 타인의 마음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상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이해와 오해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간다.”
◇“시기심은 자연스러운 현상, 다만…”
-직장이나 조직에서 오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직장에서 어떤 제안을 했는데, 상사가 ‘그 문제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한 경우를 떠올려보자. 이는 추후 검토하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미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를 완곡하게 표현한 걸까. 이처럼 말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우리는 상상으로 메우기 쉽다. 불완전한 언어가 엉뚱한 상상을 자극하고 착각을 부르는 셈이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분명히 표현된 내용이고, 어디서부터가 내 상상에 따른 해석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상사의 말 한마디나 제스처에 부하 직원들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인간은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지만, 오늘날 환경은 맹수에게 쫓기던 때와는 다르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프로젝트가 몇 번 실패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상사의 말 한마디나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위축된다면 조직 안에서 불필요한 정신적 비용만 낭비하는 꼴이다. 이는 조직과 사회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자칫 동료에 대한 시기심으로 번지기도 한다. 경쟁이 일상인 직장에서 피하기 어려운 일인가.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써 외면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그런 마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경쟁심이 오히려 노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먼저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다음 ‘생각’을 선택하면 된다. 감정은 선택하기 어렵지만, 생각과 행동은 고를 수 있다. 누군가는 시기심을 못 이겨 험담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거나 상대의 장점을 배우려고 할 수도 있다. 부하 직원들이 불필요한 상상에 따른 오해를 줄이도록 분명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직장에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은
-말 한마디에 감정적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면.
“부장님이 오늘 기분이 나쁜 이유가 자녀 입시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직원과 모르는 직원은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정보가 적을수록 그 빈자리를 상상으로 채우려 들기 때문이다. 때론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 반응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심하게 야단맞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슷한 인상의 상사가 피드백을 할 때 과하게 긴장할 수 있는 식이다.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맥락과 반응 패턴을 이해하면 긴장 반응에 대한 ‘영점 조정’을 할 수 있다.”
-직장에서 받은 상처가 자기 비하, 열등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대가 상처를 ‘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상처를 ‘받은’ 것인가. 이렇게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할 일을 다 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타인의 비난이 곧바로 자기 비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다. 반대로 실수가 있다면 고치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면 된다. 문제는 거기서 ‘나는 바보야’ 같은 자기 규정으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나는 이를 ‘자기 자신에 대한 편견’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편견을 가질 수 있다.”
- 구동완 기자
- 기사원문 (조선비즈)

“이것이 분명히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나는 공식적으로 떠나고, 이 책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다.”
영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80)는 신간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책방)에 이렇게 썼다. 지난 22일 전 세계 18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나오기 전부터 문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거장의 ‘은퇴 선언’을 대신하는 책이라서다.
원제는 Departure(s). 198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반세기 가까이 문학에 투신한 그가 작가로서 서사를 스스로 매듭짓는다. 이보다 명징한 작별 인사가 어디 있을까. “가능한 한 오래 사물을 관찰하고 싶다”는 문장이 눈에 밟힌다.
70대에 혈액암 진단을 받은 소설가 줄리언 반스가 화자(話者)다.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친구 스티븐과 진의 어긋나는 인연을 통해 기억과 진실의 문제, 소설로서 가능한 진실에 가닿으려는 시도 등을 다룬다. 마지막 소설을 펴낸 반스에게 서면으로 질문을 보냈다. 그는 “창밖으로 어둡고 축축한 런던의 저녁이 펼쳐져 있다”는 인사와 함께 답을 보내왔다.

-근황이 궁금하다.
“지금 나는 노란색으로 칠한 서재 책상에 앉아 있다. 지난 한 달간 거의 계속 이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새 책과 관련한 인터뷰와 대화를 하느라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인터뷰하고 싶어 한다는 건 그 반대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화자가 줄리언 반스다. 이번 작품은 얼마만큼 소설인가.
“이번 책은 하이브리드(hybrid)다. 출판사나 서점은 이런 형식을 하나의 문학적 범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서가에 꽂기 위해 반드시 픽션 아니면 논픽션이라고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들에게 이런 식의 고통을 안긴다. 이 책은 픽션·논픽션·자전적 글쓰기가 섞여 있다. 소설 속 줄리언 반스는 나 자신이기도 하고, 책 속의 다른 허구적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상의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 작품인데 길지 않다.
“책 속에서 나는 한 유명 작곡가의 말을 인용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그는 ‘음악을 덜 쓰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어쩌면 나 역시 단어를 적게 쓰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 책이 (소설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앞으로 몇 년간 에세이나 저널리즘 글은 계속 쓰려 한다.”
-자신의 작품 중 최고를 꼽는다면.
“그런 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작품마다 미덕과 결함이 있다. 예전에는 ‘내 최고의 소설은 다음 작품일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젠 그 말을 못 하게 됐다.”
-‘기억’은 당신의 주요 화두였다.
“흔히들 말하듯 ‘기억은 곧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빼앗긴다면 우리는 무엇이 될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움직이는 육신만 남게 될 것이다.”
-기억에 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어 왔나.
“예전에는 우리의 기억이 단단하고 거의 만질 수 있는 것처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으며 다시 꺼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기억은 취약하고 가변적이다. 다시 불러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그래서 우리가 가장 자주 하는 이야기,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일수록 사실 가장 믿기 어렵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기억이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삶과 픽션은 구분되는가.
“철학자인 내 형은 기억이 본질적으로 상상력의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상상력과 픽션 역시 과학의 진실만큼이나 진실한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 어느 임상심리학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 셰익스피어가 희곡에 묘사한 정신적 장애의 양상이 완벽하게 정확하다고.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통해 같은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기억은 때론 고통이다. 그러나 망각도 괴롭다. 둘 중 무엇이 더 두려운가.
“단연 망각이다. 얼마 전에는 내 마지막 책의 제목을 잊어버렸는데, 그게 몹시 괴로웠다. 신경과 전문의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서 ‘신경과 전문의’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적도 있다. 왜 내 뇌는 나에게 이런 짓을 할까? 이런 일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당신에게 독자는 어떤 존재였나.
“독자가 없다면 나의 글쓰기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읽지 않는다면 글쓰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읽히지 않는 글쓰기는 정신적 자위 행위로 전락하고 만다.”
-당신의 새 소설을 더는 보지 못할 독자들에게 전할 말은.
“작가에게는 두 번의 떠남이 있다. 마지막 책을 완성하고 출간하는 것. 그리고 죽음. 두 번째에 대해 많은 사람이 기뻐하리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나는 알지 못할 테지만. 어쨌든 나는 독자들과 훌륭하고 풍요로운 관계를 맺어왔다. 스물다섯 권가량의 책을 썼고, 아직 당신이 읽지 않은 책이 한두 권쯤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시 읽는 일이 노년의 큰 기쁨 중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면, 독자의 마음속에서 책도 변한다. 책 읽기란, 끝나지 않는 일이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6/01/27/6QULKVIOANGL3PT4CJACM6LH6I/

작년 한국의 1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우리나라 열 가구 중 네 가구가 나 혼자 산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9년부터 1인 가구를 연구해 23일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초당)를 출간했다. 그는 지난 6년간 109명의 1인 가구를 일일이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Books는 1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1인 가구다.
—왜 사람들이 혼자 사나
“그간 나온 담론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주의 문화 때문에 가족이 부담된다는 것,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 하지만 가족의 부담은 과거가 더 컸다. 부모를 부양해야 했고 아이도 많았다. 지금보다 더 불안정하고 가난했던 과거에 결혼을 더 많이 했다. 세계적으로도 1인 가구는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이 많고 가난한 나라로 갈수록 적다.
1인 가구 증가는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터 근처에 산다. 농업 사회에선 토지 근처에, 제조업 사회에선 공장 근처에 산다. 서비스업 중심의 후기 산업 사회는 공장은커녕 사무실도 없는 플랫폼이 많다. 24시간 세계와 연결되는 시스템이 많아 잠 안 자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더 가볍게 빨리 이동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업이 암묵적으로 가장 권하는 형태가 일에 매진하는 1인 가구다.”

—1인 가구가 많으면 왜 문제인가
“몸과 마음이 취약해진다. 규칙적인 생활이 어렵다. 결식률도 높다. 외식을 많이 해 영양이 불안정하다. 만성 질환 발생 확률이 3배 이상 높다.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우울증을 겪을 때 자살 시도가 3배가 된다.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문제는 누적된다. 노인 복지가 시작되기 전인 5060 1인 가구가 가장 취약하다.
특히 고독사는 이제 가난한 소수의 일이 아닌 보편적인 일이 됐다. 나의 사촌 동생은 명문대를 나와 대치동에서 수학 강사를 하며 돈을 잘 벌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1인 가구 프리랜서였다. 바쁠 땐 연락이 잘 안 됐다. 과일을 먹다 쓰러져 3개월 후 발견됐다. 1인 가구 남성이 과일을 챙겨 먹는 것은 삶의 의지다. 건강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고립의 취약성이다.”
—1인 가구는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고?
“2030이 ‘워라밸’을 중시한다지만 정확히는 일이 아닌 일터와 삶의 분리를 중시한다. 일에는 더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이 늘었고 정규직도 성과 연봉제가 많다. 업무 성과를 위해 집에서도 혼자 일 고민을 안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지며 이직과 자기 커리어를 준비한다. N잡러도 많아진다. 퇴근하고 유튜브나 블로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는 시간도 관계에 쓰지 않고 자기 성과 관리에 쓴다.”
—혼자서 잘 살려면?
“집,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일이나 자기 계발과 상관없는 모임, 교회나 성당, 미용실 다 좋다. 그냥 있어도 되는 공간. 대화가 주된 활동인 곳. 웃음소리가 자주 들리고 편안한 곳.”
기사 출처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6/01/24/3UXYEF5FZBDPLCEKCHIQCEMA3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영국 작가 맥스 포터(44)는 영미 문단의 유명 인사다. 올해는 그의 해였다. 그가 쓴 소설 두 편이 영화화됐다. 소설 ‘샤이’는 킬리언 머피가 제작·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스티브’로 공개됐다. 소설 ‘슬픔은 날개 달린 것’은 영화화 되면서 유명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심사위원장을 맡아 올해 영어로 번역·출간된 해외 소설들을 샅샅이 살피며 점수를 매겼다. 이 상은 최근 몇 년 새 ‘노벨문학상 직행열차’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 독자들은 아직 ‘맥스 포터’란 이름이 낯설 수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미권에 처음 소개한 담당 편집자라고 소개한다면 어떨까. 기자는 작년 이맘때,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 시상식 만찬장에서 그를 만났다. 미뤄져 오던 인터뷰가 근간 ‘샤이’(다산책방) 국내 출간을 계기로 비로소 성사됐다.
소설은 비행 청소년들을 모아놓은 영국의 한 대안학교 ‘라스트 찬스’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샤이는 한밤중에 돌을 잔뜩 넣은 가방을 메고, 연못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삶을 놓으려는 소년의 위태롭고 불안한, 때론 폭주하는 에너지를 리듬감 넘치는 산문으로 구현한 독창적인 작품. 영화 홍보 일정을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온 그가 책상 앞에 앉아 이메일에 답을 보내왔다.

■ 『샤이』 집필 배경은.
한 소년의 불안정한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심리적 혼란을 가장 진실하게 재현할 수 있는 다성적이고 복합적인, 문학적 질감을 만들고자 했다. 교사, 부모, 친구, 신비로운 동물들이 보여주는 ‘연민(compassion)’이라는 에너지 장을 그려보고 싶었다. 영국 정부가 사회복지 체계를 해체하는 현실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했다. 교육기관이 얼마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지 말하고 싶었다.
■ 폭주하고 날뛰는 샤이를 독자가 보듬을 수 있을까.
그는 닿을 수 있는 존재다.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 타고난 선함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교육적·언어적·정서적 기술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는 그를 포기해선 안 된다.
■ “일어나서 가보자, 샤이(Up and at ’em, Shy)”란 문장이 있다.
영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다. ‘가자, 계속하자’란 뜻이다. 이 말이 샤이에게는 우울하게 들리길 바랐다. 사람들이 늘 그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계속 해보라고, 더 나아지라고 말하니까. 동시에 이 말이 사랑의 말로도 들리길 바랐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믿는다.
■ 이번 소설에 대해 “가장 빠르게 썼지만, 가장 오래 고친 작품”이라고 했다.
나는 소설이 머릿속에서 그리고 노트 속에서 쌓이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즉흥연주처럼 한 번에 빠르게 쏟아져 나온다. 반대로 편집은 천천히,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고치고 조정하는 과정을 서두를 순 없다.
출처 :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12/03/TMJKJFVSEVAOJGGUSWHCFKVCS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12/03/TMJKJFVSEVAOJGGUSWHCFKVCS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36년 차 방송인 이금희(59·사진)는 ‘소통 전문가’로 불린다. KBS 아나운서로 ‘6시 내고향’ ‘아침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3만여 개의 삶을 만났고, 라디오 DJ로 15만여 명의 사연을 접했다. 모교인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약 1500명의 학생과 일대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데 그를 만난 4050 세대는 “요즘 2030 세대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반대로 2030 세대는 “선배들과 대화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양쪽 세대에 징검다리를 놔야겠다’는 생각에 탄생한 게 지난달 12일 출간된 에세이 『공감에 관하여』(다산북스)다. 이 아나운서는 “소통을 위해선 ‘공감’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공감은 나를 지지해주는 거죠. 아주 깊은 공감은 나를 살게 합니다
그는 이 책을 위해 2030 세대 48명을 따로 만났다. 이들이 기성세대와 소통하며 겪은 어려움을 직접 듣고, 각각의 경우마다 부모·선배가 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다. 가령 “나를 찾고 싶다”며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에겐 걱정보다 격려를 제안하는 식이다. 자신의 후배가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주변에 밝히는 행위)한 이야기를 예로 들며, ‘여자친구 있냐’ ‘남자친구가 있냐’는 말보다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사귀는 사람 있어?’ 등의 표현이 낫고, 더 좋은 건 그조차 묻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 아나운서는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토끼와 거북이가 같이 가려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토끼가 노력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고 강조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7023

중년여성 김은희는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다. 장애인과 미혼모를 지원하고 노숙인을 돕는 반(反) 빈곤 활동을 한다. 2년간 항암 치료를 했지만, 최근 암이 재발해 집을 떠나게 됐다. 그렇게 김은희는 동료 활동가 동준에게 소개받은 초면의 여자, 함수연을 만난다.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나 대신 고양이들을 돌봐줄 사람. 김은희에게 함수연은 가벼운 인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은희는 집에 들어온 수연에게 문자로 주의사항을 안내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무무 씨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은희는 돌연사한 애인 한상무, ‘무무 씨’의 흔적을 자신의 집에서 지낼 수연이 알아봐 주길 기대하고, 고대한다.

조해진(49) 작가의 신간 경장편소설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다산책방)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로기완'(2020)의 원작 『로기완을 만났다』(2011)와 『단순한 진심』(2019), 『환한 숨』(2021) 등 12권의 소설 단행본을 낸 21년 차 소설가.
이번 신간은 다산책방의 한국문학 시리즈 ‘다소 시리즈’ 1권으로, 2023년 문학잡지 릿터에 공개된 단편소설 ‘여름밤 해변에서, 우리’를 읽은 다산책방 편집자의 제안으로 쓰게 됐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조해진 작가는 “작가로서 인물을 더 알고자 할 때 중·장편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확장 제안을 받았을 때는 단편에선 분량이 적었던 수연과 그의 친구 활동가 동준 등을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엔 일상에서 볼 법한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면 사회가 규정한 ‘평범함’의 밖에 놓인 ‘경계인’이라는 것. 활동가 은희와 동준, 세무사 보조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수연,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고 산재를 인정받으려 여러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는 ‘무무 씨’는 모두 경계에 서 있다.
작가는 “은희는 나의 이상형 같은 사람”이라며 “제도권을 벗어나 가난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하는 용감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연은 변화가 많은 인물”이라며 “‘유별나다’고 치부했던 사람들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쓰려 했다”고 전했다.
은희는 활동가이지만 질병을 앓는 사람이기도 하다. 작가는 “은희를 통해 1인 가구 여성으로서 투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주위의 시선을 받는 과정은 어떨지 녹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런 은희를 묘사하는 방식은 마냥 어둡지 않다. 은희는 아팠기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뒀지만, 활동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아팠던 동안 주변의 반응에 상처를 받았지만, 아팠던 몸으로도 무무씨를 향한 애정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누구나 질병을 겪을 수 있다. 나도 아픈 사람을 무능하다고 치부하진 않았는지,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은 없는지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은희와 동준을 통해 활동가라는 직업을 다룬 이유도 비슷하다. “한국사회는 ‘특정 나이에 무엇을 달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뚜렷하다. 활동가들을 볼 때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남들을 위한다’는 시선도 있는데, 나는 (삶의 방식이 다양한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해진 작가는 “소설은 인간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가 그어 둔) 경계 밖, 혹은 경계 위의 사람들을 ‘한 인간의 얼굴’로 기억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것이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바뀌리란 믿음이 나를 살게 한다.” 소설에서 은희는 이 문장을 붙들고 산다. 소설가인 조해진에게도 이 문장은 유효했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책은 결국 세상을 바꾼다. 완전히 바꾸지는 않지만, 티스푼 한 술 만큼은 바꾸는 것 같다.’ 이 말이 참 좋았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 그 마음이 없었다면 20년 동안은 못 썼을 것 같다.”
그가 다음 소설로 들여다볼 것은 재일조선인의 얼굴이다. “내년 초에 나올 소설에서 재일조선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자료들을 찾아 읽으며 역사 속에 살았던 사람들을 많이 떠올리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7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