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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비밀 온실

제28회 마쓰모토세이초상 수상작

2022년 09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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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제28회 마쓰모토세이초상 수상작

1999년생, 스무 살에 데뷔작으로 마쓰모토세이초상 수상
우리가 기다려온 MZ세대의 이야기

‘시골 촌구석 공업고등학교, 남자들만 가득한 환경에서 비전을 찾지 못한 세 여고생이 우연히 대마 씨앗을 손에 넣는다면?’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소설 『우리들의 비밀 온실』이 놀에서 출간되었다. 1999년생인 저자 나미키 도는 데뷔작인 『우리들의 비밀 온실』로 스무 살의 나이에 제28회 마쓰모토세이초상을 받았다. 마쓰모토세이초상은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 등 일본의 굵직한 문학상을 주최하는 일본문학진흥회에서 신인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심사위원들은 “전형적인 소설의 문법을 따르지 않지만 그 점을 상쇄할 정도로 재미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성장소설과도 비슷하지 않다”고 평하며 새 세대의 신예작가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소설은 일본 내에서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뜨겁게 달궜다. “스무 살에 이런 소설을 쓰다니 대단하다”, “대체 결말을 어떻게 내려고 그러지, 하다가 경악했다”, “중독성 120퍼센트의 위험한 소설” 등의 언급은 작품이 지닌 ‘새로움’ 자체와 더불어 그간 청춘소설이 머물렀던 어떤 한계에서 벗어났음에 주목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집과 학교에서 어른들의 보호 없이 방치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로, ‘어리고 힘없는 착한 여고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짜로 원하는 것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평가받고 선택되는 객체가 아니라 인생의 주체로서 바로서려는 세 여자의 분투는 우리 삶이 지나온 한 부분씩을 닮아 있어서 벅차고 아련하다.


꿈 대신 대마를 키웠다.
올 여름 대마만 쑥쑥 자라준다면, 도쿄에 가서 새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시골 촌구석 공업고등학교.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든 보쿠, 철없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야구치, 학교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고 웃음거리만 되는 이와쿠마는 이 시골을 떠나 도쿄로 가고 싶다. 보쿠는 랩 데모 음원을 녹음하러 갔다가 지역의 유명 DJ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대마 씨앗을 손에 넣는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서 세상을 앞서가기 위한 수단은 돈뿐이며,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세 사람. 그들은 이름뿐인 원예 동호회를 만들고 비밀리에 학교 옥상 비닐하우스에서 대마를 키우기로 한다. 이상할 정도로 쑥쑥 자라는 대마를 2킬로그램쯤 수확한다면 무려 천만 엔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찌는 듯이 더운 여름방학, 과연 세 사람에게도 자유로운 내일이 있을까?

“절대 지지 마. 반칙 카드를 쓰더라도 이기고 떠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 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브로커」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자신에게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것을 욕심내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방법을 써서라도 그것을 차지하고자 욕망의 전투를 벌인다는 점이다. 『우리들의 비밀 온실』의 작가 나미키 도는 마쓰모토세이초상 수상 에세이에서 이 작품들을 두고 “불평등과 고통을 마주한 플레이어들이 일종의 반칙을 사용해서라도 카드를 우격다짐으로 빼앗는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이야기가 인기를 얻는 것은 그 이야기가 세상에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어진 현실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대마 재배’라는 범죄를 선택한 아이들. 그 심리 저변에는 ‘좋은 어른’의 부재로 인한 기댈 곳 없는 외로움과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실망이 숨어 있다. ‘고향을 떠나는 것은 배신행위이며 벗어날 궁리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훈화 설교에 교묘하게 섞는 교장선생님, 실수인 척 프로젝터에 포르노 사진을 띄우는 교사, 원자력발전소의 비리와 남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린아이로 돌아간 야구치의 어머니, 고등학생의 꿈을 담보 잡아 성 접대를 요구하는 DJ……. 아이들은 자신이 당한 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못 미더운 어른들에게 기대려 하거나 무작정 도덕에 호소하지 않으며, 자기 손으로 더 확실한 돌파구를 찾기로 다짐한다.

“만약 내가 무난한 청춘영화의 등장인물이라고 치자. 마지막에는 엄마와 마음이 통하고 내 이름도 마음에 들겠지. 질색이었던 이 동네에서의 생활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러.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미 낡았어. 난 엄마를 버리고, 이 동네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내게는 그게 해피엔딩이라고. 가족애나 향토애 따위 개나 주라지. 현 상태를 받아들이는 게 미덕이라니 이상하잖아. 우리 인생은 중고 서점에서 백 엔에 살 수 있는 그딴 이야기가 아니야.”_본문 중에서

비루한 현실이 가닿을 수 없는 초록색 꿈을 향해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세 여자의 쾌속 질주

보쿠와 야구치, 이와쿠마가 원하는 것은 도쿄에 가는 것이다. 이 셋은 현실의 우중충한 모습만 보고는 연상할 수 없는 소중한 꿈을 가지고 있다. 보쿠는 자신을 프리스타일 랩으로 표현하는 지역 사이퍼에 참가하면서 언젠가는 음원을 내고 디제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슬래셔 무비와 고어 무비를 꿰고 있는 야구치는 도쿄로 가서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 연구부에서 어설픈 표절작이나마 습작을 하곤 했던 이와쿠마는 만화의 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도카이촌’에서 꿈꿀 수 있는 최선의 미래는 지역 전문대학에 진학한 뒤 토착 기업의 공장에 취직하는 것이고,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는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가장 가까운 마트의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꿈은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가 뻗칠 수 없는 순수한 성역이다. 그들이 ‘도카이촌’에서 벗어나 도쿄로 가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는 자유롭게 꿈을 이뤄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쿄에 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외치기에 이른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아무것도 잃지 않고 세상을 앞서나가기 위한 수단. 그게 원예 동호회에 있을지도 몰라.”_본문 중에서

“동아리, 연애 같은 건 젊음의 스테레오타입이지.
사실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젊음이야.”

『우리들의 비밀 온실』은 범죄의 칙칙함은커녕 여름날의 빗방울을 맞은 비닐하우스처럼 줄곧 청량한 청춘소설 분위기를 풍긴다. 보쿠와 야구치와 이와쿠마는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일탈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이나 불안함이라고는 없이 미래를 향해 속도감 있게 질주해나간다. 아지트에서 소꿉장난하듯 대마에 물을 주고, 대마 잎을 보며 ‘귀엽다’고 느끼기도 한다. 고등학생 게이 커플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 온실에 숨어들었다가 들키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대마 판매의 연락책 역할을 하게 되거나, 닌자의 칼 ‘마체테’가 대마 수확에 쓰이게 되는 등 곳곳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가 포진해 있어서 역설적으로 심각하면서도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독자들은 이에 놀라면서도 “한없이 코믹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가 신선하다”, “안이하고 판에 박힌 청춘소설이 되기를 거부하며 질주하는 1급 작품”, “고정된 틀에서 자유롭게 벗어난다”(일본 독서미터)며 열광했다.

『우리들의 비밀 온실』이 시사하는 바는 여기에 있다. 그간 그려진 청소년 캐릭터의 행동반경과 도덕률이 어른들의 시선 안에 머물러 있었던 데 반해, 『우리들의 비밀 온실』 속 미성년들의 심리 묘사는 치기 어릴지언정 있는 그대로 묘사된다. 편견이나 역할 기대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만이 새로운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우리들의 비밀 온실』은 우리가 기다려온 MZ세대의 이야기다.

  • 쪽수: 360쪽
  • ISBN: 9791130692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