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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5

야간 비행

2021년 10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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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야간 비행

“어느덧 《에픽》이 창간된 지 1년이 흘렀습니다. 1년이란 어떤 시간일까요.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맞은 가을. 우리는 네 번의 계절과 365일 하고도 4분의 1만큼의 하루를 더 건너왔습니다. 연도의 맨 뒷자리 숫자가 바뀌었고, 팬데믹은 여전하며, 지구는 조금 더 뜨거워졌습니다. 지구. 그렇습니다. 우리가 무임으로 탑승해 있는 이 우주선의 시점에서 보면 우리는 광막한 어둠 속에서 9억 4천만 킬로미터를 더 여행했습니다. 얼핏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빅뱅 이후 우주가 점점 더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대로라면 우리는 결코 1년 전의 좌표와 같지 않은 곳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가 시작된 어딘가로부터 조금 더 멀어졌습니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완전히 똑같은 계절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건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문지혁(편집위원), epigraph 「다시, 활주로에서」 中


작년 10월 창간한 내러티브 매거진 《에픽》이 네 번의 계절을 건너 1주년을 맞이했다. 《에픽 #05》의 제호는 ‘야간 비행’. 『야간 비행』은 앙투앙 드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소설이다. 비행기 조종사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이 담긴 이 소설에서 비행사들은 당시로써는 무척이나 위험했던 야간 비행을 떠난다.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이 목숨을 건 비행에서, 그들이 싣고 다닌 것은 다름 아닌 우편물이었다. 밤하늘을 가르며 모두가 잠든 텅 빈 어둠을 항해하던 것은 한 통의 편지, 어떤 소식, 누군가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이번 ‘i+i’에서 소설가 황현진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고도 죽음의 진실을 찾지 못한 한 남자를 찾아 광주로 떠난다. 남자의 이름은 문영수.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았고 법은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국가는 ‘민주화운동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유족의 진정을 기각했다. 모두가 피해자의 ‘자격’을 요구하지만, 모든 불빛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 더 작은 불빛은 없다는 그 당연하고 새삼스러운 진실을 좇아 황현진은 그를 기록하고 기억하며 추모한다. 잊힌 이름을 기억하고 복원해내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1인칭 단수 ‘나’에서 1인칭 복수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을 다루는 part1에서, 한승태 작가는 ‘콜센터’라 불리는 고객 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인간과 허수아비의 중간 정도 위치에 있는” 콜센터 상담원의 업무와 일상을 그린다. 생생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작은 조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살고 있는 ‘유리의 집’이 그려진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김서울 작가는 ‘공포’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지나온 자신의 삶을 연결 지어 재조명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가 여성을 공포로 몰아넣을 때 한반도의 여성들에게는 무당과 ‘굿판’이 있었다는 발견이 새롭다. 정혁용 작가는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담아낸다. 그중 어느 택배 노동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진짜 공로자들은 숨진 택배 기사분들이에요. 누군가가 죽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 게 이 나라의 시스템이에요.”

part 2 ‘if I’에서는 뮤지션 이아립이 ‘만약 꿈과 꿈의 바깥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면’이라는 주제로 경쾌한 상상력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을 다른 한 권과 엮어 소개하는 ‘1+1 리뷰’에서는 강보원 시인, 서윤후 시인, 이미화 작가의 흥미로운 책 추천을 읽어볼 수 있다. 픽션을 다루는 part 3는 이번에도 풍성하다. 각기 다르게 빛나는 김병운, 김쿠만, 김하리, 윤성희, 조남주 작가의 신작 소설을 만나는 기쁨을 함께 누려보시기 바란다. 책의 말미에서 의외의사실 작가가 그려내는 그래픽노블은 작지만 분명한 마침표이다.
  • 쪽수: 336쪽
  • ISBN: 9772733807003

목차

  • epigraph

    문지혁 · 다시, 활주로에서 … 004


    part1


    i+i

    황현진 · 감히 겁도 없이 … 021


    creative nonfiction

    한승태 · 유리의 집의 기록 … 056

    김서울 · 한국 여자 김서울의 공포 … 100

    정혁용 · 죽지 않고 눈뜰 때 … 124


    part2


    virtual essay

    if I

    이아립 · 뽀뽀뽀 … 160


    1+1 review

    강보원 · 자기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힌 인물들 … 170

    서윤후 · 남김없이 태우기 … 178

    이미화 · 수어로 꾸는 꿈 … 186


    part3


    fiction

    김병운 · 윤광호 … 196

    김쿠만 · 레트로 마니아 … 226

    김하리 · 바둑이 … 252

    윤성희 · 명랑 일기 … 276

    조남주 · 이상한 나라의 엘리 … 300


    graphic novel

    의외의사실 · 야간 비행 …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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