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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22년 01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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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히치하이커’라는 단어는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며, 알지 못하는 타인과의 대면이 금기시되는 시절이니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전에는 무수한 여행 콘텐츠에서 심심치 않게 쓰인 단어다. 태어난 나라를 벗어나 이제 막 다른 세계로 진입하게 되어 마음이 부풀었던 사람들에게 ‘히치하이커’라는 경험은 낭만이자 생존과 연결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그리고 ‘삶은 여행’이라는 고전적 은유를 쉽게 부정할 수 없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또한 개인적·사회적 환경 때문에 변화무쌍한 경로로 은하수를 누비는 여정과 닮아 있다. 이번 『에픽 #06』에 실린 여러 글에서 우리는 제각각의 여정에 올라 있는 히치하이커들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주인공 아서 덴트는 어느 날 갑자기 도로공사 때문에 자신의 집을 잃게 될 상황에 처하는데, 황당하게도, 같은 날 지구 역시 우주의 도로공사를 이유로 폭발하게 된다. 지구에 머무르고 있던 외계인 포드 프리텍트는 아서 덴트의 친구로서 그의 목숨을 구해주기로 하고 그와 함께 은하수로의 히치하이킹을 시도한다. 히치하이킹은 언뜻 무상으로 누군가에게 신세를 진다는 뜻으로 좁게 이해될 수도 있지만, 대개의 히치하이킹은 상호적인 관계 형성을 낳을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심지어는 서로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운전수가 목적지에 닿을 수 있게 히치하이커가 돕기도 하는 것이다. 혹은 애초에 설정했던 목적지 외의 장소에 도달하기도 하며, 어쩌면 그 목적지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곳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천운영 작가는 이번 호의 ‘i+i’에서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않은 중년 여성이자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의 딸인 스물일곱 살 예빈의 삶과 교차시키고 있다. ‘알바몬 언니’로 불릴 정도로 보험설계사, 콜센터 상담원, 가방 판매원, 뉴질랜드 닭 공장 노동자 등 여러 일을 거치면서도 여자 친구와의 사랑이나 영화감독으로서의 꿈도 놓아버리지 않는 예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는 애잔함이나 찬탄, 질투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예빈과 비슷한 연령대의 청년들을 ‘MZ세대’라고 구분해 부르는 것은 기성세대와의 분리를 유도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뭔가 개운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을 기성세대와 비슷한 존재로 엮어버리는 것 또한 맞지 않는 일 같은데, 천운영 작가의 글을 읽으며 서로 다른 세대들을 ‘히치하이커로서의 운명 공동체’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생애위기상담사인 이연철 작가가 생명의전화에서 목소리로 만난 사람들, 김태호 작가가 기록한 구술록에 등장하는 성인 문해 학교의 늦깎이 학생들, 그리고 박준 시인이 산문과 사진으로 담아낸 하루치씩의 이야기를 통해 성별이나 세대를 불문한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접할 수 있다. 특히 박준 시인의 글 「하루치」는 앞으로 《에픽》에서 전하게 될 더 다양한 논픽션 장르의 글에 대해 기대하게 만든다. 김태연 작가의 버추얼 에세이 ‘if I’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고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라타 새로운 앞날을 예감하는 이의 심정을 인상적인 이야기로 전달한다.

《에픽》의 1+1 리뷰는 책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관점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필자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번 호에 실린 강소영·이수정 편집자와 심완선 평론가가 소개해준 책들을 살펴보며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다층적으로 느껴보시길 바란다. 또한 구병모, 박유경, 임성순, 정선임, 조예은 작가의 소설들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한 호에서 읽을 수 있다는 기쁨을 누려보셔도 좋겠다. 의외의사실 작가의 그래픽노블은 이번에도 《에픽》의 출구를 무게감 있게 확장시켜 준다.
  • 쪽수: 336쪽
  • ISBN: 9772733807003

목차

  • epigraph

    차경희 · 언제 어디서나, 유랑하듯, 우연에 기대 … 004


    part1


    i+i

    천운영 · 사랑하는 이들에겐 집이 필요하다 … 023


    creative nonfiction

    이연철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서 … 050

    박 준 · 하루치 … 076

    김태호 · 글을 모른다는 건, 글을 배운다는 건 … 104


    part2


    virtual essay

    if I

    김태연 · 모두가 아는 농담 … 130


    1+1 review

    강소영 · ‘이야기’를 믿는 것이 ‘세계’를 믿는 일 … 142

    심완선 · 침입하는 ‘목소리들’에서 벗어나기 … 150

    이수정 · 소설을 읽는 뇌가 경험하는 것들 … 158


    part3


    fiction

    구병모 · 노커 … 170

    박유경 · 여분의 사랑 … 200

    임성순 · 히카리 … 224

    정선임 · 요카타 … 268

    조예은 · 새해엔 쿠스쿠스 … 296


    graphic novel

    의외의사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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