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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우는 법을 잊은 나에게

우울의 바다에서 숨 쉬고 싶었던 김지양의 구명조끼 에세이

2023년 02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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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우울의 바다에서 숨 쉬고 싶었던 김지양의 구명조끼 에세이

“나의 주특기는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하고
나중에 가서는 결국 엉엉 울어버리기다.”

미국 최대 규모의 플러스사이즈 패션 위크에서 최초로 데뷔한 한국인 모델, ‘아메리칸어패럴 플러스사이즈모델 콘테스트’ 전 세계 8위. 플러스사이즈 모델로 데뷔한 저자 김지양을 수식하는 말은 화려했다. 방송가와 언론사는 독특한 그녀의 행보에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세요”라는 말에 외모지상주의로 지쳐 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팟캐스트와 방송, 각종 강연에서 앞다퉈 김지양을 찾았다. 자신이 창업한 플러스사이즈 쇼핑몰 ‘66100’의 자체제작 속옷은 2억 원 이상의 매출이 날 만큼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자는 자신이 ‘괜찮은’ 줄 알았다. 바로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음식을 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밤, 전화가 울렸다. 66100의 제품을 적재해 놓은 물류 창고에 불이 났으며 아직도 불은 진압하지 못했고, 그래서 모든 물건이 전소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다시 한번 확인 사살을 시켜주었다. 당신네 회사의 제품이 모두 불타버렸다고. 그날은 마침 66100의 대표 상품인 브라렛이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대대적인 광고를 마친 날이었다. 전화를 마치고서 김지양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괜찮다’고 되뇌었다. 인명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제품이야 다시 만들어서 팔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별일 없는데도 만성적인 우울감과 공허함에 시달렸고, 모델이자 사장으로 승승장구할 때도 순간순간 이유 모를 감정이 닥쳐왔다. 그녀는 그 공허함을 무엇으로라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다.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괜찮음 강박’은 저자를 무엇이든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애써 지어낸 ‘괜찮다’는 말은 저자를 좀먹어갔다. 모델 활동도, 방송 활동도, 사업도 잘하고 싶었던 그녀는 36시간 동안 잠 한 숨 자지 않고 일에 매진할 만큼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피 땀 흘려 만든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경험은 지금껏 겨우겨우 서 있던 그녀를 하염없이 무너지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친구가 세상을 떠난 날, 김지양은 비로소 살아남기 위해 습관적 ‘괜찮음’을 멈추게 되었다.

“괜찮음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뒤에서 꼭 안아주고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저자 김지양은 어느 순간 “괜찮다”는 그 한마디가 자신을 진짜 괜찮지 않게 몰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며 세상을 설득하던 그녀도 사실은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는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고,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지만 그걸 실천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럼에도 괜찮기를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로’ 결심한 김지양은 지금도 느리지만 씩씩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창간한 잡지는 여전히 지속하기가 어렵지만 텀블벅 펀딩을 받고, 각종 지자체의 지원 사업에 도전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며 쇼핑몰은 자체 제작 플러스사이즈 정장을 출시하며 코로나로 인한 매출 하락을 꿋꿋이 견뎌냈다. 물론 여전히 가끔씩 우울감과 공허함에 시달리지만 예전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으며, 휴식이 필요할 땐 편히 쉬고 가끔은 의학적인 도움도 받는다. 언젠가는 우울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든가, 행복해질 것이라든가 하는 거창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구명조끼를 단단히 조이고, 저체온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발을 구르고 손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간 마른 땅에 다다를지도 모르니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서다. 우리 모두 행복해진다는 확신은 없어도 당연하게 내일을 기다리듯이.

이 책은 저자 김지양이 괜찮았던 날, 괜찮지 않았던 날의 기억을 모두 끄집어낸 기록이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이다. 우울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있으면서도 매일 치열하게 위로, 더 위로 헤엄치기를 멈추지 않으며 가라앉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작은 구명조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우울감과 흔한 공허함에 시달리면서도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모든 독자에게 김지양은 힘주어 말한다. “눈물이 터질 때조차 울음을 그쳐야 한다는 강박에 괴롭다면 이제는 그냥 엉엉 울어버리기를, 스스로를 조용히 안아주면서 당신의 지친 마음도 뽀송뽀송하게 마를 수 있기를.”


| 추천평|

울룩불룩한 삶의 면면을 곡선미로 승화시키고야 마는 사람의 이야기. 야속한 불행 속에서도, 깊은 자기혐오의 늪에서도 그는 자신의 두 다리로 직접 나아가길 포기하지 않는다. 그만의 입체감이 묵직하게 녹아든 에피소드 속에서, 괜찮든 괜찮지 않든 일단 걷는 사람의 생은 언제나 런웨이라는 걸 배운다. 내 삶의 굴곡 또한 김지양의 이야기와 함께 아름다워지는 걸 느끼며, 오늘도 자신만의 무대에서 빛날 그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 정지음 (『젊은 ADHD의 슬픔』 저자)
  • 쪽수: 248쪽
  • 판형: 135*188*20mm
  • ISBN: 9791130697277

목차

  • 프롤로그 | 엉엉 우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1장. 괜찮다는 나를 건져다가 엉엉 울었다


    괜찮거나 괜찮지 않거나

    태산을 옮기는 방법

    빙하 다이빙

    실패를 기록하는 일

    콤플렉스 콤플렉스

    창조주 어머니

    #오늘의셀프칭찬

    멈추지 않는 마음

    나는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2장. 외로움과 상실감이 요란하게 넘실댈 때


    상실의 시대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말

    외로움이 싫은 사람

    부재를 버텨낸 시간

    엄마는 알까

    스님 할아버지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하고

    우울증은 절대 혼자 오지 않는다


    3장. 슬픔의 파도가 우리를 삼켜도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향해 나아가

    우울의 바다에 삼켜져

    흰 수염 고래

    노브라 예스브라

    안녕하세요, 취미는 없습니다

    허들을 넘어


    4장. 오늘도 기꺼이 헤엄치는 이유


    Don’t be a plus size model

    LA, 만파식적이 연주되는 곳

    도돌이표 너머의 요리

    고양이 호랭

    강산은 차곡차곡 변한다

    우리는 각자의 전장에서 함께 승리를 거둔다


    에필로그 | 나의 몸을 뛰어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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