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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올리며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에게

2023년 0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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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에게

자영업은 판타지의 무대가 아니다!
현직 편의점 점주×작가 봉달호의 소금기 가득한 장사 연대기

하루 1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글로 책을 내기 시작해 이제는 엄연한 에세이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봉달호 작가.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게 풀어내면서 자영업 에세이의 새 지평을 연 그가, 이번엔 일상을 넘어 ‘삶’이란 기나긴 무대 위에서 가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구멍가게, 농약사, 분식점, 갈빗집 등 오래전부터 여러 가게를 전전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커온 저자는, 이제 어느덧 자신의 가게를 십수 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가게들을 헤아려보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정도이니 이 분야에서만큼은 견줄 만한 상대를 찾기 어렵다. 이 책은 현직 자영업자 봉달호가 어릴 적 부모님이 운영한 시골 점빵부터 현재 자신의 편의점까지 흘러온 장사의 연대기를 돌아보면서, ‘가게’라는 곳에 깃든 인생과 가족과 시대를 추억하는 자영업 에세이다.

2021년경부터 출판계에서 유행한 편의점, 서점, 백화점, 도서관, 목욕탕, 사진관과 같은 따스한 공간들과 달리, 자영업자 봉달호가 『셔터를 올리며』에서 그리는 가게는 무작정 아름답기만 한 판타지 속 그곳의 모습이 아니다. 여기에는 책상 앞에 앉은 소설가가 건네는 환상적인 위로 대신에, 실제 삶의 현장에 뚝뚝 떨어지는 땀과 눈물, 기쁨과 애환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장사의 치열함 속에서 닦지도 않은 손으로 펜을 붙드는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곧 ‘진짜 삶의 터전이 담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기억의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저자의 고유한 경험을 빌려, 자신의 힘으로 벌어먹고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웃음과 눈물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거칠고 무심한 파도를 몇 번이고 보낼 때마다
우리 가족은 ‘가게’라는 뗏목을 타고 물결을 견뎠다

저자의 기억 속 가장 오래된 사건은 1980년 5월, 어머니가 구멍가게를 운영했던 정자교 동네에서 광주로 향하는 시민군의 모습을 본 일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나라 전체가 손님맞이로 들썩였을 때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농약사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뭘 해도 되는’ 시대의 파도 위에 잘 올라탄 덕분에 가게에 딸린 작은 상하방에서 번듯한 양옥집으로 이사를 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교통사고로 가계가 크게 휘청였다. 의료보험이 변변치 않아 집안에 누가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가계가 훌렁 무너지던 시대였다. 1987년, 대학가 식당은 최루탄 연기로 가득 찼고 아픈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홀로 운영하던 분식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고 경찰이 진압을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셔터 내리는 소리가 울렸다. 다시 일어선 아버지가 연 가게가 줄줄이 부흥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운영하던 채석장은 1997년 IMF로 부도를 맞았다.

인생에서 행운은 단막극으로, 불행은 연속극으로 찾아온다 했던가. 봉달호의 인생에서도, 부단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처럼 작은 행운이 주어지는 듯싶다가 불행은 곧바로 머리를 불쑥 내밀곤 했다. 저자만이 겪은 이야기가 아니다. 자영업자 자신 또는 자영업자의 가족들은 늘 그랬다. 시대는 개인에게 거친 파도를 무심히 보내곤 했고, 그때마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가게’라는 보잘것없는 뗏목을 탄 채로 파도에 올라타기도 하고 휩쓸리기도 하면서 그 물결을 건너야 했다. 『셔터를 올리며』에서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한 가족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롤러코스터 같은 개인의 인생사가 한국의 현대사와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특별한 개인 또는 고생 많았던 한 가족의 경험담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1980년대 이후 세기말의 한국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면서, 자신이 지나온 삶을 자연스레 불러오게 될 것이다.

세상에 그냥 있는 가게는 없다
무심코 지나치던 가게에서 발견하는 뜨거운 삶의 이야기

누구보다 일찍 새벽을 깨우고 나와, 모두가 잠들 무렵 셔터를 내리고 집으로 향한다. 정해진 휴식 시간도 휴일도 없는 삶. 손님이 언제 올지 몰라 카운터에 앉아 대충 끼니를 때우고, 몸이 바스러질 듯 아픈 날에도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지킨다. 손님의 무리한 요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고, 근심이 가득한 날에도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아야 한다. 매일이 전쟁 같고 녹록잖은 장사꾼의 하루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위해, 또 누군가는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밥벌이의 고단함을 견디고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

자영업자에게 ‘가게’란 단순히 밥벌이의 장소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곳이자, 일상과 일생을 함께하는 곳이다. 그러니 저기 평범히 서 있는 가게에도, 알고 보면 몇 사람의 인생이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는 셈이다.

“거리에 있는 숱한 가게를 볼 때마다, 더욱이 식당을 볼 때마다, 나는 저곳이 그냥 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을까 상상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국밥 한 그릇 허투루 먹을 수 없게 된다. 부모님은 내게 그런 것을 가르쳐주셨다. 한마디 말도 없이 가르쳐주셨다.”_176쪽

『셔터를 올리며』에는 작은 가게에 담긴 치열하고 뜨거운 삶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봉달호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절대 판타지적으로 소비되거나 더 이상 쉽게 지나치고 소외돼서는 안 되는 자영업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사는 세계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타인의 가게에서도 누군가의 인생을 조금은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밥벌이란 무엇인지, 가족은 무엇인지, 삶이라는 게 도대체 무언지. 이 이야기의 끝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추천평 |
세기말의 한국을 지나온 사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탁 칠 만한 이야기로 즐비하다. 하나하나의 시냇물 같은 이야기가 어우러져 장대한 서사의 큰 강물을 이룬다. 개인이 경험한 ‘가게’란 공간을 통해 어쩌면 이렇게 한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 강원국 (작가)

소설가로서 심각한 직업적 위기감을 느꼈다. 한 집안의 장사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감명 깊을 수 있다니… 가슴이 여러 번 저릿했고 나중에는 눈도 몇 번 뜨거워졌다. 밥벌이라는 게 뭘까, 가족이란 뭘까, 삶이라는 게 뭘까. 페이지를 넘기며 곱씹게 되는 이 질문들에 답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 장강명 (소설가)
  • 쪽수: 316쪽
  • 판형: 124*188*30mm
  • ISBN: 9791130642154

목차

  • 프롤로그 껴입은 얇은 옷처럼


    01. 막걸리 트럭 앞자리 ─ 기억에 대하여

    정자교슈퍼 (?~1980)


    02. 초인종이 있는 집 ─ 욕망에 대하여

    나주농약사 (1981~1983)


    03. 바람이 지나는 길목 ─ 비상에 대하여

    소망분식 1 (1986~1987)


    04. 라면과 최루탄 ─ 시대에 대하여

    소망분식 2 (1986~1987)


    05. 이 끝과 저 끝 ─ 태도에 대하여

    포도밭갈빗집 (1992~1993)


    06. 장사의 기본 ─ 비밀에 대하여

    동진오리탕 (1993~1996)


    07. 각자의 길 ─ 이별에 대하여

    소주장학생 (2000)


    08. 렉서스와 졸업장 ─ 운명에 대하여

    명성숯불갈비 (2003~2013)


    09.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 용기에 대하여

    하하호호 (2006)


    10.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사랑에 대하여

    해방편의점 (2013~∞)


    에필로그 셔터를 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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