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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행

13억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시인 백거이

2005년 07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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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13억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시인 백거이

낙양의 종이 값을 폭등시킨 인류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 백거이
그가 남긴 불후의 명시 <장한가>와 <비파행>을 함께 읽는다


백거이는 누구인가
중국의 시인 중 누구를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두보나 이백을 꼽는다. 백거이는 같은 시대의 두보 이백 한유와 더불어 ‘이두한백’이라 불리며 한시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두보나 이백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민중시인으로서 집정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신랄한 질책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시가 한시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식자층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거이는 이미 1,200년 전, 20세기 한국 시인들이 경험한 정신적 각성을 충분히 겪은 리얼리스트였고, 저항시인이었고, 참여시인이었고, 민중시인이었다. 시를 통해 세상이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뀌기를 바랐던 백거이는 평이한 수사를 선택함으로써 그의 시가 민중 속에 쉽게 전파되도록 했다.
백거이의 시 정신은 민중성에 있다. 백거이는 일상용어로 시를 지었고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마다 이웃 할머니에게 들려주어 어려운 부분을 고쳐 썼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이(이백), 두(두보), 한(한유)은 송나라 이래 수백 권의 주석서가 있지만 『백씨문집(백거이의 문집)』의 주석서는 단 한 권도 없다.
그러나 백거이 시의 중심을 이루는 민중성은 비판자들에게 그의 시를 폄하하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당시 최고의 엘리트였던 백거이는 민중성을 획득하기 위해 단호히 대중성을 선택했다. 그는 시를 들고 민중 속으로 들어갔다. 글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두가 그의 시를 외워 노래했다. 그의 시는 곤궁한 민중의 삶으로 파고들어 소치는 아이나 말몰이꾼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렸고, 절의 기둥이나 벽에 써 붙여졌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모택동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백거이 이후 1,200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 수많은 시론이 있어왔다. 그러나 문을 위해 시를 쓰면 쓸수록 시는 대중들로부터 멀어져갔다. 쉽고 읽기 편하며 문학성이 있는 시에 대한 고민은 1,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인들에겐 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시가 대중들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요즘, 다시 백거이의 시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왜 《비파행》인가.
시중에는 권위 있는 한문학자를 내세운 수많은 한시집이 나와 있고 그중에는 백거이의 시집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대학에서 백거이 연구만 수년간 한 사람들이 쓴 백거이의 시집들. 권위를 내세운 그런 시집들과 《비파행》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진정 한시를 사랑하고, 진정 한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오세주라는 평범한 중학교 선생님을 번역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백거이가 민중시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연구실에 박혀 수년간 백거이 연구에 몸 바친 사람들이 아니라 오세주 선생님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몸소 삶의 부조리를 겪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민초들일 것이다.
둘째 이 책은 다른 백거이 시집과는 달리 백거이의 한적시뿐 아니라 풍유시도 엄선하여 싣고 있다.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한 백거이의 풍유시는 한적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풍유시를 빼놓고는 백거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1,200년 전 백거이가 살아가던 시대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서 백거이의 한적시뿐 아니라 풍유시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셋째로는 시 자체보다는 한문 해석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던 기존의 백거이 시집과는 달리 한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화하여 시를 시로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더 많은 백거이의 시를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몰라서 못하나 실천이 중요하지
백거이가 지방관으로 부임할 때의 일이다.
마침 그곳에는 도림선사라는 고승이 머물고 있었다. 불법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즉시 선사를 찾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불법의 요체(要諦)는 무엇이오?” 선사는 머뭇거리지 않고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깊은 뜻이 담긴 선문답을 기대했던 백거이는 무척 실망해서 대꾸했다.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니오.” 가만히 듣고 있던 선사는 침착한 어조로 백거이의 입을 봉해 버렸다.
“그러나 팔십 노인도 다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산속에 숨어 사는 선비丘中有一士
산 속에 사는 선비가 있어
도를 지키기에 오랜 세월 흘렀네.
걸을 때는 새끼로 맨 옷을 입고
앉아서는 줄 없는 거문고를 타네.
흐린 샘의 물은 마시지 않고
굽은 나무 그늘에는 쉬지를 않네.
티끌만큼이라도 의에 맞지 않으면
천 냥의 황금도 흙같이 여기네.
마을 사람들 그의 품행 따르니
난초 숲에 있는 듯 향기가 났네.
지혜롭든 어리석든 강하든 약하든
서로 속이고 괴롭히는 일 없네.
그 선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만나러 가려하다 다시 생각하네.
그 선비 반드시 만나봐야만 하랴
배울 것은 다만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
술잔을 앞에 놓고對酒 其一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는가.
부싯돌 속 불빛처럼 빠른 세월에 맡긴 몸.
부귀는 부귀대로 빈천은 빈천대로 즐기리.
입을 열고 웃지 못하면 그가 곧 바보라네.

백거이의 시에 등장하는 당나라의 실상과 오늘날 한국의 현주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ㆍ사회적 갈등은 부질없는 것이니 이를 달관과 해탈로 극복하라는 백거이의 가르침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사안에 함몰돼 승자의 길을 버리고 공동패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듯한 우리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정치권은 달팽이 뿔 위보다 좁은 현안을 놓고 끊임없는 싸움을 계속해 국민들을 피곤에 찌들게 하고 있다. 그 누구 하나 먼저 `허허'하고 웃으며 문제 해결에 나설 줄을 모른다. 누구를 위해 싸우는지조차 모르면서 서로를 헐뜯고 있다. 1년 후쯤이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다른 일로 대립각을 세울 정치적 현실에서 오늘 하루의 작은 일 하나에 모두 목숨을 걸 듯 달려든다.


끊이지 않는 지극한 사랑의 노래여! 끝없는 그리움의 노래여!
백거이의 대표작인 <장한가>는 이른바 ‘낙양의 지가(地價)’를 올렸다는 전설의 베스트셀러이다. 당나라는 문화전반에서, 특히 시문에 있어서 전무후무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백거이의 <장한가>였다. 오죽하면 <장한가>를 옮겨 적을 종이가 동나서 종이 값이 폭등했을까. 게다가 술집에서는 <장한가>를 부를 줄 아는 기녀의 몸값은 다른 기녀의 5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통제가 심했던 당시에 감히 황제와 애첩의 사랑 이야기를 쓴 <장한가>. 말 그대로 제국을 뒤흔든 양귀비와 현종의 ‘세기의 스캔들’은 양귀비가 살아 있을 때부터 훌륭한 시의 소재가 되었는데, 그 백미중의 백미가 바로 <장한가>이다.
<장한가>의 특이한 점은 백거이라는 민중시인이 비판보다는 철저히 두 개인의 애절한 순애보에 맞추어 시를 썼다는 점이다. 백거이는 이 지극한 사랑의 노래를 통해 몰락하는 당나라의 만가를 부른 것은 아닐까!
어쨌든 장한가는 ‘천장지구’할 것 같던 당나라가 몰락하고도 천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면서 끊임없는 사랑을 받게 된다.


버림받은 자의 아픔을 담은 처절한 비파소리
815년 5월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에서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오원제등 반도들이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정치적인 음모와 관련된 사건이라 모두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으나, 의분을 못 이긴 백거이는 관리들을 대신해 범인체포를 상소하였다.
그러나 간관(諫官)이 아닌 자가 상소를 올렸다는 이유로 백은 44세 때인 서기 815년에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어 4년 간 강주와 여산에 머물렀다.
좌천되고 그 이듬해인 서기 816년 어느 가을밤 백거이가 심양강둑에서 친구를 전송하는데, 처량한 비파소리가 들려왔다. 심금을 울리는 비파소리에 크게 감명을 받은 백거이는 비파 타는 여자를 불러 그녀의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 버림받은 여인에게 동병상련을 느낀 작가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그녀의 처지에 빗대어 노래했고 이것이 바로 비파행(琵琶行)이다.


거대한 시의 산맥, 백거이
앞서 몇 편의 시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백거이의 시에는 동서양을 초월한,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은 정서적 보편성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상처 받은 영혼을 회복시켜주는 평안함, 위로, 사랑, 상쾌함, 정열, 진실, 반성이 담겨 있어 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무딘 현대인의 가슴을 적신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 백거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 오르고 싶은 거대한 시의 산맥이다.
  • 쪽수: 238쪽
  • ISBN: 8991147313

목차

  • 서문

    제1부 끝없는 한의 노래

    제2부 대나무를 키우며

    제3부 비파의 노래

    제4부 진중음秦中吟 10수

    제5부 신악부

    제6부 공감을 애도하다


    백거이 시의 영원한 생명력

    새롭게 읽는 민중시인 백거이

    백거이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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