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 모예스 소설|이나경 옮김|다산책방|500쪽|1만8000원
“한 페이지에서는 웃게 하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울게 만드는 작가.”(뉴욕타임스)
“완벽한 해독제 같은 소설.”(타임스)
“마음을 부수고 난 뒤 다시 꿰매어 놓는다.”(피플 매거진)
영화 ‘미 비포 유’ 원작자인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조 모예스(57)의 신작 ‘타인의 구두’(다산책방)는 속 시원한 페이지 터너 소설이다. 복잡할 것 없는 이야기가 적당한 굴곡을 오르내리며 쭉쭉 뻗어 나간다.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다. 유쾌하지만, 빤하지 않은 해피엔딩 덕에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다. 2023년 영미권 출간 당시 해외 매체들도 이런 점에 박수를 보냈다.
이 책의 국내 출간을 계기로 런던에 사는 모예스와 서면으로 만났다. 그의 대표작은 ‘미 비포 유’ ‘애프터 유’ ‘스틸 미’로 이어지는 3부작. 모예스의 소설은 지금까지 46개 언어로 번역됐고, 전 세계 5700만부 넘게 판매된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그는 이번 소설도 “영화화를 위한 각본 작업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모예스는 자신의 강점을 잘 아는 작가다. ‘이야기성’을 특히 중시한다. 모예스는 자신을 “이야기꾼(storyteller)”이라고 소개하며 “비범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가 정의하는 ‘좋은 소설’의 기준은 “책을 읽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저를 데려가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전혀 다르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은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타인의 구두’는 두 중년 여성이 실수로 신발 가방을 바꿔치기하면서 시작된다. 일과 살림을 도맡은 샘과 다짜고짜 이혼 통보를 받고 거리로 내쫓긴 니샤가 주인공이다. 새빨간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를 매개로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만나고, 각자가 마주한 어려움을 주변 여성들의 지혜를 빌려 해결해 가는 워맨스(여자들의 우정) 서사다. 소설 속 여성들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모예스는 어머니의 죽음, 번아웃 등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던 시기에 이 책을 썼다. 그는 “당시 정말 큰 힘이 되어준 여성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면서 “여성 우정의 중요함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모예스는 “여성들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한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등장인물들의 ‘여성 연대(female solidarity)’에 대해 모예스는 “미디어에서 여성들이 등장할 때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내 경험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만약 우리가 다른 여성을 적으로 여기도록 부추김받고 있다면 되묻고 싶어요. 누가 우리가 갈라지길 원하는 걸까요? 우리가 서로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걸까요?”
이해와 공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제는 ‘Someone Else’s Shoes’.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뜻이다. 작가는 “많은 사람이 이를 무척 어려워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삶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게 되고, 결국 갈라지게 되죠.” 샘과 니샤는 신발을 바꿔 신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면서 우정이 꽃핀다.
샘은 우울증을 앓는 남편 필의 깊은 상처도 들여다본다. 모예스는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 일인지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것은 여성에게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기대 속에서 혼자 고통을 견뎌야 하는 남성들에게도 해로운 일”이라고 했다.
모예스는 ‘미 비포 유’처럼 슬픈 이야기로 유명하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세상은 너무 어두운 곳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최근 소설들은 훨씬 더 행복한 결말을 갖고 있어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결코 피상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잘 짜인, 흡인력 있는 해피엔딩 서사가 갖는 경쾌함이 반가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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