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행사·출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작품 속 ‘낭만성’ 을 다시 조명하기 위한 리커버 책들이 출간됐다. 대하소설 ‘토지’를 통해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긴 박경리는 시대를 뛰어넘은 특유의 낭만성도 여러 작품에서 드러내 왔다.
다산북스는 박경리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애가’, ‘표류도’를 새로운 표지로 재구성한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프로젝트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 시대의 낭만성’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들의 삶과 의미를 노래한 작가의 세 대표작을 엮은 것이다.
여성 독자의 등장과 함께 연애소설이 범람하던 1950~1960년대, 박경리는 전형적인 연애 서사를 벗어난 소설로 자신만의 문학적 위치를 구축했는데 이 책들이 바로 그 예다.

1962년에 첫 출간된 ‘김약국의 딸들’은 작가의 이름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약국을 운영해 ‘김약국’으로 불리는 사내는 통영의 지역 유지로, 다섯 딸을 두고 있다. 괴부가 된 큰딸 용숙, 서울에서 공부하는 둘째 용빈,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이성보다는 욕망에 충실한 셋째 용란,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넷째 용옥, 할아버지의 노란 머리칼을 닮은 막내 용혜다.
작가는 강렬한 여성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삶, 선택의 의미를 다시 물으면서 이들이 간직한 낭만성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작품인 ‘애가’는 박경리의 첫 장편소설이자 첫 연애소설. 1958년 ‘민주신보’를 통해 연재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작품 속에는 사랑과 비극으로 얽힌 개성있는 남녀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혼을 약속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헤어진 남녀와, 이를 극복하고 새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여자. 전쟁 탓에 결혼하지 못하고, 그사이 스승에게 사랑하던 이를 빼앗긴 남자 등이다.
박경리는 당시 사회 풍경을 선명하게 그리면서도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변형해 개성 있는 인물과 서사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듣는다.

‘표류도’는 1959년 제3회 내성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경리의 대표적 연애소설이다.
1950년대 사생아를 낳은 전쟁미망인이자, 생계를 위해 다방의 마담으로 살아가는 젊고 아름다운, 재능 있는 여성 현회가 등장한다. 그는 특별한 귀책 사유 없이도 끊임없이 외부의 폭력에 노출되는데,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지탱해 나간다. 수많은 인물들의 지지와 갈등 속에서 표류하듯 삶을 이어가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윤리와 기준을 잃지 않는다.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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